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읽고 있다. 물론, 무조건, 영화의 탓이다. 난 상상력이 빈약한 덕분(?)에 주인공의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힘들다. 그런데, 아주 친절하게도 영화 <트와일라잇>은 잘생기고 멋진 귀공자 타입의 주인공 에드워드 컬린 역을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하면서 성공적인 캐스팅이 이루어진 듯 하다(로버트 패틴슨의 경우에는, 보면 볼수록 멋져 보이는 신기한 매력이 있다. 물론 캐릭터 덕분이겠지만). 벨라 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마찬가지다. 창백한 얼굴과 예민한 성격을 가진 벨라와 아주 잘 들어맞는다. 둘이 잘 어울리기도 하고ㅋ 영화 때문에 소설에 관심을 가진 건, 정말 오랜만인데, 이번에 <뉴문>이 개봉한다길래 기대를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번엔, 원작을 먼저 읽어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트와일라잇>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내가 알고 있는 뱀파이어의 전형성에서 조금 벗어났지만, 오히려 그것이 매력적이었고 영화가 소설을 충실히 따랐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문>에서부터 끊임없는 불만이 시작되었다.
이 시리즈를 읽는 이유는, 사실 단 하나의 이유 뿐이었다. 벨라와 에드워드가 어떻게 사랑을 이루어내는지 궁금해서. 하지만 여성의 로망이었던 에드워드는 <뉴문>에서 들러리처럼 등장하고, 연하의 제이콥이 갑자기 주요 인물로 부각된다. 그러니 벨라와 에드워드의 사랑은 제자리에 있거나 더 나빠진 듯 보인다. 거기다 늑대인간이라는 설정이 더 해져서 이야기는 산으로 간다. 사랑을 견고하게 만드는 과정이라 치자. 그렇다고 하자. 그래서 참았다. 참고, 또 참다가 결국 <이클립스>에서 폭발해서 페이퍼를 쓴다.
한 마디로, 난 제이콥이라는 인물이 너무 싫다. 자기 멋대로인 방식도,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도, 어린애같은 구석도, 모조리 다 싫다. 그리고 벨라도 정말 싫어져 버렸다. 둘다 설득력을 잃은 캐릭터가 되면서 이야기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반짝반짝 빛나던 에드워드는 감정없는 동상같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이랬다저랬다 하는 벨라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타입의 여자가 되어버렸다. <브레이킹 던>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읽을 엄두가 안 난다.
그냥 한 권으로 끝냈으면 좋았을 것을. 억지로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끌어다 붙인 것 같은 느낌 밖에 안 든다. 아아. 영화 <뉴문>을 보기도 겁난다. 속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