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롱이(요크셔테리어 숫커)가 잠을 잔다.

지난 주말 병원에 다녀 온 후로 잠이 더 는 것 같다.

원래 예민한 성격이라 잠을 자도 몇번씩 깨곤 하지만 저렇게 한번 깊은 잠에 빠지면 정신없이 잔다.

병원 가기 전엔 비교적 잘 먹고 잘 지냈다.

이번에 병원 행차는 1년 3개월만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병원갔던 그 1년3개월 전엔 녀석이 갑자기 핏똥을 쌌다. 그것도 한 두 번도 아닌 여러 번을. 말하자면 멎질 않는 것이다.얼마나 놀랐던지 녀석이 뭔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됐나 보다 했다.

그래도 의사가 실력이 좋아선지 다행히 치료를 잘 받고 퇴원했다.대신 췌장염이란 훈장을 달았다. 즉 다롱이는 겉으로 보기엔 나은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췌장염은 난치병으로 평생 관리해줘야 한단다.

잠시 녀석이 주인을 잘못 만나 그런 병에 걸렸나 자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런 건 다롱이를 돌보는데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다.

관리라봤자 아무 거나 먹이지 않고 지방을 뺀 특수 사료만 먹도록하면 된다.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누가 보면 무식하다고 하겠지만 녀석이 건강할 땐 사료 외에도 인간이 먹는 간식은 다 먹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사료건 간식이건 다 사람이 먹는 것 가지고 만들지 않는가. 그걸 주는데 무슨 상관이랴 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언제나 줬던 건 아니다. 이걸 가지고도 엄마와 난 의견이 달라 누구는 조금만 줘라, 누구는 사료를 안 먹는데 이런 거라도 먹게 해 줘야하지 않냐 옥신각신 말이 많았다. 병원에 가기 전에도 우리는 동생이 사 온 통닭을 먹으면서 녀석에게도 먹였던 것 같다. 결국 그런 전적이 쌓여 핏똥을 싸고 췌장염이란 훈장을 얻은 거겠지.


문득 그때가 생각이 나면서 그동안 우리가 다롱이에게 무엇을 주었나를 복기하기도 했는데 그 복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녀석은 나름 잘 먹어왔던 사료를 먹지 않았고 안타까운 마음에 평소 좋아하는 견빵(건빵을 개에게 맞게 만든 것인데 첨가물을 봤더니 마가린과 조지방이란 게 들어가 있다)과 콩으로 일관했었다. 물론 이것 조차도 어떤 땐 잘 안 먹기도 했다.그러다 얼마 전엔 우유를 주기도 했다. 우유에도 지방은 있다던데 펫밀크였다면 탈이 안 났을까.

1년 3개월 전엔 그렇게 신경을 써 줬던 의사는 이번엔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가 않았다. 녀석에게 해 준 거라곤 링거를 놔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사람 의사나 개 의사나 가능성 있는 환자에게만 신경 쓰겠다는 태도는 매한가진 것 같다. 그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녀석은 링거를 맞고 거의 파김치가 돼서 왔다. 와서도 잘 먹지도 않았다. 아마도 녀석이 이번엔 좀 어렵지 싶었다.

그나마 그저껜 뭘 먹는 것 같더니 어제는 다시 거의 먹지 않고 잠만 잤다. 안 먹으면 간다던데 아무래도 녀석이 갈 모양인가 보다 마음이 안 좋았다. 새벽에 잠시 깨면 녀석이 밤새 간 건 아닌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차마 확인해 볼 자신이 없다. 엄마가 그 옆에서 코를 골고 자는 걸 보면 아직은 살아있는 것 같긴했다.하지만 녀석이 얼마를 버텨줄 건가를 생각하면 어느 새 잠은 멀리 도망가고 대신 눈물이 배게잇을 적셨다. 그러다 어느 새 또 잠이 들고.

오늘은 아침부터 제법 꽤 먹었다. 혹시 탈이 날까 두려워 더 주고 싶어도 못 줄만큼 녀석은 활기차게 먹어댔다. 잘 먹으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저녁은 건너 뛰고 저렇게 깊은 잠에 빠진 것이다. 내일은 또 어떤 날이 될까. 언제나 그랬지만 2003년 10월 생 다롱이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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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10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롱이,
스텔라 케이님 곁에 건강하게!


