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편식을 심하게 한 달이었다. 거의 추리와 스릴러에 해당하는 장르소설만 주구장창 읽어댔고,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을 세 편 연달아 읽었다. 마이클 코넬리는 내가 빠져 있던 일본 추리 소설에서 눈을 돌려 영미권 스릴러에도 관심을 갖게 한 장본인인데, 이번 달을 기준으로 국내에 출간된 코넬리의 작품을 다 읽게 되었다(원서를 읽을 능력이 불행히도 내게는 없다는;;)고 생각했는데, 1990년대에 출간된 <블랙 에코>와 <블랙 아이스>는 안 읽었군;; <시인-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는 엄청난 두께에 알맞지 않게 흡입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될 뻔한 형의 죽음이 누군가에 의해 치밀하게 조작된 살인 사건이라는 것을 밝혀낸 신문기자 동생의 이야기로, 전문 수사원이 아닌 기자에 의해 하나하나 밝혀지는 사건의 실체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더구나 에드가 앨런 포의 시를 인용하는 낭만적인(?) 살인자라니-. 다만 지나친 반전으로 긴장감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마무리가 아쉬웠다는.  

 <블러드 워크>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인 매케일렙이 등장하는 작품.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허약한(?) 전직 FBI 수사관 매케일렙이 자신에게 심장을 기증한 여인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상처, 여린 마음, 사랑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는 정의로운 사나이가 범인의 함정에 빠지지만 결국은 빠져나오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러브 스토리도 꽤 괜찮았고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는 과정도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결말은 왠지 맥 빠진다는- 

 <시인의 계곡>은 친숙한 이름이 많이 등장해서 좋기는 했으나 이야기 자체가 힘이 없어서 아쉬웠다. 마이클 코넬리가 창조한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해리 보슈가 처음 등장하는 작품인데, 처음부터 그를 접하지 못한 나로서는 별다를 것 없는 주인공이라 메케일렙보다도 못한 인물로 느껴졌다. 더구나 <시인>에 나왔던 레이첼은 내가 그토록 잘 되기를 바랐던 기자와 헤어진 채, 여기서는 해리 보슈와 이상야릇한 애정전선을 마련한다. 시간이 훨씬 지난 설정이지만 <시인>에 뒤이어 <시인의 계곡>을 읽은 나로서는 레이첼이 지나치게 가벼운 여자로 느껴졌다는;; 더욱 나쁜 것은, 매케일렙은 죽었고, <블러드 워크>에서 몸과 마음을 다바쳐 사랑하던 여자와는 그닥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는 설정이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아 여러모로 마음 상했던 작품.  

 

 

 

 

 12월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여섯 권이나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방황하는 칼날>을 마지막으로 책을 읽은 기억이 전혀 없는데, 빨리 읽히는 반면 기억에서 빨리 사라지는 그의 책이 지겨워졌기 때문이다. 5부작으로 만들어진 일드 <악의>를 보고 관심이 생겨서 책 <악의>를 보다가, 가가형사 시리즈니 나머지 책도 다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기 시작한 시리즈다. <악의> 말고 다른 작품을 먼저 봤으면 아마 안 봤을지도 모르겠다. 가가형사 시리즈의 다른 어떤 책보다도 <악의>가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졸업>은 가가형사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우승을 할 만큼 검도를 잘 했고 잘 지내던 친구 중 첫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고, <잠자는 숲>은 가가형사가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발레리나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해서 흥미진진했다(사건과는 별도로). 그런 장점은 있지만, 나머지 책에서는 가가형사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살짝 아쉬웠다. 특히 <잠자는 숲>에서의 그 여자와는 어떤 관계가 되었는지 왜 안나오냔 말이다! 사실, 그게 궁금해서 나머지 책을 모조리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두 소설 다 별로였다. 두 소설 다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일 것이다. <피아노 교사>는 절절한 러브 스토리를 기대했고, <얼음공주>는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를 기대했는데 둘다 기대에 못 미쳤다. <피아노 교사>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의 홍콩과 전쟁이 끝난 후의 홍콩을 보여주면서 사건이 진행되는데,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얼음공주>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보다 주인공 주변 이야기가 지나치게 자주 언급되어서 몰입이 전혀 안 되었다. 동생의 불우한 결혼생활이 줄기차게 등장하는 이유는 뭐냐는.  

