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보게된 드라마다. 그런데 이게 무려 2020년도에 만들어졌다는 걸 알고 좀 놀랐다. 아니 이렇게나 오랜 드라마를 그것도 내가 보고 있는 G TV에서 그것도 무료로 보여준다. 근데 뭐 때문인지 전회는 아니고 4회만 보여준다. ㅉ

처음엔 조금 보다가 재미없으면 접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 꽤 괜찮게 만들었다. 화면도 예쁘고 편집 아기자기하게  잘했다. 

며느라기의 뜻은 사춘기, 갱년기처럼 결혼하게되면 꼭 겪게되는 인생의 과정을 그렇게 부른단다. 국어 사전에도 등재될만한 공식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을 대표할만한 상당히 상징적인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가정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예전엔 시어머니하면 완고하고 고집센 마귀 할멈 같은 이미지지만 이 드라마에 나오는 시어머니면 정말 좋은 시어머니라고 생각한다. 나름 며느리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려고 노력한다. 며느리 역시도 노력하는 며느리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좋은 게 좋은 것이 되지 못하며 서로 잘하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일은 더 꼬이기만 한다.

이 드라마의 장점은 주인공에게만 촛점을 맞추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저마다 처해진 입장과 현실을 보여주므로 역지사지를 통해 서로간의 이해를 높여가는데 촛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특별히 악한 사람이 없고 주인공이라고 해서 특별히 선하거나 더 똑똑하거나 잘난 것도 아니다. 또한 세대간의 사고의 차이도 가감없이 보여준다.

특별히 내가 한 집안의 며느리라는 걸 여지없이 깨닫게 해 주는 건 명절이나 집안 제사 때가 아닐까 싶다. 이미 말했다시피 시어머니가 옹졸하고 편협한 사람이 아닌데도 살아 온 패턴과 굳어진 사고 때문에 아들 내외와 충돌을 일으킨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도 명절에 친정 먼저 들리고 시댁을 나중에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신랑이 공평을 기한다고 추석 때 본가를 먼저 왔으니 다음 돌아오는 명절인 설 때는 처가 먼저 들렸다 온다고 했더니 아버지는 노발대발이고 엄마 역시 싸늘하다. 와~ 결혼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그나마 생각해 보겠다는 엄마가 고마울 정도다.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는 결혼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긴하다 싶다. 무엇보다 결혼하면 지워지는 여러 가지 역할들을 덜어내야 한다. 명절도 아들 며느라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 물론 부모 입장에선 서운하긴 할 것이다. 그러면 서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 

결혼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드라마를 보면 부부가 서로 어떤 역할을 할 건지 서로 의논해서 일종의 행동강령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흔히들 결혼한 커풀들은 많이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한쿡은 아직도 남녀의 결혼이 아니라 집안끼리의 결혼이 더 강하기 때문에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 어떻게 할지를 시부모와 상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게 뒷받침이 안 되있는데 부부만 아무리 행동강령을 만들면 뭐하겠는가. 다 깨지는 걸. 그건 사위가 처가 부모와도 마찬가지다.    

난 출산 돌봄을 인구정책의 하나로 보는 우리나라의 시각에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결혼이 행복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낳을텐데 결혼할 수 있는 여건은 안 만들고 무조건 애만 낳으라면 그게 실효성이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암튼 이 드라마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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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1-07 0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tv에서 여러번 재방송해주기에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책 표지의 헤어스타일이 실제 드라마에서 박하선 헤어스타일이랑 똑같군요 ^^
특별히 문제있는 인물이 없다는게, 이게 대한민국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게 오히려 문제구나 생각했어요. 결혼한 자녀에게 개입하려는 부모, 결혼했음에도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자식, 모두 앞으로 바뀌어가야겠지요.

stella.K 2024-01-07 09:56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근데 저는 왜 이제야 봤을까요?
맞아요. 부모를 의지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죠. 사회 구조도 문제고.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게되야 가족 문제도 많이 해결될 거라고 봐요. 가족끼리 끈끈한 결속도 나쁜 건 아닌데 인간관계 참 쉽지 않아요. 그죠?ㅋ

페크pek0501 2024-01-10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것 봐야겠군요. 인간관계에서 마음의 매듭을 푸는 데 도움을 줄 것 같네요.
문화가 바뀌려면 기성 세대의 시선이 바뀌어야 할 텐데 쉽지 않은 일이죠.
추신) 스텔라 님의 춤 추는 이미지 사진, 참 멋집니다. 어느 서재에서 님의 댓글로 이미지 사진을 보고 재밌어서 달려왔어요.헤헤~

stella.K 2024-01-10 19:53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이 드라마 시즌 1을 봤는데 3까지 나온 것 같더군요.
정말 공감하면서 봤어요.
박하선하고 권율이 연기를 잘하더군요. ㅎ

서재 이미지 좋아하시는 분이 많으시네요. ㅎ
사실 저 이미지는 2006년도인가? 그때 황진이란 드라마 했잖아요.
거기서 황진이 역을 맡았던 하지원의 한복 의상에서 따 온 거라고 하더군요.^^
 

0. 흐림.

