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책 익스텐드 마인드를 읽었다. 글자 그대로 생각의 확장이다. 인간의 사고의 중추는 당연히 두뇌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의 사고력을 강화하고 발전하려면 두뇌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 익스텐드 마인드'는 제목처럼 사고력의 발달은 그 두뇌에 자극을 주는 환경과 관련지어야 함을 주장한다. 뇌는 두개골에 갇혀 있지만 다른 신체 및 감각기관에 의해 다른 것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책에서 두뇌의 확장으로 보는 것은 3가지 항목으로 나의 몸과, 공간, 타인이다. 먼저 몸을 살펴본다.


1. 몸

 가. 내수용 감각

 내수용 감각은 글자 그대로 사람이 자신의 신체 반응에 대해 느끼는 감각이다. 예를 들면 심장박동을 들 수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고 그 횟수를 셀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평소에는 감지 하지 못하나 흥분상태인 경우에만 부분적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접하는 상당한 정보량을 수집하고 저장한다. 이것이 무의식의 영역에서 처리되는 것은 다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의식적으로 두뇌가 처리하기엔 너무 과다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정보는 미래에 생존을 위한 판단에 매우 중요한 데이터로 작용한다. 우리 몸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규칙적인 정보를 찾아내고 저장하면서 미래에 그 정보를 참고할 수 있도록 태그를 붙인다. 그리고 이 태그를 붙인 패턴이 나중에 감지되면 우리의 내수용 감각이 이에 반응하여 이를 알려주게 된다. 

 책 '자유의지는 없다'는 이와 비슷한 설명을 한다. 사람은 의식적으로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최근의 뇌 연구는 선택을 하기 전 이미 판단이 이뤄진 상태고 의식은 이런 판단을 했다는 생각을 후천적으로 하게만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의 판단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데, 다만 인간의 의식과 평소의 생각이 무의식에 판단하는 데이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평소 나의 의지와 의식은 그런 식으로 나를 개선시킬 수는 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신체 감각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이른 무의식적으로 처리되는 패턴을 다소 의식적인 차원에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내수용 감각을 보다 잘 인지하게 되는데, 연구 결과 최후통첩 게임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의 제안을 거부한다. 이는 합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감정적으로 반응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내수용감각을 잘 인지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불공평한 제안을 보다 잘 수용했다. 

 내수용감각은 꼭 타고나는 것은 아니며 학습을 통해 발달시킬 수 있다. 방법은 우선 자신의 감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떠한 판단을 할 때 그 순간 나에게 발생한 신체 내부의 감각을 상세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을 명명하는 것이다. 

 내수용 감각에 대한 자각은 이처럼 개인이 더 나은 판단을 내리게 하게 하고, 스트레스에서 더 쉽게 회복하게 도우며, 더 다채롭고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나. 움직이기

 현대 사회는 인간이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하기를 요구하며 움직이는 것은 그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움직이는 학생과 직장인을 학교의 교사와 기업의 관리자는 절대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대부분을 수렵채집생활을 하며 보냈는데 이는 사람에게 격렬한 움직임을 요구한다. 실제 인간은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탐색할 때 시각계가 더 예민해진다. 연구결과 방사선 전문의들은 앉아서 할 때보다 트레드 밀 위를 걷고 있을 때 엑스레이상 더 문제 있는 결절을 잘 찾아냈다.

 조인성과 정우성이 검사로 나오는 영화 '더 킹' 에서는 조인성의 고교시절이 나온다. 그는 원래 공부못하는 문제 학생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쌈판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책의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이는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  

 책 '운동화 신은 뇌'는 운동과 학습의 관련성을 조명한다. 대부분의 통념은 운동은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운동은 뇌를 강하게 자극하고 활성화한다. 연구결과 학습하기 전 적절한 운동은 뇌세포를 활성화시키고 학습을 위한 뇌세포를 만들어낸다. 때문에 학습전의 운동은 오히려 학습을 위한 적절한 준비가 되며 그 효과를 증대시킨다는 것이 책' 운동화 신은 뇌'의 골자다.

 인간의 뇌가 커진데에는 사회가 커진 것, 육식을 하게 된 것, 문명이 발달하게 된 것등 여러가지 요인이 제기되지만 익스텐드 마인드에서 저자는 인간의 뇌가 커질 수 있었던 것은 격렬한 운동을 통해 유산소 활동이 극적으로 증가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몹시 흥미로운 주장이다. 이 모든 것들은 같이 일어났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신체활동과 정신적 예민함은 병존함에도 도시 거주 현대인은 수렵채집활동 시기에 비해 신체활동이 하루 14배나 감소했다. 학생은 하루 중 절반의 시간을 앉아 있으며 성인은 근무시간의 무려 2/3을 앉아서 보낸다. 이는 정신적 둔함을 불러옴과 동시에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저 소모는 13%나 증가하며 정신적으로 더 예민해질 수 있다. 그래서 스탠딩 데스크의 도입이 중요한데 이를 사용하면 학생의 실행기능 향상과 학업이 증가하며, 직장인은 생산성이 향상한다. 

 2016년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의 정신과 교수 줄리 슈비아처는 ADHD진단을 받은 10-17세 아이를 연구했다. 이 아동들은 산만하여 쉽지 않은 정신 과제를 수행할 때 어려움을 겪었는데 놀랍게도 움직임을 허용하자 과제 해결에 필요한 인지능력이 증가했다. 

 그리고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적절한 움직임은 개인마다 상이하다. 일부 사람들은 꼼지락 거림 만으로도 최적의 인지능력을 얻을 수 있다. 꼼지락 거림은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 사고로 이어지는 긍정적 감정상태로 인간을 유도한다. 낙서 역시 지루한 과제 수행에 도움이 되는데 낙서를 하는 경우 29%나 정보를 더 많이 기억했다. 이런 행위는 대부분의 수업과 직장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운동의 강도 역시 중요하다. 운동은 저강도, 중강도, 고강도를 나뉠 수 있는데 이것과 인지기능의 역U자형 곡선을 보인다. 즉, 저강도 일 때 낮은 인지 능력, 중강도 일 때 높은 인지능력, 다시 고강도일 때 낮은 인지능력 향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적당한 시간의 중강도 운동이 적절하다. 이는 높은 각성상태와 뇌의 혈류증가, 뇌의 정보전달 효율성과 뇌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신경물질 분비 증가와 관련한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 뇌 상태는 중강도 운동 이후 2시간 동안 유지된다. 

 고강도 운동은 인지 능력의 향상에 방해가 되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고강도 운동은 다시엔 인지에 방해가 되나 오히려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되는 일종의 변성상태를 가지고 온다. 그러면서 생각과 느낌이 자유롭게 섞이면서 독특하고 예상치 못한 생각이 나중에 떠오르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고강도 운동은 최대 심박 80%정도의 강도가 40분 이상 유지되는 정도의 운동을 말한다. 


다. 움직임과 제스처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몸짓으로 상대방과 의사소통한다. 인간은 언어가 있지만 이전엔 몸짓으로 대화했을 것이 분명하며 지금도 비지시적 언어가 상당부분 인간의 의사소통에 자리하고 있다. 행위화 효과는 움직임과 정보를 연결하면 두 가지 유형의 기억이 모두 활성화 하고 기억이 더 정확해진다는 것이다. 

