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이 영화를 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왠지 끌리지가 않았다. 나름 호화 캐스팅임에도 불구하고 조영남이나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등 한때 포크계의 정성기를 이끌었던 당대 유명한 가수들을 짝퉁으로 등장시킨다는 게 못 마땅했었나 보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은 언제나 변할 수 있는 법. 이제야 볼 생각이 들더라. 근데 보고나니 정말 안 봤으면 큰 일 날뻔했다. 배우들이 각자 맡은 배역에 얼마나 충실하던지 정말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나는 배우들이 실제로 노래를 불렀다고 생각하는데(아님 말고), 단순히 노래를 똑같이 부르기 보단 각 가수의 창법을 꽤 많이 연구하고 고민했겠구나 느껴졌다. 그러니 배역에 대해선 말해 뭐하겠는가. 배역 역시도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이색적인 건, 원조 착한 교회 오빠 윤형주(강하늘 분)가 이 영화에선 이미지와 달리 쌈닭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송착식 역을 맡은 조복래도(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긴 하다) 사실은 진짜 송창식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지만 꽤 근접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쎄시봉의 결성 과정을 이장희의 나래이션을 통해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말에 의하면 원래 쎄시봉의 시작은 세 명이라고 한다. 특히 윤형주와 송창식은 잘 알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오근태란 인물을 조명하기도 한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이 영화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다큐(또는 재현) 드라마나 전기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사실을 바탕으로한 어느 특정 인물을 찾는 미스터리 영화는 아닐까 싶다. 그런만큼 오근태는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일 거라는 것. 또 그에 따라 그의 여자 친구인 민자영도 동일하게 가상 인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시나리오가 제법 그럴 듯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윤형주나 송직창이 오근태와 함께 쎄시봉으로 활동한 적은 없고 듀엣으로 트윈폴리오로 활동했다. 그러므로 영화는 마치 트윈폴리오의 전신이 쎄시봉이라는 가설로 전개 되지만 실제로 쎄시봉은 그들의 주활동 거점이었다는 것. 그런데 어쩌면 이야기를 새끼 꼬듯 잘도 꽈놨는지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든 김현석 감독이 누군가 그의 필모를 봤더니 <YMCA 야구단>, <아이 캔 스피크> 등 우리가 알만한 여러 작품을 만든 감독이었다. 그 유명한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을 쓰기도 했다. 이런...그런 유명한 감독을 몰라 봤다니! 


특히 영화는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온 뮤즈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에서 오근태는 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건 여자 친구 민자영 때문이다. 하지만 짐직하듯 뮤즈는 항상 양날의 검이다. 뮤즈는 예술을 더 풍성하게 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팀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위에서 열거한 가수들은 실제로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것을 영화에서는 오근태가 민자영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것으로 비튼다. 여기서 궁금한 건, 정말 예술의 무궁한 발전과 번영을 위해 뮤즈가 과연 필요한가, 없으면 예술 활동을 못하는 건가. 끈끈한 공동체, 소속감 뭐 그런 의식만으로는 예술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중에 세월이 흘러 오근태와 민자영이 관계가 이어질듯 이어질듯 이어지지 않는 안타까운 사랑으로 끝을 맺는데 그런 것처럼 예술 역시도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암튼 요즘 계속 꿀꿀했는데 의외로 위로를 받는 것 같아 흡족했다. 김현석 감독의 나머지 영화도 기회있는대로 챙겨봐야겠다.



영화는 트윈폴리오의 <웨딩 케이크>에서 상당히 많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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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6-18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 프로필의 푸른 물빛이 시원해서 좋습니다! 남은 이 달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24-06-18 11:32   좋아요 1 | URL
그렇죠? 어제 이 이미지 보고 딱 이거다 했습니다. ㅎㅎ
서곡님도 잘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 ^^

