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4주
세 사람의 인생을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 영화의 서사가 가진 힘을 느끼는 것 외에도 풍부한 삶을 경험하고, 멋진 배우들의 연기력을 감상할 수 있는 보너스를 얻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의 삶을 그리는 영화의 이야기 방식은 너무 보편화되어 있고, 네 사람의 삶을 그리는 것은 지나치게 커플의 느낌을 주기 때문에 한 사람의 삶을 담기에는 모자란 면이 있다. 또한 여러 명의 다채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옴니버스 영화와 달리, 세 사람의 인생을 그리며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완성도에서도 나무랄 데 없는, 몇 편의 영화가 여기 있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양조위'라는 배우를 내게 각인시켰던 <씨클로>라는 영화의 트란 안 홍 감독이 9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다. 이번엔 조쉬 하트넷과 기무라 타쿠야, 거기다 이병헌까지 합세하여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사실 추리극의 형식을 띄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한 추리극이 아니다.
<시놉시스> 사라진 아들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전직 형사 클라인(조쉬 하트넷)은 사라진 시타오(기무라 타쿠야)를 찾기 위해 홍콩으로 가 수사를 진행한다. 이때 시타오를 쫓고 있는 한 명의 남자가 등장하는데, 그는 바로 홍콩 마피아조직 보스 수동포(이병헌)이다. 그 중심에 있는 시타오가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타오는 남을 돕는 '구원자'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지, 스스로가 인식하는 쫓기는 자가 아니다. 그래서 모든 이야기는 엇나가기 시작한다. 클라인이 찾고 있는 것은 사실은 시타오가 아니라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기 자신이다. 수동포가 쫓고 있는 것은 절망이다. 이처럼 각기 다른 가치관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세 남자의 이야기가 이 영화 속에 녹아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장진 감독이 2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그동안 각본이나 제작에 참여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한 것 같지만, 감독을 한 작품으로는 2007년 <아들>이후 처음이다. 더구나 꽃미남 시대의 개막을 알렸던 장동건이란 배우가 2005년 <태풍>이란 작품 이후 첫 출연한 영화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장동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놉시스> 임기가 다 된 대통령 김정호(이순재)는 로또에 당첨되어 좋아하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생각하며 고민에 휩싸이고, 뒤를 이은 후임 대통령 차지혁(장동건)은 강경한 외교 정책을 펼치지만 사랑과 관련된 고민을 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한경자(고두심)는 한국의 어머니상을 보여주지만 남편의 이혼 요청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세 명의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과 대통령이 된 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장진 감독의 따뜻한 시선과 유쾌한 웃음이 버무려져서 보는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든다. 대통령도 곧 사람이고, 우리는 이런 '인간적인' 대통령을 바라고 있음을 넌즈시 알려주는 작품이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세 사람의 삶이 이 영화에 녹아 있다.
<부산>은 롯데 자이언츠의 도시, 우리나라 제 2의 도시, <해운대>의 도시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부산>이 내걸고 있는 이미지는 아무래도 남자의 도시, 의리의 도시인 듯 하다. 몇몇 단편 영화와 비상업 영화를 만들었던 박지원 감독이 유승호라는 카드를 걸고 만든 첫 상업 영화인데, 익히 '남자'하면 떠오르는 비주류 인생, 즉 하류 인생들을 다루고 있다.
<시놉시스> 도박에 빠져 빚만 잔뜩 지고 있는 아버지 강수(고창성)는 열여덟살 아들도 돌보지 않고 살아간다. 하지만 아들 종철(유승호)이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어 유흥업소 여자들을 관리하는 남자 태석(김영호)을 찾아간다.
가족도 돌보지 않고 자신의 인생도 돌보지 않고 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랑받지 못하면서도 늘 사랑하고 염려하는 사람이 있다.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버려 성공을 얻게 되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어 외로운 사람도 있다. 이 영화, <부산>에서 그러한 인생을 사는 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나는 류승완 감독의 작품 중에서, <짝패>가 가장 재미있었다. 동생 류승범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보다 감독 본인이 출연한 작품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원래 때리고 부수는 영화는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선악 구분이 명확한 작품을 좋아하기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난 이 영화가 재미있었다. 그것은 제목에서 알려주는 것처럼 악한 여러 명의 사람이 선한 한 명을 괴롭히다 선한 한 명이 그들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선한 두 명의 주인공과 악한 한 명의 주인공이 겨루는 이야기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시놉시스> 둘도 없는 친구 왕재의 죽음으로 고향에 모이게 된 친구들. 왕재의 죽음에 의문을 느낀 태수(정두홍)은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진실에 접근할수록 느껴지는 위험에 석환(류승완)이 도움을 주게 된다. 그 진실의 근처에 필호(이범수)가 있다.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70년대 플롯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것이 전형적인 우리네 삶의 모습일 수도 있다. 자라면서 우정보다는 돈이 더 중요해져 버린, 현대인을 과장한 필호의 삶이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의를 지키고, 우정을 소중히 하는 태수나 석환의 모습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