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가 다시 나왔다. 이번이 세 번째 출간이다. 출판사는 그대로다.

 

1995년 처음 출간해서 절판이었다 2017년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서 소량 복간됐다. 워낙에 양이 적어 누구는 사네 마네 한동안 서재가 술렁였다.   

 

그때 나도 이책을 살까말까 한동안 꽤나 망설였다. 샀다고 해서 읽으리란 보장도 없지만 귀가 얇아 소진되면 다시 못 보는 건 아닌가 싶어. 하지만 곧 사람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포장이 불량이네. 번역이 아쉽다는 등. 안 사길 잘 했다 싶었다. 

 

이번에 나온 건 단순히 복간을 한 것이 아니라 개정 작업을 한 것이란다. 오류를 바로잡고 한글 맞춤법과 러시아어 표기법을 적극 반영했다는 게 출판사측 설명이다. 그러니 그때 안 사길 더욱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솔직히 그렇다고 이번엔 꼭 사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아니다. 좀 잔인하고 비참할 것 같아서 읽을 자신이 없다. 그래도 고맙긴 하다. 아무리 유명한 책이라도 한 번 절판되면 복간이든 개정판이든 내기 쉽지 않을텐데 이렇게 내주니 말이다. 이미 알겠지만 이 책의 특징은 역사소설이 아니라 기록문학이라는 것이다. 관심있는 사람은 이번 기회에 사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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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20-11-24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몇 년 전에 그렇게 산 사람 여기 한명 추가요...ㅠㅠ 표지도 제대로 못 봤는데 개정판이라뇨...

stella.K 2020-11-24 19:33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표지는 지난 번과 같던가 비슷한 느낌이던데
고민되시겠어요.
책 좋아하는 사람은 초판부터 개정판까지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는가 본데 뒷북소녀님도 이책에 개정판도
장만해 보심이...^^

레삭매냐 2020-11-24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놔... 그 때 샀는디 -

물론 처음에 조금 읽다가 포기했다는.

stella.K 2020-11-24 19:41   좋아요 0 | URL
그때 매냐님 사신 거 저도 기억나는 것 같아요.
재미없던가요? 아무래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죠?
책은 좀 그런 난제가 있는 것 같아요.
기껏 샀는데 나중에 개정판 나오면 억울하긴 해요.
근데 전 이 책이 나중에 개정판이 나오지 않을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어요.
결국 적중했지만 출판사에겐 미안하지만 역시 못 사겠더군요.ㅠ

페크pek0501 2020-11-24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6권 읽기를 포기하는 사람, 여기 있어요.
저는 천 쪽짜리까지만 읽겠습니다. 이번에 <닥터 지바고>1,2권을 마련했지요. 총 천 쪽쯤 될 거예요.
언제 읽을지는 알 수 없다는...

stella.K 2020-11-24 19:45   좋아요 1 | URL
오, 닥터 지바고! 저도 요며칠 웬지 생각나는 책이었는데.
죄와벌도 문동판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냥 생각만 있습니다. 나중에 중고샵에서 발견되면 모를까.ㅋ

2020-11-24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0-11-24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러시아 문학 번역 1세대 김학수님 번역이네요.
이분이 번역하신 ‘부활‘은 최고에요.
바뀐 철자법이나 현재 어위에 맞게 고치고 재복간된것도 대단하고 소수 독자들만 구입할텐데 다시 출판한 열린책들도 대단하네요.
저는 수용소 군도 세로로 된거 읽다가 눈알 빠지는 줄 ㅎㅎ

stella.K 2020-11-25 16:51   좋아요 1 | URL
헉, 그런 것꺼정...?!
저도 부활을 두 번인가 세 번 읽은 것 같은데
김학수 번역본을 기웃거려 봐야겠군요.ㅎ

그렇죠? 정말 소수의 독자만 읽을텐데...
세로줄이면 초판 때 읽었나 봐요.
1995년으로 나와있던데 그땐 세로줄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보다 오래 전에 나왔었나봐요.
정말 세로줄 쉽지 않은데 그렇다면 왠지 스캇님 저랑 연대가
비슷한 줄도 모르겠다는 의혹이...?!ㅎㅎ
암튼 대단하세요.^^

scott 2020-11-2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읽으셨던 책 물려받았어요 솔벨로우도 세로줄로 완독 법정스님 책도 세로줄 ㅎㅎ전혜린 수필 번역서도 세로줄 제 친구들은 전혜린이 전혜빈인줄 알아요

stella.K 2020-11-25 17:52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시군요. 아버님이 책을 무척 좋아하시는가 봅니다.
전혜린이 전혜빈...!ㅎㅎㅎㅎ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전 전혜린은 가로줄로 읽은 것 같습니다.
잘 기억은 나지않지만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로줄이었을 걸요?
그때 툴툴거리면서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로줄로 읽으면 왠지 어른이 된 것 같아서 꾸역꾸역 읽었는데
역시 쉽지는 않았죠. 어린이 문고본은 가로줄인데 말입니다.ㅋ
 

