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 - 제3기 진보 교육감 시기의 학교정책 한국교육연구네크워크 총서 8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지음 / 살림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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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관련 책은 늘 재밌고 새로운 영감과 경험을 준다. 하지만 주요 저자가 현장전문가인 교육자이다 보니 실용성과 현장적용성은 높지만 간혹 철학이나 비전면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 책은 그런 아쉬움을 덜어준다. 모두 교육전문가들이 학교교육의 개선을 위해 분야별로 논문 성격의 글을 모은 것이기 때문이다. 모음글이지만 전체가 인상적이었는데 몇가지 주제를 모아 정리했다.

 

1. 학교 교육 제4의 길

현대 교육은 변화의 제4의 길을 앞두고 있다. 제1의 길은 2차대전 이후 그에 대한 반항으로 전 세계적으로 진보의 물결이 뒤덮었던 시기다. 교육도 이에 영향을 받아 단위 학교에 많은 재정지원과 시설투자가 이루어졌으며 교육도 의외로 학생중심의 진보적 성향을 띄었다. 하지만 관 위주의 행정이 경직성을 띠고 투자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과 사회경제적 변화도 이루어져 제2의 길로 변화가 이루어진다.

 제2의 길은 시장주의적 교육으로 학생의 서열화와 평가를 통한 교사와 학교평가가 주를 이룬다. 교육지원 또한 학교나 건물에 무작위식으로 지원을 하기 보다는 바우처나 차터스쿨등으로 지원을 하는 형태로 변모한다. 지금의 한국 교육이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형태다. 하지만 경쟁이 효율을 낳을 거란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경쟁은 교사와 공적교육의 질적 하락을 불렀으며 교육의 비인간화와 수단화의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한 반발로 제3의 길이 시작된다. 시장교육과 공교육 중심의 절충안이 제 3의 길이었다. 하지만 어설펐다. 절충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시장중심의 교육이 여전히 중심원리로 자리잡았으며 제2의 길의 폐해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교육 제4의 길이다. 교육에서 시장원리를 버리고 공적 투자 기반 공교육 강화를 시도하는 교육개혁이다. 공립학교에 재정을 마련하고 공평하고 배분된 양질의 교육과정과 교직을 위한 평등한 플랫폼의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육자의 전문성을 강도높게 강화하고 이를 통해 학습자에게 수준 높은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자 하는 게 목표다.

 저자는 한국의 교육은 제2의 시장주의적 길과 좌우노선 균형을 추구하는 제3의 길 중간쯤에 위치한다고 보며, 혁신교육을 주창하는 진보교육청은 제3의 길과 제4의 길 중간정도에 위치한다고 본다.

 

2. 교장제도의 변혁

한국의 교육법을 살피면 한 때 독소조항으로 교원은 교장의 지시를 따라 업무처리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교육단체의 노력으로 이 악법은 오래전 없어졌지지만 아직도 단위학교에서 교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의 휘두른다. 실제로 법에는 교장은 학교교무를 통솔하는 유일한자로 지위가 인정된다.

 현재 학교는 많은 민주화의 노력으로 여러 위원회가 설치되고 교원회의와 학부모회의, 학생자치를 권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장일뿐이다. 학교의 교육 3주체중 유일하게 법적으로 학교운영에 의사결정권을 가진 자는 교장이 유일하다. 위에 언급한 위원회는 교장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건의할 수 있을 뿐이며, 교장의 의견을 꺽고 그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때문에 책은 교장권력의 약화와 권력의 분배를 위해 교사교무회의나 학부모회의 등에 법적으로 의결권을 주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교장제도 자체의 변화도 요구한다. 한국의 교장은 거의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격증제이다. 즉, 지금의 승진제도를 밟아 자격을 취득한자만이 교장이 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전문직종인 의사나 검사, 법관 등의 여러 직종에서도 상급직은 자격증제가 아닌 보직제에 불과하다. 이들이 병원장이나 검사장으로 승진한다고 해도 별도의 자격증은 필요치 않다. 하지만 교장은 다르다. 교사가 교장이 되기 위해선 자격증이 필요하며 이는 상당히 패쇄적 구조를 불러온다. 지금의 승진제도는 승진을 위한 가산점이나 연구점수를 취득하여 승진하는 형태인데 문제는 이 점수들이 학생의 교육과 교사의 교육력을 전혀 보증하지 않으며 현 교장에게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보직을 받아야만 딸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교사가 승진하는 과정에서 학생교육을 멀리하고 자신의 역량을 행정이나 교장에게 잘 보이려는 형태로 집중하게 됨을 의미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승진한 교사는 학생중심교육보다는 행정과 치적 위주의 교장이 될 가능성이 높이지게 된다.

