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유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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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미리 에시이집을 읽었습니다. <남자>를 읽은 직후 읽었더랬습니다~ 

두 작품 모두 단어를 중심으로 한 단상을 모은 매우 주관적인 에세이집입니다.

아직 유미리 소설들은 읽지 못했지만 유미리가 어떤 사람인지 2권의 책을 읽으니 확연히 알겠더군요.  

적나라한 자기얘기였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흘러가는 단어를 잡아 자기식으로 푸는 이야기속에서 유미리는 참 불행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재일한국인2세로서...그녀가 겪어야 했던 아픔들이 단어속에 절절히 맺혀있더군요. 어찌보면 미치지 않은것만으로도 다행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유미리의 여러 행동들을 이해할 수 없더군요. 머랄까...정신과 치료를 요한다고 해야할까...하여간 적대심을 안으로 삭이고 글을 쓰는 작가가 돼서 그런거 봅니다.

하지만 자기식의 단어 정의...멋진 언어의 유희가 좋았더랬습니다.  

상처입은 영혼의 언어가 어떤 것인지 오롯이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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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좌절, 이유 있다 - 하버드 박사 이창열의 슈퍼영어
이창열 지음 / 앱투스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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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외국에서 공부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을 보면 현지 교수들은 3번 놀란다고 한다. 한번은 높은 토플 점수에 놀라고 또 한번은 높은 점수에 비해 언어구사력이 형편없음에 놀라며 마지막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에 비해 여전히 영어를 못하는 것에 놀란단다.

이것은 우스게  소리가 아니다. 미국 현지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이들이 전해주는 말이며 각종 영어 관련 서적에 단골로 소개되는 말이다.

정말 그렇다. 영어 마을이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대학 졸업 때 토익 성적이 없으면 졸업도 취업도 안 되는 시대이다. 그야말로 영어가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화두가 된 지 벌써 몇 년 째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면 누구나 10년 이상은 영어를 배웠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두려워하며 외국인만 만나면 줄행랑을 친다.

진짜 우리나라만큼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영어를 못하는 나라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없는 듯하다. 서점에서 영어에 관련된 서적은 수 십종에 이르며 거의 모든 책들이 ‘이렇게 공부하면 영어에 달인이 된다’고 유혹한다. 각종 어학원이다 유학원은 만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못한다.

여기 이런 고질적인 병폐를 고치고자 야심차게 출간된 책이 있다. <영어 좌절 이유 있다>(엡투스 미디어. 2007)가 바로 그것. ‘영어 좌절을 극복하는 실전적 영어공부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영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세주와 같은 책으로 보일 수 있다. 일단, 제목부터가 튄다. ‘그래 그 이유가 뭔지 좀 알자꾸나’하면서 책을 펴들게 만든다.

저자의 이력부터가 심상치 않다. 이창렬 박사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하버드대학교에서 26세에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그것도 26세에! 도올 김용옥씨가 40이 넘어 하버드 박사를 받았다고 그렇게도 자랑하던 대학의 박사학위를 20대에 획득했다!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기서 놀라기는 이르다. 미국 연방정부 에너지성, 코넬대학교, 스위스, 이태리 벨지움 등지에서 연구활동을 했단다. 국제적이다! 이대 교수,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우주소년단 영재교육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위치에도 있어 보았다! 그리고 중앙일보에 “하버드 박사 이창렬의 지극지긋한 영어 이야기”를 연재했다. 와~ 영어칼럼리스트까지. 


됐다. 검증된 사람한테 영어를 제대로 배워보자. 그래, 영어라고하면 좌절감만 맛본 사람인데, 도대체 뭣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지 속 시원히 들어나 보자.

책은 단순 명쾌하다. 간결하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목표설정, 2부 영어를 갈고 닦는 법, 3부 잊지말아야할 기본기, 4부 풍부한 표현력을 얻을 수 있는 길. 각 부에 5장씩 할애되어 총 20장으로 영어 좌절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명쾌하고 좋은데 왠지 헛다리 짚는 느낌이 든다.

예컨대 이 책의 13장을 보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어단어 300이라는 장을 만날 수 있다. 장의 말미에 장을 4개의 문장으로 요약해 놓았다. 이런 요약은 매 장마다 있다.

1. 많은 단어를 외우고 있다고 해서 영어 표현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2. 300개의 단어로 미국 사람들은 자기표현의 2/3를 할 수 있다.