서곡 2024-06-18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전에 ott에 올라왔을 때 봤답니다 ㅎ 한효주 배우가 일견 수수한데 그래도 저 역을 잘 해냈던 것 같습니다 ㅋ

stella.K 2024-06-18 14:42   좋아요 1 | URL
맞아요. 한효주는 오근태의 뮤즈가 되기에 충분했죠. 오근태에겐 넘 치명적이었고. 사랑하니까 음악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여러 사람을 곤경에 빠트렸다는 건 영화적으론 정말 굿아이디어지면 실제로 그랬다면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죠. ㅠ
 










오늘 본 데스크 매트다. 키보드 쓸 때마다 손목이 아픈데 저런 거라도 깔아놓고 쓰면 좀 덜 아프려나 싶어서.물론 손목이 아프면 압박 밴드를 써야할테지만 익숙하진 않다. 손을 자주 씼는 편이라 손 씼을 때마다 풀렀다 맸다를 반복하는 것도 그렇고.  

가격이 싸지는 않네. 과연 저걸 사면 계속 쓸 수 있을까? 몇번 쓰다가 내 팽개치면 아까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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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4-06-15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목이 안 좋으시군요ㅠㅠ 압박 밴드가 불편하더라도 하시는 게 제일 좋을 듯 해요. 저도 손목이 불편할 땐 압박 밴드 쓰는데 그나마 낫더라구요. 손 씻을 때 불편하긴 해도 손목 시큰거리고 아픈 거보단 나아서요... 근데 데스크 매트 이쁘네요. ㅎㅎ

stella.K 2024-06-15 10:08   좋아요 1 | URL
예전에 지금의 저 나잇대 분들 손목 아프다면 이해가 안 갔는데 지금은 알겠더군요. ㅠ 그게 낫겠죠? 책 사놓고 안 읽으면 그건 아깝지 않은데 이건 좀 그래요. 그죠? ㅋ

cyrus 2024-06-15 0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트북 사용할 때 쓰는 작은 손목 받침대를 샀는데, 지금으로 문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ㅋㅋㅋㅋ

stella.K 2024-06-15 10:11   좋아요 0 | URL
역시 너답다. 어쨌든 그렇게라도 잘 가지고 있어. 또 혹시 모르잖아. 좀 있으면 제 용도로 쓰일지. ㅠㅋ

페넬로페 2024-06-15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목 아파 본 사람으로
그 통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압니다.
꼭 보호대 하시길요^^

stella.K 2024-06-15 10:21   좋아요 1 | URL
페페님도 동병상련이군요. ㅠ 요즘은 더워서 엄두가 안 나네요. 육수국물 떨어질까봐. ㅎㅎ
암튼 신중히 고려하겠습니다. 고맙슴다.^^
 

      

이 드라마의 장르는 추리 청춘멜로다. 혹시 <동백꽃 필 무렵>이란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면 이 드라마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 끝까지 웃기고 엔딩 역시 훈훈하다. 단 그 훈훈한 엔딩이 복불복이란 느낌도 든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씨름 선수단의 이야기이기도한데 당연한 얘기지만 왜 상대 선수끼리 서로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 거려야 하는지 알 것 같다. 그걸 못하는 사람은 선수가 될 수 없다. 한때 같은 소속 선후배끼리 대결하는데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혹시 후배가 선배에게 져 준 건 아닐까 하는 일말의 의혹이 남아서 하는 말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1등 같은 2등이 되던가 지고도 행복해하던가 그래야할 것 같은데 그 점은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장동윤 배우의 드라마인 건 확실해 보인다. 정말 연기를 잘한다. 특히 마을에 온 낮선 여인이 담배 피우는 것에서 뭔가의 의문점을 발견하고 한마디 흘리는 대사가 정말 웃기고 픽할만한 장면이다. 그걸 보면서 요즘엔 작가들이 배역에 맞는 대사를 잘 뽑아 내는구나 싶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사 전쟁이라도 벌이듯 일반적이지 않을 것 같은 대사를 배우가 시처럼 읊조리게 만들어 질리던데 자연스러워 좋았다. 각 인물의 특징도 잘 잡았다.


참, 이 드라마에 옛 명배우 추송웅의 계보를 잇는 웬 낮선 배우가 하나 등장하던데 그도 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이 될 것 같다. 