 때문에 책은 교장승진제를 전면 개편하고 교장선출보직제나 교장공모제의 실천을 주장한다. 교장선출보직제는 교내 교사들의 투표나 학부모 학생의 의견을 반영해 교내 교사들중 교장을 선출하는 제도다. 임기는 2년에 중임이 가능하며 임기를 마치면 평교사로 돌아간다. 공모제는 자격증을 갖추지 못한 교사나 다른 직종의 사람을 교장으로 선출하는 제도다.

 

3. 학교 공간의 변화

학교 공간이 감옥과 유사하고 안전에 취약하며 구조가 모두 같음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학생 수 대비 면적이라는, 즉 적정규모에 대한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과거 콩나물 교실이란 말도 학교의 작음보다는 오히려 학생수가 지나치게 많음을 떠올리게 했다.

 책에는 학교가 유일하게 적정 규모에 대한 객관적 기준과 최소 설비 기준이 없는 건축물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학교는 단위면적당 생활밀집도가 가장 높으며 이용자인 학생이 가장 오래 머무르기까지 하는 곳이다. 설상가상으로 거기에 저렴하기 까지 하다. 타 공공기관 건물에 비해 단위면적당 학교에 책정되는 건축비는 현저하게 적다. 심지어 교도소보다도 적다고 한다.

 때문에 책은 우리도 학교 급별로 배움과 돌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적정 규모의 표준을 제시하고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학급을 위한 공간규정은 있는편인데(학급당 학생수 규정이 있다) 학생 자치나 학생 휴식을 위한 공간규정은 전무하다.

 이처럼 학교는 좁지만 구조를 보면 더욱 답답하다. 학교 공간은 70%가 폐쇄형공간이다. 교실을 생각하면 된다. 오직 30%정도가 개방적인데 복도나 연구실등의 공유공간이 그것이다. 폐쇄공간을 가변적 개방공간으로 바꿀때 학교교육에서 협의와 토론이 발생하고 민주성도 높아질 것으로 책은 보고 있다.

 책은 혁신적인 학교 교육환경의 조건으로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는 학교, 안전하며 배움을 지원하는 학교, 정서적 안정과 휴식공간을 갖춘 학교, 유비쿼터스 시대를 지원하는 학교, 확대와 변형이 자유로운 개방된 학습공간을 갖춘 학교, 개별화된 배움과 협력문제해결을 지원하는 구조를 갖춘 학교를 제시한다. 정말 구글 본사같은 그런 개방적이고 지원적인 구조를 갖춘 학교가 가까운 시일내에 꼭 등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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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31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새해인사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내일이면 2019년이 시작됩니다.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들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연말, 행복 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닷슈 2018-12-31 22:30   좋아요 1 | URL
무슨 말씀을 좋은 이웃이 되어주셔서 제가 다 영광입니다. 좋은 새해를 맞이하시고 항상 알라딘은 밝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김보통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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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인 김보통씨는 자신이 보통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보통사람이 아닌 것을 깨닫고 보통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 노력은 이전에 보통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만큼 피나고 지난한 것은 아니지만 심적으론 더 괴롭고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이었다. 어쨌든 그는 어느 정도는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 이젠 이름처럼 보통이 된 것 같고, 그것도 아니면 보통이 되어가는 것은 분명하기에 이런 책을 냈다.

