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브레인 - AI 시대의 실용적 생존 가이드
이선 몰릭 지음, 신동숙 옮김 / 상상스퀘어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도구를 발명하고 사용하며 자신을 확장시켰다. 이는 인간의 번영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지만 도구를 사용할 수록 인간의 신체 능력이 하나하나 약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활과 창, 칼이 있다면 아주 강한 근력과 뼈는 필요가 없다. 옷이 있다면 털이 필요 없으며 잘 요리한 음식이 있다면 강한 턱과 위, 그리고 간의 해독 능력도 상당 부분 필요가 없어진다. 

 이런 부분은 지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고대 그리스의 학자들은 모든 것을 암송하지 않음으로써 생겨나는 인류의 지성의 퇴화를 걱정했다. 계산기가 나와 더 이상 정확한 계산 능력은 특별하지 않게 되었으며, 네비에이션과 핸드폰의 등장으로 사람은 더 이상 주요 지형과 주변 인물의 연락처를 암기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것들은 아직 인간 지적 측면의 비교적 단순한 부분이라고 할 수 도 있는데 만약 추론 능력이나 문제해결, 비판적 사고 및 글쓰기 등 고등사고 능력까지 모두 새로운 도구에 의존하게 된다면 어떨까?

 책 '듀얼 브레인'은 바로 이런 부분을 점검한 책이다. 제목처럼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은 이제 뇌를 사실상 거의 완전히 확장한 도구로 등장한다. 사실 그간 인간이 개발한 지적 측면의 도구들은 뇌의 아주 일부만을 확장한 것이지만 인공지능은 거의 전체를 확장했거나 그렇게 나아간다는 점에서 기존의 것들과 차원을 달리한다.

 인공지능은 기대와 달리 오랜 냉각기를 거치다 2010년대 들어서 다시 부활했다. 이는 데이터 분석과 예측에 러닝 머신 기법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초기엔 지도학습을 했기에 레이블 데이터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의 LLM은 인간의 감독이나 개입이 필요치 않다. 방대한 텍스트의 용례를 분석해 인간의 언어 패턴, 구조, 맥락을 인식하는 방법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LLM은 상황에 따라 조절되는 수많은 매개변수를 이용해서 인간이 글로 소통하는 방법을 모방한다. 가중치는 LLM이 수십억개의 단어를 읽으면서 학습한 복잡한 수학적 변환으로 다양한 단어 또는 단어의 일부가 함께 쓰이거나 특정 순서로 배치될 가능성을 알려준다. 

 사전학습만 거친 인공지능은 아무런 판단을 하지 못한다. 그저 학습한 내용을 거울처럼 반영한다. 그래서 대다수 LLM은 사전학습 이후 인간에 의한 미세조정을 거친다. 인공지능ㄹ 기업은 이 업무의 담당자로 고가의 전문가서부터 저임금 계약노동자를 총망라한다. 다양한 기준을 얻기 위해서다. 

 인공지능은 이미 이미지와 소리등을 생성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그리고 점차 멀티모달의 형태로 나아가서 LLM도 이미지를 생성하고 있다. 이처럼 발전하는 인공지능에게 중요한 것은 정렬 문제다. 하라리가 책 '넥서스'에서 지적한 것처럼 인공지능의 정렬은 인공지능이 인간이 설정한 목표와 선호도, 윤리적 원칙에 맞게 조정되는 것이다. 이것은 쉽지 않은데 인간 자체가 모순적이기에 인간의 가치와 목표 역사 상충하거나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이 정렬 문제로 인해 2100년까지 인공지능이 인류를 절멸할 가능성이 10-12%에 달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래학 연구자들은 2%로 상대적으로 매우 낙관적이다. 저자는 정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 정부, 연구원, 시민사회가 협력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대응과 인공지능 유닐의 개발과 사용을 위한 합리적 규범과 기준이 필요하다는 다소 뻔한 소리를 한다.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새로운 확장 뇌인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기 위한 4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작업할 때 항상 인공지능을 사용하라

2. 인간이 주요 과정에 계속 개입하라

3. 인공지능을 사람처럼 대하고 그 때 인공지능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알려준다.

4. 지금의 인공지능이 앞으로 사용하게 될 최악의 인공지능이라 생각한다.


 인공지능과 항상 작업해야 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무엇을 잘 할 수 있고 무엇을 잘 할 수 없는지 그 경계선을 알기 위해서다. 물론 이 경계선은 잡았다 하더라도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면 바뀔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얻은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향상 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것은 주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더욱 높게 나타난다. 인공지능은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큰 줄기, 빠르면서도 비교적 품질이 매우 우수하지는 않은 작업물을 주는데 최적화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이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미 우수한 수준에 이른 사람은 인공지능의 결과물에 만족하지 않기에 좀처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성과물 향상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이건 현재 수준에서다. 

 인공지능을 사용할 때는 단계별로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은 인공지능의 초기 검색엔진처럼 수준이 높지 못해 프롬프트가 매우 구체적이지 않다면 성과물도 그저 그렇다. 때문에 인공지능이 내놓는 결과물에 계속 개입하며 구체적으로 지시하면 그 성과물도 지속적으로 우수해진다. 현재는 이걸 잘하는 사람이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사용함에 있어 그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성과물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 막연히 좋은 사업아이템을 알려달라고 하기 보다는 인공지능에게 본인이 사용자가 창업을 하는데 그것을 지도하는 매니져나 관리자라고 역할을 부여하면 인공지능은 그에 걸맞게 행동하며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 심지어 동시에 여러 역할을 부여해서 작업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충할 수 도 있다. 한 명은 창업하려는 사람, 다른 사람은 소비자, 다른 사람은 경쟁자 등의 역할을 부여해 특정 사업아이템에 대해서 여려 명의 시각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개발 속도는 장차 엄청나게 빨라지는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LLM이 처음 나왔을 때 그 소문을 듣고 몇번 써보다가 기능이 기대 이하임을 깨닫고 이내 사용을 중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지금 사용하는 인공지능은 앞으로 나올 인공지능 중 가장 좋지 못한 버전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컴퓨터가 그러했던 것 처럼 말이다. 때문에 현재 수준에 실망하지 말고 그 발전에 주목하면서 계속 사용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루 머신 - 바다는 어떻게 세계를 만들고 생명과 에너지를 지배하는가
헬렌 체르스키 저자, 김주희 역자, 남성현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뭍에서 자라고 죽어 좀처럼 자각하기 어렵지만 지구는 사실상 물의 행성이다. 지구의 물의 양은 절묘해서 행성 겉껍질의 70%정도만을 덮고 나머지 높은 부분은 육지로 남았다. 이로 인해 육상에서 다양한 생물이 진화했고 인간도 생겨날 수 있었다. 

