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 꼭 알아야 할 디지털 변혁 이슈 16가지를
조원경 지음 / 로크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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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부터 미래와 관련한 책들을 제법 읽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미래 동향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해 그 후로 몇년간 집중했지만 나오는 책들도 대개 비슷하고 큰 변화가 없어 관심을 다소 끊은 상태였다. 그러다 모처럼의 강요로 미래 관련 서적을 다시 잡게 되었다. 일전부터 알고 있던 것들도 있었지만 전혀 모르거나 잘 모르는 것들도 적지 않아 제법 좋은 독서가 되었다. 책은 'soulmate'라는 영어철자로 각 소주제를 16개 다루는데 한 철자당 두개 씩이다. 미래에 관련한 자신의 책이 미래를 맞딱뜨려야 할 독자들에게 소울메이트가 되어주길 바란 것 같기도 하다.  

 관심이 갔던 소주제중 하나는 '스마트 시티'였다.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로 툭하면 스마트가 붙어 좀 지루한 표현이기도 했지만 개념이 참신했다. 책에 의하면 지금까지의 도시는 매우 2차원적이다. 공간은 분명 3차원인데 2차원 지도로 그림을 그리고 그 부분은 거의 한가지 기능만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시티는 3차원 이상의 도시가 된다. 도시의 각 영역이 중첩적으로 협업하고 효율적인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도시는 도시이용자가 모든 서비스를 찾아야 하는 형국이었다. 차가 없는 아이 엄마가 고궁을 방문하고 싶다면 알아서 고궁 방문시간과 서비스가 혹시 있는지를 알아보고, 차량 및 교통과 요금등의 제반 서비스를 직접 찾아야했다. 하지만 스마트 도시는 마치 지능형 비서처럼 작용하며 이런 수요자의 요구에 알아서 대처한다. 스마트폰이나 앱으로 이런 요구를 하면 도시의 모든 기능이 하나로 연결되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과거 도시에서 주차난 해결을 위해서 주차장을 지어야 했다면 스마트 도시는 각 지역의 주차시간과 양, 퇴근후 인근 건물의 빈주차창등의 정보를통합적으로 제공해 해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음으로 관심이 간 주제는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으로 유명해진 블록체인이라 돈과 관련한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블록체인은 상당히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그간 데이터의 처리는 상호간의 신뢰를 위해 믿을 만한 제3의 기관의 공증하에 이루어졌다. 개인의 돈거래에 은행이 있거나 인터넷 상거래에 각종 사이트가 중개하는 식이다. 이런 형태나 자연스레 고비용 비효율을 처래하며 무엇보다도 믿을만한 제3기관이 해킹당하는 위협에도 노출된다. 블록체인은 이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p2p분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여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검증과 동의로 거래정보를 블록으로 형성하고 분산하고 저장하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제3의 기관이 필요없고 모든 사용자에 정보가 공개되고 분산 저장되니 믿을 수 있다. 또한 정보가 공개되니 여러 곳에 흩어진 정보를 모으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 가령 의료기관 이용시 병원을 옮길때마다 기본검사를 따로 하는데 블록체인 형태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은 가난한 국가들에도 긍정적이다. 전세계인구의 약 20%인 15억명이 자신을 입증할 만한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즉, 이들은 제3기관을 거친 거래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면 이들에게도 간단한 디지털 신원확인 프로그램 제공이 가능하다. 또한 분산적 형태의 운영으로 기존에 정보와 거래 권한을 독점한 구조를 깨뜨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의료 및 급여, 유지보수등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블록체인의 미래는 꽤 기대된다.

