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3주

    

  

 

 

 

 

 

 

 <내 사랑 내 곁에>-슬퍼할 기회를 주는 장례지도사 지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루게릭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종우(김명민)이 아니다. 그동안 실제로 죽음에 가까워졌던 '배우' 김명민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했지 않은가. 내가 주목하는 사람은 죽어가는 그를 사랑하는 지수(하지원)이다. 그녀의 직업은 장례지도사. 그녀만큼 죽음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녀에게 죽음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찾아오는 것이다. 그녀에게 죽음이란 매번 다른 형태를 띠고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 지수에게 사랑하는 남자의 죽음이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장례지도사란 직업아래, 남에게 슬퍼할 기회를 주기 위해 자신은 죽음 앞에 담담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고 아파할 수 밖에 없다.  

 <굿'바이>- 죽음을 아름답게 만드는 납관사 다이고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 첼리스트였던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가 우연한 기회에 납관 도우미가 되면서 변하는 삶을 그린 <굿'바이>. 우리와는 조금 다른 장례문화 때문에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지만, 납관사란 죽음을 맞이한 사람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치장하는 일을 하는 직업이다. '무조건 아름답게'가 아닌 '평소의 모습 그대로'를 추구하는 다이고는 죽음을 마주하며, 주위의 슬픔을 아름답게 달래주고, 경건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 그였기에, 기억 속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죽음 앞에서 마주했을 때 가장 멋진 모습으로 보낼 수 있었다.  

 <선샤인 클리닝>-죽음의 흔적을 깨끗하게 지우는 청소업체 선샤인 클리닝 

 단순한 청소업체가 아니다. 범죄현장 전문 청소업체 선샤인 클리닝. 혼자 아들을 키우며 생계를 꾸려 나가는 언니 로즈(에이미 애덤스)와, 무슨 일이든 시큰둥하고 잘 풀리지 않는 동생 노라(에밀리 블런트)가 힘을 합쳐 범죄 현장을 청소하는 일에 나섰다. 각양각색의 죽음의 흔적들을 지우면서 로즈는 삶의 희망을 품게 되고, 노라는 잊혀진 사람의 소중함을 전해주려 노력한다. 죽음의 흔적을 지우는 대신, 희망과 꿈의 흔적을 발견하는 자매 이야기는, 그녀들의 직업과는 달리 유쾌하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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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잘린 뚱보아빠>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
나이절 마쉬 지음, 안시열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남자란 예로부터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인식되어 왔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남자와 여자가 경제적인 면에서 동등하다는 인식 역시 확대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남자에게 경제적인 책임감이 더 크게 부여된 듯 하다. 이 책은 그러한 전제 하에, 네 명의 아이들이 쑥쑥 자라고 있고, 부인은 경제력이 없는 한 집안의 가장이 써내려간 이야기다.  

 제목에서 그대로 보여주듯, 이 남자는 마흔이 되어 회사 합병으로 인해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된 사람이다. 보통의 회사원이 아니라 CEO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었다는 것이 다르긴 하지만, 이 남자에게 먹여살려야 할 어마어마한 식구가 있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가을이 되어 슬픈 이야기는 읽고 싶지 않았는데, 표지의 느낌 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어두운 이야기를 밝게 풀어내는 것이 이 남자의 특기인 듯 하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주어진 기회를 적극 이용해서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이 남자가 가진 특별함 아닐까. 일자리를 잃었다는 좌절감에 술을 마시고,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잃었다는 자괴감에 아내와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보통 드라마의 남자들과는 다른 바로 그것 말이다.  

 살아가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기 위해 살아가는 주객전도의 상황을 아마 모든 남자들, 혹은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겪고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던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니었어,라든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일에 시간을 뺏기면서 주위의 사소하고도 소중한 것들에게 눈 한 번 돌리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남자 역시 그러했으나(자신을 이해하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여쁜 아이들에게서 떨어져있고 싶어 집에 일부러 늦게 들어가기도 하고, 괜한 짜증을 내기도 하면서), '백수'가 되면서 자신의 삶에 자리잡은 사소하고도 소중한 것들에 눈 돌리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아빠가 되었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아빠가 되었고, 부인 대신 떨어진 치약을 사러 갈 줄 아는 남편이 되었다.  

