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박소연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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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디에 속하든 일은 해야한다. 하물며 가정도 일이있다. 육아나 살림, 경제부터, 챙겨야할 시댁과 처가 및 가정 대소사까지 있다. 그리고 내가 개인사업자라도 여러가지 일이 있다. 가게세부터, 원가절감, 광고, 상품개발, 알바관리에 진상손님까지. 생각할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우리가 일을 잘하는 것은 중요하다. 제한된 시간에 나라는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걸 잘해야 나의 개인적 시간과 어느정도의 행복이 보장된다.

 여러사람이 여러관계로 맞물린 직장은 더하다. 여기선 나만 잘하는 것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직책에 따라 내 밑사람과 윗사람과 보조를 맞춰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리고 직장에서의 일 잘하는 법이다. 간단한데 간단하진 않을 것이다.

 일단 상사들과의 이야기를 중요시한다. 상사에게 말을 할 땐 구체적이고 요점을 상세히 말해야 한다. 저자는 한국의 상사들이 모두 후천성 성인 주의력 결핍 증후군환자라고 진단한다. 그도 그럴 것이 상사들은 직급이 올라가수록 대하는 사람과 다루는 업무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들이라고 모든 업무를 다 섭렵한게 아니니 최대한 간단하고 명료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상사의 업무협조나 지시를 받을 땐 귀찮더라도 질문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사가 다음달에 진행할 직원 워크숍을 준비하고 진행상황을 보고하라고 한다면 그도 이걸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 상황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상황에 맞게 준비 및 보고를 해야한다. 회장에게 상사가 보고하는 것이라면 회장이 중요시하는 걸 파악하고 상사에게 그에 걸맞은 보고가 가능한 브리핑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장은 이야기 뿐만 아니라 문서도 중요한다. 문서에는 크게 기획서와 계획서, 제안서와 보고서가 있다. 이중 정보전달과 관련한 것은 보고서. 설득하는 것은 기획서와 제안서이다. 직장인들이 글쓰기가 힘든 이유로 저자는 학교글쓰기와 직장글쓰기의 차이점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교에서의 글쓰기는 내가 주체이며 내가 이 사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그것에 대해 내 생각이 논리적임을 말하는 것이 중심이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글쓰기는 정 반대다. 일단 주체가 내가 아닌 당신들이 되며, 상대방이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내 생각이 옳다기보다는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알리는게 중요하다. 포인트가 정 반대인 것이다.

 이런 글쓰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있어서는 골격으로 1+3규칙을 말한다. 하나의 키워드에 세가지 스토리가 붙은 형식이다. 우리나라가 숫자 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인간은 세개의 형태로 로직트리가 구성되어가는 형태를 가장선호한다고하며, 실제로도 많은 이야기와 글이 이러한 형태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나는 우울히다'라는 키워드에 그 원인으로 몸, 마음, 관계가 붙을 수 있다. 또한 몸에는 체중증가, 수면장애, 아토피재발 의 스토리가 붙는 것이다.

 책은 간단하면서도 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구현은 매우 어려운 이런 요소들을 강조한다. 그리고 인간관계도 강조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에게 업무를 강요하거나 떠넘기는 동료및 상사에겐 선을 그을 것을 강조하며, 적절한 선에서의 위력행사도 강조한다. 욕이나 폭행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스트레스로 직장을 안나오거나 회사내 옥상으로 나가버리는 행동등이다. 이런 위력행사는 작은 것 같지만 상사나 동료에게 부담을 주기에 떠넘기를 줄여준다. 또한 최고의 상사관리는 그를 승진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업무협조나 일을 잘해 그에게 이익을 주는 이에겐 아무도 함부러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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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손탁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3
정명섭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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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탁은 러시아 공사 베베르와 함께 구한말 조선에 들어온 사람이다. 실권을 가진 인물은 아니었지만 대한제국의 고종 및 명성황후와 친해졌고, 이 과정에서 고종황제에게 땅을 받아 손탁호텔을 건립한다. 이 호텔은 당시 거의 유일한 서양식 숙소이고 손탁이 운영하였기에 대한제국이 망하기 전까지 유수의 외국인 인사들이 머물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를 헤이그 특사와 연결시킨게 이 소설이다. 시기는 1907년으로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누구나 조선의 명운이 얼마남지 않음을 직감하는 시기였다. 이런 과정에서 고종황제가 썼던 마지막 카드가 헤이그 특사였다.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회의에 특사를 파견하여 일본의 부당함을 알려 독립을 유지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소설에는 배정근이란 16세의 소년과 이화학당에 다니는 이복림이라는 동갑내기 소녀가 나온다. 배정근은 아버지가 돌아가서고 고종의 시위대 소위인 형의 소개로 손탁호텔에서 일하게 된다. 이복림은 서자이면서도 보수적인 아버지의 반대에도 이화학당에 입학하여 미국으로의 유학을 꿈꾸는 소녀다.