거의 매년 우리나라는 이맘 때 가물었는데 올해는 별로 춥지도 않지만 비나 눈 오는 날도 제법 된다. 가물지 않는 건 나쁘지 않은데 갈수록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건 뭔가 불온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1. 그 말 많고 탈만은 2023년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다. 올해는 그 어느 해 보다도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올핸 유난히 유명 인사들의 죽음의 소식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연말은 잘 지나가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이선균 배우가 크게 한 방 먹여주고 떠나서 역시 우울하게 한해를 마무리 하게 되는 것 같다. 난 연말마다 하는 시상식 같은 건 잘 안 보는데 짬짬히 보니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은 고 이선균 배우를 의식한 건지 하나 같이 흰색 아니면 검은색 드레스와 슈트를 입었더라. 

뭐 그런 의미도 있겠지만 뭔가 시위의 의미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 사건이 터져 나왔을 때 정치권쪽에서 한창 쟁점화됐던 사건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술책이었단 말도 있던데 그러기 위해 한 사람이 그것도 유명 배우가 죽어야 했다면 의상 시위 정도 가지고는 안 되지 않을까? 재발방지 대책이 그들 안에서도 나와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알고보면 가장 많은 말을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오죽 답답했으면 죽어서까지 말하고 싶어했을까. 사람들은 자살은 거의 대부분 우울증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도 아닐 것 같다. 어떤 자살은 분노나 원한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2. 이영애 배우를 좋아해 드라마 <마에스트라>를 끝까지 봐 주려고 했는데 안 보는 게 낫지 싶다. 이젠 단순히 치정이 아니었다. 무슨 마약에 살인에 뭐 이런 드라마가 있나 싶다. 게다가 너무 작위적이어서 어제는 보면서 헛웃음까지 나오더라. 근데 나도 좀 그런 게 이 드라마가 어느 프드를 원작으로 했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프랑스 드라마도 참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드는 거다. 특히 마약 가지고 황홀해 하다 죽는다는 설정은 이제까지 본 드라마 중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2-1. 마약이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나라는 이미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이제 마약은 일상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마약과의 전쟁도 좋긴한데 이젠 마약을 보는 우리의 시각이 달라져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물론 마약은 근절되야 한다. 근데 이젠 마약을 단순히 범죄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건 차라리 사회적 질병으로 봐야하는 건 아닐까? 마약과의 전쟁이라면 여전히 범죄로 규정해서 잡아 들이기만 하겠다는 소리로 들리기도 하는데 그래가지고 마약을 근절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젠 치료에 촛점을 맞추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또 죽은 사람 얘기해서 미안하지만 고 이선균 배우가 마약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언론에서 보도를 자제하고 치료 기관 또는 범죄인 인권 보호기관(과연 그런 곳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같은 곳에서 그를 적극적으로 보호해 줘야만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관련된 범죄가 소명되면 그때 가서 보도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죽음을 두고 어떤 사람은 정치계 탓을 하던데 그래서 명복을 빌지 못하겠다고 하는데 그건 또 무슨 귀신 신다락 까먹는 소린지 모르겠다. 명복을 빌려면 깨끗히 빌어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나 같은 민초는 명복 밖엔 빌어 줄 것이 없어서 그렇게 했다. 적어도 그 사람은 나 보다 잘 나지 않았는가. 

나는 누가 뭐래도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제 정신만 차리더라도 정가에서 어떤 명령이 떨어져도 옳지 않으면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뭔가의 유착이 있었겠지? 지금도 죽은 사람에 대한 미담과 불온한 보도가 번갈아 가면서 뜨고 있다. 내 친구 하나는 오래 전부터 뉴스건 신문이건 다 안 본다고 하던데 이해할 것 같다. 소문만 있고 정론은 없는 쓰레기다.


3. 올해는 개인적으로 너무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원망으로 한 해를 보냈던 것 같다. 왜 홀수 해에 악재가 붙을까? 그렇다면 처방책은 뭘까를 생각해 봤더니 홀수 해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를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천해 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고 짝수 해에 뭔가의 기쁜 일을 맛 보게되지 않을까? 내후년엔 꼭 실천해 보리라. 