그리고 서평단 도서를 꽤 읽어야 했는데, 그 중에서  

<유정천 가족>은 유쾌해서 좋았고  

<데샹보 거리>는 그리워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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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1-03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히가시노 게이고 안 보는데, <악의>가 좋다고 해서 <악의>만 나중에 봤어요. <둘 중 누군가 그녀릉 죽였다>가 괜찮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어떤가요? 페이퍼보니 <악의>보다는 별로인 것 같긴 하지만요..

퍼트리샤 콘웰도 앞에 한 일곱권은 무지 재미있는데, 요즘은 열라게 욕하면서 사보는 시리즈가 되었다죠. 전 그래도 옛정이 있어서, 아직도 좋아요. ^^

그린네 2010-01-03 21:59   좋아요 0 | URL
<악의>보다는 별로였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어요. 머리를 쥐어짜게 하는 트릭과 애매모호한 결말 때문에 추리하는 즐거움(?)이 있어서 평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신선해서 좋더니 <내가 그를 죽였다>에서 비슷한 형식이 반복되어서 매력이 떨어진 듯해요.
페트리샤 콘웰은 아직 한번도 안 읽었는데(왠지 옛날 작가같은 느낌이 물씬;;) 괜히 읽고 싶네요^^
 

 

  

 

  

 

 

 11월에 읽은 좋은 책은 로힌턴 미스트리의 <적절한 균형>. 자세한 이야기는 리뷰에 썼으니 생략하기로 하자. 엄청난 두께감도 좋았고, 표지도 마음에 들었고, 이야기도 최고였던 작품이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내 일이 아니라고 치부해버렸던 안타까운 이들의 삶이 작은 활자로 빼곡히 종이를 메우고 있다. 이 책을 읽고 한동안 장르소설은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였고(하필이면 곧바로 읽은 책이 '트와일라잇' 시리즈라 미안;;), 인도를 비롯한 여타 제3세계 나라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 대해 무한한 갈증이 생겼다. 일단 호평 일색임에도 불구하고 단편집이라 망설이는 <그저 좋은 사람>과, 그냥 고민도 없이 사버리고 만 <남자들의 나라에서>가 뒤를 이을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지나치게 '미국'과 '일본'을 선호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런 점에서 <리틀비>도 좋았다.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조금은 아쉬웠지만, 나이지리아 난민 소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철저히 영국인의 시각이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책 소개 문구처럼 '머릿속이 멍해지도록 전해오는 터질 듯한 감동'은 없었지만 긴 여운이 남는 작품이기는 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끝까지, 그냥 그저 그랬다. 영화를 먼저 봤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각인'되어 소설로는 만족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이리저리 꼬이는 이야기를 싫어하고 단순한 플롯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 탓일 수도 있다. 특히 삼각관계라든가, 대책없이 흔들리는 우유부단한 여자주인공에 대해 병적일 정도로 '싫다'는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싫어하는 모든 요소의 집대성편이라고 할 수 있는 <이클립스>에서 못참겠다는 느낌이 극에 달했지만, 모든 것이 해결되고 단순해지는 <브레이킹 던>에서 어느 정도 화기애애한 느낌으로 마무리를 한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브레이킹 던>에서 벨라가 강인해지고 흔들리지 않는 주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대략적인 줄거리는 모두 알았으니 영화를 보고 즐길 일만 남았다.  

  오랜만에 읽은 미미여사의 시대물. 북스피어에서 출간된 미미여사의 시대물 <외딴집>을 처음 읽고 그동안 출간된 시대물을 모두 읽었으나, 사실은 딱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었다. <외딴집>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있었고,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두께감부터가 남다른, 혹은 제목부터가 색다른 <메롱>은 어느정도 기대를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외딴집> 다음으로 괜찮았다. 주인공인 오린의 귀여움도 좋고, 여러 귀신들의 캐릭터도 살아있어서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이나, 전형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단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좋았다. 오린의 성장기를 읽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러니 출간되는대로 계속 사는 거겠지.

