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naomi > 서 정주님의 '신록'

어이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가졌어라.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4-05-0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이 정말 황홀합니다. 서정주님의 친일행각에 대한 말들도 이런 기찬 싯구 앞에서는 어떡해야하지요?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가졌어라"

stella.K 2004-05-0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말입니다.^^

▶◀소굼 2004-05-0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주산지..가보고 싶어요!!
 


 

 

 

 

 

 

 

 

 

 

 

영화 <후아유>에도 나왔다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5-0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티카카...무슨 전설이나 사연이 있는 호수아닌가요...잘 기억이 안나네...^^;;

waho 2004-05-0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티카카호수가 나왔던 동화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제목이...
이곳 너무 멋지네요. 이름도...

▶◀소굼 2004-05-0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게 페루였던가 칠레였던가...여튼 저 호수 밑에 도시가 있다는 얘기가 있어요;

프레이야 2004-05-0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루의 티티카카호수,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근데 이 사진은 환상적인 이미지로 살려놓아 더 그러네요^^
 

익살을 주로한 짧은 시.

이를테면,

        "세탁장이, 이웃의 때로 밥을 먹는다."  

                                                                                 -이가라시 겐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waho 2004-04-30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지만 핵심을 찌르는..ㅎㅎㅎ
 

   공원의 나무숲 속을 나란히 가면서

    어쩐지 여인 같은 착각

     이대로 포옹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며

    어두운 길을 처녀와 함께 걷는다.

 

  입술을 맞추었다 생각하는 순간

   잠이 깨는구나 숨결도 거칠게

 

  무기력하게 거리를 두고 사귀다 보면

   처녀들은 하나 둘 나를 떠나간다

 

                                                                 -미우라 아야꼬의 애인 마에까와 다다시의 단가-

 

* 극량의 곱절만 마시면 죽는다고 하는 말을

  몇 번이나 생각하며 오늘도 저문다.

 

  자기혐오에 격렬하게 빠져들어 갔을 때

  시커멓게 모였던 구름 깨어졌네.

 

  타성에 빠져사는 나를 생각했노라

  체온계를 뿌려 내릴 때

 

  거지들이 부러워지는 이날 밤이여

  우체국 벤치에 드러누워서

 

  주부의 벗 구직란을 읽고 있지만

  가슴 앓는 나에게 살 길 있는가

 

  포르말린 냄새나는 잠옷 갈아 입으며

  마음 유순해져 가네

 

                                                                                      -미우라 아야꼬-

 

서로 앓으니 언제까지 이어질 행복이려나

입술 맞추며 눈물 흘리네

                                                                            아야꼬

피리처럼 울리는 가슴에 그대 안으면

내 외로움은 극치에 달해라

                                                                         다다시

 

* 침상에서 미끄러질 듯한 내 이불을

   다시 잘 덮어 주고 가신 그 날이 마지막이 되었구나

                                                                      

*  평범한 것을 평범하게 노래하며 배운 것은

    진실되게 산다는 것

                                                                               -<길은 여기에> 중에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waho 2004-04-30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네요...잘 읽고 갑니다. 님 땜에 이 책 다시 찾아 읽어봐야할까봐요

stella.K 2004-04-30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문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 일본 소설 읽으면서 취향이 맞지 않아 좀 실망하고 있었거든요.^^
 

요약

하이쿠[]와 더불어 일본의 전통적 시가를 대표하는 단시.




  본문

일본의 정형시()로, 5구 31음절로 되어 있다. ‘단카’라는 호칭이 사용된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부터이다. ‘조카[]’에 대응한 용어로서, 엄밀하게 말하여 ‘와카[]’를 그대로 ‘단카’라 할 수는 없으나 《고킨슈[]》가 나온 무렵부터 ‘와카’ 가운데, 5구 31음절의 형식이 대부분을 차지하여 ‘와카’→‘단카’→ 5구 31절시로 통하게 된 것이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구름 한 점 흐르는 오월의 하늘을 바라보면

    그대 가신 것 믿을 수 없어

     

    그대 가시고 오로지 외로운 나날일 뿐인데도

    살아야만 하는가 기브스 침대에 누워서

     

    그대 가시고 날이 갈수록 외로움 더 한데

    오늘 아침 처음으로 뻐꾸기 울었네

     

    그대가 남긴 단젠에 꽂혀 있는 이쑤시개 보고

    눈물은 흘러 멈출 줄 모르누나

     

    귀속으로 들어간 눈물을 씻으면

    다시 외로운 눈물은 솟아나고

     

    한밤 중 눈을 뜨고 보면 나 혼자인데

    가신 님 성큼 들어서는 것만 같아

     

    내 머리카락과 그대 유골이 함께 담겨진

    작은 오동상자를 안고 잠들었네

     

    마가렛에 덮여 아름다웠던 그대의 관

    전해 듣고 꿈 속에서 보았네

     

    그대 없는 세상을 슬퍼하며 살고 있는

    내 생명도 짧은 것이어라

     

    온갖 괴로움 끝에 알게 된 그대

    그대도 겨우 5년 만에 가셨구나

     

    그대의 유영 앞에 바쳤던 귤을 내려 먹는 쓸쓸함

    상상도 못했으리

     

    크리스찬의 윤리에 살아

    동정 그대로 간 서른 다섯의 나이였네

     

    여자보다 부드러운 그대라고 했지만

    주장을 굽힌 적은 그대에게 없어지

     

    담배 피우는 나를 보며 슬픈 듯 고개 떨구던

    그대에게 이 내 몸 끌려 갔더니

     

    최후까지 처음 만났을 때와 다름 없었지

    그 언행 올바르고 부드러움까지도

     

    시체해부 의뢰의 전문(電文)도 적혔구나

    의학도 그대의 유언 속에

     

    꿈에조차 그대는 죽어 있고

    그대 식은 몸 끌어안고 아아 나도 죽어 있네

     

    기도하는 것 노래 읊는 것을 가르쳐 주시고

    나를 남긴 채 그대는 가셨구나

     

    원죄의 사상으로 이끌어 주던

    그대의 엄한 눈동자 생각나누나

     

    산비둘기 우는 저녁 언덕에

    무릎 꿇고 함께 예수님께 기도하였네

     

    아내처럼 여긴다며 나를 안아 주던

    그대여 그대여 돌아오라 천국에서

      

    *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가 사랑하는 애인을 잃고 쓴 단가 형식의 만가(挽歌)

                                                          <길은 여기에>중에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waho 2004-04-3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은 여기에란 책을 오래전 읽었는데 이런 단가가 나와 있군요. 도대체 난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