잘 가라, 2023 년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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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4-01-01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쉬고 있어서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아쉽다기보다는 쉬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ㅎㅎㅎ 진짜로 휴식날이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이미 이번 주 일하면서 처리해야 할 물량이 많다는 걸 알고 있어서 당분간 일찍 퇴근하는 날은 없을 것 같아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stella.K 2024-01-01 14:54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래 맞아. 새해 가 됐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그냥 숫자 하나 변했다는 거 뿐이지. ㅋ 넌 그 좋아하는 책을 앞으로 한동안 많이 못 읽겠군. 하지만 네가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힘차게 해. 너도 새해 복 많이 받고 올해도 좋은 책 많이 읽어. 고마워.^^

서곡 2024-01-01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날 오늘 잘보내시길요!!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

stella.K 2024-01-01 15:26   좋아요 1 | URL
앗, 고맙습니다. 새해가 됐는데 날씨가 참 우중충하네요. 맑으면 좋을텐데 그죠? ㅎ 모쪼록 서곡님도 남은 시간 평안히 보내시구요, 내일부터 힘찬 발걸음 내딛으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페크pek0501 2024-01-01 18: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해가 너무 빨리 갑니다. 우리는 마음의 준비 없이 그냥 나이 한 살 또 먹고요.
이번엔 시상식을 보지 않았고, 식구들이 못 자게 해서 제야의 종소리는 함께 들었습니다.
새해에는 모든 전쟁이 종식되었다는 뉴스를 듣게 되기를, 누군가가 갑자기 떠났다는 소식은
들려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불행한 일이 없으면 그게 행복인 거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stella.K 2024-01-02 10:16   좋아요 1 | URL
아, 언니 바람대로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올핸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무고히 죽게될까 벌써부터 걱정이에요.
뭐 걱정은 걱정이고 우린 또 우리의 삶을 살야겠죠. 힘차게 살기로 해요. 홧팅!!

희선 2024-01-02 0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새해 첫날은 따듯했어요 따듯해서 겨울에 이렇게 따듯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추울 때는 춥다고 안 좋아했는데... 다음주에 추워진다고 합니다

stella.K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 잘 챙기시고 짝수해니 지난해보다 좀 낫겠지요 그러기를 바랍니다


희선

stella.K 2024-01-02 10:21   좋아요 2 | URL
그렇죠? 올핸 눈도 많이 왔는데 금방 녹아요. 근데 그게 마냥 좋지마는 않더라구요. 오히려 추워진다니까 조금 안심이 되는 거 있죠? ㅋ 짝수 해 행운 빌어준거 고마워요. 모쪼록 희선님도 올해가 좋은 한 해가 되길 빌어요. 복 많이 받어요.^^

자목련 2024-01-02 1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드라마 <마에스트라>를 보고 있는데 제가 기대했던 내용이 아닌 막장(?)으로 흘러서 아쉬운 마음이 많아요. 저는 어떻게 끌날까 궁금해서 그냥 시청하고 있어요. ㅎ

stella.K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24-01-02 15:05   좋아요 1 | URL
저도 자목련님과 같은 생각이었는데 지난 주일에 못 봤어요. 그럼 앞으로도 안 보게될 것 같다능. ㅋ
고맙습니다. 자목련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더 좋은 글 쓰시기 바랍니다.^^

yamoo 2024-01-02 1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24년엔 꼭 달인에 등극하시길!^^

stella.K 2024-01-02 15:09   좋아요 1 | URL
서재의 달인 이제 포기하려고 했는데 야무님 이러시면 승부욕 생기는데요? ㅎㅎ
암튼 고맙습니다. 야무님도 행복한 한 해되십시오.^^

서곡 2024-01-03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 프사 이뻐요 ㅎㅎ

stella.K 2024-01-03 18:03   좋아요 1 | URL
ㅎㅎ 그렇습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보는 순간 이거 내 서재에 걸면 좋겠다 싶더군요. 그래도 현재 활동하는 작가라 혹시 몰라 오래 걸 생각은 없고 설 명절 정도까지만 걸까 합니다.^^
 

0. 겨울 치곤 온화한 날씨

며칠 쨍하게 춥더니 2, 3일 전부턴 겨울치곤 제법 온화한 날씨다. 춥지 않은 건 다행스럽긴한데 왠지 마음은 그다지 편하지는 않다. 이렇게까지 온화할 필요는 없는데 앞으로 또 추울 날이 있을까 이대로 봄을 맞게되지 않을까 의문스럽다 못해 불안해진다. 아직 봄은 아닌데... 


1. 오늘 하루종일 어느 배우의 죽음이 내내 마음을 무겁게 내리누른다. 수개월전부터 그의 마약투약과 관련한 여러 가지 추측성 보도를 접하기 시작하면서 오늘과 같은 일이 있지 않을까 뭔가모를 기시감 같은 걸 느꼈다. 그전에 유모 배우의 이와 똑같은 보도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배우의 보도가 조용하다는 건 결코 아니다. 못지 않다. 그도 같은 길을 가게될까 봐 걱정이다.) 유난히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좋은 이미지였는데 추락해서 보는 것이 편치는 않았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집중포화를 받으니 나중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기자들이 정말 하이에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가정이 있고 자녀가 있는데 어느 정도 선을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 말로만 팩트체크지 왜 추측성 보도만 남발하는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은 죽으니까 팩트체크한답시고 일제히 다시 떠들어댄다. 그게 진짜 팩트체큰지 묻고 싶다. 하다못해 어디는 누리꾼들이 피로감을 호소한다면서 다시한번 오늘 세상 떠난 배우의 사생활을 또 언급하더라. 그러면서 독자들의 알 권리 운운하겠지. 

