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위의 붉은 선 - 지도가 말하는 사람, 국경, 역사 그 운명의 선을 따라나서는 지정학 여행
페데리코 람피니 지음, 김정하 옮김 / 갈라파고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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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좋은 지리 책을 만났다. 여러 지리 책에서 습득한 지식 중 다소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문화, 경제를 지리라는 학문으로 설명한 부분이 좋았다. 물론 지리학에서 이런 시도는 오랜 된 것이지만 교양지리학 중 다룬 책은 별로 없어서 특별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인데 미국, 중국, 독일,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을 지리의 관점에서 다루고, 민주주의, 기후위기, 부의 집중 등을 역시 지리의 관점에서 다룬다. 미국과 중국은 다른 책과 비슷해 넘어가고 독일부터 살펴보았다.

 

1. 독일

 독일은 유럽대륙의 한 가운데 위치한다. 독일의 통일은 매우 늦었지만 그 이후로 사실상 유럽의 운명을 좌지우지한 강국이다. 프로이센은 나폴레옹 이후의 프랑스에 굴욕을 안겼고, 통일 독일은 1차 2차대전을 일으켰으며, 현재의 독일은 유럽 최강의 경제국이다. 때문에 독일이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유럽의 향방을 결정해왔다. 그리고 이런 독일은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그 경계가 항상 들쭉날쭉했으며 그 변화가 곧 다른 국가의 운명을 결정했다.

 독일의 경계가 불분명한 건 주변에 이렇다할 지리적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북으로는 좁은 해안이 경계가 되어주지만 큰 의미가 없으며 남으로는 알프스가 지나치게 멀리있고, 동과 서는 이렇다할 경계가 전혀없다. 때문에 최대판도의 독일은 남으론 알프스 서로는 프랑스, 동으로는 러시아까지 치고나갈수 있다. 

 독일은 로마 이후 이를 재건하려는 유럽적 소망을 가장 강하게 가져온 국가다. 독일에 자리한 카롤링거 제국, 신성로마제국, 히틀러의 제3제국이 그렇다. 이중 신성로마제국은 중앙집중경향보다는 지역 자치국의 영향이 강했는데 이런 지역자치적 경향은 현대독일에도 그래도 남아있으며 이 국가의 통합을 늦게 했다. 2차대전 때 독일은 자연에 의한 방어선이 없어 포위되었다는 묘한 신드롬이 있었고 그 결과 활력적인 공간을 확보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대상은 야만인이 존재하는 슬라브의 땅, 그리고 아프리카 식민지였다. 하지만 패전후 독일은 아데나워 수상에 의해 지정학적 선택을 새로하게 되고 철저히 서양을 택한다. 그 결과로 서독의 새로운 수도는 프랑스에 인접한 본으로 결정된다. 

 철저히 서양지향의 운명을 택한 독일은 1990년에 통일하며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된다. 통일 독일은 1700만 동독 주민을 흡수하였고, 경제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1:1 환율로 동독의 통화를 인정해주어 동독지역으로 막대한 부를 이양한다. 초기엔 동독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실업이 급증하고 연방예산에 무리가 따랐지만 지금은 문제가 대부분 해소되었다. 동독지역의 소득은 현재 서독의 75%수준까지 올라왔다. 독일의 마르크화는 강한 경제력으로 유럽 최고의 화폐였다. 마르크는 안정되었고, 낮은 인플레이션에 높은 구매력을 유지하는 화폐였다. 당시 독일의 통일은 유럽 각국의 불안을 야기했는데 특히, 프랑스가 공포에 떨었다. 프랑스의 미테랑은 독일의 통일을 반대하였으나 역사의 시계추를 돌리기 어렵자 유로화를 하나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독일 역시 과거의 잘못으로 주변 국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초식강국이었다. 독일은 이 제안을 수용하고 유로화가 출범한다. 2008 경제위기가 닥치자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서방국가들이 독일의 소극적 역할을 비판했다. 하지만 독일인에게 경제는 도덕적 의미가 있다. 이들은 오히려 미국이나 다른 유럽국가들이 사치와 낭비로 경제위기를 자처해놓고도 돈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국을 비판하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때문에 독일은 2008 경제위기에서 중국만큼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았다. 


2. 러시아

 강국이자 침략의 이미지가 강한 러시아는 의외로 역사상 침공을 많이 당한 국가다. 러시아의 역사는 침공으로 얼룩져있고 몽골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전까지 이렇다할 존재감이 없던 나라다. 러시아 역시 독일처럼 동서방향으로 이렇다할 지리적 방어물이 없다보니 항상 침공을 당했고 그 해결의 발로로 확장을 택했다. 러시아는 외부세계를 모스크바와 샹트페테르부르크로부터 멀리하는 것이 목표였고 이러한 성향은 지금도 유효하다. 겁이 많은 사람이 오히려 폭력적이라는 건 국가에도 해당하는 셈이다. 

