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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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은근히 채사장의 팬이다. 채사장이 낸 책을 모두 사서 읽고 소장하고 있으니 그렇다. 매우 인상적이었던 지대넓얕 시리즈 제로편에이어 오랜만에 나온 그의 신작은 소설이었다. 제목이 좀 이상해서 다소 의아했지만 열한계단이나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같은 제목도 있었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설마 소설이었다. 

 하여튼 어떤 소설일지 많은 호기심을 갖고 읽기로 했다. 내용이나 배경은 모두 의외였다. 인생과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니 현대적인 내용이 아닐까 했는데 의외로 중세 십자군 시절이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이었다.

 소마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십자군들이 세운 왕국 주변부에 사는 한 작은 이교도 마을(십자군의 관점에서) 소년이다. 느낌은 인도느낌인데 십자군 왕국 주변부이니 아마도 아라비아 반도 인근일 것이다. 소마는 아버지로부터 신에대해 배우고 어느날 아버지와 집근처 호숫가에 나간다. 아버지난 강하게 활을 쏘고 이 활을 찾아오라고 소마에게 시킨다. 그래야 인생이 활처럼 곧을 거라나.

 일종의 성인통과의례 같은 이런걸 수행하러 소마는 길을 떠난다. 아버진 장사였는지 이 활을 넓디 넓은 호수를 넘어가 소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소마는 길을 헤메고 비를 맞다 지쳐 동굴로 들어간다. 그 동굴에서 이상한 석상같은 걸 만나는데 그 석상은 소마에게 복종을 요구하고 그 댓가로 세계를 지배하게 해준다고 한다. 화살도 찾게 해줌은 물론. 소마는 고통 끝에 허락한건지 아닌건지 애매한 상태로 동굴에서 나온다.(아마 허락한것 같다)

 그리고 마을에 와보니 마을은 십자군들에 의해 약탈방화살인이 이뤄진 후였다. 소마는 어머니의 시신을 끌어안고 며칠을 보내다 다시온 십자군에 의해 구출된다. 그리고 소마의 이름은 왕국에 걸맡게 사무엘이 된다. 소마는 십자군 아데사 왕국에 살게되고 한 실력자의 집에 머물게 된다. 유산을 거듭하던 한나가 소마를 살피고 아들처럼 키운다. 하지만 이교도에 이민족인 소마는 자식이 없는 한나의 집안을 노린 한나의 오빠 바가렐라의 아들 헤렌이 오면서 밀려난다.

 헤렌에 모든 걸 빼앗긴 소마는 왕국기사단에 들어가 네이케스와 고네등으로 이뤄진 진보적 집단과 만난다. 그들은 삶에 대해 고민하고 왕국의 마녀사냥등에 반대하며 이들을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녀희생자를 구하다 일이 틀어져 고네도 죽고 소마는 왕국에서 나와 오히려 적국인 크레도니아의 군인이 된다.

 크레도니아엔 소마같은 이민족 부대가 있었고 소마는 사무엘에서 다시 소마의 이름을 되찾고 20년간 전쟁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헤렌이 이끄는 어리석은 부대를 궤멸시키고 크레도니아마져 차지해 석상이 말한 것처럼 세계를 지배하는 자가 된다. 

 황제가 되어 제국을 다스리던 소마는 백성을 위한 삶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개혁이 지체되자 서서히 지쳐간다. 지독한 삶에서 호화로운 삶은 누리며 인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불운과 원망만 계속하며 짐승처럼 살아온 자신의 삶에 후회를 느낀다. 그러다 눈먼 소녀를 만나고 소녀에게서 안식을 찾는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정사를 멀리하게 된 소마는 아들 에다(그는 소마가 죽인 헤렌의 아들일 수 도 있다)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난다. 과거 소마의 동료이자 부하였고 지금은 그에 의해 요직을 차지한 이들의 배신도 물론이었다. 소마는 두눈과 혀, 귀, 코를 잃고도 살아남는다. 그러고도 세계를 헤메며 자신이 걸어왔던 모든 것을 돌아보며 생을 마무리한다.

 책의 이야기는 많이 보는 배신과 복수의 굴레바퀴로 제법 흡입력이 있다. 채사장은 한 사람의 굴곡진 인생을 통해서 모든 것을 얻는것도 모든 것을 잃는 것도 하나로 보는 느낌을 선사하려는 것 같았는데 다 읽었지만 그런 느낌이 많이 들진 않았다. 소설가로의 첫 변신이었는데 이전 그의 작품들이 주는 느낌이 강렬했기에 어렸웠을 이번 시도가 썩 인상적이진 않았다. 바닥부터 최고 권력, 다시 바닥으로 향하는 여정으로 인생의 무상함이나 단일자를 보려주려는 시도였던 것 같은데 오히려 고민하는 현대인을 배경으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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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그렇기에 주변의 인간과 협력 및 경쟁을 한다. 주변 협력자들 중에는 자신과 유전자를 100%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에서 절반을 공유하는 부모와 형제자매, 그리고 일부를 공유하는 인척들이 있다. 그리고 유전자를 거의 공유하진 않지만 나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을 주는 친구들이나 믿을만한 협력자들, 그리고 같은 문화권의 부족 구성원들도 있으며 이들은 나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을 준다. 반면 나의 생존과 번식에 방해를 주는 경쟁자들은 성적 경쟁자들이나 생존을 위한 자원을 갖고 다투거나 사기 및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인간들, 우리 부족과 적대적 성향을 띠는 경쟁부족 구성원들이다. 