 배정근이 호텔에서 일하면서 호텔 일에 적응해나가던 때 이토히로부미와 이완용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이 묶은 후 갑작스레 손탁여사가 호텔에서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손탁은 중국의 청도로 향한다는 편지만을 남겨놓았는데 여러모로 이상한 정황이 많았다. 이에 배정근은 이상함을 느낀다. 그리고 손탁이 중국을 향한게 아니라 납치되었거나 어딘가에 은신했을 거라 생각하고, 영어가 가능한 이복림과 더불어 손탁을 찾아 나선다.

 복림과 정근이 만난 사람들은 손탁의 지인으로 대한매일신보를 만다는 베델과 선교사 헐버트였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손탁의 행선지는 알지 못했지만 어린 정근은 국제사회의 냉혹함을 알게된다. 조일수호통상조약을 맺은 미국은 가쓰라 태프트 밀약으로 이미 조선을 일본에 내어주고 필리핀을 얻었으며 조일수호통상조약의 상호방위 부분을 지적한 조선 조정과 헐버트의 항의도 묵살한 상태였다. 거기에 영국은 러시아만을 제지하느라 일본의 위험성은 알지못하고 일본과 협력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와 같은 남의 노름에 조선 백성들은 자신들의 처지도 모르고 차츰 나라가 일본에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손탁의 행방은 정근에게 더욱 중요해진다. 그리고 손탁이 가까운 궁궐안에 숨어있음을 알게 되지만 접근조차 쉽지 않다. 친러반일성향의 손탁의 거취는 일본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호텔내 일본첩자와 협력자들의 얽힘속에서 정근은 손탁을 만나고 손탁이 황제의 밀서를 이준에게 넘기려 함을 알게된다. 헤이그 특사의 시작인 것이다.

 정근과 복림, 손탁의 노력으로 우여곡절끝에 성공한 헤이그 특사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온다. 고종황제는 이토와 이완용의 협박으로 퇴위하고, 그 결과 손탁은 궁궐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거기에 시위대는 해산명령을 받아 정근의 형은 이에 저항하는 무력시위에 참여한다. 이나라에 더 이상 희망이 없고, 자신의 거취에 위협을 느낀 손탁은 정근과 함께 자신의 고향인 프랑스로 향한다. 

실제 역사는 손탁이 1909년에 호텔을 정리하고 한 조선인을 프랑스로 데려갔는데 이 아이는 프랑스에 정착해 프랑스인과 결혼하여 4남1녀를 두었다고 되어있다. 작가는 이 부분고 손탁의 역사적 위치를 이용하여 이 소설을 쓴 것이다.  재밌고, 안타까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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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뇌 - 인간의 뇌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프랜시스 젠슨.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 김성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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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k방송사의 한 예능에는 연애인들의 흑역사를 지워주는 코너가 있다. 지워주기 위해서 반드시 그걸 다시 본다는게 맹점이지만...... 하여튼 좋다. 내 흑역사를 지워준다면 다른 사람이 한번쯤 다시본들 얼마나 좋을까! 사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흑역사란 거의 반드시 있다.

 그리고 그 흑역사는 이상한 점들이 있는데 대부분 젊었을때 생긴다는 점이다. 10대이거나 아니면 대학시절이다. 물론 그후에도 있지만 이때보다 빈도와 심각성은 덜해진다. 거기다 사람의 뇌는 필요없거나 반복하지 않는 것들은 싹 삭제하기 마련인데 이놈의 흑역사는 잊을만한면 아무 맥락없는 상황에서 조차 다시 상기되어 결국 필요한 정보로 분류되 거의 영구히 저장된다는 점이다.

 마치 공소시효를 얼마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시효가 늘어나는 느낌이랄까. 이는 뇌가 과거의 심각한 잘못을 복기하고 후회하여 시뮬레이션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결정인데,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 부끄러움과 당황스러움이 잊혀지지 않으니 황망할 따름이다.

 하여튼 이번에 읽은 책은 10대의 뇌다. 우리말로 속칭 철이 아직 덜든 뇌. 그리고 그래서 갖은 위험한 짓과 인생을 망치는 무모한 결정, 그리고 이로 인한 흑역사가 마음껏 탄생하는 시기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런 것을 과학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풀어낸게 바로 이책이다.

 저자는 미국의 뇌과학자이기도 하지만 두 아들을 둔 어머니이다. 이혼해서 홀로 아아들을 키운듯 한데, 정말 순하고 착하던 천사같던 아들들이 10대가 되어 반항적이되고 엉망이 되어가는 모습은 저자에게 힘든 삶과 많은 충격을 던져주었던듯 하다. 그리고 돌아보니 그런아이들이 자신의 자식들만은 아니었다. 미국의 뉴스에 오르내리는 수많은 십대들은 매일 같이 흑역사를 넘어서 생사를 가르는 사고를 치고 있었다. 이는 10대 자신들의 스스로의 뇌에 대한 이해부족과 어른들의 10대의 뇌에 대한 이해부족이 병합하여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를 막기 위해 자신의 전공을 살려 10대의 뇌를 집중연구했고, 이에 대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쓴 것이다.