 러시아는 강국이란 이미자강 강하지만 사실 역사상 강했던 적이 없다는게 사실에 가깝다. 그들의 제국은 항상 컸지만 텅 비어있었고 후진적이었다. 1900년대 1인당 소득은 영국의 1/5였고 기대수명은 영국이 52세인데 비해 러시아는 30세 문식률도 1/3에 불과했다. 지금도 러시아는 서구사회에 비해 평균소득이 절반정도에 불과하고 기대수명이 났다. 러시아는 국방력 하나는 강한 편인데 소련시절인 1960년대부터 과학기술을 발달시켜 현재의 무시무시한 핵무기 체계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강한 과학기술과 국방산업의 이면은 어둡기 그지 없다. 삶의 수준과 물질적 행복은 제3세계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소련이 붕괴하지 러시아의 국방은 크게 후퇴한다. 1988-1994 러시아 군대는 500만에서 100만을 줄고 예산 역시 2460억 달러에서 140억 달러가 된다. 푸틴은 2008 조지아 전쟁과 캅카스, 남오셰티아 분리주의 사건을 계기로 이후 10년간 7000억 달러를 쏟아부어 러시아를 다시 군사강국으로 만든다. 

 러시아는 912세기 키이우 인근 드네프르에서 형성했다. 기독교 개종과 키릴로스와 메로디우스 형제 선교사의 슬라브 지역의 복음화가 이뤄졌고 결정적으로 블라디미르 대공의 세례를 받았다.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로마와 비잔티움에 거리를 두며 유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한 나라였다. 하지만 몽골의 침입으로 모스크바와 키이우가 박살나며 서유럽과 분리된다. 이후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무슬림에 기울기도 했고 봉건기사와 도시혁명을 경험하지 못했으며 서유럽의 르네상스도 겪지 못한다. 이로 인해 오랜기간 후진국에 머물게되며 이 영향을 지금도 남아있다. 

 러시아는 야만족의 침략과 접근으로 러시아 그리스 정교신앙에 집착한다. 또한 자신들은 유목, 아시아, 무슬림에 대항하는 유럽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며 이와 관련한 민족적 전설도 만들어낸다. 그래서 러시아의 민족서사에는 자신들이 완전한 유럽인이 아니라는 열등한 자의식과 더불어 유럽을 구원해야 한다는 우세한 자의식이 모순되게 병존한다. 그래서 러시아는 제3의 로마, 범슬라브주의, 국제공산주의 등을 내걸어 유럽을 대표하는 역할을 시도하기도 한다. 

 2009-2012년 푸틴이 잠시 물러난 시기 미국 오바마와 러시아 메드베데프의 사이는 좋았다. 러시아는 WTO에 가입했고 러시아는 미국인이 비자를 면제했다. 하지만 푸틴의 재집권후 그는 집권기반을 다지기 위해 미국을 적으로 간주한다. 나토는 지속적으로 유럽의 동으로 확장하여 러시아의 오랜 컴플렉스를 건드렸다. 러시아는 나토가 정권을 붕괴시키고 민주정치를 장려하여 세계의 질서를 바꾸려 한다고 보았다. 친 러시아 경향의 우크라이나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실각하자 우크라이나를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기원으로 간주하는 러시아의 푸틴은 군사작전을 개시해 크름반도를 합병한다. 현재 푸틴의 러시아는 민족주의, 외국인과 동성애 혐오, 가부장주의, 권위주의, 규율, 정보의 통제를 앞세운다. 세계적인 우경화로 세계화와 다민족주의에 환멸을 느끼는 사회가 많아졌지만 푸틴의 영향력은 널리 퍼지지 않았다. 이는 러시아의 경제적 실패때문인데 오히려 비슷하지만 성공적인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다. 잘 드러나진 않지만 중국은 러시아의 여러 염원을 좌절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인도양으로의 진출을 늘 원했고 그래서 과거 아프간에 접근했지만 이미 중국이 파키스탄의 여러 항구를 통제하고 있다. 이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접근도 마찬가지다.


3. 인도

 알렉산드로스의 침공 이후 인도는 항상 서양문명의 일부였다. 인도는 아랍과 인접한다. 육로는 이란, 해로는 페르시아만으로 연결된다. 중국이 신비의 존재인 반면 인도는 항상 서양 교역의 일부이자 목표였다. 그래서 대항해시대 유럽은 인도를 찾아 헤맸고, 엉뚱한 여러곳에 인도의 지명을 남겼다. 

 중국의 대두 후 서양은 중국에 실망한 나머지 인도에서 그 답을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인도는 중국과는 다르게 어쨌든 민주적이며 매우 다원적 국가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중국에 비해 몇 가지 장기적 우위가 있는데 젊은 노동 연령층과 , 기술적 능력, 민주정치, 영어의 보편화, 서양과의 높은 친근성이다. 인도는 중국의 팽창주의를 저지하는데 이해관계를 미국과 같이 한다. 하지만 인도가 미국과 친근해진건 지극히 최근의 일이며 과거 인도는 미국과 그리 친근하지도 않았고 별로 민주적이지도 않았다. 

 인도의 가장 큰 문제중 하나는 카스트다. 인도는 지리적 한계로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도전역이 통일된 적이 몇번 없다. 마우리아 왕조와 무굴제국이 전부이며 타의적으로는 영국에 의해서다. 인도는 지리적 분리로 인해 봉건적 성격이 강하며 이로 인해 한 주에서 다른 주로 물건이 이동하는데 같은 국가내에서임에도 관세가 붙는다. 인도에는 무려 1600개의 언어가 존재한다. 때문에 침략자가 남긴 영어가 국민통합과 소통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의 위협은 또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문제다. 인도는 인구는 상당하지만 기후변화로 고통받고 있으며 물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인도의 물은 티벳에서 기원하는데 적대국인 중국이 이 지역을 손아귀에 넣고 있어 문제다. 

