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교육 -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형 인재를 만드는, 2018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로베르타 골린코프 & 캐시 허시-파섹 지음, 김선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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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경기도가 역량중심교육과정을 제시했다. 벌써 2013년 경의 일이다. 소위 혁신교육이 퍼지고 혁신교육감들이 주도권을 쥐고서 부터다. 교육부는 자신들이 국가교육과정하에서 시도교육청과 소속 학교들의 교육과정자율권을 문서상으로 허락해 놓고도 경기도의 이런 발칙함에 당황했었다. 하지만 어느덧 역량중심교육과정은 우리나라 국가수준 교육과정에도 목표로 제시되리만큼 이젠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이런 역량중심교육과정은 다른 교육도 그렇듯 외국에서 먼저 도입되었으며 그 배경에는 4차산업혁명이 있었다.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자율주행차, 드론등 파괴적인 기술을 앞세운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인간사회의 기존 질서는 크게 변화될 것이며 직업과 관련해서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할 우려가 크다. 한 번 직장이 평생직장이던 20세기 중반과 두세번정도의 전직이 필요했던 20세기 후반을 넘어서서 미래의 아이들은 대충 10여개의 직업을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이중 7-8개는 현재 없는 직업일 가능성도 크다.

 이런 극심한 변화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이에 적응하고 당면한 문제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 중 인공지능과 로봇등이 쉽게 대체할수 없는 인간의 내적 요소들을 교육목표로 제시한 것이 바로 역량중심교육과정인 것이다.

 책 최고의 교육에서는 이런 역량을 6가지 제시한다. 바로 6C 인데  협동[collaboration], 의사소통[communication], 교과지식[contents],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력[creativeness], 자신감[confidence]의 앞 글자들을 딴 것이다. 이 여섯가지 역량들은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것은 아니며 상호보완적이고 함께 양성될수 있는 것들이다. 책에서는 이 6c를 교육공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발전 단계별로 제시하며 각 단계별 특징을 제시하고 교육전략도 함께 제시한다. 하나씩 살펴보겠다.

 협력은  혼자서-나란히-주고받기-함께 만들기의 순으로 발전한다. 혼자서에서는 기본적 감정통제가 어렵고 부모의 도움을 통한 감정절제가 필요한 시기다. 나란히는 소위 병렬식 놀이단계로 서로를 인식하지만 완전히 따로 노는 단계다. 하지만 간혹 서로의 도움필요성을인지하고 돕기가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주고 받기 단계는 연합놀이의 단계다. 느슨하게 공동체의 관심사를 추구하며 다른 사람의 관심사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마지막 함께 만들기에서는 협력놀이의 단계로 공동체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정도를 의미한다.

 의사소통은 감정 그대로-보여주고 말하기-대화하기-공동의 이야기 하기 순으로 발전한다. 감정그대로에서는 경청이 불가능하고 자신의 감정만을 분출한다. 그야말로 애의 단계다. 보여주고 발하기에서는 상대방의 말하기를 기다려주나 거의 듣지않고 자신의 말을 하고 싶어 어쩔줄 모르는 단계다. 자신의 발표를 앞두고 남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하는 아이를 생각하면 된다. 대화하기는 듣는이의 입장을 드디어 고려하기 시작하며 경청을 통한 학습이 가능하다. 글쓰기에 있어서도 비교적 일관되고 조직적인 시도가 가능해지는 단계이기도 하다. 공통의 이야기 단계는 진정한 경청이 이루어지며 명확하고 일관된 논지로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남을 배려하고 효율적 의사소통을 위해 발화의 양과 질이 모두 우수해지며 주제와 관련된 발화만을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

 교과지식은 조기학습과 특정상황-폭넓고 얕은 이해-연관 지시-전문성의 순으로 발전한다. 조기학습과 특정상황은 규칙적인 반복상황을 통해 배우며 유연성이 없이 배운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폭넓고 얕은 이해에서는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하나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두 지켜야하며 맞거나 틀린 것에 민감한 단계다. 보이는 외관이 중요하여 외관이 바뀌면 본질도 바뀐다고 인식하며 은유의 이해가 매우 어렵다. 연관 짓기는 반복을 멈추고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단계이다. 외양뿐만 아니라 사물의 연관성을 서로 인지하며 이로 인해 은유이해가 가능해진다. 슬슬 자기 제어및 이를 통해 실행능력이 강화된다. 전문성은 그 분야의 전문가의 단계다. 새로운 방향으로 관점을 전환하는게 가능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창안한다. 자신의 지식을 재구성하여 낮은 수준에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해 수준이 낮은 다른 사람을 가르키며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가능한 단계이다.