고인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자들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어디에 글 한 줄 못 올려준게 내내 마음이 걸린다. 하다못해 이곳 알라딘 서재에라도 올렸어야 했던 거 아닌가? 곧 잠잠해지겠지하며 스스로 방만했던 걸 후회한다.

유명인이든 무명인이든 사생활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지나친 추측성 보도를 하는 언론과 기자들이 있으면 자제를 촉구해야 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개 같이 짖어줘야 한다. 고발도 불사해야 한다. 우리는 듣지 않고 알지 않을 권리가 있다. 분명 이것에 대한 헌법조항이 있지 않을까? 이참에 오늘 떠나간 배우의 이름을 딴 법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잘 가라, 배우여. 한때는 그대 때문에 행복했음을 잊지 말아주시길. 부디 그곳에선 조용히 편안하게 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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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2-28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 님이 이렇게 쓰셔서 저세상에서 그 배우가 위로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은 어떤 일이 일어나면 힘들겠네요

stella.K 님 2023년 마지막 날까지 편안하게 지내세요


희선

stella.K 2023-12-28 20:20   좋아요 2 | URL
아, 정말 한 해 마감을 두고 이런 일이 생겨서 착잡합니다.
제가 이런대 유가족들과 친지들은 어떻겠어요.
이런 일 자꾸 반복되서 속상합니다.

고맙습니다. 희선님도 마무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blanca 2023-12-28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저는 호감을 가지고 응원하는 배우였기에 더 그렇습니다. 그의 경솔한 행동과는 별개로 경찰조사 과정에서에서 피의사실이 낱낱이 공표되었고 선정적으로 보도되었던 것에 분노를 느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tella.K 2023-12-28 20:25   좋아요 1 | URL
오늘도 여전히 그와 관련된 뭔가의 비하인드 기사를
조금이라도 쏟아내려고 하는 저들의 안간힘이 보여서 넘 속상합니다.
이젠 좀 조용히 좀 하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면서 이런 거 보면 분노하다 못해 혐오가 느껴지네요.

젤소민아 2024-01-01 0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배우님으로 인해 꽤 많이 행복했더랬습니다. 죄의 성립보다 단죄가 먼저라니...통탄할 일입니다. 따지고 보면, 죄에서 백퍼센트 자유로울 이가 있을지요...명복을 비는 게 고작이지만 명복을 빌어드립니다..

stella.K 2024-01-02 10:00   좋아요 0 | URL
민아님, 잘 지내시죠? 반가워요. 정말 그렇게 따지자면 마약사범들 다 잡아들이는 족족 다 포토라인에 세워야합니다. 왜 연예인만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고 기자놈들 하이에나 같이 달라붙는지 정말 욕나옵니다. 죽은 사람만 억울하죠. 전 이참에 동조업계 사람들 들고 일어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인권은 보호 받아야죠. 안 그렇습니까?

페크pek0501 2024-01-01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의 죽음으로 엄청 속상했어요. 그의 목소리를 좋아했거든요.
다시는 그 개성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속상하던지요.
그를 포토라인에 세 번씩이나 세웠던 이들을 원망하게 되더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tella.K 2024-01-02 10:07   좋아요 0 | URL
다들 좋아했죠. 사실 이선균하면 다들 파스타를 먼저 또 올리겠지만 전 그 보다 훨씬 먼저 알고 있었어요. 기억은 안 나지만 아는 선밴지 후배 단편영화에 출연해 무슨 대사를 하다 이상한 춤을 추더군요. 뭐 저런 영화가 다 있나했는데 얼마 안 있다 공중파 드라마에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렇게 명성을 쌓았는데 하루아침에 이슬같이 사라졌다니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0. 날씨가 넘넘 춥다. 

이 추위도 오늘만 잘 넘기면 내일부턴 서서히 풀릴 모양인가 본데 앞으로 이런 추위가 또 있을까? 하긴 최근 몇년 간은 그다지 춥지 않았으니 이런 추위도 있어 줘야겠지. 모쪼록 앞으로의 겨울은 알싸하게 춥다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1. 서재의 달인이 못 된 것에 대해선 미련은 없는데 묘하게도 미끄덩이 되고나서부턴 올해 내내 써 왔던 다이어리를 쓰지 않고 있다. 아마도 더 이상 안 쓰게 되지 싶다. 올해라봤자 얼마나 남았다고. 그것도 나에겐 부담이었나 보다. 없으면 안 쓸텐데 괜히 작년에 서재의 달인이 돼가지고. 내년에도 넘보지 말아야겠다.    


2. 왜 자꾸 리뷰에 열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거 쓰느라 다른 건 거의 못했다. 


3.'마에스트라'는 이영애를 좋아해서 유일하게 본방으로 보는 드라마다. 아무리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도 내용이 내 취향이 아니면 안 볼 수도 있는데 4회까지 봤지만 아직 봐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자 지휘자를 마에스트라라고 하는가 보다. 보고 있으면 무슨 고상한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한 치정극 같기도하고, 시청률을 의식한 나머지 초반에 너무 힘을 주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힘을 줬다고 해서 보게되는 건 아닌데. 은근히 끄는 것도 보게는 되던데...

