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다.

근래에 내가 기억하는 가장 뜨거웠던 여름은 지난 2018년 여름으로 이었다. 그전까지는 그냥 근근이 견딜만해서 에어컨 같은 건 키우지 않았다. 더위를 심하게 타는 체질도 아니어서 선풍기로 버틸만했다. 하지만 그 해 여름의 끝자락에 결국 에어컨을 달았다. 하지만 그 이후 또 그럭저럭 견딜만한 해서 에어컨은 그다지 절실하지 않았다. 그래도 언젠가 2018년과 같은 여름이 오지 않을까 했더니 올해가 딱 그런 해고 전기 사용량이고 뭐고 너무 더우니 에어컨이란 물건이 없었더라면 어쩔 뻔했나 싶다.

올여름은 이미 2018년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누가 말하기를, 어떤 운동선수는 태국으로 전지 훈련을 간다고 해서 의아했단다. 그 더운 아열대 나라를...? 그랬더니 우리나라 보다 덜 더워서 가는 거라고 했단다. 일본도 기온이 떨어졌다는데 왜 우리나라만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열대야만이라도 사라지면 좋겠는데 입추와 말복도 한참 지났건만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예보에 의하면 앞으로 이런 폭염은 열흘은 더 지내야 한다고 하니 걱정이다.

어제 아침에 뉴스를 보니 이런 찜통더위에 어디는 어제 마라톤 경기를 하다 온열환자가 나와서 경기를 취소했다나 뭐라나. 그나마 더위 때문에 오후 늦게 했나 본데 요즘 해가 져도 더위는 식지 않는데 뭐 그런 오싹한 일을 감행했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 본 영화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만들었다. 솔직히 좀 놀랐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런 영화를...? 국가기관에서 만들었으니 건전 영화(?)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웬만한 첩보 스릴러 못지않다. 보다가 재미없으면 끊어야지 했는데 끝까지 다 봤다.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좋다. 시나리오가 좋으면 영화는 끝까지 보게 된다. 우리나라 고등어 납품 세 곳의 비리와 담합 사건을 파헤친 사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내에 '사건 수사 신속 신속지원팀'의 활약상을 그렸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회사 사람들과의 머리싸움도 볼만하지만 그 과정에서 같은 팀끼리 서로를 의심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과 나중엔 차가운 냉동차에 갇히기까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간다는 뭐 그런 의지도 보여서 나름 신뢰가 느껴지기도 했다. 공무원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 말이 있는데 이 영화가 과연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 그래도 공정한 사회를 위해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환영이다.


괜찮은 영환데 평점이 의외로 낫다. 배우 몇 사람을 제외하면 정말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섭외한 건 아닐까 싶게 낯설다. 아무래도 국가에서 만든다고 하니 출연료가 그다지 세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샤이한 면이 있어서 기존의 배우는 선뜻 출연할 마음을 먹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유명 배우와 스토리가 조금만 더 풍성했다면 급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그 점은 좀 아쉽다. 국가 기관에서 만든 만큼 무료로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봐 줄만하다. 기회되면 한 번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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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8-20 0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웹드라마도 있군요 영화하고는 다른 내용일지... 드라마를 먼저 만들었나 봅니다 일본 소설 《공정의 파수꾼》(신카와 호타테)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이 소설에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이 나와요 본래 제목은 ‘경쟁의 파수꾼’인데 공정한 경쟁을 하기를 바라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희선

stella.K 2024-08-20 16:47   좋아요 0 | URL
엇, 웹드라마가 있었나요? 그건 못 봤네요.
웹드라마도 재밌을 것 같네요.
공정의 파수꾼도 있군요. 그럼 그 소설 보고 착안해서 시나리오를 썼을까요?
암튼 괜찮았습니다.^^

페크pek0501 2024-08-20 1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평점이 낮은데 의외로 좋은 영화가 있더라고요.^^

stella.K 2024-08-20 16:5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그런 게 있죠?
좋은 줄 알았는데 막상 별로 보단 훨 낫죠? ㅎㅎ
너무 더우니까 휘지네요.
태풍이와도 더위는 꺾이지 않을 거라니 걱정입니다.
마지막까지 건강 조심하세요.^^