 배우들은 일반인이 보기에 말도 안되는 엄청난 양의 대사를 98% 정확도로 암기한다. 심지어 촬영이나 공연이 끝나고 몇 달이 지나도 90%의 정확도를 보이곤 한다. 이는 놀라운 수치인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그들의 대사가 바로 몸짓과 관련하기 때문이다. 실제 배우들은 공연이나 영화에서 뻣뻣이 있는 상태가 아닌 상당한 움직임과 같이 대사를 구사한다. 

 때문에 학습전략에 있어 움직임을 포함한 학생은 암기 내용의 76%를 다시 상기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 비율이 36%까지 떨어지게 된다. 사고력 강화와 관련한 움직임은 4가지로 동일한 움직임, 새로운 움직임, 자기지시적 움직임, 은유적 움직임이다. 

 동일한 움직임은 이해하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신체요소를 도입하여 낯설고 새로운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다. 독서를 하며 책의 단어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나 더하기 빼기를 하며 실제로 앞 뒤로 이동해보는 것이다. 새로운 움직임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을 신체표현을 통해 추상적 개념을 익히는 것이다. 물리학의 각속도나 구심력을 실제 회전 행위로 경험해볼 수 있다. 자기 지시적 움직임은 우리 몸을 지적 활동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생각하며 광선 위에 올라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자신을 DNA나, 염색체, 면역계, 암세포라고 상상하는 것도 그러하다. 이런 자기 지시적 움직임은 새로운 지식을 자신의 정체성, 경험과 관련 짓는 행위를 통해  일종의 통합 접착제 기능을 하게 되며 이는 깊은 이해와 다른 관점을 고려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은유적 움직임은 정신을 자극하는 동작을 통해 은유가 표현하고자 하는 상태로 몸을 밀어넣는 것이다. 

 제스처는 추상적인 생각을 인간적 척도, 체화된 용어 그리고 구경꾼들이 동작하는 사람의 관점을 정신저긍로 시뮬레이션 하기 쉬운 행동으로 만들어준다. 효과적인 제스처를 사용한 회사 설립자들은 신규자금을 유치하는 가능성이 12%나 상승한다. 제스처는 시각적 신호나 운동 신경 신호로 구어를 보강하여 기억력을 상승시키고 정보를 뇌가 아닌 몸으로 떠넘겨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게 해준다. 그리고 제스처는 추상적인 생각의 이해와 표현에 도움을 준다.

 부모가 제스처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 아이는 더 광범위한 언어를 습득하며, 실제로 고소득 부모는 저소득 부모보다 제스처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 결과 제스처를 많이 사용하는 고소득부모의 자녀는 14개월 때 90분 간 24개의 제스처를 사용했고 저소득 부모의 자녀는 같은 조건에서 13개의 제스처만을 사용했다. 그 결과 두 부류의 아이들은 입학 때 고소득 자녀는 어휘이해력 점수가 평균 113점이었던 반면 저소득층 아이들은 93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때문에 교사는 몸짓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육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영상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몸짓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교육영상중 무려 68%가 제스처의 핵심은 손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2. 공간

 가. 자연환경

 뇌는 기본적으로 뇌가 작동하는 환경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현대의 인간은 예리한 선과 완벽한 질감의 현대적 건물과 고속도로를 건설했지만 사람은 이런 환경에 불편함을 느낀다. 우리는 처리할 수 있는 감각 자극이 있는데 현대의 것들은 이것과 부적합하여 인간의 정신적 자원을 고갈시킨다. 사실 인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편안한 환경은 자연환경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현대적 도시에 머무르며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의 평생의 겨우 7%다. 미국 성인의 60% 이상이 매주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5시간 이하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안전하고 자원이 풍부해 보이는 풍경을 선호한다. 나무와 초원, 수원이 있는 곳들

이다. 책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에서는 인간이 좋아하는 풍경으로 사바나의 환경을 제시한다. 인간이 진화한 환경으로 이곳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은 매우 복잡하지만 기본적으로 반복이 있는 프랙털 환경을 보여준다. 책은 인간이 이런 것을 선호하는 것도 보여준다. 프랙털의 복잡성은 0-3인데 이중 자연은 1.3-1.5정도를 보이며 인간은 이를 가장 선호하고 평안함을 느낀다.

 자연을 산책한 사람은 이전보다 부정적인 반추가 줄어들고 작업기록도 20%나 향상한다. 인간의 정신자원은 쉽게 고갈하는데 자연풍경은 이를 다시 채워준다. 자연경관은 도시보다 원색이고 단순하며 색변화가 적고 직선보다 곡선이 많다. 그리고 가장 자리가 빽빽히 채워진 경향이 있다. 그리고 도시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작 정보를 제공하지만 익숙한 프랙털패턴이기에 인지적 부담이 없다.

 자연을 바라보면 20-60초 사이에 심박수가 줄고 혈압이 내려가고 호흡이 규칙적이 된다. 그로 인해 뇌활동이 편안해지고 눈도 한곳을 오래 응시하고 깜빡임이 줄어든다. 자연에서 사람은 스트레스가 줄고, 정신적 평정이 오며, 회복력이 올라가고 집중력과 주의력이 상승한다. 

 바이오 필리아 가설이 있다. 이는 인간이 생명이나 생명이 느껴지는 과정에 집중하는 본능이 있고 이와 연결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의 뇌는 식물에 내재한 일관된 구조와 중복된 정보를 선호한다. 그래서 사무실에 식물이 있으면 주의력과 기억력, 생산성이 향상한다. 이는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연을 바라보는 경외감은 사람을 더 친화적 이타적으로 만들고 이기심을 줄여 공동작업의 효율을 높인다.

 


나. 건축학

 

신경건축학은 우리 니가 건물과 건물 내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는 책 '공간 혁명'에서 제시된 용어로 익스텐드 마인드에서도 등장한다. 인간은 이런 신경건축학을 무시한 소위 비정신적 공간을 건축했다. 그 이유로 책은 3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이 의식적으로 인위적 공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런 사려 깊은 건축은 효율을 앞세운 직선과 네모진 건물에 비해 시간과 노력, 비용을 더 많이 요구한다. 마지막은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대담한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그런 건축을 추구하다보니 사람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건축을 행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오늘 날 우리는 인간의 본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공간에서 배우고 일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효과적인 사고가 어렵게 되었다. 

 인간의 건축에서 벽은 문명의 발달과 같이 등장한다. 추상적 사고에 대한 요구와 개인적 보호라는 본능이 자리하면서 벽이라는 구조물이 등장한다. 벽은 낯선 고밀도의 타인에게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하게 하여 타인을 경계하는 인지적 부담에서 개인을 해방시켰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축학에서 벽은 방해물로 여겨지게 되었다. 공유공간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앨런 곡선은 물리적 거리와 의사소통의 빈도 사이의 일관된 관계를 의미한다. 1.8미터 간격이 20미터 간격보다 규칙적 대화가능성을 4배나 높인다. 가까운 물리적 거리는 마주침의 가능성을 높이고 비공식적 교류를 늘려 생산성 협력에 이바지 할 수 있다. 그래서 앨런은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통과해 지나가는 공유 공간이 만남을 장려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미MIT에는 무한 복도가 있는데 이는 여러 건물을 관통하기에 여러 사람을 만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과도한 개방공간과 만남은 오히려 창의성과 인지적 사고를 방해한다. 인간은 자신의 활동이 밖으러 잘 드러나지 않을 때 작업이 빠르고 더 효과적이다. 지나치게 개방된 공간은 자기 재량을 감소시켜 사람들의 대화를 오히려 피상적으로 만들고 대화 자체의 빈도도 줄인다. 그래서 충분한 만남과 개방 및 공유공간과 더불어 자기 공간도 중요하다. 인간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더 자신감이 있고, 능률적이고 생산적이며 집중력이 높다. 