제 반려견은 18년을 살다 갔으요 .˚‧º·(´ฅωฅ`)‧º·˚.

stella.K 2021-06-11 15:12   좋아요 1 | URL
와, 스쾃님네 반려견도 18년을 살았군요.
요즘엔 사료도 좋아지고 의술도 좋아져서
그쯤은 사는 것 같아요.
옛날엔 15년이 한계 수명이라고 했는데.
어떤 개는 20년도 산다더군요.
지금 다롱이의 상태로 봐선 그건 확실히 욕심 같아요.
그래도 말씀은 고맙습니다.^^

바람돌이 2021-06-11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롱아 힘내라! 조금만 더 스텔라님 옆에 있어주렴!!

stella.K 2021-06-11 16:26   좋아요 0 | URL
이별할 걸 생각하면 슬픈데 돌보고 있자니 엄마나 저나 지치더군요.
녀석 때문에 거의 아무 것도 못하고 있어요. 해도 엄마랑 교대로 하고.
그래서 사람이나 짐승이나 때되면 가야한다고 하는가 봅니다.
어제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녀석이 더 살 것 같으면 제 스스로 힘을 낼 것이고
이제 됐다 싶으면 그 또한 스스로 알아서 할 거라고.
어제 오늘은 대체로 안정적여 보이는데 조금 더 살 모양이다 싶기도해요.
응원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1-06-1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롱이의 건강을 빌겠습니다.
잘 지나가야 할 텐데 말이죠. 다롱이가 안스럽네요.

stella.K 2021-06-14 19:52   좋아요 1 | URL
다롱이는 병원을 다녀 온 후 한동안은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지난 주말부터 차츰 좋아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넘 노쇄해져서 저도 그렇지만 엄마가
많이 힘들어 하십니다.
긴 병에 효자없다고 이제 편안해졌으면 하는데
다롱이가 얼마나 갈런지 모르겠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별점:★★★★

 

오리지날버전은 상당히 오래됐다.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먼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여서 과연 새로운 버전이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더구나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래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멜렉이 남들은 다 좋다고 난린데 나는 어딘가 어색해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꽤 괜찮은 연기를 펼쳤다. 프래디 머큐리 대역이 좀 모험이긴 했지 기본은 하는 배우다.

 

하긴, 오리지날버전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보기엔 투톱 같지만 사실은 각각 스티브 맥퀸과 찰리 헌냄을 위한 영화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만큼 더스틴 호프먼과 라미 멜렉은 주연에 가까운 조연이라고 해야하고.

 

새로운 버전은 오리지널버전에 충실했다고 본다. 난 그런 감독이 오히려 믿음이 갔다. 물론 감독의 새로운 해석이나 모험도 좋긴하겠지만 형만한 아우 없다고 오리지널에 경의를 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만큼 연출에 충실했고.

 

이 영화를 보면 당연 <쇼생크 탈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 자체만 보면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지만 이 영화와 비교하면 웬지 비교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 차이를 어디서 봐야할까. <빠삐용>은 인간 자체에 촛점을 맞추지만 <쇼생크->는 웬지 MSG가 다소 첨가된 느낌을 받는다.  

암튼 언제고 <빠삐용> 오리지널버전을 함 봐야겠다. 그거 본지가 언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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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6-05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래디 머큐리가 어색했던 건 이빨 교정기? 뭐 그런 걸 끼어서가 아닐까요? 이에 뭘 씌웠다고 알고 있어요. 입이 튀어 나와 보였었던 것 같아요. 못생겨 보이려고 일부러 그랬던 듯.

그저께 티브이 영화 채널에서 유해진이 출연하는 <럭키>를 봤어요. 참 재밌더라고요. 여러 군데에서 웃음이 터지면서, 내가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싶었어요. 앞으로 코미디 영화와 음악 영화를 주로 봐야겠어요.

빠삐용은 유명한 데도 제가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ㅋ

stella.K 2021-06-05 20:02   좋아요 1 | URL
그런 건 아니구요, 나름 연기도 좋긴한데
진짜 프래디 보단 얄상한 편이잖아요. 그게 좀 아쉽더라구요.
보는데 약간 심술이 나더라구요.ㅋ

빠삐용은 정말 명작이어요.
둘 다 좋긴한데 전 오리지날버전을 추천합니다.^^
 

 

  • 1년 전 오늘 남긴 독서기록을 확인하시고, 추억을 돌아보세요.
  • 12시간 전

 

오늘 북플을 보니 오랜만에 이런 메시지가 떴다.