 책 전체적으로 중국의 발전을 많이 예로 든다. 중국은 따라가기가 매우 힘든 2-3차산업혁명을 건너뛰고 4차로 직행하는 느낌을 주는데 여기에는 중국 정보의 강력은 정책도 있었지만 중국 자체가 낙후되어 너무 넓어 모바일 및 원격거래 환경이 작용하기 유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낙후가 간혹 혁신을 부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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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를 다녀온 한국 남자라면 자신이 한때 '개'만도 못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이건 비유적 표현이 아니고 정말로 '개'보다도 못한 경우인데, 우선 대우에서 그러하며(군견유지비가 일반 사병보다 더 많이 든다), 군사상 우선순위(넘쳐나는 60만 일반 사병보다 몇백마리에 불과한 군견이 더 회소하다)에서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일반 병사는 항상 비인격적으로 취급받고 소모품에 불과하단 생각을 많이 하게되는데 일단 받는 급여가 말이 안되는 수준이고, 온갖 자유를 박탈한채 수용소에 가둬두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급여가 월100만원 이상으로 정상화되고 그걸 바탕으로 자유롭게 부대가 어디든 퇴근도 가능하고 휴대폰 사용도 가능해진다면 군내 인권문제는 단박해 해결되리라고 보는 편이다. 지금의 열악한 인권은 병사 하나에 대한  유지비용이 너무 적게 들고, 가둬놓고, 그것이 외부에 나가는게 막히고, 자기들끼리 가둬두어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평소가 이러할진데 전쟁이 난다면 어떠할까? 20세기 초반이라 아직 인권에 대한 개념이 정착하지 못하고, 귀족사회의 잔재가 남아있던 시기에 1차세계대전이 발발한다. 작년에 본 '낙엽이 지기전에'잘 나타나 있는 듯 각국 수뇌부와 군지휘관들은 큰 착각에 빠져있었는데, 설마 전쟁이 날까? 라는 점이고, 우리가 총동원령을 내리면 그들도 감히 겁을 먹고 내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고, 마지막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나면 늦봄이 시작해 적어도 가을전에는 전격적으로 끝낼수 있다고 생각한 점이었다.

 이런 1차세계대전을 평범하게 소모되는 프랑스의 남자들의 시각에서 풀어낸게 이번에 본 책인 '1차세계대전'과 '그것은 참호전이었다' 이다.

 

 전쟁 당시 프랑스 사람들은 갑작스레 붙은 총동원령을 보게 된다. 얼마전 사라예보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으로 외교관계가 뒤숭숭하다건 알았지만 총동원령이라니. 남자들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기지인 총동원령에 몇몇 사람들은 처음엔 당황하지만 곧 애국심이라는 광기에 휩싸여 자발적으로 대부분이 전쟁터로 향한다.

 하지만 전쟁을 일으킨 지휘관들은 이미 개발된 전쟁기술이 전쟁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나도 몰랐다. 기관총이 이미 도입되었음에도 질서정연하게 열과 오를 맞춰가며 적에게 다가가는가 하면 시대착오적이게도 창기병대도 남아있었다. 이들 모두는 기관총과 철조망의 밥이었다. 프랑스 군은 독일보다 더 어이가 없었는데 그들의 밝은 푸르른 군복은 보기에만 멋졌지 눈에 매우 잘 띄었으며 처음에는 철모조차 없었다. 게다가 프랑스인들은 참호짓는 것도 무첫이나 서툴러 형편없는 참호를 구축했지만 독일 녀석들은 민족성처럼 나무기둥을 활용해 참호를 매우 멋지게 구축했다. 물론 그렇다고 참호안에서의 지옥같은 상황에 큰 차이가 있진 않았을 것이다.

 병사들은 헌병을 증오했다. 그도 그럴 것이 멍청한 지휘관과 무책임한 장교가 호루라기를 불며 기관총 앞으로 돌격명령을 내렸을 때 죽을 것을 알면서도 뛰지 않는 자국 병사들을 쏜게 헌병대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녀석들은 뛰는 속도가 느려도 쏘았으며 어쩌다 운좋게 살아남아 낙오상태에서 발견되어도 자국병사를 여러 혐의를 씌워 죽였기 때문이다.

