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의 발견,이라고나 할까. 사람들이 왜 온다 리쿠를 좋아하는지, 왜 온다 리쿠를 찾아 읽는지 알게 되었다. 평범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드는 재주, 꿈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재주, 주위에 한 명 쯤은 존재하지만 혹은 존재하지 않는 듯한 인물을 창조하는 재주, 아련하고 여운이 남는 결말을 짓는 재주-. 그리하여 나는 <엔드 게임>을 기대하게 되었다.
'뒤집고 뒤집히는 것'과 '빠는 것'이 너무 빈번하게 등장하는 나머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빛의 제국>을 읽고는 단편 오셀로 게임 때문에 정말 기대를 많이 했으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참, 재미없다고 말하기도, 재미있다고 말하기도 모호한-
처음엔 참, 진도가 안 나가더라니 했다. 참고 읽었다. 내가 왜 지루하다고 생각했지?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멋진-방탕하고 잘생긴, 그리고 대단한 실력가인-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앞장선다. 아름다운 여인과 아름다운 도시 베네치아가 그 뒤를 받쳐주고, 예술적인 싯구를 그대로 따라하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 자체가 하나의 그림이요, 영화요, 시다.
표지와 제목에의 이끌림, 단지 처음에는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 '예쁘장함'만 가진 것이 아니었다. 고독을 이겨내는 법을 환상 속에서 찾은, 그리고 그 환상을, 현실을 이겨내는 법으로 바꾸어버린 그들이 부럽다.
나도, 힘들고 지칠때, 내 환상의 공간에서 유영하고 싶다-
이제까지 출간된 미미여사의 작품과는 다르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하드보일드에 가깝고 문체는 간결해졌다고- 읽는 내내, 사실은 좀 그랬다.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역시, 미미여사의 작품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옮긴이가 밝혔듯이 미미여사는 인간의 따뜻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가다. 이 작품에는 왠지 선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것 같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누구나, '어쩔 수 없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일 뿐이다. 주인공들의 행동은 묘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서 딱히 '괴물같다', '무서운 사람이다'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가 곤란해진다. 보통 사람이 가진, 어쩔 수 없는 일면이 터져나온 것일뿐.
마음 한 켠이 아릿,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