  이처럼 소소한 에피소드에서부터 솔직한 심정까지 모두 담겨 있는 것이 바로 이 책, <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무겁지 않은 것이 이 이야기의 장점이다. 내 가정에 닥쳐온 일이라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을 상황인데, 나이절 마쉬는 통통 튀는 유머감각으로 유쾌하게 써냈다. 그 유쾌함 속에 담겨 있는 남자의 인생, 그것이 궁금하다면 주저하지 말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하나를 뺀 것은- 마흔이라는 나이가 다가오는 것이 무서운, 그냥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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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2주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유. 꿈을 이루기 위해서.

   

 

 

 

 

 

 

  

 먼저, <푸른 강은 흘러라>에 등장하는 철이와 숙이는 열일곱살 아이들. 내가 열일곱살 때 무엇을 했나 생각해보면, '무엇을 했다'기 보다 '무슨 생각을 했다'로 기억될 정도로 생각이 많았던 나이였다. 그 생각은 곧 미래에 대한 꿈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하고 싶은 일이 달라져 있던 나이. 옌볜에 살건, 한국에 살건 꿈을 가진 아름다운 나이라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철이와 숙이는 두만강처럼 푸르게 살자고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고, 철이의 엄마는 '바다를 최고의 이상으로 삼는 강'처럼 살고 싶다고 꿈을 찾아 한국을 떠난다. 설령 그것이 비극이 될 지라도, 꿈이 있기에 삶이 행복했던 것이 아닐까.  

 <벨라>, 꿈의 다른 이름은 '희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남에게 내세울 것 없는 삶으로도 모자라 절망의 끝자락에 서 있는 사람이, 삶을 포기하고 싶다가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축구선수로서의 미래를 잃고 주방장으로 일하는 호세와 실직자에 원하지 않는 아이를 가진 니나가, 삶에 절망하고 있다가 새로운 삶의 기쁨을 알게 된다는 이 영화 <벨라>에서 희망은 지금보다는 좀더 나은 삶이 내 앞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꿈의 한 부분이다.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서, 온전히, 꿈을 쫓는 자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영화 두 편을 보자. <페임>은 뉴욕 예술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꿈을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내용의 영화다. 뮤지컬 영화라 음악도, 춤도 다 좋지만, 정작 우리가 <페임>을 보고 감동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자신을 갈고닦는 노력 끝에 얻어지는 '꿈의 실현' 때문이 아닐까.   

 개봉을 앞두고 있는 <플래닛 비보이>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보고 싶은 영화다. 비보이 크루들의 경합이 펼쳐지는 '배틀오브더이어' 출전 과정부터 본선 무대에 이르기까지의 열정을 담은 이 영화는 '춤에 대한 열정의 근원'을 찾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그 답은 사실 간단한 것이 아닐까. 꿈의 또다른 방식, 열정. 꿈을 이루기 위해 땀 흘리고 있는, 남들이 보기에는 다 이룬 것 같지만 자신의 꿈을 더 큰 세상에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그 감동은 더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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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1주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느날, 라디오를 들으면서부터였다. 희열님의 <라디오천국>에서 통통 튀는 목소리의 조안과 웃음이 넘치는 세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라디오를 듣다 말고 영화를 검색해 봤더랬다. <헬로우 마이러브>.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고, 기다리고, 계속 사랑하는데_ 남자의 사랑은 변했다. 남자는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  

 문득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이 떠올랐는데, 영화도 이와 비슷한 느낌일 듯하다. 그 전까지 한국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동성애적인 측면(충격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보다 '사랑' 그 자체에 중점을 둔 영화(여자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이 남자라는 사실이 아니라 기다린 자신을 배신했다는 점이다)라 하니 말이다.  