 이렇게 주변의 사람이 나의 생존과 번식에 협력적이냐 경쟁적이냐에 따라 인간은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 가중치를 부여하게 된다. 민주사회에서 태어난 우리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배우고 그리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모든 주변인을 평등하게 대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인간은 사람에 대한 자신의 가중치의 정도를 공감이라는 감정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는 개인의 유전전 근인도, 그리고 같은 사회문화권 구성원, 개인적 친밀도나 그 사람의 협력도, 혹은 사회의 쓸모 있는 구성원으로서 그 사람의 위치나 외모, 성별, 나이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람은 매일 일어나는 사건 사고 속에서 피해자의 조건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그가 보이는 공감정도는 현저히 달라진다. 때문에 공감이란 수단이 도덕성의 조건으로 그리 좋지 못함을 책 공감의 배신은 보여준다.


 






 공감에 대한 차이는 재난 영화를 봐도 쉽게 볼수 있는데 재난 영화에는 많은 공식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빌런인데 모두가 생명상실의 위기 상황에서 자기만 살겠다고 모두를 위기에 몰아넣거나 구조순서를 가로채려고 시도하는 그런 자들이다. 그런데 이런 빌런들은 이상하게도 대부분 성별은 남성이며 나이는 대개 젊거나 중년층이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경우가 많다. 영화 해운대에서 난리치다 구조대원을 죽음으로 이끈 젊은 재벌, 부산행에서 주인공들을 막아버린 아마 적당한 기업 중역으로 보이는 안경 쓴 아저씨, 2012에서의 러시아 재벌, 샌안드레아스의 역시 재벌, 영화 엑시트에서의 지배인, 타이타닉에서의 로즈의 약혼자등이 그렇다. 아마 좀더 찾아보면 이보다 훨씬 많은 것이지만 아마 빌런의 유형은 상당히 비슷할 것이다. 

 위기상황에서 유독 남성, 그것도 젊거나 중년이면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비교적 높은 이들이 이런 진상을 부리는데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이들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각자도생의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완력을 쓰기 좋은 위치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아무래도 여성이나 노년, 어린 아이들에 비해 힘이 강하니 스스로 살고자 난리치기 적합하다. 더구나 사회경제적 위치가 높은 사람은 그 상황에서 그것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사용할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들이 아무래도 가장 공감 받지 못하는 존재로 위기 상황에서 가장 낮은 가중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트롤리 딜레마란 윤리학 사고 실험이 있다. 양편 중 한 쪽을 반드시 죽일 수 밖에 없을 때 선택을 하게 하는 실험인데 크게 사람의 수나, 그 사람이 나 자신 혹은 얼마나 나와 관련이 있는지, 나이는 어떤지, 성별은 어떤지가 조건으로 주어진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이 상황에서 보통의 사람들은 적은 수의 사람보다는 더 많은 사람을, 남자 보다는 여자를, 그리고 어린 아이를, 노인보다는 젋은이를, 뚱뚱하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보다는 보통으로 보이는 사람을 더 살리려는 경향이 있다. 재난영화의 각자도생의 상황은 어찌보면 트롤리의 딜레마 상황과 가장 유사하다. 그렇기에 중년 혹은 젊은 남성은 자신이 가장 가중치가 낮음을 스스로 깨닫고 난리치는 것이 아닐까. 그저 가만히 있다가는 자신의 구조순서나 탈출순서가 마지막이 될것이 자명하고 그것은 자신의 생존율을 급격히 낮추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이타닉호 침몰사고에서 남성승객은 20%, 여성승객은 74%, 어린이는 50%가 생존했다. 남성이 의도적으로 구조에서 배제되었거나 혹은 스스로 양보했음을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각자도생의 상황에서 어느 정도 젊은 남성의 가중치가 가장 낮음은 다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원시사회에서 젊은 남성은 소규모 집단에서 완력이 강해 집단의 전투력이나 생존력을 높이는데 가장 기여할만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꾸로 각자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여성이나 아이, 노인, 혹은 같은 다른 남성에게 자신들의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이며 동정이 가장 가지 않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중치가 낮은 것일까? 

 

 하여튼 개인은 그럴지언정 헌법이나 여러 법들에서 선언적으로 우리 사회, 혹은 세계 모든 구성원은 평등하다고 외치는 국가나 사회, 세계마저도 사실 사람마다 현저한 가중치를 두고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를 매우 쉽게 접할수 있는데 가령 같은 죄를 저지르고도 사람의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형량이 매우 다르며 심지어 기소조차 되지 않는 경우, 혹은 같은 20년형을 받고 복역을 하더라도 누구는 만기를 채워야 나올수 있지만 누군가는 특별한 형태로 4-5년만에 나오기도 하는 그런 경우를 봐도 그렇다. 

 그리고 이런 사회가 개개인에게 부여하는 가중치는 생명가격표라는 이름으로 가장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 생명 가격표는 글자그대로 생명에 가격을 붙이는 것인데 재난이나 테러, 사건사고로 사람이 생명을 잃는 경우 유족에게 부여되는 보상금이나 배상금이 바로 그것이다. 같은 사고로 사망한 경우라도 누구는 1억 누구는 10억의 배상금을 받는다. 이것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산정하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한 개인의 생명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비용편익 분석이 있다. 비용편익분석은 순현재가치의 최대치를 지닌 대안을 가려내는것으로 흔히 선택된 규제안이 가져올 비용과 편익에 대한 고려를 할때 사용된다. 가령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한국에서 시대착오적으로 신규로 건설하고 있는 화력발전소를 모두 폐기한다면 상당한 고정비용과 해당 기업에 대한 배상금이 투입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에 미세먼지와 탄소 발생량을 줄여 국민 건강과 환경에 기여하고, 한국의 대외이미지를 개선시킨다면 이것이 편익이 된다.

 이 비용편인 분석엔 많은 문제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우선 통계적 생명가치를 중요한 투입변수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통계적 생명가치는 생명 하나당 공정하게 주어지는 생명가치인데 이게 높으냐 낮느냐에 따라 생명가격표가 현저히 달라지게 된다. 미국의 경우 통계적 생명가치는 10만 달러정도로 높게 책정되어 있는데 이는 미국의 기대소득치는 넘는 수준이다. 때문에 미국의 경우 인명 상실에 대한 보상금액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국은 생명상실에 대한 보상금이 매우 낮은데 이는 아마도 정부 당국에서 통상적으로 통용되는 통계적 생명가치가 낮기 때문이 아닌가로 추정된다. 

