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집중적으로 구매한 분야가 미술에 관계된 책이다. 보통 미술에 관련된 책은 미술관이나 서양미술에 관계된 책을 구매해 온 편이지만, 올 해 들어서는 그럴 수 없었다. 주 타켓이 명확했기 때문.
그건 바로 그림을 사야했기에, 그림 시장과 한국 작가들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 분야의 책을 집중적으로 구매했고, 구매하는 족족 모조리 읽어왔다.
작년부터 조금씩 한국 유명 작가론에 대한 책은 수집해 왔는데, 올 해들어서는 그냥 사는 족족 읽어야 했다. 월급 내에서 그림을 사야하는데, 그러러면 국내 작가외에는 답이 없어서다. (누구나 아는 그림은 가격이 어마무시하다.)
그림 시장과 한국 작가론에 대한 책을 사면서 느낀 게, 미술 분야는 몇 가지로 세분된다는 거였다. 가장 보편적인 책들이 서양미술사 해설서 또는 서양 명작 해설서(유명 작가론)다.
그 다음이 미술관에 관한 책들. 동양화나 한국화 그림 해설서는 그리 많지 않고(물론 출간되고 있지만) 대신 한국 작가론에 대한 책들은 근래 꽤 출간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현대 작가론에 대한 책들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이런 책도 나왔었구나 하고.
이 외에도 더 많이 구매했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책은 <역사의 들길에서 내가 만난 화가들>이다. 상하 두권으로 오래 전에 출간됐는데, 작가론을 다룬 책 중에서 가장 평이하고, 한 작가의 생애를 그림에 잘 녹여내어 화가의 가치를 단박에 알 수 있는 내용이라 좋았다.
이들이 꼽은 작가들을 보면 한국에 실력있는 화가들이 이렇게도 많은지 놀라게 된다. 전혀 몰랐던 작가가 너무 많았고, 책에서 논하지 않지만 빼어난 작품을 계속 내는 작가들도 매우 많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예상 외로 정말 많다!)
특히 외국에서 유명한 한국 화가들이 많은데, 이들은 전혀 평론가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여 사뭇 아쉬운 경우가 많다. 고재권 화백과 차일만 화백의 경우가 그런 경우인데, 그림이 매우 빼어날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도 매우 인기가 높은 작가들인데 작가론을 다룬 책에 전혀 없다. 이런 화가가 한 두 명이 아닐듯..
어쨌거나 한국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실력 있는 화가들이 500명은 훌쩍 넘는 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고 있다. 그림을 컬렉션하기로 결심하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작가들. 이우환, 박서보, 천경자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작가론 뿐만도 아니다. 내 올해 목표가 그림 컬렉션이었기에 그림 시장과 아트 테크에 관련된 책은 거의 모조리 구매한 듯하다. 요새 아트 테크라고 해서 이 분야의 책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이 정도가 아트 테크에 관련된 책들인데, 공통점은 초보자의 그림투자에 관한 조언을 주 내용으로 한다. 여기서 <월급쟁이 컬렉터가 되다>만 일본인이 쓴 책인데, 내용이 비슷하여 여기에 포함시켰다.
이 분야의 시초는 아마도 이규헌의 <아트 쇼핑>일 거라 생각한다. 그림 쇼핑에 대한 가장 대중적인 책의 시발점일 듯해서다. 그 전에는 이런 책이 거의 없었다. 그림 애호가들의 그림 구매기가 간혹 출간된 정도.
어쨌거나 이 책은 현재 나온 아트 테크에 관련된 책들이 참조했을 책인데, 현재 나온 책들이 개괄적인 내용이 이 책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조금 디테일한 면이 떨어진다. 소비자 중심이 아니라는 면도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이 리스트들 중세서 <우리는 겟돈으로 그림을 산다>는 좀 색다른 책이데, 회장단의 그림 구매 후기와 비슷한 책이라 그렇다. 초보의 그림 투자와는 거리가 멀어서(물론 회장단은 자기들이 초보라고 말한다!) 제외하려다가 그림에 대한 구매라 포함했다. 이들 중에서 아트 테크를 마케팅 차원으로 높인게 <월10만원 그림 투자 재테크>다.