 아군이 평소와는 다르게 심하게 적진을 향해서 포격을 하거나 사기를 올려주는 군수품이라도 나오면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이것은 기관총으로의 돌격 전신호이기 때문이었다.

 양쪽은 조금 도 전진하지 못한채 참호를 사이에 두고 있었으며 양 참호의 사이에는 무인지대가 형성된다. 무인지대는 죽음의 공간으로 철조망이 쳐져있고, 돌격해서 죽은 병사들과 말이 썩고 있는 곳이었다. 간혹 무인지대에 죽어있는 우리 병사가 잘보여 사기라도 떨어지는 판국에는 멍청하고 무책임한 장교가 누군가를 내보내 그 시신을 수거하게 한다. 당연히 또하나의 시신을 만드는 일이었다.

 참호안은 무척이나 추웠고, 쥐가 끌었으며 시체들이 많았다. 한 병사는 밤새 추위에 떨며 손을 진흑에 파묻었는데 깨어나보니 아군의 내장에 손을 묻고 있었고, 그로인해 감염으로 인한 괴저로 죽는다. 당시 의학기술이 미발달하여 항생제가 없어 병사들은 내장을 보는 상처를 입으면 곧 죽는것으로 받아들였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아군과 적군의 내장을 보며 병사들은 사람이라는 존재가 자신의 내장을 그토록 보호하지 못하고 간신히 담아두고 있었다는데 경악한다.

 1차대전엔 식민지 병사도 동원된다. 프랑스는 아프리카와 베트남의 병사를 동원했고, 영국은 인도의 병사들을 데려왔다. 미국도 흑인 병사를 데려온다. 그런데 그들은 흑인에게 무기를 주진 않았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여서 베트남 병사들이 하는 일은 무덤을 파는 일이었는데 베트남 병사에겐 차별적이고 치욕적이면서도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죽을게 뻔하니 자해하는 일도 생긴다. 한 병사는 다리에 상처를 내 그것에 오염물질을 넣고 다음날 군의관에 찾아간다. 그는 다행히 다리 하나를 잃고 후방으로 후송된다. 파리엔 남자라곤 없을 줄 알았는데 돈많고 힘있는 집 자식놈들은 당당히 후방에서 편안히 있었다. 한 병사는 친구가 후송에 성공한 오염물질을 너무 과감한 나머지 배주위에 넣었다고 괴사가 빠르게 진행되어 죽고만다.

 전장으로 동원되는 신병들은 날이 갈수록 어려진다. 신병들은 대개 오자마자 죽는데 대개의 경우였고 저주스럽게도 그녀석들이 가장 처음 하는일은 탈영병이나 약간의 의심이라도 받는 자국 병사를 처형하는 것이었다. 처형시에는 12발의 총을 쏘았는데 왜 인지는 모르겠다.

 죽음의 전쟁은 결국 끝이나고 천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낳았다. 병기의 발달은 눈이 부셨고, 사람들은 죽어갔다. 5백만 이상이 부상을 당했는데 대개 팔이나 다리를 잃기도 했으며 얼굴 부상을 당한사람도 적지않았다. 워낙 답답한 참호안이었으니 담배를 피거나 고개를 살짝 들다가 적 저격병에 머리를 당한 것이다. 대개 죽었지만 살아남은 이들의 부상을 흉측하기 이를때 없었다. 임란당시 왜군들이 조선인의 코와 귀를 전공으로 바치기 위해 산 백성의 코와 귀를 베는 일이 허다했는데 당시의 우리 모습과 프랑스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자크타르디는 이처럼 전쟁의 참상을 잘 묘사했다. 타르디는 어렸을 적부터 1차대전에 참전한 할아버지가 이런 끔찍한 일을 겪고도 전쟁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은 것이 무척 궁금했었다고 한다. 우린 할아버지들이 전쟁에 대한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라 착각하지만 사실 할아버지들은 전쟁에 대해서 영원히 잊고 싶었던게 답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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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6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6-27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개만도 못 함은 군대뿐 아니라 사회, 직장에도 있습니다. ㅠㅠ 언제 우리가 개 같은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ㅠ
의도치 않게 비유가 된 개 님에게 죄송합니다. ㅎㅎ
 
