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루터 킹, 그의 불꽃같은 삶 조명
“때가 옵니다. 나의 벗들이여. 치욕의 구렁텅이로, 사그라질 줄 모르는 삭막한 절망을 겪어야 하는 그 구렁텅이 너머로 내동댕이쳐지는 참담한 신세가 넌더리 나는 때가….”
침례교 목회자 집안의 내성적인 애송이 마틴 루터 킹(1929~68)은 피억압 민중을 대변하는 비폭력 투사로 거듭난다. 그 계기는 1955년 12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발생한 ‘버스 승차거부 투쟁’.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운전사의 ‘지시’에 항거한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로부터 거센 불길이 점화됐고, 킹은 이 투쟁의 선봉에서 불온하고 전복적인 위험한 삶을 시작하게 된다.
“희망을 잃으면 죽음입니다. 이 세상에서 이뤄진 모든 것은 희망이 만든 것입니다.” 사회운동의 공격수로서, 그는 흑인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인디언, 가난한 백인 등 소외된 모든 이들을 위해 헌신했다. 제시 잭슨, 빌리 그레이엄 등의 전기를 쓴 작가이자 언론인인 저자의 킹 목사 전기(원제 Martin Luther King Jr.)는 강렬한 불꽃으로 살다 간 인권운동가 목사를 신격화한 전형적 헌사가 아니다. 피부색 때문에 백인 여성과 실연했던 일, 말콤 엑스 같은 과격·진보 흑인 운동가로부터의 비판 외에도 킹의 자만·허영·혼외정사 같은 도덕적 흠결까지 짚어간다.
(박영석기자 ys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