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나사의 회전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6
헨리 제임스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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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현대어로 풀어 썼다는 '시카고플랜'이란 기획 시리즈 중 하나다.  

시카고플랜이란 1929년 시카고 대학 제5대 총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호킨스가 ‘철학 고전을 비롯한 세계의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을 시키지 않는다’는 취지에 ‘존 스튜어트 밀’식의 독서법을 적용한 고전 철학 독서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이걸 처음 들었을 때 가히 악마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단 한 권의 고전도 제대로 읽기 어려운데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으라니. 미친 독서법 아닌가. 그런데 문득 존 스튜어트 밀식 독서법이라는 게 뭔지 궁금해졌다. 그건 첫째, 쉽게 쓰인 책을 읽는다. 둘째, 고전을 통독한다. 셋째, 고전을 정독한다. 넷째, 정독하며 필사한다는 것이란다. (오늘날엔 필사에 대한 의견이 좀 분분하다.) 즉 이 독서법을 로버트 호킨스는 자신의 대학교 학생들에게 적용해서 삼류대학에 지나지 않던 대학을 지금의 최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명문 대학으로 만들었고, 그것을 일명 '시카고 플랜'으로 부른다는 것.    


그러니 솔직히 작품보다는 이 시리즈 자체에 관심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어느 때고 고전이 즐겁게 읽힌 적은 거의 없다. 배에 힘을 똭 주고 읽어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게 고전이다. 평소 쉬운 말로 나온 고전은 없는 걸까 불만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실력 없는 목수가 연장 탓한다지만, 영원한 고전이라던 성경도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고전이라고 그러면 안 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그 마음을 알아주듯 이렇게 풀어쓴 고전이 나와주니 반갑다. 


이번에 읽은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은 평소 읽고 싶었다기보다 이 시리즈를 알고 싶어 읽었다. 내용에 대해서는 잘 나와 있고 이미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리뷰에서 자세히 다뤘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헨리 제임스는 19세기 리얼리즘 소설의 대가이자, 20세기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정도는 알아 둘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현대 심리 소설을 그중에도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했다는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분명한 건, 기존에 나와있는 이 작품의 번역본이 어떤지 나로선 비교불가이긴 한데, 이 책 자체로는 막힘없이 잘 읽히긴 했다. 그러니 존 스튜어트 밀 독서법이 추구하는 첫 번째 쉽게 쓰인 책을 읽는다는 것엔 부합하는 것 같다. 그렇게 첫 번째 단추가 꿰어지면 나머지도 어렵지 않게 따라올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 하나로만 보자면 재미는 별로 없다. 그게 추리나 심리 스릴러를 잘 즐기지 못하는 나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탓도 없진 않아 보인다. 이미 후대의 작가, 영화감독, 드라마 연출가에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줬으니 그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을 즐기다 새삼 그것의 원조격인 작품을 읽고 감동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솔직히 고전 대부분은 지루하지 않은가. 물론 그 지루함을 넘어서야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고전 100권을 달달 외워야 졸업하는 대학이 있다는 것도 놀랍긴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해 보면, 내가 언제 한 번 책을 그렇게 해지고, 뚫어지고, 달달 외워본 적이 있었던가. 그 졸린 성경도 지금까지 20번이나 채 읽었을까 싶다. (내가 그쯤 읽었다고 놀라지 않기를 바란다. 이 지구상엔 수십, 수백 번 읽은 사람도 많으니.) 지금도 여전히 읽고 앞으로도 계속 읽을 거긴 하지만 솔직히 좋아서 읽는 건 아니다. 물론 그렇게 읽다 보면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있긴 한데 그런 걸 발견할 때마다 왜 이 구절이 지난번엔 눈에 안 들어왔을까 싶은 때도 많다. 이렇게 영원한 고전이라는 성경 한 권도 아무리 읽어도 달달 안 외워지던데 과연 졸업할 때까지 100권을 읽는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성공하든 못하든) 그렇게라도 해서 고전을 독파한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긴 하겠다. 고전을 읽으라는데 일부러 읽기는 쉽지 않다. 공부도 한때라고 이왕 해야 하는 거라면 가급적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는 게 좋겠지. 성경 구절을 외우는 것이 좋다고 해서 사춘기 시절 그나마 몇 구절 외운 적이 있다. 그건 정말 잊고 있다가도 생각나기도 한다. 하지만 성인이 돼서는 굳이 뭔가를 외우고 살 필요가 없다 보니 외우는 뇌는 점점 퇴화되었다. 더구나 들고 다니는 컴퓨터라는 스마트폰이 생기고부터는 외울 필요성을 더 못 느끼고 있다. 힘들이지 않고 열심히 하지 않는 건 공부가 아니다. 그건 금방 잊힌다. 봐라. 옛날 초등학교 때 전과 보고 베낀 숙제 치고 기억에 남는 거 하나 있나. 언제 적 얘기를 하고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몇 년이 되었건 가장 빨리 교과 과정을 잊었다는 것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니의 공부와 독서를 반성해 본다. 어떤 작가는 까뮈의 <이방인>이 좋아 지금까지 몇십 번을 거듭해 읽었고, 각 번역본을 다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내가 어느 때 한번 그런 적이 있는가. 좋은 책인 줄 알면서도 두 번 이상 읽은 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처음엔 어떻게 시카고 플랜처럼 읽을 수 있어했는데 공부엔 왕도가 없다. 성경이든, 고전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그 누구든 거듭해서 읽고 또 읽고 그야말로 책이 구멍이 나도록 읽는 것밖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난 시카고 플랜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또 그런 의미라면 이 시리즈는 별 다섯 개를 주는 것이 맞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내용은 지루할 수 있으니 읽을 사람은 신중하라는 의미에서 별 하나를 감한다. 계속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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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12-08 1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카고 플랜‘이라니 필사의 힘이 대단하긴 한가 봅니다. 생각해보면
영화에서 영미권 대학을 배경으로 한 장면을 보면 역사의 주요 사건들을 년도,날짜까지 줄줄이 외우는거 대단해 보이더군요. 그런데도 재독보다는 늘 새로움에 눈길이 가는 저는 아직 멀었나봐요ㅎㅎ 스텔라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22-12-09 09:56   좋아요 2 | URL
필사에 대한 긍정과 부정론이 있는데 존도 그렇고
호킨스도 그렇고 옛날 사람이니 긍정하겠죠. 근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듭해서 읽어야 한다는 것엔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래요. 새로운 책이 자꾸 나오니 눈이 그리로 돌아가요. 그래도 노력해 보려구요. ㅋ
잘 지내죠, 미미님?^^

서곡 2022-12-08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씨서재로 들어오니 빨간 크리스마스시즌 스킨이 근사합니다!

stella.K 2022-12-09 10:01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알라디너들 PC로 잘 안들어 오시죠? 전 스맛폰과 놋북을 같이 쓰고 있어서 가끔 벽지를 바꿔 줍니다. 빨간 성탄벽지는 저도 첨 써 보는데 분위기가 나쁘지 않네요. 서곡님은 크리스마스 장식 안 하시나요?^^

서곡 2022-12-09 10:17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작성할 때는 피씨로 합니다 / 스킨 바꿨습니다 덕택에 업되어 ㅎ 연말 잘 보내시길요!

