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학문적 영역을 소설속에 녹여 내어 백과사전과 같은 지식으로 독자를 압도하는 에코의 명작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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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돌리노 -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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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돌리노 - 하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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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섬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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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1- 개정판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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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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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이 통쾌하고도 자극적이면서 웬지 불편한 타이틀. 이 4단어 만큼이나 이 책을 집약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건 없을 듯 싶다. 일인칭 관찰자 시점인 내가, 이제... 상대방인 애인나부랭이한테 지겹다고 과거를 날려버린다.. 쿨하게 말하는 이 4단어...정말 타이틀 하나 잘 뽑은 거 같다.

쿨걸 배수아의 장편소설인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5년전에 현대백화점 책코너 가판대에서 잠시 구경했던 책이다. 제목이 하도 재미있어 배수아라는 작가를 내 머리속에 각인 시켜두고 있었다. 그래서그런지 간간히 문학상집에 묶인 그녀의 단편들을 만나보고 배수아 작가를 좋아하게 됐다. 내가 배수아 작가를 좋아하는 건 다름아닌, 작품에 가식이 없다는거. 뭐든지 작가가 쓰고 싶은 대로 쓴다는 거. 그래서 쿨하다는거...항상 배수아를 칭할 때 나는 쿨걸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읽기]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는 작가가 뭐라든, 작가의 자전적 생각이 가장 많이 담겨 있는 소설이라는 게 내 주관적인 평가다. 연애에 대한 배수아식 고찰이라고 해 두고 싶다. 쿨걸인 배수아는 자신이 분신인 유경을 통해 쿨걸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여진다. 읽으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배수아의 분신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의 말에서, 아니라고 두루뭉실하게 말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 유경이 전투적으로 쏘아내는 냉소는 바로 배수아의 생각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수의사 자격시험에 모든 걸 걸고 생화학 시험에 매달리는 유경과 "생각이 앞으로 나가지 않을 때 무한급수와 확률분포 같은 문제를 풀고 있는" 배수아는 닮아도 너무도 닮아있다. 세상에 생각이 앞으로 안나간다고 수학문제를 푸는 사람이 있다니~

"어리석을 정도로 고집이 세고 자기 중심적이고 타협이나 화해를 싫어하고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특히 냉정하고 자신은 아프거나 빚을 지거나 남의 도움을 빌려야 할 정도로 곤란에 처하는 일은 영영 없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종교나 도덕이나 사랑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것에 관심이 희박하고 앞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욕망이 강한 사람. 생물학적 성별은 피메일이고 나이는 33세. 독신. 건강상태 양호. 중산층 출신이나 노동 의지와 독립심이 특이할 정도로 상당히 강하다. 어떤 점에서는 과겨하기 조차 하다."(217p)

이소설의 주인공 유경의 인물 설정이다. 한 마디로 까칠한 노처녀라고 하면 될 것을.. 이 소설은 이 까칠한 마르크스 걸인 유경이 자신의 직장 부원장인 길과 옛 애인 교진 그리고 그녀들의 친구와 논하는 <사랑과 전쟁>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유경이 다니는 직장에서 새로 부임한 40대의 부원장과 썸씽이 있고 난 후 섹스 파트너로서 유경을 원하는 길과 길에게 끌리면서도 감정에 질퍽거리는 걸 참지 못하는 유경의 내면적 투쟁이 줄거리의 한 축이다. 그리고 옛애인인 교진을 만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연애의 진정성에 대한  회의와 그 탈출구를 찾는 과정이 쿨하게 그려진다.