3. 어려운 단어를 새롭게 배우는 노력만큼 쉽고 흔히 사용되는 단어들로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4. 강조하거나 핵심이 되는 단어는 어려운 단어로 하되 나머지는 평이한 단어로서 표현하는 게 훨씬 더 영어적이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봐온 것들이다. 이런 식으로 20개장을 요약하고 있다. 이렇게 각 장들을 쭉 따라가다 보면 80개의 명제로 영어좌절의 이유가 정리된다. 마지막에는 이 80개의 팁 중에서 영어 좌절을 끝장내는 10가지 방법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1. 발음보다 리듬을 알아라

2. 배운 말보다 하고 싶은 말을 연습하라

3. 일대일 대화를 실시하라

4. 흥미를 느끼는 책을 읽어라

5. 훌륭하지 않아도 글을 마구 써라

6. Thesaurus로 단어를 배워라

7. 모음 없이 자음을 소리 낼 줄 알아라

8. 관용표현을 익혀라

9. 쉬운단어로 표현하라

10. 영어를 영어로 이해하라

하지만 영어좌절을 극복하는 실전적 공부법이기에는 너무 약하다. 1번과 7번은 많이 들으면 저절로 해결될 일인데,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은 느낌이 든다. 4번과 8번 그리고 9번은 너무도 뻔한 내용이다. 6번은 사전의 중요성 특히나 Thesaurus의 활용법을 얘기하고 있지만 영문과 학생들로부터 종종 들었던 내용이다.

이런 원론적인 얘기를 이 책에만 있는 내용인 듯 소개한 것이 좀 아쉽다. 결국 2번, 3번, 5번만이 이 책에서 독특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인데, 설득력이 좀 빈약한 게 흠이다. 솔직히 이 책을 다 읽는 건 시간낭비일 수 있다. 장의 뒤에 있는 핵심 포인트만 알면 책을 다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약간 허탈하다.

이와 같은 책을 읽는 비법이 있다. 천기누설인데,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보답코자 공짜로 알려드린다. 서점에서 읽어 치우는 것이다. 30분이면 충분히 다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류의 책은 알아 둬야할 중요한 팁이 있거나 중요하게 암기해야 할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의 4부가 그렇다. 참신한 숙어표현과 접두어 접미어로 어휘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소개돼 있어 암기할 게 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첩을 들고 가야 한다. 30분을 더 투자해서 아예 확실히 자기 걸로 가져오는 게 좋지 않겠는가?

자, 조그만 노트를 준비하여 가까운 대형서점으로 가서 영어 공부 노하우를 훔쳐오자. 누가 뭐라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얼른 가보자. 그런데 이런 천기누설을 한다고 출판사에서 잡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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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못드는밤 2009-06-27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저자도 많은 책을 썼더군요. 비슷비슷한 논조를 가진...
사실 너무 많은 영어책이 범람하고 있어서 옥석을 가리기는 쉽지 않지요
자세한 리뷰 감사드리고, 어쨌든 저는 구입했으니 안잡혀 가셔도 될겁니다.ㅎㅎㅎ
 
슬견설 범우문고 141
이규보 / 범우사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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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적인 말이라고 하면 귀부터 막는 사람이 있다.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다는 것이다. 남을 훈계하려고 하는 책들은 그러고보면 인기가 없다. 그래서 고전류가 가장 읽히지 않는 책인 듯하다. 선생의 입장에서 감나와라 대추나와라 하니, 요즘 젊은이로서는 여간 거부감 드는 게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편견을 날려버리는 책이 있다. 누구도 읽기 싫어하는 고전에 속하는 <슬견설>(범우사, 2003)이 바로 그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저자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이규보. 이 사람의 가장 유명한 글인 <슬견설>이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었고, 아무도 읽지 않아 보이는, 그래서 책이름으로만 유명한 <동국이상국집>속의 <동명왕편>이 국사책에 조금 소개돼 있기 때문이다. 

국어와 국사시간에 잠깐 듣고 영영 잊혀지는 사람이 이규보일 듯하다. 이규보라는 이름을 듣고서야 아하~ 알겠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이다. 헌데, 그 사람이 언제적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 거릴 사람이 많다. 조선시대 사람인가? 아니, 고려시대인가? 아님, 신라인가? 그렇게 대놓고 고민하면 자신의 무식이 폭발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 모르면 머릿속으로 생각해 보자. 