고양이라디오 2024-08-28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좋은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맞아요 2018년 이후로 가장 더운 여름 같습니다. 열대야가 심했는데 그래도 요즘은 조금 꺽인 거 같습니다ㅎ

stella.K 2024-08-28 13:28   좋아요 1 | URL
저는 괜찮았어요. 고라님도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이 뜨거운 여름도 이제 서서히 등을 보이려나 봅니다. 밤날씨는 그제 다르고 어제 다르고 하던데요? 좋긴한데 또 관문이 남았죠. 가을 모기! ㅋㅋ
 
퀸스 갬빗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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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테비스의 <허슬러>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책 읽었다. 현재 같은 출판사에서 작가의 작품 5권이 번역되어 나와있다. 일단 이 두 권만 가지고 보자면 <허슬러>는 당구를, 이 책은 체스를 소재로 다뤘다. 둘 다 스포츠 소설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스포츠 전문 작가는 아닌 것 같다. 이 둘은 좋게 말하면 두뇌 스포츠고 나쁘게 말하면 잡기다. 나야 잡기라면 화투 정도 밖엔 모르고, 그것도 혼자 하거나 100원 내기 또는 딱밤 맞기 정도의 미나토(?)여서 이 잡기의 세계가 얼마나 넓고 심오한지는 알 길이 없다. 그나마 화투도 어린 시절 외엔 잡아 본 적이 없으니 말 다 했지.

체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츠바이크다. 워낙 오래전에 읽어 내용은 거의 기억에 없지만 그 문장의 우아함과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다. 알다시피 츠바이크는 오스트리아 작가고 월터 테비스는 미국 작가다. 뭐 당연한 소리긴 하겠지만 같은 소재라도 어느 나라, 어떤 작가가 쓰느냐에 따라 그 문체나 사고방식이 많이 다르다.

월터 테비스는 가장 미국적인 작가 중 한 사람은 아닐까 싶다. 미국의 가장 세속적인 면을 여지없이 드러내 준다. 난 이미 <허슬러>의 리뷰에서도 그런 언급을 했지만 이어령 교수의 말마따나 미국은 거리의 문학을 표방한다. 이 소설도 8살짜리 소녀 베스 허먼이 사고로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고아원으로 가게 되는 게 첫 시작이다. 가정이 없어진 것이다. 좀 놀라운 건,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고아가 됐는데도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인다는 거다. 뭐 8살짜리가 죽음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만 그래도 부모가 돌아갔는데 어떻게 그렇게 담담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하다못해 보모를 회상해도 좋고 아름다운 기억보단 불온하고 불만스러운 기억을 떠올린다.

더 놀라운 건 베스가 들어간 고아원에선 아이들에게 일괄적으로 약을 주는데 그게 일종의 신경안정제다. 하도 아이들이 울고 보채니 약으로 신경을 마비시킨다는 건데 그게 좀 충격적이었다. 문득 60년 대 미국의 고아원은 다 이랬을까? 다 그렇진 않더라도 있을 수 있는 이야기란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로 인해 베스는 약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성인이 된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일까? 고아원 수위 아저씨로부터 우연히 체스를 접하게 되고 베스는 그것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 비슷한 구성은 소설 '허슬러'에서도 보인다.) 하지만 고아원 원장은 어린아이에게 체스를 가르치는 걸 금지시켰다.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처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그로 인해 베스는 체스를 못하게 될 줄 알았는데 운 좋게도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입양을 가게 되고 거기서 계속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된다. 하지만 완벽한 행운은 없어 베스가 입양되던 날 양아버지란 작자는 집을 나가버리고 결국 양어머니와 둘이 살게 된다. 하지만 역시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고 비록 짧은 인연이지만 베스는 체스로 양어머니를 기쁘게 하며 나쁘지 않은 모녀지간으로 지낸다.

작품을 읽으면서 새삼 놀랐던 건, 체스 선수가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줄은 몰랐다. 베스는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체스에 관한 책을 사고 공부를 한다. 특히 체스에 관한 잡지를 빼놓지 않고 사던데 문득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에도 체스에 관한 책과 잡지가 있는지, 있으면 얼마나 있는지 잠시 알아봤다. 그랬더니 체스에 관한 책은 나름 꽤 있지만 잡지는 보지 못했다. 뭐 이해 못 할 건 없다. 우리나라는 잡지를 내면 낼수록 적자 구조고, 바둑이나 장기도 특정한 사람들 아니면 즐기지 않는데 이 서양장기는 또 얼마나 알겠다고 잡지까지 사 보겠는가.