작년인가 재작년까지만 해도 정말 많이 받았는데. 왕년에 내가 알라딘에서 한닷까리 좀 했거든. 그런데 남의 글 보고 댓글이나 좋아요만 하지 내 글을 쓰는 경우가 현격히 줄어 들었다. 그런데 1년 전 오늘 내가 장석주의 <20세가 한국문학의 탐험> 1권을 읽고 리뷰를 썼다. 또 마침 그 글은 이달의 당선작이 되기도 했다.

 

새삼 눈물겹다. 현재 난 장석주의 저 책을 4권까지 구입하고 2권까지 읽고, 3권은 나를 째려보고 있다. 나를 언제 읽어 줄 거니하며. 그리고 나는 평소의 버릇대로 다른 책을 읽거나 사거나하고, 책 읽기가 힘들거나 짜증나면 드라마를 보거나 잠을 잔다. 이러면 소는 누가 키우나.ㅠ

 

오늘 이렇게 쓰고 페이퍼를 올리면 내년 오늘 이 글이 또 뜨겠지? 내년 오늘은 저 책 중 한 권 정도는 읽고 리뷰를 쓰면 뭔가 의미가 있을 것도 같다. 이를테면 내가 얼마나 게으른 인간인가를 절절히 깨닫게 되겠지. ㅠ 일단 내년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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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 pek0501 2021-05-27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페크입니다. 로그아웃 하고 나서 이 글을 봤네요. 저도 북플에서 그렇게 뜨는 문구를 보는데 어떤 글은, 이런 글도 내가 썼네, 하고 신기하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나는 당신에 대해 당신보다 더 잘 알고 있다.˝ 하고 북플 기록이 말하는 것 같아요. ㅋ

stella.K 2021-05-28 16:29   좋아요 2 | URL
ㅎㅎ 영화 제목 생각나요.
나는 당신이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간? 뭐 그런 제목의 영화 있었잖아요.
언니의 그 글 읽은 것도 같고.ㅎ
한동안 북플에 저런 문구 안 떴는데 어제 뜬 것을 보고
와, 내가 정말 여기에 글을 잘 안 쓰는구나 약간 뜨끔하더군요.ㅠ

2021-05-30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30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30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31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31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6-04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케이님 바쁘시더라도
자주 북플에 들어오삼33
리뷰 포스팅 짧게라도 올려주삼 333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이종화 지음 / 홍성사 / 201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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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에서 그리스도를 찾다>란 책이 있다. 기독교인으로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인하된 가격으로 팔고 있다.) 마음 같아선 한 권 장만하고 싶은데 700쪽이 넘는 분량을 읽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 망설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 신부로 무려 1700년대에 중국 선교를 파송받고 웬만한 중국 고전을 독파하며 그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찾아갔다. 그것을 책으로 쓴 것이다. 심지어 저자인 프레마르 신부는 공자도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실 것을 예견했었다고 한다. 


문득 오래전 교회 청년부를 다니고 있을 때 성경공부 리더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진짜 기독교를 이해하려면 동양 철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알다시피 기독교는 서양에 영향을 주었고 동양철학과는 배치된다는 것이 보통의 인식인데 왜 그런지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동양철학이 서양철학 보다 훨씬 깊고 우위에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세월이 한참 흐르긴 했지만 아마도 이 책이 그 리더의 말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이 프레마르 신부가 자꾸 생각이 났다. 연구하느라 얼마나 고독했을까. 얼마나 지난했을까. 


신부의 중국식 이름은 마약슬이다. 그는 30년 중국 사역 동안 경전과 고전, 주석서들과 중국 고대 역사서를 백여 차례나 읽고 또 읽으면서 기독교의 본원적 흔적으로 여겨지는 모든 구절을 수집하였다. 신부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 없을까 생각하던 중 마침 그 책의 역자가 소설을 썼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일단 소설을 사서 읽었다.


제목 <물이 바다 덮음같이>는 '물이 받아 덮음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란 성경 이사야 11장 9절의 말씀에서 따왔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좀 놀라운 책이다. 무엇보다 저자 이종화는 전문 소설가가 아니다. 대학 때 불문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는 경제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귀국 후 대학에 국제통상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는 수년 전(이 책이 나온 건 2016년이다) 유교 경전을 읽다가 그 내용이 성경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얼마 전 오강남 교수의 <장자> 조금씩 읽고 있는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딱히 하나님이 거론되지 않을 뿐이지 대입하면 성경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튼 저자는 그 후 혹시 고대 중국과 유대인들과의 교류가 있었는지 자료를 찾다가 프레마르 신부를 알게 되었고 <중국 고전에서 그리스도를 찾다>를 읽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친김에 번역까지 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프레마르 신부가 1725년 라틴어로 완성한 것을 그로부터 약 150년 후인 1878년 두 명의 프랑스 신부가 불어로 번역하고 그것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저자가 프레마르 신부의 책을 출판하기 전 일종의 예고편 같은 것이다.