 비용편익분석의 또 다른 문제는 통계적 생명가치가 실제 위험이 증가하는 현재가 아닌 사망이 발생하는 미래를 의미하는데 사용된다는 점이다. 화력발전소를 그대로 존치시켜 발생하는 현재의 손해보다는 그로 인해 사람이 사망하는 이후를 계산하기에 현재적 쓸모가 적다는 것이다. 다른 문제는 할인이다. 미래의 사망에 대한 손해를 계산하고 미래의 것이기에 경제적 개념으로 물가상승률에 대한 할인이 적응된다. 물가가 매년 10%오르면 현재의 10만원은 7년후면 5만원의 가치에 불과하다. 때문에 할인을 적용하면 미래 세대의 생명이 현세대의 그것보다 현저히 가치가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정량화하기 어려운 요소를 간과하는 면이 있다. 화력발전소의 경우 혜택을 보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동식물도 이득을 본다. 하지만 이런 것은 편익내역에 대개 포함되지 않으며 포함하려고 해도 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발전소의 폐쇠는 바로 견적이 정확히 나온다. 또한 공정성이 고려되지 않는다. 대개 피해를 입는 계층은 사회적 약자나 서민일텐데 발전소 관련자는 보다 재벌이다.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이런 비용편익을 분석하는 집단들 역시 이들과 엮여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비용편익 분석이 생명의 가격을 특정 사업에 대한 사회적 규제안에 다한 편익과 비용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사람의 사망에 대한 보상금은 보다 직접적인 생명가격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을 죽게 만든 사람은 민사 형사상 책임을 지게된다. 형사는 징벌적으로 죄에대한 형벌이고 민사는 사람을 죽게 한 것에 대한 보상이다. 민사에서 보상금액은 실제비용과 기회비용으로 나뉘는데 실제비용은 장례비용등을 포함해서 희생자의 죽음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며 기회비용은 희생자가 살아있었을 경우 기대할수 있었던 소득이나. 봉사등이다. 이 기회비용이 사람의 나이나 성별, 직업에 따라 매우 달라질수 있기에 개개인의 생명가격표는 매우 달라지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 보상금액의 산정에 생명자체에 대한 가치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놀랍게도 미국의 많은 법이 생명자체에 상실에 대한 보상은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희생자등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문제만을 고려한다. 어찌보면 법은 철저히 산자만을 위한 것이란게 여기서도 드러난다. 아무리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경우도 그가 자살하거나 사망하면 사건은 그냥 종결되어버리고 피해를 구제받지 못한 희생자만 남게되는 경우와 매우 비슷하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점 때문에 자주 희생자가 사망한 경우보다 사망하지 않고 큰 부상을 입은 경우 보상금이 더 커지는 일이 생기곤 한다. 미국에서는 피해를 입은 사람이 원래대로 생활할수 있게끔 지원하고 보상하는 것이 개념이기에 큰 부상을 입어 평생재활을 해야하는 경우 보상금이 사망보다 더 커진다. 매우 역설적인 경우다. 

 이런 식의 보상금 규정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바로 직업이 없는 아동이나 특정 직업이 없는 가정주부의 경우 보상금이 터무니 없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가정주부는 그가 기대소득은 없지만 가정에 기여하는 서비스나 봉사의 정도를 크게 잡거나 아이의 경우 유가족의 정신적 충격과 상실에 대한 고통을 고려하는 비경제적 손해배상을 크게 잡아 실질적 보상금을 높이는 형태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처럼 저자는 책 생명가격표를 통해 법적인 평등으로 포장된 우리의 삶이 실제로는 사회적 가중치를 부여받아 적나라하게 돈으로 책정되는 현실과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과정은 매우 일상적이며 의외로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지만 상당히 기업과 권력있는 사람들 편향적일 수 있으며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생명가격표, 즉 사회적 가중치가 낮게 책정된 사람들은 그 생명의 가치가 낮게 책정되었기에 마구잡이로 취급당하고 존중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위험한 건설현장이나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가격표는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다. 때문에 기업주들은 그들이 죽어도 경제적으로 형사적으로 그리 큰 손해를 보지 않기에 이들을 마구 잡이로 소모한다. 그 결과가 매일 6-7명이 죽어나가는 한국의 산업현장이다. 기업은 이윤극대화가 목적이기에 사업비용과 사람의 생명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 늘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실제 역사상 수많은 담배회사들이 이것이 건강에 치명적 문제를 일으킴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오래도록 숨겨왔으며 많은 위험한 화학물질을 배출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도 이 제품이 노동자와 소비자에게 얼마나 많은 해악을 안기는지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했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개인의 통계적 생명가치를 높게 책정하는게 필요해보인다. 한국은 이것이 낮기 때문에 보상금이 터무니 없이 적으며 형사적으로도 형벌이 매우 낮다. 그래서 기업이 지금처럼 할수 있는 것인데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고 보상금을 상당히 크게 한다면 지금같은 행태를 부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생명가격표에서 모두가 다르기에 개인의 직업이나 기대소득에 따른 가중치는 어느 정도 반영하더라도 모든 사람에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받을 수 있는 통계적 생명가치를 높게한다는 평등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어느정도 선언적 평등을 실현할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법상에서도 생명자체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사망보다 부상의 배상금이 더 큰 것은 여러모로 역설적이다. 현실이 이렇기에 어설프게 사고를 내느니 확실히 사고내서 교통사고 사망자를 죽이는게 더 낫다라는 우스게 소리가 심각하게 돌아다니는게 아닌가.