책은 평이하게 잘 읽히는 편이다. 물론 체스의 기본 지식을 알고 봤다면 더 재미나게 읽었겠지만 모른다고 해서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난 베스가 체스를 어떻게 싸우고 이기며 어떻게 성장해 가는가를 보기보단 그녀의 앞으로의 인생이 자꾸만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그녀는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었고, 약물중독에, 좋은 가정으로 입양되지도 못했다. 그나마 자신에게 잘 대해줬던 양어머니도 일찍 죽었다. 남자 친구도 사귀는 족족 그녀를 떠나간다. 그렇다면 그녀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궁금하고 걱정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나 스스로가 이런 인물은 불행할 거란 쪽으로 자꾸 상상하고 싶은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다 결국 작가에게 한방 먹었다. 작가는 주인공의 인생을 그리 길게 재단하지도 않았다. 주인공은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채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렇다면 그 인생이 앞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지 불행한 삶을 살지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 그 나이에 연애에 두어 번 실패했다고 앞으로도 계속 실패할 거라고 장담도 할 수 없다. 약물에 중독됐다고 해서 당장 폐인이 되어 거지 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성공적인 인생을 살 거라고 할 수도 없겠지. (우린 약물중독에 걸린 인생이 어떤 최후를 맞게 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사실 난 작가의 작품이 나와는 썩 맞는 편은 아니었다. 지난번 <허슬러> 때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미국 특유의 세속적 낙관주의와 허무주의가 작품 전반에 흐른다. 그래도 작품의 구성이나 심리 묘사는 <허슬러>보단 훨씬 입체적이란 느낌이 든다. 문득 월터 테비스가 미국 문학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하나 인정하는 건 정말 열심히 썼던 작가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지난 1984년에 50대의 나이로 타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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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4-08-19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 재밌게 본 드라마인데ㅎ 소설도 괜찮나 보군요ㅎ

stella.K 2024-08-19 21:03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전 드라마는 못 봐서 말씀 드리기는 뭐한데 드라마가 훨 낫지 않을까 싶어요. 책은 그냥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어요. 어떤 작품은 원작 보다 영화가 나은데 미국 작품들이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ㅋ
 

해가 짧아졌다. 하지가 지난지도 한달이 넘었으니 당연하다. 전에는 5시만 되어도 날이 밝아 오려고 했지만 지금은 아직도 어둑하다. 저녁에도 8시 정도까지만 해도 해가 살아있었지만 지금은 완전 밤이다. 하지만 잘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밤이고 낮이고 날씨가 더우니.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면 실감하겠지. 그래도 며칠 전부터는 열대야라도 잘만하다. 그렇게 가을은 아주 천천히 오고 있는 거겠지. 


얼마 전 월테 테비스의 소설 <허슬러>를 읽었다. 읽기 시작하면서 영화도 보았다. 여기서 주의 해야할 것은 선택을 잘 해야한다는 것. 지금까지 동명의 영화는 세 번 정도 만들어 졌다.  내가 본 건 폴 뉴먼이 나왔던 오리지널 영화다. 폴 뉴먼하면 로버트 레드포드와 함께 나왔던 <스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스팅>만 못하지 않나 싶다. 


내가 영화를 볼 생각을 했던 건 책을 잘 이해하고 빨리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본 건데 중간 정도만 원작과 비슷하게 나가지 결말은 좀 다르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좀 불만스러웠다. 특히 주인공 에디의 애인 새라의 설정이 마음에 안 든다. 새라를 금발에 나중에는 자살한다는 설정은 좀 극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가 1961년도 산인 것을 감안한다면 감독이 왜 금발의 배우를 기용 했는지 이해할 것도 같다. 그때는 금발의 전성 시대였으니까. 