 다른 위협은 이슬람 근본주의다. 힌두로 통합된 인두에 무슨 종교문제냐 싶지만 4000만의 무슬림이 인도에 거주하고 있으며 파키스탄과의 갈등이 여전하다.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 이전 인도는 오랜 기간 무슬림의 침공을 받았다. 결국 완전히 점령되어 무굴제국이 생겨났는데 무굴은 17세기 인구의 1억으로 오스만제국의 5배이고 매우 부유하고, 고급 자원을 보유하고 생산력이 높은 나라였다. 무굴제국은 종교적으로 관용적이어서 개방적 이슬람으로 힌두교, 기독교 등 다른 종교와 평화로이 공존했다. 하지만 1658-1707년 무굴의 황제 아우랑제브는 종교를 탄압했다. 그는 힌두교 사원을 파괴하고 시크교와 시아파를 탄압했다. 이런 탄압이 현재 인도내 힌두교근본주의의 시작이 된다. 

 강력한 무굴제국은 200년에 걸쳐 영국에 복속된다. 종교탄압으로 무굴제국내 교단 공동체의 분열로 이슬람세력도 쇠퇴한다. 그리고 무굴의 황제들은 중국처럼 시대착오적 인식으로 해상보단 내륙에 집중했다. 영국은 부유한 뭄바이, 캘거타를 획득하여 인도의 가장 부유한 벵골에 접근했다. 그들은 벵골상인에게 무굴제국보다 유리한 기회를 제공하여 막대한 부를 안겼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공고해지자 벵골은 무굴에서 벗어나 영국에 붙는다. 영국은 이 지역의 부로 인도인만으로 구성된 현지병력을 무장시킬 수 있었다. 이후 영국에 산업혁명이 일어나자 관계는 역전되어 인도는 낮은 가격의 원료 공급지로 전락하고 영국의 완제품을 비싼 가격으로 수입하게 된다. 벵골에 부를 쌓아주던 영국이 벵골의 부를 대규모로 유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나라가 넘어가게 되었다.

 이후 독립한 인도의 열망은 엉뚱하게도 종교간 균열로 이어진다. 1946년 영국으로부터의 분리가 승인되었고 네루의 국민회의가 과반을 차지했지만 이슬람 교도는 무슬림 동맹을 지지하여 이탈한다. 그리고 영국은 이 분리를 수용한다. 그래서 1947년 8월까지의 독립을 앞두고 종교에 따른 대규모 이동과 탄압이 일어난다. 봉기와 살인, 학살이 자행되었으며 무려 100만의 사상자와 1100만의 대규모 난민이 발생한다. 통합을 외쳤던 간디는 1948년 힌두교도에 의해 살해된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서구보다 수십년 먼저 이슬람 테러가 만연한다.  

 힌두교도 입장에서 이슬람은 오랜 침략자이자 인도 카스트 질서의 파괴자다. 카스트의 하층민들은 이슬람과 기독교의 신앙에 끌린다. 몰락한 브라만들은 최하층이 이런 종교를 바탕으로 의회시스템을 장아갛고 균등한 경제정착을 취하는 것이 불만이다. 이런 인도의 종교갈등은 최근 극심해졌는데 유명한 유적지인 타지마하에 대한 유지기금 지원 중단 사건이 대표적이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유산이기에 힌두교근본주의자들이 보기엔 매우 못마땅한 건물이다. 그래서 힌두통합주의 사제 아디티야나르가 통치했던 우타르 프라데시 주 정부는 2017년 이 유적에 대한 유지 기금을 중단한다.


4. 동남아시아

 미얀마의 원래 이름은 버마이며 수도는 양곤이었다. 이 나라를 망친 것은 군부다. 미얀마는 기대수명이 아시아 최하 수준이고 아동사망률도 7%에 달한다. 1인당 국민소득도 700달러에 불과하다. 미얀마 군부는 1988년 민주주의 운동의 중심인 도시중산층을 붕괴시키고자 수도를 양곤에서 500km나 북으로 떨어진 네피도로 이전한다. 국명도 미얀마로 바꾼다. 중국과 인도는 미얀마의 곤부를 비호하면서 이 나라의 석유와 풍부한 삼림자원을 약탈하고 있다.

 미얀마의 군부를 오랜 투쟁으로 탄생했다. 미얀마는 영국, 일본, 중국, 게릴라와의 무장투쟁으로 무려 40만의 군대를 갖는다. 이 군대가 변질되어 국민의 모든 자원을 착취중인데 사실상 무장마피아나 다름이 없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는 고층빌딩과 사치스러운 호텔, 교통체증, 영어의 보편화로 다국적 기업의 콜센터가 많다. 필리핀은 인구 9천만으로 아시아 4위이고 1인당 소득은 중국과 비슷하며 베트남의 2배다. 하지만 빈부격차가 매우 크고 종교갈등으로 인해 치안이 불안정하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5년간 800건의 처형이 일어났고, 58명의 신문기자가 살해되었다. 

 긴장의 진원지는 민다나오 섬이다. 민다나오 섬 주민 35%는 무슬림이다. 과거 스페인 기독교 세력의 침공으로 기독교와 사이가 좋지 못하다.  민다나오에서는 지난 10년간 12만이 사망했는데 이는 무슬림의 과도한 폭력때문이다. 이 섬은 1950-60년대 평화스러웠으나 70년대부터 모로해방전선이라는 무장운동이 탄생했다. 독재자의 마르코스의 방치로 섬의 폭력은 더욱 심해져갔고 지난 15년간 이슬람 근본주의가 확산했다. 섬의 젊은이들은 중동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으며 이들은 기독교인들은 개종시키려 한다. 