 그리고 개인의 생명가격표를 책정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독립된 기관에서 이를 수행하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한국의 많은 규제기관은 노동부건 환경부건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마치 기업부처럼 행동하는 경향성을 많이 보인다. 때문에 이런 생명가격을 책정하는 독립기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사람하나하나의 생명가격표는 다르더라도 그것이 충분히 높아 모두가 어느 정도는 평등하고 귀하다는 생각을 가질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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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에듀 (2017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 지역교육을 위한 희망 로드맵
추창훈 지음 / 에듀니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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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교육은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닌다. 

 지역교육은 학습의 주제와 소재로 학생의 삶을 다룬다. 학생이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내용이 너무 어렵거나 자신의 삶과 아무런 연관이 없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교육은 학생이 살고 있는 지역, 즉 그의 삶은 다루는 교육을 실행함으로서 학생으로 하여금 학습에 집중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며 그로 인해 학습의 주인이 되게 한다.

 그리고 지역 교육은 학교를 특색화한다. 여러 번 지적했지만 한국의 공교육은 학교별로 특색화하지 못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교원이 순환한다. 교원은 법적인 제약으로 한 학교에 오래 머물지 못하며 그 학교와 지역에 대해 알 만하면 떠나게 된다. 거기에 강력한 국가교육과정에 학교가 자신만의 특색을 갖는 것을 제약한다. 그렇기에 한국의 각 학교는 건물 모습에서 사용하는 교과서, 수업모습까지 천편일률적이다. 학생들이 전출과 전입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적어도 학교에선 친구들이 바뀌어서가 전부다. 수업방식이나 수업내용, 교재의 차이는 전혀 없다. 특색하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지역 교육은 해당 학교가 속한 동이나 면의 특성에 맞추어 교육을 특색화한다. 

 지역 교육은 지역사회를 풍성하게 한다. 지역 교육을 위해 학교와 교육지원청은 해당 지역의 자원을 사용하게 된다. 학교의 교원은 교육전문가이지만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가르치는 학교에서 완전한 전문가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과 목공수업이나 국어에서의 연극수업, 미술에서의 도예수업 등이 그렇다. 이 경우 지역 전문가와의 협업이 중요한데 지역 교육이 활성화하면 지역에 숨겨진 이런 자원들이 학교 공교육으로 편입되게 된다. 이를 통해 학생은 지역을 더 잘 알게 되며 각 지역 자원들에게 안정적이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나 지역사회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해당 지역의 사회적 협동조합까지 구성하는 단계이 이른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또한 지역교육은 학교가 본업인 교육에 집중하게 하여 교육의 질을 향상시킨다. 학교는 20여년전부터 교육법에도 있지 않은 방과후 학교와 돌봄 업무를 떠맡고 있다. 지역교육이 활성화하여 이를 담당하는 센터가 구성되면 이를 지자체나 지역의 센터에서 담당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학교의 교사는 교육 본업에 집중하고 아이들과 보다 많은 시간을 가질수 있으며 수업 및 교육과정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방과후나 돌봄자체도 더욱 훌륭해진다. 현재 각급 학교의 방과후는 외딴 지역의 경우 강사를 구하기 어렵고 매년 강좌가 바뀌는 경우가 많아 연속성 있는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하지만 지역에서 담당하게 되면 일관성있는 교육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지역 교육은 교육의 거버넌스를 이룰수 있게 한다. 오랜 기간 학교교육은 학교교사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교육부와 교육청에 의해서 이뤄져왔다. 여기에 학생이나 학부모, 지역의 요구가 들어갈 여지는 없었다. 하지만 지역 교육이 실현되면 학부모와 지역, 학생, 교사가 함께 학교교육을 만들어가게 된다. 즉, 교육 거버넌스가 이뤄지는 것이다. 

 책 로컬 에듀에는 현재는 교감이지만 과거에는 전북 완주군 교육청의 장학사였던 추창훈이 지역 교육의 실현을 위해 혁신교육특구 사업을 하면서 느낀 생각과 소회, 일추진 과정, 성과등이 잘 집대성되어 있다. 읽으면서 상당한 인상과 감동을 받았다. 거의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 느낌인데 저자의 교육자로서의 역량이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지역교육, 즉 마을교육이 이루 교육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여긴다. 지역교육은 혁신교육특구, 경기도로 치면 혁신교육지구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데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업으로 지역의 각급학교가 지역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된다. 지자체는 교육청과 비교할 때 선출권력으로 많은 권한을 갖는다. 예산과 조례지정권한, 인력, 프로그램, 시설, 네트워크가 그렇다. 이를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서로간의 협업이 요구되며 그것이 성공적으로 이뤄진게 혁신교육 특구다. 

 저자는 혁신교육특구 사업으로 학습 더딤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그려놓았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학교는 많은 아이들에게 일정수준으로 같은 내용을 가르치므로 필연적으로 그 수준과 방법이 맞지 않은 학생들에게 학습더딤이 일어난다. 해석주의 교육사회학에 의하면 학습더딤은 4가지 유형으로 처리되는데 제외하기, 포기하기, 숨죽이기, 낙인찍기다. 제외는 수업이 주로 중간수준으로 진행되기에 여기에 못미치는 학생이 교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포기는 수업에서 뒤쳐지는 학생을 따로 고려하여 지도하지 않는 것이고 숨죽이기는 원만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학습더딤학생에게 과제만을 부여하는 것이다. 낙인찍기는 방과후 등에 진행하며 나머지 공부등의 보충수업으로 부진을 중복 확인하는데 그치는 것을 말한다. 