Falstaff 2022-12-08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헨리 제임스 좀 읽었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인간인데요, 읽은 제임스 가운데 가장 짧은 분량이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 <나사의 회전>이었습니다.
제임스의 원작도 그러하거니와 이걸 오페라로 만든 벤자민 브리튼을 감상하면서도.... 뇌가 완전히 뒤집히는 줄 알았습지요. 근데 이걸 막힘 없이 잘 읽으셨다니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시카고 프로젝트는 벌써 90년 전 이야기니까 뭐 그리.... ^^;;

stella.K 2022-12-09 10:56   좋아요 1 | URL
그렇다는 말이 있긴하더라구요. 근데 이 책은 비교적 무난하게 잘 읽혀요. 하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독서라면 비추에요. 추리 보단 스릴러라고 보는데 뭔가 있을것 같은데 결국 김 빠지게 끝나니까 재미가 없더라구요. 그럴바엔 히치콕 영화를 보는게 낫죠.
아, 이 시카고플랜이 90년된 거군요. 그럼 울나라엔 너무 늦은거네요. 그래도 기대는됩니다. 저는 고전울렁증이 있어서요.
근데 뇌가 뒤집히는군요. 😆

기억의집 2022-12-09 0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을 게 많고 볼 게 많아서 한번 이상은 잘 안 읽거든요. 과학책 빼고. 소설은 재독이 별로 없는데 우리 애들은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그래요. 그래서 나름 전문성을 발휘 하더라고요. 몇년 전에 핸리 제임스 책 읽을 때 나사의 회전 읽었어요. 나름 괜찮게 읽긴 했는데… 그렇다고 인상적이지 않었어요. 이 외 한 두편 더 읽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고전을 아예 안 읽기로 해서. ㅎㅎㅎ

stella.K 2022-12-09 10:57   좋아요 0 | URL
오, 영특한 자제를 두셨군요. 전 재독, 삼독하는 사람들 보면 부럽더라구요. 과학책이면 어떻습니까? 전 과학책 좋아하시는 기억님 부럽습니다.
맞아요. 고전은 고전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죠.ㅠ

페크pek0501 2022-12-13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겨 아주 좋습니다. 눈에도 확 뜨이고...
탁상 달력, 저도 두 개 챙겨 놓았지요. 새 달력을 받을 땐 설렘이 있는 것 같아요.
내년에 또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모두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빕니다.
스텔라 님께도...

stella.K 2022-12-13 18:22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죠? 전. 빨간색은 강해서 안 썼는데 써 보니까 괜찮네요.
빨간 거 좋아하면 나이들었다고 하는데…ㅋㅋ

그러게요. 전 올해 무탈한 편이었는데 과연 그러고 안도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무탈하면 행복한 거라고 하더군요.
언니도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요, 평안하고 복된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0. 오늘 드디어 첫눈이 내렸다.

어떤 사람은 며칠 전에 첫눈을 봤다던데, 내 눈에 첫눈은 오늘 내린 눈이다. 제법 함박눈이던데 다행인 건 잠시 내리다 그쳤다는 것.


1. 국뽕이 차오른다는 말

요즘 시중에 떠도는 말중 하나라고 한다. 월드컵에 우리나라는 비록 16강에 만족해야 했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이 선전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는가. 뭔가 자긍심이 솟아 오르고. 그때 쓰는 말이라고 한다. 예전에 국뽕은 국수주의를 우습게 부르는 말 아니었나? 별로 쓰임새가 없을 줄 알았는데 역시 말은 돌고 도는가 보다.

   

2.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승자다

유발하라리가 지금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보면서 그런 말을 했단다. 러시아는 이미 진 전쟁을 하고, 우크라이나는 이긴 전쟁을 하고 있다고. 그건 바로 이야기 때문에 그렇다. 러시아의 푸틴은 별로 할 얘기가 없는 반면, 우크라이나의 젤린스키 대통령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이제 전쟁의 승리는 무기의 우열로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가진 쪽이 승리하는 거란다. (그래서일까? 우크라이나는 역대 어느 나라 전쟁 보다 우방의 협조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건 분명 전쟁에만 국한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이제 세계적인 경기에서 1, 2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느 나라, 어느 팀, 어떤 선수가 어떤 이야기를 더 많이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팀은 어느 대회, 어느 나라 못지 않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 냈다. 지난 번 올림픽도 그렇고, 이제 뉴스 보도는 점점 그런 쪽에 포커스를 맞추는 모양새다. 뭔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은 또 이를 위해 더 높이, 더 멀리 뛰겠지. 그게 맞는 것 같다. 단지 좀 아쉬운 건 우리나라 선수의 활약상만 전하지 말고 다른 나라 선수나 팀에 대해서도 좀 전해주면 좋겠다. 


3. 여자는 나이들면 남성 호르몬이 나와서 터프해진다고도 하던데 그거 좀 뻥인 것 같다. 나는 나이들수록 눈물이 더 흔해지는 것 같다. 솔직히 난 이번 월드컵 경기를 단 한 차례도 생중계로 본적이 없다. 점점 심장이 쪼그라 붙는지 봐 줄 수가 없다. 다음 날 뉴스를 본다든가 누구한테 들어서 알 뿐이다. 16강 진출 확정도 누구한테 들어서 알았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눈물 한 줄기가 뚝 떨어지더라. 얼마나 고생을 많이했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엊그제 <코다>를 봤다. 

꽤 괜찮은 영화였다. 시종일관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는. 그런데 이 영화도 엔딩 장면이 뭉클해 결국 또 눈물 한 줄기 폭발했다. 까이 꺼, 대학을 집에서 먼 곳으로 가게 되서 그곳 기숙사로 가는데 여느 평범한 부모 자식지간이라면 그들의 이별이 그렇게 뭉클할까? 부모나 자식이나 자유와 해방을 만끽하겠지. 그런데 농인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은 그러지 못하는구나. 그나마 어메리칸 정서라 그 정도지 울나라 같으면 조금 더 처절하게 그리지 않았을까. 