 비판적 사고는 보는대로 믿는-사실을 비교하기-견해갖기-증거 찾기와 복잡한 의혹 다루기의 순으로 발전한다. 처음엔 그저 보이는 그대로 믿기 시작하다가 처음으로 의심을 갖기 시작하고 들은 것과 사실을 비교해나간다. 그러다 여러 관점을 통해 특정 사안이나 자신에 대해서 주관적인 견해를 갖기 시작하며 마지막으로 정보를 종합하여 평가하며 타당한 자기 관점을 갖게 되는것으로 발전해나간다.

 창의성은 실험하기-수단과 목표 갖기-자신만의 목소리 내기-비전품기의 순으로 발전한다. 실험을 글자그대로 자유롭게 다양한 시도를 마구 잡이로 하는 것이다. 그러다 사물의 속성을 깨닫고 여러 시도에 목표가 생기고 그에 걸맞은 수단을 사용하게 되며 이게 발전하면 자신만의 목소리나 목표가 설정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까지 자신의 창안한 목표와 구상을 제시하여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 마지막이다.

 자신감은 시행착오겪기-자리 확립하기-계산된 위험 감수하기-실패할 용기 순이다. 시행착오는 여러 마구잡이식 시도를 통해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는 것이며 자리 확립하기는 타인과 자신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는 단계이다. 계산된 위험 감수하기는 여러 상황을 종합하여 계산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단계이며 실패할 용기는 올바른 자존감을 바탕으로 시도를 하여 실패하고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배우고 다시 일어서 시도할 수 있는 단계이다.

 책은 제시한 여섯가지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의미있는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의미있는 학습이란 학습이 학생의 실생활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기존처럼 딱딱하게 교과 분절식으로 제시하는 것 보다는 통합적이고 맥락적이며 문제해결식으로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 학습과정에서는 학생이 활동하고 참여하며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사회적 상호작용이 수반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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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고양이 1~2 세트 (리커버 특별판)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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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본 건 아주 오래전이다. 어릴 적 개미를 보았는데 그 다음이 이번에 나온 고양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작가는 그 사이에 많은 소설을 냈다. 그러고 보니 개미는 작가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게 된 첫 소설이었던 것 같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소설 개미에서도 개미를 통해서 인간을 바라보는게 재밌었는데 인간을 거대한 붉은 공으로 표현했던게 기억이 난다. 소설 고양이에서 고양이는 정말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본다. 고양이는 개와 다르게 인간에게 반정도만 길들여진 걸로 받아들여지는데 그래서인지 소설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인간을 자신들의 집사정도로 생각한다.

 배경은 프랑스이며 사회는 매우 혼란스럽다. 종교근본주의 세력이 나날이 테러를 일삼고 나라의 치안은 극도로 흔들려 무너지기 직전이다. 이 프랑스의 파리에 바스테트란 고양이가 산다. 바스테트는 독특하게 다른 생물과 소통을 시도한다. 나름 여러 주파수(소리다)를 조절하며 발신하는데 당연히 수신이 없다. 바스테트는 이점이 무척 안타까우며 언젠간 이종과 소통에 성공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러던 바스테트가 옆집의 샴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난다.

 피타고라스는 본인이 제 3의 눈이라 부르는 이상한 장치를 정수리에 달고 있는데 이건 usb포트다. 피타고라스는 실험고양이로 뇌와 포트가 연결되어 인간의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바스테트는 이상하게도 피타고라스에게 매력을 느낀다. 이 고양이가 늙고 초라한데도 말이다. 하지만 피타고라스는 젊고 매력적인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 화가 난 바스테트는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집사가 들고온 펠릭스라는 수컷 고양이와 교미를 한다. 녀석의 교미는 거칠고 재미없지만 그래도 괜찮다.