4회쯤 보니 래밍턴병이란 게 나온다. 즉 여주 차세음(이영애 분)의 엄마가 이 병에 걸려 투병 중이고 증세는 서서히 기억을 잃으면서 몸에 마비가 와서 나중엔 사망에 이른단다. 유전될 확률은 무려 50%. 그러니까 차세음도 이 병에 걸릴 확률이 그만큼이다.  
실제로 있는 병인가 했더니 그런 병은 없다. 작가가 만들어낸 병. 그야말로 은유로서의 질병이다. 하여간 작가들이란. 그래도 전혀 없는 병을 만들어낼 수는 없고 헌팅턴이란 실제로 있는 병에서 응용한 것이라는 썰.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퇴행성 유전질환이다. 물론 난치성 희귀병이다. 
이 작품은 프드(프랑스 드라마) '필 하모니아'를 각색한 건데 실제로 그 드라마에선 여주가 헌팅턴병에 걸려 죽는다나 뭐라나.우리나라에선 어떻게 각색했을지 모를 일이지. 차세음을 좋아하는 류정재 역에 이무생이 똥폼잡고 나오던데 약간 느끼한 것 같긴하지만  볼만은 하다. 뮤즈에겐 사랑과 재능을 함께 겸비한 오직 한 사람은 없는 건가란 의문도 갖게하고. 암튼 조금 더 봐야할 것 같다.

4.


올해 내가 썼던 달력이다. 나는 이런 탁상 달력 좋아한다. 이를테면 날짜와 그림이 함께 세로 중심으로 있는 것. 보통 숫자는 밑에 가로로 조그맣게 있는데 이걸 누구 보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면그림이 아무리 좋아도 나는 숫자판만 있는 곳으로 돌려놓게 된다. 

모 세무법인에서 벌써 몇년 째 보내주고 있어 쓰고 있는데 새해 달력도 이런 형식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다시 예전 가로 줄 형식. 젠장.

얼마 전, 모 tv 프로를 보니 달력에 얼킨 추억에 관한 토크를 하더라. 이를테면 6, 70년 대 학교를 다녔던 학동들 달력 종이로 교과서 겉표지를 싸서 가지고 다녔던 기억들을 얘기하는데 참 놀랍다 싶다. 

어떤 사람은 옛날 달력을 버리지 않고 간직한 걸 보여주는데 과연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싶다. 사실은 그 사람의 선친이 숫자만 있는 달력에 그날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간략하게 메모한 것이었는데 난 지금까지 달력을 모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사실 저 달력은 그림은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건데 나름 소장각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나도 버리지 말고 갖고 있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내년부턴 다이어리도 안 쓰게 될텐데 대신 숫자판 있는 곳에 하루하루 간단 메모라도 하고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고.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달력의 활용팁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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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12-23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탁상 달력을 일기장 처럼 몇년 째 보관해오고 있어요.
약속, 행사, 일정 등이 적혀 있어서 오히려 몇 년 뒤에 생각나서 들춰보는건 일기장 보다 그 해의 달력이더라고요. 누구를 언제 만났더라, 어디를 갔더라, 무엇을 봤더라, 이런 거요.
stella님의 저렇게 예쁜 달력은 보는 용으로, 쓰는 칸이 큰 탁상 달력 (보험회사에서 주는 것 같은)은 메모까지 할 수 있는 용으로 책상위에 놓고 쓰지요.
레밍턴 병은 듣기엔 헌팅턴 병과 성격은 아주 비슷하네요 ^^

stella.K 2023-12-23 15:4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알고 봤더니 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분이 많으시네요. 저도 앞으론 모아놔야겠어요. 진짜 저 달력은 그냥 버리기 아까워요. 근데 메모는 거의 한게 없네요. ㅋ
주말겸 성탄 연휴 잘 보내십시오.^^

서곡 2023-12-23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드라마 마에스트라 보는데요 앞으로 안 볼지도 모르지만 아직은...ㅎㅎ 프랑스 드라마가 원작이라는 정보 정도만 갖고 있었는데 위에 쓰신 사항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ㅋㅋ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 드릴게요!!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stella.K 2023-12-23 15:42   좋아요 1 | URL
서곡님은 원작을 알고 계셨군요. 저는 이 글 쓰다가 알았어요. 그러니까 조금 더 지켜봐야겠구나 싶어요. 프드는 처음이고 유럽 작품들 좋찮아요. ㅋ
고맙습니다. 서곡님도 메리 크리스마스요!^^