차별금지법이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한 줄 아는데 역시 사람 마음 어디로 안 가는 걸까? 농인 가족이라고 루시를 따돌리고 놀리 걸 보면.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리메이크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갔다면, 원작은 칸느 영화제 작품상에는 갔을까?

 

그 프랑스 영화는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이 책은 언제 우리나라에 번역출판돼 또 언제 소리 소문없이 절판이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4. 등을 쓰다듬어 주세요


내친김에 <동주>도 보았다. 4번짼가 5번째쯤 보는 것 같은데 언제 봐도 참 애잔한 영화다. 영화를 볼 때마다 잊히지 않은 장면이 나오는데, 윤동주의 어머니가 연희전문으로 가게된 그에게 밀전병이 든 도시락을 건네 주면서 아들의 교복 입은 등을 먼지라고 털어주는 양 훑어주는 장면이다. 

설정된 장면이었까? 아닌 것도 같고. 어쨌든 그게 참 짠하면서도 뭉클하다. 사랑하는 아들을 멀리 보내는 아쉬움, 가서도 열심히 공부하라는 격려가 그 쓰다듬음에 묻어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동주는 한편 등이 시원하면서도 따뜻했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 부모의 격려와 응원을 받는 자식은 결코 삐뚤어지지 않을 것이다.


암튼 난 또 그런 쓰다듬을 언제 느껴봤나 싶기도 하다. 어렸을 땐 여기저기 격려차원에서 토닥임을 받지만 나이들면서 점점 그런 손길을 못 받은 것 같다. 그리고 새삼 누군가 힘들고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등을 쓰다듬어 주라고 말하고 싶다. 어색하면 동주 어머니처럼 등에 묻은 먼지나 실밥이라도 털어주는 시늉이라도 해라.


다시보니 카메라 감독이 동주(강하늘 분)의 복잡하고 소심한 표정을 시종 잘 잡아냈구나 싶다. 특히 강제로 머리를 잘리는 장면 이후의 동주의 가면 갈수록 우울하고 외로운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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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2-06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주는 몇 번을 봐도 참 좋은 영화예요^^ 디테일이 살아있달까. 볼 때마다 새로운 게 보이더라구요. 정말 쓰다듬이 필요한 요즘이에요^^

stella.K 2022-12-07 10:20   좋아요 2 | URL
가까운 사이라면 등을 쓰다듬어 주는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자기가 자기 등을 쓰다듬어 줄 수는 없잖아요. 그게 건강에도 좋고 마음에 안정도 되고 그런 거 같아요. 많이 해 보세요. 화가님 복 받으실걸요?ㅎㅎ

북프리쿠키 2022-12-06 2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보면서 눈물 꽤나 흘리는 편입니다 ㅎㅎ

stella.K 2022-12-07 10:21   좋아요 1 | URL
쿠키님은 여성호르몬이 벌써..? ㅎㅎ

페넬로페 2022-12-07 14: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말이 넘 맘에 와 닿습니다.
코다와 동주를 아직 보지 못했는데 조만간 꼭 봐야겠어요. 동주에서 강하늘배우보다 박정민배우가 더 부각된 것 같았는데 저는 강하늘 배우 팬이거든요^^

stella.K 2022-12-07 17:00   좋아요 2 | URL
오, 강하늘 팬 찌찌뽕이로군요.ㅎㅎ 강하늘 좋아하는 분 많네요. 프레이야님도 좋아하시는데 저한테 양보해 주셨어요.🤣 동주 꼭 보세요. 애잔함이 뚝뚝 떨어집니다.ㅠ

mini74 2022-12-08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다에서 아버지역으로 나오신 분 상 받으실때 윤여정님이 트로피 들어준 장면 감동이었어요. 저도 코다 재미있게 봤어요. 케이블에서 미라클 벨리에도 같이 해줘서 봤는데 코다가 좀 더 밝은 느낌 ?! 이었어요 *^^*

stella.K 2022-12-08 15:12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전 미라클 벨리가 좀 기대가 되긴 합니다.
솔직히 전 아메리칸 정서 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요.
아버지 역으로 나온 분 영화에선 정말 어부스럽긴한데
보기엔 좀 부담스럽더군요. 근데 시상식에선 깔끔해서 놀랐어요.
손으로 반짝반짝 흔드는 것도 인상적이죠?
근데 아는 배우가 하나도 없어요. 엄마역을 맡은 배우는 낮설지 않던데
누구랑 비슷하게 닮은 거지 그 배우는 아니더라구요. 거 누구지..?
헬렌 뭐라고 하는 것 같던데...암튼.ㅠ

늘 열심히 좋아요 눌러주시는 미니님, 사랑합니다.
손 반짝반짝~ㅎㅎ

레삭매냐 2022-12-08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구만큼 내셔널리즘으로
과몰입하게 맹그는 스포츠
가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4년만에 펼쳐지는 국뽕의
향연, 그냥 그 순간을 즐기
고 또 잊어 버리겠죠.

stella.K 2022-12-09 10:3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같은 공이라도 농구, 배구는 안 그러는데 말입죠. 근데 월드컵 남자는 되면서 왜 여자는 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자는 이제 시작이니 또 백년쯤 기다려야겠죠?🤣

기억의집 2022-12-09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젤란스키를 좋게 평가 하지는 않아서… 푸틴은 미친놈이고요. 전 요즘 윤 생각하면 너무 열 받아서.. 완전 검찰 독재국이 된 것 같아요. ㅠㅠ 미국이나 어디든 부모 자식간 애정은 비슷하더라고요.

stella.K 2022-12-09 10:50   좋아요 0 | URL
아유, 내 나라 대통령도 좋아하기 힘든데 남의 나라는 무슨ᆢ 근데 푸틴하고는 이미지가 다르긴 하잖아요. 그는 몸 바치는데 푸틴은 근엄하게 앉아서 잘난 척하는게 영 볼썽 사납죠. 그리고 원래 강대국과 조그만 나라가 싸우면 절대로 강대국 응원 안해요.
그렇죠. 동서고금 막론하고 부모 자식 사랑은..!

2022-12-13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0. 밤에 눈이 왔다는데 원래 첫눈은 알 길이 없게 오는 법. 내 눈에 띄는 첫눈은 언제쯤 발견될지 모르겠다. 오늘은 어제보다 풀렸다고는 하는데 그래봐야 겨울. 움츠리게 된다. 


