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미스트 - In the Electric Mis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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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분위기에 흘러나오는 경쾌한 컨트리 음악이 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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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4주

 

히스 레저, 그의 모습이 보고 싶어요! 

 2008년 1월 22일, 히스 레저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났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에 아파하는 외로운 청년이었던 히스 레저의 죽음은 너무나 급작스러웠고, 그가 없는 영화는 황량했다. 관객들은 히스 레저의 유작인 <다크 나이트>에서 암울하고 잔혹한 조커로 변신한 그의 연기에 감탄했지만, 더이상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를 보고 싶어하던 사람들에게 아주 반가울 영화가 바로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다. 40%의 촬영만이 진행된 상황에서 히스 레저의 죽음을 맞이한 이 영화는, 히스 레저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을 위해 그를 고스란히 남겨두고 그의 또다른 모습을 가장한 세 배우를 기용해 완성되었다. 조니 뎁, 콜린 파웰, 주드 로가, 거울을 통해 선과 악을 넘나드는 토니의 여러 모습을 표현해냈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상상극장, 히스 레저를 다시 보고 싶어하던 관객의 꿈을 실현해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정말 딱 들어맞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슈퍼 히어로, 우리나라에는 없나요?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을 비롯해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도 끝까지 살아남는, 혹은 지구를 구하는 슈퍼 히어로는 모두 외국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한국영화에는 이렇다할 영웅이 등장하지 않으므로(굳이 꼽으라면, 최근에 개봉했던 <홍길동의 후예>라든가 이미 묻혀버린 <흡혈형사 나도열> 정도가 아닐까? 사실, 슈퍼 히어로라 부르기도 민망한 캐릭터들이다) 누구나 한국형 슈퍼 히어로를 상상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족시켜 줄 영화가 바로 <전우치>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를 통해 세상을 속이는(혹은 세상을 휘어잡는) 주인공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던 최동훈 감독이 이제는 <전우치>를 통해 익살스럽고 재치만점에 도술을 부려 요괴를 퇴치하는 한국의 슈퍼 히어로를 만들어냈다. 하늘을 나는 공중부양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고 여러 도술과 도구를 통한 힘의 극대화, 영웅이라면 갖추어야 할 잘생긴 얼굴과 풍부한 매력, 그를 우상시하는 미모의 여성까지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제대로 갖추었다. 우리는 이제, 우리만의 슈퍼히어로인 전우치의 활약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재활용 밴드'의 환상적인 음악을 실제로 듣고 싶어요 

 10여년 전 중,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혹은 감수성이 예민했던 대학생이라면 천계영의 만화 <오디션>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생생한 캐릭터와 풍부한 감정 묘사, 아름다운 그림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오디션>. 국철은 소매치기로, 류미끼는 댄스가수의 백댄서로, 장달봉은 중국집 배달원으로, 황보래용은 조울증에 시달리는 고등학생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이들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은 송송그룹의 외동딸 송명자. 이들의 재능을 알아본 송송그룹 회장의 유언 때문이었다. 마침내 결성한 밴드의 이름은 '재활용밴드'.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수많은 밴드들을 물리치고 오디션을 차례차례 통과해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꿈을 가진 그 시절 우리의 우상이었다. 만화를 돌려읽고 만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에게 머릿속으로 '재활용 밴드'가 부르는 노래를 상상하는 것은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런 와중에 들려왔던 <오디션>의 애니매이션화 소식. 팬들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상상했고, 주인공들이 어떤 목소리를 가질지 상상했고(가상 캐스팅도 이루어진 것으로 기억된다), '재활용 밴드'가 부르는 노래가 실제로 어떠할지 꿈꿨다. 10년이 지나고 이제 드디어 그 꿈이 실현되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추억을 되살리는 기분으로, 내 상상이 어디까지 이루어졌는지 확인해보는 마음으로 기꺼이 선택할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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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터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미드나이터스 세트 - 전3권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박주영.정지현 옮김 / 사피엔스21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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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얼마전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을 읽고 생각이 바뀐 찰나 <미드나이터스>를 접하게 되었다. 세 권으로 출판된 방대한 분량에(사실 판형이 좀 작아서 그닥 방대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기대감부터 갖고 시작한 책이었다.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으면, 얼마나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려고 무려 세 권짜리의 책을 펴냈을까,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흡입력은 상당히 좋다. 어쨌든 이야기가 길다고 느끼기 보다 '언제 1권, 2권이 끝났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으니까. 그것은 남들과는 다르게, 하루를 25시간으로 살고 있는 다섯 명의 미드나이터들이 벌이는 '완벽하지 못한' 사건들 때문일 것이다. 보는 자인 렉스, 마인드 캐스터 멜리사, 나는 자인 조너선, 수학천재 데스, 불꽃을 일으키는 자 제시카까지.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위대하고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등학생들이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질투심, 미움, 외로움, 사랑하는 감정을 서로 주고 받는, 빅스비 유일의 미드나이터들은 항상 작전을 세우지만 단 한 번도 계획대로 성공한 일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보통의 우리와 다른 영웅이라는 느낌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내 주위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친근한 느낌을 준다. 이런 인물들 때문에 이 이야기는 흥겹고, 해결되지 못할 변수를 안고 있기에 독자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내 지나간 시절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시절, 나만의 특별한 세계가 펼쳐지기를 바라던 시절, 가족과의 화목보다 친구와의 멋진 관계와 사랑하는 사람을 꿈꾸던 시절이 <미드나이터스> 안에 다 들어있다. 주인공들의 들뜸과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자신이 그런 마음으로 그 시절을 보냈으니까.  