이야기의 형식은 역사 추리다. 조선시대 경종 1년을 배경으로 신부가 중국에서 활동하던 시기 조선의 사신들이 서양 문물을 습득하기 위해서 북경 천주당을 왕성히 드나들던 때를 상정한다. 만약 신부의 그 책이 성리학의 나라인 조선에 전해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를 상상하며 썼다고 하는데 내용이 흥미롭긴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이해하려면 <서경>이나 <역경>을 알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선 프레마르 신부의 책을 읽기 위해 알아야 한다. 버겁다. <사서삼경>도 제대로 읽지 못한 내가 서경이나 역경을 읽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내용에도 보면 마약슬 신부가 자신을 만나러 온 조선 사신에게 중국의 상형문자와 기독교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알 수도 없고 그저 이런 게 있었구나 나의 무지함을 또 한 번 일깨우는 정도 밖엔 되지 않았다.   


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전문 소설가도 아니면서 다양하고도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역사 소설에 고어나 사어들을 살짝살짝 써 주면 고급스러워 보이긴 하다. 하지만 요즘엔 아무리 역사 소설을 쓴다고 해도 현대적 감각을 내세워 익히 아는 단어만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보거나 잊힌 단어가 심심찮게 많이 발견했다. 이를테면 구실아치, 서쾌, 액흔, 치의, 맨드리, 곰비임비, 구메구메, 번주그레, 실천스럽게, 지망지망히 나부댔다, 바르집기, 생게망게 하다, 옹긋쫑긋 등. 운종가란 단어를 들어 보긴 했지만 이 책에서 그 뜻을 알았다. 사람이 구름 엉기듯 모이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그뿐인가, 성경을 알려면 나라나 사람 이름도 알아야 하는데 그걸 한자어로 옮겨 놓은 것도 이색적이다. 예를 들면, 히브리를 희백래로, 이스라엘은 이색렬국, 앗시라아는 아서리아, 메시아는 미새아, 모세는 마서다. 중국 사람들은 코카콜라도 가구가락으로 고쳐 부른다던데 과연 대단한 중국이다 싶기도 하다. 


원래 바울은 아시아를 선교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복음은 유럽에 전파되었다. 몇 세기가 흐른 후 복음이 아시아에 전파된다면 그건 중국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많은 서양 선교사들이 중국 선교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중국이 공산화하면서 그 길이 막혔다. 선교사들은 일본도 겨냥했지만 그 역시 전제군주주의와 제국주의에 막혀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복음 전파에 성공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모르긴 해도 이 책도 그 맥락에서 쓰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저자의 작품을 폄하할 생각은 없는데 일종의 신앙적 애국주의로 읽히기도 한다. 그 보단 프레마르 신부는 중국 고전을 연구하는 동안 중국 복음 전파의 당위성을 확신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프레마르 신부의 일생이나 그가 추구하는 바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글을 썼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일종의 전기적 기법으로 말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비전문 작가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저자는 우치무라 간조의 신실함, 도스토옙스키의 인간성에 대한 통찰, 니체가 도달한 지성 최고의 경지, 카잔차키스가 갈망한 영혼의 자유를 사랑하고 그것이 조금이나마 소설에 표현되기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밝히고 있다. 웬만한 소설가 못지않은 노력과 지성을 겸비했다. 하지만 읽을 책을 항상 많이 쌓아놔서일까 아니면 게을러서일까 아쉽게도 이 소설을 읽었다고 <중국 고전에서 그리스도를 찾다>를 읽어 볼 마음이 당장 생기지는 않는다. 예전엔 동양 철학이 고리타분하고 어려워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조금씩 관심이 가고 있다. 또 그러다 보면 신부의 책도 읽는 날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저자에겐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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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5-26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보니 우리나라 성경이 중국에서
건너온 지라, 중국 말들이 여적 사용되
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애굽이니 약대니...