위대한 미술책 - 곰브리치에서 에코까지 세상을 바꾼 미술 명저 62
이진숙 지음 / 민음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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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이진숙의 '시대를 훔친 미술'을 봤다. 시대와 미술이 서로를 다소 앞서거나 따라가며 변하가는 모습을 정말 인상깊게 잘 보여준 책이었다. 그게 현대 미술을 제외한다면 미술의 거의 모든 것이라 생각했는데 같은 저자의 책에서 생각이 바뀔지는 몰랐다. 어떤 의미에선 이 책이 보다 미술을 잘 종합한 책 같다.

 위대한 미술책에는 저자 이진숙이 미술을 소개하거나 설명하는 명저 62가지를 드러낸다. 이런 소개책은 깊이가 얕을 경우도 있지만 작가의 내공이 워낙 대단한지라 마치 자신이 전반적인 서술을 하고 소개책이 뒷받침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책은 총 5부로. 다소 특별한 미술가를 다룬 작가이야기, 서양미술사, 한국미술사, 미술이론, 미술시장과 컬랙터로 이루어진다. 각 부마다 인상적인 부분을 추려보았다.

 

1. 작가이야기

 작가이야기에서는 여러 사람을 다루지만 저자가 가장 중시한 사람은 단연 뒤샹이다. 뒤샹은 혁명적인 작업을 했음에도 의외로 이렇다할 작품을 많이 남기지 않았기에 생각보다 중요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저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피카소보다는 뒤샹이 미술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 본다. 뒤샹은 작품' 샘' 으로 처음으로 미술사에 오브제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이로 인해 그동안 중시하던 미술가의 손보다는 개념이 중요시 되었다. 뒤샹은 20세기 미술을 망막적이로고 보았는데 기존의 회화를 눈에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망막회화로 보았다.

 그는 산업생산물에 대해서는 나름의 견해를 갖고 있었다. 인간은 삶에 대한 에로스적 욕망을 갖고 있는데 이 것이 상품숭배라는 사회적 현상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혁명이후 물건은 사용가치보다는 인간의 권력과 욕망과 보다 관련하게 된다. 그가 만든 오브제는 이런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어서 더욱 파격적인 것이었다.

 

2. 서양미술사

 서양미술사에서 이진숙 역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가장 먼저꼽았다. 작가는 3권의 서양미술사를 갖고 있는데 하나는 러시아어판, 다른 하나는 한국어판, 마지막이 초판 영문판이다. 영문판은 그녀 역시 받은 것이라는데 미술을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언젠가 줄것이란다.아마 값어치가 대단할 것이다.

 곰브리치는 미술사를 아는 것과 보는 것의 변증법으로 파악했다. 미술은 처음에는 독자적인 존재가 아닌 집단의 주술이나 종교에 존속했다. 이때는 집단 구성원이 구성하는 이미지가 중요하여 원시미술과 이집트 미술은 아는 것을 표현한다. 반면 그리스는 미술에서 미적인 목적 자체를 중시하는 것으로 바뀌어 자연을 관찰하여 표현하는 미술을 추구한다. 때문에 패러다임은 보는 것으로 바뀐다. 하지만 종교의 시대가 열리면서 다시 아는 것의 시대가 도래했고, 르네상스가 도입된 후에는 인간의 눈에 보이는 세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보는 것의 시대가 다시 돌아온다. 보는 것을 그린다는 것의 극대화는 인상주의인데 인상주의 화가 세잔은 인상주의 화가의 무질서함을 극복하고 아는 것과 보는 것의 통합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세잔은 후에 피카소의 입체주의로 발전한다.