 집사는 펠릭스와 자신의 교미가 잦아지자 걱정스러웠는지 펠릭스의 몸에서 땅콩을 떼어낸다. 그후로 펠릭스는 무기력해진다. 그 후 새끼 다섯마리가 태어나고 집사는 괘씸하게도 자신들의 새끼 네마리를 죽인다. 건방지게도 집사의 수컷인 토마가 바스테트를 붉은 레이져로 유혹했다.

 인간사회는 걷잡을 수 없이 혼란해진다. 피타고라스는 흰색 제복과 검은색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싸우면 테러고 녹색제복끼리 싸우면 전쟁이라고 했는데 마침내 그 지경이 된다. 집사는 피타고라스의 집사와 집을 합쳐서 버텨간다. 난리통에 페스트가 퍼지고 상당수 인간들이 죽어나가 도시는 인간의 시체와 식량을 파먹고 자란 쥐들의 천국이 된다. 고양이마저 쥐를 피해 도망다닌다.

 이 상황에서 바스테트는 살아남기 위해 피타라스와 힘을 합쳐 인간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이 시도는 성공할런지.

 소설은 가볍고 술술익히며 간간히 나오는 인간에 대한 표현이 재밌다. 가끔 이렇게 제 3자나 다른 종의 입장에서 인간을 보는건 좋은 것 같다. 소설은 많이 재밌진 않다. 베르나르 소설치고 두께가 얇기도 하다. 자신의 집에서 고양이를 보면서 이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하며 쓴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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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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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를 거듭하며 종교와 신화, 인본주의 등 허구적 이야기의 창조를 통해 자신들의 협동성을 극대화하여 마침내 지구의 정복자가 된 인간을 다룬 '사피엔스'

 결국 허구적 이야기를 만들어낸 근본적인 이유인 생존과 행복.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해 과거부터 꾸준히 경주해온 인간의 노력. 다가올 4차산업혁명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이 만들어낼 새로운 인간종이자 결실일 수 있는 인류의 가능성을  다룬 '호모데우스'

 전 세계적으로 무려 1200만부가 팔린 저자의 두 전작이다. 그리고 저자는 곧 호모데우스가  될 우리인간이 과연 새로운 종으로서 올바르게 거듭날수 있는지를 걱정한 듯 하다. 그래서 나온 책이 '21세기를 위한 제언'이다. 인간이 미래에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짚어보아야 할 이 21가지 난제들은 사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것들이다. 이렇게 주제를 하나하나 다루는 형식이다보니 책은 저자의 두 전작과 달리 체계성이 다소 부족해 보이고 주제가 쉽게 다가오지 않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저자의 날 생각이 전작들에 비해 더 잘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책의 핵심으로 들어가보자

 인간은 오랫동안 허구적 이야기를 통한 집단 협력의 형성, 그리고 이를 이용해 인간 외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왔다. 이를 통해 인간은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으며 생존과 번식의 성공으로 상당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패러다임의 전환이 찾아왔는데 바로 인간 내부에 대한 성찰이다. 물론 외부적 통제력의 강화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그 끝이 없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부에 대한 통제와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의 외부력 강화는 환경오염과 정치적 불안정성, 기술적 위험성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때문에 이번 세기와 당분간은 인간 내부에 대한 통제와 이해가 주가 될 것이며 그것이 우리가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종으로 거듭날수 있는지의 성패라는 게 책의 골자다.

 

1. 내부를 향한 방해물 첫번째 "허구적 이야기"

 인간이 만들어 사용한 허구적 이야기들은 상당히 강력한 도구였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인간이 자신의 내부를 바라보는데 방해물이 된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생존과 번식, 그리고 그와 매우 관련된 것으로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며 이는 인간의 행복과 매우 밀접히 연결된다. 그리고 허구적 이야기들은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행복도를 증가시키며 집단적 협력도 극대화한다. 문제는 이런 삶의 의미들이 합리적 토대위에 자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종교에서는 신을 위한 선한 삶이라는 의미를 제공하며, 유교에서는 충효, 민족주의와 국가는 국가를 위한 헌신적인 삶, 자본주의는 소비,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의미를 제공한다. 이런 의미는 매우 강력하여 사람들은 때론 자신의 삶을 희생시킬정도로 의미를 추구한다. 또한 이런 허구적 이야기들은 자신들의 매우 약한 합리적 토대를 사람들의 희생으로 더욱 강화해나간다. 허구적 이야기들의 매우 허약한 토대를 하라리는 "기초가 튼튼해서라기 보다는 지붕의 무게 덕에 잘 유지된다"라는 표현으로 멋지게 비꼬았을 정도다. 때문에 허구적 이야기가 부여하는 성찰없는 삶의 의미르는 인간 자신의 내적 통제와 이해는 요원해진다.