실제로 그렇지는 않지만 마를린 먼로는 금발에 백치미로 유명했고 그녀가 이루어 놓은 이미지 때문에 이 영화에서도 그 이미지를 반영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런데 왠지 그게 석연치가 않다. 여자를 완전 호구로 그랬다는 것. 책은 오히려 그렇지 않다. 좀 더 당당하고 자율적인 인간으로 그렸다. 영화가 꼭 원작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는 하지만 엇나가도 너무 엇나갔다 싶다.



아무래도 올림픽 특수 때문일까? 오랜만에 프랑스 영화 한 편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딱 걸렸다. <장미의 이름>, <티벳에서의 7년> 등으로 유명한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언제 또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지난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 사건이 일어났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는데 이걸 영화화 했다니 좀 대단하다 싶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소방관과 성당 관계자들간의 활약상을 그렸다. 덕분에 이번 생엔 프랑스에 갈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내가 노트르담 성당 내부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었다. 놀라운 건 그곳에 예수님이 쓰셨다는 가시관이 보관되어 있는데 알고 봤더니 모조품이라는 것.(이건 사실인지 영화적 상상인지 알 수가 없다.) 화재는 어느 개념없는 성당 관계자가 첨탑 어디쯤에서 버린 담배 꽁초와 역시 생각없는 비둘기 한 마리가 전선을 쪼다 일어난 것. 비둘기야 인간계가 아니니 원망하거나 나무랄 수 있는 건 아니고, 앞으로 그런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은 적어도 일하는 동안만큼은 금연하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엔 분명 화재경보기가 작동되지만 정말 화재가 난 건지 아닌지 반신반의하고 그렇게 우물쭈물한 사이 불은 자츰번져 간다. 역시 사람은 엄청난 사실일수록 설마하며 잘 믿고 싶어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성당의 첨탑까지 올라 가는 계단이 300개라는 것도 이 영화를 보고 새롭게 알았다. 그렇지 않아도 어느 나이들고 뚱뚱한 아저씨가 화재를 확인하기 위해 그곳을 헉헉대며 올라가던데 바로 거기에서만이라도 확인했더라면 더 빨리 진압을 했을 것이다. 분명 자기 옆에서 화재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데도 못 보고 올라 온 계단을 다시 내려간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육안으로도 화재가 났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할 때야 비로소 소방관이 출동을 한다. 얼마 뒤 화재 현장에 도착하지만 긴 소방호스를 어깨에 매고 또 예의 300개의 계단을 올라가는 건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고 안타깝다. 겉으로만 화려하고 웅장했지 워낙 오래 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그런지 내부 골조는 다소 허술해 보이기도 한다. 유럽 사람들이 옛 건물에 대한 가치 보존 때문에 여간해서 손 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또 그런 생각이 화재를 더 키운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영화는 긴박하면서도 나름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긴 하는데 만일 우리나라 소방관이 저 일을 맡았다면 어땠을까를 생각을 해 보게도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같으면 헬기부터 띄우지 않았을까? 영화가 뭐 하나가 빠졌다 했더니 헬기가 한 대도 안 떴다. 물론 나중에 우왕좌왕하다 드론을 띄우긴 하는데 그것도 적극 활용하지 않고 그냥 정찰을 위한 목적으로 한 번 띄우고 만다. 이미 화재에 드론이 사용된다고 들었는데 말이다. 


영화가 약간은 클리셰가 있는데, 그런 영화에 꼭 사람 애간장을 녹이거나 전혀 뜬금없는 사람 꼭 있다. 예를들면 대피 명령이 떨어져 다들 성당 밖을 나가는데 엄마 손 잡고 대피한 아이가 돌연 엄마 손을 뿌리치고 다시 성당에 들어가 촛불 하나 더 밝히고(하나라도 꺼야할 때) 기도까지 하고 나오는 걸 어떻게 봐 줘야할지 모르겠다. 또 어떤 아줌마는 모두 성당의 화마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혼자 고양이가 지붕에 올라가 떨어지기 일보직전인데 구조를 요청하면서 안타까워 찔찔 울고 있다. 물론 그런 것을 통해 대비 효과를 주는 것이겠지만 약간의 짜증이 유발됐다. 그러고 보면 쟝 감독이 좀 옛날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래도 존경스럽단 생각이 든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우리나라도 숭례문이 불에 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지만 누구가 영화로 만들 생각은 못했다. 그냥 어느 술주정뱅이가 벌인 헤프닝 정도로 취급하는 분위기였다. 그나마 복원도 매끄럽지가 못해 잡음이 일었고. 