꼬마요정 2023-12-23 1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월별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또 벽에 걸린 벽걸이 달력에도 적어놔요. 남편은 가계부앱이랑 무슨 플레이앱에 입력해서 네 개 다 모아두면 뭔가 과거가 완성되는 느낌이에요. 저는 아날로그를 포기 못 하는데 검색은 디지털이 좋더라구요. 어려운 문제 같아요ㅠㅠ

stella.K 2023-12-23 15:38   좋아요 1 | URL
ㅎㅎ 어렵긴요. 그냥 쓰는거죠. 근데 적극적으로 열심히 잘 쓰시는데요? 또 배워가네요. 고맙습니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십시오.^^

blanca 2023-12-23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에스트라> 개인적으로 확 안 끌리더라고요. 김희애 주연 <밀회>는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저는 탁상 달력에 일정을 적어요. 구글캘린더도 썼는데 저는 이 방식이 제일 좋더라고요. 스텔라님, 메리 크리스마스 되세요.

stella.K 2023-12-23 15:33   좋아요 0 | URL
오, 오랜만이어요.
마에스트라 저만 그런게 아니군요. 근데 또 원작이 프드라니까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이영애 배우는 기존에 맡아왔던 캐릭터와 비슷한 것 같아 잘 할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러고 보니 정말 밀회 좋았죠. 다시 보고 싶네요.
탁상 달력 알겠습니다.
브랑카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yamoo 2023-12-26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그러실 거 같다는...^^;;

2. 역시 그러실거 같다는...^^;;

3. 마에스트라는 못봤는데...요즘 <블랙미러> 역주행 하고 있는데 시즌6 첫화부터 아주 아주 좋더이다!
별5개가 아깝지 않은..^^

4. 캘린더 그림 예쁘네요. 어디서 나온 달력인가욤?! 혹시 버리시려면 제게...^^;;

stella.K 2023-12-26 12:14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야무님 지금까지 제게 다신 댓글 중 쵝오십니다! 제가 갑자기 야무님 께 넘 많이 알려진 거 같은데요? ㅋㅋ
마에스트라는 이 페이퍼 쓸 때만해도 찌운했는데 6회부터 계속 봐야겠구나 싶더라구요. 이영애 처음엔 지휘하는게 좀 어색했는데 점점 각이 잡히고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더군요.

캘린더 야무님이 눈독 들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ㅎ 후사하신다고 하시면 고려했을텐데. 땡이십니다. ㅎㅎ 대신 야무님 그림에 관심있으신거죠?
Makoon이란 사람이 그린 그림입니다. 한쿡 사람같던데 인터넷에서 찾아보시면 더 많은 그림을 볼 수 있지않을까 합니다. 저 이 답글 쓰기위해 저기 방구석에 뒀던거 다시 꺼냈다는 거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ㅋ

yamoo 2023-12-26 13:03   좋아요 0 | URL
스텔라 님, 어디서 나온 달력인지 알려주세용~~

stella.K 2023-12-26 13:31   좋아요 0 | URL
헉, 그림이 아니었나요? 저는 그저 성우란 세무법인에서 보낸 걸 쓰고 있는 것뿐인데ᆢ

페크pek0501 2023-12-26 1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탁상 달력을 두 개 사용함. 하나는 운동용 기록. 최소한 격일에 한 번은 나가서 걷기 운동을 하자는 목표로, 걸음 수를 날짜마다 기록해요. 예를 들면 이 달력을 보고 이틀 연속 안 나갔으면 그다음날은 나가서 두 배로 걷죠.
또 하나는 스케줄용 기록. 어머니 모시고 병원가는 날, 화초에 물 준 날, 관리비 내는 날, 파마한 날, 도시가스 표기하는 날, 누구 생일(특히 시댁식구들의 생일) 등 기록이 많아 지저분해요. 파마한 날을 보고 아, 파마할 때가 됐구나 그래요. 관리비는 엄마네것과 우리집 것 두 개 내는데 기록 안 하면 그냥 지나가더라고요. 다른 건 자동이체 다 했는데 이건 안 했어요. 통장에서 거금이 빠져 나가는 게 기분나빠서요.ㅋㅋ 이미 두 개의 달력을 확보함. 저는 그림 필요없고 무조건 날짜 써 있는 칸이 넓은 걸 선호해요.

다이어리를 안 쓰시다니. 그러면 안 되지요. 우리같이 글 쓰는 사람들은 낱말과 문장과 노는 시간이 많아야 해요. 그 시간에 비례해서 글을 잘 쓰게 된다고 생각해요. 다이어리 꼭 쓰세요.
리뷰 - 몰두할 일을 갖고 있는 건 감사할 일이에요.^^

stella.K 2023-12-26 14:50   좋아요 1 | URL
와, 언니 참 바지런하게 사시네요. 저는 마트만 잠깐 다녀와도 하루가 다 가던데ᆢ저는 재산세는 자동이체 안 했어요. 곱슬이라 파마는 안하는데 셀프 염색을 하는지라 그건 기록해 둘 필요가 있더군요. 맞아요. 근데 다이어리를 쓰니까 다른 걸 못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더라구요. 리뷰는 아예 안 쓰면 모르겠는데 대충 쓰고 싶지않은데 방향을 못 잡을 때 애를 먹이더군요. 이것도 훈련이려니 하면되는데 아무것도 못할 때가 있죠. 암튼 조언 고맙습니다.^^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던 밤 - 내 인생을 바꾼 아우구스티누스의 여덟 문장
김남준 지음 / 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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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인간을 구원으로 인도할 수 있을까? 더구나 요즘엔 독서를 많이 한다고 해서 선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일종의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독서를 하는 것일까? 적어도 여기 책으로 구원을 받은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김남준이다.