 어둡고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므로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가 없는 영화 <헬로우 마이러브>. 무려,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다! 조안의 연기가 물이 올랐다하고 시나리오가 상당히 좋다고 하지만, 역시 김아론이라는 감독은 우리에게 낯설고, 조안을 뺀 두 명의 남자배우는 민석과 류상욱이라는,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신인이라 망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명한 배우가 나와서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을 보느니 <헬로우 마이러브>와 같은 잘 만든 작품을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문학작품의 제목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화 <푸른 강은 흘러라>는 역시 원작이 있단다. 옌볜의 고등학교 교사 두 사람이 쓴 글을 각색한 것인데, 그 때문인지 옌볜에서 살고 있는 조선족 학생들의 삶이 잘 녹아있다고 한다. 더구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실제 옌볜(혹은 훈춘)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사실성을 더욱 높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예전에 <우리 학교>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도외시하고 있던 세계에서, 나와 같은 피를 나눈 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비록 <푸른 강은 흘러라>가 <우리 학교>와 같은 진정성을 가진 다큐멘터리 영화는 아니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누군가를 한번쯤은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는 될 것이다.  

 하이틴 로맨스 영화를 표방하고 나왔지만, 그 아이들의 희망과 순수와 대비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영화 <오구>를 연출했던 강미자 감독이 만들었고, 남자주인공은 실제 옌볜 쪽 학생이라고 한다.  

 

 

 

 

 

 

 

 씨네 21을 읽다가 문득, 이 영화, <벨라>가 보고 싶어졌다.  

 "몇 차례의 지각을 이유로 식당에서 해고 당하게 된 니나에게, 그 식당의 주방장이자 뜻하지 않은 사고로 축구선수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지닌 호세가 말을 건넨다.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벨라>는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고독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명절 때 더욱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다. 말을 많이 하는 것만으로도 고독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가을에,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 한 편은 반드시 필요한 것 아닐까.   

 <호우시절>은 단지 허진호 감독의 영화라는 것으로 선택. 나는 사실 <봄날은 간다> 이후의 허진호 감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외출>은 배용준이라는 배우 때문에 보기가 힘들었는데, 그에게 이제 배우로서의 힘은 없다고 보는(계속 욘사마 이미지만 떠오르고 왠지 교주님 같달까;;) 편이라-. <행복>은 불편해서였다. <봄날은 간다>처럼 공감되는 불편함이 아니라, 외면하고 싶은 불편함때문이었다.  

 <호우시절>은 정우성이 오랜만에 부드러운 남자로 돌아왔기도 하고, 이전 작품과는 달리 허진호 감독의 그 '불편함'이 덜하다고 하고, 고원원이라는 배우의 미소가 참 아름답기도 하고. 한 번쯤은 보고, 슬쩍 웃고 싶다.    

 

 그리고, 이범수의 코미디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이 있다. 잘나가는 남자가 결혼을 앞두고 실종된다는 큰 줄거리 안에 소소한 사건들이 벌어질 모양인데, 케이블  TV에서 주구장창 방송해주는 예고편 외의 이야기(실제로 예고편 외의 이야기가 있다면)가 궁금하다면 주목해보자.  

 이범수는 이제 대박 날 때도 됐는데, 항상 작품 선택이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번 작품도 왠지,, 김민선이 내 취향이 전혀 아니라는 점이 아쉽고, 강석범 감독도 <홍반장>과 <해바라기>같은 완전 별로였던 작품을 만든 분이라 기대감이 하락해서 아쉽다.  

하지만, 기대없이 보면 재미날지도! 맘껏 웃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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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달에 읽은 좋은 책 <도둑들의 도시>와 <차일드 44>. <도둑들의 도시> 데이비드 베니오프라는 작가는 난생 처음 접하는데, 영화화되었다는 <25시>란 영화는 보지 못했고, 그가 시나리오 작업을 한 영화도 본 지가 오래되었거나, 볼 예정인 작품들 뿐이다. 그렇게 기대감을 갖지 않고 우연히 읽기 시작한 책이라 그런지, 의외로 좋았다..^^ 오랫만에 읽는 전쟁 소설-물론 전쟁의 과정을 담은 온전한 전쟁 소설이라고 보긴 어렵지만-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전쟁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평범한 행동 하나가 생사를 결정짓고, 그래서 항상 죽을 각오를 해야하는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토록 아프고도 기쁜지 잊고 있었다. 