개인적으로 영어를 제외하고 가장 아름다운 외국어를 뽑으라면 프랑스어고, 다음으론 이태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 마디도 못하지만. 누가 우리나라 언어를 칭찬하던데 나쁘지 않지만 약간 각진 느낌이 있어서 난 그닥 좋은 줄 모르겠다. 딱딱 떨어지는 것으로야 일본어 따라갈 언어가 있나. 중국어는 너무 찡찡거린다. 다음 생이 있다면 프랑스인으로 태어나 보고 싶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림픽이 어느덧 내일이 폐막이다. 크게 이변이 없는 한 우리나라가 10위 안에서 드는 성적을 거두고 마무리를 지을 모양인데 230개국 중 그 정도면 상당히 잘 싸운 거라 여한은 없다. 그래도 사람의 욕심은 한도 없어서 이번엔 일본을 이기지 않을까 했는데 그 점은 살짝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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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4-08-11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로 불어를 배워서 지금도 불어 몇마디는 할 줄 압니다.
스텔라님이 다음 생에 프랑스인으로 태어나면 바로 배울 말들이지요.
니르바나의 생각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글은 우리말 우리글입니다.^^

stella.K 2024-08-11 11:19   좋아요 1 | URL
저는 문자로 봤을 땐 한글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사각형안에 자음과 모음이 하나로 다 들어와 있잖아요. 이렇게 쓰는 나라가 거의 없지 않을까합니다. 불어는 첨엔 뭐 이런 말이 있나 싶은데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감기는게 있어요. 잘 배워두셨네요. 저는 지금은 못 배울 것 같아요. 암기력이 바닥이라. 한쿡 말이라도 잘 쓰는 방향으로.ㅋ

cyrus 2024-08-11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프랑스 문학과 예술을 좋아해요. 그 이유가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와 예술가들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주제로 작품을 만들거나 이전에 선보인 적이 없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든요. 좋게 보면 도전 정신인데, 나쁘게 보면 상식과 클리셰를 너무 벗어난(무시한) 망작 또는 괴작이에요. ^^;;

stella.K 2024-08-12 20:3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프랑스엔 천재가 많다는 얘기 아닌가? ㅎㅎ
프랑스가 묘한데가 있지. 사람을 끄는.
네가 프랑스를 좋아하다니까 내가 괜히 쑥스러워지려고 그러네. 흐흐


희선 2024-08-12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를 구해달라고 하는 말을 보니, 얼마전에 봤던 기사가 생각나네요 불이 난 곳에서 아이가 집에 있다면서 구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아이는 고양이였어요 동물도 구해야 하지만 고양이를 구하러 소방수가 들어갔다 못 나오면... 자신이 잘 챙겨서 데리고 나오지 왜 그러지 못했나 싶기도 합니다 사람도 잘 챙기기 어렵기는 하겠군요


희선

stella.K 2024-08-12 20:39   좋아요 1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
서양은 반려동물한테 유산도 물려주고 그런다잖아요.
그래서 그런 건 아닐까요?
물론 위험에 빠진 동물도 그해야겠지만 감독이 그렇게 연출하니까
묘한 대비가 되면서 그 고양이는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긴 하더군요.
나중에 한 사람도 사상자가 없었다는 것에 안도하고 시민들이
찬양 부르는 장면이 좀 묘하더군요.

페크pek0501 2024-08-14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리 올림픽 하면 센강 오염 문제가 잊히지 않을 것 같네요. 충격이었어요...