 책은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 즉 바다에 대한 책이다. 바다는 생성과정에서 육지의 암석에서 대량의 미네랄을 가져가서 염도가 높고, 위도에 따라 흡수하는 태양에너지가 달라진다. 이로 인해 바다는 지역마다 품고 있는 에너지와 염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이는 같은 지역이다 하더라도 수심에 따라 또 천차만별이다. 이런 차이로 인해 바다는 큰 움직임을 보이게 되는데 저자는 이를 해양엔진이라 부른다. 

 해양엔진은 지구 시스템의 중심이다. 이는 태양에너지의 일부를 열에너지나 운동에너지로 전환하여 다른 지역으로 전송한다. 그리고 물은 이런 에너지를 오래 품고 있기에 오랜 순환 끝에서야 비로소 열에너지로 전환되어 다시 우주로 방출된다. 

 태양은 태양계 질량의 99.86%를 차지한다. 태양 중심부에서는 핵융합이 일어나 수소원자가 헬륨원자로 전환되는데 1초마다 400톤의 물질이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에너지는 태양내부의 플라스마로 인해 표면에 도달하는데 수만년이 걸린다. 태양이 분출한 에너지의 10%만이 지구에 도달하며, 이 중 1/3은 구름이나 빙하, 물등 여러 표면 요소에 의해 반사되고 나머지 2/3만이 지표에 도달한다. 지표에 도달하여도 빛은 해수면을 더욱 통과하기가 힘든데 정오가 되어 입사각이 커져야 간신히 통과할 수 있다. 이런 빛 중 가시광선은 해수표면을 가열하지만 적외선은 거의 흡수되지 않고 방출된다. 물은 열을 오래 품고 있어 식는데 오래 걸린다. 이로 인해 적도의 바다 같은 경우 낮과 밤의 온도가 거의 같은 수준이 된다. 

 지구의 바다는 생각만큼 깊지 않다. 고작 4km정도 깊이이다. 바다는 평평한 층으로 구성되고, 각 층은 수온과 염분으로 특정된다. 심해저 분지에는 주요 해수층이 3-4개 있다. 성질이 같은 해수가 모은 것을 수괴라 한다. 해수층은 생각과 달리 특정 요인이 없으면 거의 혼합되지 않는다. 

 바다는 생명의 요람이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해역이 사막과 가깝다. 생명이 생겨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생명의 탄생 및 유지를 위해서는 에너지와 물질이 필요하다. 문제는 바다는 이 두 가지가 좀처럼 같이 있기 힘들다는 점이다. 바다의 상층부 즉 해수면은 햇빛은 풍부하다. 하지만 영양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영양소는 민물이나 다른 생물로 공급되기가 바쁘게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양소는 하층에 주로 존재하게 되지마 여기는 햇빛이 없어 에너지가 없다. 빛이 바다를 거의 투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러 이유로 영양분이 넘쳐나는 바다에 생물이 몰린다. 대표적인 곳이 훔볼트 해류가 흐르는 해역이다. 여기는 강력한 해상풍이 표층수를 서쪽으로 밀어낸다. 그러면 자연히 그 빈자리를 하층수가 채워야하므로 용승이 일어난다. 이렇게 영양소가 용승하여 햇빛과 만나 생명의 요람을 만드는 것이다. 이 지역은 전체 바다의 1.15%에 블과하나 어획량이 세계에서 5-20%나 된다. 이곳에서는 페루멸치가 많이 잡히는데 단백질 함량이 50-70%나 되지만 맛은 별로 없어 어분으로 주로 사용한다. 이 페루멸치를 인근 바닷새들이 포식하고 대량의 배설을 하여 만들어낸 것이 구아노다. 구아노는 질소와 인, 미량 광물을 대량 함유하였고, 인근 해류가 한류라 강우량이 거의 없어 그대로 변화없이 퇴적하였다. 1880년대초 볼리비아는 이 섬을 노리고 칠레와 전쟁을 벌였다 패배하여 해안을 잃고 내륙국가가 되고 만다. 또한 이 구아노는 세계 열강의 먹잇감이 되었고 화학비료가 등장하기 전까지 서구의 농업생산량을 크게 증대시켰다. 

 바닷물은 매우 짜다. 바다가 모두 증발하면 65M두께로 염분이 쌓일 정도로 많다. 염분의 총 무게는 4900t으로 추정된다. 바닷소금의 성분은 지구표면의 암석이 바다에 용해된 것이다. 초기 지구는 이산화탄소가 매우 풍부해 강한 산성비가 내렸고 이것이 암석과 반응해 소듐, 포타슘, 마그넴슘, 칼륨등을 쓸어갔다. 화산에서도 강한 염산과 황화합물이 다량 분출되었는데 염화이온과 황산이온이 이로 인해 바다로 유입된다. 현재 바다 1리터는 염화이온 16.8g, 소듐이온 10.6g, 황산이온 2.6g, 마그네슘 이온 1.3g 등의 이온을 함유한다. 다양한 이온들은 바다에서 서로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이 증발하면 양이온과 음이온이 서로 결합해 염을 형성한다. 