 다음 서양미술사는 미와 추의 역사다. 작가는 움베르토 에코. 에코는 특이하게도 미술의 역사가 미의 영역이 추를 끌어오면서 확장된 것으로 파악한다. 동시에 추는 미를 밀어내고 전면화되는 과정을 겪었다. 이는 서구세계가 지향해온 보편성과 영원성이라는 개념의 해체과정이며 미적 체계의 붕괴과정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래서 에코의 미의 역사는 갈수록 초라해지는 반면, 추의 역사는 갈수록 화려해진다.

 서구세계에서 진선미의 공고한 결속은 고대 그리스에서 형성된 것인데 이는 과학의 발전과 그로 인한 세계의 지속적인 확장으로 깨어져나간다. 서구세계는 점점 낯선 것을 잡하게 되었고, 추하게 여기던 그것들을 점차 예술적으로 구제하려는 시도를 한다. 17세기 바로크시대에 이르러선 선과 악을 넘어선 미가 표현되기 시작하고, 추를 통해 미를 거짓을 통해 진실을, 죽음을 통해 삶을 말하게 되며 이는 선과 미의 공고한 관계에 큰 균열을 낸다. 이제 아름다움은 세계질서법칙이 아닌 수용의 문제가 되었으며 현대 미술의 정독법은 이미 추라고 쓰고 미라고 읽는 것을 권장한다.

 

3. 한국미술사

저자는 자신 역시 서양미술을 전공한 사람으로 한국미술사를 다루는 것을 무척 책에서 조심한다. 하지만 한국미술에 대한 이해 없이 현대미술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고 한국미술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저자의 노력덕에 서양미술도 모르지만 한국미술은 더더욱 모르는 상태가 조금은 개선되는 것 같다.

 우선 영기무늬 개념을 창안한 강우방을 다룬다. 강우방은 우리 미술품에서 무늬를 살펴나가면서 고사리 같은 문양을 발견하는데 여기 저기 얽힌 이것을 영기무늬라고 주장하고, 세계의 모든 고대 미술품에 영기무늬가 등장함을 주장한다. 이것은 과거 인류가 영적인 존재였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후대로 갈수록 미술품에서 영기무늬가 사라지는 것은 미술의 발달이지만 영성을 상실해가는 과정으로 볼수 있다고 말한다.

 다음은 집합이론을 주장한 김봉렬이다. 그는 한국건축은 곧 집합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한국건축물을 볼때는 건축물의 구조나 형태에서 의미를 찾으면 안된다. 방, 건물, 건물군, 영역군이라는 분석 단위를 설정하고 각 단위간의 조합되는 유기적 관계를 통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합이론은 또한 한국의 건축이 자연환경에 순응한 것이라는 기존의 소극적 견해를 깨고, 자연을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경관을 건축화한 능동적이라는 견해를 제시한다. 이진숙은 김봉렬이 말하는 각 요소의 비대칭성, 비정형성, 비표준성, 전체성이 단지 건축물에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예술전체를 관통하는 것이라 말한다.

 

4.미술이론

우선 베레나 크리커의 예술가는 무엇이냐를 다룬다. 이 책에서는 예술가의 개념 변화를 설명하는데 과거 예술가는 초기 손으로 노동하는 기술자 취급을 받았다. 르네상스 시기에 이르러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에 의해 예술가의 신격화가 이루어졌고, 낭만주의에서는 예술가를 범인이 아닌 천재로 보는 관념이 등장한다. 이시기의 예술가는 계몽주의로 세속화했고, 내면세계로 탐닉하며, 반시민적 태도를 갖고, 부족한 사회적 인정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현대에서는 예술가는 날품팔이 노동자로 전락하거나 비즈니스맨이 되었다.

 다음은 추상화다. 윤난지는 추상미술은 그 자체의 본성으로서 아름다운 세계인 유토피아의 시각적 표상이라고 말한다. 유토피아는 근본적으로 추상적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 파리에서 활동한 추상미술의 거두들은 폴란드나 러시아등 주변지역 인물들이었는데 이는 그들의 국가와 사회가 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즉,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를 전제로 하기에 유복한 프랑스사람에게선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시기 추상화는 기하학적 형태였는데 이런 기하학적 보편주의와 평등주의는 전체주의로 연결된다.