5. 실리콘 벨리

 실리콘 벨리의 중심은 샌프란시스코다. 이곳이 지금처럼 세계 유수의 5대 빅테크 기업의 요람이 된데는 역사문화적 배경이 있다. 루스벨트는 2차대전이 발발하자 일본과의 대결을 위해 일본과 가까운 태평양연안으로 산업기지를 이동시킨다. 그리고 그 전인 대공황시기에 스탠퍼드 대학의 휴렛과 패커드가 우정을 쌓고 기억을 설립했으며 오클랜드 대학, 버클리 대학에서 핵과학자들이 활동했다. 또한 바버리해안, 잭런던, 1848 황금열풍 등 이 지역은 약탈과 모험의 역사가 자리한다. 여기에 1950-60년대 비틀즈와 밥딜런이 시대를 풍미할때도 이 지역은 시각예술, 환경주의와 더불어 성해방, 동양정신, 전체론적인 이론이 함께하는 뉴에이지 철학이 유행했다. 즉,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반문화의 요람이고 이것이 과학기술과 결합하여 창의성이 발현하기 좋은 지역인 셈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지금 기술지배로 인한 독점과 독과점으로 얼룩졌고 극심한 부의 유입으로 빈부격차가 만연해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명성에 비해 인구 80만의 비교적 작은 도시다. 노숙자는 6686명인데 매2년마다 4%씩 급증하고 있는게 문제다. 이 지역엔 엄청난 부가 유입되었고 세계 유수의 인재가 모여들면서 물가 및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이로 인해 많은 현지인들이 도시에서 이탈하고 노숙자가 되고 있다. 실리콘 벨리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진보적 자본주의로 세금을 회피하려 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으며 이렇다할 성장모델을 제시하지 못한다.

 5대 빅테크들은 역설적이게도 좌파의 입장에서 기후변화, 이민, 동성애등은 옹호하면서도 자신들의 독과점과 이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엔 눈을 감는다. 이 기업들은 인간의 일자리를 없애는데 가장 앞장서고 있으며 많은 인력을 아웃소싱하여 저임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초창기에 인터넷 기업은 오픈소스를 통한 평등과 자유의 분위기가 있었지만 독과점과 공급 독점으로 이는 붕괴된지 오래다. MS와 애플은 소프트웨어를 독점 공급하고 있고 구글은 연구동력을 반독점 하고 있으며 메타는 소셜미디어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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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0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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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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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의 모든 물체는 떨고 있으며 고유의 진동수를 가진다. 물체의 고유진동수로 그 물체에 진동을 가하면 엄청나게 진동이 증폭하는데 이것이 공명이다. TV나 라디오는 각 채널에 고유 진동수의 전파를 보내며 수신기는 그와 같은 진동수를 일치시켜 공명을 일으키는데 이 원리로 우리는 스위치로 라디오 채널과 TV채널을 수신한다. 

 전자는 양자역학에 의해 특별한 궤도에만 존재하며 이 특별한 궤도가 원자의 고유진동수의 근원이 된다. 그래서 수소원자는 특정한 주파수의 빛만을 흡수한다. 원자는 양성자의 수에 따라 종류가 정해진다. 그래서 양성자의 수에 따라 원자번호가 정해진다. 원자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나 가장 먼저 생겨난 단순한 수소와 헬륨이 거의 100%를 차지한다. 원자는 92번 우라늄까진 자연생성된다. 하지만 3번부터는 자연생성이 안되며 인공물이다. 93번은 넵튬, 94번 플루토늄, 96번 퀴륨, 95번 아메리슘, 101번은 멘델레예프를 기념해 멘델리븀이다. 현재 118번 오가네슘까진 개발되었다. 

 원자 내의 전자는 특별한 반지름을 갖는 궽도에만 존재한다.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는 점프로만 이동한다. 연속적 이동이 아닌 것이다. 전자는 점프를 할 때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한다. 전자는 입자이면서도 파동의 성질을 갖는다. 우선 전자는 질량을 갖는 입자이며 그래서 한 순간 한 장소에만 존재한다. 하지만 전자를 측정하면 관측자의 영향을 받아 다른 위치로 가게 된다. 그래서 전자는 위치를 측정할 때마다 여기적시 발견되는데 이것이 전자의 파동성이다. 

 산소는 반응성이 매우 큰 원자다. 다른 원자를 만나면 바로 결합하는데 산소가 홀로 몸을 돌아다니면 그래서 문제가 된다. 다른 조직과 결함하여 몸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산소를 활성산소라 한다. 이런 위험으로 인체는 헤모글로빈이 폐를 통해 들어온 산소를 결합해서 운반한다. 나머지 원자는 그냥 혈액을 타고 이동한다. 헤모글로빈은 정확히 산소분자에 맞는 빈 공간을 가지고 있는데 문제는 이 공간이 교묘라게도 일산화탄소와도 맞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가 발생한다. 산소는 포도당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데 포도당의 전자 2개를 빼앗는다. 