 오랜만에 일본 영화를 봤다. 어머니의 치매의 과정을 지켜보는 아들의 시선을 담았다. 이제 치매는 암만큼이나 흔한 질병이어서 이렇게까지 진지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한데 그렇다고 과한 건 아니다. 난 아직 치매환자를 자세히 지켜 본 적은 없는데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의 마음이 어떨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어머니가 예전에 음악학원 강사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중간중간 흐르는 피아노 곡들이 친근하게 잘 배치되어 흐르기도 한다. 무엇보다 절반불꽃놀이란 게 나오는데 그게 뭔가 했는데 일본엔 이런 불꽃놀이가 있구나 했다. 직접 확인 요망. 보는데 문득 3년 전 목포로 가족 여행을 갔다 본 불꽃놀이가 생각이 났다. 환경을 생각하면 불꽃놀이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그래도 밤하늘을 수놓는 멋진 광경은 인정! 강추까지는 그렇고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면 볼만하다.


 영화 <미나리>의 계보를 잇는 영화다. 짐작하겠지만 감독의 자전을 담고 있고 일만한 국제영화제를 휩쓸기도 했다. 90년 대 캐나다 이민자의 삶을 다뤘다. 지금은 우리나라 김밥이 서양에서 인기라는데 아직 한류가 꽃을 피우기 직전이니 그것도 놀림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민자라고 해도 과부에 어린 아들과 함께 이민을 했으니 그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까. 설상가상으로 주인공은 몇년 후 췌장암에 걸리고 아들은 불량학생이 된다. 


거의 유복자나 다름없이 자란 아이는 아빠의 존재에 궁금해 한다. 결국 죽음을 앞두고 아들과 귀국해 시댁을 가고 남편의 무덤가를 찾아가는 대충 그런 영화다. 그래도 영화 <미나리>는 윤여정과 한예리란 유명 배우라도 있지 이 영화는 낮선 배우만 나온다. 그래도 주인공이 연기를 잘한다. 영화가 아주 침울한 건 아니지만 유쾌하지도 않다. 외국에서는 꽤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의 시각에선 뭐 그렇게 환호할 일인가 싶다. 그래도 볼만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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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24-06-10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셋 다 낯설기만 하네요 ^^;;;

stella.K 2024-06-10 20:30   좋아요 0 | URL
치카님 TV나 영화 잘 안 보시는군요.
저 두 영화는 꼭 안 보셔도 되는데 드라마는 진짜 재밌습니다.^^

물감 2024-06-11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요새 영화 많이 보시네요! 저는 갈수록 영화/드라마를 안보게 되요. 이거 또한 유튜브의 폐해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책도 집중력이 오래가질 못하는..
첫번째 영화는 재밌어보여요. 씨름부 이야기 ㅋㅋㅋ 스포츠물은 다 재미있는듯!

stella.K 2024-06-11 20:08   좋아요 1 | URL
저도 한동안은 영화 안 봤어요. 극장은 굿바이한 지는 오래됐고
그나마 저는 지니 TV 보고 있는데 무료로 하는 영화 너무 올드한 것만
보여줘서 TV 드라마를 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얼마 전부터 상영된지
1년 정도된 비교적 최근작도 꽤 여러 편 무료전환을 히더군요.
물론 그것도 어느 기간이 지나면 다시 유료전환 할 거지만.

첫번째는 영화 아니고 OTT 드라마에요. 12편인가 14편짜리라 드라마 안 보시는
물감님은 버거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보고 맘에 들면 계속 보게될 거예요.
보면서 씨름도 나름 섹시할 수도 있구나 했습니다. ㅋㅋ
저도 책 보는 게 점점 쉽지 않아 드라마라도 보자는 쪽이죠.
드라마 잘 만든 건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그걸 안 보는 건 배배 배반입니다.
배반! ㅎㅎㅎ
 

정은채 배우를 좋아해 보기 시작했다. (이동휘는 내 스타일은 아니고.) 


