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어 좌절, 이유 있다 - 하버드 박사 이창열의 슈퍼영어
이창열 지음 / 앱투스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외국에서 공부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을 보면 현지 교수들은 3번 놀란다고 한다. 한번은 높은 토플 점수에 놀라고 또 한번은 높은 점수에 비해 언어구사력이 형편없음에 놀라며 마지막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에 비해 여전히 영어를 못하는 것에 놀란단다.
이것은 우스게 소리가 아니다. 미국 현지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이들이 전해주는 말이며 각종 영어 관련 서적에 단골로 소개되는 말이다.
정말 그렇다. 영어 마을이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대학 졸업 때 토익 성적이 없으면 졸업도 취업도 안 되는 시대이다. 그야말로 영어가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화두가 된 지 벌써 몇 년 째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면 누구나 10년 이상은 영어를 배웠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두려워하며 외국인만 만나면 줄행랑을 친다.
진짜 우리나라만큼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영어를 못하는 나라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없는 듯하다. 서점에서 영어에 관련된 서적은 수 십종에 이르며 거의 모든 책들이 ‘이렇게 공부하면 영어에 달인이 된다’고 유혹한다. 각종 어학원이다 유학원은 만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못한다.
여기 이런 고질적인 병폐를 고치고자 야심차게 출간된 책이 있다. <영어 좌절 이유 있다>(엡투스 미디어. 2007)가 바로 그것. ‘영어 좌절을 극복하는 실전적 영어공부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영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세주와 같은 책으로 보일 수 있다. 일단, 제목부터가 튄다. ‘그래 그 이유가 뭔지 좀 알자꾸나’하면서 책을 펴들게 만든다.
저자의 이력부터가 심상치 않다. 이창렬 박사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하버드대학교에서 26세에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그것도 26세에! 도올 김용옥씨가 40이 넘어 하버드 박사를 받았다고 그렇게도 자랑하던 대학의 박사학위를 20대에 획득했다!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기서 놀라기는 이르다. 미국 연방정부 에너지성, 코넬대학교, 스위스, 이태리 벨지움 등지에서 연구활동을 했단다. 국제적이다! 이대 교수,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우주소년단 영재교육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위치에도 있어 보았다! 그리고 중앙일보에 “하버드 박사 이창렬의 지극지긋한 영어 이야기”를 연재했다. 와~ 영어칼럼리스트까지.
됐다. 검증된 사람한테 영어를 제대로 배워보자. 그래, 영어라고하면 좌절감만 맛본 사람인데, 도대체 뭣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지 속 시원히 들어나 보자.
책은 단순 명쾌하다. 간결하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목표설정, 2부 영어를 갈고 닦는 법, 3부 잊지말아야할 기본기, 4부 풍부한 표현력을 얻을 수 있는 길. 각 부에 5장씩 할애되어 총 20장으로 영어 좌절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명쾌하고 좋은데 왠지 헛다리 짚는 느낌이 든다.
예컨대 이 책의 13장을 보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어단어 300이라는 장을 만날 수 있다. 장의 말미에 장을 4개의 문장으로 요약해 놓았다. 이런 요약은 매 장마다 있다.
1. 많은 단어를 외우고 있다고 해서 영어 표현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2. 300개의 단어로 미국 사람들은 자기표현의 2/3를 할 수 있다.
3. 어려운 단어를 새롭게 배우는 노력만큼 쉽고 흔히 사용되는 단어들로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4. 강조하거나 핵심이 되는 단어는 어려운 단어로 하되 나머지는 평이한 단어로서 표현하는 게 훨씬 더 영어적이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봐온 것들이다. 이런 식으로 20개장을 요약하고 있다. 이렇게 각 장들을 쭉 따라가다 보면 80개의 명제로 영어좌절의 이유가 정리된다. 마지막에는 이 80개의 팁 중에서 영어 좌절을 끝장내는 10가지 방법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1. 발음보다 리듬을 알아라
2. 배운 말보다 하고 싶은 말을 연습하라
3. 일대일 대화를 실시하라
4. 흥미를 느끼는 책을 읽어라
5. 훌륭하지 않아도 글을 마구 써라
6. Thesaurus로 단어를 배워라
7. 모음 없이 자음을 소리 낼 줄 알아라
8. 관용표현을 익혀라
9. 쉬운단어로 표현하라
10. 영어를 영어로 이해하라
하지만 영어좌절을 극복하는 실전적 공부법이기에는 너무 약하다. 1번과 7번은 많이 들으면 저절로 해결될 일인데,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은 느낌이 든다. 4번과 8번 그리고 9번은 너무도 뻔한 내용이다. 6번은 사전의 중요성 특히나 Thesaurus의 활용법을 얘기하고 있지만 영문과 학생들로부터 종종 들었던 내용이다.
이런 원론적인 얘기를 이 책에만 있는 내용인 듯 소개한 것이 좀 아쉽다. 결국 2번, 3번, 5번만이 이 책에서 독특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인데, 설득력이 좀 빈약한 게 흠이다. 솔직히 이 책을 다 읽는 건 시간낭비일 수 있다. 장의 뒤에 있는 핵심 포인트만 알면 책을 다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약간 허탈하다.
이와 같은 책을 읽는 비법이 있다. 천기누설인데,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보답코자 공짜로 알려드린다. 서점에서 읽어 치우는 것이다. 30분이면 충분히 다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류의 책은 알아 둬야할 중요한 팁이 있거나 중요하게 암기해야 할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의 4부가 그렇다. 참신한 숙어표현과 접두어 접미어로 어휘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소개돼 있어 암기할 게 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첩을 들고 가야 한다. 30분을 더 투자해서 아예 확실히 자기 걸로 가져오는 게 좋지 않겠는가?
자, 조그만 노트를 준비하여 가까운 대형서점으로 가서 영어 공부 노하우를 훔쳐오자. 누가 뭐라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얼른 가보자. 그런데 이런 천기누설을 한다고 출판사에서 잡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