 

1. 10대의 탄생

 일단 어린이가 그런 것처럼 10대는 근대에 탄생한 개념이다. 과거 어린아이나 청소년은 어른의 축소판으로 취급되었으며 곧 노동력이었다. 산업혁명시기에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아 산업혁명이 전성기에 이른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고용된 아동의 수는 무려 200만에 달했다. 그런 10대가 특별 취급되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대공황때문이었다. 어려워진 기업들은 가장 약자이자 생산성이 떨어진 10대들을 우선적으로 해고했고, 이들은 집에서 할일없는 잉여인력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리고 이 시기 미국에서 공립학교가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할일없는 10대들은 자연스레 공립학교를 진학하기 시작한다. 사실상 어린시절에서 성년기로 들어가는 과정으로 10대가 개념화한것이다.

 

2. 미성숙한 10대의 뇌

 흔히들 10대의 뇌가 엉망인 것은 호르몬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잘 알려진 통념인데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성호르몬이 분비되어 청소년의 뇌에 많은 영향을 일으키지만 실제로 청소년 시기 분비되는 성호르몬의 양자체는 성인만 못하다. 다만 10대의 뇌가 이 정도 양의 성호르몬을 처음 접하기에 미쳐 내성을 갖추지 못했고, 이로 인해 잘 대응을 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10대의 뇌는 아직 성장기의 뇌로 뇌영역사이로 새로운 연결이 많이 구축되고, 수많은 화학물질과 뇌의 전령사인 신경전달물질이 모여드는 시기다. 이로 인해 이시기의 뇌는 유연성이 크고 성장가능성이 매우 크나 역설적으로 환경변화에 매우 쉽게 영향을 받기도 한다. 청소년의 뇌는 가장 바깥쪽인 회백질은 상당히 풍부하나 안쪽인 백질은 부족한 상태다. 백질은 정보가 뇌의 한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효율적으로 이동하게끔 돕는 배선이란 점에서 10대의 뇌는 사실상 각 부분의 성능은 매우 우수하나 이들의 통합및 연결이 취약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뒤부터 성숙하는데

뒤통수옆-시각겉질

마루옆-운동겉질, 감각겉질, 연합령

관자옆-감정과 성욕조절, 언어, 청각겉질

이마옆-집행기능, 판단, 통제, 충동조절

의 순이다. 10대 시절은 다른 옆에 비해 이마옆이 덜 성숙한 시기이며 이마옆은 인간 뇌의 40%를 차지한다. 10대의 뇌는 이마옆의 미성숙으로 사실상 80%정도만 성숙한 시기다.

 

3. 잘 흥분하는 10대와 10대의 뇌

 실제로 10대는 잘 흥분하기도 하지만 뇌도 잘 흥분한다. 하지만 의미는 좀 다르다. 뇌의 흥분은 뇌세포간에 연결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뇌가 잘 흥분한다는것은 자극에 대해 학습이 잘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물론 뇌는 흥분만 해서는 안된다, 학습과 정보가 넘쳐 홍수상태가 되기 때문에 억제도 필요하다. 성인의 뇌는 신경전달물질과 시냅스가 흥분과 억제의 기능이 균형적인데 반해 10대는 흥분성이 더 많다.

 또한 10대의 뇌는 관자옆 주변에 위치한 편도도 미성숙하다. 편도체는 성적행동과 감정적 행동에 관여하며 분노는 느끼는 자리이기도 하다. 때문에 여기가 미성숙하면 공포를 쉽게 느끼며 쉽게 분노하고 쉽게 성적으로 흥분하며 쉽게 감정적이 된다. 딱 10대다.

 

4.학습과 10대의 뇌

학습이란 시냅스과 활성화되거나 생성되어 신경전달물질이 잘 흐르는 상태가 구축된 것을 말한다. 뇌에는 글루타메이트란 물질이 있는데 이건 수용체를 열어 칼슘이온이 세포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게해 많은 분자와 효소들을 활성화하게 한다. 그리고 특정단백질과 상호작용하여 그 단백질의 형태와 행동을 바꾸게 한다.이 단백질은 다시 시냅스와 뉴런구조에 변화를 가져오고 활성을 강화하거나 줄여놓는다. 또한 기존의 단백질을 몇초 및 몇시간내로 바꾸거나 관련 유전자를 활성화하여 새로운 단백질을 바꾸기가지 한다. 즉 뇌가 학습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10대시절은 이 기능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이다. 그래서 회백질이 많아 장기증강이 잘 일어나고 이로 인해 학습능력이 매우 높다. 하지만 뇌의 학습효율은 정점을 달리는 반면 이마옆의 미성숙과 백질의 부족으로 연결성이 부족해 주의력과 자제력, 과제완수, 감정등에서 매우 비효율적이다. 뛰어난 말들을 부리는 계획적이고 인내심있는 마부가 없는 격이랄까.

 그래서 10대시절에는 마부역할을 할 멘토나 부모가 필요하다. 그들은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의욕만 앞서기에 항상 많은 수의 과제를 동시에 하려하며 멀티태스킹을 하려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에 사실상 멀티태스킹 기능은 없으며 1-2개의 과제만이 제한시간내에 처리가 가능하다.때문에 10대에겐 시간과 자원의 한계에 따른 일정정하기와 계획세우기가 꼭 필요하다.