어려서 성경 읽을 때는 당최 무슨 말인
지 너무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stella.K 2021-05-27 19:22   좋아요 1 | URL
ㅎㅎ 원래 경전은 다 어렵지 않습니까?
그런데 매냐님 성경 읽은지 한참 오래되셨나 봅니다.ㅋ
지금은 한글로 많이 순화되었구요, 버전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소설처럼 풀어 쓴 것도 있구요.
나중에 천천히 읽어 보시죠.^^

scott 2021-05-26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케이님 아니시면 이런책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을뻔 ,,,

stella.K 2021-05-27 19:30   좋아요 1 | URL
그렇다고 읽으실 것도 아니믄서...ㅋㅋ
어제 <칠극>이란 책을 발견했는데 그책 역시
중국에서 선교한 판토하 신부가 써서
18세기 조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정민 교수가 번역했다는데
마약슬 신부의 저 책과 일맥 상통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이러고 징징거리고 있다 어느 날 확 질러버릴지도 몰라요.ㅠ
 

여간해서 잡지 같은 건 잘 안 보는데 <서울리뷰오브북스> 0호를 사 봤다. 이게 다 이달부터 리뷰 당선 적립금이 3만원으로 오르고 누리는 호사다. 한 달에 두 번 책을 사 보는 경우도 역시 좀체로 없는데 까짓 꺼 하며 적립금을 긁었다. 얼마나 좋은가. 앞으로 리뷰 당선 자주되면 펀딩도 해 볼 생각이다. 물론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ㅋ

 

솔직히 이 잡지의 이름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내가 서울 태생이긴 하지만 굳이 어느 특정 지역을 띄우면서 그 나머지 지역은 소외시키는 이 전략은 뭔가 싶어서. 근데 필진도 괜찮고 컨텐츠도 괜찮은 것 같아 미친 척하고 한 번 사 본 것이다.

 

편집장의 말을 읽는데 이런 특정 도시 이름을 내세운 서평 전문지가 이게 처음은 아니었다. 1963년 <뉴욕리뷰오브북스>가 있고 뒤를 이어 <런던리뷰오브북스> 창간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다 할 서평전문지가 없는 우리 상황에서 늦어도 한참 늦은 느낌이 들긴한다. 못해도 서울이 세계 100대 도시 안에 들지 않나? 그런데 과연 요 이름을 쓰는데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다. (로열티 같은 거 내지 않았을까?)

 

내용은 본책의 첫 쳅터 '코로나 19, 공포를 활용하는 자는 누구인가'란 부분과 별책의 '이것은 필멸자의 죽음일 뿐이다'란 부분을 읽었는데 꽤 마음에 든다. 특히 이 잡지의 편집위원이라는 김영민 교수의 글은 단편 소설로 읽히는데 블랙코미디 같기도 하고, 되게 고급진 플롯이 있는 개그(?) 뭐 그렇게도 읽히는 것 같아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음, 이 양반이 글을 이렇게 쓴단 말이지? 갑자기 확 끌린다.

 

0호는 창간 준비내지는 예비호로 보여지는데 작년 말이 나왔고 지난 봄에 비로소 창간호라 할 수 있는 1호를 냈다. 일단 이걸 좀 읽어보고 괜찮으면 1호도 사 볼 생각이다. 갑자기 알라딘 적립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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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17 2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집필진으로 구성된 잡지네요 제목만 보고는 서울시 관광 홍보 책자 인줄 ㅎㅎ
다음달에도 알라딘 스텔라 케이님에게 이런 호사를 누리게 해돨롸!!

stella.K 2021-05-18 19:36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해달롸! 고맙습니다.
맞아요. 서울시 홍보책자.
디자인이 중요한 건데 안 볼 건데
인상된 적립금 때문에 거의 충동적으로 구매한 건데
잘했다 싶어요. 스콧님도 기회되시면 한 번 보세요.^^

희선 2021-05-18 0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잡지도 있군요 서울이란 지역 이름이 들어가서 다른 지방 사람은 좀 안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한국 하면 서울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도 하네요 알라딘 적립금으로는 보고 싶은 책을 사야죠 본래 보고 싶은 책을 사겠지만... stella.K 님 관심이 더 넓어진 건지도 모르겠군요