 바다엔 다양한 생물이 그 환경에 적응한다. 장수거북은 바닷물 염분 해결을 위해 바다 염분의 2배인 눈물을 계속 방출한다. 시간당 무려 8리터다. 보라고둥은 껍질이 있고 수영능력이 없음에도 점액과 공기방울에 의존해 바다에 부유한다. 이 생물은 껍데기는 보라색으로 변했고 물에 뜨기 위해 얇아졌다. 그리고 알주머니가 부풀어 오르는 풍선역할을 해 부력을 확보한다. 보라고둥은 발에 달린 깔대기 형태의 구조를 써서 공기를 가두고 점액으로 덮어 물에 뜬다. 

 극지방 바다에 염도차는 바로 빙하때문이다. 물분자는 좀 특이하다. 음전하와 야전하사이의 인력이 서로를 당겨 물분자는 다른 분자보다 크기가 좀 작은데 얼게 되면 새로운 얼음 구조를 생성하기 위해 다른 물분작들끼리 서로를 밀어낸다. 그래서 고체가 되었음에도 오히려 부피가 늘어난다. 질량은 같은데 부피가 커지니 얼음은 밀도가 액체물보다 낮아져 뜨게된다. 그리고 얼면서 녹아있던 염분들은 바다로 가라앉는다. 때문에 유빙이 많은 극지방은 심해에 염분이 고농도로 농축된다. 

 지구는 자전하기 때문에 땅에 붙어 있지 않고 움직이는 물체는 자전의 영향을 받아 마치 휘는듯이 움직인다. 이것이 코리올리효고다, 북반구에선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선 왼쪽으로 휘는데 바다 역시 땅에 붙어 있지 않기에 코리올리 효과를 받는다. 그래서 바람이 불어 해류를 움직이면 코리올리 효과로 바닷물은 북반구에서 오른쪽으로 휜다. 이것은 수평뿐 아니라 수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바닷물을 층층이 나뉘어 있는데 가장 위층이 오른쪽으로 휘면 그 아래층은 위층의 휘는 효과로 코리올리효과가 배가되어 더 휜다. 그리고 같은 식으로 아래층은 더욱 휜다. 그래서 해수층 아래로 갈수록 90도 가까이 휘게 된다. 

 대기는 상공에서 움직인다. 그중 계속 소용돌이치는 난기류는 빠른 바람을 생성하고 압력을 변화시킨다. 그로 인해 해수면이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왜곡되는데 그래서 나타나는 것이 파도다. 일단 잔물결이 생겨나면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잔물결이 힘이 가해진다. 그 결과 잔물결이 더욱 커지고 가파르며 지속되어 파도가 성장한다. 

 해수면의 높이는 그 아래 존재하는 다양한 암석의 중력영향을 받는다. 북대서양의 해수면에는 높이 54m에 수천km의 지름을 가진 돔이 있으며 인도의 남쪽 끝바다에는 94m깊이의 큰 구멍이 있다. 거대한 해산이 있으면 그 중력으로 바닷물이 끌려내려가 해수면이 낮아지고 구멍이 있으면 그 반대다. 

 해저에는 단괴가 존재한다. 단괴는 수cm 간격으로 수천 km길이에 넓게 분포해있다. 육지에서 밀려온 덩어리나 바다생물의 사체는 대부분 바다생물이 뜯어먹으나 일부가 해저로 가라앉는다. 단괴는 이것들이 뭉친 것이라 아주 느리게 성장한다. 1cm퇴적에 1천년이 걸린다. 그래서 크기가 수cm의 단괴는 역사가 100만년 이상이 된다. 단괴는 금속도 퇴적하는데 심해다보니 물질이 적어 1년에 고작 원자 100개 분량이 표면에 쌓인다. 

 대양에 우뚝 솟은 산은 조류의 흐름을 방해한다. 이런 해산 사이로 물은 이동하면서 내부파가 생겨나는데 이는 심해로도 이동한다. 조수는 이동하면서 지구에 큰 마찰을 일으켜 지구의 자전속도를 줄인다. 이는 미미한데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 양이 늘어남녀 그 속도가 더욱 느려지게 되고 이로 인해 해를 받는 시간이 조금씩 더 길어져 온난화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내부파는 바닷물의 혼합에 도움이 되나 전체 바닷물을 섞기엔 매우 미미한 에너지에 불과하다. 

 코리올리 효과는 위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자전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위도일수록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그래서 환류는 완벽하게 대칭으로 회전하지 않는다. 서쪽의 해류는 대개 유속이 빠르고 좁으며 띠로 찌그러져 나타난다. 바닷물은 적도에서 북쪽으로 밀어올려지고 방향을 튼다. 이것이 서안강화 현상이며 멕시코 만류와 쿠로시오 해류가 대표적이다. 반면 각 환류의 동쪽은 정반대다. 북에서 남으로 회귀하며 유속이 느리고 폭이 넓어 해류 같지도 않다. 바다에는 대형 환류가 5개 존재하는데 북대서양환류, 북태평양환류는 시계방향으로 남태평향환류, 남대서양환률, 남인도양환류는 반시계방향으로 흐른다. 이런 거대 환류는 지구의 자전과 바다가 주변 육지에 막히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남극대륙을 둘러싼 남극해는 거의 유일하게 대륙에 의해 막히지 않는 해류다. 그래서 남극대륙을 고리로 남극해는 둥근고리로 감싸고 전 세계의 바다를 연결한다. 북극지방엔 유빙이 있다. 유빙은 팽이처럼 돌면서 동과 서를 반복해서 오가다가 급격히 방향을 선회하여 북위 89도를 따라 그려진 작은 원에서 벗어나 스발바르 제도 남쪽으로 향한다. 유빙은 가시광선을 반사하며 바람을 막아 물을 직접 못 밀게 한다. 그래서 유빙이 많은 해역은 바다가 고요하고 대기와 해양 사이의 기체전달을 늦춘다. 그래서 극지방은 바람이 적어 밀도차로 구분되는 해수층이 잘 형성된다. 이런 작용이 없으면 저수온 바다는 고밀도이기에 밑으로 가라앉아 표면에 유빙이 잘 형성되지 않게 된다. 