 원자간 결합하면 바깥 전자의 껍질끼리 맞닿을 것 같으나 실제로는 아니다. 각 껍질의 전자들이 안개처럼 고체 전체에 스며드는데 이것이 띠이다. 그리고 도체와 부도체는 이 띠의 특성이 결정한다. 띠에 놓인 전자가 전류를 만들기 때문이다. 도체의 띠를 전도띠라 하며 부도체의 띠를 원자가띠라고 한다. 전압을 크게 하면 전류가 더 많이 흐르는데 도체에 따라 그 증가비율이 다르고 이를 전기전도도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의 역수가 저항이다. 공기는 저항이 무한대에 가깝다. 전류는 원자전체게 만든 전도띠에 전자가 있을 때 생긴다. 하나의 전자가 모든 원자의 위치에 동시에 존재하는 기괴한 양자역학적 상태다. 상태자체가 전자의 자유를 보장한다. 전자는 원자라는 규칙적인 방해물들이 있을 때는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이동할 수 있다. 즉, 저항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규칙이 깨지면 그 때부턴 저항이 생겨난다. 고체에 불순물이 있거나 온도가 높아지면 저항이 커진다. 온도가 높으면 원자가 요동쳐 규칙이 깨지기 때문이다. 이런 저항이 없는 상태가 초전도 상태다. 절대온도0도가 도되면 저항이 0이 된다. 하지만 오히려 고온일때도 저항이 0인 경우가 있는데 이를 고온초전도라고 하며 아직 그 이론적 설명은 없는 상태다. 

 뇌터정리란게 있는데 이는 대칭이 있으면 그에 대응하는 보존 법칙이 있다는 것이다. 각운동량이 보존되는데 각 운동량은 물체의 질량, 속도, 거리를 모두 곱한 물리량이다. 시간에 대한 대치응로 에너지가 보존되며, 공간에 대한 대칭으로 운동량이 보존된다. 물리학에서는 단진동운동이 중시된다. 단진동 운동은 진자시계에서 진자의 운동으로 원운동도 옆에서 보면 단진동운동이다. 그래서 전자의 운동도 단진동운동이 된다. 파동은 단진동의 모임으로 볼 수 있다. 전파, 빛, 소리는 모두 파동이다. 즉, 모든 것은 단진동운동으로 설명이 된다. 액션-앵글 변수는 모든 운동을 단진동의 조합으로 바꾸려는 수학의 마술이다. 파동은 물질의 운동방식 중 하나가 아니라 물질 그자체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많아졌으며 그래서 진동하는 작은 끈인 초끈이론이 만물의 이론으로 꾸준히 연구 및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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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2-11-08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윽...넘 어려워요
문과적 머리만 발달한 저에겐 너무 어려워 이해가 안돼요
읽어보고 싶었는데...
포기해야 할까봐요

닷슈 2022-11-10 21:22   좋아요 0 | URL
어렵긴 하죠, 과학이. 그래도 계속 읽다보면 읽을 만 합니다.
저도 문과적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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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능력주의와 관련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능력주의는 요즘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 역사적 기원은 상당히 길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더 기여하는 것이 많으니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사회적 지위와 부를 누려야한다는 것. 이는 매우 합당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족이나 왕족 등 사회적 계급이 있어 모든 것이 세습되는 사회에서도 제한적인 범위내에서의 능력주의는 통용되었다. 실무능력이 있는 관료는 계급사회에서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무 관료 선발하는 동아시아의 과거 시험 같은 것이 그 예다.

 이렇게 면면을 유지해오던 능력주의는 세습귀족 사회가 붕괴하면서 그 전기를 맞는다. 민주주의 사회가 열렸고, 산업화를 기반으로 대규모의 노동력이 필요해지면서 모든 사람에게 교육기회가 열렸다. 세습귀족 사회 붕괴의 초창기라 교육에 의한 사회적 이동성은 매우 활발했고, 어리석은 귀족에 의한 지배에서 자신들의 대표, 그리고 스스로의 능력을 입증하여 그 대표로 선출된 자들에 대한 신뢰와 선망은 하나의 신화를 낳았다. 이는 비교적 세습귀족 사회가 최근에 붕괴하고 고속성장한 한국에서 매우 극적으로 작용했지만 사실 좀 덜할 뿐 다른 서구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영향이 극심해지면서 능력주의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소위 능력을 가졌다고 판정된 소수에게 더욱 많은 부와 사회적 명성이 몰렸기 때문이다. 책 '당선합격계급'은 시험의 신뢰성과 공정성에만 집착하여 정작 제대로된 능력을 살피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종합적 비판이었다. '시험능력주의'에서는 교육 제대로 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시험을 통과하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과도한 특권을 주는 것을 비판했다. 그리고 사회와 교육 양자가 같이 변해야 진정한 교육개혁과 사회변화가 가능함을 역설했다. 