stella.K 2024-08-14 14:39   좋아요 0 | URL
그렇죠? 2조를 쏟아부었다는데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간건지? 그돈이면 한강을 살리고도 남는 돈 아니었을까요? 암튼 이번에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어요. 올림픽의 권위도 예전만 같지않은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4-08-15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가 짧아졌다는걸 저도 실감하고 있어요. 조금만 견디면 더위도 누그러지겠죠!
스팅, 영화 완전 추억입니다.
두 배우도, 음악도 좋았어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후 단 며칠만에 1조가 모금었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어요. 프랑스는 그만큼 문화강국인가봐요.
딸아이 친구중에 프랑스인이 있는데
2조를 쏟아 붓고도 센강의 오염은 심하다고 하네요 ㅎㅎ
그래도 TV에서 보이는 파리는 멋지더라고요^^

stella.K 2024-08-16 14:30   좋아요 1 | URL
와, 그 소식은 몰랐는데 대단하네요. 우리도 숭례문 불 탔을 때 모금운동 했으면 얼마나 모였을까요?
오늘도 덥네요. 서울은 지난 2018년과 같은 기록으로 열대야라고 하던데 아마도 오늘 내일로 갈아치울 것 같아요. 이제 말복도 지났으니 다음 주 정도엔 열대야는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그만 더 견뎌보죠.^^
 

이 책 괜찮은 책인지도 모르는데 초반에 좀 눈쌀이 찌푸려지는 대목이 발견되었다. 이를테면 1장에서 구정이란 단어가 나오던데 이제 구정이나 신정은 그만 사용해도 될 텐데 아직도 이 모양이다. 우리가 일정에서 벗어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런 실수를 하는 건지. 설도 있는데.  

작가가 모르고 썼을지라도 편집이나 교열이 잡아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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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4-08-0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는 말씀이긴 한데 구정 신정을 무슨 말로 대체하면 좋을까요.구정이야 설날이라고 하면 되지만 신정은 뭐라 부를지 좀 애매하네요.

stella.K 2024-08-10 20:2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뭐라고 했는데. 새해 첫날이라고 했던가?
어쨌든 구정은 설이라고 해야하는데 아직도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더군요. 물로 많이 안 쓰는 것 같긴합니다만
그래도 글로 밥 벌어 먹는 사람들은 특별히 신경 써야하는 거 아닌가해서요.

cyrus 2024-08-11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2024>에 혹시 구정과 신정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못 찾았어요. 시간 나면 찾아보죠. ^^;;

stella.K 2024-08-12 20:42   좋아요 0 | URL
쳇, 너 누나 못 믿어?
나중에 찾게되면 비댓으로 달아라. ㅋㅋㅋ

근데 너 이 책 읽는구나. 좋다는 얘기 많이 들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네. 나도 언제 한 번 사 봐야겠다.
 
허슬러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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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가 되는 두 가지 길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다른 모든 것은 작파하고 심지어는 속세를 떠나 살과 뼈는 물론이고 영혼까지 갈아 대가가 되는 것. 또 하나는 세상 속에서 즐길 거 다 즐기고 볼 꼴 안 볼 꼴 다 봐 가면서 최고가 되는 것. 이 책은 전자는 아닌 후자에 속하는 이야기는 아닐까 한다.

또 그럴 경우 전자보단 후자가 더 흥미롭지 않나 생각해 본다. 전자의 이야기로 한석봉과 그의 어머니나 율곡과 신사임당 같은 이야기도 좋겠지만 위인 전기를 보는 것 같을 수도 있다. 그런데 비해 후자는 여러 많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 주면서 인간 내면을 여지없이 보여줘 이야기가 더 풍성할 수 있다.

이왕 당구 이야기가 나왔으니 전자의 이야기가 되려면 정정당당한 스포츠 대결로 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후자로 풀려면 도박 이야기로 풀어야 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영화 <신의 한 수>가 생각이 난다. 난 바둑이 도박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 영화에서 처음 알았다. 그전까지 바둑은 앉아서 하는 건전한 스포츠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하긴 스포츠와 도박의 경계를 넘나드는 종목이 있긴 하다. 이를테면 경마가 그렇다. 화투는 그렇지 못함에도 농담 삼아 스포츠라고 말하기도 한다.