 물에서는 적색광이 매우 빠르게 흡수되어 몇 미터만 가도 2/3이 손실된다. 그러나 청색광과 자색광은 100미터보다 훨씬 더 이동한다. 그래서 바다 속에서 혈액은 녹색으로 보인다. 혈액에는 약간의 녹색광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은 멀리서 파란 색으로 보인다. 이는 청색광을 제외한 나머지 빛이 물에 빠르게 흡수되고 남은 청색광이 직진이 아닌 지그재그로 바다를 돌아다니다가 반사되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해양생물들은 빛과 음파로 통신한다. 햇빛이 투과되지 않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해양생물의 76%가 그래서 스스로 발광할 수 있다. 물고기는 몸이 물로 가득차서 음파가 내부로 쉽게 침투한다. 물고기의 이석은 탄산칼슘으로 음파가 이석에서 속도가 느려진다. 이런 차이로 물고기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감지한다. 

 겨울철이 되면 각 반구에서 거대한 폭풍이 바다의 상층부를 휘젓는다. 그러면 영양소가 용승하게 된다. 봄이 되면 낮이 길어져 일조량이 증가하는데 이 때 영양소와 빛이 만나 해양생물이 폭발적으로 증대한다. 이것이 봄철 대증식이다. 이 대증식의 위치는 유동적인데 그 주기가 짧고 조류의 변화가 늘 있기 때문이다. 

 생물은 크기가 10% 줄 때마다 전체 개체수, 즉 생물량은 10배 증가한다. 즉, 각 단계마다 총 생물량은 비슷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해양 전체 생물량은 약 10억톤에 달한다. 그리고 건강한 바다에서 크기별 생물단계는 23단계 정도다. 가장 작은 것과 큰 것의 차이는 10의 29승배에 달한다. 그런데 인간의 지나친 어로행위로 큰 크기 범주의 생물량 90%가 사라져버렸다. 이는 10g이상 생물량의 62%이고 인간은 잡은 해양생물을 직접 섭취하거나 사료 및 비료로 사용하기에 이 에너지만큼의 생물량이 육상으로 이동한 셈이다. 

 약 1억년 전 원반덮개로 무장한 인편 모조류가 얕은 바다에서 대량 증식했다. 이것들이 수백만년간 죽어 해저에 축적되어 두께 100m에 이르렀는데 이것이 백악으로 칼슘덩어리다. 이것이 기본으로 바다생물은 탄산칼슘을 형성하여 몸의 껍데기와 골격으로 사용한다. 다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다의 산성화와 기온 상승으로 그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이어드 머니 돈이 진화한다 - 계층 화폐로 살펴본 금, 달러, 비트코인, 디지털 화폐의 미래
닉 바티아 지음, 정성환 옮김 / 심플라이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교환의 편의성을 위해 여러 화폐를 개발해 사용했다. 조개껍데기에 말린 생선, 거대한 돌, 금과 은, 동전, 지폐, 지금의 암호화폐가 그렇다. 그리고 이 화폐는 피라미드식 계층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위로 갈수록 가장 가치의 근원이라 할 수 있으며 상환의 위험이 없다. 그리고 아래에 위치한 화폐일수록 상환의 위험이 있고, 그 가치가 위의 화폐에 근거한다. 

 인간은 지역마다 각기 다른 물질을 화폐로 사용했지만 결국은 공통적으로 화폐로 인정된 것은 금은 같은 귀금속이다. 귀금속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휴대가 용이하고 여러 개로 쪼갤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귀금속을 바탕으로 동전이 만들어 졌는데 동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희귀하면서도 오랜 기간 보존이 가능하고, 대체 및 교환이 가능하며, 분할이 가능하고, 주조 방식이 복잡해 위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위의 특징들은 희귀하여 가치를 높이고, 오래 보존되어 가지를 저장하고 교환을 편리하게 한다. 즉, 교환과 가치저장이라는 화폐 본연의 역할에 적합한 것이다. 

 로마의 데나리우스는 최초의 국제통화다. 2세시경 무게 3.4g에 은을 80% 함유했다. 하지만 시대가 갈수록 화폐의 은 함유량은 감소한다. 아무래도 제국은 전쟁이나 국가 운영에 돈을 발행해야 하고 그 때마다 위정자들은 공짜로 제국의 돈을 찍어내고 싶은 욕망에 빠졌을 것이며 그 방안이 바로 은을 줄여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결국 데나리우스의 신뢰를 떨어뜨려 물가를 증폭시켰으며 곧 사회불안으로 이어져 제국의 붕괴를 낳았다. 

 중세에 이르러서는 로마 같은 통일 제국이 없기에 유럽의 각 지역은 각자 화폐를 발행했다. 그래서 주화의 종류가 매우 다양했으며 동전마다 귀금속의 함량이 달라 교환의 문제로 인해 화폐 유통 속도가 매우 더뎠다. 여기에 동전화폐는 무거운 물질이기에 운반의 위험이 있었다. 즉, 먼 지역간 대금 결제가 매우 느렸고 위험 부담이 컸다. 그래서 당장 결제보다는 이후에 대금 결제를 약속하는 지연 결제가 발달하는데 이것이 환어음이다.

 이 환어음은 글자 그대로 대금 결제를 약속한 것이기에 대금을 받지 못하는 부도의 위험성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동전이 아닌 환어음이 유통되기에 통화의 탄력성을 높였다 .그리고 이 환어음은 최초의 계층화폐가 된다. 즉, 동전-메디치은행가-환어음의 구조였다.

 이런 계층화폐의 특징은 그 아래 단계의 화폐에 규율적 제약을 가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 화폐는 발행자의 발권력 남용이라는 위험에 노출된다. 신용이 확대되면 두 번째 계층화폐는 커지며 통화피라미드가 확장한다. 하지만 신용이 줄어들면 두 번째 계층화폐는 크게 축소되고 사람들은 첫번째 화폐를 향해 달려간다.