   

 

 

 

 

 

 

 

 

 

 

 마이클 코넬리의 <실종>은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 조금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는데, 그럼 다른 작품들은 어느 정도인지 정말 궁금하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경우는 처음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몰아치는 재미가 있어서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었다. <실종>은 그와 정반대였다. 이사온 집의 새전화번호가 '릴리'라는 여자의 옛전화번호와 같은 바람에 걸려오는 여러 전화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색다른 소재로 풀어낸 스릴러답게 초반부터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힘을 잃더니 결국 '용두사미' 꼴이 되고 말았지만, 마이클 코넬리의 솜씨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곧 읽게 될 다음 작품들이 기대된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특이한 소설이다. 기이한 이야기가 반복되고 마지막에 가서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빠른 시간 내에 다 읽게 되는 장점은 있지만 읽고 난 뒤의 기분이 이상하달까. <마성의 아이>나 <얼어붙은 섬> 같은 경우에도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들었는데, <마성의 아이>의 경우 불편한 기분이 계속되고(굉장히 선한 듯한 주인공이 계속해서 '악인' 취급을 당하는 데에서 기인한 불편함이다), <얼어붙은 섬>의 경우에는 속았다는 느낌(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데,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마지막 반전 때문에 김이 빠졌다)이 강하게 들었다.  

 <악몽의 관람차>와 <악몽의 엘리베이터>는 본격추리가 읽고 싶어서 구입했던 책인데, 스포일러가 담긴 리뷰를 읽는 바람에 읽기 전에 맙소사, 해버렸던 관람차는 그저 그랬고, 엘리베이터 역시. 이 작가의 작품은 또 출간되어도 안 살 듯하다.  

  

 

 

 

 

 

 

 읽고 났더니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남자와 운명의 여인이 만들어내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음. 두 사람의 시점에서 반복되는 사건들이 '여자'와 '남자'의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것 같아 신선했다. 하지만 그러한 서술상의 특징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이어지지 않고 끊어지는 단점이 있어서, 소설보다는 영화로 만드는 것이 이야기 구조로는 더 탄탄할 듯 하다.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비극적인 결말은 싫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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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연애소설은 오랜만이다. 사실, 연애소설(순수하게 '연애'만 다룬 소설말이다) 읽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그동안 추리소설에 빠져 살아서,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들이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다. 가슴 두근거리는 느낌, 킥킥대며 웃게 하는 그 감정들이 참 그리워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이메일을 통한 그들의 만남이 시작되었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보다는 그 뒷 이야기 <일곱번째 파도>가 감흥은 덜했지만, 내가 원하는 결말이 이루어져서 그냥 좋았다. <일곱번째 파도>가 번역되기 전에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은 사람들은 그 뒷 이야기를 어떻게 기다릴 수 있었을까.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의 이미지를 넣어야 하는데;; 알라딘에 없는 상품이라고 나온다. 이런일이(오륜가?). 나중에 수정해서 넣기로 하고ㅜ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은 정말 끝내주게(?)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판타지의 느낌이 상당히 강한 내용인데, 원래 상상력이 부족해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지 못하는 내가 어찌나 생생하게 이미지를 그릴 수가 있던지, 읽는 내내 오싹오싹 했더랬다(근데 주인공은 왜 계속 늘씬한 공부벌레로 각인되던지 모르겠다. 2권에 넘어가서야 그의 몸집을 겨우 인지했다). 물론 우리와 상당히 다른 종족들이 많이 등장해서 한계를 느끼기도 했지만;; 여타 소설과 달리 가볍게 끝나지 않고 상당히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맺어서 가슴 한 구석이 찡하게 아파오기도 했다.    