 한편 유경과 그녀의 친구 넷이 정기적으로 모여 떠는 수다가 책의 색다른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노처녀의 한탄과 결혼관 그리고 남자에 대한 품평과 서로에 대한 애증섞인 질투와 상처주기. 그리고 동생의 결혼에 쯔음하여 가족에 대한 비판과 자학이 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은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이다. 여기서 나는 유경이고 너는 길과 교진이다. 길은 유경이 다니는 회사의 부원장이고 교진은 유경의 옛 애인이다. 교진과는 쿨하게 헤어졌다. 교진은 연애의 정점에서 연애의 허망함을 알게 해준 사람이었다. 서로 동의하에 쿨하게 헤어졌다. 겉으론 쿨하게 헤여졌지만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짐은 그녀에게도 고통이었나 보다. “....헤어짐이 아프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건 오만이다.”라고 한 그녀의 추억 속에 잘 나타나 있지 않은가. 아무리 전투적이라도 그녀는 여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진을 만난다. 비록 쿨하게 헤어졌다 하더라도 그와는 연애의 진정성과 정점 그리고 청춘을 함께 했던 사람이었기에 유경에게는 그리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선뜻 전화번호를 불러준 유경의 태도에서도 알 수 있다.

아무리봐도 ‘지겨움’의 대상은 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길은 한 때의 원나잇 스탠드의 대상이기에는 너무 무겁다. 연애의 정점에 올라가 본 그녀에게 또다시 구태를 반복한다는 건 그녀 자신에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유경은 과거의 애인 교진과 현재의 불안한 관계인 길 사이에서 갈등한다. 길보다 교진은 연애에 있어 더 진정성을 갖췄지만 그는 가난했다. 길은 여자들이 바라는 모든 것을 가졌다. 중후한 멋, 재력, 그리고 사회적 위치. 하지만 그는 유부남이고 그와 연애를 한다는 자체는 유경에게 뻔한 결말이 예비된 불륜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면 니가 지겹다는 대상은 누굴까? 그것도 바로 이 시점에. 이제 지겨우니 과거에는 지겹지 않았음을 추론해 볼 수 있고, 그 대상은 교진 일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에서 잠깐 살펴본 대로 교진은 지겨움의 대상이 아니지 않는가. 이미 끝난 상태다. 대상은 길 일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경은 길과 같은 자유주의로 무장한 여자들을 사냥하는 사람에게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라고 쿨하게 날려주고 싶어한다.

 “지금 당장 나에게도 꿈이 있다. 탈한국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프라이드도 아니다. 바로 웨이터가 서 있는 저 문으로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이다. 근사하게 옷을 차려입고 있는 척하는 계급의 그런 사람이. 상대편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거드름과 자신이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존재라느 오만한 광용으로 뭉친 사람이. 그리고 나를 쳐다본다. 헤게모니의 승자가 된 자신 만만한 미소를 띠고, 바로 그 순간 그 사람에게 아주 쿨하게 말해 주는 것이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는 이제 니가 기겨워, 하고.”(pp207~208)

여기까지 본다면 유경의 지겨움의 대상은 분명히 길이다. 하지만 갈등하고 고민하다가 유경이 내린 결론은 어처구니 없게도 탈연애주의 였다.

 “나에게 교진과 길이다른 점은 무엇인가. 없다.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도 나 역시 자유주의자인 삼십대 여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친구들에게 얘기하는 순간 나 역시도 길에게 상당히 끌리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인격자나 도덕군자하고만 같이 잘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세상 누가 완전한 인격을 가졌을까. 나 자신도 도덕보다는 스스로의 열정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말이다.(212p) 계속해서 그녀는 말한다.

때론 나도 남자가 그리운 밤이 있다. 진짜 섹스가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길이라도 괜찮고 교진이라도 상관없다. 그들은 나에게 정도으 차이일 뿐 어차피 마찬가지인 사람들이다. 대개 미덕이라고 생각되는 것들, 더 마음이 끌린다거나 나를 더 생각해 준다거나 도덕적으로 장애가 없다거나 순수하다거나 심지어는 사랑한다거나 하는 것은 모두 다 무의미한 핑계일 뿐이다. 결국 인간은 자기 자신 말고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섹스에 명분은 필요없다. 사랑하지 않는 섹스에 죄의식을 느낄 필요도 없다. 길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건 내 알 바 아니다. 그는 그의 입자에 나는 나의 입자에 충실할 것이다. 마무런 책임도 과장도 미화도 없는 진짜 섹스 말이다.(213p)"

"미라: 너를 찾는 데 남자야. 누군데 그래?

