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흐림

얼마 전 비가 오고 어제는 찬란하다시피 날씨가 좋아서 한동안은 또 날씨가 좋을까 싶었더니 오늘은 날씨가 흐리다. 내일은 다시 맑을 거라고하니 정말 샌드위치데이다.


1. 지난 주일이었나? 밤에 우연히 TV를 보니 챗GPT가 글쓰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펼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거기엔 SF에 종사하는 작가를 비롯해 기획자, 출판사, 과학자 등등의 사람들이 모였다. 다들 GPT의 성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과 함께 작업을하니 시간이 많이 축소가 되고 책이 금방 나올 수 있겠다고 감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PT를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결과물을 보면 그냥 나쁘지 않다는 정도지 크게 만족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써나가는 것도 그렇고, 디자인도 그렇고 여러 가지면에서. 나는 처음에 그들의 말에 조금은 안도했다. 하지만 뒤짚어 생각해 보면 정말 안도해도 좋은 걸까? 꼭 그렇지만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작가도 아주 뛰어난 작품을 쓰는 몇 작가를 제외하면 다들 고만고만한 작품들 쓰지 않나? GPT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되면 독자들에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거고 작가는 그만큼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될 것 아닌가. 뭐 독자의 선택의 문제고 취향의 문제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나저나 난 정말 기계에 관해서는 문외한이고 여전히 디지털 보단 아날로그의 취향을 . 더 그리워하는 쪽이다. 으야면 좋을런지 모르겠다. 더 이상 모르는 게 약이라고 버티는 건 좋은 게 아니다. GPT에 대해 좀 책이라도 훑어봐야겠다.


2. 이제 난 웬만해서 해외 드라마는 안 보는데 우연히 보게된 드라마다.        

            

재밌다. 난 우동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닌데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가래떡 같은 질감의 우동을 좋아한다.드라마가 좀 오래되었나 했더니 제작년도가 2021년이다. 그렇다면 그리 오래된 드라마도 아닌데 화면은 10년 전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그런데 내용은 좀 웃기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뭔가 끈끈한 의리가 느껴진다. 

특히 제 맨 가운데 있는 얄상하고 미끈한 남자가 점장으로 제면소에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이 되는데 약간의 미스터리면서 깍듯하면서 웃긴다. 한마디로 배역을 잘 소화해 낸다. 특히 마지막화에서 호텔 사장이 점심을 먹겠다고 카레우동을 시켰는데 점장이 실수로 나무젓가락을 짚는 바람에 회장의 와이셔츠에 카레우동을 패데기를 친다. 그게 어찌나 옷기던지. ㅎㅎㅎㅎ

무엇보다 총 6화고 20분 내외라 보는데 부담이 없다. 오히려 너무 짧아서 아쉬울 정도다. 한드는 너무 길고, 일드는 너무 짧고. 좀 반반씩 섞으면 안 될까 아쉽다. 아무튼 괜찮은 드라마다. 기분이 꿀꿀한 날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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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4-21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챗GPT에 대한 기사가 요즘 많이 나와요. 저는 챗의 책을 보게 된다면 신뢰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인터넷 검색으로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정보만 제공할 듯싶고 이것도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많고요.
무엇보다 사유 깊은 글은 쓰지 못할 것 같거든요.
그런데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이것도 점점 진화해서 우리를 놀라게 할지 모르니까요.
안 그래도 경쟁자가 많은 시대에 이젠 기계와도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군요.

stella.K 2023-04-21 13:44   좋아요 1 | URL
그렇죠. 사유 깊은 문장은 못 만들거예요.
그런데 지식을 전달은 잘 할 것 같긴해요.
저는 챗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몰라요. ㅎㅎㅎ
어쩔 수 없이 공존해야 하는 그런 시대로 갈 것 같아요.
그런 거 보면 옛날 저 어렸을 때 봤던 <캐산>이란 만화영화가 생각이나요.
편하자고 로봇을 만들었는데 그것에 의에 지배당하는 디스토피아를
다룬 건데 누가 제작했는지 놀랍고 다시 한 번 보고 싶더라구요.

니르바나 2023-04-21 16: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챗GPT란 말 들으니 오래 전에 많이 썼던 단어 <포스트 모더니즘>이란게 생각나네요.
말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쓰면 이것을 이용해서 상품을 만드는 구조지요.
<4차산업>이란 것도 그런 것 중에 하나로 봅니다.
조금 있으면 4차산업도 모르는데 5차산업이 나오겠지요.
이런 것을 모르면 세상 추이에 뒤떨어지는게 아닌가 조바심낼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가뜩이나 어지려운 머릿속만 복잡하게 만드는 것 때문에 이런 말도 있습니다.
고전으로 돌아가라!

stella.K 2023-04-21 19:18   좋아요 3 | URL
아, 니르바나님 이리 말씀해주시니
저의 팔랑귀가 춤을 춥니다. ㅎㅎ
맞습니다. AI가 휩쓰는 것 같아도
AI 가전제품 우리가 몇개나 쓰고 있습니까?
그냥 아날로그 시대 때 썼던 구조에 성능을 더한 정도죠.ㅋ
우리가 그걸 만드는 것도 아니고.
지금이 5차고 곧 2, 3년만 지나면 6차라고 떠들지 않을까요?
암튼 고전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ㅎㅎ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희선 2023-04-22 0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컴퓨터는 써도 챗GPT에 거의 관심 없습니다 뭔가 물어보면 대답해준다는 말이 있기도 하던데... 저는 그런가 보다 하면서 삽니다 세상이 빨리 가든 그냥 저는 천천히 가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책을 많이 못 봐서 아쉬워 하기도 하는군요 책도 하나를 천천히 보라고 하지만, 그건 못하기도 합니다

일본 드라마는 보통 40분 넘고 10화나 11화까지 해요 가끔 짧은 것도 있기는 해요 그래도 한국 드라마보다 짧을지도 모르겠네요 한국 드라마 안 봐서 모르는데 요즘은 짧아진 것 같기도 하더군요 길게 하는 것도 있겠지만...