1. 이제 동네 붕어빵 장사는 더 이상 장사를 하지 않을 모양인가 보다. 해마다 11월 말 정도면 붕어빵을 개시하던데 올핸 12월이 시작됐는데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작년만해도 덤 없이 천원에 세 개하던데 지금은 천원에 한 마리 주는 곳도 있다고 하니 아예 장사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가 보다. 아니면 쥔할머니가 어디가 아프거나. 


우리야 겨울 한철 동안 2번 많으면 3번 정도 밖엔 안 먹긴 하지만 그래도 겨울이면 생각나는 게 붕어빵인데 이제 그것을 파는 광경을 볼 수 없다니 좀 아쉽긴 하다. 이런 것도 좀 장인으로 보호해 주고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뭐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장인은 너무 심했나? 솔직히 붕어빵 우리나라에서나 팔고, 해외에 혹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 우리나라에서 나간 거 아닌가. 그럼 국가 브랜드 아닌가. 이게 사라지면 좀 섭섭할 것 같다. 물론 아쉬우면 인터넷 뒤져 사 먹으면 되긴하다. 그렇잖아도 비대면 시대 아닌가. 그래도 옛날부터 이어져 온 정취라는 게 있는데 좀 쓸쓸하다.


2. 또 붕어빵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붕어빵 할머니가 더 이상 장사를 하지 않는 건 밀가루 폭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밀가루 정말 흔했는데. 마진이 남지 않는다고 해서 아예 장사를 시작도 않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어느 모임에 가니 그곳 캡틴이 어디서 얻어왔다며 어느 제과점 단팥빵 한 봉지를 내놓았다. 무슨 제과점인지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팥이 듬뿍 들어간 게 되게 실해 보였다. 근데 빵이 상당히 얉았다. 뭐 비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밀가루를 적게 쓰고 대신 팥으로 채운 느낌이다.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닭 대신 꿩이라고나 할까. 누가 생각해도 밀가루 보다 비싼 게 팥 맞지 않나. 그런데 그 상식 같은 게 깨진 것 같다는 느낌인 것이다.


하긴, 어제 요즘 사회적 지탄과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 가서 식빵 두 봉다리를 사긴했지만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그 젊은이에겐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ㅠ 잘못은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사측에 있는거지 이름만 빌려 쓰고 안 그래도 쎄 빠지게 일하고 먹고 사는 점주가 무슨 죄란 말인가.) 사면서 단팥빵을 우연찮게 보니 예전만 하던가 좀 작아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모임에서 먹은 그 단팥빵은 그 제과점만 있는 거 같긴하다.  


아무튼 붕어빵이나 단팥빵이나 보고 있자니 참 우리가 쉽지 않은 세월을 살고 있구나 싶기도 하다. 참고로 우린 우리집 가장 덕분으로다 가끔씩 호도과자와 안흥찐빵을 주문해 먹는데 그 때문에도 붕어빵을 사 먹을 기회를 더욱 차단 당해 온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도 붕어빵 생각 날 때마다 대신 호도과자를 더 열심히 사 먹게 될 것 같다. 이만하면 닭 대신 꿩 맞지 않나. 그 확인되지 않은 유명한 마리 앙트와네트의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이라고 했던 말도 생각나고.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녀의 시대엔 가능하지 않았겠지만 이 시대는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3. 요즘 아침이면 한동안 보지 않았던 K 본부의 <인간시대>를 다시 보곤한다. 이 프로가 한 30년 넘은 장수 프로인 걸로 아는데, 초기엔 보다가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것 같아 꽤 오랫동안 보지 않았다. 그런데 나도 나이를 먹었을까, 다시 보니 그도 볼만하고 사람이 꽃이라더니 과연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주 전엔 어느 70대 노부부가 밭농사를 하면서 2년제 중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모습이 나왔다. 할아버지는 내년이면 8순을 맞이해서일까? 공부엔 딱히 뜻이 없는데 곧 70대 중반에 돌입하는 할머니는 뒤늦게 한글을 깨우치고 새 인생을 살고 있다. 말하자면 할아버지는 그냥 할머니 병풍이 된 셈이고, 그 학교는 비슷한 사연을 가진 만학도들의 배움터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그렇게라도 공부를 마치면 좋은 거지 뭐. 


아무튼 그걸 보니 나도 다시 학교를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물큰 들었다. 물론 배우는데 나이가 상관이 없다고는 하지만 공부는 오히려 나이들어 해야 효율성이 더 놓이지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나는 어렸을 때 학교를 정말 싫어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싫다기 보단 두려워 했던 것 같다. 아침에 눈만 뜨면 학교 갈 생각에 오늘 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한숨으로 시작하곤 했다. 잘하면 칭찬을 받지만 못하면 회초리감이다. 그리고 난 결코 후자면 후자지 전자는 못 됐다. 그나마 친구 사귀는 재미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딱히 그럴 재주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학교를 졸업하고도 한동안 시험에서 정답을 못 써 발을 동동구르는 악몽도 꽤 꿨다.


그런데 지금은 나이도 들었고 그동안 누구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름 산전수전 겪을만치 겪었으니 세상을 보는 눈도 생기고, 무엇보다 이제 인생을 아껴야 할 때 아닌가. 다시 공부하면 정말 재밌게 공부할 것 같다. 그 프로를 보니 삼삼오오 조금씩 간식들을 싸 와 서로 나눠먹고 의 좋은 형제 자매들마냥 소풍 나온 분위기로 공부하더라. 나 때 저런 분위기가 어디 있는가? 경쟁심만 시퍼렇게 살아서 우열을 가르고 가능성 있는 놈들만 살아살리고 나머지는 학교 제정 충당원들로 만드는 게 다지.졸업장은 줄께 하는. 


뭐 그런 게 아니어도 중고등 과정은 다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도대체 학 과정이 나 때랑 달라지면 얼마나 달라졌는지 문득문득 알고 싶을 때가 있다. 위의 경우는 만학도들의 모임이지만 어떤 만학도는 진짜 사춘기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도 하더라. 그건 왠지 용기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렇게 섞여서 공부하면 서로 뭔가 윈윈이 될 것 같다. 앞으로는 공부하는데 나이 제한 초입학, 재입학 뭐 이런 거 따지지 말고 원하면 언제든지, 어느 과정이든 공부할 수 있는 뭔가 획기적인 학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게 또 얼마 전 읽은 그 알량한 세계사를 읽은 효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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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2-12-04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변명인 것 같지만
예전의 학교는 숨막히고
쌤은 농띠에 폭력이 난무하는 군대와 비슷해서
공부에 흥미를 붙일수가 없었음.
돌이켜보면 간혹 다정히 잘 가르쳐주는 쌤들 성적은 좋았네요 ^^
공부든 운동이든 70-80대도 멋진 분들 너무 많아서
텔라님 하고싶은거 있음 저지르세요 응원합니다!!