어찌보면 오래된 연인의 그렇고 그런 시시한 이별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보고나서 읭, 이거 뭥미? 했다. 그런데 또 이런 이야기가 의외로 뭔가의 여운이 있어 날아가기 전에 붙잡아 두겠다고 몇 자 적어 본다. 


솔직히 난 음식과 로맨스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 영화는 아무리 잘 차려놔도 먹을 수 없고, 로맨스 역시 남의 사랑 이야기라 특별히 감흥이 없다. 또 그런 영화는 MSG가 있지 않은가. 사랑은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다. 로맨스 영화는 이루는데까지만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니까 그 여운이 오래 가지도 않는다. 더구나 사랑의 유통기한은 짧으면 3 개월 길어야 1년을 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 나머지는 '사랑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문제다. 하지만 고민하려고 하지 않는다. (정말?) 


어쨌든 그러다보니 사랑을 이루는 것 보단 차라리 왜 헤어지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나에겐 오히려 신선하게 왔다고나 할까?


이 영화는 오프닝 씬부터가 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아영(정은채 분)이 미술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전공과 다른 부동산 중개 일을 하고 있다. 텅 빈 어느 집에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가 집을 구경하며 행복해 한다. 아영은 그것과 상관없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그리고 그 예비부부의 뭔가의 질문에 기계적인 미소로 대답을 한다. 그 대비되는 표정에서 그녀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준호(이동휘 분)와는 CC로 만나 동거부터 시작한 아영. 시작했을 땐 행복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준호가 지겹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만년 공시생일뿐이다. 동창 모임에 나가도 가오가 나질 않는다. 그리고 매사 대충 좋은 게 좋은 거려니 하는 안일한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 짜증이 난다. 뭐 그것까지도 좋다고 치자. 그녀가 못 참는 건 준호의 거짓말이다. 집에 있으면서 독서실에 있다고 하곤 백수 친구와 게임 한 판 뜰려고 하다 딱 걸렸다. 결국 그것이 빌미가 돼 준호는 순식간에 집에서 쫓겨나고 만다. 


문득 과연 동거가 결혼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동거를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살아 보고 결혼한다는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 합리적여 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갈수록 결혼을 안 하는 추세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줄어 들 수는 있어도 여전히 결혼들은 한다. 결혼이 합리적이지 않는데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지는 말자. 결혼은 선택이니까. 


그런데 동거는 이 영화를 보면서 달리 생각해 보게 되더라. 단순히 살아 보고 결정하는 거던가 그냥 좋아서 동거부터 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 특히 기우는 동거는 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의 집에 누가 들어와 살 거냐에 따라 갑을관계가 형성되고 살다가 싫어지면 일방적으로 쫓겨나야 한다. 그건 얼마나 X팔리는 일인가. 영화속 준호처럼 말이다. 그런 걸 보면 그냥 각자의 집이 있고 데이트만 하는 다소 고전적인 방법이 오히려 더 합리적이란 생각을 해 보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둘은 그렇게 헤어지고 또 얼마 안 있다 각자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준호는 아영 보다 훨씬 젊고 어린 여대생과 동거를 하고, 아영도 준호 보다 훨씬 능력있고 매너 좋은 남자와 교제를 한다. 둘은 한동안 잘 될 것만 같았는데 잘 안 됐다. 무엇보다 그 능력있는 매너남은 사실은 애 딸린 유부남으로 이혼도 하지 않으면서 아영에게 껄떡대고 있었고, 준호 역시 아영 보다 좋은 상대였지만 아영에게 베풀지 않아도 되는 친절을 베푸느라 소홀히 해 놓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준호는 아영의 집을 나올 때 태블릿이 딸려 와 그것을 돌려 주러 잠시 나갔다 들어 오겠다며 그 동안 짜장면과 짬뽕을 시켜놓고 있으라 했다. 하지만 아영과 얘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그것을 잊었는지 돌아와 보니 음식은 이미 배달 돼 먹지도 않고 개수대에 쳐 밖혀 있고 여대생 애인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 장면이 참 묘한 여운을 남긴다.


