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나무숲 속을 나란히 가면서

    어쩐지 여인 같은 착각

     이대로 포옹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며

    어두운 길을 처녀와 함께 걷는다.

 

  입술을 맞추었다 생각하는 순간

   잠이 깨는구나 숨결도 거칠게

 

  무기력하게 거리를 두고 사귀다 보면

   처녀들은 하나 둘 나를 떠나간다

 

                                                                 -미우라 아야꼬의 애인 마에까와 다다시의 단가-

 

* 극량의 곱절만 마시면 죽는다고 하는 말을

  몇 번이나 생각하며 오늘도 저문다.

 

  자기혐오에 격렬하게 빠져들어 갔을 때

  시커멓게 모였던 구름 깨어졌네.

 

  타성에 빠져사는 나를 생각했노라

  체온계를 뿌려 내릴 때

 

  거지들이 부러워지는 이날 밤이여

  우체국 벤치에 드러누워서

 

  주부의 벗 구직란을 읽고 있지만

  가슴 앓는 나에게 살 길 있는가

 

  포르말린 냄새나는 잠옷 갈아 입으며

  마음 유순해져 가네

 

                                                                                      -미우라 아야꼬-

 

서로 앓으니 언제까지 이어질 행복이려나

입술 맞추며 눈물 흘리네

                                                                            아야꼬

피리처럼 울리는 가슴에 그대 안으면

내 외로움은 극치에 달해라

                                                                         다다시

 

* 침상에서 미끄러질 듯한 내 이불을

   다시 잘 덮어 주고 가신 그 날이 마지막이 되었구나

                                                                      

*  평범한 것을 평범하게 노래하며 배운 것은

    진실되게 산다는 것

                                                                               -<길은 여기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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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30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네요...잘 읽고 갑니다. 님 땜에 이 책 다시 찾아 읽어봐야할까봐요

stella.K 2004-04-30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문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 일본 소설 읽으면서 취향이 맞지 않아 좀 실망하고 있었거든요.^^
 

요약

하이쿠[]와 더불어 일본의 전통적 시가를 대표하는 단시.




  본문

일본의 정형시()로, 5구 31음절로 되어 있다. ‘단카’라는 호칭이 사용된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부터이다. ‘조카[]’에 대응한 용어로서, 엄밀하게 말하여 ‘와카[]’를 그대로 ‘단카’라 할 수는 없으나 《고킨슈[]》가 나온 무렵부터 ‘와카’ 가운데, 5구 31음절의 형식이 대부분을 차지하여 ‘와카’→‘단카’→ 5구 31절시로 통하게 된 것이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구름 한 점 흐르는 오월의 하늘을 바라보면

    그대 가신 것 믿을 수 없어

     

    그대 가시고 오로지 외로운 나날일 뿐인데도

    살아야만 하는가 기브스 침대에 누워서

     

    그대 가시고 날이 갈수록 외로움 더 한데

    오늘 아침 처음으로 뻐꾸기 울었네

     

    그대가 남긴 단젠에 꽂혀 있는 이쑤시개 보고

    눈물은 흘러 멈출 줄 모르누나

     

    귀속으로 들어간 눈물을 씻으면

    다시 외로운 눈물은 솟아나고

     

    한밤 중 눈을 뜨고 보면 나 혼자인데

    가신 님 성큼 들어서는 것만 같아

     

    내 머리카락과 그대 유골이 함께 담겨진

    작은 오동상자를 안고 잠들었네

     

    마가렛에 덮여 아름다웠던 그대의 관

    전해 듣고 꿈 속에서 보았네

     

    그대 없는 세상을 슬퍼하며 살고 있는

    내 생명도 짧은 것이어라

     

    온갖 괴로움 끝에 알게 된 그대

    그대도 겨우 5년 만에 가셨구나

     

    그대의 유영 앞에 바쳤던 귤을 내려 먹는 쓸쓸함

    상상도 못했으리

     