 김보통씨가 보통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남들처럼(한국에선 모두 죽어라 하기에 남들만큼은 정말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었고 그는 그걸 해냈다. 그리고 그는 고통스런 회사생활을 통해 자신이 생각한 보통이 보통이 아님을 깨닫는다. 나중에 보통이라 생각한 것은 한번 뿐인 나의 생을 그저 내가 원하는대로 생각하며 느끼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었으며 이를 위해선 퇴사란 결심히 필요했다.

 보통씨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무려 2평공간에 4식구가 부대끼는 그런 집에서 살았다.(이 정도면 군대에서 개인에게 허용하는 공간과 비슷할 것 같다. 그것도 오직 잘때만.) 부모님은 방앗간을 했는데 그럭저럭 굴러가던것이 아이엠에프를 맞아 자빠졌다. 그는 한때 그림을 그리고도 싶었는데 아버지의 묵살에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한다. 중학교까진 공부를 못했던 것 같은데 고등학교에 반전이 이루어졌는지 그는 좋은 대학을 간 것같고 이를 바탕으로 20대에 대기업에 들어간다.

 오직 그것만 보고 그것만 있는 줄 알았기에 만족했고 신입사원 연수를 통해 애사심도 커졌다. 하지만 정해져 있지 않은 출근시간에, 월단위 , 주단위, 일단위로 쪼개져 들어오는 실적의 압박, 그리고 과음과 군대를 방불케하는 상명하복식 문화에 지쳐간다. 그는 4개월만에 회사를 그만두려 했지만 아버진 4년만 버텨보라고 한다.

 회사의 비인간성은 지나쳐 보통씨의 아버지가 암이 재발해 투병중임에도 임직원인 상무가 참가하는 회식에 나가야 했고 거기서 질질 짜는 모습을 상무가 발견한 후에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회식엔 위암 투병을 막 마치고 돌아온 과장도 있었다. 그래서 4년이 지나가 보통씨는 회사를 그만둔다. 남은 유급휴가를 회사에서 주는데 그냥 돈만 받으면 될 것을 보통씨는 오키나와로 향한다.

 왠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면 답이 얻어질 것만 같은 많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를 믿지 않으면서도 그냥 답이 생길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몇주간의 체류에도 답은 없었고 퇴직금을 쏟아부어 작은 도서관을 차리려던 계획도 모두 실패한다. 별로 노력도 없긴 했다. 그러다 생각난게 그림이다. sns에 그림을 올리고 좋아요를 몇개씩 받다가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기 시작했다.

 그게 입소문이나서 만화를 그리게 된다. 만화가에선 당시 미생에 히트하여 회사원만화를 그려주길 원했지만 회사가 지옥같았던 그는 그걸 그리기 싫었다. 아버지 때문인지 암환자 만화를 그렸고 그게 히트를 쳤다. 그래서 그는 보통에서 나와 진짜 보통이 되어갈 수 있었다.

 그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자기가 보통이 되어가는 과정을 힘들게 그렸지만 이런 그도 그림이나 감성에 관해선 보통이 아니기에 사회의 도움이 없는 개인적 탈출에도 보통이 될어 갈 수 있었다. 힘이 없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과연 그게 가능할까라는 점에서 힘이 될수도 안될수도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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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작전 - 서구 중세의 역사를 바꾼 특수작전 이야기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박용진 감수 / 프시케의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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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대담한 작전'은 하라리의 인류문화 3부작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자 나온 책이다. 사실 '사피엔스' 이전에 쓴 논문같은 느낌의 책인데 하라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호모데우스'와' 21세기를 위한 제언' 사이에 책이 출간되었다. 그냥 점만 찍어만 두었다가 우연히 보게되었는데 그의 인류문화 3부작과는 확연히 달랐다. 우선 이책은 그냥 역사책이다. 그것도 일반적이지 않고 매우 좁혀진 특정시기의 특별한 전쟁방식을 다룬다. 