희선

stella.K 2021-05-18 19:40   좋아요 1 | URL
제가 과연 리뷰를 제대로 잘 쓰고 있는 건가
좀 의문스러울 때가 많았죠.
이런 잡지 읽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 사 봤습니다.
저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더 나은 리뷰를 쓰게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이달의 리뷰가 되면 좋겠죠?ㅎㅎ

hnine 2021-05-18 0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tella님, 김영민 교수 책 한번 읽어보세요. 말발 글발 다 갖춘 분^^
필진이 일단 꽉 차보이네요. 덕분에 이런 잡지가 나왔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지난달인가 적립금 가지고 책 아니라 그림 그리는 DIY세트 구입했답니다. 요즘 제가 신간을 잘 안사고 있네요. trend에서 멀어지고 있어요 ㅠㅠ

stella.K 2021-05-18 19:4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조만간 김영민 교수의 책을 정식으로 사 봐야할 것 같아요.ㅎ
저도 신간은 잘 안 사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트렌드에 뒤쳐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사실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사실은 트렌드를 가장 안 타는 게
책이 아닌가 싶어요. 인터넷 서점 마다 사이트 홈에 신간을 배치를 하고
마케팅을 그렇게 하잖아요. 뭐든 꾸준히 읽는 게 좋은 거죠.^^

페크pek0501 2021-05-2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0호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계간지를 하나 구매할까 하다가 찾은 거였어요.
저 역시 제목에 서울을 넣은 게 걸리네요.
안 그래도 대한민국은 지방 사람들이 볼 때 서울민국이라는 말도 있는데 말이죠.



stella.K 2021-05-20 18:53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그래도 편집장의 설명을 읽으니까
그도 이해가 가긴 가지면 또 굳이 따라서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좀 헷갈리긴 합니다.
뭐 주최측에서 그렇게 결정해 버렸으니 그러려니 해야죠.
요즘은 책 읽기가 쉽지 않아 언제 읽을지 모르겠지만
짬짬히 보려고 해요. 언니도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syo 2021-05-2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립금 만원이 이렇게까지 윤택한 느낌이라구요? ㅋㅋㅋㅋㅋ
저는 매번 부족하고 3만원이 되어도 작게만 느껴졌는데 ㅎㅎ

stella.K 2021-05-21 12:06   좋아요 0 | URL
스요님은 당연히 그러시죠.
그러니 이번에 리뷰대회 장원된 게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ㅎㅎ
저는 책 욕심만 많지 실제로 책을 많이 사지도 않고
산다면 중고샵을 주로 많이 사용하죠.
근데 이번 알라딘 정책이 좀 기념비적이라는 거 아닙니까?
리뷰 편수를 늘이고 페이퍼를 줄인다는 건 2관왕의 비율을 낮춘다는
거거든요. 지금까지 저는 리뷰를 나름 열심히 썼는데도 당선이 안된 적도
있었거든요. 앞으론 그런 불발률이 조금은 낮아지지 않을까요?
스요님이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좀 오래 전에 이 문제를
공론화 한 적이 있어요.
대부분은 진지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지만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죠. 어떤 개새는 협박 아닌 협박도 하더군요.
자기 댓글 지우면 다시 쓸 거라며. 차마 남의 블로그 폭파시킬 수
없으니.ㅋㅋ
그일 때문에 나름 잘 지냈던 사람과도 멀어지기도 하고.
반론을 제기했던 사람들은 대체로 중앙에서 하는 일을 왜 민간이
이러냐 저러냐 비판하고 그걸 공론화해서 시끄럽게 하냐는 건데
그게 참 이해가 안 가더군요.
물론 반대의 생각은 가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사람한데 인신공격까지
서슴치 않으니.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한동안 알라딘을 떠난 적도 있었죠.
물론 이번의 바뀐 정책이 100%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꽤 의미있는
변화라서 저 페이퍼는 그점을 부각한 거죠.
알라딘을 떠날 땐 적립금 0을 만들어 놓고 떠나리라 마음 먹었는데
그것도 쉽진 않더군요. 그 다음에 당선되서 적립금이 생기더라구요.ㅋㅋ
이제 무슨 뜻인지 아시겠나요, 스요님?^^

syo 2021-05-21 12:12   좋아요 1 | URL
굉장히 잘 알겠습니다.
사실 저도 저처럼 페이퍼 위주로 활동하는 사람보다 리뷰를 알차게 쓰는 분들이 적립금을 가져가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ㅎㅎ 저는 딱 만 원 늘어난 것조차 이렇게 알차게 사용하시는 스텔라님이 멋있네요. 다음 달에도 화이팅이에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