당구가 언제부터 정식 스포츠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주인공 에디가 살았던 1960년대도 당구가 항상 도박이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얼마든지 건전 스포츠로 즐길 수도 있는데 도박의 경지에서만 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에디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렇다 할 꿈이나 비전 없이 자란 에디는 당구에 소질 있다. 이런 걸 두고 우리 옛 어르신들은 사람은 자기 먹을 밥통은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셨나 보다. 자기가 잘하는 것 가지고 빌어먹고 살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더구나 에디가 사는 곳은 자유가 자유스럽게 보장되는 미쿡이다. 자나 깨나 배곯을까 걱정해야 하는 우리나라완 다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유교적 사고방식이 있어 노름으로 밥 빌어먹고 산다면 혀를 끌끌 차던가, 호적을 파던가, 접시 물에 코 박고 죽던가 해야 한다. 설사 접시 물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 바닥의 룰과 살벌한 약육강식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솔직히 말을 하자면 이 소설은 그런 치열함 같은 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냥 좀 아기자기하면서 재즈스럽다고나 할까. 얼핏 들으니 이 책이 처음으로 쓰인 당구 소설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런 만큼 하나의 전범으로 손색은 없어 보인다.

읽다 보니 주인공 에디가 누구를 만나게 되는가가 눈에 들어왔다. 에디는 제일 먼저 찰리와 함께 미네소타 뚱보를 만난다. 찰리는 이를테면 에디의 매니저 같은 역할을 잠시 한다. 그래서 당구계의 전하 무적(?) 미네소타 뚱보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그런데 이때만 해도 에디는 좀 순진한 데가 있었다. 도박이건 게임이건 치고 빠져야 한다. 즉 누가 빨리 승점을 획득하느냐인데 뚱보가 끝이라고 해야 끝나는 거란다. 끝나야 끝난다란 말을 이런 식으로 적용하다니. 미친 거 아닌가?

결국 우리의 에디는 졸음과 피곤을 꾸역꾸역 참으며 게임을 계속한다. 머리만 잘 쓰면 이길 수도 있었는데 역시 게임은 기술만 좋다고 이기는 건 아니라는 걸 에디도 그쯤에 어렴풋이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판세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또 그런 만큼 미네소타 뚱보는 뚱뚱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상대를 넘어뜨릴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찰리와 헤어진 후 버스 터미널 카페에서 새라를 만나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결국 가까워지고 그녀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이런 이야기에 연애가 빠지면 배신이다. (이건 이야기의 공식이다.) 하지만 그들은 동거만 할 뿐 결혼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삶은 노터치다. 그냥 섹스 파트너 겸 동거인으로서 간섭하지 않는 삶을 살 뿐이다. 나는 이런 유형의 동거를 꽤 오래전 영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를 봤을 때 보고 좀 놀란 적이 있었다. 난 그때 동거는 결혼식만 안 올렸다 뿐 사는 건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살을 부대끼고 사는데 어떻게 서로의 삶을 터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의아했다. 그런데 이게 오래전부터 가능했었나 보다. 역시 미국은 끕이 다르구나 했다.

하지만 에디는 언제까지나 새라하고 세세세하며 살 수만은 없다. 오는 사람 안 말려 같이 살았으니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를 실천할 때가 돌아왔다. 사실 난 이 책을 읽는 중에 영화도 찾아봤는데 이 부분이 원작과 영화가 달랐다. 영화는 새라가 에디를 붙잡는 바람에 결국 동행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제 와 이런 말 한다고 달라질 건 없겠지만 그 설정은 뭔가 난센스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새라는 나중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다. 이것은 미국의 자유분방한 정신과 별로 맞지 않아 보였다. (여기선 지면상 영화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그래도 나는 나중에 에디가 새라를 너무 나 몰라라 하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디가 양쪽 엄지손가락을 다쳤을 때 새라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사람이 은혜를 모르면 짐승만도 못한 존재가 되어버리기도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에디가 버트를 만난 거 아닐까. 에디가 버트를 만나고서야 비로소 진정한 허슬러의 면모를 갖추게 되니 말이다. 버트는 에디에게 네가 왜 미네소타 뚱보를 만나지는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지적해 주기도 한다. 또한 버트는 에디가 진정한 허슬러라는 걸 알아본다. 그리고 도사 같은 말도 한다. 이를테면,

게임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큰돈을 기다리면서 직감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다섯 명의 상대 선수들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내기를 할 수 있는 자기만의 개성을 자신에게 부여하는 사람이야. 그 누구도 실행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내기를 대비하지. 그건 운이 아니네. 나는 운 같은 건 없을 거라고 보네. 만에 하나 있다고 하더라도 운에 의존해서는 안 되지. 자네가 할 수 있는 건 확률에 따라 경기하고, 최선을 다해 게임에 임하는 거야. 중요한 내기 게임 앞에선,-돈이 걸린 모든 게임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배를 팽팽하게 조이고 세게 밀어붙여야 하네. 그게 바로 클러치야. 그때 타고난 루저는 죽고 자네는 다시 태어나는 거지." 212p

이런 사람 꼭 있다. 모든 것을 초월한 듯도 하고 동시에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사람 말이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에디는 꼴에 처음에 버트를 거절했다. 게임에서 이기면 75를 자기가 갖고 25를 버트가 갖는 줄 알았더니 그 반대란다.