이규보는 무신 정권 시대를 살다간 고려의 문신이다. 한 때 사극 <무인시대>가 인기를 끌던 시대보다 약간 후대의 사람이다. 서구에서 십자군 전쟁이 한 창 이던 1168년에 태어났다. 23세에 진사에 급제하고 1193년 서사시 <동명왕편>을 발표했다. 그 후 여러 하위 직책을 전전하다가 1232년 위도로 유배를 가기도 했지만, 결국 문하시랑평장사라는 벼슬까지 오르고 정계에서 은퇴를 했다. 1237년에는 몽고침입을 불력으로 막기 위한 대장경 판각 사업에 참여하여 유명한 대장각판군신기고문을 쓰기도 했다. 

일찍이 그를 가리켜 서거정은 “동방의 시호(詩號)는 오직 규보 한 사람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려사>집필자는 규보를 가리켜 “성질은 활달하여 생산은 돌보지 않고 술을 좋아하여 호탕하고 그 시문은 옛 사람을 본받지 않았다”고 그의 성격과 문학을 단적으로 평했다. 이 책 속에는 그의 그런 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성품과 그가 지향했던 삶의 모습이. 

근래에 와서야 수필이 하나의 문학 장르로 받아 들여 졌지만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수필은 문학의 범주에도 들지 못했다. 이규보가 이름을 떨치던 고려시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동방의 시호라고 까지 불린 그였지만, 오히려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잡설이라는 형식으로  독창적이고 교훈적인 글을 많이 남겼다.   

<슬견설> <차마설> <이옥설> <경설> <주객설> <뇌설> 등은 수필이라는 글의 경지가 어떤 것인지 그 진수를 맛볼 수 있게끔 한다. 탁월한 비유와 풍부한 소재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른 삶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설’이 끝날 때 “나는 후세 사람들이 이와 같은 허탄한 말에 현혹될까 염려하여 이 글을 써서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p37)라는 문구를 자주 섰다. 자신의 반성적 사고로 깨달은 인생의 지혜를 후대에 읽히게 하기 위한 마음 씀씀이가 무척 고맙게 다가온 구절이다. 

한편, 수록된 각 에피소드의 제목을 보면 뒤에 <통제기>, <슬견설>, <슬잠> 등 기(記), 설(說), 잠(箴) 등이 붙는데, 이는 신변잡기류의 글들 중에서 이보다 격이 높은 수필양식의 글을 일컫는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오늘날 우리에게 생소한 우리 한문수필의 다양한 형식을 살펴보자.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설’(說)과 ‘기’(記)가 있다. 양자가 비슷하지만 엄밀히 구별한다면 “설은 어떤 사실을 해설한다는 뜻이요, 기는 어떤 사물을 객관적으로 서술한다는 것이다.” 기에는 <접과기>, <사륜정기> 등이 있는데 “자기의 이상을 모두 현실과 결부시켜서 쓴 것”이다. 설이 더 에세이 쪽에 가깝다. 특히 이규보의 설은 모두 예리한 비판과 심오한 철학을 지니고 있어 수필로서의 격조가 높다. <경설>, <슬견설> 등이 그 좋은 예이다. 그리고 서는 서간문이다. 특정인물에게 보낸 편지들인데, 작자의 구체적인 일상생활의 고민, 처세의 비결, 대인 관계 등등 실로 다양한 인간 프로필을 엿볼 수 있다. 끝으로 제문이 있다. 제문은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의 혼령에게 전하는 글이다. 여기 실린 제문은 짧기도 하나 진정과 정성이 살뜰히 서려 있어서 가히 현대에도 모범이 될만한다.(pp17-20) 

수록된 짧은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렇게나 먼 과거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바로 옆에서 노 철학자가 생활의 지혜를 이야기로 들려 주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아무 부담 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사이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지 무릎을 치고 탄성을 지르며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그의 글은 한가하면서도 나태하지 않으며, 속박을 벗어났지만 산만하지 않다. 현란하거나 무겁지 않으면서 날카롭고 반성적이다. 정열적이지 않지만 심오한 지성을 감추고 있으며, 흥미를 주지만 흥분시키지 아니한다. 미소를 띠게 하는 여운과 원숙한 삶의 지혜와 인생의 향기가 있다. 이런 글을 차와 함께 음미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인생을 사는 참 맛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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