 어느 순간부터 학교는 학습 더딤학습을 외부에 위탁하는 방식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선생님들은 이런 아이들을 남겨서 가르치는 일도 많았는데 학교에 방과후나 돌봄, 정보화등 여러가지 업무가 폭증하게 되고 학습더딤에 대한 예산등이 마구잡이로 들어오게 되면서 외부강사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문제는 이들의 전문성 뿐 아니라 성공적으로 접근이 이루어져도 외부강사이기에 학생에 대한 형성된 지도방법과 역량이 그대로 외부로 유출되어 연계성 없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누적된 학습더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습더딤을 겪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적합한 교육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생 개인별로 더딤의 원인이 어디서 오는지 관찰, 면담, 기록, 분석등으로 그 원인을 확인하고 그 원인에 따른 개인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일부학교에서 보여주는 학습지원 교사제의 도입(정교사를 더 도입해 이들을 학급에서 학습더딤을 겪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로 활용)하거나 교육청이나 지역 풀뿌리 센터를 만들어 그곳의 고정된 인력이 오래도록 지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책을 읽으며 지역 교육과 교육의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다루는 저자의 시각과 노력이 매우 인상깊었다. 지역교육은 많은 것을 포괄한다. 학습 더딤학습에 대한 것, 진로교육, 체험학습장소, 학교의 돌봄과 방과후 해결, 교육과정의 강화, 교육 거버넌스의 확립등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학생 하나하나의 성장과 행복, 그리고 향후 지역사회의 자원으로 그들이 살아갈 지역과 인재를 키워주는 것이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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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의 다리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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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인 마커스 주삭이 누군지 몰랐지만 이번에 출간한 '클레이의 다리'는 전작으로부터 무려 13년의 시간차를 두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책을 읽으면서 마주친 지나친 두꺼움, 복잡한 구조, 수많은 비유들이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아....... 이걸 이렇게 하려니 이리 오랜 시간이 필요했구나" 라고. 

 소설을 읽으면 지식책들에 비해 묘한 두려움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그 책의 작가들만이 내뿜는 호흡과 문체, 세계관, 서사의 구조에 젖어드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그리 높은 허들은 아니며 그 약간의 장애물만 넘어간다면 이후엔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작가가 유도한 감정만이 느껴지기에 어느 정도 기분 좋은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근데 '클레이의 다리'는 이게 좀 많이 높았다. 이 책을 그만 읽을까 고민하며 무려 100-150쪽 정도 읽기 시작했을때서야 그 허들 위로 간신히 머리 정도를 내밀 수 있었다. 다 읽고 나서도 마찬가지인데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가 주는 감정과 생각등은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었지만 온전히 다 본것 같은 기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 언젠가 한 번 더 읽어봐야하지 않을까나.

 책은 거대한 서사도 그리고 한 개인만에 국한된 세세함도 아닌 중간 정도다. 던바라는 성을 가진 집안을 다루면서도 아버지 마이클 던바와 그 아들 클레이 던바까지만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복사판 처럼 닮아있다. 외모도 그러하고 여자 팔자도 그렇고, 그 기묘한 성격과 매력에 육체적 강인함, 그리고 공사장에서의 솜씨까지 그러했다. 마치 영화 대부가 생각나는 장면인데 영화 대부2는 아들 대부인 마이클 콜레오네와 그의 아버지 비토의 삶은 평행선처럼 다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설 클레이의 다리도 딱 그러하다.

 책의 구조는 시간순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시간순을 따르지만 사실 앞부분이 가장 최근이라 할 수 있고, 점점 과거의 사건이 드러난다. 처음엔 아버지 던바, 그리고 아들 던바, 결국 합쳐지며 마무리다. 아버지 마이클 던바는 시골 출신이다. 좋아하는 여자아이인 애비가 있었고, 애비도 마이클을 좋아한다. 마이클은 자신이 사랑하던 개가 뱀에게 물려죽자 개와 뱀을 모두 앞마당에 묻는다. 그리고 애비에게 고백을 하고 개가 사라지자 자신이라는 묘한 기분나쁨과 함께 마이클과 함께 한다. 둘은 시골에서 공부를 잘해 대학에 진학한다. 애비는 경영쪽, 마이클은 미술쪽이었다. 마이클은 이상하게도 아름다운 애비를 더욱 아름답게 그리는 것 외에는 딱히 재주가 없었다. 둘은 결혼하지만 이런 마이클의 전공에서의 실패와 애비의 전공에서의 성공은 둘의 처지를 점점 갈라놓게 된다. 그리고 둘은 헤어진다.

 마이클이 다음에 만난 여자는 페넬로피로 클레이 던바의 어머니다. 페넬로피는 아마 폴란드인 것 같은데 하여튼 동유럽 출신으로 피아니스트다. 동구권이 무너질 무렵 직업이 그렇다 보니 페넬로피는 서유럽 여기저기로 공연을 다녔다. 늘 돌아왔기에 아마 당국의 의심도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이 모든게 페넬로피 아버지의 포석이었다. 아버진 페넬로피조차 모르게 그녀를 빈으로 보내며 탈출을 지시한다. 그리고 딸은 탈출했고 그게 아버지와의 마지막이었다.

 괜찮은 피아니스트였지만 영어와 자본주의를 모르는 페넬로피에게 주어진 일은 청소였다. 그리고 그 일로 돈을 모아 페넬로피는 피아노를 산다. 근데 그 피아노가 잘못 배달되는데 하필이면 마이클 던바의 집이었다. 후일 둘은 결혼하여 합치며 그 피아노가 결국은 잘못 배송된게 아니었음을 언급하며 즐거워한다. 하여튼 이 오배송사건을 계기로 둘을 서로를 알게되고 끌리며 사귀고 결혼하게 된다. 집을 샀고 그게 던바가의 아처스트리트 18번가다. 집은 경마장 인근으로 시끄러워서 인기가 없었는데 페넬로피는 오히려 그걸 좋아했다. 