 

저는 공부가 단순히 머리로 하는 노동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의 과정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밑바닥을 흔들고 다시 바닥을 다지는 게 ‘공부‘입니다. (36p)

우리에겐 저마다 아픔과 고통이 있습니다. (중략) 공부하는 과정에서는 이런 아픔과 더 자주 부닥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기 응시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 아픔의 근원이 무엇인지, 그것에 내게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인지 알아야 합니다. 나는 어떨 때 상처받고 무엇으로 극복하는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될지 마음속의 아지랑이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진짜 내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타인이 그려놓은 내 모습에 돠절하거나 산처받지 않습니다.(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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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2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2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영화를 보는 마음은 남다르다. 우선 추억의 영화다. 옛 영화를 보면 왜 그리도 애틋하고 아련해지는지. 1998년 산이다. 출연한 배우도 이젠 노년으로 접어 들었다. 특히 영화속 김 캐리의 풋풋함과 유머러스한 연기란 참...! 

 

처음 봤을 당시에도 좀 충격적이다 싶은 게 있었는데 지금 다시 봐도 세월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벽해 보인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렇게까지 완벽한 쇼를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니까 가능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의미하는 것에서 우리는 뭔가 조정 받고 있다는 묘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요즘 각 방송국마다 보여주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은 이 영화의 오마주라고 보면 될 것이다. 어느 정도의 컨셉과 동선을 보며 킬킬대고 웃다보면 TV가 사람을 바보 만들지 싶다. 그뿐인가, 우린 감시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가. 영화는 이걸 더불어 꼬집어 주고 있다. 허위만이 진실이란 묘한 역설이 성립되는 느낌이다.

 

솔직히 올초 코로나가 터졌을 때 정말 믿고 싶지 않았다. 혹시 뭔가에 조정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날씨와 기후도 조작한다는 말이 있던데 말이다. 누군가 코로나의 아비규환으로 몰아넣고 킬킬대고 웃으며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의심을 했더랬다. 물론 지금은 그 보다는 인류가 언젠가 치르게 될 재앙을 치르고 있는 거겠지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긴 하지만 그런 상상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어딜 갈 때마다 QR 코드를 찍어야 하는 것도 뭔가 편치마는 않고. 

 

그런데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님께선 이걸 꼭 나쁘게만 보지 않고 있어서 좀 의외이긴 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디스토피와와 유토피아 동시에 보고 있는데 지금 유럽의 통제 불능의 상황을 보면 세계는 디스토피아로 갈수도 있고, 비교적 코로나 방역을 성공적으로 하는 한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를 보면 유토피아로 갈수도 있다고 했단다. 결국 통제만이 살 길인가 싶기도 한데 그것을 꼭 나쁘게 보지마는 않는 것 같았다. 이를 달리 보면 서로를 위한 마음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즉 내가 그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나 역시도 피해 받지 않으려는 그 통제 가능함이 유토피아로 갈수도 있다나 뭐라나. 그렇게 보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뭐 영화도 나중에 해피엔딩 아닌가. 아, 나의 팔랑귀란...

 

아무튼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허리우드의 시스템이 부럽기도 했다. 그나저나 감독 아저씨는 요즘 뭐하시는지 모르겠다. 지난 2010년 이후 필모가 없는 걸 보면 은퇴하고 놀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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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1-06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코로나19로 3차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는 느낌도 들더군요.

stella.K 2020-11-06 19:21   좋아요 0 | URL
다들 그 얘기하죠.
지금은 또 그냥 덤덤하네요.
첨엔 진짜 큰 일 나는 줄 알았는데.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그저 빨리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요.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에 <기생충>이 된 것에 대해 투덜거렸다는데 이 작품을 보니 과연 그럴만도 하다 싶다. 솔직히 <기생충>은 작품만 보면 나쁘지 않지만 이 작품과 비교하면 이 작품이 월등히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왜 아카데미는 <기생충>에 작품상을 수여했을까. 하긴 이 영화는 작품상만 안 탔다뿐이지 주요 부문을 석권하지 않았나. 그렇게 따지자면 나름 공평했다고 봐야할까?