 <차일드 44>는 장르를 달리 하지만,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도 좋을 책- 스탈린 치하의 '완벽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범죄가 없는 깨끗하고 살기 좋은 나라에 살고 있다고 믿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범죄 그 자체보다 더 깊게, 와닿았다. 책 분량이 결코 만만치 않으나 버릴 곳이 한 군데도 없다(사실, 라이사를 노리는 음흉한 의사이야기는 없어도 되겠더라만'')고 생각될 만큼 흡입력도 좋은 작품이었다. 

 결국, 아주 유명한 전쟁 소설 <캐치22>를 덜컥 구입- 아직 읽지 않아 좀 부끄러우려나? 그 외에도 스탈린이나 레닌 치하의 소련이 무척 궁금해졌다는.   

 

 

 

  

 

 

 나는 확실히, 단편 보다는 장편이 좋다. 그것은 나라는 사람이, 문체의 힘이라거나 문장이 주는 아름다움에 무감각하고 대신 서사가 가진 힘에 쉽게 감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로 만난 조이스 캐롤 오츠의 <멀베이니 가족>은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굉장한(?) 책이지만, 그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오히려 힘들었다. 글쎄, 모든 일이 벌어졌을 때부터 균열과 몰락과 또다른 화합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 화합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지나치게 고통스럽고 몰락의 과정이 반복적이어서 읽는 내가 지쳐버렸다는 데 있다. 이미 멀베이니 가족의 아픔에 휘둘리느라 진이 빠져버린 나는 그들이 보여주는 화합에도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조이스 캐롤 오츠의 단편이 문득, 읽고 싶어졌다.   

 

 

 

 

 

 

 

 

 

 <6인의 용의자>는 작가의 전작 <Q&A>를 정말, 감탄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기대를 상당히 많이 한 작품이다. 뭐, 이제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워낙 유명해졌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것이라 생각되지만, 어쨌든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과 재미가 아직도 기억나는 작품^^.. 그에 비해 <6인의 용의자>는 왠지 조금은 심심하달까. 이야기가 얽히고 설켜서 하나의 결론으로 치닫는 구성은 꽤 흥미롭지만, 제목 그대로 6인의 용의자를 각각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집중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결국은 읽는 내내 그래서 어찌된 일이냔 말이다! 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작 결말 부분에서는 뭔가 말끔히 해소된 기분보다, 작가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겨우 놓여난 기분이 들었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오만과 편견>의 자칭 애독자로서, 아류작!이라는 고정관념 하에 보지 않으려 했으나;;; 읽고 나서는 전혀 후회없었던 작품이다. 만약 읽지 않았다면 후회했겠지. <오만과 편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혀 욕 먹지 않을 정도로, 원작의 캐릭터나 플롯을 잘 살렸다. 읽는 내내 키득거렸고, 원작의 재미를 떠올렸으며,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인물들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덕분에 이 작가가 집필하고 있다는 뱀파이어 헌터인 링컨의 이야기도 엄청 기대! ㅋ  

  

 한 때, 누구나 그랬겠지만 에쿠니 가오리에게 열광했던 적이 있다. 난 항상 바나나보다는 가오리였는데, <반짝반짝 빛나는>과 <낙하하는 저녁>에서 완전히 반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 그냥 딱 거기까지였다. 혹시나 하며 읽어보는 작품들은 그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 <좌안>도 마찬가지. 그냥, 늙어가고 있는 나 자신이 슬펐을 뿐이다.  

 <우안>, 큐의 이야기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츠지 히토나리 미안. 이제 좀 현실적인 이야기 좀 읽고 싶다.  