 공간이 자기 것이 되려면 그곳에 대한 주인의식과 통제력이 있어야 한다. 연구결과 단출한 사물실, 집기가 잘 갖춰진 사무실, 자기 권한이 있는 사무실에서 사람들은 1배, 1.15배, 1.3배의 효율성 차이를 보였다. 사람은 자기 공간을 꾸미기를 좋아하는데 직접 벽지를 바르거나 무언가를 설치하는 것 외에도 단순히 책상에 본인이 원하는 피규어나 용품 등을 가져다 놓는 행위도 그러하다. 하지만 각급 학교와 직장은 이를 잘 허용치 않는다.


다.  인지 공간

 우수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은 장소법을 활용한다. 특정 항목을 우리 인간이 공유하는 장소와 연결해 효과적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연구결과 우수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은 특별한 뇌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이들은 해마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학습전략을 잘 사용한다. 인간의 사고는 이처럼 물리적 공간과 관련이 깊은데 실제 사람은 과거는 뒤, 미래는 앞이라고 말하며 , 목표에 도달한다고 말하고, 몸을 낮게 굽혀야 한다고 말한다. 

 해마는 물리적 공간 탐색과 관련이 깊은데 해마는 또한 우리의 생각과 기억을 일반적으로 체계화하는데 관여한다. 

 인간은 유아기에 기억 상실이 있곤 한데 이는 아직 이동능력이 없어 공간과 기억을 연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는데 책 '나라는 착각' 에서는 유아기의 기억 상실을 아직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하여 설명한다. 사람의 모든 지식은 이야기의 구조를 띠고 있으며 인간은 모든 정보를 다 기억하지 않고 선별하기에 특정 부분을 인과적으로 연결하여 주목하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하여튼 공간에 의지하면 인간의 기억력은 2배나 확장이 가능하다. 이런 공간은 반드시 물리적인 것 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미 유명한 개념 지도는 우리 아는 것을 성찰하고 논리 정연하게 구조화하는 것이다. 개념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안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하게 된다. 

 초대형 고화질 디스플레이는 시각화 작업의 평균 속도를 10배나 늘린다. 시야가 더 넓어지고 주변부를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한 화면이 아닌 여러 화면으로 정보를 제공받을 때 56%나 기억력이 상승했다. 화면이 작다는 것은 우리의 개념을 구성하는 지도가 그 화면 자체에 완전히 배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계속 머리에 남겨야 하고 그것이 인지를 고갈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여러 컴퓨터 화면을 사용하고, 큰 칠판에 같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정리하며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이런 것에 대한 인지때문일지도 모른다. 


3. 다른 사람

 가. 모방대상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이다 보니 모방은 그리 좋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인간은 완전한 창조는 거의 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성과물과 학습은 모방에서 출발한다. 과거 유럽엔 도제제도가 있었으며 그것은 거의 모방으로 이뤄졌다. 도제는 처음에 과제를 소리내어 설명한다. 다음은 학습자가 직접 그 과제를 시도하고, 학습자의 과제해결능력이 향상되면 서서히 학습지도를 줄여나가며 마지막은 학습자가 배우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지원하는 정도로 나아간다.

 모방에 대한 부정적인 사조는 18세기 낭만주의에서 기원한다. 당시 산업화로 인해 같은 공산품의 양산되고 인쇄기의 보편화로 모방이 폄훼 및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모방은 긍정적 효과가 많다. 우선 그 대상자를 긍정적으로 여기게 하며 단지 수동적 관찰자가 아니라 역동적 행위자로 통찰을 얻게 하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관심을 타인으로 확장하게 한다.

 모방이 성공적인 이유는 이미 모방 대상이 성공적인 모델이므로 다른 가능한 옵션을 선택범위에서 제거해 모방자의 인지적 부담을 준인다는 점이다. 또한 그로 인해 다른 것을 선택하는 실수를 줄 일 수 있으며 모방자는 속임수나 비밀유지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직접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좋은 모방대상으로는 전문가가 있다. 전문가는 습관적으로 여러 작업을 하나의 정신 단위로 묶어나 압축한다. 이는 초보자가 모방하기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전문가는 전분야에 걸쳐 초보자와 다르게 사안을 본다. 그들은 당면한 상황의 가장 중요한 측면에 집중하면서도 이를 빠르고 완벽하게 큰 그림으로 파악한다. 이런 전문가의 성향에 대한 모방은 인지력과 학습력을 키우기 위한 매우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나. 협업하기 

 4년 간 수백명의 대학원생의 지적 발전을 추적한 결과 그들의 발전은 가설 생성, 실험 설계, 자려 분석 같은 중요한 기술이나 지도 교수의 가르침이 아닌 연구실에서 그들의 동료들과 함께 하는 밀접한 활동과 관련했음이 밝혀졌다. 

 사실 인간의 지적 사고의 발달은 사회적 과정이다. 심지어 혼자 생각할 때 조차 인간은 자기 자신 혹은 가상의 존재와 대화하는 형식을 갖는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인 과정과 비사회적 과정을 따로 저장하는데 당연히 사회적인 과정의 것을 더 잘 저장하고 활용한다. 

 연구결과 인간의 뇌는 읽거나, 수동적으로 듣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실제 대화할 때 하위 중앙영역이 활성화 한다. 이 부위는 우리가 대화 상대의 말을 예측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곳이다. 그래서 학습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게 하는 방법은 효과적일 수 있다. 이 방법은 전통적인 것으로 대개 공부를 잘 하는 사람에게 시키게 하지만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에게도 이러한 방법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인간은 대개 확증편향으로 인해 자기 자신의 의견은 잘 평가하지 못하지만 타인의 의견엔 상당히 잘 평가한다. 이는 타인에게 속아넘어가지 않기 위함인데 그래서 사회적 상호학습이 중요하다. 

 협업하기는 반드시 모여서 뭔가를 연구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서로 간의 업무나 학습에 대한 이야가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인간은 인과 관계의 증거를 찾으려 하기에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실제 인간은 글보다 이야기에 담긴 정보를 훨씬 더 잘 기억한다. 다양한 직역에서는 순간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다. 이런 모든 것을 메뉴얼로 만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같은 직역의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이런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된다. 때문에 건강한 조직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 가십 공간과 시간이 중요하다. 


다. 동기화

 동기화는 집단 구성원들이 강한 결속력을 갖고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정서적 관점에서 동기화는 타인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보이게 한다. 다른 사람과 동기화한 그룹은 더 포괄적으로 그룹을 형성하고 더 효율적으로 작업한다. 그래서 세계 각지는 사회적 결속력과 협동의 증가를 위해 의식이나 의례를 통해 동기화를 일으키는 생리적 각성도구를 사용한다.