 

2.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허구적 이야기 "자유주의"

 자유주의는 일면 모든 허구적 이야기를 비판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그로 인한 의미 찾기를 중시한다는 면에서 다른 허구적 이야기와 차원을 달리한다. 기존의 허구적 이야기들이 우주에 관해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어떤 이야기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라면 자유주의는 이 과정을 자신이 생성해 가는 것이다. 비유적 표현으로 우주가 내게 의미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우주에 의미를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자유주의 이야기 마저 사실 허구적 이야기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이야기에선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 개인은 합리적 개인이다. 하지만 최근 진화생물학과 행동경제학 등은 개인의 결정은 이성에 기반한 합리성 보다는 감정적 반응에 기반하며 순간적 판단을 중시하는 직관 같은 어림짐작의 판단과정에 작용함을 밝히고 있다. 또한 모든 인간 개인은 문화적 영향을 받는 만큼 자신의 결정 역시 허구적 이야기로 구성된 온갖 집단적 문화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유의지 역시 문제다. 인간은 의식을 통해 자유의지가 믿지만 뇌과학에 따르면 결정에 대한 반응은 뇌에서 화합물간에 이루어지는 생화학적 과정에 불과하다. 자유롭게 결정했다는 자유의지는 이러한 뇌의 생화학 반응 이후에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어찌보면 이미 이루어진 결정을 개체가 스스로 합리화하는 것이라 볼수도 있다.

 하라리는 이렇게 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자유주의는 모든 우주적인 드라마를 부인함으로써 급진적인 일보를 내디뎠지만 인간 존재 내부의 드라마속으로 뒷걸음 친 것이라고 표현했다.

 

3. 진정한 내부를 향한 이해는 무엇?

 하라리는 우선 허구적 이야기와 진실을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허구적 이야기를 통해 많은 적합도를 획득하고 그를 통한 진화를 해왔기에 허구적 이야기와 진실을 구분하는데 매우 서툴다. 이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고통을 겪는 실체의 파악이다. 하라리는 어떤 사안이 있을 때 고통을 느끼는 것이 진짜로 실재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가령 폴란드와 러시아간의 전쟁이 일어났다. 이 경우 강한 러시아가 이길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국가 폴란드는 멸망하거나 병합될수 도있으며, 강요된 강화조약으로 많은 땅과 이권을 빼앗길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폴란드 국가가 실제로 고통을 겪진 않는다. 그저 허구적 실체 자체가 이전과 좀 달라질 뿐이다. 하지만 폴란드인 개인은 그렇지 않다. 전쟁에 징집되어 지옥을 겪거나 생명권을 잃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살육의 대상이 되거나 전쟁으로 궁핍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실제 고통이며 그것을 겪는 개인이 진짜 자신이다.

 이렇게 진실을 구분한다면 이제 자신의 내부로 들어갈 차례다. 방법은 의외로 명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명상과는 다르다. 기존 불교나 도교에서 제시하는 철학이나 명상방법은 자신이 우주와 하나임을 깨닫고 이와 하나가 되려는 과정이나 노력이었다. 하지만 하라리가 말하는 명상은 자기를 관찰하는 방법이다. 이는 몸의 감각과 감각에 대한 정신적 반응을 철저하게 지속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관찰하고, 그럼으로써 정신의 기본 패턴을 드러내는 것이다. 불교나 도교의 명상이 자신을 버리고 객관화하여 자신을 버리려는 것이라면 하라리가 말하는 명상은 이 과정을 통해 오히려 진정한 자신을 향하는 것이다.