희선

stella.K 2023-04-22 19:01   좋아요 1 | URL
거의 10년전쯤 S 본부에서 시트콤을 했는데
20분 내외였는데 꽤 괜찮았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시트콤이 별로 환영을 못 받나 봅니다. 이후로 새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간혹 12회 정도 하는 게 있긴 하더군요. 하지만 회당 길이는 60분 정도 합니다.
좋은 건 16회도 짧죠. 근데 그런 거 얼마 안 되고
12회에서 10회 정도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yamoo 2023-04-26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챗GPT란 말...저도 가입해서 해봤는데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은 분야는 아예 결과물을 못 내놓더라구요. 일단 인공지능이 넌문등은 쓸 수 있는데 이게 초기 버전이라 앞으로 버전업되면 왠만한 작가 뺨치게 잘 쓸거 겉아요. 얼파고가 증명했듯이 인간이 산출하는 모든 것을 평균이상으로 잘 내놓을거 겉아요. 이건 창작자둘에게 매우 위햡적인 사태일듯해요. 대체재가 스만큼 널리게되니..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글구 일드라...일드 본 적이 너무도 아득한 과거라서뤼..^^;;

stella.K 2023-04-26 19:19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생각해요.
사람이 쓰는 글도 중간이나 중간을 밑도는 글들이 더 많지
잘 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럴바엔 챗이 쓴 글을 보겠다고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TV가 나오면 라디오 영화관 없어질 거라고 했는데
21세기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건재하잖아요.
OTT가 나왔는데도 여전히 TV 보는 사람 있는 것처럼
아마 다 섞어서 보겠죠. 챗이 쓴 거 보다 인간작가가 쓴 거 보다. ㅋ

야무님은 관심도 없지만 바쁘시기도 하잖아요.ㅎ
저도 해외 드라마 잘 안 보는데 가끔 일드 보면 아기자기한 게 재밌더라구요.
시간도 짧고 횟수도 얼마 안 되니 책 안 읽히는 날 함 보세요.^^

레삭매냐 2023-04-30 0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동 언급하시니...

그전에 저희 동네에 발로 밀가리
반죽을 치대는 사누끼 우동집이
생겼었는데...

맛을 한 번 보고 싶었으나 오래
버티지 못하고 바로 망했다는.

번역이 초창기에도 그랬지만 왠지
GPT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지 않을
까 싶습니다. 아마 차차~ 나아지지
않을까요. 부디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대할 뿐입니다.

stella.K 2023-04-30 18:13   좋아요 1 | URL
우동이 울나라에선 별 인기가 없나봐요. 일본라멘도 그렇고.
GPT도 잘 쓰면 좋긴하겠죠. 대신 번역가들 설자리가 좁아지겠죠.ㅠ
 

0. 맑음. 바람

어제보다는 좀 잦아들긴 했지만 바람이 여전히 많이 분다. 4월이 바람이 많은 달이긴 하지만 예사롭지가 않다.


1.

 어제 백세희 작가에 대한 기사가 났다.

최근 이 책이 영어로 번역돼 영국에서 전자책을 포함 10만권이란 경이적인 판매고를 달성했다고. 우리나라에서도 50만권이 팔렸다고 한다. 

나는 내친김에 작가가 세바시에 나온 영상도 챙겨봤다.

뭐 나름 똑부러지게 강연하는 것을 보고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역시 난 제사 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은 속물이란 생각이 드는게, 책 덕분에 부모님이 진 빚을 갚아드렸다고 한다.

하긴 우리나라에서만도 50만권이면 적지않아 보이긴 한다. 요는 우리나라 사람들 책을 안 읽는다고 해도 읽는 사람은 읽는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 책은 현재 작가 자신이 앓고 있는 기분부전장애 (가벼운 우울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치유하는 치유기 내지는 극복기를 다룬 것이다. 제목을 그렇게 정한 것도, 언젠가 너무 우울해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그때 친구가 만나서 떡볶이를 먹잔는 말에 그래 이거는 먹고 죽자라고 생각하고 먹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떡볶이라고.


최근 이런 가볍고도 다소 긴 문장의 제목의 책이 많이 나온 줄로 아는데, 나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제목에서는 딱히 끌리지 않아 내용이 그런 것인 줄도 모르고 볼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내가 그러고 있는 사이 영국에서 그렇게 판매고를 올렸다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영국에서 떡볶이란 한국 서민음식이 있다는 걸 모르진 않겠지. 물론 모르는 사람도 있긴 할 것이다. 제목도 영어발음 그대로 ‘tteokbokki’  라고 썼는데 그 특이함에 더 구매하지 않았을까? 