 모든 국가와 일선 기업이나 조직, 학교들은 자신들을 상징하는 표식이나 노래 등을 거의 반드시 갖고 있는데 이런 장치들은 구성원을 모두 동기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책' 도둑 맞은 집중력'에는 우리 사회가 집중력을 빼앗겨 한 문제에 같이 집중하는 성향이 사라진 점이 강하게 지적한다. 이는 공유된 주의력인데 타인과 동시에 사물이나 현상에 집중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문제해결은 타인과 같이 집중할 때 더 잘 해결된다.
 사람은 어떤 그룹에 속해 있고 그것에 대해 진심 어린 소속감을 느끼면 개인의 정체성이 그룹의 성공에 단단히 결속된다. 이런 멤버십은 강력한 동기 부여의 원천이 된다. 
 이런 집단성은 향상시킬 수 있는데 우선 직접 만나 같이 배우고 익혀야 하며, 교육과 훈련을 같이 하고, 무언가를 느끼며, 의식을 치루고, 같이 행사, 식사하기. 걷기 등의 일상을 공유해야 한다. 즉, 집단성은 같은 근거리에서 움직이고 말하고, 일하는데 달려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툭하면 모든 조직이 같이 밥을 먹고, 여러 행사로 무언가를 같이 하려는 행위는 이런 집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시도다.  
 동기화를 통한 집단성은 지식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복잡성이 크게 늘어난 현대사회에 필수적이다. 오늘날 과학기술 논문 중 저자가 1인인 경우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그리고 특허 출원의 70%가 공동이다. 이미 혼자서 무언가를 해내기는 매우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개인 모델에서 벗어나 그룹으로 작동하고 집단 심리가 원활하게 작용하는 새로운 행동양식을 제도화할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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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 인문학자가 직접 고른 살기 좋고 사기 좋은 땅
김시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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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과 경기, 그리고 전국을 누비는 소위 임장학자? 김시덕의 책이다. 그의 책을 꾸준히 보다 몇 년 소홀했는데, 그 사이 상당히 유명해졌다. 전국을 임장한 경험과 설명이 아무래도 부동산 투자와 그 궤를 같이 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주목을 받게 된게 아닌가 싶다. 책만 쓰는 학자 느낌의 저자가 마치 투자설명을 하는 듯한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걸 보니 뭔가 어색하면서도 잘 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책 '어디서 살 것인가'는 역시 전국을 돌고, 문헌학자 답게 과거의 국토개발 계획등을 비교하며 과거의 흔적이 지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것이 사람들이 살만한 곳을 어떻게 정하고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여러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서 의미가 있었다.

 저자는 과거 한국의 부동산 개발이 지금과 무척 달랐음을 말한다. 한국의 국토는 식민지 시기 일본과 가까운 지역이 개발의 수혜를 입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경부축도 그렇다. 하지만 광복이 되면서 중국과의 교역이 많아져 서해안 지역이 잠시 빛난다. 하지만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이 승리하며 이것들은 모두 사라지게 되고, 한국전쟁까지 일어나며 결국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은 동남권이 공업지로 채택되어 발전하게 된다.

 과거 한국 정부가 수립했던 주요 개발 프로젝트는 3가지로 경인 운하와 한강 다목적 댐, 행정수도 백지계획이다. 이들은 모두 아라뱃길과 신곡보, 세종시로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 저자는 행정의 관성과 지속성을 지적하는데, 이는 과거 행정이 계획하거나 발표했던 개발 계획은 지속적으로 후대에 정치권과 지역 사회에서 언급되고 결국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경인운하는 1920년엔 홍수방지, 30년대는 경성과 인천을 아우르는 대개발, 1939년엔 규모가 크게 축소되어 김포-검단을 잊는 정도, 2012년엔 아라뱃길로 18.8km로 조성되었다. 경인지역의 종합 개발 핵심은 경인운하 건설과 한강쪽 입구의 한강다목적 댐 건설, 경인운하 양안에 인천항과 서울항의 건설, 중간에 도시 건설, 서울 주변의 여러 위성도시의 건설이었다. 

 하지만 한강다목적댐은 무산되었고, 교통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수운도 도로 교통의 발달로 무산되었다. 중간도시라 할 수 있는 곳이 부천과 부평인데 이 것만 현실화 된 셈이다. 당시 주목했던 위성도시는 미금과 능곡, 양곡, 광주, 둔전인데 미금은 지금의 남양주, 능곡은 고양, 양곡은 김포, 둔전은 성남이다. 이 중 초기에 주목한 곳은 능곡인데 수색과 신촌을 연결하여 한강다목적댐의 동쪽이고 수색변전소의 사이에 있어 공업입지로 좋아보였다. 

 베트남전이 종결되자 한반도의 전운이 드리운다. 박정권은 당시 미군의 철수 움직임과 북한의 군사고도화로 위기감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수도권인주 재배치 계획을 세운다. 한국전 당시 수도 서울이 점령당하고 다리가 끊기면서 도강파와 그것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훗날 큰 갈등을 겪었다. 그리고 당시 서울인구가 100만 정도였는데 이미 500만을 넘긴 상황은 안보상 큰 우려였다. 

 새 행정수도의 조건은 철저히 안보로 휴전선에서 70km이상 해안에서 40km이상으로 이것은 북의 지상포와 해상포의 당시 사정거리였다. 그리고 국토와 면적의 중심이자, 제조업의 중심에서 30km이내가 조건이었다. 그리고 가로림만 프로젝트도 같이 움직였다. 서산과 태안의 사이로 천혜의 항구입지를 갖췄다. 여기에 산단을 조성해 3-4백만이 거주하는 중부종합산단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과 가로림막 프로젝트는 모두 박정권 말기의 것으로 그가 살해되면서 모두 좌초한다. 

 하지만 행정의 관성상 세종시는 결국 탄생하고 가로림만 프로젝트는 대산공단으로 어느 정도 실현된다. 세종시는 2012년 연기군과 공주, 천안의 일부 흡수하여 탄생한다. 세종은 인근에 대전과 조치원, 공주, 청주가 있는데 이런 인접성은 중부권의 메가시티를 연상하게 한다. 실제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이 실현하면 대전반석-정부세종청사-조치원-청주공항이 광역철도로 연결되어 이것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청주는 오송에 KTX역을 유치하고 청주공항을 확보하여 중부권 대도시로 세종을 견제하고 있고 대전과 공주, 조치원 등도 서로 독자적으로 움직이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에서 안보는 개발의 주요 동력이었다. 전국 곳곳 대도시에는 항상 지하상가가 있는데 이는 공습시의 대피소 역할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는 저격수의 비밀기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서래 마을에는 벙커가 있고, 서울 주요 빌딩에는 대공포 GOP가 있다. 잠수교는 반포대교가 파괴되는 것을 댑비한 것이며, 과천 서울 대공원은 본래 국방연구기지로 조성하였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대전으로 옮기면서 졸지에 공원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 개발이 안보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로 당시 인천 공항과 일산신도시의 건설이 그 증거다. 

 저자는 책에서 피해야 할 지역을 잘 알려주는데 우선 군사공항지역이다. 수도권에는 성남과 김포, 서울공항이 있는데 이들은 군사공항으로 안보상의 이유로 설치되었고, 여러 작전 수행 및 인근 지역과의 연계로 인해 이전이 쉽지 않다. 그리고 최근 군부대가 이전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도심에 이런게 없어지면 그 토지에 대한 개발 붐이 일어난다. 하지만 부대지역은 토양오염문제를 살펴야 한다. 미군부대의 토양오염만 쟁점화되어서 그렇지 한국부대 역시 그 못지 않을 수 있다.