    크리스찬의 윤리에 살아

    동정 그대로 간 서른 다섯의 나이였네

     

    여자보다 부드러운 그대라고 했지만

    주장을 굽힌 적은 그대에게 없어지

     

    담배 피우는 나를 보며 슬픈 듯 고개 떨구던

    그대에게 이 내 몸 끌려 갔더니

     

    최후까지 처음 만났을 때와 다름 없었지

    그 언행 올바르고 부드러움까지도

     

    시체해부 의뢰의 전문(電文)도 적혔구나

    의학도 그대의 유언 속에

     

    꿈에조차 그대는 죽어 있고

    그대 식은 몸 끌어안고 아아 나도 죽어 있네

     

    기도하는 것 노래 읊는 것을 가르쳐 주시고

    나를 남긴 채 그대는 가셨구나

     

    원죄의 사상으로 이끌어 주던

    그대의 엄한 눈동자 생각나누나

     

    산비둘기 우는 저녁 언덕에

    무릎 꿇고 함께 예수님께 기도하였네

     

    아내처럼 여긴다며 나를 안아 주던

    그대여 그대여 돌아오라 천국에서

      

    *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가 사랑하는 애인을 잃고 쓴 단가 형식의 만가(挽歌)

                                                          <길은 여기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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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3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은 여기에란 책을 오래전 읽었는데 이런 단가가 나와 있군요. 도대체 난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 건지...
 

'각하' 머리 깎으며 겪어낸 현대사의 상처
권력자의 곁에서 권력의 파편에 맞을까
전전긍긍 소시민 다뤄


숫자와 관련된 문제는 그저 ‘사사오입’(四捨五入)으로 처리하는 게 개운하다 믿는다면, 우는 아이에게는 “파출소 가자” 라는 말이 약이라고 생각한다면,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다’는 말이 ‘나라 망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 들렸던 당신이라면. 그리고 당신이 바로 ‘그 당신’의 아들이나 딸이라면. ‘효자동 이발사’(5월5일 개봉)의 에피소드를 그냥 영화 속 설정이라고 믿기는 힘들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이 실제와 동일하지 않다’며 역사왜곡 논란을 피하려는 영화 프롤로그의 자막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권력은 어떻게 우리의 아버지들과 우리 인생에 개입했는가.‘효자동 이발사’는 때론 슬슬 웃으며, 때론 눈물을 흘리며 그 질문을 던진다.


경무대 근처 효자동에서 ‘성한모 리발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발사 성씨(송강호). 임신한 이발사 김양(문소리)를 “임신 5개월부터는 사람으로 봐야한다”(1954년 사사오입)고 설득해 아이를 낳아 살림을 차렸고, “이박사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전수받아 개표소에서 ‘2번’을 찍은 투표용지를 먹어버렸다(1960년 3·15 부정선거). 아들이 태어나는 날엔 최루탄을 맞은 학생들에게 의사선생님으로 오인받았고(1960년 4·19 혁명), “청와대가 어디냐”고 묻는 탱크를 몰고 온 새파란 군인에게 길을 가르쳐 주었다(1961년 5·16 쿠데타). 그리고 그는 어느날 대통령 경호실장이 안기부장을 물먹이기 위해 만든 사건에 주연으로 발탁되며 ‘투철한 반공정신’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고 이어 대통령의 이발사가 된다.

성한모의 삶은 권력을 지향(志向)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지양(止揚)하는 편에 가깝다. 이발사가 되어 돌아온 첫날 그는 몸져 누웠고, 대통령의 ‘용안’에 상처를 낼까 두렵기만 하다. 권력자의 곁에서 권력의 파편에 맞을까 걱정하는 것이 ‘없는 자, 못난 자’의 생리다. ‘돈은 보장 못해도 편하게 살 이름’이라는 말에 아이 이름을 ‘낙안’이라고 지은 것은 그가 굵고 짧은 삶 대신 ‘가늘고 긴’ 삶을 지향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가늘면 끊어지기도 쉬운 법.