stella.K 2022-12-04 18:1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정말 나쁜 선생님만 계셨으면 학교 못 다녔을 거예요. 또 친한 친구도 몇있었으니까 다닐 수 있었죠. 정말 그 시절엔 학창시절이 무슨 의민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학교에서 하라는대로 쫓아하기 바빴지.
저야 생각만 그렇지 안빈낙도가 취미인걸요.ㅋㅋ
그래도 응원은 고맙습니다.^^

바람돌이 2022-12-04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서요 스텔라님
하루 6~7시간씩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는거 불가능합니다. 체력좋고 유연성좋은 애들때나 그거 하지.... ㅎㅎ 학교의자 옛날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불편해요. 허리 아작납니다. ㅎㅎ

stella.K 2022-12-05 11:53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니까 학창시절은 한번으로 족한거로군요. 고맙습니다. 허리 걱정해 주시는 분은 바람돌이 님 밖에 없어요. 맞아요. 한 10년도 더 됐나? 무슨 일로 어느 중학교 학습에 참관한적이 있는데 책걸상이 낮고 조그맣더군요. 내가 중학교 때 이렇게 작은 책상에서 공부했나? 놀란 적이 있었죠. 바람님 말씀 들어 안빈낙도 하는 걸로.😆

2022-12-05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5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2-12-05 19: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스텔라님은 공부를 하고 싶으신 거군요.
좋은 방법이 있어요. 요즘 고교 교과서가 일반 교양서처럼 매우 잘 난와 있습니다. 한국사, 세계사, 사회문화, 법과정치, 철학, 논리학 등등 교과서를 구해서 읽어보세요. 정말 쉽고 유익합니다.
전 중고책방에서 교양에 대한 뭔가를 끄적거리기위해 교과서를 다 사서 읽었는데요, 아주~~~ 좋습니다. 가격도 5천원 미만이고, 중고책방에서는 3천원두 안합니다. 두깨는 200페이지 내외.
전 고교 교과서들을 강추합니다. 읽고 리뷰쓰고 생각하기 풀어보면 그게 바로 교양공부인자 인문 공부더라구요~~ㅎㅎ

stella.K 2022-12-05 19:47   좋아요 0 | URL
와우, 야무님! 그렇군요.
야무님 그렇게 공부하신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저도 언젠가 한 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프레이야 2022-12-06 0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대학생이 된다면 다시 공부하고 싶어요. 다르게도 살고 싶고요. 그렇지만 같은 생을 반복할 가능성이 클끼요. ㅎㅎ 공부는 평생과제이겠죠. 그러고보니 올겨울 아직 붕어빵을 안 사 먹었어요. 길을 걸어가야 붕어빵이 보이는데 말이죠. 붕어빵 친구 잉어빵도 맛나요 ᄏᄏ 밀가루 값 올라서 어려움이 있겠네요. ㅠㅠ 울동네 유명 빵집도 빵 크기가 작아졌어요.

stella.K 2022-12-06 10:1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가능성이 크지 않으니까 이번에 다시 공부하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ㅎㅎ 공부는 몇년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붕어빵 있을 때 많이 드세요. 저희는 이렇게 없어질 줄은 몰랐어요. 그냥 천원에 두 마리해도 눈 딱 감고 사 먹자 했는데ᆢ😫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 - 부의 절대 법칙을 탄생시킨 유럽의 결정적 순간 29,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이강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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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세상을 많이 바꿔놨다.

3년 전 이맘때 정부의 발표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 사태를 전시상황에 비유하며 꼭 이길 것이라며 비장미마저 느껴지게 했다. 나라들마다 국경을 봉쇄하고, 날마다 몇 명의 감염자가 나왔는지를 세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그에 대한 저항을 하고,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보다 그 이후가 훨씬 더 어려울 거라고 예측했다. 그 예측은 조금도 빗나가지 않아 지금은 코로나가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드니 이번엔 고물가에 그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고 난리도 아니다. 그리고 이 상황은 또 당분간 지속될 거라고 한다.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현재를 살고 있다.


전쟁이 가장 무서운 줄 알았다. 그런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전쟁보다 무서운 게 전염병이란 걸 이번에 철저하게 깨닫는다. 전쟁을 조기 종결시켰던 게 패스트였으니. 하지만 어찌 보면 전염병이 진짜 나는 놈은 아니었다. 그건 경제였다. 하지만 문제는 난 경제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왜 코로나 상황이 벗어날 만 하자 지금의 경제 상황을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부끄럽지만 난 고물가인데 왜 금리를 자꾸만 올리는 건지 이해를 못 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내가 경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야겠다는 자각을 하게 만든 개기가 됐다. 그래서 고른 책이 이 책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재밌긴 한데 내가 알고 싶은 것엔 역부족은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책 선택을 잘못한 것 같다는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경제의 역사나 흐름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는 것. 또한 나 같이 무조건 경제학 울렁증이 있는 사람에게 구미가 당길만 하다. 비록 유럽 경제에 국한되어 있긴 하지만, 새삼 학창 시절 이후 내가 언제 이런 세계사 공부를 해 봤던가 살짝 반성도 되면서 나름 즐겁게 읽었다. (지금은 학교에서 세계사를 어떻게 공부할지 궁금하다.) 


사실 역사란 다각적인 각도에서 봐야 한다. 지리, 문화, 정치, 경제 등 유기적으로 봐야 하는데 경제사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할 말이 많구나 싶었다. 게다가 그림으로 배운다는 부제처럼 매 장마다 당대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 삽화처럼 들어가 있다. 그림으로만 봤을 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렇게 경제사의 흐름과 함께 보니 그림이 더욱 의미 있어지며 과연 유명 화가의 그림도 결국 시대의 산물이구나 싶다.   


역사에서 배운다고 우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이런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세시대 페스트일 것이다. 물론 페스트가 중세시대 처음 출연한 것은 아니다. 전염병의 역사가 언제 처음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페스트의 첫 출연은 고대 로마라고 한다. 그리고 2차 출연은 1346년에서 1353년까지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 3년도 버거운데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절을 보냈으니 그때 태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더구나 마땅한 치료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 시기에 또 여러 가지 파생된 문제들이 나타났는데 그중 하나가 신의 형벌을 피하기 위해 '면벌부'가 성행했었다고 하니 또 그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어땠을까.  