 두번째 계층 화폐는 각 지역이나 국가마다 양식과 형태가 다르다는게 문제다. 지금의 현대국가들의 지폐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이것을 거래하는 전통시장이 당연히 생겨난다. 1531년 안트베르펜에서 정기 거래소가 생겨나며 금융시장이 탄생한다. 이 거래소에서 처음으로 현금에 대한 인식이 귀금속에서 종이로 변환된다. 즉, 지연결제, 재무상태표 기반의 회계방식, 종이 화폐의 3가지 요소가 모두 출현한 것이다. 안트베르펜 거래소에서는 환어음을 현금으로 바꾸는데 한 달이 소요되었다. 한 달 이전에 바꾸는 경우 할인 개념이 적용되었는데 이로 인해 그날그날의 화폐가치가 시간으로 표시되었다. 즉, 최초로 종이화폐의 가격이 탄생했다. 

 그리고 안트베르펜에서는 약속 어음이 탄생한다. 이전의 증서는 수취인을 특정하였다. 때문에 발행인과 수취인 간의 사용만이 가능했지만 약속 어음은 수취인이 명기되지 않아 증서를 넘기기만 하면 누구나 수취인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두 번째 계층화폐가 활성화하자 국가가 이를 장악하기 시작한다. 네덜란드는 국가에서 발행한 두 번째 계층화폐만을 사용하도록 법률로 강제한다. 네덜란드는 독립전쟁 기간 스벤더 강을 봉쇄하였는데 이로 인해 안트베르펜이 쇠퇴하고 그 자리를 네덜란드 중앙은행이 차지한다. 이것은 길더를 표준화폐로 삼아 모든 예금자가 무료로 즉시 결제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암스테르담 중앙은행은 모든 민간 금융업자의 귀금속을 강제로 예치하였는데 그 대신 예금증서를 민간업자에게 내주었다. 네덜란드가 유럽 경제의 중심지가 되자 자본이 밀려든다. 암스테르담 은행은 예금을 예치한 내부자간 이체를 즉시 가능하게 한다. 매우 혁신적인 방식으로 이제 더 이상 증서나 주화의 교환이 필요 없어진다. 이렇게 암스테르담 은행은 세계최초의 중앙은행이 된다. 자금거래의 최종정산, 예금자간 이체와 결제가 기반 업무였고 거래의 중앙집중화로 은행 고객간의 거래 감시가 가능해졌다. 

 암스테르담 은행은 설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인도회사에 자금을 대출하고 복식부기의 표준 관행에 따라 대출금을 자산으로 기재한다. 이는 예금자의 예금으로 동인도 회사에 신용을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암스테르담 은행은 첫 번째 계층 화폐로의 태환을 중지하여 귀금속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음을 입증한다. 이것은 당시 암스테르담 은행이 항상 적절한 지급준비금을 보유하고 소유한 귀금속을 터무니 없이 초과한 예금증서 발행을 하지 않아서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 은행은 공개시작 조작도 처음으로 행한다. 발행한 예금증서가 원활히 거래되도록 금융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준 것이다. 가령 예금증서의 수요 증가로 가치가 증가하면 시장에 보유한 예금증서를 팔고, 반대로 수요가 감소하며 귀금속을 팔아 예금증서를 사들여 공급량을 줄인 것이다. 

 그리고 1964년 잉글랜드 은행이 설립한다. 암스테르담 은행을 모방했지만 화폐발행권을 독점하지 않았다. 영국의 파운드 스털링은 1158년 헨리왕이 순도 92.5%의 은화를 도입한 후 영국의 통화가 되었다. 영국은행이 구축한 화폐 계층은 다음과 같다. 금과 영국국채-잉글랜드 은행-잉글랜드 은행 예금과 은행권-민간-예금과 환어음이다. 잉글랜드 은행은 초기 11년마다 재인가 되는 형식이었기에 자신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입증하려 하였고 그 결과 재인가마다 가치가 폭등한다. 1844년 결국 영구지위를 획득하고 1946년에서야 영국정부가 지분을 전량인수하여 국유화된다. 

 미국은 1900년에서야 금본위제를 채택한다. 남북전쟁으로 그린백을 발행하다가 결국 1달러를 1.5G의 순금과 고정한다. 20세기 초반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대 지진이 일어나 영국의 보험사들은 미국에 대량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이로 인해 영국은 대량의 부 유출로 환율방어를 위해 금리를 2.5%나 인상해버린다. 그러나 미국은 자본이탈로 경제위기를 겪게 된다. 예금자들의 뱅크런이 일어났는데 당시 미국은 중앙은행이 없었기에 민간 은행의 거물 jp모건이 이를 해결한다. 결국 1913년 연방은행법이 통과되어 연방준비제도가 생겨난다. 

 연준은 두 번째 계층화폐를 발행한다. 그리고 민간은행이 발급하던 화폐가 제3 계층 화폐가 된다. 미정부는 연준에 은행업 감독 체제를 확립한다. 은행설립인가 독점권두 부여한다. 다만 연준은 두번째 계층화폐 발행을 위해선 부채 중 최소 35%에 해당하는 금을 준비해야만 했다. 연준은 설립 보유 금이 자산의 84%였으나 지금은 1%미만이다. 초기 연준은 미국채도 보유하지 않았다. 하지만 1차대전으로 인해 미국채를 보유하기 시작했고 미국채가 금과 더불어 1계층 화폐가 된다. 그리고 금과 미국채-연준-지급준비금과 은행권-민간은행-예금의 피라미드가 완성된다. 

 미국은 경제공황으로 강한 자금 공급이 필요했으나 언급한 35% 지급준비금 규정으로 인해 충분한 2번째 계층 화폐를 공급할 수 없었다. 이것으로 인해 금에 대한 비판이 시작된다. 1933년 루즈벨트는 행정명령으로 모든 금화, 금괴, 금 보관증을 정부에 강제로 넘기게 한다. 그리고 1934년 미국은 금준비법으로 달러를 평가절하해 온스당 금가격을 20.67$에서 35$로 69.3%나 인상해버린다. 1935년 뱅크런을 막고자 은행법으로 연방예금보험공사를 설립하여 모든 예금을 보증하는 fdic보험을 만든다. 