 페넬로피 네 아들을 낳는다. 매슈, 로리, 클레이, 헨리다. 그리고 이 책의 화자가 고교시절부터 글좀 쓰던 매슈다. 로리는 타고난 싸움꾼으로 괴력에 그 힘에 걸맞게 성질도 사납다. 클레이는 주 400미터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준족에 묘한 매력을 지녔고 헨리는 집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평범하다. 페넬로피는 영어가 익숙해지자 교사가 되었다. 정말 힘든 네 아들은 페넬로피가 잘 키워내고 심지어 피아노마저 가르친다. 학교에서도 특유의 뚝심으로 문제아들을 지도하여 명망있는 교사가 된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암에 걸린다. 의사의 예상보다 몇년을 더 살았지만 결국 죽고 아버지 마이클 던바는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집을 나가 버린다. 그리고 그 후로 매슈는 아버지 던바에게 살인범이라는 별칭을 붙인다. 아직 고교도 졸업하지 못한 자신들을 건사하지 않고 나가버려 죽인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래고 아버지 없이 아이들은 자랐고 클레이는 묘하게 엇나가는 자신의 집안처럼 기수만 꾸준히 나오는 숙명을 가진 집안의 여자애를 만나게 된다. 

 케리라는 이름의 그 아이는 기수였고 유일하게 묘하고 이상한 클레이를 담아낼 수 있는 아이였다. 케리는 집안의 반대에도 기수가 될정도로 의지가 강했고 능력도 있었지만 결국 낙마하여 사망한다. 클레이의 운명도 이런 면에서 아버지 던바와 많이 닮았다. 아버지 던바는 이런 클레이에게 함께 공사장에서 다리를 만들자고 한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클레이의 다리인 셈인데 클레이는 이걸 허락한다. 그 다리는 오래전 강가에 있었지만 유독 비가 많이 오던날 쓸려내려갔고 이제 보수를 하는 참이다. 

 그리고 함께 다리를 완성해가며 클레이와 아버지 마이클은 뭔가를 해낸 느낌을 갖게 된다. 지독한 숙명 같은걸 다리로 털어냈다고 해야할까. 책은 거기서 끝내지 않고 이후에 이야기도 다루는데 형제 매슈, 로리, 헨리의 이야기 그리고 클레이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 형제들은 매일 서로 죽일 듯 싸우면서도 묘하게 의리가 있는데 형 매슈는 로리가 학교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서 알게된 여교사와 사귀게 되고 슬하에 딸을 둘 갖게 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결혼을 미루는데 그게 클레이가 없어서다. 우애가 이 정도다.

 서평은 시간 순으로 했지만 책의 내용은 비선형적이며 매우 복잡한다. 한장은 현재를 다루고 다음장은 과거를 다룬다. 비유적 표현이 상당히 많으며 책은 무척 두껍지만 한 절 한 절은 생각보다 무척 짧다. 상당히 독특한 감성과 느낌을 주는 책으로 오래도록 기억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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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24 0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작가의 책도둑과 메신저를 꽤 재밌게 읽었던거 같은데 오랫만에 신작이 나왔네요.

닷슈 2022-01-25 20:05   좋아요 0 | URL
저는 전작들은 보지 못해서 이번 작품과 느낌이 비슷한지 궁금하군요.

mini74 2022-02-10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축하드립니다 👍

그레이스 2022-02-10 18:08   좋아요 2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닷슈님!

이하라 2022-02-10 1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2-02-11 01:0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하라님.

서니데이 2022-02-10 2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강나루 2022-02-11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 축하해요^^

닷슈 2022-02-11 14:5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당첨축하드려요
 
생명이란 무엇인가 - 5단계로 이해하는 생물학
폴 너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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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부터 방영하는 EBS 위대한 수업을 가끔 본다. 매일 감질나게 찔끔 보기보다는 토요일 오전에 하는 재방에서 한 학자 분을 모두 몰아주는걸 한 방에 보는 걸 선호한다. 아무래도 옛날 사람인듯 하다. 나에게 한 텀이란 5분 10분보다는 한 시간이다. 그래도 위대한 수업은 요즘 젊은 사람들 특색에 맞게 15분 분량 정도로 한 강씩 잘라서 방영한다. 그러고보니 알라딘에서도 관련 저자 책들을 모아놓은 이벤트가 있다. 

 지난 번 본 사람은 폴 너스였다. 그래서 그의 책을 찾았다. 생명이란 무엇인가가 책 제목이었다. 슈뢰딩거가 오래 전 같은 제목으로 책을 썼는데 폴 너스 역시 그를 기리고 자신이 생물학의 연구자인 만큼 평생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책을 써나갔다. 그래서인지 책은 얇은데 읽는 것이 녹록치 않았다.

 생명이 역사가 겨우 50억년에 불과한 이 지구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자생설도 있고, 생명이 이렇게 고도로 발달하기엔 역사가 너무 짧아 외계에서 도입되는다는 설도 있다. 외계 도입도 거의 완전한 생명이 들어오거나 혹은 상당히 생명에 가까워진 유기물질이 들어온게 아닌가로 갈리는 듯 하다. 폴 너스는 책의 서론에서 생명의 요건으로 3가지를 주목한다. 번식이 가능하고, 유전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유전체계가 다양성을 드러내고 이것이 대물림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경계를 지닌 물리적 실체로서 생명은 진화를 하며 화학적, 물리적, 정보적 기계로 작동한다. 때문에 생명이 위와 같은 작동을 하려면 경계로써의 세포막과 유전물질, 대사작용이 이뤄져야 한다. 

