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화를 거의 안 보는 사람이지만 새삼 만화가 작가의 글 쓰기에 이토록이나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놀랍기도 하다. 드라마 작가 김은희 씨의 얘기다. 얘기를 들으니 그녀는 만화를 너무 좋아해 만화방에서 살다시피한 건 물론이고, 밥 먹는 것도 잊어 영양실조로 병원에까지 실려 갔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드라마 작가가 됐을 때 학창시절 봤던 만화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그녀는 지금도 글을 쓰면 하루에 78보인가? 암튼 80보 이상 움직이지 않고, 어쩌다 남편 장항준 감독과 늦게까지 술을 마셔도 항상 뭔가를 끄적인단다. 그러니까 오늘 날 그런 거물급 작가가 된 것이겠구나 싶다. 사람은 자기 좋아하는 것만 해도 다 못 사는 세상이라더니 그 말을 실증한 사람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지금은 몰라도 김은희 작가가 한창 학교를 다녔을 시절에 만화만 본다는 게 과연 가능했을까 싶기도 하다. 만화를 제 9의 예술이라고도 하는 건 아는 사람만 하는 얘기고, 하릴없는 루저들이나 보는 거란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지 않나. 작가도 작가지만 그의 어머니는 또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런 그녀가 새로운 드라마로 내일 등판한다.
나는 인터넷도 터지지 않는 시골 깡촌에 사는 촌부라 넷플릭스를 이용할 줄 몰라 그 유명하다던 <킹덤>도 보지 못햇다. 아마 이번 생은 못 보지 싶다. 그래도 이 드라마는 고맙게도 종편에서 방송 예정이니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전지현이는 잘 모르겠고, 주지훈은 내가 또 좀 애정하는 배우라 안 보면 그가 섭섭해 하지 않을까.
만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올레 TV에서 우연히 발견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림이 장난이 아니다. 무엇보다 타나카 군을 보니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학창시절 뭐하나 빼어나게 하는 것도 없이 도시락만 축내고 다녔던 나. 어쩌면 그리도 의욕이라곤 구멍난 양재기 엿 바꿔 먹으려해도 없었던지. 괜히 감정이입이 하고 싶어졌다.
콘텐츠 사는데 돈 들이지 말자는 게 나의 신조인데 비싸지도 않은데 한 번 긁어보자 싶다. 책은 사면 좋지만 쌓아두기 부담스러워 포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