 파운드 스털링은 1931년 금본위제의 폐지로 기축통화 자리를 잃는다. 그리고 1944년 브레턴 우즈체제로 세계 지도자들은 모든 화폐의 가치를 달러에 고정하여 자신들의 화폐를 제3 계층화폐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금과 미국국채-연준-미달러-가격-다른 국가의 화폐라는 피라미드가 성립한 것이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 막대한 이득을 얻는다. 하지만 문제가 곧 생겨난다. 언급한 법으로 인해 미국 시민은 금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외국시민들은 보유한 달러로 금태환이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금이 점차 해외로 유출하여 비축 금이 줄어 고정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여기에 외국은 달러가 기축통화이기에 이를 비축하였는데 이는 달러 강세를 불러와 미국의 근원적 무역 불균형을 야기했다. 

 그리고 역외달러인 유로달러가 출현한다. 2차대전을 위한 전쟁 금융과 이후의 유럽 재건은 모두 미달러로 조달되었다. 그리고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자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달러 수요가 폭증하였는데 유럽의 이자가 더 높다보니 사람들은 보유한 달러 예금을 유럽 은행에 안치한다. 이 큰 규모의 달러 예금을 근간으로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발행하는 달러가 유로 달러다.

 1971년이 되자 미국은 금 태환을 중지한다. 베트남전의 여파다. 1973년엔 자유변동환율제 실시로 브레튼우즈체제는 깨어진다. 이렇게 금이 퇴장하면서 달러는 족쇄가 사라져서 무제한 발행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미국채는 연준의 재무상태표에서 지배적인 자산이 되었다. 그러자 민간이 미국채를 사서 국채 레포달러의 형태로 다른 유형의 달러를 발간하게 된다. 2차 대전의 대량 미국채 발행은 이를 크게 부추겼고 달러은행은 국채시장의 건전한 작동과 국채거래를 책임지는 은행이 되었다. 이들은 환매조건부채권으로 담보대출시장을 활용한다.환매조건부채권은 레포라하는데 돈을 빌리는 사람이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내고 해당 미국채를 재매입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다. 

 이렇게 여기저기서 달러를 공급하는 지경에 이르자 연준은 중앙은행의 고유역할인 화폐의 공급조절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준은 단기 금리를 조절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화폐의 공급량을 조절한다. 

 거액의 자금은 지폐보관이 용이하지 않다. 은행 예치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국제적 부는 미 채권을 구입하는 것이 방법이긴 하나 약간의 변동성이 있다. 그래서 등장한 최고의 방법이 MMF다. 미 MMF는 안정성을 최우선시한다. 미단기국채와 우량채권에만 투자하며 운영수익을 배당으로 지급한다. 펀드의 안정성을 위해 투자채권의 평균 만기도 60일 미만이다. 그리고 동일기관에도 5%이하만 투자한다. 주당 1$유지를 위해 초과 이익을 모두 배당해버린다. 그러다 보니 전세계 투자은행이 초과 현금이 발생하면 MMF로 자금을 이체한다. 다국적 기업도 기업어음시장에서 MMF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파생상품은 증권으로 간주되지 않는 금융계약이다. 스톡옵션, 선물거래, 금리스왑등이 있다. 1998년만해도 미국채 총 발행액이 3조$였고, 파생상품도 규모가 같았지만 2007년에 이르러서는 미국채 총 발행액이 4조$인 반면 파생상품은 무려 11$조 달러에 달하게 된다. 그러다 2007년 8월 리보가 0.12%상승한다. 이것은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이 특정파생상품의 평가를 기피하여 미주택대출에 관련 금융상품 보유 펀드의 현금인출을 전면동결하며 벌어졌다. 이로 인해 경제위기가 시작되고 은행의 무제한 자금 대출의 시대가 종료된다. 결국 연준은 역외 시스템에 유동성 공급을 위해 유럽중앙은행과 스위스 국립은행의 외환스왑을 도입한다. 연준의 역할이 국외로 넓어진 것이다. 

 2008경제위기로 MMF가 주당가격은 0.97로 고시한다. 1달러가 무너진 셈이다. 이는 원금보장의 문제가 일어난 것으로 연준은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구제금융조치를 실시한다. 그래서 MMF에서의 자금이탈을 막는다. 연준이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은 미국채를 대량으로 매수하여 막대한 준비금을 시스템을 넣는 형식이다. 

 지난 10여년의 경제위기는 달러시스템의 취약성에도 달러가 오히려 통화시스템에 깊숙히 자리잡았다. 이것의 대안으로 새로운 첫번째 계층 화폐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이 비트코인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를 준비중이다. 이것을 준비하는 경우 연준은 민간은행 도매화퍠가 아닌 직접 소매화폐를 민간에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계층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비트코인-중앙은행과 민간-디지털화폐, 비트코인예금, 스테이블코인-은행-소매 스테이블 코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90년대 초반 공산권이 무너지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한 서구 진영의 승리가 눈앞에 보이면서 세계는 가까운 시일 내에 모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뒤덮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세계를 뒤덮은 것은 자본주의 하나 뿐이다. 권위주의 정권은 자본주의 하나만 취사 선택했고 민주주의는 시늉만 냈을 뿐이다. 그리고 굳건해 보이던 서구 진영에서도 이 자본주의로 인해 민주주의가 크게 쇠퇴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후유증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구축되며 서구사회의 중산층은 제조업 일자리를 잃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반발로 극우주의적인 포퓰리스트들이 각 서구사회에서 득세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이탈리아나 미국의 경우처럼 정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들의 자양분은 소위 말하는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다. 불우한 처지에 놓인 이들은 자신들을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찾기 시작했는데 극우주의자들이 제공한 혐오의 대상이 그 사회 내의 소수자, 이민자, 이들을 품고자 하는 좌파엘리트와 사법기구들이었던 것이다. 