 

 

 

 

 

 

 

 

 <피플 오브 더 북> 역시, 견줄 수야 없지만 나름 괜찮았던 작품. 원래 팩션이란 장르 자체를 싫어하는데 유대인의 경전에 얽힌 '팩션'이라는 사실을 구입 후 깨닫고 경악했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은 있는 듯해서 심하게 거부반응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책에 남겨진 하나의 얼룩 등으로 인해 과거의 사실들이 논리적인 고증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술술 서술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아쉬웠다. <천사의 게임>은 나름 많이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는데, 내가 생각할 때는, 전작 <바람의 그림자>에 조금도 미치지 못한 느낌이었다. 환상적인 느낌을 주려고 애를 많이 썼지만 개연성이 없고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도 강했고. 적어도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라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 조금은 실망이었다.  

 

 

 

 

 

 

  

 <고백>은 알사탕 1000개에 혹해서 구입한 작품으로 얇은 분량이라 쉽게 읽혔고, 어려운 내용도 없어서 가독성이 좋다. 각각 다른 사람의 시점을 취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성이라 지루함이 덜한 것도 있었다(일반적으로는 싫어하는 구성이지만). 이 작품이 다른 소년범죄를 다룬 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피해자의 가족이 스스로 복수(?)를 하려고 한다는 점이랄까. 사실 법이 보장해줄 수 없는 부분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니 통쾌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복수의 방식도 꽤 신선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가슴이나 머리를 강타하는 뭔가가 없어서, 그냥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남들에게 강력추천!까지는 못하겠다.  

 제프리 디버는 <본콜렉터>와 <열두번째 카드>의 링컨라임시리즈 말고는 접한 적이 없는데, 리뷰들이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길래 읽은 책. 사실 얼마나 띄엄띄엄 읽었는지 거의 10월 한 달 내내 집에서는 이 책을 부여잡고 있었는데(진도가 안 나가서가 아니라, 할 일이 많아서;;),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박진감 넘치게 읽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장면을 교차 서술하고 있는데, 흥미가 반감되기는 커녕 점점 더해가는 이상한(?) 소설이다. 반전은 그닥 충격적이지 않았지만, 요즘 읽은 스릴러 소설(생각해보니 요즘 스릴러는 안 읽었던 것 같기도;;) 중에서는 최고!

   

 드디어,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끝없는 자유와 진정한 인생을 갈구하는 조르바를 만났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화자인 '나'에 감정이입되어 경탄하고, 부러워하고, 애쓰면서 조르바를 바라보았다. 삶에 얽매이고, 책에 얼굴을 쳐박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기를 등한시하던 '나'는 어쩌면 저렇게 자유로울 수가 있는가, 생각했다. 동화되어가다가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고만 것은 그는 '조르바'이고, 나는 '나'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리스는 사람을 '조르바'처럼 살게 하는 곳일까?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은, 사실 내 취향이 아니다. 젊은 시절, 어느 여름, 젊음에 취해 무엇인들 못하겠느냐,는 마약이나 동성애나 난잡한 성생활이나 폭음이나, 이런 일 말고도 발산할 기회가 많은 데 말이다(아, 나 왠지 할머니가 되어가는 느낌;;). 가독성은 좋고, 사실 읽을 때에도 지루하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결말로 향할 수록 내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는 것도 그렇고. 읽고 난 뒤에 남는 게 없다는 점도 좀 걸린다. 마이클 셰이본은 <유대인 경찰연합>을 읽어볼까 해서 관심을 가졌던 작가인데, 이 작품으로 급하락하고 있다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가 그렇게 인기가 있다길래(출간만 하면 베스트셀러에, 모두들 찬양(?)하고 있으니), 뭔가 있어보이는(?) 제목의 책을 입문용(?)으로 골랐다. 오늘 물음표가 많군. 원래 사회적인 소재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 책을 읽고 <밤은 노래한다>도 구매할 예정이었으나, 무한 보류. 내 머리가 정말 굳어버린 것인지, 읽을 때에는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던 것들이 읽고 나니 거미줄처럼 엉켜버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얘긴가? 소제목 하나하나는 참 마음에 든다. 지인에게 읽고 설명해달라고 책을 넘겼는데, 그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단어 하나하나를 내게 묻는다. 으헉.   