 하여튼 많은 학자들은 초기 생명이 발생한 곳으로 지구 심해의 열수공을 지목한다. 이곳은 지금도 고세균 같은 혐기성 생물이 많이 모여사는데 생명이 발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우선 열수공 암석 곳곳에 구멍이 있어 뭔가 물질들이 농축되어 모여들면서도 보호받기에 좋다. 세포막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즉, 폴 너스가 언급한 경계를 어느 정도 지니게 해준다. 세포막은 지질구조로 분자 두 개정도의 두께를 갖고 있지만 생명과 환경을 분리해준다. 세포막의 재료인 지질구조를 물속에 넣으면 놀랍게도 이들은 서로 모이고 뭉쳐 속이 빈 공모양, 즉 마치 세포같은 모습을 형성한다. 지질구조가 적당히 모여있으면 저절로 세포막 같은 걸 형성한다는 것이다. 세포막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생명의 발생에 매우 중요하다. 생명은 고도의 질서를 지닌 존재로 우주가 생성된 이래로 존재하는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된다. 경계가 없는 곳에서는 항상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엔트로피가 점점 커지며 무질서해지므로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경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엔드 오브 타임에서 브라이언 그린이 말한 것처럼 생명체는 자신의 질서를 고도로 유지하는 대신에 열이나 다른 형태의 무질서한 에너지를 그 이상으로 방출해 엔트로피를 자신이 낮춘 것 이상으로 높이므로 열역학 제 2법칙을 국소적으로는 위배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위배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만한 것은 RNA다. RNA를 초기생명에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 정보저장 및 복제와 대사작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RNA는 아마도 열수공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이들이 인근 열수공에서 고농도로 농축되고 압력이 높고 열을 충분히 받으며 여러 화학작용이 이뤄지기 용이한 조건에서 우연히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RNA는 그 자체로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에선 세포핵에서 나온 RNA를 통해 리보솜이 유전물질을 읽고 그대로 단백질을 생성한다. 그리고 RNA는 효소만큼은 아니짐나 특정한 화학반응의 촉매역할을 한다. 즉, RNA는 대사와 유전을 동시에 진행한 셈이다. 그리고 이 RNA가 열수공 밖에 혹은 안에서 지질막이 형성된 막안에 들어가게 되면 최초의 원시세포가 탄생하게 된다. 생명의 탄생인 것이다. 폴 너스는 이런 생명의 개관 외에도 생명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핀다. 

 

1. 세포

 세포는 생물의 구조적 기본 단위이자 생명의 기능적 기본 단위다. 이런 세포들이 조금씩 모여 다세포 생물을 이루고 이것들이 서로 따로 작동하는 것 같으면서도 놀랍게도 일사분란하게 생존과 번식을 위한 거대한 화학, 물리, 정보기계를 이루는 것이 생명이다. 때문에 세포가 늘어나는 것은 모든 생물의 성장과 발달의 토대다. 크기와 복잡성에 상관없이 모든 생물은 하나의 세포에서 나온다.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물도 단 한번의 세포발생에서 시작했다. 이 말이 근거를 갖는 이유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막론하고 세포의 형태와 그 기능이 같기 때문이다. 

 모든 세포는 내면 상태와 주변 환경과 긴밀이 시통하고 생존과 번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내부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 없이 활동한다. 세포의 존재의 핵심에는 유전자가 있다. 유전자는 각 세포가 스스로를 만들고 조직할 때 사용하는 명령문을 담고 있다. 생물의 평생에 걸쳐 유전자는 세포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세포에 제공한다. 

 유전자는 세포에게 특정한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지시하는데 세포안의 일어나는 일을 모두 이 단백질이 수행하기에 이 정보는 대단히 중요하다. 단백질은 4개의 염기만을 사용하는 유전자에 비해 훨씬 복잡한 문자체계를 사용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20가지 기본 구성단위들이 한 줄로 이어져서 만들어진다. DNA의 네 문자(ATCG)는 DNA사다리에 3개씩 모여 한 단어를 이루는 방식으로 배열된다. 그리고 이 짧은 3문자는 아미노산과 일대일 대응한다. 예를 들어 CGT는 알라닌, TGT는 시스테인이라는 아미노산을 이룬다. 그래서 메타글로빈이라는 인간 유전자는 147*3개로 147개의 아미노산을 번역한 것이 된다. 


2. 유전

 돌연변이는 유전자의 DNA서열이 바뀌거나 재배치되어 일어난다. 원인은 자외선이나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또는 세포분열과정에서의 오류산물이다. 세포는 이런 오류를 대개 수선하므로 한 번 분열할때 3개의 미세돌연변이만이 발생한다. 이는 DNA분자 10억개당 1개 정도의 오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미세돌연변이 중 일부는 개체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어 혁신의 원천이 된다. 

 모든 생물은 부모에게는 없는 무작위로 생기는 소수의 유전체 변이를 갖고 태어난다. 유전자는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보전할 필요성과 변화하여 발전할 능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오류율이 너무 높다면 유전체에 저장된 정보가 퇴화하여 애써 지금껏 쌓아온 것이 무의미해지며 오류율이 너무 낮다면 진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진행생물은 유성생식 과정에서 추가로 다양성을 획득한다. 생식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세포분열이 일어날 때 염색체의 일부가 뒤섞여 재편되기 때문이다. 같은 부모를 둔 형제자매가 모두 다른 이유다. 