 2차대전 이후 추상화는 비기하학적 형태로 이동한다. 유토피아에 대한 관념변화와 관련하는데 보편주의에서 개인주의, 평등주의에서 자연주의로 이동했으면 이에 가장 걸맞는 국가는 바로 미국이었다. 미국은 이런 추상화를 적극 옹호하고 지원한다.

 추상미술은 예술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는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유토피아적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예술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것은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는 저항적 행위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의미를 포함한 추상화가 비싼 상품이 된다는 것은 또하나의 아이러니다.

 다음으로 인상적인 것을 사진이다. 수잔손택은 오늘날에는 모든 것이 결국 사진에 찍히기 위해 존재하게 되어 버렸다고 말하낟. 사진은 풍요롭고 낭비를 일삼으며 만족할줄 모르는 사회의 본질적인 예술이다. 또한 근대 자본주의 사회를 이룬 중간계급에게 가장 적합한 도구이기도 한다. 사진은 초기에 기계장치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 작가의 주관을 배제한 객관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이런 보편성은 중간계급의 특징과돠 일치한다. 하지만 오늘날 잘 드러나듯 사진은 회화나 데생처럼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다. 산업화한 사회는 시민들을 이미지에 중독시키고 판단을 마비시킨다. 사람들은 이런 사진이미지를 통해 경험한다는 것의 의미를 자꾸 바라보는 것으로 축소시켜간다. 사진이 갖는 심각한 문제점이다.

 다음은 풍경화다. 서양의 풍경화와 동양의 풍경화를 비교하는데 서양은 시각적인 전유에 중점을 두는 반면 동양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풍경속에 들어가 즐기는 것이 목표다. 초기부터 풍경화가 적극적으로 등장한 동양에 비해 서양에서는 풍경화가 무려 17세기에나 이르러서야 등장한다. 이는 서구 사회가 산을 인간이 죄를 지어 발생한 홍수로 인해 생겨난 것으로 보는 종교적 관념때문이었다. 산은 부정적인 것이었다.

 풍경화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는데 특히, 외부세계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시원한 조망과 더불어 정자나 누각등 은신의 공간이 있는 경우가 더욱 그러하다. 이는 원시 인간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시각행동을 현대인도 여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5. 미술관과 컬랙터

현대에 이르러 미술품은 자본을 확대하거나 화폐가치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며 천문학적인 가치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최근의 일이고, 100여년전만 해도 미술품은 잘 거래되지 않았고, 가치도 높지 않았다. 때문에 과거 예술가들은 왕이나 유력 집안의 후원아래 성장하였는데 대표적인 곳이 르네상스 시기의 메디치 가와 교황청이다. 이들은 단지 예술을 사랑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예술가를 후원함으로써 자신들의 가문에 유리한 이미지를 퍼뜨렸으며 화려하고 장대한 미술품으로 자신들을 미화한다, 즉, 미술품을 자신들을 포장하는데 사용한 셈이다.

 현대에 이르러 다양한 관점으로 미술품을 컬랙트한 사람은 훌륭한 컬랙터로 남지만, 자본을 목표로 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특히,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사들이고, 후에 가치를 높인 후 되파는 식이 비판받는다. 이들은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신들이 작품을 사들인 젊은 작가의 작품을 일부러 유력 미술관에 기증하거나 전시회를 열기도 하며, 반대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작가들의 작품은 팔아버린다. 이들의 이런 행위는 하나의 척도가 되버려서 이런 경제적 행위가 미술가들의 가치를 결정하는 행위가 되버린다는 점에서 비판받는다.