나도 이 책을 읽고 첨엔 혹했는데, 책을 읽고 그림을 사고 미술 투자의 실체를 알면서 이 책이 허상이란 걸 깨닫게 됐다. 특히 이 책에서는 미술품 대여 투자를 적극 추천하고 있는데, 이는 그림에 대해 무지함을 드러내는 표장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사탕발림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구매하면서 이 분야에 포함 안 될 것처럼 보이지만 그림 시장에서 절대 간과하면 안되는 책들이 그림 애호가가 낸 책들이다. 보면 매우 유익하다. 그림 초보가 하지 말아야할 실수와 그림을 보는 눈을 어느 정도 기를 수 있는 꽤 괜찮은 책이다.
이 외에도 몇 권이 더 있는데, 이미지가 뜨지 않는 책이라 제외했다. 이 책들은 말 그대로 애호가들이 그림을 컬렉션하면서 느끼는 감상과 시장에 대한 비판을 담은 책인데, 이 책들이 중요한 이유는 그림 시장과 재테크 그리고 작가론의 오묘한 경계에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책은 이충길의 <그림 애호가로 가는 길>. 이 책은 그림 애호가로 입문하기에 더 없이 좋은 책이다.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건 덤. 나도 이 책으로 컬렉터의 길로 들어섰다. 이 외에도 1세대 애호가로 그림을 모으며 한국 미술시장을 비판한 분도 있는데, 이미지가 뜨지 않아 생략했다.
그림 애호가들은 절대 되팔기위해서만 그림을 구매하지 않는다. 자기가 보고 만족해야 그림을 구매한다. 그리고 구매한 그림에 대해서는 장시간 감상하고 작가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급전이 필요하면 되파는데, 그때 환금성이 높은 결과로 나타나 결국 아트 테크로도 귀결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미술 시장에 대한 책이다. 대체로 시장을 분석하는 책들인데, 분석력이 좀 떨어지고 미술 시장에 대한 동향 보고로 보는 게 좋을 듯.
가장 잘 된 책은 <미술시장 뒤집어 보기>. 이 책은 철저히 미술 소비자의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전부 공급자나 갤러리 아니면 미술 공급적 측면에서 시장을 분석하고 있는데, 이 책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어 그 장점이 뚜렷하다.
이 외에도 미술에 관련된 여러 책을 구입했는데, 분류하기 애매해서 마지막에 덧붙인다. 여기 리스트에 올린 책의 두 배 이상을 다른 곳에서 구입했는데, 알라딘에서 구입하지 않아 생략했다.
마지막 리스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오래 전에 출간된 박파랑의 <어떤 그림 좋아하세요>. 큐레이터로서 한국 미술을 비판한 책인데, 한국 미술판이 어떤지 몸으로 체험하면서 써내려간 '촤중우돌 큐레이터 되기'쯤 된다. 이 책이 내게 각인 된 건 큐레이터의 실상이고, 우리 미술계의 열악함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여기에 있는 리스트 거의 다를 읽었다. 이를 읽고 그림을 구매하고 그림을 그리게 됐지만, 우리 미술시장은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미술에서는 후진국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5세대마다 그림 한 점 구매한다는 통계는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림 가격을 책정하고 유통하는 것도 매우 불투명하다. 아트테크라고 해서 그림을 사라고만 종용하지 그림을 산 다음 환금성에 대한 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투자라면 반드시 환금성이 논의되야 하는데 미술시장만은 예외인듯하다.
아, 물론 유명화가의 유명 그림은 다르지만, 평범한 사람이 큰 맘먹고 천 만원 대의 그림을 산다고 해도 그 그림 투자에 대한 환금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우니 말해서 뭘할까. 이 모든 책을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