나는 또 내친김에 서평이 어떤가 싶어 훑어 보았는데 반응은 생각 보다 싸늘했다. 아니 거의 혹평에 가까웠다. 물론 개중엔 높은 평점을 줬던 리뷰어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렇다면 작가는 보통 냉정한 멘탈이 아니라면 자신의 책에 리뷰가 어떤지 일부러 찾아 보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분부전장애에 하나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나는 뭐 백세희 작가만큼 유명하지도 않지만, 지난 2015년에 책을 내고 이곳 알라딘에선 좋은 평을 받았지만 한참 지나서 우연찮게 다른 사이트에서 내 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리뷰를 본적이 있다. 내가 성격상 욕 먹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순간 욱해서 댓글 하나 달아 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나도 아주 가끔은 뭐 하나 잘못 사면 차마 점잖은 사람은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기도 하는데, 기대했던 책이 마음에 안 들면 그 정도의 비난이야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동안 읽느라 들인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한 걸 가지고 그렇게 비난한다면 그 보다 더 큰 일은 어떻게 할까 인격이 의심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그 후유증 나름 오래 가더라.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본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런 멀쩡한 정신의 소유자도 이런데 그럴 땐 안 보는 게 장땡이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면 책은 원고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그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저 이름만 작가일뿐 냉정하게 말해 책은 독자의 것이다. 내 책을 읽는 독자와 읽지 않은 또 앞으로도 읽지 않을 독자. 그러므로 독자가 작가의 작을 가지고 뭐라고 하던지간에 그건 철저하게 독자의 목이지 작가의 몫은 아니라는 것. 그러므로 독자의 말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아무튼 우리 에세이가 그렇게 외국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우리나라에서 서자 취급 받는 것들이 외국에선 효도하는 것도 많지 않은가. 백세희 작가 그 이후에도 계속 책을 냈던 모양인데 누가 뭐라고 하든 일희일비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좋은 책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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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3-04-12 1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영국에서도 출판되었군요@_@;;; 저도 안 읽었어요. 안 읽어도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으로ㅎㅎ;;;;;;;;;;; 헐. stella. K님께도 그런 일이 있었군요@_@;;; 어디나 이상한 사람들이 있나봐요. 저도 신경 끄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요. 연예인들도 댓글 안 봤으면 좋겠어요(이런 오지랖-_-;;;;)

stella.K 2023-04-12 18:11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제가 쓰신 연예인에 관한 문나잇님 댓글 쓰려다 말았는데 정말 그런 악성댓글 안 보면 좋겠어요. 그런건 뭐하러 보고 유명을 달리해요.ㅠ

니르바나 2023-04-12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쓰는 모든 분들에게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stella.K 2023-04-12 18:01   좋아요 1 | URL
뭐 글 쓰는 사람들이 다 옳기야 하겠습니까만 열심히 쓰는 사람에게 최소한 인격적 비난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타당한 비평은 받아들이겠지만.

yamoo 2023-04-12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세희 작가..첨듯는데...많이 팔렸다고 좋은 작품인건 아닙니다.영국에서 그만큼 팔린건 떡볶이가 한몫 했을수도 맀습니다.. 책을 낸 이상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수는 없어요. 저자의 숙명으로 받아들이셔요~~

stella.K 2023-04-12 19:57   좋아요 0 | URL
책이 꼭 좋자고만 읽겠습니까? 어쨌든 사람들이 아무리 책을 안 읽는다고 해도 한 작가에게 행운일 가져다 줄만큼은 읽는구나 싶어 부럽기도하고 잘됐다 싶기도 하던데요? ㅎ
그렇죠. 그게 작가가된 댓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ㅋ

희선 2023-04-13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기사 봤어요 이 책이 다른 나라 말로도 나왔구나 했습니다 이 책으로 부모님 빚을 갚다니 대단하네요 자기 마음이 나아가는 걸 썼다니 부럽기도 합니다 지금 다 나았는지 여전히 안 좋은지 모르겠지만... 아주 다 낫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살아가겠지요


희선

stella.K 2023-04-14 11:50   좋아요 2 | URL
제가 알기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줄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병이 낫다 안 앗다가 아니라 낫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겠죠. 그러다 보면 언젠간
치유에 도달하지 않을까요?
그 기사와 영상을 보는데 저도 뭔가 모를 희망, 용기 그런게
생기더라구요. ㅎ
어쨌든 희망을 가지고 사는 거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2023-04-15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5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5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5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5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6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3-04-16 1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면 책 광고가 정말 많아요. 그런데 광고로 노출되는 책 대부분은 에세이에요. 그리고 인터넷이나 SNS에 공개된 경구를 모아놓은 책들? 아무튼 금방 읽을 수 있는 책들을 홍보하는 광고가 많더라고요. 저는 지나칠 정도로 반복 노출되는 광고가 책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광고를 통해 노출된 책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 사람들이 그 책을 아예 안 읽는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어쨌든 요즘 출판사들은 광고를 많이 내서 책을 홍보하더라고요.

stella.K 2023-04-16 12:41   좋아요 0 | URL
맞아. 네 말이 틀린 건 아니지. 근데 모르긴 해도 안하는 거 보단 하는 게 나니까 그렇게 하는 거 아닐까? 난 어쨌든 출판계가 살아났으면 좋겠어. 그래야 멀리는 절판율이 줄어들고 좋은 책을 마음껏 읽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0. 흐리고, 비


오랫동안 가물다 비가 내려서 좋긴한데 대신 꽃잎이 많이 떨어졌다. 