 

이 작품 정말 스산하게 잘 만들었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긴 하지만 원 톱의 영화다. 한 명의 주인공이 임무를 완료할 때까지 이처럼 실존적이고 카메라가 끝까지 추적하는 영화 방식이란 쉽지 않아 보인다. 아마 큰 스크린에서 봤다면 엔딩 때 일어나 박수를 쳤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지난 주일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설민석의 말에 의하면 발발 직후 전염병이 확산해서 세계1차 대전은 흐지부지 끝난 전쟁이라고 했다. 전쟁을 이긴 게 전염병이라니. 전염병 이길 장사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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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1-06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그 무엇도 심사위원이 무얼 중요시했는가 하는 게 문제라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stella.K 2020-11-06 19:18   좋아요 1 | URL
그런 것 같아요.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드는 건 사실이지만
작품상은 좀 의외였거든요.
내부에 어떤 사정이 있겠죠. 한류 때문일수도 있고.
암튼 전 전쟁 영화 별로 안 좋아하는데
<기생충> 때문에 본 것도 있고 더빙으로도 볼 수 있어서
본 것이기도 해요.
자막 읽는 게 갈수록 귀찮아서..ㅋ
 

                                     

                       

 

오랜만에 연극을 보았다. 정확히는 스테이지 무비다. 즉 연극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 물론 중간중간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올레 틔비 회원 12년쯤 하니 이런 것도 보여준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함부로 공연장 가기도 뭐한데 괜찮은 시도 같다.

 

이 연극은 2인극이다. 황혼의 사랑을 그렸다. 내용은 그냥 고만고만 하다. 젊어서 테일러였던 홀아비가 독립을 한다고 예전에 알던 국밥집 할멈의 집에 들어가 하숙을 하다 사랑하고 사별하게 되는 과정을 사계절에 비유해 그렸다. 연극이란 장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으니 스케일을 크게하기도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결국 배우의 힘이 작품의 성패를 가른다. 두 노배우의 연기가 볼만하다. 그래서 연극을 배우의 예술이라고 했는가 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대본이 좀 아쉽다. 조금 더 디테일하면 좋을텐데.  

 

우리는 노년의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늙어서 황혼 이혼하는 경우도 많고 송장 치워주러 결혼하냐, 늙어 무슨 로맨스냐며 거북함을 숨기지 않고 스스로도 위축되어 있다. 하지만 사랑은 나이를 타지 않는다. 노년의 사랑은 죽음이 가깝기 때문에 더 강렬하고 실존적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을 별로 어렵지 않은 대사에 잘 담아냈다. 나중에 할멈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데 그 장면에서 잠시 울컥했다.    

 

비록 TV이긴 하지만 괜찮은 느낌이다. 지금 공연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되면서 조심스럽게 공연을 재계하는가 본데 언제쯤이면 코로나가 물러가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공연을 보러 다니게 될까 아득한 느낌이다. 미국의 브로드웨이의 살아 있는 전설이란 한 여자 배우는 살면서 별 일을 다 겪었지만 이런 때는 처음 본다고 절망적으로 말하면서 공연계의 도움을 호소한다. 미국이 이럴진대 우리나라 공연계는 오죽할까. 이렇게 스테이지 무비라도 보면 공연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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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10-2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연극연 배우를 눈앞에서 보면서 봐야하는 예술인데... 그쵸. 연극은커녕 극장 간지도 너무 까마득합니다. 공연이나 문화계 사람들도 정말 힘들것 같아요

stella.K 2020-10-23 18:50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연극을 영상으로 찍어 유료 상연하는 극단도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솔직히 연극은 돈 생각하면 못하죠.
연극 한다는 그것 하나 보고 할뿐인데
이런 기업에서 한시적로나마 도움을 준다면 좋을텐데 어떤지 모르겠어요.

페크pek0501 2020-10-23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다가 왜 재미가 없는 거지, 하고 보면 디테일 문제였어요. 작가도 건성으로 쓰고 독자도 건성으로 읽게 되어요. 독자를 그 내용에 빠져 들게 하는 핵심적 요소가 디테일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stella.K 2020-10-24 15:31   좋아요 0 | URL
연극이 나쁘진 않은데 좀 아쉽다는 거죠.
그런데도 두 사람이 90분 정도되는 연극을 이끌어 간다는 게
새삼 놀랍더군요. 두 사람의 연기는 정말 괜찮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