버트 같은 사람은 오히려 돈 싸 들고 나 좀 키워 달라고 부탁해야 할 사람인데 에디가 아직 철이 덜 들었다. 에디에 대해 별로 아쉬울 것이 없는 버트는 에디와 안녕을 고하고 자기 갈 길을 간다. 하지만 역시 만날 이유가 있는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 에디는 우여곡절 끝에 수락을 하는데 나중에 버트에게서 75를 자기가 갖는 것 못지않은 축복을 누린다. 한마디로 버트는 에디에겐 은인이다. 어디 나도 버트 같은 사람 좀 안 만날까? 이게 또 인생의 최대 과제 아닌가. 재주가 있다고, 테크닉이 뛰어나다고, 판세를 읽을 줄 안다고 최고의 허슬러가 되는 건 아니다.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오래전 고 이이령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문학을 비교하면서, 미국은 거리의 문학이고 우리나라는 집의 문학이라고. 그 말을 들었을 때 굉장한 통찰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 하나같이 집에 대한 그리움이나 가족 걱정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의 모든 만남은 집이 아닌 거리(!)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헤어지는 것에 그다지 미련이 없다.

이 책을 통해 미국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리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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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8-03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승리와 패배로 정확히 나뉘는 것들, 가령 시합이나 도박에 뛰어들 땐 승리감에 취할 기쁨을 기대하기보다 패배했을 때의 대책을 세워 놓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실력 다음으로 운, 이란 것도 중요한 변수겠죠. 영화로 보면 더 재밌을 듯합니다.
도서를 제공 받아 리뷰 쓰는 일이 저로선 하기 힘든 일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야 리뷰를 쓸 수 있는 책인지 쓸 수 없는 책인지 판가름이 나거든요. 내가 할 말이 없는 책도 있더라고요.^^

stella.K 2024-08-03 20:21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댓글 달아주셔서. ㅋ
이번에 이 작가의 작품 5권이 새로 나왔더라구요. 전 퀸즈 갬빗이 관심이가서 신청해 본 건데 혹시 그게 안될지도 몰라 이 작품을 같이 신청했는데 두권 다 보내주더라구요. 영화보단 원작이 낫긴한데 제가 미쿡문학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냥 나쁘지 않다 정도였어요. ^^

물감 2024-08-07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리뷰가 왜이리 디테일하지? 싶었는데, 출판사 제공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쩐지!
말씀하신 고수의 두 가지 부류를 제 식대로 표현하면 정파와 사파인데요, 저는 언제나 사파의 손을 드는 편입니다. 그쪽이 훨씬 매력적이거든요. 뭔가 팔딱팔딱 생동감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도 그런 글쓰기를 지향하는 편입니다 ㅋㅋㅋ 그나저나 서사가 참 미국스럽고 좋네요. 저는 거리문학이 더 맞나봐요!

stella.K 2024-08-07 13:45   좋아요 1 | URL
ㅎㅎㅎ 아니 왜요? 저 평소 리뷰 디테일하게 쓰잖아요. 출판사에선 스포일러 주의하라고 하는데 제가 뭐 스포일틱한가요? 저는 보고 느낀 것만 씁니다요. ㅎㅎㅎ
그렇죠. 정파에서는 뭐 나올게 없죠. 그래서 작가들도 사파에 목숨거는 거겠죠?
이 작품 저는 원작이 훨 낫더군요. 영화는 당대 유명한 폴 뉴먼이 나왔다는 것 외엔 별로 였어요.
저는 지금 협찬으로 퀸즈 갬빗 읽고 있는데 허슬러 보단 재밌는 것 같아요. 나중에 리뷰 쓰면 많은 호응 부탁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