 그것은 바로 특수작전이다.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보는 무슨무슨 특공대 뭐 그런 것들이다. 이런 특수작전은 과거에도 있었으며 하라리가 주제로 삼은건 1100년에서 1500년까지만이다. 특수작전은 소규모 인원으로 상대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기에 쓸모가 있는데 주로 상대의 기지나, 중요한 인물, 생산시설등을 파괴함으로써 상대에게 큰 타격을 입힌다. 전쟁시 특수부대가 적의 후방에 침투하여 적 군수뇌부를 제거 및 납치한다던가, 적의 핵무기를 파괴하거나 탈취한다던지, 아니면 군수시설을 파괴하는 것들이 특수작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세에는 적의 기지를 파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지금처럼 폭탄이나 미사일이 없기 때문이다. 활이나 화승총으론 적의 기지에 흠짓을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생산시설의 파괴도 문제였다. 역시 활이나 화승총으로 뭔가 큰 것을 부수기 어렵다는게 문제였고, 중세는 지금같은 대규모 생산시설이 없고 그나마도 분산되었기에 파괴의 의미도 없었다. 남은 것은 주요 인물의 암살이나 납치인데 이것만은 매우 유효했다. 활이나 화승총 정도의 무장으로도 가능하며 효과도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대담한 작전의 특수작전은 대부분 적 수뇌부의 암살및 납치다. 1부에서는 이 시기에 등장했던 다양한 특수작전의 예들이 번잡하게 등장한다. 그려려니 하면서 읽힌다. 2부가 좀더 재밌는데 여기부턴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책이 다루는 시기 유럽에서 있었던 중요한 전쟁인 십자군 전쟁과 백년전쟁, 프랑스 통합전쟁, 합스부르크가와 프랑스의 패권대결이 여기에 등장한다.

 중세에서는 다들 특수작전의 효과에 공감하면서도 상당히 조심스레 실행했어야 하는데 이는 중세 특유의 기사도 정신때문이었다. 이 기사도 정신은 정정당당함에서 비롯되는 명예를 매우 중시하고 그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였기에 특수작전은 비교적 금기시되었다. 명예를 잃는 다는 것은 실용적 입장에서 본다면 별것 아닌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당시 중세 유럽에선 그렇지가 않았다. 왕이든 귀족이든 자신이 직접 다루는 병력 기반은 대개 취약했고 부족한 부분은 용병을 쓰거나 동맹이나 휘화의 귀족 병력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왕이나 귀족이 명예를 잃는 다는 것은 바로 이런 병력 동원에 차질을 불러올수 밖에 없는 문제였기에 명예는 실질적으로 중요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세에 몰린 적이나 자신의 성공에 굶주린 하급귀족이나 귀족집안의 차남들은 특수작전을 감행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잃을게 없기 때문이다.

 책에서 십자군 편에는 하지리라는 중동의 독특한 암살집단이 등장한다. 영어로 암살자인 어쌔신의 어원은 이들에게서 비롯되었다. 하지리의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암살자로 육성되었으며 암살의 성공률이 상당히 높아 주변의 영주와 왕들은 이들을 두려워하여 전체적으로 보면 미약한 세력인 하지리를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하지리들이 우리의 상상처럼 고된 육체 훈련으로 무예나 암기를 익힌건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학문이나 언어 및 교양에도 상당한 중점을 두었는데 그것은 이들의 독특한 암살방법때문이었다.

 하지리들은 목표물이 정해지면 오랜세월을 두고 목표물의 심복이나 주변에 침투한 후 완전한 기회후에 목표물을 공개적으로 암살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검만을 사용해서이다. 이런 치밀함에 유럽 각국의 군주와 특히, 중동의 권력자들을 하지리가 궤멸될때까지 두려움에 떨었다.