유신 직전, 정권은 ‘마루흑병에 걸린 자를 북한잔당과 접촉했을 것으로 본다’-한마디로 설사하면 빨갱이란 뜻-는 얼토당토않은 논리를 만들어낸다. 대통령 이발사로서 충성도를 증명하기 위해 설사하는 아들을 자진해서 파출소에 보낸 그는 속이 다 탄 후 걷지 못하는 상태로 돌아온 아들을 만난다. 그가 권력에 눈초리에 고개 숙이는 동안, 아들은 스스로 설 수 있는 다리를 잃었다. 아이가 울부짖고 피를 흘리는 대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빨간전구를 문 채 전기 고문을 받는 장면은 그로테스크함의 극치다. 코믹함을 양념으로 얹어 사실적으로 전개되던 영화는 이 끔찍하고도 기괴한 이미지를 통해 판타지로 탈바꿈한다. 끔찍한 역사를 우화로 만드는 매력적 가벼움이며, 동시에 심각한 고민을 가볍게 갈무리하려는 회피로도 읽힐, 가장 논쟁적인 장면이다.

전반부엔 코믹하고, 후반부엔 슬픔으로 내파한 아버지의 얼굴을 보여준 송강호를 비롯해 문소리, 아역 이재응 등 배우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고, 데뷔 감독인 임찬상은 드라마 자체인 현대사의 에피소드 조각을 조화롭게 엮었다. 하지만 비밀스럽고, 웅장한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실망감도 안겨줄 여지가 많다. 특히 성씨네 가족을 위로하는 듯한 결말은 영화의 맥을 빠지게 한다. 10·26 후 대머리 대통령에게 불려가 “각하, 머리가 자라면 다시 오겠습니다”는 말로 자리를 사양하는, 권력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모습으로 끝나는 방법도 괜찮지 않았을까. 에피소드로 엮은 이야기는 꼼꼼하지만 웅장하지 않고, 역사와 정면승부하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은 영화적 매력이자, 상업적 약점으로 보인다.

(박은주기자 zeen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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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3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넘 재밌을 것 같아요. 빨리 보고 싶어요. 강릉엔 개봉하는 극장이 쫌 안 좋긴하지만 개봉하는게 어디냐 싶어서 기다리고 있죠.

stella.K 2004-04-3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만 해결되면 강릉도 정말 좋은 곳일텐데요.ㅎㅎ! 오래전에 갔던 정동진 생각나네요.^^

비로그인 2004-04-3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는 왠지 한번 봐줘야할 거 같은 생각이...^^

*^^*에너 2004-04-3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영화 잼있을꺼 같아요. ^^
 

죽음 앞에서 욕망에 눈 뜬 그녀
로맨틱 코미디 배우 멕 라이언 충격적 변신

에로스와 타나토스(죽음의 욕망)의 결합은 모든 섹스 스릴러가 신봉하는 이데올로기이다. 그러나 ‘인 더 컷’(In the cut·30일 개봉)에서만큼 죽음과 섹스가 화학적으로 한 몸을 이룬 경우도 드물 것이다. 아마도 현역에서 활동하는 가장 중요한 여성 감독일 제인 캠피언은 이 신작을 거칠고 강렬한 욕망의 오디세이로 만들었다.



 

 

 

 

 

 

 

영문학 강사 프래니(멕 라이언)는 어느 날 술집에 들렀다가 오럴 섹스에 몰두하는 남녀를 발견하고 야릇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이후 그때 본 여자가 처참하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으면서도 그는 탐문수사를 하던 형사 말로이(마크 러팔로)에게 강렬하게 이끌린다. 말로이와의 관계에 탐닉하기 시작한 프래니는 어느 순간 그가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인 더 컷’은 낭만적 사랑을 토막살해하는 대신 불가해한 욕망의 가공할 만한 힘 자체에 주목하는 영화다. 여기서 스릴러라는 장르 형식은 분위기 형성을 위한 일종의 병풍 같은 역할만 담당한다.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 가는 전통적 독법으로 덤벼들면 이 영화만큼 시시한 연쇄살인극도 없을 것이다. 대신 감독은 공포와 욕망이 뒤범벅된 감정 속에서 허우적대는 심리를 시종 흔들리는 카메라에 담아내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여성의 시선으로 잡아낸 여성의 욕망’이란 핵심 슬로건은 캐릭터에서 구체적 섹스신까지 철저히 관철됐다.