 광산이나 공단, 발전소, 수도권 매립지 부근도 오염이 심할 수 있으므로 주의의 대상이다. 또한 온난화로 인해 침수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데 지명에 , 범자, 지자, 천자, 호자가 들어가는 곳들은 모두 물과 관련한 곳으로 위험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를 공적으로 제공하나 한국은 부동산 가격과 민감하게 얽혀서 이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아파트의 중대한 하자를 쉬쉬하며 살까. 

 저자는 서울에 대해서도 고밀도 개발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수요가 많은 서울지역의 층고와 용적률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서울 외곽으로 수요를 밀어내어 그 지역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대신 기부체납형식으로 임대주택을 많이 받고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보는 편이다. 그리고 도시의 원도심을 개발하자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편이다. 구도심은 그 자체로 과거의 향수를 갖고 있고, 도시의 개성이 반영되어 신도심 사람들이 즐기는 상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구도심은 역사가 오래되어 소유권 관계도 복잡해 개발이 쉽지 않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나라 다양한 지역을 살피는 눈과 여러 역사적 문헌, 그리고 국토 개발과 관련한 지금의 모습을 어느 정도 연결지을 수 있었다. 저자 말처럼 부동산은 투자도 좋지만 내가 진정으로 살만한 지역을 살피는게 중요하단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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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리커버 특별판)
헤르타 뮐러 지음, 김인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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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전체를 아우르는 서사는 없다. 아주 어릴 적부터 시작해서 책 말미가 되면 청소년기가 된 듯 했고 갑작스레 어른이 되어 사회의 이런 저런 면을 평하는 식으로 책이 진행된다. 다만 어릴 적부터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어른에 대한 단상이 일관적이고 자세히 서술된다. 그 일관성은 어두움과 죽음, 그리고 불만 같았다.

 저자가 묘사하는 주변의 자연환경은 항상 지저분하고 어둡다. 꽃이나 나무는 썩고 시들고, 애벌레는 즙을 내고 터져있고, 주위의 동물들도 계속 죽음을 맞는다. 표현하는 어른들도 그렇다. 그들은 아이를 존중하지 않고 폭력적이며, 원하는대로 아이가 해주기만을 원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고, 그래서인지 저자는 늘 그들의 늙음과 삶의 피폐함, 같이 다니는 죽음을 그들에게 묘사한다. 

 그래서 책은 항상 어둡다. 집에 송아지가 죽는 장면이 있었다. 왜 인지 모르지만 당시 마을엔 가축을 죽이는게 불법이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고기가 먹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삼촌과 작당해 멀쩡한 태어난지 얼마 안된 송아지의 다리를 가격한다. 그리고 잘 회복되지 않게 밀기울을 발라 버리고 수의사를 부른다. 그도 공범이다. 그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듯, 대충 보더니 송아지가 살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그들이 원하는 합법적 살상을 허락해준다. 죽이는 건 불법이지만 병들어 죽을 수 밖에 없다면 도살해서 고기로 먹기 위해 죽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게 송아지는 도살되고 가족은 만찬을 즐긴다. 그리고 이후 어미소는 새끼를 그리워하며 빈 축사를 보고 운다.

 주인공은 이런 장면을 무척이나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어릴 적의 감수성과 윤리성이다. 이런 저자가 보기에 세상은 온통 더럽고 불친절하고 사랑이 없으며 죽음으로만 가득차 있다. 그걸 좀 담담하고 독특한 문체로 서술하는데 이걸 이해하기 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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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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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사회를 디지털 사회, 인공지능의 사회, 4차 산업혁명 시대 등등 여러 가지로 묘사할 수 있겠지만 현대는 사실 집중력 상실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책 '도둑 맞은 집중력'은 이 집중력 상실의 시대를 매우 잘 분석했다. 집중력이 도둑 맞았다는 표현은 집중력의 사실 원인을 개개인이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으로 파악한다는 의미다. 귀인을 개인이 아닌 사회인 외부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사람들이 집중력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늘날이 집중력 상실의 시대가 된 이유로 저자는 전환의 엄청난 증가, 수면의 감소, 딴 생각의 부족, 감시 자본주의의 막대한 영향, 경제적 불안정의 증가, 휴식의 부족, 환경오염 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런 집중력의 상실은 개개인의 잠재적 성장 손실 외에도 막대한 사회적 손실도 가져온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전환은 인간이 무언가를 하다가 집중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말한다. 책을 보다가 스마트 폰을 보고 다시 책을 보는 그런 행위다. 사람은 전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심지어 자신이 컴퓨터 조차 못하는 멀티 태스킹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전환은 엄청난 수행 저하와 집중력 저하를 낳는다. 인간이 집중상태에서 방해를 받는 경우 다시 집중상태로 돌아오는데는 개인차는 있지만 평균 23분이 걸린다. 자신이 멀티태스킹이 된다고 착각하는 경우는 이 전환시간이 빠르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사회는 인간을 전환시키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앱들은 수많은 알림을 보내고 사람을 전환시킨다. 미국인들은 24시간 동안 평균 스마트폰을 무려 2617번 만진다고 한다. 

 전환은 사회적으로도 더 자주 행해진다. 이는 뉴스의 전환이 너무나도 빠르기 때문이다. 2013년 한 가지 주제에 사회가 집중하는 시간은 17.5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2016년은 11.9시간이고 지금은 아마 한 자릿 수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130년의 기간 동안 주제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속도는 10년 단위로 빨라지고 있다. 이는 통신 기술과 그 전달 수단의 발달 때문이다. 1986년 인간에서 쏟아진 정보는 85쪽 신문 40종이 매일 전달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2007년엔 이런 두께의 신문이 무려 174종으로 늘었다. 

 이처럼 정보는 넘쳐나나 인간의 인지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인간의 정보 흡수에는 한계가 있으며 그 이상이 되면 능력이 저하한다. 

 수면은 역시 집중력에 중요하다. 19시간을 내내 깨어 있으면 술에 취한 정도로 인지력이 하락한다. 오늘 날은 수면 부족의 시대다. 미국인의 40%가 수면이 부족하고 이들은 최소 수면필요시간인 7시간 미만을 잔다. 1942년 이래로 평균 수면 시간은 무려 1시간이 감소했다. 그리고 수면의 질도 하락하여 겨우 15%만이 개운함을 느끼며 일어난다. 아동의 경우는 더 심각한데 지난 1세기 동안 아동의 수면시간은 평균 88분이나 감소했다.성인의 경우 수면이 부족하면 졸게 되는데 아동은 뇌가 각성하여 행동과잉상태가 되어 집중력이 더욱 부족해진다. 

 수면을 줄이면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한다. 뇌는 이를 비상상황으로 인식한다. 잠을 못잔다는 것은 기후가 안좋거나 위협을 받는 상황이니 이는 당연하다. 그리고 혈압이 상승하고 심박수가 올라가며 당이 있는 음식을 추구한다. 그래서 뇌는 단기적 집중력만 추구하게 된다. 장기적 행태의 집중력에는 자원을 줄이는 것이다. 