  

 

 

 

 

 

 

 <붉은 수금>과 <그 여자의 살인법>도 넣기가 안되는군.  <붉은 수금>은 미도리의 책장 시리즈라 믿고 샀는데 지뢰를 밟은 듯. <그 여자의 살인법>은 읽는 내내 불편해서 그렇지 썩 나쁘지는 않았다. 나름 반전도 있고, 누구나 예상하는 결말로 귀착되지도 않고 말이다. 근데 표지가 좀,, 성의없이 만든 티가 역력해서 소장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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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달에 읽은 좋은 책 <도둑들의 도시>와 <차일드 44>. <도둑들의 도시> 데이비드 베니오프라는 작가는 난생 처음 접하는데, 영화화되었다는 <25시>란 영화는 보지 못했고, 그가 시나리오 작업을 한 영화도 본 지가 오래되었거나, 볼 예정인 작품들 뿐이다. 그렇게 기대감을 갖지 않고 우연히 읽기 시작한 책이라 그런지, 의외로 좋았다..^^ 오랫만에 읽는 전쟁 소설-물론 전쟁의 과정을 담은 온전한 전쟁 소설이라고 보긴 어렵지만-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전쟁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평범한 행동 하나가 생사를 결정짓고, 그래서 항상 죽을 각오를 해야하는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토록 아프고도 기쁜지 잊고 있었다. 

 <차일드 44>는 장르를 달리 하지만,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도 좋을 책- 스탈린 치하의 '완벽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범죄가 없는 깨끗하고 살기 좋은 나라에 살고 있다고 믿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범죄 그 자체보다 더 깊게, 와닿았다. 책 분량이 결코 만만치 않으나 버릴 곳이 한 군데도 없다(사실, 라이사를 노리는 음흉한 의사이야기는 없어도 되겠더라만'')고 생각될 만큼 흡입력도 좋은 작품이었다. 

 결국, 아주 유명한 전쟁 소설 <캐치22>를 덜컥 구입- 아직 읽지 않아 좀 부끄러우려나? 그 외에도 스탈린이나 레닌 치하의 소련이 무척 궁금해졌다는.   

 

 

 

  

 

 

 나는 확실히, 단편 보다는 장편이 좋다. 그것은 나라는 사람이, 문체의 힘이라거나 문장이 주는 아름다움에 무감각하고 대신 서사가 가진 힘에 쉽게 감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로 만난 조이스 캐롤 오츠의 <멀베이니 가족>은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굉장한(?) 책이지만, 그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오히려 힘들었다. 글쎄, 모든 일이 벌어졌을 때부터 균열과 몰락과 또다른 화합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 화합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지나치게 고통스럽고 몰락의 과정이 반복적이어서 읽는 내가 지쳐버렸다는 데 있다. 이미 멀베이니 가족의 아픔에 휘둘리느라 진이 빠져버린 나는 그들이 보여주는 화합에도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조이스 캐롤 오츠의 단편이 문득, 읽고 싶어졌다.   

 

 

 

 

 

 

 

 

 

 <6인의 용의자>는 작가의 전작 <Q&A>를 정말, 감탄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기대를 상당히 많이 한 작품이다. 뭐, 이제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워낙 유명해졌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것이라 생각되지만, 어쨌든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과 재미가 아직도 기억나는 작품^^.. 그에 비해 <6인의 용의자>는 왠지 조금은 심심하달까. 이야기가 얽히고 설켜서 하나의 결론으로 치닫는 구성은 꽤 흥미롭지만, 제목 그대로 6인의 용의자를 각각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집중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결국은 읽는 내내 그래서 어찌된 일이냔 말이다! 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작 결말 부분에서는 뭔가 말끔히 해소된 기분보다, 작가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겨우 놓여난 기분이 들었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오만과 편견>의 자칭 애독자로서, 아류작!이라는 고정관념 하에 보지 않으려 했으나;;; 읽고 나서는 전혀 후회없었던 작품이다. 만약 읽지 않았다면 후회했겠지. <오만과 편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혀 욕 먹지 않을 정도로, 원작의 캐릭터나 플롯을 잘 살렸다. 읽는 내내 키득거렸고, 원작의 재미를 떠올렸으며,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인물들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덕분에 이 작가가 집필하고 있다는 뱀파이어 헌터인 링컨의 이야기도 엄청 기대! ㅋ  