 또한 10대의 뇌는 부정적인 정보의 처리가 미숙하다. 뇌는 성인의 경우라도 긍정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기능도 많다. 이래서 사람이 하지 말라는 것을 자꾸 하게 되는 것이다.

부정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이마옆에 분포하는데 이렇다보니 10대는 이 기능도 부족하다. 그래서 청소년에게는 항상 위험한 일과 잘못된 일을 했을 경우 생기는 결과와 그 교훈에 대해 상기시켜주는게 중요하다. 이런걸 잘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5-1. 10대의 뇌의 적 '수면부족'

인간은 어린 시절엔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이며 청소년기엔 늦게 깨고 늦게 자는 올빼미형, 그리고 성인이 되면 다시 종달새형으로 돌아간다. 이는 뇌의 변화때문인데 청소년기에는 그들이 가정에 속해있고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어른의 뇌 수면패턴을 강요받게 된다.

 이로 인해 10대의 뇌에는 수면박탈이 일어나게 된다. 이 경우 첫번째 문제는 뇌 발달에 좋지 못한 상황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뇌는 자라면서 어린아이때 갖고 있던 무수한 신경연결들을 가지치기하기 시작한다. 성장하면서 환경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을 남기고 다른 것을 솎아내는 거인데 이 과정은 수면중에서 일어난다. 가지치기는 뇌의 연결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것을 제거해 뇌의 학습용량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작업이다. 또한 수면은 학습내용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데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수면의 부족은 뇌의 발달과 학습능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셈이 된다.

 수면박탈의 또 다른 문제는 10대들이 이 졸림을 약물로 해결하려는 경향성을 띤다는 점이다. 약물에 관대하지 않은 한국에서조차 10대들이 시험기간에 고 카페인의 에너지 음료를 과다 복용해 생기는 사건이 종종 보도된다. 이런 약물 복용은 약물자체로 사망하거나 판단력이 미흡한 십대의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애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10대들에게 수면의 보장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0교시 금지와 9시 등교는 이런 10대의 수면패턴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수면의 보장을 위해 10대에게는 잠자기전 일정시간 동안 컴퓨터를 비롯한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방과후 집에서 해야할 일의 목록과 저녁의 일을 계획하는 습관을 갖춰주는게 중요하다. 또한 잠자리는 반드시 잠자는 용도로만 활용하게 해야 한다. 책을 보거나, 숙제하기. 간식먹기등은 잠자리에 들어서도 다른 일을 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잠자리에서는 잠만자는게 민간한 10대의 뇌에겐 중요하다.

 

 

5-2 10대 뇌의 적 '스트레스'

우리 몸의 스트레스 대응체계는 사싱하부-뇌하수체-부신으로 연결되는 축이다. 서로 스트레스에 대해 신호를 주고받으며 이에 대응하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다만 청소년의 뇌는 이 시스템이 성숙해가는 과정으로 뇌에서 정상이상으로 분비되는 코르티솔 때문에 이 시스템에 조절장애가 생겨 임상적으로 항상 우울한 상태에 빠지기 쉬워진다.

 거기에 앞서 말한 편도체가 미발달했으면서도 활성은 높게 되어 있어 공포를 잘 느끼고 쉽게 불안해한다. 이는 불안장애로 이어져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학습에 악영향을 끼쳐 장기증강이 저해되고, 시냅스 연결성이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10대는 이 스트레서를 잘 처리하지 못하는데 이는 자신의 통찰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도움을 받을만한 또래도 역시 뇌가 미 발달해 적절한 피드백이나 경고신호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10대의 스트레스 해소엔 역시 멘토나 어른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5-3 10대 뇌의 적 '중독'

 중독은 엄밀히 말해서 특수한 형태의 기억이다. 학습처럼 시냅스 증강과 장기증강이 일어난다. 다만 그 작용이 기억을 관할하는 해마가 아닌 보상회로인 중격의지핵과 배쪽뒤판구역에서 일어난다.

 하여튼 10대의 뇌는 학습능력이 높다보니 자극에 워낙 민감해 잘못된 행동이나, 흡연, 음주, 약물등에 쉽게 중독이 된다. 문제는 이런것들이 과도해져 중독이 심해질 경우 몸과 뇌에 주는 타격이 성인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비가역적이라는 점이다. 여러 동물실험결과는 중독에 빠진 어린 쥐가 성인쥐보다 중독이 심하고, 뇌의 손상과 반응이 크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5-4 10대 뇌의 적 '물리적 충격'

뇌는 보호를 위해 두개골에 둘러쌓여있으며 안에서는 척수액에 의해 둥둥떠다니며 보호를 받고 있다. 뇌진탕이란 뇌가 외부의 충격으로 크게 흔들리며 척수액의 보호에도 불구하고 두개골에 부딪혀서 발생한다. 이 충돌의 큰 경우 사람은 기절하거나, 간질 및 발작을 일이킨다.

 뇌진탕이 일어나면 칼슘과 칼륨이 대량 발생해 뇌세포를 손상시키는데 이들을 배출하기 위해 뇌는 대량의 포도당을 사용해야 하고 이로 인해 에너지 부족으로 학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칼슘은 뇌혈관을 수축시켜 포도당 분해를 방해하고, 칼슘과 칼륨이 유입되면 뇌가 부풀어오르면서 혈관이 더욱 심하게 수축되어 뉴런과 단백질도 손상을 입게된다.