 책은 이처럼 전작보다 더 넓은 관점에서 미술을 다룬다. 추천한 62권의 명저중 읽은 것은 고작 5권에 지나지 않았다. 큰 숙제를 얻은 기분이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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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넘치는 교실 온작품 읽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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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슬로리딩 책을 읽었다. 온작품읽기라는 이 책은 활동을 칭하는 용어만 다소 다를뿐 사실 같은 활동이다. 아직 도입기라 여러 용어를 같이 사용하고 있는 것 뿐이다.

 책의 첫 부분에서 교사는 처음 온책 읽기 활동을 시작했을때의 어려움을 말한다. 여러 작품이 부분만 들어갔고 기다가 마음대로 각색까지되어 있기에 아이들은 과거도 지금도 교과서상에서 전한 문학의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이에 교사는 뜻을 가지고 온책읽기 활동을 했지만 학부모의 몰이해,교육과정에 대한 문서상만의 탄력성과 교사의 전문성 비인정, 그리고 왜 이런 책을 설정해서 교과서 외의 활동을 하는지를 일일히 관리자에게 설득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 이제는 교육과정상에서 오히려 일선 교사에게 전문성으 갖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것을 강요? 하는 좋은 시대가 왔다. 내가 속한 지역에서도 교육청에서 예산을 각 학교에 뿌려 온책읽기를 강요하고 있는 형국이다.

 온책읽기는 크게 세가지로 활동을 나눈다. 읽기전, 읽기 중, 읽기 후다.

 읽기전 활동으로는 거의 대개가 표지와 제목을 통한 예상하기 활동이다. 표지 활동은 어찌보면 거의 한국에서만 가능한 활동일수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외국 서적에 비해 표지에 상당한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저학년들이 많이 보는 동화책이라면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할 것이다.

 읽기 중 활동은 책을 함께 읽어나가며 활동하는 것이다. 교사가 책을 읽어주거나 아이들끼리 여러 형태로 같이 읽는다. 아이들이 독서력이 부족해 같이 읽어나가며 내용확인 및 느낌을 나누는 것은 의외로 도움이 많이 된다. 아이들 중에서는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것을 많이 신기히햐고 게중에는 처음이라는 아이도 있을 정도이다. 모든 교사가 동화구연가는 될수 없는 만큼, 그냥 가볍게 읽어주어도 충분하며 그것만으로도 효과 만점이라고 한다.

 읽기 후 활동은 가장 백미다. 각자가 등장인물이 되어 서로 질문하기. 책 내용에 대한 토론들, 나와 연관지어보기, 인물 비판하기. 이야기 새로 써보기. 작가에게 편지쓰기나 작가와의 만남등 장 수준 높은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의 사후 활동을 엮어 책으로 내는 것도 가능하다.

 온책읽기 활동을 위해서는 교실꾸미기도 중요하다. 교실 게시판등을 관련 활동의 결과물이나 계획 및 동기유발물로 채울 수 있다. 학급문고도 중요한데, 학교 돈으로 사는 방법도 있고, 좀 어렵고 부담스럽지만 학부모 지원도 방법이다. 교사는 자신의 돈을 사용하는 것을 가장 추천한다. 매달 조금 씩 한 두권정도 그 학년 아이들 교육과정과 수준에 맞는 책을 사모으면 몇년사이에 나름 괜찮은 학급서가를 갖게 된다.거기에 자신이 산 돈이니 전출이나 교실 이동시 가져가는 것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처럼 온책읽기는 교사라면 혹은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함께 해볼만한 활동이라는 것이 책을 읽고 다시 들었다. 책 말미에는 각 학년별 온책읽기 추천도서와 주제별로 책을 소개한 것이 있는데 이것 역시 참고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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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돈을 배우다 - 불확실성의 시대, 우리가 알아야할 새로운 돈의 프레임
권오상 지음 / 오아시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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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고나서 여러가지가 변했지만, 출판계에서 변한게 있다면 봇물같이 쏟아지던 투자서책들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부동산 투자환경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인데, 정말 가치있는 투자책이라면 이런 시기는 타지 않지 않을런지. 결국 작년 재작년에 쏟아졌던 그 많은 책들은 시류를 타는 그리고 운이 좋았던 사람들의 결과물에 불과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자본주의에서 살고 화폐경제에 소속된 이상 돈을 아는 것은 매우 필수적인 일이다. 내가 무얼 하든 아무리 돈과 상관없어 보려고 한들. 상당히 많은 것이 이것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일이든 생존이든 이상이든 다 그렇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돈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돈에 관해 4가지 성격을 제시하는데 수량과 시간, 불확실성, 마찰이다.