  

 한 때, 누구나 그랬겠지만 에쿠니 가오리에게 열광했던 적이 있다. 난 항상 바나나보다는 가오리였는데, <반짝반짝 빛나는>과 <낙하하는 저녁>에서 완전히 반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 그냥 딱 거기까지였다. 혹시나 하며 읽어보는 작품들은 그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 <좌안>도 마찬가지. 그냥, 늙어가고 있는 나 자신이 슬펐을 뿐이다.  

 <우안>, 큐의 이야기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츠지 히토나리 미안. 이제 좀 현실적인 이야기 좀 읽고 싶다.  

 

 

 

  

 <13번째 인격>은 단지, 기시 유스케의 작품이라 읽었고 그냥 읽은 것으로 만족한다. 난 원래 다중인격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사건 진행이나 결말 역시 예측하기 쉬운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이니, 풋풋한 그의 필력을 확인하기에는 좋은 작품이다. 이와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이 미미여사의 <크로스파이어>인데, 다중인격은 아니지만 초능력을 가진 여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의 작품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13번째 인격>의 여자주인공은 타인의 마음 속 목소리를 듣고, <크로스파이어>의 여주인공은 불을 지르는 염화능력을 지녔다는 것 정도의 차이랄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미여사인 줄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몰입되지 않는 주인공이라니ㅠ 철저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실천하는 준코가 나중에는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진짜 보기 싫더라.  미미여사님, 그냥 <누군가>시리즈(오래되어서 이름도 잊어버린;;스기무란가?)나 얼른 써 주세요! 

 <파일로밴스의 정의>로 처음 접한 반 다인. 글쎄, 내가 보기에 이 탐정은 내 취향은 아닌 듯. 소설가 김연수의 추천사가 더 좋았을 정도다. 넋을 놓고 읽었는지 나중에는 글의 서술자로 등장하는 '나'가 도대체 누구야!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는데, 솔직히 사건 전개에 있어서는 유령과 같은 존재라는. 전집이 나오면 또 살 지는 의문이다.  <녹색은 위험>은 고전적인 매력이 있었지만, 놀랄 정도는 아닌 듯.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은 마음이 좀 아팠다.  

 

 

 

 

 <나폴레옹광>은 내가 어디서 읽은 듯한 작품이 꽤 많아서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 작품이다. 특히 '뻔뻔한 방문객' 편은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내용을 모조리 떠올렸는데, 도대체 어디서 알게 된건지는 알 수가 없어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시소게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써내려가서 굉장히 섬뜩한 느낌을 주는 단편들이 빼곡히 실려있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는 결혼과 육아와 여자의 삶에 대한 허무함을 가득 느끼게 하는 작품. 결혼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는. 흐흣.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는 생각보다는 별로. 이야기를 살짝 언급하고 재미있어지려는 데 끝나버린 느낌이랄까? <정신의 탐험가들>과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순서가 맞는지 모르겠네,, 저주받은 기억력ㅠ)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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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10-02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의 탐험가들>은 프로이드는 글타치고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는 전 마지막 톨스토이 부분이 쪼끔 지루했던 것 같네요. 나머지 두 인물은 재밌었구요. <마리 앙투아네트>는 보셨나요? 전 이 책이 꽤 기억에 남았거든요. ^^

<나폴레옹광> 등의 고전(?) 단편들을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이유는 트릭들이 여기저기서 소비되기 때문이죠. 만화들, 하다못해 서프라이즈 같은데서도 나오기에, 피해가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 쳇. 근데, 아토다 타카시 정도면, 결말 알고 두번 세번 읽어도 읽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도둑들의 도시>랑 <차일드44>는 보관함에 넣어요. 캐치-22도 좋은 작품. 의외로 원서가 더 술술 읽혔어요.

전쟁소설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재밌는건 진짜 재밌죠. <독수리는 날아 내렸다eagle has landed> 전 이거 진짜 좋아하는 작품이라 매번 강추하는 소설!