 센델의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은 작년 EBS 위대한 수업에서 처음 봤었다. 코로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센델은 위대한 수업에 등장하는 학자들 중 원격으로 연결해 청중들을 상대로 직접 강의를 펼쳤다. 당시 많은 방청객이 있었는데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은 교사들이 많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교육의 목적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교사는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자신이 각고의 노력 끝에 능력이란 걸 입증받아 한국에서 되기 어려운 교사가 될 수 있었고, 역시 자신처럼 능력을 입증받아야 좁은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그 능력을 획득하도록 가르치고 노력하도록 격려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센델의 능력주의에 대한 강한 비판과 문제점 지적은 당시 한국 방청객들에게 제법 큰 각성과 충격을 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능력주의는 이토록 세계적으로 강고하면서도 의외로 20세기와 21세기를 지배하고 있는 두 자유주의에서 모두 부정한다. 두 자유주의는 시장주의 자유주의와 평등주의 자유주의다. 시장주의 자유주의의 선두주자는 하이에크로 그는 능력주의와 부의 상관성을 부정한다. 하이에크가 보기에 시장에서 가치는 단지 소비자가 상품에 얼마만큼의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와 관련한다. 그래서 시장주의 자유주의에서 개인의 소득과 부는 그 개인이 제공할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의 가치를 반영한다. 그리고 그 재화와 용역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의 우연한 일치에 좌우된다. 때문에 개인이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인 재화와 용역은 미덕이나 도덕과는 완전히 무관하다.

 복지국가 자본주의는 롤스의 철학에 기반한다. 정의론에서 그는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여 계층 차이에 따른 불이익을 완전히 보상해주는 체제를 주장했으며 설사 그런 사회가 가능하다 해도 정의로운 사회라고 부르기엔 불충분하다고 보았다. 롤스는 재능있는 자에게 핸디캡을 주기보다는 그가 얻는 승리의 과실을 불운한 다른 이들과 나누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이것이 유명한 차등의 원칙이다. 롤스에게 자연적 재능의 분배상태는 공동자산에 가깝다. 때문에 그 분배에서 비롯한 편익은 무엇이든 공동체에 향유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개인의 노력 역시 그것을 뒷받침 하는 가정, 사회적 환경에 의해 좌우되기에 그것에 의한 과실 역시 나눠져야한다고 보았다.

 즉, 하이에크나 롤스 모두 정의의 기반으로 능력이나 자격을 옹호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능력주의적 직관은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널리 퍼져있다. 특히, 1970-80년대에 시작된 신자유주의 시대는 이후 수십년간 능력주의 가치와 행동방식이 부흥하도록 길을 열었다. 그 결과 지금의 능력주의는 큰 부작용들을 많이 낳았는데 센델은 3가지를 지적한다. 우선, 사회적 연대외 약화다. 능력이 부족해 세계화에 뒤쳐진 이들은 사기가 꺾인다. 둘째는 학력주의 편견의 조성, 그리고 마지막은 사회정치적 문제를 고도의 교육을 받고 가치중립적인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되어 능력주의의 승자들만이 정치경제권력을 차지하고 이들이 이를 당연시하고 자신들만의 위한 정책을 펼쳐 민주주의가 타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능력주의 패배자들은 사회경제적 지위의 몰락으로 정치집단에 분노하였고 이는 외부 집단에 대한 배척과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서국각국에서 권력을 차지하는 모습으로 귀결되고 있다(영국의 브렉세트, 미국의 트럼프,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

 이렇게 된 데는 복지국가 자유주의 진영, 즉 좌파진영이 능력주의로 기운 경향이 크다. 원래 우파는 고학력자들의 지지를 좌파는 저학력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서구의 좌파정당들은 어느새 고학력자들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합리적 고학력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성차별, 인종차별, 종교차별을 주장한다. 이는 극히 옳은 일이나 문제는 이런 차별이 전체의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없애 기회의 균등을 추구한다는 점에 있다. 이는 능력주의와 이어지는 지점으로 이로 인해 그런 차별폐지로 인해 세계화의 물결속에 자신들의 일자리를 잃어버린 저학력 노동자들은 이런 차별을 지지하는 우파로, 반대로 이런 차별폐지에 찬성하는 고학력자들이 좌파로 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좌파의 시도는 결국 능력주의만을 강화시킨 결과를 낳았다. 능력주의를 통해 선택된 부유한 유력자들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들의 트구건을 영구화하고 전문직업인 계급은 자신들의 유리함을 이용해 이를 자녀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아내며 이는 매우 성공적이다. 실제로 한국을 포함한 서구 전체사회에서 부와 지위, 학력의 대물림은 세습귀족 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히 세습되고 있다. 결국 능력주의가 세습귀족제로 탈바꿈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능력주의는 매우 옳지 못하다. 우선 내가 가진 재능은 사실 나 자신의 노력보다는 행운의 결과에 가깝다. 내가 가진 재능은 유전, 그것도 우연한 행운에 의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선수는 매우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반드시 그가 세계에서 최고로 노력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수많은 선수들이 타고난 재능이 부족해 그를 이길수 없다. 또한 재능이라는 것은 사실 매우 측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능력주의는 타당성이 높은 방법이건 한국처럼 타당성이 매우 낮은 방법이건 일종의 허들을 넘어서서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것이 완벽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세계최고 프로구단의 스카우터들도 잘못된 영입을 매우 많이 하며, 유수의 기업이나 대학 역시 잘못된 인재를 많이 뽑으며 뛰어난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대단한 아이유가 한국의 한 대형기획사에 뽑히지 못한 것은 유명한 예다. 