 

4. 인상적인 주제들

 21세를 위한 21가지 제언에는 하라리 답게 미래 혹은 인류의 현 문제와 관련하여 재밌고 날카로운 통찰이 많았다.

 가. 민주주의의 붕괴

 하라리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로 인간 평등이나 존엄성보다는 의사결정체계의 차이에 주목한다. 공산주의나 독재는 의사결정체계가 중앙집중적이어서 데이터가 많아진 현대사회에 주요결정이 느려지는 장애로 작용한 반면 민주주의는 의사결정이 분권적이라 복잡해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적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발달할 미래에는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는 인간보다는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의 엄청난 폭발이 분권적 의사결정에서 다시 중앙집중형태에 효율성을 부여하는 형태로 정치체제가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권위는 인간에게서 알고리즘으로 이동하고 우리는 결국 모든 것을 포괄하는 데이터처리 시스템을 만들고 결국 그 속으로 통합되는 것에 불과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 데이터 윤리의 등장

 자율주행차나 알고리즘,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에게는 새로운 윤리가 대두 할 수 있다. 자율중행차의 성능으로도 피할 수 없는 사고 상황에서 어떠한 피해유형을 선택할지를 윤리적으로 선정하는 것은 이미 많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불과 수십명의 집단과의 사회생활속에서 개인의 적합도를 높이기 위해 생성된 윤리는 이를 감당하긴 역부족이다.

 하라리는 알고리즘이 모든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정확한 숫자와 통계로 코드화하는 윤리의 등장을 언급한다. 이른바 데이터 윤리라 할만한 것이다.

 

다. 집단적 차별의 시대에서 개인 차별의 시대로

과거 인간 집단은 허구적 이야기를 통해서 이득을 얻고 다른 허구적 이야기에 속하는 집단을 차별하는 행태를 꾸준히 보여왔다. 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며 인류의 중요해결문제중 하나이다. 하지만 미래 사회에서는 개인 차별의 시대가 도래한다. 나보다 나를 잘 아는 빅데이터와 이를 분석한 알고리즘이 나를 철저히 파악하고 이를 통해 보험가입을 거부하거나 특종 직업에 취업을 거부하는 등의 행태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식의 효율성을 잘 아는 기업은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이른바 개인 차별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차별은 피부색이나 국적, 종교, 성, 재산정도 등에 따라 집단을 차별한다는 점에서 피해자는 많지만 피해자간의 큰 공통분모로 이른바 연대와 저항이 가능했다. 하지만 개인이 그것도 매번 다른 사안으로 짧은 시간동안 차별을 받는다면 이런 형태의 연대와 저항 혹은 타인에 동정을 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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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10-16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 님 글 넘 좋다는 표현 이외 제 다른 느낌 모두 다 지웁니다. ^^

닷슈 2018-10-16 22:38   좋아요 1 | URL
북다이제스터님께 이런 칭찬을 듣다니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ㅋㅋ
 
사악한 여왕 디즈니의 악당들 1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주정자 옮김 / 라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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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거 디즈니의 만화영화들은 뻔했다. 서구구전동화를 원작으로 하다보니 권선징악의 주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인물들은 선이면 선, 악이면 악인 식으로 상당히 평면적이었다. 그래도 그림책에서만 보던 것들을 예쁜 만화로 제작해주니 인기가 좋았었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것들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면서 수명을 연장해가는 수준이었다.

 이런 추세에 으름장을 놓은 것은 슈렉이었다. (물론 슈렉은 디즈니의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래서 혁신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슈렉의 결말부분을 보면서 사람들은 피오나의 저주가 풀리면 아름다운 공주로 돌아올 것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피오나가 저주가 풀리는 것은 피오나가 다시 괴물로 변하는 것이었고 사람들은 이를 보고 경악하기도 또는 기존 공식의 파괴에서 오는 신선함을 느끼기도 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슈렉은 후속편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서로 싸우는 현실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며 행복한 결혼으로 모든게 포장되는 왕자와 공주의 결혼이야기 공식마저 파괴했다.