어쨌든 페스트는 중세 시대를 지배하던 헤게모니에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사람의 몸값이 치솟았고, 노동의 가치가 올라갔다고 책은 밝히고 있다. 노동력이 곧 자본이 된 것이다. 그에 따라 하층민들이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당시 기술을 가진 장인들이 귀족과 영주의 간섭과 횡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길드를 조직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각 분야의 독과점 형태와 이익집단으로 변했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당연한 결과는 아니었을까. 그래도 이 시기만큼 노동을 인정해 주는 시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같은 전염병의 시대를 거치지만 노동의 가치는 페스트의 시대만큼 좋아지지는 않고 있다. 그건 비대면으로 인한 자동화 시스템의 확대, 나날이 정교해지는 AI의 등장으로 사람이 설 자리가 오히려 더 줄어들고 더 이상 노동을 신성한 것으로 보지 않는 시대를 맞았다. 과연 역사에서 배우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역사가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대해 새로운 비전과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하건 그 시대나 이 시대나 전염병이 모든 사람에게 나쁘게만 작용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힘든 시기 속에서 어떤 사람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지혜를 배우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사란 한마디로 돈의 흐름과 향방을 쫓는 분야이긴 하지만 인간이 잘 살기 위한 노력과 모험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고, 그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사실 우리는 역대로 돈에 대한 애증을 퍼부으며 살았던 것도 사실이다. 경제사는 또한 바로 그런 걸 쫓는 분야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돈에 누가 웃고 웃었는가를 보여주는. 


역사상 이것을 가장 탁월하게 보여줬던 건 메디치 가문은 아니었을까 한다. 너무나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긴 한데, 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인 안나 마리아 루이사 데 메디치는 특별히 기억해 볼만하지 않을까 한다. 그녀는 사망 직전 소유한 예술품을 피렌체에 기증한다. 단 조건이 있다. 모든 기증품을 피렌체 밖으로 반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피렌체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고, 후에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된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피렌체를 한 해 관광 수입으로 먹여 살린다. 그야말로 돈이란 이렇게 쓰고, 이렇게 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그저 돈을 벌면 무조건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쓰려고 하지 않던가. 요는 모든 사람이 메디치 가문 같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얼마를 벌던 정승 같이 쓰자는 말이다. 돈을 남기기보다 정승 같이 쓰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아무튼 재밌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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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2-01 15: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넵 조만간 일독하겠습니다. ㅎㅎ 우피치 미술관인가 하여튼 저 안나 마리아 루이사 데 메디치의 동상을 봤었어요. 메디치가의 마지막 후손이었던 그녀 덕분에 오늘날의 피렌체가 있지않나싶더라구요. 로렌초 데 메디치 이후에 메디치가는 뭐 영 아닌 후손들로 인하여 망해먹었지만 말이죠.

stella.K 2022-12-01 15:40   좋아요 1 | URL
ㅎㅎ 어느 집이나 문제아들은 있기 마련이잖아요. 대단한 가문임엔 틀림없죠.
그나저나 바람돌이 님도 재밌게 읽으셔야 할 텐데ᆢ저기 쓰기도 했지만 저같이 경제학 울렁증이나 세계사 공부한지 오랜 분이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mini74 2022-12-01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렌체 빈출 불가라니 피렌체사랑이 대단한 멋진 언니네요 ㅎㅎ페스트 보면 지금 우리 모습이랑 닮았단 생각 많이 들더라고요. ~

stella.K 2022-12-02 16:0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정말 똑똑하고 통 큰 언니죠?
피렌체 가 보지 못했지만 어찌보면 자신의 예술품 가지고
피렌체를 산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정말 영리해요.

결국 전염병 이길 장사 없는 거겠죠.

기억의집 2022-12-02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피렌체 가문은 대단한 가문 같아요. 이 가문덕에 지금 이탈리아가 평생 관광으로 먹고 살고 문화 대국으로 기억되고 있으니깐요!! 저는 예전엔 그냥 돈 많은 귀족 가문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시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홍사훈의 경제쇼 자주 듣는데, 이 분 참 매력있어요!! 금리가 높아지면 소비를 안 한대요. 소비가 줄어들면서 인플레가 잡힌다고 하네요. 전 유튭 끼고 살아서… ㅎㅎㅎ 한편으로는 이제 저물가 시대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해요.동시에 저금리 시대도 오지 않을 거라고.. 지난 이십년 같은 시대는 오지 않을 거라는데.. 아무래도 금리 높으면 사는 게 버겁죠. 저는 그나마 대출 없어서 괜찮은데.. 대출 많이 받으신 분들 힘드실 것 같어요!!

stella.K 2022-12-02 16:12   좋아요 0 | URL
오, 기억님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알겠어요.
그런 거였군요. 하지만 우린 지난 세월 동안 돈 갖다 쓰라고
빚 권하는 사회를 만들었잖아요.
그래놓고 돈 줄을 죄어 놓으면 반발이 여간 아닐텐데요.
저도 작년에 은행 원금 상환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고마워요. 기억님은 참말로 모르는 게 없어요.ㅋ
저도 그런 방송도 좀 보고 경제 지식도 쌓고 그래야 하는데
엉뚱하게 경제사나 읽고. ㅋㅋ

yamoo 2022-12-05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경제사와 문화사 책은 유익하고 재밌습니다. 두깨가 있지만 작가의 역량에 따라 매우 치밀하고 풍부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죠. 전쟁사도 재밌고, 전염병사도 재밌어요. 분야별 역사는 일반 세계사와는 다르게 디테일 면에서 매우 유익합니다. 어렵지도 않고요. 경제사는 그 중에서도 매우 주류적인 분야라 일독하면 좋죠. 어떤 책이라도 좋아요. 저는 주로 교과서 류의 책을 읽었는데, 일반 교양서와는 밀도 면에서 좀 다른 거 같아요. 물론 교과서라 지루하긴 하지만 정보는 많이 습득할 수 있어요. 어쨌거나 경제사류는 읽어 놓으면 무척 도움이 되는 분야입니다~~^^

stella.K 2022-12-05 19:56   좋아요 0 | URL
ㅎㅎ 야무님은 도대체 모르는 게 뭡니까?
정말 그야말로 척척 박사시군요.ㅋㅋ
이 책 경제사를 알기는 정말 좋더라구요.
경제 이론이 어렵지 역사가 뭐가 어렵겠습니까?
그렇군요. 교과서가 주는 밀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학교 땐 교과서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객관적 판단이 어려웠는데
졸업한지도 한참 됐는데 이제야 좀 알고 싶더라구요.
우리나라가 오래 전부터 교육에 비판을 많이 받아서 그렇지
공부 자체는 세계 어디 내놔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어요.
오히려 여타의 나라에선 배우고 싶어한다는 말도.
이런 거 지금 사춘기 아이들한테는 안 먹힐 거고 나이들어 공부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잘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고맙슴다.^^
 

지난 주말 본의 아니게 몇편의 영화를 몰아서 봤다.