결국 헤어진 연인들은 새로운 상대를 만나도 여전히 볼온한 걸까? 그래서 다시 새로운 상대를 만나 봤자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영과 준호는 스스로가 뭔가를 뛰어 넘어야 할 것 같은데 그 굴레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건 사랑은 언제 누구를 만나든 두근거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게임을 해야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결혼을 하거나 동거를 하면 사랑을 쟁취했다고 착각하고 안온함을 찾으려고 한다. 인간관계에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는 게 인간관계라는 거 우린 이미 너무 많이 경험하고 살아 오지 않았던가. 있다고 해도 얼마되지도 않는다. 냉정히 말해 준호는 쫓겨날 짓을 했다. 아영의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에 재빠르게 대처했더라면 그 지경까지는 안 갔을 거다. 오히려 남의 집에 얹혀 살아도 당당하고 재미지게 살지 않았을까.        


뭐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영화는 다음은 그 보다 더 못한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는지도 모르겠다.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고 노래했던 모 가수의 노래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것을 깨달았을 땐 늦었고 늙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진짜 인생 종친다.


영화가 단백하다. 그래서 보기에 따라선 심심할 수도 있겠다. 이렇다할 빌런도 어떤 질투도 음모도 없다. 난 때로 이런 스토리를 좋아한다. 그냥 존재만으로도 이야기가 되는 거. 물론 다 좋다는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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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4-06-04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가 있군요^^; 정은채 배우 참 예뻐요^^

stella.K 2024-06-04 13:0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정은채는 여러 색을 내는 배우 같아요. 청순하다가도 악녀의 이미지도 있고. 전사의 이미지도 있고. 여기선 좀 냉정하고 다소 표독스런 이미지예요. 넘 많이 알려드렸나요? 😂

페넬로페 2024-06-04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왓챠에 이 영화가 있어 보고 싶어요.
사실 지나가는 영화가 너무 많아 잘 챙겨보지 않게 되거든요.
정은채 배우보다는 이동휘 배우가 더 제 스타일이어서 한 번 보고 싶어요.

stella.K 2024-06-04 13:07   좋아요 1 | URL
앗, 이동휘 좋아하시는군요. 싫은 건 아닌데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ㅎ 근데 이 영화에 캐스팅됐다는 게 좀 의외란 생각이 들었는데 괜찮긴 하더라구요.^^

페크pek0501 2024-06-07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동거부터 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고 해요. 살아 보고 둘이 잘 맞는지 경험해 보겠단 거죠. 그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면 그래요. 15년 동안 가정에 착실한 남편이 어느 날 외도하게 되어 이혼하게 되었다면 이런 경우 동거 10년을 해 보았자 소용 없는 일이 되는 거잖아요. 또 다른 경우도 있죠. 가정적이지 않아서 불만이 있었는데 살아갈수록 그 배우자의 장점이 드러나고 점점 가정적인 배우자가 되는 거예요. 이런 경우 역시 오히려 동거해 봄으로써 좋은 배우자를 놓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의 결론은 동거는 불필요.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점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ㅋㅋ

stella.K 2024-06-08 20: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럼 법적인 보호를 못 받기도 하죠.
요즘엔 경제적인 이유로 대놓고 광고하고 동거를 찾기도 한다는데 단기적으로 그렇게 하기도 하나봐요. 근데 영화에서 보면 정말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걸 보면 안쓰럽기도 해요. 그럴바엔 고전적인 데이트를! ㅋㅋ