유경: 길

미라: 만나러 간단 말이니? 그런 거구나

진숙: 마음을 정리했다고 하지 않았어?

유경: 그와 관계를 갖기로 정리했어.

진숙: 그를 사랑해

유경: 무슨 바보 같은 소리.

나는 코웃음 치며 일어섰다. ····겁낼 것이 무엇인가. 나는 연애라는 게임에서 패배하지 않는 방법을 안다. 그것은 ‘탈연애주의’이다.(pp214-215)"

이렇듯 그녀는 마지막에 가서 길의 정부가 되기를 결심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의 대상은 교진이고 그녀를 거쳐간 연애라는 이름하의 모든 대상이 지겹다는 말로 귀결된다. 유경은 말은 쿨하게 했는지 모르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쿨하지 못했다. 결론에 이르는 추론 과정이 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탈연애주로 포장하기에는 너무 어설픈 추론이다. 결론은 마광수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입장보다 나을게 없어 보인다. 마교수의 다른 작품에서도 보여지는 자유연애주의와 탈연애주의는 무엇이 다른건지. 본질은 똑같은데 말이다. 과대포장이랄까..

 
[나오며]

책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읽으면서 막 웃었다. 유경의 입을 빌어 말하는 배수아의 냉소적인 말이 너무도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막다른 골목에서 외치는 결혼을 일종의 폭력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가난한 대학 강사에게 시집갈 결심을 하는 친구 자연에게 "너 청록파 시쓰니?"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부분에서 푸하하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배수아식 자유주의적 독신관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자유란 더 이상 읽은 것이 없는 고독한 상태'라는데...(이웃 블로그에서 좋은 표현이 있어서리..) 자유의 부산물일수밖에 없는 고독을 피해 쾌락으로 몸을 던지는 유경의 어설픈 철학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단 말이다. 독신은 다그런가? 독신은 무엇으로 살지?...라는 대답에 유경처럼 대답하는 게 삶의 쿨한 대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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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어차피 인생이 초이스라고 말한다면 이것이냐 저것이냐 그것이 문제가 아닌가. 난 가정경영 따위에 관심이 없고 요리나 육아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다. 난 다른 것이 더 좋다. 땀을 흘린다면 다른 것을 위해서 흘리고 노동한다면 다른 것을 위해서 하고 싶다. 난, 다른 것에 걸겠다. ........세상을 너 마음대로 사느냐구? 그래, 난  마음대로 살고 싶어. 남들 하는 대로 살고 싶지는 않아. 아, 난 그래서 결혼 안 해. 남자가 필요하다면 같이 자겠어. 하지만 결혼을 전제로 남자를 만나고 싶지는 않아. 난 그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동물을 학대하는 것보다 더 이상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절대로." (72p)


 

덧붙임..

나는 배수아의 소설이 좋다. 비록 그녀가 나와 다른 생각으로 작품을 쓰지만 약간 어설퍼 보이는 문제의식이 좋다. 대부분 해답이 없지만 서도..작품의 완숙기로 접어들어 소설이 세련된 맛을 풍기더라도 데뷔때의 이런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작품은 그녀의 첫 장편소설 데뷔작이란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문자화 됐다나... 하지만 그런 면이 더 좋다. 완전하지 않더라도 항상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면을 신랄하게 비꼬고 풍자하는 ...그 속에서도 유모가 빛나는 그런 시도가 밋밋한 완성도 높은 작품보다 훨씬 값지다는 게 내 생각이다. 씩씩하고 대담한 그녀의 글을 계속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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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비판 - 우리시대의 부끄러움을 말하다
김상태 지음 / 옛오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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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회사에 나가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간만에 들른 서점에서 획기적인 책을 만나볼 수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비판서를 읽는 게 몇년 만인지..시간상 서점 마감시간이 임박해서 더 읽을 수 없었지만 대충 끝까지, 타치바나씨가 가르쳐준 속독법으로 완독했다. 완독한 이후 사기친 사람에 대한 분노를 넘어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바로 도올 김용옥 비판서다. 비판의 대가 강준만 교수도 비판을 피해간 유일한 사람이었는데(인물과 사상시리즈), 한 서울대 출신 수학도로 인해 만천하에 발가벗겨진 느낌이다.