 문제는 10대의 뇌는 이 충격에 더욱 취약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많은 청소년들이 미식축구를 하는데 미식축구에서 가해지는 충격량은 30-60g에 달하며 심할 경우는 100이상에 달하기도 한다. 뇌진탕이 일어나는 충격량은 90-100g이며 이로 인해 미식축구를 하는 청소년은 쉽게 뇌진탕에 빠진다. 하지만 뇌진탕이 일어나도 손상은 뇌의 구조의 파괴가 아니라 세포수준으로 일어나며 이로 인해 관측및 진단이 어렵다.

 하지만 증상은 남아 뇌진탕후 학습이나 감정조절이 어려워지거나 기억에 큰 손상을 입는 10대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증상후에도 진단이 되지 않아 여전히 보호 받지 못하다 2차 충격을 입는 경우는 손상이 더욱 커진다.

 독특하게도 여학생의 뇌는 남학생의 뇌보다 물리적 충격에 더욱 취약했다. 여학생일수록 더욱 보호받아야할 이유다.

 

6. 서로 다른 10대 남여의 뇌

보통 남자의 뇌는 체계형 뇌로 위계질서와 운동, 공간에 민감하며, 여자의 뇌는 공감형 뇌로 공감과 사회성, 멀티태스킹에 유리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차이를 말한다. 바로 좌우 반구의 사용이다.

 같은 작업을 시켜 놓고 10대 남여의 뇌를 관찰한 결과 남자의 뇌는 반구간의 연결성이 상대적으로 미흡했고 과업 해결에 있어 한쪽 반구만을 사용하여 해결하는 경향을 보였다. 언어문제라면 좌뇌만 예술문제라면 우뇌만 사용한 것이다. 반면 여학생의 경우 문제해결에 있어 뇌량이 잘 연결되어 좌우 반구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여학생의 뇌가 좌우 연결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경향은 어릴적부터 나타난다.

 또한 양 뇌는 정돈능력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10대는 전체적으로 정돈능력이 부족한데, 보다 나은 여학생이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학습하는데 유리했다. 때문에 저자는 미성숙한 시기에 한 두번의 테스트로 인생을 결정짓는 시험을 조기에 치루는 것에 반대한다. 특히 남자아이게에 이런 체제는 많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10대의 뇌 뿐만 아니라 뇌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배울 점이 있었다. 10대부모라면 어느정도 필독서 느낌이다. 책에 개발도상국에사는 10대의 뇌는 보다 빨리 성숙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환경이 뇌는 빨리 성숙시킨 셈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실제로 소년소녀 가장이나 어려운 가정의 형제자매들을 빨리 성숙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만큰 뇌가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숙할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에 그 만큼의 잠재력을 상실한다는 생각도 든다.

 10대의 뇌가 이토록 그시기에 취약하고 성장가능성이 높고 유연한 것은 아무래도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력을 높이려는 진화의 산물일 것이다. 물론 진화는 흑역사의 생성과, 아예 그로인해 개체가 죽어버리는 부작용까진 생각치 못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없도록 10대와 그들의 뇌는 존중받고 이해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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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리스타트 에디션 - 『수짱의 연애』x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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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마스다 미리 작품을 처음 봤다. 만화라 금방 읽을 수 있었지만 다시 한번 보고 싶고, 생각과 고민도 하게되는 작품이었다. 이번 리스타트 에디션에는 츠치다와 수짱 두 명의 고민을 묶어 담았다. 내용도 츠치다의 이야기에서 수짱으로 거의 바로 이어진다. 반대로 봐도 상관은 없을 듯 하다.

 츠치다는 33세의 일본 남자로 서점에서 일한다. 동경에 살고 있는데 서점에서 일한지는 어느덧 7년째다. 대학을 나왔다면 그 이후로 서점에만 쭉 있었던 셈이다. 6년째 솔로상태인데 책을 좋아하지만 많이 읽지는 않은 듯 하고, 결혼에 대한 욕구는 제법 있어보이지만 적극성은 다소 부족한 그런 상태다.

 책을 좋아하는 건 정작 큰아버지인데, 츠치다의 백부님은 병에 걸려 죽는다. 이 큰아버지 보통사람이 아닌게 자신이 죽을 고비임에도 설령 힘이 다해 읽지는 못할 지언정 책이 놓여있으며 조카들에게도 항사 생일선물로 책을 주었다. 거기에 문병오는 사람들에게 비통함을 보고 싶지 않아서인지 농담에 대접도 오히려 잘한다. 보기 좋은 삶이다.

 하여튼 츠치다는 큰아버지가 죽고나서 연애전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츠치다는 삶을 공허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어느서 매일 일하고, 원룸에 혼자 돌아와 밥을 먹고 다음날 나가는 삶이 쳇바귀 같아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연애도 시작하고, 서점일도 더욱 적극적으로 한다. 그런다고 월급이 느는것도 아니고 일만 많아진다는 동료의 핀잔에도 말이다. 연애가 좀 문제였긴 한데 정작 미팅에서 맘에 드는 사람은 이미 짝이 있었고, 수짱이란 썸녀가 있음에도 아요이를 만나기 사작했기 때문이다.

