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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ㅣ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시를 치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아무리 교과서의 회독수를 늘리고 많이 외우고 많은 지식을 쌓아도 리걸마인드가 없으면 헛빵이라고. 그 리걸마인드가 생기면 열나게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해가 되면서 현실의 적용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근데, 그 리걸마인드라는게 하루아침에 생기는게 아니고 그걸 가르쳐 주는 책도 없이, 오로지 개인이 알아서 습득하는 것이라 한다. 누구는 학부2학년에 생기고 누구는 졸업하고 한참 지나서야 생기는게 그거라고. 음, 사시와 법대생에게 리걸마인드는 없어서는 안될 핵심이었고, 지금 사시에 합격한 사람인 변호사와 판검사는 모두 리걸마인드를 소유한 사람들일수밖에 없다나~
법학도와 마찬가지로 경제학도에게는 경제학적 마인드라는게 있었다. 대학4년을 마치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사회를 경제학적 마인드로 본다. 참 신기했다. 경제학과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사회의 현상을 그들만의 논리로 설명하는게, 너무도 신기했다. 더군다나 수학적 수식을 동원하는 그들을 보면 약간은 존경심마저 들었다. 현상을 수식으로 표현하고 다시 그것을 그래프로 변화하는 그들의 설명방식에는 커다란 설득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곁에서 본 경제학은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다가가기 쉽지 않은 까다로운 학문이었다. 대학4년동안 내내 그 생각이 떠나지 않은게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교양경제학 책에 매달린거 같다. 슘페터의 <10대경제학자>에서부터 토드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와 <유쾌한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수십권은 될 듯 싶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교양경제학책은 학교 경제학 원론 시험에 아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어디 까지나 맛베기 입문서의 구실로 사람들을 경제학의 구렁텅이로 유인하기 위한 미끼구실을 한다고 할까. 언제나 핵심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수식과 그래프를 이해해야만 하는게 경제학의 실체일 수 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졸업후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해보았다. 잘나가는 경제학 강사 설명을 들으니 경제학에서 가장중요한 개념이 '한계'라는 개념이고(한계효용체감, 한계대체율 등), 그 다음이 탄력성 그리고 마지막 하나를 강조했는데, 지금 생각이 나질 않는다. 3개념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경제학은 끝난다나 뭐라나~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응용문제가 나오면 여전히 헤멘다는 사실이다. 처음 공부하는 경제학의 문제들은 마치 물리 교과서의 연습문제를 푸는 바로 그 악몽 이었다. f=ma라는 공식을 주고 수많은 문제를 풀게하는 그런 거. 그리고 못푸는 수 많은 문제들을 보며 좌절했던 기억이 경제학 문제를 풀면서 새록새록 되살아났던 것이다. 그 쉬운 수식으로 풀리는 문제가 없는 답답함. 그런데 그 이유가 바로 경제학적 마인드가 없어서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경제학 콘서트>(웅진닷컴, 2006)는 지금까지 내가 읽어왔던 경제학 책과는 정말 많이 달랐다. 이건 교양경제학 책의 혁명(!)이라고까지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애타게 찾던 바로 그 경제학적 직관력, 다시 말해 경제학적 마인드를 가르쳐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읽었던 <괘짜 경제학>보다 훨씬 괜찮았다.
첫장부터 나를 사로잡은 이 책은 경제학적 마인드로 사회현상을 볼 수 있는 강력한 마인드 형성을 돕고 있었다. 스타벅스 커피를 데이비드 리카도의 차액지대론으로 매끄럽게 설명하는 저자의 설명에 빠져들면서 나는 이 책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가격결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경제학교과서들은 그리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며 서술하고 있는 반면, 이 책은 단 몇페이지로 그 진실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 혼잡세, 중고차시장, 주식, 게임이론, 비교우위, 무역 등 경제학의 주요 쟁점들을 간결하게 설명하면서 그 이론의 이면을 움직이는 맥을 짚고 있다. 어떤 사회적 현상을 보면서 그 이면을 흐르는 시각을 경제학적 마인드로 설명 가능하게끔 하는 사고의 변화를 훈련시키고 있었다. 교양경제학책에서 이런 포스를 갖는 책은 이 책이 유일한 거 같다.