지난 한 주간 동안 G TV에서 가치봄 영화를 결제없이 볼 수 있는 이벤트를 했는데 난 그걸 금요일 밤 잠자기 전에 알았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괜찮은 최근 한국 영화를 원없이 볼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 많이 못 봐서 아쉬웠다.


본 영화 중 최고는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물론 이 영화는 오래 전부터 영화 전문 채널에서 방송해 주긴했지만 끝까지 눈에 불을 켜고 볼 자신이 없어 보기를 밀어뒀다. 그러다 이번에 볼 수 있어 얼마나 좋던지.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좋다. 단지 좀 우려스러운 건 이제 이준익 감독은 컬러로는 영화를 안 만들건가 하는 것과 전기 영화 같지 않은 전기 영화를 만들건가 하는 거다. 이러다 자기 스타일에 빠져 예술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설경구의 연기도 볼만했지만 이정은과 변요한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옮길 순 없지만 가끔씩 툭툭 튀어 나오는 명대사도 좋고. 정말 정약전은 자신어보를 어떻게 썼을까 궁금해진다.


한때 이 영화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아서 궁금하긴 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 궁금증을 풀었다. 일단 나쁘지 않았다. 독립영화스럽긴하다. 독립영화라면 저예산에 상상력의 자유로움 아니겠는가. 장국영이라 우기는 귀신이 찬실이 자취하는 집에 산다는 설정부터가.ㅋ 


솔직히 뭘 가지고 찬실이가 복이 많다는 건지 모호하다. 그나마 우연히 알게된 연하의 영화감독과 연애에 성공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고. 영화에서 보여준 거라곤 성공 못한 사람은 연애도 못한다는 그렇고 그런 통념을 역시 뛰어넘지 못했다. 고작 영화가 보여주는 건 영화 감독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영화가 엎어지고 인생이 뭐냐고 한탄하다 결국 없는 희망을 짜내어 다시 영화의 길을 간다는 (그것도 프로듀서였지 아마?) 다소 억지스럽고 자위적인 내용이 다다.


그나마 다소의 리스크를 안고 장국영이라 우기는 귀신을 과감하게 기용했다는 것이 나름 주효했던 것 같기도 하다. 김영민이 정말 장국영을 연상시켜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배우가 심상치 않았는데, 나는 이배우를 나의 최애 드라마인 <나의 아저씨>에서부터 봐왔다. 민소매 런닝셔츠에 사각 팬티를 입고 맘보춤은 장국영의 트레이트마크 아니던가. 그 패션은 따라하되 맘보춤은 추지 않는다.


그래도 이 영화를 좋게 보는 건, 찬실이 역을 맡은 강말금의 역도 좋았지만, 특별출연처럼 출연했던 윤여정이 찬실이 자취하는 집 쥔할머니로 나와줬다는 거다. 이미 오래 전부터 주류영화에서 잔뼈를 키워왔던 윤여정이 이런 독립영화에 기꺼이 출연을 허락했던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여튼 그녀는 너무 멋진 배우라고 생각한다.


왠지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을 것 같고, 찬실이는 감독의 페르소나 일 것 같다. 감독이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만들었겠구나 싶기도한데 스토리가 역시 좀 아쉽다. 


강하늘의 나오는 영화는 다 좋(옳)다.

불만 아닌 불만이라면 전반적으로 사춘기의 첫사랑의 감성이 있다는 거고, 이제 이런 영화에 강하늘은 마지막 영화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강하늘이 얼마 전 드라마에 나오던데 등급이 있더라. 그런 것으로 봐 좀 다른 면모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은데 조만간 볼 생각이다. 암튼 이 영화는 아기자기한 청춘 영화다. 강하늘 좋아하고 청춘 영화 좋아하는 사람에게 강추다.


                       

                    


사랑은 눈이 멀다. 사랑엔 눈이 없다. 

뭐 그런 실상을 보여주는 영화라고나 할까? 그냥 엎치락 뒤치락하는 그렇고 그런 로코 영화는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가면 갈수록 꽤 괜찮은 영화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 


감독이 조은지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알고 있는 그 조은지 배우 맞나 했더니 맞다. 오래 전부터 조연으로 감초 연기를 도맡아 왔던 배우다. 언제부턴가 TV엔 뜸한 것 같았는데 감독으로 나오다니. 새삼 반갑고 감독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다니 달리 보게 만든다.


뭐 로코인만큼 재미는 보장한다. 그런데 눈여겨 봐야하는 건, 주인공 김현(류승룡 분)을 좋아하는 유진 역의 무진성이다. 여기서 유진은 남자다. 그렇다. 유진은 소위 말하는 게이다. 그것도 늙다리 소설가이자 대학 강사인 김현을 좋아하는. 김현을 좋아해 그가 다니는 대학에 들어왔고, 김현이 1년을 쉬자 덩달아 휴학계를 쉬고 다시 대학 강단에 복귀하자 그도 복학을 하는 집요한 사랑꾼이다. 사실 겉으로만 멋있어 뵈는 소설가지 알고보면 갈수록 글도 못 쓰고 첫번째 부인과 지금의 부인과 엎치락 뒤치락 삼각관계다. 그것도 모자라 사춘기인 전 부인이 낳은 아들과도 그다지 좋은 관계도 아니다. 그것도 부족해 이번엔 게이가 자기를 좋다고 쫓아 다니니 확실히 웃픈 인물이다 . 그도 같이 좋아하면 좋겠지만 김현은 동성을 좋아 할 마음이 전혀 없다. 그러니 골치가 아플 수 밖에. 그나마 유진이 악마적 속성을 가진 인물이라면 좋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상당히 반듯하고 좋은 감성도 가졌다. 관객인 내가 봐도 꽤 매력적이다. 