비만 오면 좋을텐데 바람이 부니 봄꽃들로서는 좀 억울할 것이다.


1. 안 좋은 일이 있었다. 

미주알 고주알 쓰진 않겠지만 하도 마음이 상해서 잠도 못자고 한동안 좀 부글댔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안정이 됐고, 점점 나아질 것이다.


1-1. 그런 일이 있기 전 한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난 한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지금까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안 당해 본 일이 없는데 그때마다 사람이 바닥을 치면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위로삼아 얘기하던데 그거 다 뻥이라고 했다. 올라가긴 뭘 올라가냐고. 올라 간다고 나아질 것도 없다고. 단지 바닥에 내려 앉았을 때 처음보단 좀 단단해져서 덜 놀라고 당황하지 않는다는 정도라고.과연 그 말이 맞겠다 싶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지 일주일쯤 지나서 그 일을 당했고 또 일주일이 지나서 새로운 일로 마음을 확 긁히고 말았다.

   

1-2. 나는 정중동의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떠한 것에도 흔들림이 없는 사람. 그도 그럴 것이 그 두 가지 일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다 과거에 경험해 봤거나 연장선상에 있던 일이다. 그러나 난 그런 사람은 결코 되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 대신 이런 사람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욕쟁이 여사. 그러다 나중엔 욕쟁이 할머니가 되겠지. 

뭐 그런다고 해서 정말 욕을 하겠다는 건 아니고, 뭐든 마음에 쌓아두지 않고 사안에 대해 그냥 명중시켜 버리겠다는 것이다.

사람이 정중동의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가만히 있으면 정말 가마니로 보겠더라. 그래서 그 사람을 앞으로 다시 만날 것 같지는 않아 이메일로 당신이 지금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낱낱이 까발려줬다. 그랬더니 속이 좀 후련해졌다. 까짓 거, 내가 앞으로 세상을 얼마나 더 살겠다고 할 말도 못하고 산단 말인가. 하도 하고 나오는 행색이 우습고 구려서 (아니 구린 것도 아니다. 이건 완전 저능이다.) 한마디로 까줬다. ㅎㅎㅎ 

하지만 그렇다고 잠을 잘 잤던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잠은 못 잤는데 그래도 할 말은 해줬다는 것에서 뭔가 차오르는 쾌감은 있었다. 무엇보다 다시 만날 것도 아닌데 할 말도 못하고 안 만나는 거 보다, 할 말은 하고 안 만나는 것이 낫지 않나?  

그러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난 단순히 욕쟁이가 되려는 게 아니라 싸움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걸 알았다. 상대의 급소를 정확히 알아 명중시키는 사람.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지난 날을 회상하며 그때 내가 좀 참고 있을 걸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을까 후회한 적도 있는데 과거는 과거고, 난 평화주의자는 못 될 것 같다. 평화주의자가 되려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허허거려야 하는데 글쎄 막상 상황에 돌입하면 그게 안 된다. 아직도 덜 여물어서일까? 아직은 싸우는 쪽을 택하고 싶다. 물론 항상 싸우겠다는 건 아니고 적어도 싸워야 할 때는 싸우는.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해야하는 일은 어설프게 사랑하고 평화하는 일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일하고 최선을 다해 싸우는 일인거 같다. 사랑과 평화는 진심일 때만 하는 것이여야 하는 것 같다. 


1-3. 내가 그렇게 아파서 끙끙거리는 동안 나를 위로해 줬던 것들이 있었다.


사실 안 좋은 일을 당할 땐 뭐가 눈에 들어오겠냐만, 특히 책에 눈을 박고 있기는 쉽지가 않은데 나는 요즘 저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 잡고 있는 중이다. 

정말 괜찮은 책이다. 특히 저자의 논조가 뭐랄까, 이 저자야말로 진정한 욕쟁이 할아버지인 것 같다. (실제로 도수 낮은 욕이 등장하기도 한다) 냉소적이면서도 거침이 없고, 정확한 곳을 긁어주거나 냉정하게 찔러준다. 한마디로 직설화법의 달인. 정말 아껴 읽고 싶은 책인데 이 책의 큰 장점은 그렇다고 정말 아껴 읽으면 언제 다 읽을지 모를 정도로 두껍다는 것과 저자가 인세를 포기하는 바람에 말도 안 되게 가격에 사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도 얘기했지만 이건 책 읽는 사람에겐 실로 은총이 아닐 수 없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솔직히 요며칠은 거의 모든 것을 작파하다시피(? 그래봐야 특별히 하는 일도 없다. ㅎ) 하고 보고 있는 중인데 정말 재미있다. 이 드라마는 한마디로 다윗과 골리앗 구조인데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늘 다윗 즉 송중기가 이긴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드라마는 송중기가 아닌 이성민의 드라마란 생각이 든다. 이성민이 진양철 역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난 솔직히 이성민을 보기 위해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나도 나이를 먹었다 싶다. 송중기가 안 보이고 늙은 진양철이 보이다니.ㅠ) 

아, 그러고 보니 영화도 나름 꽤 챙겨봤는데 여기선 생략한다.

아무튼 속상할 때 마음에 드는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보는 건 영혼의 스프를 먹는 것과 같다. 