 <미드나이터스>의 장점은 여기까지다. 어디선가 본 듯한 소재의 식상함, 그 소재를 세 권씩이나 되는 원고지 안에 채우려니 반복되는 사건이 많다.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은 중심이 조금 바뀌거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것으로 변이되지만, 그래도 거기서 거기일 뿐이다. 우리의 영웅들은 진화하지 못하고(나름의 진화는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다지 큰 반향을 주지는 못한다) 같은 무기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마치 사건만 조금씩 바뀌는 미드(매 회마다 매력없이 반복되는 플롯을 가진 미드 말이다)의 한 시즌을 보는 느낌을 준다. 나보다 조금은 어린 사람들이 <미드나이터스>를 읽는다면 또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이미 걸출한 판타지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받는 느낌일 수도 있다. 아니면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피터팬같은 이야기를 읽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이 들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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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 줄리아 - Julie & Ju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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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위해 맛있는 음식과 분위기 좋은 장소를 준비한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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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 줄리아 - Julie & Ju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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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라 애프런 식의 영화는 이제 됐다,고 생각했다. 감독의 스타일이겠지만, 매번 보기에 조금은 지겨운, 지나치게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볍고, 여성적이고,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영화는 이제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줄리&줄리아>라는 노라 애프런의 영화를 선택한 것은, 단지 메릴 스트립 때문이었다. 그녀의 영화는 메릴 스트립이라는 배우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렇게 기대없이 시작한 영화는 15분쯤 지나자 사랑스러운 대사로 나를 완전히 넘어가게 만들었다. TV로 요리 강습 중인 줄리아는 (요리사들이 솜씨를 발휘할 때 많이 보여주곤 하는, 프라이팬에 든 음식을 뒤집는) 뒤집기에 실패하고 떨어진 음식들을 프라이팬에 다시 주워담으면서 말한다. "다시 담으면 돼요. 주방에 혼자 있는데 그걸 누가 알겠어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줄리아, 특이한 말투와 시원시원한 웃음을 가진 거대한 여인 줄리아를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다. <선샤인 클리닝>에서 인상에 강하게 남았던 에이미 애덤스는 니콜 키드먼과 흡사한 스타일로 변모해 이 영화에 출연한다. 하지만 우리가 짐작하다시피 이 영화는 사실 '줄리아(혹은 메릴 스트립!)'를 위한 영화다. '줄리'는 줄리아를 지나치게 흠모하며 요리 뿐 아니라 삶까지 닮고 싶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영화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 주인공이 자신의 개성을 내세우기 보다 자신의 인생이 줄리아처럼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짜증만 내고 있으니, 나처럼 메릴 스트립을 좋아해서 영화를 선택한 사람은 '줄리아'만 유심히 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줄리아'의 인생은  열정과 웃음, 사랑으로 가득하다. 남편의 사랑을 받으면서 그 사랑에 감사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강하게 추진해가는 줄리아의 인생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남편의 사랑을 당연히 여기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더 애쓰는 줄리의 인생보다 훨씬 빛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줄리의 인생이 훨씬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다. 이미 위대한 사람인 줄리아는, 이미 우리와는 다른 사람인 것이다. 그렇기에 좌절하고 노력하고 울고 짜증내고 기뻐하고 방방 뛰는 줄리도 사랑스럽다.  

 전형적인 노란 애프런의 작품이다. 줄리와 같은 여성들, 특히 자신의 인생이 생각처럼 잘 굴러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 여성들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내면서 자신의 꿈을 찾았던 줄리아를 인생의 본보기로 제시한다. 실제로 줄리 역시 '줄리아'를 완벽한 자신의 롤모델로 삼았고, 성공하지 않았던가. 그런 의도 하에 진행되는 이야기므로 따뜻하고 유쾌하고 결국엔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가 완성되었다. 크나큰 역경없이 진행되므로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영화가 진짜 따뜻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줄리&줄리아>를 쓴 줄리의 시선이 아닌, 혹은 영화를 만든 노라 애프런의 시선을 거치지 않은, 온전한 '줄리아'를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지는, 조금은 아쉬운 영화라고도 생각한다. 그 이쉬움을 달래기 위해, 실제 주인공인 줄리아 차일드가 쓴 책을 좀 찾아봐야겠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무지하게, 요리가 하고 싶어졌다. 더불어, 누군가와 요리의 과정을 나누며 같이 먹고 싶어졌다. 본 에퍼티(많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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