 디즈니도 이것에 질수 없었는지 디즈니의 악당들이란 책을 내놓았다. 디즈니가 이 책에서 다룬 것은 악당이다. 기존 디즈니 만화에선 악당은 원래부터 절대악인 마냥 철저한 악인이었고, 주인공은 피해자이자 절대적 선인이었는데 이번 책에선 악당이 악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나온다. 드라마이건 영화이건 악인이 공감을 얻고 사랑을 얻으려면 어벤져스의 타노스처럼 매력적이거나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책은 그런 부분을 잘 살린 것 같다.

 사악한 여왕에서 여왕은 백설공주의 계모다. 거울과 사과, 마녀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사람이다. 거울에서 힌트를 얻었는지 여왕은 왕국 최고의 거울 장인의 딸로 등장한다. 백설공주의 아버지이자 왕국의 왕은 거울 때문에 장인의 집을 들렀다고 딸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미모에 반해 여러차례 장인의 집을 방문한다. 딸은 그 어미를 닮아 절세미인이었는데  딸은 왕이 자신에게 반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매우 못생겼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딸의 이런 왜곡된 생각은 다름 아닌 아버지에게서 기인한 것으로 아버지는 딸을 출산하려다 죽은 아내에 대한 슬픔을 딸에 대한 미움과 저주로 투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만 갇혀살며 매일 저주를 듣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낮을터였다.

 하지만 웬일인지 아버지는 갑자기 죽고 딸은 왕국의 왕비가 된다. 아름답지만 희안하게도 그녀의 드레스 코드는 항상 진홍색이나 보라색, 검은색등 강렬한 코드였다. 불행의 전조랄까. 그래도 왕비는 왕과 그 딸인 백설공주를 매우 사랑했다. 시녀와도 절친했다. 왕은 왕비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왕비의 원래집에 있던 거울들을 성에 들여놓았는데 왕비는 그것이 매우 싫었다. 특히 아버지의 최고 걸작인 화려한 장식이 달린 거울은 섬뜩하기 까지 했다.

 둘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오래지 않았다. 왜 인지 왕은 전쟁터에 자주 나갔고, 돌아올때마다 영혼은 지쳐가고 몸엔 상처가 늘어갔다. 왕비와 백설공주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외로움을 달래가지만 워낙 상처가 큰 두 영혼의 빈자리를 메꾸긴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왕에게는 특이하게도 마녀인 사촌 세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웬지 왕비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이상한 소리를 지껄여댄다.

 왕의 드문 귀환과 잦은 원정에 지쳐갈무렵 왕비는 섬뜩한 거울을 열어보고 거기서 웬 남자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리고 거울과 대화하기 시작하면서 거울이 거짓말처럼 왕의 위험을 경고하는 그 때 왕은 시신이 되어서 돌아온다. 유일한 버팀목이 부러진 그녀는 그날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유난히 자신의 아름다움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거울에게 그것을 자꾸 인정받으려 한다. 사실 거울의 남자는 왕비의 죽은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백설공주의 동화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책은 주인공의 뒷 이야기나 다른 면을 다루는 것을 넘어서 악당의 원래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몇 안되는 악당에 대한 원전의 서술에서 악당의 이전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어서 비교적 억지스럽지 않고 잘 읽힌다. 동화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간다는 면에서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다른 책은 인어공주의 악당과 미녀와 야수의 야수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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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시의 1대 99를 넘어 - 부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11가지 액션플랜
로버트 라이시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저자인 로버트 라이시는 클린턴 대통령때 노동부장관을 했던 사람이다. 이 책을 쓴 시점은 2012년으로 오바마가 밋 롬니에 맞서 재선이 불투명한 상황이었으며, 우리나라에 나온 시점은 2015년이다. 그리고 난 이걸 2018년에 읽었다. 이런 시간차가 나니 좀 그런데 저자가 오바마가 재선되고 얼마나 기뻐했을 것이며 트럼프가 당선된후 얼마나 낙담했을지 대충 상상이 간다.

 과거 세계화의 덫을 읽었을 때만해도 20대 80에서 10대 90의 사회란 말이 많았다. 당시만 해도 좀 무리한 주장이 아니냐란 말과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은 1대 99이며 이 주장은 지금 전혀 무리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러다 99.9대 0.1이 될지도 모르겠다.