 수짱은 츠치다보다 나이면에서 더 심각하다. 어느덧 37. 일본이 만나이를 씀을 감안하면 전세계의 유일한 한국의 세는 나이로는 이미 38-39일터다. 그야말로 내일 모레 마흔인데 남의 일같지가 않은게 아니라 남의 일같다. 어쩌면 41인 다른 솔로 친구가 있어서일지도.

 수짱은 카페점장을 했었고, 거기서 가까운 서점에서 일하는 츠치다가 자주 밥을 먹으로와 살짝 썸을 탔다. 하지만 거기까지. 서로 소심한지라 용기를 내지 못한다. 츠치다는 카페를 그만두고 어린이집에서 조리사로 일한다. 요리만드는걸 좋아하고 여러 아이를 대하며 살아간다.

 여자로서 한해한해 나이를 먹어가며 아이가 없는 삶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지만 아이들을 보며 여러 인생이 있고, 나의 인생도 그 여러 인생중 하나란걸 생각하기 시작한다. 인생의 답은 없고, 불안도 어찌보면 정말 나에게서 기인한것이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짱은 불안해하고 츠치다를 좋아하면 결혼하고 싶어한다. 집에서의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가족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라는 수짱의 생각은 그래서 나온건지도 모른다. 츠치다와 수짱은 츠치다가 이미 애인이 있음에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츠치다는 수짱은 좋아하는게 분명해보인다. 아요이는 어떻게 될까나.

 고령화와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의 저하, 개인의 자유등이 강조되며 결혼은 선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직은 결혼하고 가족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지라  사람들은 결혼과 가족, 아이가 없는 삶을 두려워하고 걱정한다. 수짱과 츠치다도 그렇다. 인구구조가 우리보다 한발 빠른 일본에선 그게 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비슷한 사정이라 수짱과 츠치다의 고민에 공감하는 한국인이 많을 듯 하다. 역설적이게도 가족을 가진 자도 고민한다. 자신의 사라진 시간과 자유를 걱정하며 육아로 인해 자신이 쌓아올린게 무의미하고 허물어질까 고민한다.

 그래서 결혼한이와 결혼하지 않은 이들은 서로를 부러워하면서도 저렇게 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러워한다. 재밌는 일이다. 아직은 통념상 그리고 숫자상 결혼이 우위인 사회지만 3-40년후 그 수가 역전되면 어떠할까. 결혼을 더욱 희소하고 부러워하게 될까, 아니면 매우 어리석은 선택으로 여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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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가토 요코 지음, 윤현명 외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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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0여년전 우리의 역사는 굴종과 아픔, 아쉬움이 가득찬 역사였다. 절대적 피해자로서 우리는 그 역사를 기억하며 절대적 가해자로서 당시 일본을 규정한다. 더군다나 일본은 당시 식민지로서 전쟁에 강제 동원되었던 우리나 중국 등의 아시아 주변국들에 대한 가해자로서의 인식은 지나치게 부족하다. 반면 스스로가 전쟁을 일으킨 자임에도 피해자로서의 인식은 어이없게 과대해 더욱 우리와 아시아 각국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런 그들이 메이지 유신서부터 2차대전의 패망까지 어떠한 길을 선택했는지를 비추어주는게 이번에 본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이다. 일본인이 자신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절대적 가해자로밖엔 그들을 인식할 수 없는 한국과 한국인인 나에게 재밌고 신선한 책이었다. 그리고 물론 신선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선택이 그럴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와 피동적 입장이라는 이야기엔 절대 공감하거나 이해해주긴 어렵다.

 이건 남이 나를 칠것 같기에 먼저 공격했다라거나 내가 먼저 저놈을 꼬봉으로 삼지 않으면 다른 놈이 꼬봉으로 삼을게 뻔하기에 내가 먼저 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인정해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책은 청일전쟁시기부터 시작한다. 1876년 우리는 강화도에서 일본에 의해 역사상 최초로 불평등조약을 맺고 개항했기에 당시부터 그들이 무척 강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보단 모든면에서 개화에서 월등했지만 일본은 여러 열강과 맺은 불평등조약에 허덕이고 있었고 아직도 중국을 두려워하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능력에 자신이 없는 국가였다.

 또한 메이지 유신은 이루어졌으나 사쓰마 번과 조슈번간에 내전에 가까운 다툼이 있었고, 주요 인사들도 이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암살되는등 사회적으로도 다소 혼란했다. 서구열강에게도 아직은 인정받지 못해 무역아니 불평등조약을 통한 착취의 대상이거나 중국과 러시아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 이를 지정학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부류일 뿐이었다.