그린네 2009-10-02 21:54   좋아요 0 | URL
<마리 앙투아네트> 때문에 츠바이크 책을 읽기 시작한 걸요! 하이드님 말씀을 듣고 보니, 다른 책을 읽어도 <마리 앙투아네트>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군요- 책더미를 뒤져보니 <메리 스튜어트>도 사두었는데, 이건 좀 기대해도 되려나요? ^^
동서DMB에서 나온 <독수리는~>도 찾아보니, 얼마전에 중고샵에서 샀네요! 상태 최상이라 샀는데 생각보다 안 좋아서 구석에 밀어놨었는데, 바로 읽어야겠어요. 언제나 도움되는 댓글, 고맙습니다^^

 

  

  

 

 

 

 

 

 8월에 읽은 책 중에 최고는 단연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에서>이다. 다른 사람들이 최고의 호러소설이라고 꼽았던 <검은 집>은 그저그랬고, 본격추리였던 <유리망치>는 정말 감흥이 없었고, 심리적인 묘사가 압권이었던 <푸른 불꽃>이 그나마 좋았고, <천사의 속삭임>은 정말 최고였던! 내게는 그런 기시 유스케였다. 출간된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분권이라는 이유로 내게서 외면받고 있었고, 솔직히 지나치게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스러움이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름신이 강림하며 여러 리뷰들을 읽고 읽다가 마침내 집어들게 된! (중고샵에서 발견하고 지르려다 간발의 차이로 놓친 것에 대한 분풀이일 수도 있다ㅎ)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초반에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는 기분으로 읽어나갔고, 나중에는 완전히 몰입하여 잠도 안 자고 읽었다. 아아, 읽고 읽고 또 읽고 싶다.  

그래서, 시작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오는 미도리의 책장 시리즈에 관심을 갖고 책 몇권을 급하게 구입했고, 13번째 인격은 그냥 딱 봐도 스토리가 뻔할 듯 하여 읽지 않으려 했는데 구입해버렸다.  

 

 

 

 

 

 

 

 기대를 상당히 많이 하고 읽은 세 작품. 기다리기도 많이 기다렸던 작품^^ 결과적으로 내 기대를 충족시켜 준 것은 <항설백물어>밖에 없지 않나 싶다. 여러가지 요괴담이 현대판으로 절묘하게 해석되는 것을 읽으며 얼마나 즐거웠던지! 다음 작품이 얼른 나오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은 그냥 무조건 소장가치 100%!(라고 하면 과장이 심하려나..?)   

 

 

 

   

 사실 이 말이 과장이 아닌 것은, 내 방 책장 한 칸을 메우고 있는 것이 교고쿠 나츠히코의 소설들이기 때문이다.  
<백귀야행>만 빠졌는데, 표지가 너무 무섭기도 하고, 내용 자체도 그럴 것 같아서 구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앞으로도 구입은 안 할 듯 ㅠ )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는 그 동안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 중 가장 실망스러웠던 작품이다. 난 여러 리뷰어들이 입에 침이 마르게 별로라고 했던 <팔묘촌>을 엄청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왠만해선 그의 작품에 실망하는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에도가와 란포를 연상시키는 기괴한 분위기의 스토리!는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것이다ㅠ  

 <신주쿠상어>는 하드보일드라는 이름을 걸고 나왔으나, 왠지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왜, 엄청난 위험에서도 꿋꿋이 혼자 이겨내고 결국은 악당을 퇴치하는 주인공말이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고, 엄청 어린 여자친구가 있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주인공이 단순히 경찰조직에서 따돌림받아 혼자 행동한다는 점 때문에 하드보일드의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더구나 중간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다른 인물의 시선은 흡입력을 떨어뜨렸다.  