3. 화학으로서의 생명

 우주는 생성된 이래로 물질이 퍼져나갔고 별이 핵융합을 하고 다시 폭발하고 모여 핵융합을 하고 다시 폭발하는 여러 과정을 거쳐 다양한 원소를 생성해냈다. 그리고 이 원소들은 왜 인지 서로 안정적이지 못해 안정을 찾을 때 까지 결합을 하거나 분해하기를 반복한다. 이것이 화학반응이며 사실상 생명 현상의 근원이다. 물질이 없으면 화학반응도 없었을 것이고 화학반응이 없었다면 무언가 모여 자신을 존속하고자 하는 행위를 하는 무언가가 아예 생성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물질과 에너지가 무질서하게 퍼지는 열역학 2법칙이 적용되는 우주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하여튼 이 화학반응엔 촉매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원소들은 항상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쉽게 화학반응이 어디서나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질이 적잖이 모여 있어야 하고 온도가 높아야하거나 압력이 높아야 하거나 산성이거나 염기여야 하는 다양한 조건이 각각의 화학반응엔 필요하다. 하지만 촉매가 있어면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된다. 촉매는 평범한 조건에서도 화학반응을 놀랍게 촉진하며 우리몸의 세포에서 지금도 이런 화학반응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세포안의 화학반응은 대부분 낮은 온도와 온화한 조건에서도 발생하는데 촉매 작용을 하는 효소 때문이다 효소는 대부분 단백질로 이뤄지는데 단백질은 세포가 만들어내는 중합체라는 긴사슬을 가진 분자다. 중합체 구조는 지구의 생명에 매우 중요한데 대부분의 효소와 단백질, 세포막 지질,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DNA, RNA가 모두 중합체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합체는 5가지 원소인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으로만 구성된다. 이중 탄소가 중추적 역할을 하는데 탄소원자는 다른 원소와는 다르게 4개의 원자와 결합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합체는 탄소와 다른 원자 다시 탄소와 다른 원자 식의 결합을 이루며 이런 식으로 매우 긴 거대 분자가 생성이 가능하다. 이래서 지구의 생물이 탄소기반 생물로 불리는 것이다. 

 생명은 딱 20가지의 아미노산만 사용한다. 각 아미노산은 주된 중합체 사슬로부터 옆으로 뻗어나가는 곁가지를 지닌다. 이런 곁가지 때문에 각 단백질은 화학적으로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된다. 어떤 아미노산은 다른 분자와 쉽게 결합하고 어떤 건 그렇기 않게 도니다. 각각 다른 곁가지를 지닌 분자를 지닌 아미노산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사슬을 만듦으로써 세포는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 중합체 형성이 가능해진다. 이 선형 단백질 중합체는 일단 조립되면 접히고 꼬이며 자체 결합하여 3차원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데 긴 투명테이프가 서로 엉겨붙어 3차원의 공모양을 형성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이 3차원 도약으로 각 단백질은 독특한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갖게 된다. 

 효소는 세포대사의 토대를 이루는 거의 모든 화학반응을 실행한다 다른 분자를 만들고 분해하며 품질을 유지하고 세포의 영역들 사이 성분과 메시지의 운반을 하기도 한다. 침입자가 있는지 감시하고 세포를 방어하고 몸을 질병에서 보호하는 단백질을 활성화한다. 효소라는 촉매 덕에 세포안의 화학반응은 환경에 무관하게 쉽게 일어난다. 세포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반응들의 상당수가 당연히 서로 분리되어 일어나야하므로 구획화가 일어나며 세포는 여러 층위에 걸쳐 구획을 한다. 그리고 효소들은 서로 협력하여 한 반응의 산물이 곧바로 다음 반응의 기질이 일어나게 할수 있다. 

 리보솜은 단백질을 만드는 기구다. 새로운 단백질 분자를 만들려면 리보솜은 특정한 유전암호를 읽고서 그것을 단백질의 아미노산 문자 20개로 번역한다. RNA가 이를 위해 리보솜으로 이동하고 리보솜이 이것을 읽고 유전자의 저정 순서에 따라 아미노산을 한 줄로 이어 붙인다. 리보솜 1개가 1분에 무려 아미노산 300개 규모의 단백질을 합성한다. 

 모든 생물은 이 엄청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동물에게 이 에너지를 생성하고 제공하는 기관은 세포내의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는 전자를 잃어 양전하를 띤 수소이온의 양성자를 미토콘드리아 중앙에서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이중막 사이로 이동시킨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내부보다 안쪽막 바깥에 양성자가 점점 쌓이고 지름이 1만분의 1mm에 불과한 통로로 양성자가 다시 쏟아져 들어온다. 그리고 들어오며 마치 댐의 물이 떨어지며 터빈을 돌리듯 미토콘드리아 내의 매우 작은 분자 회전 날개를 돌린다. 그리고 이 날개가 회전하면서 화학결합을 일으켜 ATP를 생성한다. 이 반응은 초당 150회의 속도이며 이 ATP가 생명의 보편적 에너지원이다. ATP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미세한 배터리 역할을 하는데 세포내 어떤 화학반응이 에너지를 요구하면 세포는 ATP의 고에너지 결합을 끊어 아데노신이인산으로 전환시킨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되고 그것을 이용해 세포가 화학반응이나 분자모터가 취하는 물리적 단계를 일으킨다. 


4. 정보로서의 생명

생물이 복잡하고 조직된 계로서 효과적으로 행동하려면 자신이 사는 바깥 세계와 자기 내면의 상태에 관한 정보를 끊임없이 모으고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세포의 모임으로서 생물은 자신의 안에서도 상당한 정보를 주고 받는다. 하지만 이를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진화때문인데 생물은 자연선택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미리 이상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기에 가장 효율적이거나 가장 수월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의 눈이나 어이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이상한 턱 부분의 신경구조를 보면 그렇다. 이 모든 복잡성과 중복성 때문에 생물학적 신호 전달망과 정보의 흐름의 분석은 매우 어렵다. 

 폴너스는 생명을 정보라고 보는 관점에 함축된 의미로 세포너머로까지의 확장, 분자상호작용, 효소활성, 물리적 매커니즘이 어떻게 정보를 생산, 전달, 수선하고 저장, 처리하는지를 이해할 방법을 찾아내면 생물학의 모든 분야는 진정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세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조직을 만들고, 이 조직이 어떻게 기관을 만들고, 이 기관이 어떻게 작동하고 협력하여 온전한 기능을 하는 생물을 만드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종내, 종간, 생태계 전체까지 확장하는게 앞으로 생물학이 나가야 할 길이라고 보고 있다. 

 생물학은 물리나 화학처럼 전체를 설명하는 어떤 법칙같은 것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정보로써의 생명관을 토대로 한 생물학은 장래에 생물학 내에서도 이런 깔끔하고 전체에 적용될 원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폴 너스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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