 그리고 재능은 그 재능을 후하게 보상하는 사회에 철저히 의존한다. 최고의 축구 재능을 가진 천재는 지금의 시대에선 엄청난 부와 명예를 쌓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프로축구와 월드컵이 존재하진 않는 시대에 살았다면 그저 발힘과 달리기가 빠른 사람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또한 동시대에 살았더라도 그의 축구재능을 이끌어줄만한 스포츠 체계가 잡히지 않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역시 빛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천부적 행운과 사회적 배경이라는 우연에 의존하는 재능에 의한 능력주의는 쌍방향적 폭력을 낳기도 한다. 우선 능력주의는 금과옥조인 우리는 개인으로서 우리 운명의 책임자다라는 도덕률을 낳는다. 때문에 패배자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되며 극심한 사기저하와 더불어 굴욕감을 갖게 된다. 반면 승자는 자신의 가치를 계속해서 입증해야 하기에 불안증, 완벽 강박주의 ,능력주의적 오만을 갖게 된다. 

 센델은 이런 능력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책 말미에 제시한다. 신자유주의로의 전환 이후 세계는 시민에 대한 생산자 복지보다는 소비자 복지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소비자 복지에서  공동선은 소비자 부의 극대화로 즉 경제성장이다. 때문에 보다 싸게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마구잡이로 외주화가 이뤄지며 경제는 개방되고, 이로 인해 저학력층 위주로 실직과 임금정체가 이어졌다. 실제 저학력 계층은 이 기간 중 구매력의 저하도 겪었지만 생산자로서의 지위 상실이 그들의 가장 큰 시련이었다. 시민적 개념의 관점에서 인간이 경제적으로 수행하는 가장 큰 역할은 소비자보다는 생산자 역할이므로 센델은 경제규모의 극대화에서 일의 존엄과 사회적 응집에 친화적인 노동시장 중심으로의 관점 이동을 촉진한다. 

 또 다른 해결책은 사회지도층, 즉 정치부분 대표의 선발 방식 변화다. 지금은 투표에 의해 대표를 선출하고 있으나 말이 선출이지 한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에서 선출가능성이 있는 계층은 능력주의의 관문을 통과한 승리자들 뿐이다. 실제 2차대전 기간 중 영국이나 미국의 선출직이나 정치인들은 비대졸자 및 저학력 계층들이 과반수 이상이었다. 하지만 현재 선출직 중 저학력 계층 출신은 매우 극소수에 불과하다. 때문에 지금의 선출직들은 대다수 능력주의 소외자들의 정치적 문제나 욕구에 무관심하며 이를 해결할 의지가 부족하다. 이는 민주주의의 파괴로 이어졌으며 정치적 무관심 및 세계각국에서 극우정치가 다시 들어서는 계기를 주고 말았다. 때문에 센델은 추첨에 의한 선발을 주장한다. 정치에 있어 필요한 것은 확실하지도 않은 재능에 의한 능력이 아닌 도덕적 인성과 통찰력이기 때문이다. 이는 표준화된 시험이나 명문대 출신이라고 해서 보장받는 것이 아니다. 센델은 오히려 과거 정치계층의 학력이 낮았을 때 정치적으로 옳은 선택이 이뤄졌으며 갈수록 고학력층으로 이뤄진 지금의 선출직들이 점점 무능한 결정을 내리는 사례를 들고 있다. 

 센델은 능력주의가 천부적 행운과 사회적 우연,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성공이 다른 사람에 의해 철저히 빚지고 있다는 것을 능력주의의 통과자들이 깨달을 때 겸손함과 부끄러움 공동선에 대한 의식을 가질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렇다. 내가 성공적인 앱을 개발해 부를 갖게 된다면 그것은 스마트폰을 사서 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한 것이며, 그전에 스마트폰을 개발한 사람, 이 인터넷망을 가능하게 하며, 나라의 경제규모등 많은 사회적 요소에 의존하는 것이다. 또한 앱을 개발한 나의 재능은 천부적 우연에 의한 것이며, 노력과 학력을 쌓는데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다. 능력주의의 승리자들이 인식해야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그리고 승자도 패자도 이런 것을 자각해야 센델의 말처럼 새로운 공동선을 향한 노력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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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09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상 이관왕 추카합니다
11월 건강 잘 챙기세요 ^^

닷슈 2022-11-10 21:23   좋아요 0 | URL
스콧님은 늘 항상 이관왕이신 것 같습니다. 부럽고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2-11-09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닷슈 2022-11-10 21:2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글 써주셔서 좋습니다.

thkang1001 2022-11-09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관왕에 선정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닷슈 2022-11-10 21: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알라딘 활동량이 정말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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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시험 - 대한민국을 바꾸는 교육 혁명의 시작
이혜정 지음 / 다산4.0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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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중고교까지 한국 학생들의 학업수준이 높다는 건 사실이다. 단순암기 뿐만 아니라 창의력등 고등 사고력도 높게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그런 자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선행학습과 지식암기위주의 교육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선행은 그런 고급사고력도 높아 보이게 만든다. 상황은 고등교육, 즉 대학에서 부터 역전된다. 

 대학부터 학생은 사실상 지식 생산자가 된다. 논문을 쓰기 때문이다.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사안을 창의적으로 바라보고 재조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즉, 문제를 창출하고 그 해결과정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인데 고교까지 꺼내는 교육이 아닌 집어 넣는 교육만 가능한 한국학생은 여기서부터 뒤쳐지게 된다. 때문에 한국 학생들의 서구권 대학에서의 중도탈락율은 높다. 