  당시 일본의 지배층은 오스트리아 슈타인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았는데 슈타인은 이익선과 주권선이란 개념을 주창했다. 주권선은 한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말하는 것이며 이익선은 보다 폭넓은 것으로 나라의 존망과 관련한 외국의 상태를 의미했다. 당시 일본에게 이익선은 조선이었다. 일본의 세력들은 당시 제정 러시아가 극동으로 진출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였는데 러시아가 시베리아 철도를 완성하면 만주와 한반도가 사실상 러시아의 세력권으로 들어오게 되고 러시아가 장악한 한반도의 원산항을 해군기지로 삼으면 다음은 자신들의 순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을 갖고 있었다. 이런 일본에게 선택은 두가지 였다. 조선을 누구도 차지 할 수 없는 방패막이로서 중립국화하거나 자신들이 차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러시아는 한반도에 세력을 미칠 상황은 아니었고, 이에 일본은 청과 대치한다. 청은 과거 화이질서에 속한 조선이나 베트남등에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시대가 급변하며 정책이 군사적으로 바뀐다. 청은 조선에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군대를 보내 이를 제압했고, 그 수장인 대원군마저 데려가는 강수를 보인다. 이로 인해 조선내 일본 세력이 급격히 수축하자 동학농민운동을 계기로 일본은 무리수를 둔다. 조선조정은 어리석게도 동학을 진압할 힘이 없자 청에 파병을 요청했고, 일본은 조선에 군을 보낼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 바로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다. 뒤늦게 조선조정이 동학군과 화약을 맺었음에도 양국은 충돌했고, 결과는 일본의 승리였다.

 일본은 이 승리로 청으로부터 막대한 배상금과 여러개항장, 타이완, 펑후제도, 요동반도를 얻지만 일본의 영향력이 중국에 지나치게 확대되는걸 염려한 영국과, 러시아, 프랑스의 간섭으로 요동반도를 빼앗기고 만다.

 이로 인해 일본내에서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은 커지게 되었으며 일본은 배상금을 군비확장에 이용하게 된다. 반면 조선과 청에서는 말한마디로 일본을 굴복시키는 러시아를 보며 일본의 견제를 위해 러시아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중국은 러시아의 만주지역 철도 건설에 적극협조하였고, 조선은 정권차원에서 친러성향이 두드러진다. 그 결과 일본은 조선에 을미사변을 일으켜 일국의 황비를 암살하는 초유의 테러를 일으키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일본은 열강의 하나인 러시아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 러시아의 요구는 일본에 좌절을 안겨주었고, 이는 선제공격으로 이어지는 개전결심을 불러온다. 일본은 러시아로 인해 당시 만주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확고히 하고 싶었다. 러시아 역시 한반도 보다는 만주에 관심이 많았다. 둘의 입장은 이렇게 이해되는듯 했지만 러시아는 대한해협을 비롯한 일본의 주요 해협에 대한 통과권과 한반도 이북에 대한 중립화를 요구했다. 이는 당시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또한 러시아의 남하를 우려한 미국과 영국의 협조, 그리고 새삼 러시아의 위협을 느낀 중국의 중립화로 일본은 전쟁을 결심한다. 일본은 중국과는 다른 러시와의 전쟁으로 더 큰 피해를 보는 승리를 거둔다. 이로 인한 자신감도 상승하고 지위도 올라갔으나 러시아는 중국과는 달랐다. 재정적 손실이 컸던 일본은 청의 경우처럼 배상금과 전승국으로서의 요구를기대했으나 러시아의 짜르는 가볍게 이를 묵살한다. 러시아를 무력적으로 침공하거나 위협할 능력이 없는 일본으로선 요구를 더 지속할 수 없었다.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본 승전이었다.

 그리고 10여년후 세계1차대전이 발발한다. 일본에겐 호기였다. 일본은 유럽의 열강에 전쟁물자를 팔아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변모했고, 독일에 선전포고해 남양군도와 산둥반도의 조차지와 철도권, 만주지역의 철도권을 얻는다. 물론 이조차 쉽진 않았다. 중국내로 지나치게 세력을 확대하는 것을우려한 영국이 일본의 참전에 많은 제한을 걸었고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일본내에선 미국과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 생겨난다.

 1차대전을 정리한 파리강화회의에선 더한 일이 일어난다. 파리강화회의에서 전승국임에도 미국과 영국인 일본이 중국내에서 권익을 누리는 것에 강한 비판을 한다. 또한 강화외의중 한국에서 일어난 삼일운동이 널리 알려지며 일본의 가혹한 식민통치가 세계적으로 비판받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일본은 강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해양세력인 영국이 극동아시아에서 세력을 확장하려는 일본에 잠재적인 적국으로 느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만주사변이다. 일본은 사쓰마번과 조슈번의 내전이후 희안하게도 정치세력과 군사세력이 하나로 일치하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이후로 군사세력이 정치세력으로부터 상당히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되었는데 이게 결국은 2차대전까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일본 군부는 정치세력의 판단을 무시하고 독단적이고 무모하게 움직이기 일쑤였다. 놀랍게도 그 과정에서 하극상은 물론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인이나 상관을 살해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만주사변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전체의 판단이라기보다는 만주 관동군 일부의 판단이었다. 물론 그들은 3년이상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들은 스스로의 철도를 폭파한후 중국군의 소행으로 조작하여 전쟁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들만의 판단이고 나머지가 이를 따르지 않았다면 지속을 불가능했다. 군부의 상관들은 이들의 하극상을 묵인하거나 협조했고, 당대의 조사에 따르면 도쿄대학의 학생들 상당수가 전쟁에 동의했다. 당대 최고 지식인들의 수준이나 윤리성이 그정도였다. 이는 야당이나 좌파세력도 마찬가지였다. 본래 전쟁에 반대하던 그들은 여론의 절대다수가 전쟁에 동의하자 전쟁엔 찬성하되 전쟁 참여인력의 직장이나 자위를 보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만주사변의 승리로 만주국이 성립하며 이는 주지하다시피 일본의 괴뢰국이었다.