 인간의 수면은 뇌에도 중요하다. 뇌에는 하루 종일 아데노신이 쌓이고 그것이 졸립다는 신호로 연결된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의 양을 파악하는 수용체를 차단하여 졸음을 막는다. 수면 중 뇌는 이 찌꺼기를 청소한다. 뇌파수면이 발생하면 뇌척수액의 경로가 넓어져서 뇌의 대사 부산물을 제거하는 식이다. 인간은 꿈을 꿀때 스트레스 상황을 다시 떠올리지만 놀랍게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잠을 자면서 인간은 그날 경험한 일의 연결고리와 패턴을 찾는다. 이는 창의력의 핵심이다. 

 인간은 해가 질 무렵 힘이 솟는다. 이는 어두워지기 전에 일을 마무리 해야 개인이 안전해지기 때문에 진화상 생겨난 이점이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 조명은 인공적으로 바로 이 해질 무렵의 상황을 계속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사람은 저녁이 되어도 좀처럼 졸리지 않고 오히려 힘이 솟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로 인해 수면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딴 생각을 나쁘게 여긴다. 누구나 수업 시간에 엉뚱한 상상을 하다 혼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딴생각이 집중력과 인간의 인지력에 큰 도움이 된다. 우선 인간은 보통 딴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천천히 이해한다. 인간이 책을 이해하려면 방황할 정신적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딴 생각은 상황 이해에 요구되며 그것을 많이 할수록 오히려 사람이 더 체계적인 목표를 세우고 더 더 창의적이며 더 끈기 있는 장기적 결정을 한다. 그리고 딴 생각은 마치 수면처럼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여 문제의 해결책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딴 생각을 하는 동안 우리의 정신은 머릿속 시간 여행으로 과거를 더듬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한다. 즉, 딴 생각은 집중의 반대말이 아니라 집중을 향상시키기 위한 집중의 다른 형태가 된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도무지 딴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계속 스마트 폰과 컴퓨터가 알림을 보내고, 여러 종류의 매체가 꾸준히 뉴스를 보내 나를 소비시키기 때문이다.

 다음은 감시자본주의다. 감시자본주의는 바로 테크기업들이 만들어내고 부를 누리는 근본 행위다. 테크기업들은 각종 게임이나 SNS, 앱등을 만들어 인간의 주의를 꾸준히 빼앗는다. 그들의 개발 품은 대부분 사람의 주의를 꾸준히 강하게 빼았는데 그렇게 해서 자신들의 수단에 주목을 시켜야만 그들이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과거 이들은 단순히 재밌게 만들어 주의를 빼앗았지만 최근엔 개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더욱 주의를 빼앗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를 감시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개개인의 정보를 빼가서 더욱 시간을 강탈하는 것이 승자가 되는 게임의 구조이며 아직까진 이에 대한 어떤 사회적 감시와 부정적 인식도 부족하다보니 이는 제약이 없는 상황이다. 과거 사회에서는 대기중에 납을 뿜는 행위, 담배를 피는 행위, 탄소를 배출하는 행위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제약이 없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집중력을 빼앗는 이런 행위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해악이 알려진다면 규제될 것이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인간은 부정편향을 갖고 있는데 그로 인해 긍정적이고 잔잔한 것 보다는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찾게 된다. 그렇다보니 리트윗을 높이는 것들은 핵심어가 공격, 나쁜, 비난이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분노하는데 쓰게 되면 그 문화자체가 증오의 문화로 바뀔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의 정치적 양극화는 이미 그런 점을 보여주고 있다.

 웹사이트와 앱은 집중력을 크게 훼손하는데  6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 우리의 정신을 붙들어 잦은 보상을 갈망하게 한다. 좋아요, 하트, 조회수 등이 그것이다. 잦은 보상의 즉각적 부여로 사람은 일과관계에서 벗어나게 된다. 두 번째는 전환을 자주하게 하는 것이고 셋째는 우리의 데이터를 학습해 내침하는 것이며, 넷째는 우리를 자주 화나게 만드는 것이다. 다섯째는 분노의 정보로 둘러싸 우리가 타인의 분노에 에워싸여 있다고 만드는 것이고 마지막은 사회 전체에 이렇게 불을 지르는 것이다.  

 이렇게 웹사이트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전환을 하게 하고 개개인을 분노하게 만들고 파편화하여 한 사회로 힘을 합쳐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인간의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저자는 과거 오존층을 보호하게 된것이 과거 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당시만 해도 정보는 아날로그로 적게 제공되었고 사회는 이걸 충분히 고민했으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화가 나있지도 않았기에 과학적인 논거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해결방안을 관철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어떨까? 일단 이 문제는 충분히 오래 제공되지 않고 금방 다른 정보로 전환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논의가 지속되어도 가짜 정보와 분노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거짓 정보로 과학적 논거가 가려지고 쓸데없는 논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단일한 합리적인 사회적, 정치적 요구가 만들어지지 않고 기업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연구 결과 네 개 이상의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은 트라우마가 전혀 없거나 적은 아이들에 비해 집중력이나 행동상의 문제가 나타날 확률이 32.6배나 된다. 영국 통계청의 연구에서 가정이 재정적 위기에 처하면 아이가 집중력 문제를 가질 확률은 75%나 증가한다. 

 문제는 현대 사회의 경제적 어려움이 스트레스를 가중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집중력이 크게 하락한다. 실제로 경제적 스트레스를 겪는 지역에 기본 소득을 제공하자 사람들의 집중력이 크게 상승하는 연구가 있었다. 현대 사회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그리고 자동화로 인해 인간 노동이 감소하고 그 안정성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해 부모는 경제적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고 그 불안이 자신의 아이에게 향하는 경우가 많다.

 휴식의 부족도 집중력을 저하한다. 켈로그사는 1920년대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자 작업 중 사고가 41%나 감소했다. 2019년 일본의 MS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그러자 생산성이 무려 44%나 향상디었다. 즉, 일을 줄이자 생각과는 다르게 집중력이 크게 개선되어 생산성이 향상되고 사고가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인은 56%가 1년에 단 1주의 휴가만을 사용한다. 

 여기에 기술의 발달로 이메일, SNS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휴식시간에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항상 근무대기 상태가 된다. 때문에 모두가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며 충분히 휴식을 취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환경오염도 집중력을 저하한다. 오늘날 대도시에 거주하는 것은 매일 다량의 화학물질을 흡입하게 됨을 의미한다. 캐나다의 연구에 의하면 도로 50미터 이내에 거주하는 경우 다른 사람보다 치매확률이 15%높다고 한다. 과거 납에 대한 규제가 없을 시절 대규모로 공기중에 납이 살포되었다. 그래서 1927-1987년 사이 미국에서 6800만의 어린이기 유연휘발유를 통해 유해한 납수준에 노출되었다. 납은 집중력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 납에 노출되면 ADHD확률이 2.5배 상승한다. 오늘 날은 납에 대한 문제는 거의 해결되었지만 각종 새로운 화학물질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으며 충분한 검증없이 유통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집중력이 적고 과잉행동이 많은 아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집중력에는 4가지 형태가 있다고 한다. 스포트라이트는 단기적 수행을 위한 집중이며, 스타라이트는 장기적 목표의 실행을 위한 집중력이고, 데이라이트는 자신의 장기적 목표를 파악하게 해주는 집중력이다. 마지막은 스타디움 라이트로 서로를 보고 듣고, 집단의 목표를 위해 함께하는 집중력이다. 저자는 이 마지막 형태의 집중력의 훼손에 대해서 상당히 우려한다. 그리고 그 해결을 위해 각종 앱이나 SNS에 대해 그것을 공영화하거나 구독등의 형태로 유료화하고 사용하게 하여 그 중독성을 줄이는 형태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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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 미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가뜨렸나
크리스토퍼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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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준비제도는 사실 중앙은행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곳은 반은 민간은행이며 반은 정부기관이다. 이는 미국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미국은 유럽의 왕정에 반발하여 생겨난 국가로 태생자체가 중앙집권을 싫어한다. 그렇기에 미국은 역사상 중앙은행을 두 번 만든 적이 있지만 단기간이었고 조건을 제한하고 기간이 지나자 바로 없앴다. 그래서 지금의 연준은 하나가 아니라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네트워크다. 그래서 각 지역엔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전체적으로 워싱턴의 지휘를 받는다. 물론 이 연방준비은행은 전체를 아우를 필요가 강해지면서 워싱턴의 입김이 강해져왔다. 워싱턴의 연준 이사회에는 7명의 이사가 있다. 이들은 대통령이 지명하며 의회의 인준을 받는 공직자다. 이들은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하기에 사실상 안건설정을 한다. 