 저자는 오래전 회자되었던 서울대에서 에이플러스를 받는 것에 대한 다큐의 관련자다. 나도 대학에서 느낀 것이지만 고등교육에서도 한국의 수업과 교육은 비슷하다. 교수의 견해를 받아들이고 그 관점과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다. 토론은 사실상 거의 없으며 그나마저의 토론도 학생들끼리다. 교수와 대담하며 진행되는 수업은 사실상 없다. 설령 공부하며 교수와 다른 가치와 지식을 갖게 되어도 이를 답안에 쓰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교수의 그것을 따르는 것에 비해 낮은 학점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이런 경우 사실 자신에게 대드는 듯한 기분과, 자신의 수업을 성실히 수강하지 않았다는 편견을 갖는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설득력이 낮기에 평점을 낮게 주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서구의 교육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주어진 답변만을 충실히 써내려는 답안을 가장 낮게 평가한다. 

 하여튼 저자는 한국의 교육의 문제를 이런 평가에 있다고 지적한다. 주어진 답안을 써내는 교육만을 하니 교육수준이 높을 수 없다는 것이며 IB처럼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교육과정과 수업, 그리고 평가를 해야만 교육이 바뀔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지극히 옳은 말이다. 초중고, 특히 입시와 직결되는 고교 및 대학입시의 평가가 이렇게 바뀐다면 한국 교육은 상당히 바뀔 수 밖에 없다. 혁신교육의 실패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결국 입시가 이것에 맞추어 바뀌지 않았던 탓이 크다. 그렇기에 혁신 교육은 초등에서 중학교, 고교로 갈수록 그 위세가 약하며 반발도 심했다. 

 하지만 평가만 바뀐다고 해서 모든 게 바뀌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사회도 같이 바뀌어야 이런 교육도 더욱 빛을 발하고 부정적인 요소를 줄여 진정성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서열화와 능력주의에 빠진 상태에서 이렇게 평가만 아름다워진다면 그 아름다워진 평가에서 능력주의로 무장한 인재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물론 이번엔 다소 진정한 능력을 갖춘 자들이 배출된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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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모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6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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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케이지의 4분 33초란 음악이 있다. 피아니스트가 무대 가운데의 피아노를 향하여 그 앞에 앉고 악보를 보고 마치 연주할 것만 같다. 청중은 일상적인 연주회처럼 뭔가 기대를 하고 기다리다 곧 이상함을 느낀다. 작은 웅성거림도, 투덜거림도 있었을 것이지만, 무척이나 이상스러운 길고도 짧은 4분 33초를 어떻게든 참아냈을 것이다. 시계를 보던 연주자는 4분 33초가 지나자 인사를 하고 나가버린다. 이 이상스런 상황에서 청중이 만들어낸 모든 소리와 반응, 이게 존케이지가 만들어낸 4분 33초란 음악이다. 

 이건 음악사에 있었던 일인데 그걸 책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아마 이 책 관객모독이 그 자릴 차지할 듯 하다. 책은 무척 얇지만 상당히 이상하다. 책 설정상으로는 독자는 연극을 보러온 관객이다. 그리고 화자는 무대에 선 단 한 사람인 것 같다. 그는 주구장창 설명만을 해댄다. 관객들에게 인내심과 교양을 요구하든, 말이 되면서도 안되는 소릴 하면서도 꾸준히 여러분이란 존칭을 한다. 이게 아마 관객이 참아내게 하는 장치일 듯 하다. 

 그의 설명은 연극을 보러온 나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연극이나 영화같은 것을 보면 우린 편한 자리에 앉아 어느샌가 나를 읽고 가상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공감하며 희노애락을 느낀다. 하지만 서서 본다면, 또는 무대의 경계를 의식한다면, 뭔가 달라질 것이다. 하여튼 그는 이런 식의 설명을 장황하게 한다. 집중하기 힘들다. 하지만 곧 뭔가 시작되겠지란 기대감으로 인내하며 버틴다. 좀 독특한 연극인것 같다란 느낌으로

 그런데 갑자기 무대의 그가 돌변한다. 갑자기 너란 반말을 시작하며 모욕적 언사를 쏟아 붇기까지 한다. 당황스럽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이상했는데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그리고 결국 연극은 애초에 없었음을 선언하고 급기야 무대에서 나가버린다. 아마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연극을 연출 한 것 같다. 이상한 말을 하면서 짧은 시간동안 정상적인 연극을 기대한 사람들의 또 다른 반응을 보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본색을 드러내며 그것을 절정으로 이끄는 것, 그런 관객을 무대이자 연기자로 관객으로 만들어버리는 연극 말이다.  

 이런 걸 직접 괜찮은 극장 공연에서 당한다면 어떨지 상상해봤다. 독특하고 괜찮은 경험일 것이다. 물론 결국엔 제대로 된 연극을 보여주긴 해야 참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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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19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7분 23초. 뭐 이런거 하면 잡혀가겠지요 ㅎㅎ 저는 백남준 악기 부수는거 보고도 아… 예술은 참 어렵구나 했어요. 관객모독이 이런 내용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닷슈님 *^^*

닷슈 2022-10-20 13:00   좋아요 1 | URL
백남준은 소싯적엔 동물 모가지를 전시장 앞에 걸어 놓았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미니님 연주를 하시나 보군요. 부럽습니다.

mini74 2022-10-20 13:03   좋아요 1 | URL
헉. 동물모가지 정말 현대예술은 어려워요 ㅠㅠ 저 연주 못해요 닷슈님 ㅋㅋ 존 케이지처럼 가만 있음 어떨까 욕먹겠지 하면서 상상해봤어요 *^^* 행복한 오후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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