하지만 속 아플 때 이런 걸로 위로 받기 보단 루틴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더 빠른 회복의 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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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3-04-07 0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드리려 했더니 마음이 안녕하지 못하시네요.
마음이란게 그렇습니다.
좋을 때는 온 세상 바닷물을 다 담아도 될 만큼 넉넉하다가도
속상할 때는 바늘 하나 꽂을 데가 없는게 사람 마음입니다.
따지고 보면 지구별에 잠간 왔다 가는 인생살이가 다 외롭고 고단한 일이지요.
좋아도 한세상 싫어도 한세상 아닌가요.
마음에 담지 말고 세월의 강물에 띄워 보내며 사시길 바랍니다.
재미있는 책과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요.
힘내세요. 스텔라님^^

stella.K 2023-04-07 10:59   좋아요 2 | URL
아, 니르바나님. 저 안녕해요.
저 잘 자고 일어났구요,
오늘은 아침 잠도 길게 늘어지게 잤어요.
저는 잠은 포기하지 못하는 체질이라
며칠 못 자면 며칠은 또 원수 갚듯이 잘 잡니다.ㅋ
그러게요. 정말 좋을 때는 온 세상 바닷물을 다 담아도 될 만큼 넉넉하다가도
속상할 때는 바늘 하나 꽂을 데가 없는게 사람 마음이니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 사람하고 내내 잘 지냈거든요.
알아 온지도 20년이 넘었구요. 물론 드문드문 만나서 그렇지.
알고 보면 분노조절장애자였나 싶더군요.
전 온유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무튼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페크pek0501 2023-04-07 1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살다 보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기곤 하죠. 누구나 그럴 거라고 짐작해요.
저는 후회가 될 때 괴롭더군요. 어떤 땐 참지 못해 말로 확 질러 버려서 후회하며 괴로워합니다.
어떤 때는 바보같이 말 한마디 못하고 참기만 한 게 화가 나서 괴롭고요.
지금 와 돌아보면 어느 쪽을 택하든 저는 괴롭고 후회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알맞은 수위를 모르겠거든요.
괴로울 땐 책도 좋지만 맛있는 음식을 드세요. 배달해 먹는 것도 때론 위로가 된답니다.
자신을 위한 위로의 음식인 거죠. 자신을 사랑해 주기.^^

stella.K 2023-04-07 11:50   좋아요 3 | URL
물론이죠. 먹는 걸 어떻게 포기하겠습니까?
나름 잘 먹고 있습니다.ㅎㅎ
맞아요. 두 가지 다 후회해요.
그런데 그렇게 두 가지를 다 후회한다면 그건 어쩌면
공격본능 보단 방어본능이 더 많은 사람이 그러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전 질러버리고 후회할래요.
이번 경우는 상대가 먼저 불같이 화를 내서 번진 일이거든요.
그 사람이 그런 건 과거에 본인도 뭔가의 일을 겪어왔으니까
그런 거겠지만 그렇다고 제가 그것까지 떠 안고 무한히
인내해 주고 봐 줄 수는 없잖아요.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할 일인데. 안타깝죠.

꼬마요정 2023-04-07 15: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토닥토닥 힘 내시면 좋겠습니다. 감정 없이 객관적으로 사건을 볼 수 있다면 그야말로 정중동의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정말 쉽지 않아요ㅠㅠ 당장 올라오는 그 화나 억울함 때문에 좀 더 멋지게 쏘아붙일 수 있는 걸 그 때 못하더라구요. 그래도 스텔라님 멋져요. 아마 다음번엔 더 잘 지를 수 있지 않을까요? 담에 이런 일 있으면 꼭 이렇게 해야지, 이런 게 쌓이는 게 바로 연륜이지 싶습니다. 사실 바닥을 치고 있을 때도 힘들고 성공을 해도 공허하고... 삶이란 참 어렵네요.

송중기보다 이성민이 눈에 들어온 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ㅎㅎㅎ 예전에 영화 <스피드> 보고 키아누 리브스 좋아서 영화 <드라큘라> 보고 게리 올드만만 봤던 기억이 나네요. 아, <갱스 오브 뉴욕>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때문에 봤는데 영화 보는 내내 다니엘 데이 루이스만 봤죠. 다들 연기가 정말... ㅎㅎㅎ

stella.K 2023-04-07 18:56   좋아요 3 | URL
그렇죠? 정말 요즘은 빛 좋은 주연 빛나는 조연같습니다.
감정이입이 막 되더라구요.ㅋㅋ
무슨 미쿡 드라마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책을 사 보고 싶다는 생각도 막 들어요.이런 스토리는 좀
보고 배울 필요가 있거든요.