 책의 다른 재밌는 부분은 결혼에 의한 왕국의 합병이었다. 우리를 포함한 동아시아 권에서는 서자일지라도 적자가 없다면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그의 권력정통성에 흠집을 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중세 유럽은 그렇지 않았다. 군주가 아무리 처첩으로부터 사생아를 많이 낳았어도 이들은  상속권이 없었다. 군주는 오직 정식 아내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이혼도 쉽지 않아 아내와의 사이에서 아들이 없다면 방법은 아내가 죽은 후 재혼하는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유럽 각국의 군주들은 대가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런 경우 남겨진 아내의 재혼상대나 군주의 친척들이 그 세력을 상속하곤 했다. 이런 독특함으로 인해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이 시작되었으며 한때 일개 소국의 영주에 불과했던 합스부르크 왕가가 플랑드르와 이탈리아 북부, 스페인, 서부독일 일대를 차지하는 대제국으로 성장할수 있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하라리의 책치곤 매우 빠른 시간에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역시 단점이라면 사피엔스나 호모데우스 같은 것들을 기대한 독자는 실망할수 밖에 없다는 점과 중세유럽의 역사적 맥락을 모른다면 책의 흐름을 쉽사리 탈 수 없다는 것이다. 카페왕조나 샤를, 안티오키아 등이 매우 생소하다면 책은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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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8-12-20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발하라리 책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저에겐 어렵겠네요~(말씀하신 단어들 거의 생소~ㅎㅎ)

닷슈 2018-12-20 23:49   좋아요 1 | URL
그럴수도 있겠지만 한번 도전해보십시오. 십자군 전쟁과 백년전쟁정도를조금 알아보고 읽으면 훨씬 나을 듯 합니다.

붕붕툐툐 2018-12-24 11:32   좋아요 1 | URL
넵!! 유발 하라리의 새로운 스타일이라니, 도전해 보겠습니다~^^

cyrus 2018-12-21 14: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류 3부작이 대박나지 않았으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

닷슈 2018-12-21 14:10   좋아요 0 | URL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2-24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메리크리스마스~알라딘에서 만나 소통하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닷슈 2018-12-24 22:04   좋아요 1 | URL
저도 벨루치님을 알게되서 기쁩니다 성탄잘보내세요

2018-12-24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8-12-25 10: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즐거운 성탄보내세요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 사람을 얻는 마법의 대화 기술 56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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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두어풀 꺾이긴 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계발서나 처세관련 책을 좋아한다. 읽기 쉽고 재밌으며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책을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책을 멀리하곤 한다. 뻔하고 오히려 무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도 내 여가시간에 책과 조금 더 함께하는 부류라 이런 책을 멀리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게 된건 순전히 타인의 의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선택은 나중에 돌이켜보면 도움이 될 때도 많은데 이번에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는 제목처럼 무려 56가지의 대화법이 나온다. 책을 좀 더 빛내는 것은 56가지 처세술의 앞부분이나 제목을 유명한 언사들의 명언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게 무척 인상적이다. 표지는 얼룩말과 코끼리가 서로 마주하는데 이는 책의 주제를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다. 책의 골자는 부정적으로 말하지 말고 남의 입장에서 말하며, 긍정적으로 말하는 것인데 표지는 이를 잘 대변하는 것 같다.

 아마도 책을 읽는 독자는 코끼리와 얼룩말 중 코끼리 일 것이다. 이 코끼리는 얼룩말의 무늬를 입고 있는데 이게 아마도 얼룩말의 입장을 항상 생각하는 것, 즉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뜻 같다. 그리고 종이 다른 두 동물은 당연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텐데 대화를 나누는 타인과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입장차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니 대화는 잘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둘은 적어도 물리적으론 가깝게 그려져있다. 사람들도 이처럼 올바른 대화법으로 가까워질수 있단 뜻이지 않을까.

 책에 나온 대화법들은 지극히 옳으면서도 엄청난 이성과 인내심, 소위 마음근육을 상당히 요구하는 것들이다. 내 주변의 인간들은 물론이고 나 역시 전혀 이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데, 짧았던 생을 돌아보니 이런 대화법을 내게 해주었던 인물이 하나 생각났다. 대충 10년정도 전 지금은 아내인 당시 여자친구와 결혼을 슬슬 앞두고 있었다. 현재 장인이신 여친의 아버지는 결혼을 앞두고 내게 한 가지 요구를 했는데 성인남자라면 웬만하면 갖고 있을 운전면허증을 따라는 것이었다.