대부분의 교양 경제학 책은 경제 이론을 현실에 쉽게 적용시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예를 들어 탄력성이론이라면 실물경제의 예를 들어 알기쉽게 이해시키는게 대부분의 설명 방식인데, 이 책은 거기에다가 사고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 점이다. 어떻게 사고를 확장시키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총10개의 챕터로 이루어 졌지만 미시와 거시의 중요 이론들이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챕터 말미에는 '경제학자의 노트'라고 해서 핵심 경제이론 10개를 설명해 놓고 있다. 총 10장의 본문은 각 장 말미의 경제이론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 놓은 일종의 경제 사례집이라 할 만 하다. 챕터와 그 이론의 관련을 살펴보면..
챕터 1. 스타벅스의 경영전략 - 차액지대론
챕터 2. 슈퍼마켓이 감추고 싶어하는 비밀 - 가격차별화: 가격탄력성
챕터 3. 경제학자가 꿈꾸는 세상, 완전시장 - 완전시장: 독점, 시장실패
챕터 4. 출퇴근의 경제학 - 외부효과: 외부경제와 외부불경제(시장실패와 정부실패)
챕터 5. 좋은 중고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팔지 않는다 - 정보의 비대칭: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스펜스와 스티글리츠 이론)
챕터 6. 주식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 주가의 희소성: 희소성, 규모의 경제
챕터 7. 인생도, 세상도 게임이다 - 게임이론:폰노이면&모르겐슈타인, 존 내쉬
챕터 8. 정부가 도둑인 나라 - 합리적 무시:맨커 올슨
챕터 9. 다함께 잘사는 방법 - 비교우위: 데이비드 리카도
챕터 10. 중국, 무엇이든 기회가 되는 곳 - 중국식 사회주의 이념: 잡초론고 흑묘백묘론
책은 주로 미시경제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1,2,3장은 가격이론이고 4,5장은 후생경제학 이론들이다. 9,10장이 국제경제학의 핵심인 무역이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거시는 학파별 이론의 전개이기에 이 책에서 다루기는 좀 버겁긴 했지만 거시경제학을 조망해볼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아마도 2권에서 다뤄줄 거 같은 예감이 든다.
한편, 책을 빨리 읽어 내기는 쉽지 않다. 흥미있는 설명이 도처에 있고 재미 있지만 결코 소설처럼 휘리릭넘길 수 있는 책이 절대 아니다. 그만큼 행간을 읽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한 책이다. 얼마만큼 가져갈 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제학적 마인드를 길러준다고는 하지만 누구나 이 책을 읽고 경제학적 마인드가 생기는 건 아닌 거 같다. 과거의 내가 그렇듯이 경제학과 담쌓고 지낸 사람이나 경제학에 관한 책을 한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바로 경제학적 마인드가 생긴다는건 아니다. 물론 그럴수도 있다. 숨은 잠재력을 일깨운다면. 하지만 그런 사람을 논외로 친다면,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한 고민을 좀 많이 해 본 사람이 즉시 효과를 나타낼 수 있게끔 구성돼 있다. 적어도 학부때 경제학원론을 수강한 분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애타게 원하는 그 경제학적 마인드를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책을 읽은 지 꽤 되기에 어제는 서점에 가서 이 책이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지 살펴봤다. 경제학 서적 치고는 매우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었고, 얼마 전에는 2권까지 출간된 것을 보면 매우 궁금했다. 어느 정도 팔렸는지. 펼쳐보는 순간 경악을 했다! 130쇄를 넘었다!! 참고로 경제학 베스트 셀러였던 토드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가 10년 이상 줄기차게 출간되었는데도 불구하고 100쇄를 아직 못찍었는데, 정말 대단하다. 좋은 책은 대중이 먼저 알아보나보다.
읽다가 너무 재미난 대목이 있어 발췌해 본다..(55-57페이지)
스타벅스 가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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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초콜릿 2.2달러
카푸치노 2.55달러
카페모카 2.75달러
화이트 초콜릿 모카 3.2달러
20온스 카푸치노 3.4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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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다음과 같은 의미로 옳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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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초콜릿-가식없음 2.2달러
카푸치노-가식없음 2.55달러
이들을 혼합한 것-나는 특별해 2.75달러
색다른 파우더 추가-나는 아주 특별해 3.2달러
엄청 많이 줘-나는 식탐이 많아 3.4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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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바뀐 가격표를 보자. 색칠한 부분이 너무 웃겨 배가 아플 정도였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