 먼저 수량을 글자 그대로 돈의 양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심하고 돈을 마구 남발하는 시대에 수량은 과거만큼 실물과 대응하지 않는다. 그리고 돈의 수량은 양의 개념와 음의 개념이 모두 가능하다. 돈의 수량과 관련해서 저자는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한다. 실제 중앙값은 평균보다 낮기 마련이며 자본주의처럼 빈부격차가 심한 곳에서는 올바른 정규분포곡선보다는 양극이 솟아오른 쌍봉형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평균 자산은 3.6억이고 평균 빚이 6천이라지만 실제는 2.9억정도가 중간값이라고 한다.

 시간도 중요하다. 과거 400원이던 짜장면 값이 지금은 4000원인 것처럼 시간에 따라 돈의 크기는 매우 달라진다. 돈에 있어서는 미래시점이 중요한데 이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현금흐름과 관련해서이다. 저자는 이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중시하는데 이것이 돈을 지키고 불리는데 필수이기 때문이다. 전문직이 대단한 것도 보다 많은 연봉보다는 자격증으로 인한 정년이 없음이라고 말한다. 대기업이든 공무원이든 정년은 있다.

 다음은 불확실성이다. 가장 핵심적으로 본다. 불확실성은 시간과 수량에도 적용된다. 예를 든다면 사업에서 개발한 신상품이 얼마나 팔릴지, 언제 잘 팔릴지를 알수 없어며 이는 개인월급자에게도 적용된다. 조금더 안정성이 있지만 내가 얼마나 일할지, 얼마나 더 벌지는 모르는 일이다.

 마지막은 마찰이다. 돈을 마찰은 돈이 흐르는 과정에서 전기저항처럼 그양을 줄이는 것이다. 세금이나 각종 수수료가 그것인데, 세금에 있어서 엄청난 우대를 받는다는 점에서 저자는 기업의 지나친 유리함을 지적한다. 각종 수수료 또한 큰 마찰로 여러가지 물건을 살때 붙는 세금과 보험이나 주식투자, 은행 수수료를 지적한다.

 다른 투자책들과는 다르게 저자는 은행을 통한 이자수익을 강조한다. 주식이나 펀드등은 매우 위험하며 10년에 한번 정도 불황을 겪는 걸 사실상 피해내지 못한다. 그렇기에 일상에서의 수익률은 높아도 막상 장기 합산 수익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은행에 예금을 예치한 경우가 높다고 한다. 거기에 원금이 손실되어도 받아내는 수수료 등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투기 투자세력도 비판한다. 투기와 투자의 구분은 좀 애매하다. 같은 방식이어도 성공적이면 투자가 되고 무모하면 투기가 되지만 무모했어도 성공하면 투자로 본다. 성공한 투기라는 말은 없지 않은가. 좀더 안정적인 방법이면 투자로 보고 리스크가 크면 투기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이역시 주관적이다. 저자는 투기와 투자로 자신의 자산을 불리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쓰는 돈을 투자로 본다. 기업이 시설투자나 연구자본을 쏟거나 개인이 자신의 역량강화를 위해 책을 사거나 강의를 듣는 일련의 일이 투자고 나머지는 모두 투기라는 것이다.

 책은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다. 돈을 배워서 함부로 투기하지 말고 잘 지키라는 골자를 가진 보기 드문 독특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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