글쎄, 사람이 구원을 받는다면 좀 그럴듯한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책으로 구원을 받았다면 책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독서 회의론자는 왠지 김빠지는 느낌을 받을 것 같기도 하다. 도대체 책이 뭐길래? 그래도 책으로 개안을 하고 구원에 이르는 건 아직도 유효하다. 비근한 예로 역대로 성경을 읽고 회심해서 구원받은 사람들이 있어오지 않았는가. 그래서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는가 보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 에세이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건 언젠가 TV에서 저자의 인터뷰를 보면서였다. 그리고 뭔가에 이끌리듯 이 책을 꼭 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사춘기 시절 엄청난 정신적 방황을 하다 21살에 톨스토이를 읽고 기독교에 귀의한 후 아우구스티누스를 사숙한다. 이 책은 특별히 아우구스티누스의 여덟 문장을 뽑아 글을 썼다. (8문장은 차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작물이 상당히 많은데 그중 여덟 문장을 뽑았다니 놀랍기도 하고 그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돈지 짐작이 갈 것 같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누구인가. 가톨릭과 기독교를 통틀어 사제와 목회자들이 가장 존경하고, 서양 사상을 논할 때 그를 빼놓고 논할 수 없는 탁월한 사상가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의 불멸의 저서 '참회록'에 보내는 연가(?) 내지는 해설서를 낸 사제나 목회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그중 저자 김남준도 당연 이름을 올렸는데, <<영원 안에서 나를 찾다>>란 일종의 묵상집(?)을 내므로 참회록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런 만큼 이 책도 아우구스티누스의 문장을 가지고 썼다는 건 어찌 보면 일리가 있는 시도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이 책을 쓸 때 이미 '참회록'을 120번, (<<영원 안에서 나를 찾다>>는 100번을 읽고 썼다고 한다. 그 정도라면 이젠 안 보고도 외울 정도일 것 같다.


문득 내가 언제 100번, 120번까지는 아니어도 반복해서 읽었던 책이 있던가 싶다. 사춘기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지금까지 성경은 20번도 읽지 않았다. 내가 앞으로 얼마를 더 살게 될지 모르겠지만 100 독은 고사하고 50 독도 읽지 못할 것 같다. (성경은 1년에 한번 읽기도 쉽지 않다. 저자는 목사이기도 한데 성경은 또 얼마나 많이 읽었을까 싶다.) 난 아무리 좋은 책도 세 번 이상 읽었던 적이 없다. 나도 저자처럼 성경 외에 평생 거듭해서 읽고 싶은 책 한 권쯤 가지고 싶다. 그것이 참회록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책이 될 수도 있겠지.


아무튼 그래서일까? 이 책은 자전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의 그늘이 짙다. 거짓말 좀 보태서 말끝마다 아우구스티누스다. 자꾸 그러니까 왠지 지금이라도 '참회록'을 읽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나도 20대 시절 강의 시간에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그 책을 추천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듣는 순간 잊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 책을 읽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세기를 건너 여기서 맞닥뜨리다니. 마치 저자는 나를 만나려거든 아우구스티누스부터 만나 보라고 하는 것만 같다.


(낯간지럽지만)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내가 중첩될 뻔하다 비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를 무척 싫어해 책 속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이것 하나만큼은 나와 같아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구나. 난 잠시라도 내가 학교에 있다는 것을 잊기 위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책을 읽었다.


한때 허무주의에 빠졌던 것도 비슷하기도 하다. 어차피 죽을 건데 학교는 다녀 뭐하고, 힘들게 살아 뭐하나 그게 호르몬의 변화일지도 모르면서 나는 나름 진지했다. 하지만 저자와 내가 다른 건, 저자는 자살을 꿈꿨지만 나는 꿈꾸지 않았다. 조심스럽지만 그건 자살을 하면 그 영혼이 구원받지 못한다는 말을 믿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난 아직 세상에 못다 읽은 책들이 많은데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다.


사춘기 시절을 꿈동산처럼 보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난 그 시절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저자와 같은 방황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정신적 방황은 제법 길고 깊었다. 책 제목도 보라. 얼마나 처절했을지 알 것도 같다.


저자는 그나마 청년이 되어서야 톨스토이를 읽고 신앙에 귀의할 생각을 했다. 난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부활'을 읽고 이거 뭐지? 했다가 정작 톨스토이의 주요 저작은 읽지 못하고 멀어졌다. 참회록도 그렇다. 저자는 나와 비슷한 20대 때 그 책을 읽었지만, 나는 그 나이 때 볼 생각을 아예 접고 말았다. 어떻게 비껴가도 이렇게 비껴갈 수 있을까.