 고삐가 풀린 일본의 군부세력은 중일전쟁도 일으킨다. 재정러시아에서 소비에트로 변한 소련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고, 미국이 태평양으로 세력을 본격적으로 뻗기전에 동아시아의 패권을 완성한 속셈이었다. 거기에 중국을 얕보기도 했다. 만주사변에서 그들이 보여준 저항이 형편없었고, 중국은 공산당과 국민당의 내전에, 국민당 자체에서도 반군세력이 있어 자중지란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군부는 중국의 광대한 영토에도 중심경제지역을 빼았아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것 같다. 하지만 장제스는 주요 핵심지역을 모두 상실하면서도 지휘권을 잃지 않고 장기투쟁했으며 국공합작이 한계가 많았지만 이루어졌다. 또한 일본을 견제하는 독일과 미국, 영국의 지원이 이루어졌고, 홍콩그리고 여기가 봉쇄된 이후엔 버마나 베트남을 이용한 지원이 이루어지며 중일전쟁은 장기화한다.

 이 상황에서 유럽에 2차대전이 터진다. 1차대전때처럼 일본의 정치세력들은 초기에 이를 관망한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독일이 빠르게 유럽을 장악하고 미국은 관망하며, 러시아는 독일과 불가침조약을 맺어 사실상 저항세력이 영국만 남게되자. 일본의 생각을 달라진다. 이 기회에 영국 프랑스등의 식민지를 차지하고 자급자족적 총력전이 가능한 대동아공영권을 완성할 욕심을 갖게 된 것이다. 전력에 대한 판단 착오도 한몫을 한다. 당시 일본은 수십년간에 전쟁으로 항상 국력대비 군사력이 최대화 되어 있었다. 자신들이 그럼에도 전쟁에 수동적이고 고립적이던 미국의 군사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미국의 잠재력을 우습게 본 것이다.

 거기에초기 기습으로 영국과 미국의 태평양 함대를 격멸하고 그들이 전열을 다듬는 사이 태평양 지역을 석권하고 방어전을 펼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미, 영과 태평양 지역의 지배권을 인정받는 협상이 가능핟고 생각했다. 애초에 완전히 이길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과 미국은 일본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직접 침공이 어렵고 당시 일본의 국력으론 어림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판단으로 일본은 진주만을 기습공격한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은 일본의 공격에 무방비였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영국과 미국은 일본의 태평양 지역에서의 선제공격을 예상하고 있었다. 진주만은 깊지 않은 바다였는데 수심이 12미터였다. 당시 공격기가 함대를 공격하는 방법은 비행하여 폭탄을 선상에 떨어뜨리거나 원거리서 어뢰를 투하하는 방법이었다. 전자는 함대의 강한 포격과 기관총소사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으며 어뢰는 수심 500m정도에서 서서히 올라와 함대를 공격하는 형식에어서 수심이 얕고 함대가 모여있는 진주만은 이 같은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고 미국은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조종사들은 중일전쟁으로 단련된 이들이었다. 진주만의 환경을 고려해 3달간의 연습으로 12m 수심에 어뢰를 투하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진주만의 태평양함대는 격멸된다. 이는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뽑은 겪으로 정신을 차린 미국은 막강한 국력과 자급자족이 가능한 막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태평양과 대서양 양쪽에서의 전쟁을 수행해간다. 미국이 총력전에 돌입하자 그들의 생산력은 일본의 수십배에 달하기 시작했으며 전쟁막바지의 양국의 전력차는 무려 20배에 달하게 된다.

 100년전 일본은 전쟁국가나 다름없었다. 현대 미국이 그러한 것처럼 일본은 지역의 패권을 얻기 위해 청일전쟁, 러일전쟁, 1차대전, 만주사변, 중일전쟁, 2차대전을 차례로 일으키거나 참전하며 거의 10년에 한번 전쟁을 수행했다. 책에 등장한 것처럼 그들은 피해를 얻거나 당하기 전에 선공하여 피해를 막는 식으로 식민지를 확장하거나 전쟁을 수행하였고, 그래서인지 가해자로서의 인식이 매우 미약했다.(물론 책의 저자는 아니다. 그는 을미사변과 삼일운동, 제암리사건, 관동대지진을 모두 잘 인정한다.) 문제는 이 같은 시각이 현대일본에도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웃과의 협력과 연대를 통한 지역의 평화보다는 지역을 장악하거나 넘어서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지역안정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어떤 분야든 탈아시아를 외치는 것이 그러한 생각의 대표적 표상이라 생각한다. 이런 이웃과 평화와 연대에 기초한 지역의 안정성을 추구해나가는 것. 매우 힘든 우리의 과제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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