솔직히 난 성적으론 보수적이고, 동성애를 다룬 작품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동성애자를 혐오해서라기 보단, 난 가끔 드라마에 동성애를 슬쩍슬쩍 다루는 걸 보면 오히려 더 화가난다. 그걸 만드는 사람은 동성애를 옹호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의식있는 사람인가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싫다. 물론 처음엔 어느 정도 약발이 먹힐 수도 있겠지만 자꾸 그러면 오히려 동성애자들만 더 이상하게 만드는 꼴이 되는 건 아닌가 싶고, 그런 일방적인 되다만 장면을 보여주는 것 보다 이 영화에서처럼 차라리 문제제기를 보여주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그러므로 서로를 이해의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동성애자들 중엔 유진이처럼 반듯하고 매력적이기만 하겠는가. 하지만 무조건 같은 성을 같은 사람만 보면 침을 질질 흘리는 이상한 인물로 그리는 거 같은 동성애자가 봐도 기분 나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영리하게 보여줄 것만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나 같은 사람이 보고 나서도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깔끔한 느낌을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 밖에 몇 편의 영화를 보다가 말았다. 역시 뭔가를 한꺼번에 몰아보는 건 내 취미는 아닌 것 같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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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1-29 1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산어보>랑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저도 봤었는데 재밌었어요.
찬실이에서 윤여정 배우님의 대사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사람도 꽃으로 오면 좋겠다고!!
근데 김영민 배우가 <나의 아저씨>에도 나왔나요? 아....ㅋㅋㅋ 잠깐 다른 드라마랑 헷갈렸네요. 맞아요. 불륜남으로 나왔었죠. 연기를 너무 잘해서 엄청 미워하고 욕 하면서 봤었어요ㅋㅋㅋ 아이유도 연기 잘 했고^^
저도 <나의 아저씨> 넘 좋아서 두 번 봤어요ㅋㅋ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아직 못봤었는데 한 번 봐야겠군요. 강하늘이라니!!!
강하늘이 이젠 연기 스팩트럼이 선이 굵은 드라마에 어울리는 배우라 첫사랑 감성에 어울리지 않는 걸까요?
전 <재심> 영화에서 강하늘의 조연 역도 좀 아깝단 생각이 들 정도로 계속 강하늘 쪽으로 눈길이 가더군요. 연기를 너무 잘 하는 배우에요^^

stella.K 2022-11-29 14:45   좋아요 2 | URL
김영인 배우는 정말 장국영을 연상케해요.
저는 영화에서 먼저 알려지고 나중에 드라마로 나온 줄 알았더니
드라마가 더 앞섰더라구요. 보통은 영화가 먼저 아닌가요?
책나무님도 강하늘 좋아하시는군요.
저의 최애 배우죠.
물론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 보여주니까 현재는 제 나이로 나와요.
그런데 청춘물에 너무 많이 나오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요즘엔 영화 보다 드라마를 많이 보죠.
그냥 소설 읽는다 생각하고 봐요. 그러다 보니 영화가 좀 멀어졌어요.
우리 영화 여전히 잘 만든다는 생각이 들긴하더군요.
근데 결제해 보는 건 좀 아깝다 싶더군요. ㅋㅋ
장르만 로맨스도 함 보세요.
의외로 괜찮았어요.^^

2022-11-29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9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2-11-30 1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산어보에서 이정은 특히 참 좋더이다. ^^
변요한은 이번에 청룡 조연상 수상하더군요.
주말에 몰아서 많이 보셨네요. 찬실이는 감독의 페르소나 맞는데 보다가 말아서 다시 봐야겠어요. 강하늘 배우 동주에서도 그렇고 마음에 들어요. 제 맘에 들면 뭐하냐만은 ㅎㅎ 전에 무슨 여행 프로그램에서 여럿이 나왔는데 반듯하면서 에너지 넘치고 배려심에 성격 좋고 밝은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스텔라 님에게 양보할게요 ㅎㅎ

stella.K 2022-11-30 13:45   좋아요 2 | URL
ㅎㅎㅎ 그럼 강하늘은 저만을 위한 배우로! 고마워요.ㅋㅋㅋㅋ
전 정말 강하늘이 그렇게 좋더라구요.
뭐 좋아하는 배우가 강하늘 뿐이겠습니까만 정말 마음이 훈훈해지는 게
좋더라구요. 제가 연예인을 좋아하고 그러지 않는데 그러는 거 보면
나이들었나 봐요.ㅠ

<찬실이는...> 나쁘진 않은데 좀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
꽤 좋은 평가를 받았던데 그렇겠까지...? 좀 그랬어요.
우리가 지금까지 봐온 독립영화의 전형일뿐인데.
출연진이 좋긴하더군요.

mini74 2022-11-30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산어보 좋아요 ㅎㅎ 흑백이라 수묵화느낌나고 ~ 나의 아저씨는 울면서 봤는데 찬실이는 아직 못 봤어요. 강하늘 잘 생겼죠 ㅎㅎ 동주에서 반한 *^^*

stella.K 2022-12-01 13:13   좋아요 1 | URL
앗, 역시 미니님 배우 볼 줄 아시네요.
강하늘은 사랑입니다!! ㅎㅎ

저도 <나의 아저씨>는 정말 울컥했어요.ㅠ

yamoo 2022-12-12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산어보....정말 끝내주게 좋은 영홥니다. 캐릭터가 좋고 연출력이 발군이라 흑백영화지만 매우 우아한 재미를 선사하는 보기드문 명작이죠. 개인적으로 설경구를 매우 싫어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배우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힘을 빼고 연기하는 설경구를 보니, 내가 알던 그 설경구가 맞나하는 의구심이 들더이다.
더군다나 이 영화을 통해 왜 정약전이 자산어보 책 1권만 달랑썼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여태까지 동생 정약용이 500여권을 쓸 동안 그는 왜 저서가 달랑 한 권 뿐일까...계속 의문이 들었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바로 해결됐습니다. 정약전은 진정한 애너키스트였던 겁니다. 18세기에 말이죠!!
전 이준익의 모든 영화들 중 자산어보가 가장 감명깊었습니다~~

stella.K 2022-12-05 20:08   좋아요 0 | URL
앗,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1권만 썼나요?
전 그런 것도 몰랐습니다. 동생 책 봐주느라고 그랬을까요?
영화에서 보면 동생 책 봐주고 그러잖아요.ㅋ
영화 정말 좋죠?
전 어제 <동주>를 다시 봤는데 4번인가? 다섯 번째 보는데
다시 봐도 좋더라구요.
설경구에 대한 평가가 여럿이긴 하더라구요.
잘할 땐 잘하고 못할 땐 못한다. 그러니까 항상 잘하는 배우는
아니라고 하는데 전 좋아하지는 않지만 잘하는 배우인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준익 감독은 거의 천재라고 봐야죠.
단지 천재들이 그렇듯 자기 세계에 빠지는 경향이 있잖아요.
혹시 그렇게 되는 건 아닐지 싶은데 쓸데없는 걱정이겠죠? ㅎㅎ

yamoo 2022-12-12 15:22   좋아요 1 | URL
네, 정약전은 자산어보 한 권만 남겼어요. 그 어떤 유학 주석서나 유학에 관한 책을 남기지 않았어요. 정약용만큼 뛰어난 학자였는데, 철학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그는 책을 남기지 않았어요. 영화를 보다보면 그 힌트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