위로의 말씀 고마워요.
그러면서 우리는 살아가는 거겠죠?
주말 잘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3-04-07 22: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들과 싸우는 게 잘 안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좋은 게 좋은 거! 그러고 살지만 실은 속은 좀 문드러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확 내지르고 싶은데 가족들에겐 되는데, 밖에 나가면 그게 잘 안되어 뭐랄까요? 좀 제 자신이 비겁하단 생각이 듭니다. ㅋㅋ
그래서인지 전 용기 있는 사람들이 좋아요.
이건 아니다! 논리적으로 빡~~ 두 손 두 발 들게 만들어 버리는 사람 말이죠.
이건 연습이 많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암튼 할 말이 있는데 끙끙 거리지 않고 빡!!!!! 내뱉고 나면 순간 묵은 스트레스는 좀 풀리지 않으셨을까? 싶네요.
이제 시간이란 게 마음을 다스려 주겠죠?^^

그나저나 저 책이 그런 책이었나요?
<세이노의 가르침>이요!
저 책 제 남편이 웬일로 자기 돈을 주고 서점에서 사왔길래, 전 저 책이 경제서적인 줄 알았습니다. 경제서적치곤 제목이?? 그러면서 겉표지만 봤네요. 남편은 주식관련 경제 서적만 좋아하거든요. 아님 자기 계발서만ㅋㅋㅋ
남편이 다 읽고 나면 저도 한 번 받아서 읽어봐야겠군요^^

편안한 밤 되시옵소서!!!

stella.K 2023-04-08 19:02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역시 안 싸우고 평화롭게
잘 사는 거겠죠.
사실 저도 다혈질이라 싸움은 잘 못해요.
어떤 사람은 상대가 화가나면 오히려 냉정한 사람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싸움을 잘하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다시 안 만날 생각하고 싸우는 거고. ㅎㅎ
근데 명백한 건 상대가 먼저 화를 냈다는 거죠.
그럼 벌써 지는 싸움을 하는 거거든요.
싸울 때 화내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반은 이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자기계발서쯤 될 것 같아요.
이 세이노라는 사람 블로그에선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더군요.
책으로 낸 것도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은 거구요.
저는 자기계발서를 잘 안 읽는 편이라 이렇게 싸게 나오고 평도 좋은데
안 읽는 건 반칙이라고 생각합니다.ㅋ
경제나 사회를 보는 식견도 나름 탁월한 면도 있고.
나이 먹으면 어디가서 누가 이런 가르침을 주겠어요?
재미는 있는데 진도는 잘 안 나가요. 마냥 읽어야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책나무님도 좋은 휴일 보내세요.^^

희선 2023-04-08 0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분이 안 좋을 때 위로가 되어준 게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런 것도 없었다면 더 안 좋았겠습니다 사람이 늘 흔들리지 않기 어렵겠죠 하고 싶은 말 하셔서 마음이 편해지셨다면 좋겠네요 저는 별 말 아닌데도 실제 하는 말은 아니고, 이렇게 쓰는 말도 다른 사람 기분 나빴으면 어쩌나 할 때도 있어요 별거 아니어도 그러네요 사람과 사귀는 건 쉽지 않습니다


희선

stella.K 2023-04-08 19:13   좋아요 1 | URL
사실 제가 진짜 위로가 되는 일은 글을 쓰는 일인 것 같습니다.
오래 전 저의 싸부님께서 뭔가의 분노가 있으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분노를 글로 쓰는 거죠.
아, 근데 글 쓰는 건 너무 어렵운 것 같아요.
사람과 잘 지내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바로 10분전까지만 해도 잘 지내다도 바로 10분 뒤에
돌변해서 물어 뜯거든요.
그 사람하고 만나고 헤어진지 3시간이나 지났을까요?
그런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밑도끝도 없이 화를 발칵 내는데 얼마나 황당하던지.ㅋㅋ

yamoo 2023-04-11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네요....어떤 일이 있으셨길래..^^;;
저도 1-1 지인 말에 무조건 동의합니다..ㅎㅎ

세이노의 가르침을 그제 주문해서 오늘 왔습니다. 책이 어떻길래 그리도 좋은 평이 많은지 거들떠나 봐야 겠습니다!

stella.K 2023-04-13 09:46   좋아요 0 | URL
세이노 야무님은 싫어할지도 몰라요.
그냥 기대하지 말고 보세요. 뭐 책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지 않습니까? ㅎㅎ

페크pek0501 2023-04-12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에도 뽑히고 좋습니다.
축하드립니다.^^

stella.K 2023-04-13 09:4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하루요!^^
 
엄마의 정원 푸른사상 소설선 44
배명희 지음 / 푸른사상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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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의 작품집이다. 하지만 작가는 지난 2006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와인의 눈물'이란 작품집이 있다고 한다. 본 작품집은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안정되고도 웅숭깊은 문체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특별히 에로틱한 문장도 자주 보이기도 하는데 솔직히 그 부분은 좀 놀라기도 했다. 


물론 이 놀라움은 나 개인적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문장을 접하면 세 가지 정도로 놀라게 된다. (그것은 실례일지 모르겠는데) 저자가 초로의 삶을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웠다. 뭐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금욕주의자가 되지 않나? 그러다 보면 아무리 작가라고 해도 성애적 표현도 좀 줄거나 에둘러 표현할 것 같은데 상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직설적이다. 그러다 보니 작년 말에 읽은 누구라고 하면 알만한 모 작가가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책에서, 작가라면 성애적 표현을 건너 뛰거나 축소해서 표현하지 말라는 취지의 가르침이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 난 어쩌면 소설가는 되지 못하겠구나 했다. 솔직히 영화를 보든, 소설을 읽던  난 그런 표현들이 불편하고 어색하다. 그런 내가 그렇게 쓸 일도 없지 않겠는가. 아무튼 저자의 문체나 표현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밑줄 긋게 되는 문장도 꽤 있었다. 이를테면,


라면 용기에 젓가락을 넣는 순간에는 모든 구별이 사라졌다.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했는지 부자인지 가난뱅이인지 상관없었다. 모든 것은 뜨거운 국물 속에 녹아들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심장에 차곡차곡 쌓인 소외감과 불만이 더운 국물을 삼키는 동안 희미해졌다. 누군가 부드럽게 등을 쓸어주는 것처럼 편안해지는 거였다. ('광장' 12p)  

또는 이런 문장은 어떤가?