캠피언은 ‘내 책상 위의 천사’ ‘피아노’ ‘여인의 초상’ ‘홀리 스모크’에 이어 또다시 (그 대상이 욕망이든 삶이든) 여성의 자각에 방점을 찍은 여성 영화 한 편을 내놓았다.

오랜 세월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였던 멕 라이언은 배우로서 일생에 한두 번밖에 써먹지 못하는 충격적 변신의 카드를 제대로 활용했다.

수많은 사랑 영화에서 내내 양손에 쥐고 연기했던 초콜릿과 솜사탕을 속옷과 함께 집어던진 그는 이전의 경력 자체를 이 영화에서의 파괴력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동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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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3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 켐피온 영화를 너무나 좋아하는 저로서는 서울 원정 불사해서라도 보려고 벼르고 있답니다. 강릉은 개봉을 안 한답니다

김여흔 2004-04-30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
 

 저자가 누보로망의 선두주자란다. 누보로망이 뭔지 모르겠다. 

언젠가 작품설명 읽어보니까,  대충 아내가 이웃집 남자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작중화자인 남편의 질투의 심리를 쓴 작품 같아 읽어보고 싶었다.

난 워낙에 심리묘사가 잘된 작품을 좋아하고 지금 지지부진하게 쓰고 있는 습작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읽어보기로 했다.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어휘가 문제다. 달리는 건 물론이려니와, 내가 지금 바르게 어휘를 구사하고 있는건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일단 이어령 교수의 책을 사서 후회해 본적은 없으니까 읽어 볼란다. 두께는 만만찮아 보이지만 장정이 마음에 든다.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의 소재가 연극이다. 등장인물에 연출가가 나오고 작가가 나오고 배우도 나온다.

작가는 자기 경험이상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오래전서부터 연극에 관심이 있어왔는데 이론적으로 아는 건 없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순 몸으로만 떼웠었다. 꼭 지금 쓰는 글이 아니더라도 쭈~욱 훑을 필요는 있을 것 같아 샀지만 약간 겁이 난다. 무슨 학술서적 같아서. 끝까지 읽을 수 있으려나...?

 

 이건 전에 메시지님 리뷰를 읽고 찜해 둔 책이다. 그렇지 않아도 같은 작가지망생인 후배 한애가, 언니는 작가가 되려고 하면서 이외수씨 책 한권 안 읽느냐고 면박을 받았었다. 난 저자의 외모에 선듯 마음이 가지 않았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고 했는데...

막상 받아 든 순간, 책이 생각보다 얇기도 하거니와 페이지마다 글자도 몇개 안들어가 "잉..?"했다. 그리고 좀 읽기 시작했는데 이런...의로로 너무 좋다. 왜 이외수 매니아가 있는지 알 것도 같다.    

큰일났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다 못 읽었는데 이 책을 펼쳐 들다니.

쿠폰에 눈이 어두워 3권쯤 사려고 했는데 4권을 사 버리고 말았다. 부지런히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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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04-2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음 주에 쿠폰에 눈이 어두워 예상보다 많은 책을 살지도 모른다는..이게 알라딘의 노림수일테지만^^;;

stella.K 2004-04-29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쵸. 역쉬 알라딘, 알면 알수록 빠져든다니까요.^^

waho 2004-04-2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쿠폰에 눈이 멀어 사만원 이상 구입을 두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