 책 '혐오사회'는 이런 움직임이 아직은 발흥기로 보였던 2016년의 책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문제는 오히려 악화했다. 책은 혐오의 근원과 그 근거 없음을 보이는데 주력한다. 저자가 독일인이고 성소수자인만큼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많다.

 혐오와 증오는 개인적인 것이거나 우발적인 것이 아니다. 단순실수나 궁지에 몰려 나오는 막연한 감정이 아니며 특정 이데올로기에 따라 집단적으로 형성된 감정이다. 즉, 미리 정해진 양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혐오나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연상과 이미지가 범주화 되어 있으며 이를 평가하는 인식틀이 있고 오래도록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지는 방식으로 훈련 및 양성된 것이기에 느닷없이 폭발하는 것이 아니다. 

 혐오와 증오는 매우 협소한 시각을 갖고 있다. 혐오와 증오의 대상에 대해서는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다양성이 모조리 제거된다. 그저 혐오와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는 상상력의 축소로 이어지는데 그로 인해 사람들은 그에 대해서 감정 이입의 여지가 크게 사라진다. 이런 증오와 혐오의 대상은 그저 무슬람이나 이주자, 흑인, 성소수자에 대한 좋지 못한 관념의 틀에 끼워 맞춰져 그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실한다. 남게 되는 것은 이들에 대한 만들어진 묘사화 평가에만 의존한 축소된 사고 뿐이다. 이로 인해 혐오와 증오가 가능해진다. 

 이런 인식 패턴은 새롭거나 독창적인 것은 아니며 많은 역사적 선례를 갖고 있다. 이렇게 혐오로 구성된 세계에서는 유희적이거나 우연적인 것은 없다. 모든 사건은 모종의 의미와 의심스러운 배후가 있으며 외도가 있는 것으로 치부된다. 그리고 이것들은 자신들의 집단을 해하려는 음모로 해석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몰락과 억압에 대한 구태의연한 옛 이야기를 끌어와 극적으로 표현해 배경으로 깔아두고 그 앞에서 자신들의 사명을 특별히 중대하고 운명적인 것으로 표현된다. 

 이들의 세계는 매우 이분법적으로 자신들이 축소되거나 죽어가는 국가의 시민이며 다른 한 쪽은 자신들의 멸망을 적극적으로 추전히고 있는 사람들이 된다. 그래서 그들을 적으로 삼게 되며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신념과 관념에 대한 외부의 의식과 비판은 결코 논의에 대상이 되지 않는 모순을 보인다. 이런 비판은 유일하고 진실한 투쟁을 이끌어가는 사람에 대한 검열과 억압, 조롱으로 치부된다. 

 작금의 혐오, 증오를 조장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동질적인 것, 본원적인 것, 순수한 것으로 규정한다. 이들은 동질적 국가와 국민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국민은 소위 현대국가 성립 시기에 형성된 자유롭고 평등한 인민이 아니다. 이런 헌법적이고 공통의 행동에 기반하는 것 보다는 정확한 기원과 근거를 알 수 없는 종족 및 민족으로 협소히 이해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믿음은 일종의 건국신화를 주장하는 이야기에 뿌리를 둔다. 그것을 과거지향적인 것으로 사회가 같은 가치와 관습의 지배를 받았던 과거를 생각하고 그 때가 더 참되고, 옳고, 진정하다고 생각한다. 

 성별과 관련하여 본연의 특성이 있다는 생각은 기독교의 상상력을 통해 전승되었고 신의 뜻이라는 표상과 결부한다. 하지만 본연성과 본원성, 순수성은 그 근거가 사실상 매우 빈약하다. 트랜스인이란 타고난 외적 성장과 호르몬의 범위가 본인이 몸소 느끼는 성별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 또는 할당된 소속 성별이 본인이 느끼는 성별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이 자신을 인정받고자 하는 장벽은 매우 높다. 외적인 성별동화 외에도 행정적, 재정적, 정신의학적, 법정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이것은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조금 이상하다. 일반인들은 자신의 존재와 성적정체성을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트랜스인들은 그 모든 것을 인정받기 위해 그 이유를 대야 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설명하고 정당화할 의무가 없다. 독일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성전환법에 의해 자신이 성전환자임을 여러 차례의 감정을 통해 입증받아야 한다. 저자는 이것을 감정이 아닌 신청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S는 증오와 혐오로 가득찬 집단이다. 놀랍게도 이들에게서 눈에 띄는 것은 평등주의다. IS 지하드에 가담하라는 선전 선동을 하면서도 국적이나 신분, 인종도 가리지 않는다 .그저 알 바그다디가 선전한 교리에 충성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들에게 자유를 주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 위의 군림을 약속하며 그 안에서는 절대적 위계 관계가 존재하고, 일절의 자유없이 충성해야 한다. 즉, IS는 경계를 없애는 동시에 경계를 긋고, 포용하는 동시에 배제하는 존재다. 이런 모순된 포용성이 자기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역사적 과업에도 동참하지 못하는 유럽의 무슬림에 소구력을 갖는다. 하지만 막상 IS에 들어가게 되면 반개인적이고 권위적인 곳에 속하게 되며 모든 개인의 고유함은 허용되지 않는다. 

 일견 IS는 무슬림 난민들이 유럽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무슬림 난민에 대한 공정한 대우와 포용적 환영, 유럽에서의 실질적 기회 제공은 오히려 IS에게 상당한 위협이 된다. 