 우습게도 난 이게 없었다. 차를 싫어하기도 하고 관심도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군대시절 돈도 없고 마땅한 비전도 없으면서 그렇게 차를 탐내던 다른 녀석들이 난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쨌든 그래서 팔자에 없었을지도 모를 운전면허 학원을 다녔다. 부끄럼 없이 당연히 가장 손쉬운 2종보통을 선택했다. 웬만한 차가 오토인데 굳이 1종을 따려는 다른 사람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택배라도 할 요량일까. 막상 해보니 운전은 생각만큼 어렵진 않았는데 워낙 적성이 없는지라 시험에서 신호위반으로 한방에 탈락하고 말았다. 애매한 황색신호에 교차로를 지난게 문제였다. 나랑 동승했던 여성이 운전은 나보다 못하고 자잘한 실수가 많았음에도 합격하고 난 잘하다가도 한방에 떨어지니 자못 억울했다.  불난데 기름을 부운 것은 감독관이었는데 사람을 신호위반으로 떨어뜨린 주제에 시험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본인이 신호위반 운전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억울함과 장인에 대한 분노, 그리고 별것 아닌 사람도 다 따는데 이걸 못한 서러움이 복잡하게 뒤얽혔다. 어쨌든 면허는 따야했기에 바로 재시험을 청구했는데 집에가서도 너무화가나 그 시험장에선 다신 시험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바로 취소신청 전화를 하며 나의 화를 애매한 사람에게 퍼부었는데 그의 응대가 자못놀라웠다. 같이 맞불을 놓을 만도 한데 매우 친절했고, 나의 처지도 이해해주고 억울하신 부분도 있었겠다고 하며 빠른 시일내에 조치를 취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적을 찾지 못한 화는 길을 잃고 사라졌다. 무안해졌고, 미안해졌다. 요구사항에 대한 조치가 빨랐던 것도 아니다. 그 시험관을 시험장에서 질책했는지도 알 수 없었고, 환불도 며칠이 걸렸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그런걸로 화난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십여년 전의 그처럼 나도 평상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인생이 바뀔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듯하다. 수많은 탈락자를 응대해야 했던 그 시험장 직원은 어쩌면 매일 두들겨 맞아 자연스레 그런 대화법이 가장 덜 피곤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음을 자연스레 습득했을지도 모른다. 십년전 그사람을 떠올리며 책의 인상적인 말을 몇개 남겨 본다.

 

p270

했던 일에 대한후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누그러진다.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후회는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한다. -시드니 해리스

 

p263

외적인 사건으로 괴롭다면 그 고통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당신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신의 생각은 언제나 당신 스스로 뒤집을 수 있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p195

분노의 대부분은 주의를 기울여달라는 울부짖음이다.

 

p132

모두가 세상의 변화를 꿈꾼다. 하지만 자신의 변화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레프 톨스토이

 

p95

참된 교사는 자기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마음에 불을 붙여야 한다.

-프레드릭 로버트슨

 

p79

최고의 지적 능력은 동시에 반대되는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로 판단된다.

-스콧 피츠제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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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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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표지는 아름답다. 넓은 모래사장에 멀찍이 파도와 수평선도 보이고 누군지 모를 사람이 둘 서있다. 하늘도 푸르다. 계절은 알 수 없지만 이걸 이번 겨울에 읽었다. 정미경이란 분의 소설은 처음인데 이 책이 유작이다. 책의 뒷부분에 작가 남편의 서평이 나오는데 이 책을 고인의 짐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본인이 출간할 생각이 없었던 작품인 듯해 고민하다 결국 출판사에 넘겼다고 한다. 그래서 빛을 보게 된 책이다.

 책에는 동년배 3명이 등장한다. 책 제목은 섬인데 이들의 고향은 항구다. 물론 앞바다에 섬은 있는 것 같다. 정모와 연수, 태원이 그들이다. 정모와 태원은 둘다 연수를 좋아한듯 한데 결국 태원과 연수가 어린날 사귀었다. 하지만 태원의 아버지 영모가 죽어라고 반대했다. 연수의 아버지가 영모란 소문이 돌았다. 그래서 둘은 헤어지고 연수는 스무살에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갖고 고향을 떠난다. 공부를 잘했던 정모는 대학에 붙었고 태원도 재수했지만 결국 대학에 간다.