 

  

  

 

 

 

 

      

 <신세계에서>를 읽고 미도리의 책장 시리즈에 급관심이 생겨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고른 책이 <전설없는 땅>이다. 예전에 <무지개 골짜기의 5월>이 나오키상을 수상했다는 얘기를 듣고 살까말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일본인 작가가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집필한 작품이라길래 거부감이 들어서 사지 않았었다. <전설없는 땅>이 알고보니 작가가 같더라. 이 작품 역시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하여 쓰여진 작품으로 약간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흡입력은 좋아서 술술 잘 읽히는 작품이었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악인들이라, 세상에 이렇게 나쁜 사람이 많은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악인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던 이유를 제시해주거나 했다면 훨씬 나았을 텐데, 그냥 처음부터 무조건 악인이라;; 결말도 마음이 아파서,, 여러모로 좀.. 그랬던 작품이다.  

 

 

 

 

 

 

 

 <핑거스미스>는 그렇게 재미있더니, <벨벳 애무하기>는 생각보다는 그저 그랬다. 노골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주인공이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마음이 아파서 그랬을 수도 있다. 역시 내게는 미스터리를 결합한 <핑거스미스>가 훨씬 낫더라.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는 처음 접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평전으로, 한참 평전에 빠져 있을 때(안네 프랑크, 케네디, 마르크스,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등을 같은 시기에 마구 질러댔었다;;) <메리 스튜어트>와 같이 구입한 책이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이제야 다 읽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옛날 만화인 <베르사유의 장미>로 접한 것이 거의 전부였는데, 그다지 다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초반은 사건의 나열식이라 별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생생한 심리묘사에 몰입해서 읽었다. <정신의 탐험가들>과 <광기와 우연의 역사>도 주문.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는 출간당시에는 관심이 없다가, 씨네 21의 기사를 보고 덜컥 구입. 범인이 등장하고 트릭이 깨지느냐 마느냐의 술술 읽히는 재미는 있지만 더 많은 것을 바란다면 실망할 작품. 솔직히 여자주인공이 굉장히 건방진 것 같아 마음에 안 들었다. 여러 독자들이 지적하듯이 동기의 문제도 걸리긴 마찬가지. 하지만 시간보내기엔 좋은 작품이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2>는 본격추리이기도 하고, 중편들을 모아놓은 작품이라 읽었는데 의외로 쏠쏠한 재미가 있더라. 매 작품마다 등장인물 이름이 어찌나 비슷하던지, 그 외에도 트릭이 비슷한 작품도 있었다.  

 <별의 계승자>는 <신세계에서>를 읽고 SF에 급 호감이 생겨서 덜컥 구입해서 읽었는데, 집중이 안되고 왜 어렵다고 느낀 건지;; 머리가 굳어가고 있다ㅠ  

 <본즈: 죽은 자의 증언>은 역시 신간 때 구입했다가 구간이 되어서 읽었는데, 미드로 한 번 볼까, 생각이 들만큼 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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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8-31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읽을때마다 저랑 취향이 참 비슷하셔서 놀라요. 기시 유스케 작품에 대한 멘트는 특히나 싱크로 100%에요. 그 아래도 쭉- 비슷.

지난번에 차이나 미에빌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추천해드렸는지 긴가민가 한데, 아직 SF가 땡기신다면, 이 작품도 강추합니다. 하인라인의 작품들도 재미나요. 전 SF 책은 많이 사는 편이긴 한데, 딱 재미없는 것과 재미있는 것의 호오가 무척 분명하게 갈려요. <별의 계승자>는 아마 전자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미도리의 책장은 저도 관심은 가는데, 많이 못 읽어봤어요. <은폐수사> 는 독특하니 그럭저럭 재미났고, 지금 <죽음의 샘> 읽고 있는데, 그닥 좋아하는 스타일 아님에도 불구하고, 반전이 기가막히다고 해서 억지로 읽고 있따죠. ㅎ

그린네 2009-09-01 02:32   좋아요 0 | URL
아, 저도 하이드님 페이퍼 읽을 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기쁘네요^^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은 전혀 몰랐었는데 강추라니, 바로 장바구니로 들어가요- 지난번 추천해주셨던 <나폴레옹광>도 사서 읽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흣.

<죽음의 샘>은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하이드님 평가를 기다렸다가 사야겠네요! 여러모로 제게는 지름신과 같은 존재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