 저자는 이런 일련의 증오와 혐오를 조장하는 곳에 같은 형식의 증오와 폭력을 분출하기 그것이 일어난 곳과 구조를 찾아서 경제, 사회적으로 개입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인간은 보편적 우리에 공통으로 소속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고유한 개인으로서의 유일무이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에는 복수성이 중요하다. 이것인 개인이나 집단의 자유를 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허용함으로써 자유를 보장한다. 증오와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은 동질적이고 본원적이고 순수한 집단을 추구하고 그것이 더 큰 보호와 안정을 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기에 안정성을 해치고 보호를 해주지 않는다. 물론 세속주의 민주주의가 모든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종교적 도그마나 그것으로 인해 인권을 해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개별적인 다름을 허용하기에 논란이 일어나기 쉽지만 이로 인해 공적 논쟁이 많아지고 이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과정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그림과 편지들 - 세상에서 나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 내 동생 테오에게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이승재 옮김 / 더모던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 고흐는 그 유명세에 비해 살아 생전 단 한 점의 그림 밖에 팔지 못했다. 물론 주변의 예술가나 지인들은 그의 그림을 꽤 원하기도 하고 얻어가기도 했지만 세속적 인기는 없었던 셈이다. 판매에 성공한 유일한 그림은 '붉은 포도밭'이다. 그의 대표작은 아닌 셈이다.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반 고흐만이 아니다. 당시의 '인상주의' 화풍은 지금이야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당시엔 매우 새로운 시도로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시대를 앞서간 셈이다. 고흐는 그의 동생 테오와 상당히 많은 서신을 주고 받았다. 그래서 다른 화가들에 비해 우리는 그의 실존적 어려움과 고민, 인간 됨에 대해 다소 살펴볼 수 있다. 

 동생 테오는 평소 심장에 지병을 갖고 있었는데 형의 죽음이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고흐가 죽고나서 고작 반 년만에 자녀와 아내를 두고 죽고 만다. 고흐의 동생 테오의 서신은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던 테오의 아내가 대량으로 발견하고 이에 큰 감명을 받고 세상에 공개하며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고흐의 집안은 괜찮은 형편이었다. 아버지는 목회자였고 큰 아버지는 유럽 여기저기에 지점을 둔 화랑을 하고 있었다. 고흐의 아버지는 고흐를 목회자로 만들거나 세속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여러 노력을 하고 학교에도 보내봤지만 민감하고 감수성이 있는 고흐의 영혼은 그것에 걸맞지 않았다. 고흐는 큰 아버지가 운영하던 구필화랑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인상주의 화풍을 접하였고 그것으로 인해 27살이라는 지금으로 봐도 매우 늦은 나이에 화가의 길에 들어선다.

 결국 화가가 된 그를 집안에서는 어떻게든 정착을 시키기 위해 안트베르펜의 미술학교로 보내기도 했으나 고흐가 전형적 교육과정과 그림 그리는 방법을 거부하면서 이조차도 무산된다. 동생 테오 역시 집안의 화랑을 물려받아 일을 한다. 그리고 테오는 제법 돈을 벌었는데 이것이 고흐의 물질적 기반이 된다. 동생 테오가 보내주는 돈이 아니었다면 평생 그림을 한 점 밖에 팔지 못하는 비인기 아마추어 작가인 고흐가 그렇게 많은 작품을 남기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재 세계인은 고흐의 작품에 대해 동생 테오에게 상당한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빚은 무엇보다도 고흐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의 앞 부분은 항상 이전에 돈을 보내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염치없게도 다시 돈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점철된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이 점점 발전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도와 노력으로 곧 그림이 팔릴 것이라는 망상에 가까운 기대도 보인다. 

 고흐는 특유의 임파스토 기법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이는 그림에 유화물감을 두텁게 바르는 형식으로 고흐는 색을 섞기도 했지만 혼합하려는 두 색을 가깝게 두텁게 칠해 혼합효과를 내기도 했다. 임파스토 기법으로 그의 그림은 강한 질감과 두터운 느낌, 강렬한 색조, 깊은 공간감과 입체감을 준다. 하지만 이 기법은 필연적으로 물감을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었고 고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했다. 그럼에도 고흐는 이 기법을 고수하고 대부분의 작품이 이 방법을 사용한다. 

 고흐는 자신처럼 당대에 인정받지 못하는 작가들을 위한 하나의 예술 공동체를 구상했다. 그들이 한 장소에 모여 같이 작업하고, 게중에 운 좋고 당대의 인정을 받는 작가가 얻는 수익을 어려움을 겪는 작가를 위해 사용하고 그런 어려움을 겪는 작가가 성장해 다시 공동체에 기여하는 그런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구상도 망상에 가까워 친구인 고갱 하나를 영입하는데도 실패한다. 고갱도 고흐 만큼은 아니지만 당시에 그림이 잘 팔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는데 동생 테오의 경제적 유인책으로 고흐와 합류했다가 고흐의 민감함과 예술적 지향성의 다름. 그리고 프랑스 아를에 대한 실망으로 가까운 시일에 고흐를 떠나버린다.

 고흐는 고갱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동생의 결혼으로 경제적 지원이 감소하거나 끊어질 것에 대한 염려로 상당한 정신적 불안을 보인다. 지역 주민과 집주인은 그런 고흐를 정신병자로 여겼고, 그는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모처럼 꾸며 놓고 오래도록 그림 작업을 했던 아를의 하숙방에서도 쫓겨난다. 고흐는 잠시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병원에서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바깥에서 총상을 입는다. 그는 처음엔 괜찮은 듯 보였으나 갑작스레 상황이 악화되어 이틀 만에 사망하고 만다.  

 고흐의 삶은 전체적으로 매우 불행했다. 아버지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림을 그린 사촌형에게도 인정받지 못했으며 동생 테오조차 형의 그림이 팔릴만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10년의 시간을 그리며 단 한 점의 그림도 팔리지 않았으니 형에 대한 애정과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쳐도 충분히 그럴만하다. 여기에 동시대의 예술가들 역시 그의 그림에 주목하지 않았다. 연애사도 불운해 고백하는 사람마다 집안의 반대, 혹은 이미 연인이 있거나, 아니면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평생 독신이었다. 이런 모든 악조건에도 꾸준히 그림을 그려낸게 그에겐 하나의 해방구이자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지금 그의 그림 하나하나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매우 비싸게 팔리는 현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