 연준은 틍화공급과 관련한 전권을 갖는다. 하지만 이 과정을 민간은행을 거쳐서 한다. 그리고 선출기구가 아니기에 유권자의 영향을 받진 않지만 자신들의 통화 정책에 대해서 정치인들에게 설명할 의무를 갖는다. 

 연준은 단 한 가지 방법으로 돈을 창출한다. 뉴욕 연방은행의 트레이더들은 프라이머리 딜러라고 불리는 약 24곳의 금융기관들과 늘 금융거래를 한다. 프라이머리 딜러 등 은행들은 연준에 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지급준비금 계좌라고 한다. 연준은 이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갖고 있는 채권을 구매하거나 이들에게 채권을 파는 형식으로 이들의 지급준비금 계좌의 통화량을 조절한다. 이 방식으로 통화량이 결정되고 금리가 결정되는 형식이다. 

 1970년대는 미국은 자산과 물가가 모두 오르는 대인플레이션 시대였다. 당시는 연준이 은행들을 철저히 통제하는 시대였다. 은행들은 대출을 해주고 담보를 잡는데. 이 담보가 자산이 된다. 담보 가치가 높으면 은행은 더 높은 대출이 가능했다. 연준은 이를 감시하는 과정에서 담보가치가 은행이 생각하는 것보다 낮다고 생각하면 은행은 반드시 그 차이 만큼 위험을 보충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준비해야만 했다. 

 70년대 미국은 자산이 인플레되면서 은행이 잡고 있던 담보가치도 자연히 커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은행은 더욱 공격적으로 대출을 하게 되었는데 연준은 그럼에도 낮은 금리를 유지하여 사태를 키워나갔다. 금리가 낮으니 가계와 기업을 저축도 하지 않았다. 당시 연준이 이런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낮춘것은 실업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소비재와 자산의 가격을 계속 끌어올렸다. 

 70년대 펜스웨이 은행은 저금리 시대에 지나치게 위험한 사업을 벌였다. 대출을 증권화하였고, 페이퍼 컴퍼니등을 동원해 갖은 금융수법으로 자기 자본금 이상의 대출을 벌였다. 결국 금리가 인상되자 도산의 위험에 처했다 연준은 펜스웨이를 망하게 두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지루하고 안전한 은행으로 생각한 콘티넨탈은행이었다. 여기는 미국에서 가장 큰 상업, 산업대출은행이었다. 콘티넨탈은 은행과도 거래가 많았는데 무려 2300곳이었다. 콘티넨탈은 펜스웨이와 거래가 많았다. 그래서 같이 위험에 처한 것이다. 콘티넨탈의 예금 중 절반 이상이 예금자보호제도의 보호대상이었다. 때문에 펜스웨이 사태로 예금자보호제도는 유례없는 압박을 겪게 되었다. 콘티넨탈마저 버릴 수 없었던 연준은 역사상 처음으로 콘티넨탈에 15억 달러를 구제금융패키지로 제공한다. 이러한 콘티넨탈 구제금융은 어떤 은행이 충분히 크고 다른 은행과 연루되어 위험을 많이 퍼뜨릴수록 연준에 의해 구제될 것이라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

 80년대 폴볼커의 고금리 시대를 지나자 어느 정도 회복된 월가는 80년대 중후반 막대한 대출과 펑펑쓰는 소비가 특징인 골드러시 시대를 경험한다. 이 시기는 기업사냥꾼의 시기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리처드 기어가 바로 이 기업사냥꾼으로 나왔다. 이들은 싼 비용으로 회사를 사들인 뒤 다른 회사와 합병 분할 후 되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미국의 90년대는 더 좋아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고용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70년대 부터 이어진 타격으로 80년대의 고금리로 인해 그 때의 빚을 가계와 기업이 아직도 상환중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연준 의장인 그린스펀은 경제가 성장함에도 금리를 낮추어 돈을 쉽게 쓸 수 있는 이지머니 시대의 시작을 열게 된다. 90년대의 연준은 과거와 달리 인플레에서 자산을 제거하고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만 산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이전과 달리 소비자 물가만 오르지 않는다면 연준은 얼마든지 통화 공급을 늘리고 금리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90년대 말 그린스펀은 소비자 물가 상승없이도 경제성장을 촉진하여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90년대 내내 이뤄진 낮은 금리로 자산가격이 상당히 올랐다. 99년 S&P 지수가 19.5%상승하였고 나스닥은 무려 80%나 올랐다. 그 결과 2000년의 주식시장 붕괴가 일어난다. 3-11월 사이 280개 인터넷 주식 1조 7600억 달러 가치가 증발한다. 그린스펀은 그간 자산 인플레는 무시해왔고 막상 자산 가격이 붕괴하자 개입해서 시스템을 구제한다.

 이런 버블위기 국면 타개를 위해 연준은 지속적으로 금리를 더 인하하였고 이는 2000년대 미국주택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 2003-2007년까지 미국의 주택시장은 무려 38%나 상승한다. 주식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금리를 6년 간 낮게 유지하자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다시 값싼 돈이 풍부히 흐르는 환경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작은 파장이 일어나는데 2007년 8월 프랑스의 거대은행인 BNP파비라바 주택대출에 기반한 몇몇 파생 상품의 정확한 가격에 대해 의문을 표현한 것이다. 이는 은행 건정성의 기저인 자산 가치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거대한 파장이 흘러 1년 사이 미국 주택가격의 10%가 빠졌고 2009년엔 20%가 하락한다. 그 2년 사이 주택가격 하락으로 미국인은 10조 달러의 부를 상실하게 된다.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연준은 1조 달러를 찍어보낸다. 하지만 이 돈은 대부분 주택가격으로 고생하는 서민이 아니라 도산위험에 처한 은행으로 흘러들어간다. 결국 주택담보부실로 인해 미국에서 무리하게 집을 구매한 수백만 가구가 퇴거당하게 되고 이 고통은 무려 10년 간 이어진다. 2009-2016년까지 미국에서 무려 800만건의 주택 압류가 이뤄진 것이다. 