 

 

 

  

 <13번째 인격>은 단지, 기시 유스케의 작품이라 읽었고 그냥 읽은 것으로 만족한다. 난 원래 다중인격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사건 진행이나 결말 역시 예측하기 쉬운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이니, 풋풋한 그의 필력을 확인하기에는 좋은 작품이다. 이와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이 미미여사의 <크로스파이어>인데, 다중인격은 아니지만 초능력을 가진 여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의 작품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13번째 인격>의 여자주인공은 타인의 마음 속 목소리를 듣고, <크로스파이어>의 여주인공은 불을 지르는 염화능력을 지녔다는 것 정도의 차이랄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미여사인 줄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몰입되지 않는 주인공이라니ㅠ 철저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실천하는 준코가 나중에는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진짜 보기 싫더라.  미미여사님, 그냥 <누군가>시리즈(오래되어서 이름도 잊어버린;;스기무란가?)나 얼른 써 주세요! 

 <파일로밴스의 정의>로 처음 접한 반 다인. 글쎄, 내가 보기에 이 탐정은 내 취향은 아닌 듯. 소설가 김연수의 추천사가 더 좋았을 정도다. 넋을 놓고 읽었는지 나중에는 글의 서술자로 등장하는 '나'가 도대체 누구야!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는데, 솔직히 사건 전개에 있어서는 유령과 같은 존재라는. 전집이 나오면 또 살 지는 의문이다.  <녹색은 위험>은 고전적인 매력이 있었지만, 놀랄 정도는 아닌 듯.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은 마음이 좀 아팠다.  

 

 

 

 

 <나폴레옹광>은 내가 어디서 읽은 듯한 작품이 꽤 많아서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 작품이다. 특히 '뻔뻔한 방문객' 편은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내용을 모조리 떠올렸는데, 도대체 어디서 알게 된건지는 알 수가 없어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시소게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써내려가서 굉장히 섬뜩한 느낌을 주는 단편들이 빼곡히 실려있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는 결혼과 육아와 여자의 삶에 대한 허무함을 가득 느끼게 하는 작품. 결혼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는. 흐흣.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는 생각보다는 별로. 이야기를 살짝 언급하고 재미있어지려는 데 끝나버린 느낌이랄까? <정신의 탐험가들>과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순서가 맞는지 모르겠네,, 저주받은 기억력ㅠ)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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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10-02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의 탐험가들>은 프로이드는 글타치고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는 전 마지막 톨스토이 부분이 쪼끔 지루했던 것 같네요. 나머지 두 인물은 재밌었구요. <마리 앙투아네트>는 보셨나요? 전 이 책이 꽤 기억에 남았거든요. ^^

<나폴레옹광> 등의 고전(?) 단편들을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이유는 트릭들이 여기저기서 소비되기 때문이죠. 만화들, 하다못해 서프라이즈 같은데서도 나오기에, 피해가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 쳇. 근데, 아토다 타카시 정도면, 결말 알고 두번 세번 읽어도 읽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도둑들의 도시>랑 <차일드44>는 보관함에 넣어요. 캐치-22도 좋은 작품. 의외로 원서가 더 술술 읽혔어요.

전쟁소설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재밌는건 진짜 재밌죠. <독수리는 날아 내렸다eagle has landed> 전 이거 진짜 좋아하는 작품이라 매번 강추하는 소설!



그린네 2009-10-02 21:54   좋아요 0 | URL
<마리 앙투아네트> 때문에 츠바이크 책을 읽기 시작한 걸요! 하이드님 말씀을 듣고 보니, 다른 책을 읽어도 <마리 앙투아네트>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군요- 책더미를 뒤져보니 <메리 스튜어트>도 사두었는데, 이건 좀 기대해도 되려나요? ^^
동서DMB에서 나온 <독수리는~>도 찾아보니, 얼마전에 중고샵에서 샀네요! 상태 최상이라 샀는데 생각보다 안 좋아서 구석에 밀어놨었는데, 바로 읽어야겠어요. 언제나 도움되는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