내게는 이미 한도가 넘은 신용카드, 그에게는 내 손을 넣어줄 빈 주머니가 있었을 뿐이다. ('엄마의 정원' 90p)


이런 은유적이며 사유적 문장을 볼 수가 있어 저자가 정말 소설에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작품 저마다 짙은 고독과 쓸쓸함이 베여있어 답답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어떤 작가든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연대를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작가가 40대를 산다면 꼭 40대의 시각으로 글을 쓰고, 60대면 60대 다운 시각과 정서를 가지고 글을 쓴다.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하긴 하겠지만, 그래서 나 개인적으로는 독자로서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작가가 있는데 그건 고 박완서 작가다. 즉 나는 20대 초반 또는 10대 말쯤에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때 또 작가는 한창 열심히 작품을 써 내기도 했다) 박완서 작가가  글 잘 쓴다는 건 알겠는데 그 나이에서 오는 사고의 폭을 좀처럼 따라잡지 못했다. 그런 채 작가는 노년까지를 자신의 작품 속에 그렸을 것이고,  나는 그 무렵부터 작가를 잊기 시작했을 것이다. 근데 참 이상하지. 청(소)년 때는 중년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중년이 노년을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지금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 가장 기대가 된다.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저자의 작품은 노년의 삶을 정면에서 그리거나 어떤 식으로든 작품 속에서 표현해 주고 있는데 지금은 너무 절절하리만치 이해가 간다. 그건 당연하다. 청년은 노년을 잘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중년은 곧 도달하게 될 삶이고 우리의 부모가 이미 도달한 삶이기에 예사롭지가 않다. 


어쨌든 그러면서 작가는 인간 전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종차별의 문제라든지, 푸어 하우스의 문제, 재건축과 왕따의 문제 등등을 날카롭고도 노련한 문체로 다루고 있다. 작품을 읽으면서 역시 작가는 이렇게 사회 전반을 돌아보면서 소외의 문제를 대신 읊어주는 얼리버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한편 드는 생각은,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작가의 책이 과연 얼마나 알려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나마 한류의 영향일까 아니면 매스컴의 영향일까. 우리나라 작가들이 국내외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젊은 작가나 문청 때부터  이름을 널리 알려 온 일부 작가의 일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가 힘든 것 같다. 보통 작가의 글은 나이 들수록 농염하고 잘 쓸 수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건 또 어쩌면 작가의 체력과도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젊은 작가들은 집중력도 좋고 왕성하게 글을 쓸 수 있지만, 나이 들수록 글은 신중해지는 것 같다. 건강도 예전만 같지 않고. 그러니 젊은 작가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일견 당연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꼭 일반적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엔 좀 의문이 남기도 한다. 중노년의 작가도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걸 수시로 보여주고, 문학이나 출판계도 그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 


사실 독자의 입장에서 전반적으로 저자의 문장이나 필력은 인정하지만, 그 짙은 고독과 쓸쓸함은 감당하기가 좀 힘들었다. 독자는 단순하다. 심각한 거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조금 더 다른 논점과 관점에서 독자의 시선을 끌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작가의 건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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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4-01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문학에도 많은 작가가 나오는데 그들의 글을 제대로 못읽어내는게 좀 미안할 때가 많아요. 스텔라님처럼 이렇게 읽어주는 분이 있어 이렇게 또 새로운 작가를 만나기도 하네요. 라면용기 속 젓가락의 표현 참 좋네요. ^^

stella.K 2023-04-02 18:25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 우리나라 작가를 우리나라 독자가 애정해주지
않으면 누가 사랑해 줄까요? 그런데도...ㅠㅠ
표현 좋죠?^^

moonnight 2023-04-02 0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 K님^^ 저도 같은 지점에서 나는 소설가는 못 되겠구나 생각했었네요. 물론 될 능력부터 전혀 없지만서도요 ㅎㅎ^^;;;;;
죄송하게도 첨 들어보는 작가와 책이에요ㅠㅠ;;;;

stella.K 2023-04-02 18:28   좋아요 0 | URL
ㅎㅎ 원래 능력이 없겠습니까?
마음이 없는 거겠죠.
제가 글공부했을 때 에로틱하게 쓸려고 하니까 진짜 쓰더라구요.ㅋㅋ
하지만 다시 못하겠더라구요.ㅠㅠ

