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 미디어와 출판평론가
쌍방향 문화전도사 혹은 책시장 이단아
"독자입맛 충족" "진짜배기 적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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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독자의 매개 역할을 하는 출판 칼럼니스트들. 위로부터 조화봉, 김기태, 강유원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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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자
활자(活字)는, 서럽게도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TV·인터넷이 쏟아내는 현란한 동영상과 즉각적 정보가 현대인의 시선을 흡입한 세태는 ‘책’ 입장에선 통탄할 일이다. 그처럼 ‘책맹(冊盲) 시대’를 부추긴 멀티미디어의 힘을 입고 책의 대중적 호소력을 더해가는 ‘출판평론가’가 등장했다는 역설(逆說)이 지금 우리 주변에 꽃피고 있다.
강유원 김갑수 김기태 김영수 박천홍 이권우 임지호 조희봉 최성일 표정훈 한기호 한미화씨…. 30~40대가 주력인 이들 출판평론가는 출판가의 극한 불황 속에서 영향력을 더해간다는 점에서 특이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등단(登壇)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대학 교수라는 권위를 빌 필요도 없는, 스스로 태어나고 스스로 발전해가는 존재라는 점에서도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민주성과 대중성을 상징한다.
▲ TV,블로그
출판평론의 확산은 지난해부터 급유행한 블로그(blog·인터넷 개인 서가)로 인해 가속을 얻었다. ‘글쓰기를 쾌락과 배설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게시판 저널리즘’이란 비판과 우려 속에, 울타리 낮은 ‘온라인 상의 방’ 블로그를 서로 넘나들며 독후감을 쓰고 소통하는 네티즌(매니아 독자)이 늘고 있다. 책이 필자와 독자의 대화에서, 독자와 독자 간의 대화로 광장을 넓힌 셈이다.
이들 스스로 자신을 무엇이라고 보는가도 흥미롭다. ‘직업 독서꾼·조각글 날품팔이’(표정훈) ‘충성도 높은 독자’(임지호) ‘도서평론가’(이권우)를 자처했다. 이들의 활동 지형은 출판전문지 필자(이권우·최성일) 출판기획 또는 번역가(표정훈) 대형서점 톱셀러 기획·홍보(김영수) 등 다양한 경로. 그만큼 개성과 경쟁력이 필수다.
“주관적 단언(斷言)을 배제한 미디어 특성에 맞는 대중적 감각과 언어 표현, 책 자체의 매력을 퍼올려 독자 입장에서 읽어 주는 능력….” 김학원 도서출판 휴머니스트 대표가 열거하는 출판평론가의 ‘경쟁력’이다. 전문가의 ‘난해한 깊이’ 대신 애서가로서 다독(多讀)을 밑천으로 다양한 책(저자)들과의 ‘폭넓은 수평 비교’로 독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강점도 있다. 1인칭 관점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일간지 서평과 달리 ‘나’를 드러내는 진솔한 글쓰기를 꼽는 이들도 있다.
▲ 시각
출판평론가들은 ‘책(읽기)’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담은 책도 다수 냈다. “책읽기에 관한 한 일편단심 대신, 교제 중인 책을 의심하고 한눈을 파는 불온한 태도가 필수적이다”(표정훈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궁리) “책 읽는 이가 세상을 이끄는 그날까지 좋은 책을 널리 알리고 싶다”(김기태 ‘책 든 손 귀하고 읽는 눈 빛난다’·박이정) “고전에 대한 자극을 주고 그 책들이 어떻게 대화하는지 알리고 싶다”(강유원 ‘책과 세계’·살림) “책 고를 때는 머리말·차례·맺음말·옮긴이 후기를 정독하라”(이권우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출판마케팅연구소) 등 독서·서평 에세이들이다.
출판계 일각에선 “책과 대중의 매개 역할을 하는 점은 호평할 만하지만, ‘출판평론가’라는 호칭은 과하다”는 지적도 한다. 저자·편집자를 밀도 있게 취재하거나 현상·흐름·마케팅 기법·해외사례 같은 출판 전반의 맥을 짚어낼 수준의 ‘진정한 평론가’는 아직 그리 많지 않다는 평도 있다.
▲ 가능성
그러나 이들 ‘책 읽어주는 남자들’의 활동은 결코 간단한 게 아니다.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 책읽기의 기쁨은 두 배가 된다”(영국 소설가 캐서린 맨스필드)는 인간의 보편적 성정이 인터넷과 ‘제대로 만나’면서 그 가능성은 점점 더 커보인다. “독서가 주는 값싸되 영속적인 쾌락”(프랑스 사상가 몽테뉴)의 가치는 소수만이 즐길 향연이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이들이 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석기자 ys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