 셋 중 고향에 가장 먼저 돌아온 것은 정모였다. 서울생활을 하며 눈이 침침해졌는데 날이 어두우면 눈앞에 커튼이라도 쳐진것 같았다. 병원에 가니 시신경이 죽어간다고 했다. 길어야 암흑까지 5-6년이라나? 자외선은 눈에 좋지 않다는 의사에 말에도 이상스레 정모를 일조량이 좋은 고향으로 향한다. 그래야 마음도 편하고 눈도 잘보일것 같았다.

 태원도 고향으로 돌아온다. 지역의 유지인 아버지 덕에 대학도 나오고 미국유학도 다녀왔으나 하는 것마다 말아먹었다. 결국 돌아온게 고향이며 아버지의 기반업인 생선경매장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그저 잠시 머무르려 했으나 생각보다 오래도록 여기에 머무르게 된다.

 그리고 연수대신 그녀의 딸인 이수가 엄마의 고향으로 온다. 연수는 이제 갓 스물남짓한 이아이를 무책임하게도 정모에게 보낸다. 정모는 이수를 떠맡고 이수는 바닷사람들과 함께 항구에 적응해간다.

 그런데 정모는 태원에게 놀리고 있는 소금창고하나를 빌려달라고 한다. 웬지 그곳에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진 것이다. 제법 인맥이 있는 정모는 여러사람에게 책 기부를 부탁하고 그들은 도움을 준다. 소금창고의 외형을 남기면서 그걸 도서관으로 만드는데는 생각보다 돈과 품이 많이 들었다. 그렇게 완성해가는 도서관을 보고 갑작스레 태원의 아버지 영모는 도서관을 비롯한 자신의 사업을 정리할 것을 태원에게 통보한다.

 원수같은 아버지지만 그의 모든 재산은 결국 세월이 가면 자신의 것이 될거라 믿었던 태원에게 아버지 영모가 재산을 자신의 재단으로 귀속시키는 작업은 영 불편했다. 그리고 소금창고를 정리하면 친구 정모에게도 영 면이 서질 않았다.

 그리고 정모를 이수가 임신했다는 걸 알아챈다. 오토바이를 갖이 타다 죽은 태이라는 녀석의 아이다. 이에 무책임한 연수도 고향으로 내려온다. 이수의 임신보단 정모가 내려오지 않으면 아이를 올려보내겠다는 통보때문이었다. 이 모든게 얽혀 도서관의 개막일이 다가온다.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불편함을 느낄때가 있다. 등장인물 소개도 분명치 않고 성격 파악도 안되서 누가 무슨말을 하는지 모를때다. 거기에 인물의 말을 불쑥 나오고 뒷 내용을 통해 누가한말인지 알아내야 하는 경우다. 이런경우 책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시간이 필요한데 이 책도 그러했다. 하지만 이런 난데 없음과 불친절함도 책이 훌륭하면 매력으로 작용하며 이 책은 그런경우였다. 짧지만 묘한 분위기와 나름 인물들과 배경이 갖춘 서사가 잘 어우려지면서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저자의 유작이라는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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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19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미경 소설 읽고 싶네요

닷슈 2018-12-19 09:08   좋아요 1 | URL
저도 읽고 그런생각을 했 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2-19 09:12   좋아요 1 | URL
특유의 분위기, 문체, 날카로움, 섬세함, 감성 등 사색할 꺼리가 많은 이야기인데, 고인이 되셨다는 이야길 최근에 들었네요 안타깝습니다 ~닷슈님 글보고 희망도서 신청 직행했네요 ㅎㅎ

서니데이 2018-12-19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닷슈 2018-12-19 21:23   좋아요 1 | URL
올해도 이걸 하시는군요 감사하고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