많은 책을 읽었다.

그런데 그걸 쓴 사람이 천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아주 조금 뛰어나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뿐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책 두 권을 읽었다.

위대한 지성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건 사랑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지성이었다.

내가 그를 아리스토텔레스, 플로티노스

심지어 플라톤보다 더 높인 것도 이 때문이다.

아아, 위대한 지성, 드높은 사랑이여! (80쪽)


저자는 그렇게 방황을 하다 마침내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방황을 멈춘 것 같다. 사랑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지성이라니. 보통은 사랑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또 그것을 알아보는 저자의 안목은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책을 읽는다면 지적 욕구를 위할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진리를 찾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한다.


저자는 그 깨달음으로 신학을 공부하고 교수가 된다. 그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행보 같기도 하다(물론 신앙의 세계에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하겠지만). 나도 한때 겉멋이 들어 신학을 공부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많은 사람이 그렇듯) 졸업 후 전공 서적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또한 저자는 상당한 장서가이기도 하다. 한 개인이 수 천권의 책을 가지고 있어도 알아주는 장서가가 되는데 그는 수 만권의 책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책으로 구원을 받고 수만 권의 책을 갖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줄 아는가? 한국 기독교 출판문화상을 받게 된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닌 여러 번을. 그러니까 내가 지금까지 저자의 삶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한 건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였다. .


하지만 알다시피 그렇게 책만 읽는 사람의 단점이 있다. 그건 너무 관념적이고 사변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 또한 책상받이니 교조주의자란 말을 들을 확률이 높다. 저자도 그것을 짐작했을까? 어느 순간 교수직을 내려놓고 목회의 길을 가게 된다. (이 얘기는 책에 나오지 않는다. 인터뷰에서 들은 말이다.) 나는 지금도 책상받이를 면치 못하고, 다행인지 남에게 비판을 받을 만큼 독서를 심하게 하는 것도 아니니 이것 또한 저자와 내가 다른 점이라 하겠다. 역시 아우구스티누스나 저자나 방황이 크면 남다른 포스가 있는가 보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시도 아닌 산문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글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책은 우리가 상상하는 흔한 형태의 산문이 아니다. 한마디로 시라고 하기엔 산문 같고 산문이라고 하기엔 시 같다. 깊은 사유적 문장이라 이 책으로 저자에 대해서 알기엔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나 개인적으론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관심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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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2-21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가 먼저기는 하지만, 그 뒤 아우구스티누스의 글을 보고 아주 아우구스티누스만 많이 좋아한 듯 합니다 120번, 100번 읽은 책이 있다니... 대단합니다 많이 읽어도 겨우 두번인데... 세번까지 보는 거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나를 그렇게 파다니 대단합니다 지금은 목사군요

책이 저자 삶을 많이 바꿨네요 그런 책을 만나다니... 세상엔 그런 사람 있기도 하겠지요 그런 거 부럽기도 합니다

stella.K 님 많이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stella.K 2023-12-22 19:26   좋아요 1 | URL
저는 거의 유일하게 부활을 세번 읽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도 가능해요. 그래서 고전을 읽으라는 것 같기도 하구요.ㅎ

아까 잠시 나갔다 들어왔는데 춥긴 춥더군요.
그래도 바람이 안 불어서 그나마 낫지 싶네요.
내일부턴 서서히 풀릴 모양이니 조금만 견디면 될 것 같네요.
또 추워질 수도 있겠지만 한동안은 괜찮지 않을싶네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희선님도 감기 조심하길요.^^

페크pek0501 2023-12-22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 이상을 읽다니요... 저는 한 단편소설을 일곱 번까지 읽어 봤고 그게 신기록이에요. 두 번 읽은 책은 있지만 백 번은커녕 열 번 읽은 책도 없어요. 어느 한 분야의 책을 파 보는 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은 공부가 될 듯합니다.
스텔라 님은 부활을 꽤 일찍 읽으셨네요. 저는 삽십대 후반이나 사십대 초반에 읽은 것 같아요.
6학년 때는 책이 아니라 오자미를 갖고 놀았던 게 생각납니다. 4학년 때는 공기놀이. 히히~~ 어릴 때 너무 놀아서 이젠 노는 게 시시하고 독서가 좋아졌나 봅니다.
리뷰 쓰신 책, 유익한 책 같습니다.^^

stella.K 2023-12-22 22:04   좋아요 0 | URL
오자미. ㅎㅎㅎㅎ 진짜 그런 게 있었죠? 추억 돋네요.
뭐 어린이 세계 명작으로 마침 나온 게 있어서 무심코 본 건데
그게 그렇게 대단할 줄은...
와, 7번! 대단하네요. 솔직히 저자는 넘사벽인 게 넘 많아요.
아우구스티누스의 심위일체론이란 책은 누구도 범접 못하는 책인데
읽으면서 거의 황홀경에 빠졌더라구요.
책 보다는 혹시 기회되시면 이 분의 설교 시청을 권합니다.
나름 깊이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