 책은 1977년을 중요한 해로 다룬다. 1977년은 역사상 처음으로 스태그플래이션이 일어난 시점으로 2차대전 이후 자리잡은 케인즈주의가 종언을 이룬 해이기도 하다. 또한 이 시점에 미국은 베트남전의 여파로 화폐의 금본위제를 폐기하여 자신들의 화폐를 불태환화폐로 만들어버렸다. 이후 자본주의는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달려왔는데 그래서인지 이 기간동안 인플레이션은 물려 2000%에 달한다. 돈이 실물경제와는 상관없이 그야말로 마구잡이로 풀린 것이다. 그리고 1999년 말년의 클린턴은 무슨생각이었는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엄격히 분리하던 스티브-글래스법을 폐기한다. 그 말로는 2007년 미국에서 촉발된 세계경제위기였다.

 저자는 바로 이 시기에 미국이 얼마나 망가졌음을 말한다. 경제위기의 부담과 위험은 모두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지고 있으며 부유층과 최고경영자들은 자신들의 회사를 망친 책임이 있음에도 거액의 보너스를 타거나 회사가 망하는 시점에 파생상품에 투자해 오히려 수익을 거둔다. 대마불사라고 이 큰 기억의 책임자는 모두 빠져나가고 무너지면 안되기에 거액의 공적자금이 투여된다. 그리고 이는 납세자의 세금에서 나왔다.

 과거 미국은 상당히 높은 세율을 자랑해왔는데 이 책이 나온 시점에서 부유층의 세율은 역설적이게도 납세자의 평균세율보다도 낮아졌다. 이는 정부가 계속해서 이들의 세율을낮추기도 하였고, 이들의 소득이 대개 자본이득으로 잡혀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런 부유층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적용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워싱턴에 뿌려왔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돈을 받은 정치인들은 그들의 도구가 되어주었다. 2010년엔 정치인을 향한 기부금의 제한마져 풀려 더욱 암울한 상황이다.

 이처럼 부유층으로 부터 걷는 세금이 줄면 악순환이 일어난다. 우선 그들의 세금이 줄어 전체적인 연방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78년부터 지금까지는 부유층 위주의 경제질서가 확립되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착각이 발생해서 그렇지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계속해서 감소해왔다. (과거 70-80년대 우리부모님들의 경우 주로 아버지만 벌어 가계의 유지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맞벌이가 아니면 어려워진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이는 여권의 신장문제만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중산층의 구매력이 감소하며 이로 인해 세수는 더욱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연방세수가 더욱 줄어드는데 이로 인해 연방정부는 오히려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를 강화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공공부문의 예산을 삭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공공부문의 감소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큰 타격으로 다가오며 이는 정치권과 부유층에 대한 공격보다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다른 국가의 노동자나 자국의 교사나 공무원집단으로 향한다.

 상당히 잘 이해가 되는 시나리오였는데 지금의 한국상황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정치흐름을 주도하는 사람들을 저자는 역행주의자라고 부르며 비판한다. 역행주의자인 이유는 이들의 역사의 흐름을 뒤로 끌고가 예전에 자신들이 매우 유리했던 환경으로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세기 말 독점자본주의의 출현, 그리고 1차세계대전이후의 경제공황, 2차대전후의 공산주의에 대한 대항으로 꾸준히 경제민주주의를 향상시키는 제도와 법안을 만들고 실현해왔다. 이것들을 모두 없애고 19세기 말경까지 시계를 돌리고 싶은 자들이 역행주의자라는 것이다.

 당연히 이들은 미국 공화당 내에 포진하고 있는데 깅리치를 거론하며 그의 등장후 공화당이 매우 극단적우파가 되었음을 경계한다. 이들에게는 반대쪽와의 어떤 타협도 없고 자신들만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공통된 부분을 찾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없다. 마치 한국의 어느 정당과 매우 유사해보인다.

 그리고 결국 이런 역행주의자를 막아내는 것은 국민의 손에 달린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위해 증세를 실현하고 공공복지를 강화하는 정권을 창출하고 계속 밀어달라는 것이다. 단지 뽑아놓고 바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개혁을 실현해나가도록 지원해달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게도 매우 의미있게 들리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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