 이런 일련의 경제 혼란이 수십년 간 이어짐에도 미 정치권과 여론은 연준에 무관심했다. 사실 미국의 대공황을 극복한 것은 연준의 힘이 아니라 미국 정치권이었다. 하지만 연준이 점차 경제의 전권을 시행하면서 선출된 재정당국은 무언가를 할 유인이 작아지게 되었다. 중앙은행은 또한 잘못된 행위에 대해 정치적 책무를 지는 다른 정부기관과는 다르게 소수 경제 엘리트로 구성되었으면서도 전문성 뒤에 숨어 책임은 지지 않는 전능한 기관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양적완화라는 시대에도 2007-2011년 미국에서 나온 30만건의 기사 중 오바마는 8%였던데 반해 당시 연준 의장인 버냉키는 고작 0.13%밖에 관련하지 않았다. 심대한 의사결정을 내림에도 여론의 영향을 지나치게 덜 받는 셈이었다.

 2008 금융위기 국면에서 연준은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양적완화라는 정책을 최초로 도입한다. 이는 과거의 저금리와는 차원이 다른 정책이다. 양적완화의 방법은 이렇다. 연준의 트레이더들은 프라이머리 딜러들의 채권을 매입한다. 과거 이렇게 통화량을 공급해 금리를 낮추었는데 채권의 양이 물리적 한계가 있었기에 더 나아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프라이머리 딜러를 활용해 그 한계를 한참 뛰어 넘는다. 먼저 헤지펀드 회사가 미국채를 매입한다. 그리고 프라이머리 딜러로 하여금 그 국채를 연준에 팔게한다. 그리고 헤지펀드는 프라이머리 딜러가 연준에 국채를 판 대금을 다시 빌려 이걸로 또 국채를 산다. 이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면 사실상 제한없는 통화공급, 즉 양적완화가 가능해진다. 

 양적완화로 인해 금융계의 규칙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간 연준은 미국채를 매입할 때 단기국채를 주로 매입했었다, 히자만 양적완화로 인해 모든 채권, 즉 10년 만기 장기국채도 매입하게 되었다. 연준이 장기국채를 대량으로 모두 매입하자 장기국채가 희소해져 가격이 상승했고 그로 인해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게 되었다. 이는 모든 금융주체들에게 안전하게 어느 정도 수익성을 보장하던 상품이 사라진 것을 의미해다. 금리도 제로 금리이다보니 모든 경제주체들은 수익률을 찾아 헤메게 되었고 이것이 회사채, 주식, 부동산, 미술품, 암호화폐등으로 향하게 되었다.  

 자산 가격은 그 어느 때보다 실물경제와 유리되었고 각종 위험한 금융거래가 생성되었다. 기업은 두 가지 방식으로 부채를 갖는다. 하나는 회사채로 금리와 만기가 정해져있다. 대출과의 차이점은 일반 대출은 이자와 원금을 같이 조금씩 상환해나가는 반면 회사채는 만기일전까지 이자만 지급하다 만기일에 원금을 모두 갚는 형식이라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회사들은 회사채 만기일이 도래하면 원금을 모두 갚기 보다는 다른 회사채를 만들어 원금을 갚고 새로 갈아타는 행위를 주로 한다. 다른 하나는 레버리지 론으로 은행이 해당기업에 맞게 직접적으로 발행한다. 그렇다보니 회사채와는 다르게 표준화가 어렵다. 

 CLO가 바로 이 레버리지 론과 관련한다. MBS는 2008금융위기 당시 주택담보부실과 같이 무너져 내렸지만 CLO는 살아남았다. 그런 잔상때문인지 이 상품은 조금 더 안정적으로 보였다. CLO는 여러 레버리지 론을 합쳐서 증권으로 표준화한 것이다. 하나의 CLO 꾸러미에는 세 등급이 있는데 가장 안전한 트리플 에이, 메자인, 에퀴티 순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위험도가 커져서 이자율은 큰 반면 원금 손실시 상환에 위험이 따른다. 

 제로금리로 수익률 추구에 떠몰린 투자자들이 이 CLO로 몰렸다. 하지만 레버리지 론은 변동금리가 적용되기에 금리 상승시에 차입자가 위험을 떠 맡는다. 하여튼 CLO는 이런 위험에도 2010년 3천억달러에서 2018년 6170억 달러로 규모가 커진다. 좋은 투자처가 씨가 마르면서 레버리지 론을 제공하는 사모펀드 같은 것들이 소위 갑이 위치를 갖게 된다. 이들은 투자자를 보호하는 약정인 코버넌트를 매우 약화시키고 차입자에거 더 큰 유연성을 주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이걸 코버-라이트라고 하는데 이것이 일반화하여 2019년엔 무려 85%까지 상승한다. 

 양적완화시대에는 소위 말하는 자사주 매입도 유행한다. 지금은 안하면 이상할 지경인데 역사상 이걸 하는 편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자사주 매입이 합법화한 것은 1982년의 일이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 수를 줄이므로 기업의 경영실적과는 무관하게 주당 순이익을 높인다. 대신 회사 여유자금을 사용하기에 회사의 부채를 늘린다. 그래서 기업의 잠재적 성장력과 재무건정성을 약화시킨다. 자사주 매입엔 대규모 자금일 필요한데 양적완화시대의 싼 돈에서는 웬만한 기업이 이를 쉽게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헤지펀드들은 어느 덧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실상 은행 역할을 하는 그림자 은행으로 취급되기 까지 한다. 헤지펀드는 위험한 거래인 베이시스 거래를 행한다. 이는 미국채 현물과 선물 사이의 가격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채 현물을 매수 후 선물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긴다. 하지만 그 차이가 미미하여 수익이 적은데 이를 횟수로 만회한다 현물로 매수한 미국채를 미국 레포시장에 담보로 내놓아 거액을 대출하여 다시 투자한 것이다. 이는 미국 레포시장을 흔드는 행위로 매우 위험했다.

 미 레포시장은 금융기관의 자금 정리를 위한 현금융통시장이다. 매일 거래를 정산하며 은행은 남는 금액을 빼고 모자란 금액을 일시적으로 채워야 했는데 그것을 위함이다. 그래서 이들은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채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 리스크가 낮은 담보이기에 레포시장의 금리는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의 위험한 거래로 인해 미 레포시장의 금리가 크게 뛰어오르는 일이 있었고 연준은 이를 막기 위해 레포시장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여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헤지펀드들은 큰 이득을 보게 된다.

 책을 정리하면 연준은 1980년대 후반 또는 1990년대부터 자산 가격을 인플레 요인에서 제거하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 이는 자산가격을 부풀렸고 자산가격은 관리를 하지 않다보니 2000년 주식 버블, 2008 금융위기, 2019코로나 위기를 맞게 된다. 이 때마다 연준 일부에서는 금리를 올릴 것을 주문했지만 반대세력이 주류였으며 이런 중요한 의사결정에 미국 정치권이나 여론은 무관심했다. 그 결과 고통스러운 위기를 겪을 때마다 돈을 공급하는 미봉책을 쓰게 된다. 이는 갈수록 그 규모를 크게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렇다보니 유례없는 통화량을 전세계에 뿌려지게 되었다. 이는 매우 큰 불평등을 야기했고, 상당한 위험을 미래로 전가하게 되었다. 

 이런 거대한 풍선은 아직도 유지 중이다. 미 주식시장 및 코인 등 자산 가격은 유례 없이 최고치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실물경제는 이렇다하게 좋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언젠간 터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 때 저런 결정을 내린 연준의 관계자들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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