2024-06-07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08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동안 법정 드라마나 영화는 심심찮게 보긴 했지만 소설로 읽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물론 난 동명의 작품을 오래전 영화로 봤다. (본 지가 오래돼서 내용이 기억에 거의 없다.) 이번에 소설로 읽으니 작가에게 감탄하며 읽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취재력도 좋고 문장도 좋아서 만족하면서 읽었다. 매 챕터 들어갈 때마다 법에 관련된 명언들 써 놓기도 했는데 역시 돋보였다. 특히 배심원들 앞에서 펼치는 팽팽한 법정 장면은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딱히 2009년에 있었던 용산 참사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이 책을 읽으니 그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워낙 오래된 일이기도 하지만 이 나라가 어디 그 사건만을 기억해도 좋으리만치 한가하고 좋은 나라던가. 그래도 이만큼 나라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그런데 한편 이 책을 출간 당시에 읽지 않고 지금 읽은 게 오히려 잘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지금 읽으니 조금은 올드 한 느낌이 없지 않다. 문득 그때 내몰렸던 철거민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철거민들의 농성도 잦아들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들의 주거가 보장되었기 때문에 그런 걸까? 잘 모르겠다. 더 이상 강제로 철거하는 일은 없는지는 몰라도 대신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는 남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을 출간 당시에 읽었다면 이런 감상적인 내용으로 리뷰를 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 책에서 본 건 법의 진화와 발전? 뭐 그런 것이다. 물론 나는 법에 거의 문외한이다. 작가 역시 법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에 관해서 꽤 자세히 색인까지 써 가면서 꼼꼼하게 썼다. 그걸 보면서 작가가 이 작품을 썼을 당시 법이 이 정도였다면 지금은 또 얼마나 많이 바뀌었을까? 궁금하게 만든다.

물론 여전히 우리나라의 법은 가진 자, 범법자를 두둔하는 경향이 강하다. 얼마 전에도 어느 여자의 집을 무단 침입해 성폭행을 하려다 여자는 물론이고 애인까지 크게 다쳐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졌다. 이에 대해 범인에게 징역 50년을 판결해 달라는 원심을 깨고 거의 절반에 가까운 27년을 구형했다는 보도를 들은 적이 있다. 그뿐인가? 2년 전 급발진 사고로 아들을 잃은 젊은 아버지가 급발진 사고를 규명하기 위해 자신의 사비를 털어 넣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외국 같은 경우 급발진 사고가 나면 오히려 회사가 책임 소재를 소명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일명 원식이 법을 발의를 하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21대 국회가 임기가 끝나 폐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발 국회는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챙겨라!) 다음 회기 때 또 발의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걸 보면 우리나라 법이 어디로 가는지, 아직도 무르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에도 법은 진화하고 발전한다고 믿는다. 비록 우리가 원하는 속도로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씩 느린 속도로나마 변화하고 발전해 간다는 걸 이 책을 보며 새삼 깨닫게 된다. 아직도 우리나라 법정은 배심원의 의견이 판결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법 감정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작품도 화자 겸 주인공이 많은 우여곡절 겪고(원래 주인공은 다 그렇지만) 마지막이 좀 쓸쓸하긴 하지만 그런대로 희망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런 걸 보면 법이 여전히 가진 자의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포기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는 얻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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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5-29 2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법정 드라마는 우리에게 약간의 사이다를 안겨 주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열불이 터져요 ㅠㅠ
요즘 더 그런 현상이 많은 것 같아요.
희망을 포기하기 싫은데 희망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stella.K 2024-05-30 09:52   좋아요 2 | URL
그건 그래요. 그래도 그런 사이다 같은 드라마라도 자꾸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선가 자꾸 바른 말하고 쓴소리하면 뭐 하나는 귀에 걸리게 되어있거든요. ^^

물감 2024-05-30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한국의 법이 범법자를 두둔한다는 말이 왜 이리 씁쓸한가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저는 뉴스를 거의 안보고 있습니다. 어차피 주변사람들이 알아서 떠들어주는데, 듣다보면 여전하구나 싶고요. 말씀하신대로 법이 변해가는 건 느껴지는데 글쎄요, 한 20년쯤 지나 윗세대가 싹 물갈이 되어야 확 바뀌려나 싶네요...

stella.K 2024-05-30 11:50   좋아요 1 | URL
아마도 그렇게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의 사람들이 20년이 지나면 똑같이 구세대가 되어 헛짓거리 할게 뻔하거든요. 5:5만 해도 희망은 있을텐데. 아님 6:4나 좋다 7:3이라도. ㅋㅋ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말아야죠.

참, 저도 물감님 조언 듣고 김호연 작가의 매다끝 샀습니다. 빨리 읽어야죠. ㅎㅎ

2024-05-31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01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