페크pek0501 2023-04-02 0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이 리뷰다운 리뷰를 쓰셨다고 봅니다. 잘 쓰셨네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 중 잘 쓰는 작가들이 많지요. 그럴 경우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건 실력만 필요한 게 아니라 운이 따라야 한다, 겠지요. 잘 쓰는 것과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별개 문제인 듯.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갖추기도 쉽지 않고, 문장이 좋으면서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도 쉽지 않죠. 그래서 특히 소설은 늘 고지에 자리 잡은 무엇으로 여겨지곤 해요.
해서 소설을 좋아하지만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너무 어렵거든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23-04-02 19:02   좋아요 1 | URL
잘 쓰는 것과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별개라는 말
백번 동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작가들은 조금이라도 그 거리를 좁힐 가능성이
많겠지만 나이든 작가는 그런 거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내가 쓰고 싶은대로
쓸 수 있는 장점이 더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어찌보면 우리나라 작가는 조금 더 이기적이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눈치 보지 않는 작가.
에효, 말은 이렇게 해도 쉽지 않겠죠?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2023-04-02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2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23-04-02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명희 작가님이 스텔라님의 이 리뷰를 보면 힘이 불끈 나겠는데요.
자고로 자기를 알아주는 분이 최고니까요.
문학지망생들 최고의 등용문이었던 신춘문예를 통과하는 많은 분들 중에서
문예지에서 다시 작품을 청탁받아 다음 작품을 출간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소설가로 일가를 이루기도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기는 알라딘 이달의 리뷰도 아무나 뽑히는게 아니니까요.^^

stella.K 2023-04-03 15:58   좋아요 1 | URL
아유, 그 무슨…ㅎ
그런데 그런 말이 있긴하더군요, 좋은 작품을 쓰기보단 많이
써 보라고. 그게 결국 작가를. 만드는 거라고요.
사실 관심을 받지 못하면 위축되서 안 쓰게되기도 하거든요.
그걸 뛰어넘기가 참 쉽지 않은 거 같아요.ㅠ

레삭매냐 2023-04-03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보니 오래 전에 나온
천명관 작가의 <고래>가
서구에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아
요.

좋은 책이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독자들에게 널리 알
려지지 않아 사장되는 책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책과 독자와의 만남 그리고
흥행, 어쩌면 운명일 지도요.

독자는 단순하다, 공감합니다.

stella.K 2023-04-03 17: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인가 후보에 올랐다는 얘기들었는데 아직 발표 안났나요? 읽어보진 않았지만 시나리오
를 썼던 사람이라 잘 썼을 것 같아요. 한강 작가 이후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합니다.^^

yamoo 2023-04-04 14: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이 리뷰쓰신 엄마의 정원이네요. 스텔라 님두 읽으셨나봅니다. 배명희 작가가 글을 잘쓰는가 봅니다. 글을 잘쓰는 것과 소설 작품이 좋은 건 저는 별개로 생각하는 1인지라..
서사가 없고 문체만 좋은 한국 작가들을 많이 봐서뤼..--;;

한국소설은 더이상 읽지 않기에 이 소설이 좋은지 안좋은지 확인할 길이 없네요...단지 스텔라 님 리뷰로 좋은 건가 보다..생각하고 있겠슴돠~~ㅎㅎ

stella.K 2023-04-04 18:41   좋아요 1 | URL
그래도 우리나라 작가를 많이 사랑해 주세요.ㅠㅠ ㅋ
 


#문동챌린지 #문동책장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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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3-29 1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출판사의 책으로 읽었지만 부활, 노인과 바다, 를 읽었지요.
부활이 꽤 분량이 많아 보이네요. 저는 축약된 책으로 읽은 모양입니다. 한 권짜리인 걸 보니...
즐거운 독서 하시길... 저는 앞으로 세이노의 가르침, 을 읽을 겁니다. 두꺼워서 보기만 해도 뿌듯한 책이죠.^^

stella.K 2023-03-29 19:15   좋아요 1 | URL
아, 세이노의 가르침 저도 조금 읽었는데 좋더군요.
문체가 톡톡 튀면서도 색다른 통찰을 줘서 저자의 내공이
남다르구나 했어요. 저도 틈나는대로 읽어보려구요.

맞아요. 저도 성인이 되서 읽은 부활은 한 권짜리였어요.
범우사였던 것 같은데...
문동은 한 권이 400페이지 가량되요.
뭐 아무래도 옛날이고 러시아 상황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니
다 이해하며 읽은 건 아니지만 남자주인공 네흘류도프만 쫒아도
좋더라구요. 매력적이예요. 현실에서 만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겠지만. ㅋ

아, 사진은 올해 문동 30주년이라고 이벤트하는 거예요.
SNS에 인증샷을 올리고 주소 알려주면 책갈피를 준다네요.
이달 말까지니까 얼마 안 남았죠?
몇권 더 있는데 그것까지는 차마 못 올리겠어요.
그럼 책탑이 무너지는 사태가...ㅋ

yamoo 2023-04-04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솔 벨로....이 작가의 책은 죄다 지루하더라구요. 부활은 저도 문학동네판으로 읽었습니다만 타출판사 것두 사두었습니다. 부활은 진짜 명작이라 생각하고, 톨스토이의 삶...그 자체같아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에요~~ㅎ

stella.K 2023-04-04 19:01   좋아요 1 | URL
그래도 저 이 책으로 지난 달에 이달의 리뷰 당선되서
적립금을 챙겼다는 거 아닙니까? ㅎㅎ
그때 야무님 솔 벨로의 책 아무래도 팔아야할 것 같다고 쓰셨는데
파셨나요?
미쿡 작가의 책이 좀 호불호가 많더라구요.
저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좋다고 하는 것 같던데...ㅋ

yamoo 2023-04-05 17:08   좋아요 1 | URL
솔 벨로의 책을 아무도 안사더라구요..--;;
그냥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ㅎㅎ

미국 작가의 책들중 맥스웰이나 윌리엄 트레버의 책들은 정말 좋습니다. 카버의 단편집들도 좋구요. 헌데 너무나 많은 작가들이 있어 선별하기도 힘들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