예전에 도올이 티비에 나와 엔터네이너의 기질을 마음껏 발휘할때 이경숙씨나 서지문 교수 그리고 일부의 동양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이 도올의 이상한 논리를 비판했지만 주로 인신공격이 주를 이루어...도올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도올 왈, "내 책도 안 읽은 것들이 어디서 대가에게 함부로 지껄이느냐"였다. 적어도 나 도올을 비판하려면 내가 쓴 책을 전부 읽고 뭐라 말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데, 누가 도올의 머리아픈 책을 읽겠는가..

도올을 비판하고 싶어도 비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올이 너무도 방대한 사유체계의 저작물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 생물학, 물리학, 사회학 등 도올은 그의 학분적 영역을 넘어 여러 영역에서 '씨부린다'(책의 표현을 살렸다). 언어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 히랍어, 라틴어 까지 씨부린다. 티비에서도 정도전에 대해서 강의할 때 불씨잡변을 중국어로 씨부린 도올이었다. 잘난척 하면 정말 알아주는 도올..

비판을 하려면 도올에 버금가는 수준이 되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런 정도의 교양수준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없기에 도올은 우리사회에서 지식인으로 활기치고 다닐 수 있었다. 이경숙씨나 서지문찌의 도올비판에 대해서 도올은 한 마디로 일축했다. '어디~ 9급이 9단을! 예끼~!~' 하는 식이었다.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했는지 모두 단발성으로 그쳤고, 도올도 거기에 콧방귀만 뀌었지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이경숙씨나 서지문교수 모두 도올의 논어와 노자의 단일텍스트만을 비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두 분의 비판은 일리가 있었지만 동양학 원전의 텍스트를 여러 방향으로 해석하는 도올의 박식함에 유야무야 되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텔레비전에 나와 강의할 당시, (물론 지금도) 도올의 인간성은 싫어하지만 그의 학문적 자세는 받아들이는 나였기에 두 분의 도올 비판이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긴것 또한 사실이었다. 도올 논어 티비 특강 1강에 도올은 화이트 헤드의 철학을 끌어들이면서, 동양학 텍스트에 대한 해석의 지평을 열어가야 함을 역설했다. 그런 부분을 도외시한 서교수의 비판은 그리 잘나 보이지 않았던게 그때의 느낌이었다.

여기, 드디어 도올의 모든 저작을 샅샅이 읽고 가장 기본적인 의문점으로부터 도올을 비판하는 저작이 나왔다. 이 저서의 논리대로라면 도올은 반드시 해명이 필요할 것이다. 저자가 도올의 책을 전부 읽고 이런 책을 낸데에는 저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도올의 책으로 동양학에 입문하려고 그의 책을 사서 읽다가 충격을 받으면서부터 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문제의 출발은 도올 논어 첫문장에 있었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유리를 밟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얇게 아는 대학 초년생이 치기어린 지식을 과대포장하려는 문장이라는 것이다. 그 첫문장이 아마도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였고 두번째 문장이 "공자는 실제로 존재했을까?"였을 것이다.(기억력이 가물거려 확실치가 않다) 여기서부터 저자는 충격을 받는다.

나름대로 저자는 서울대 수학과를 나와서 자신이 독서 아우라를 가진 분이다. 열정적인 탐독가이고 진지한 독서가이다. 그런 그에게 김용옥의 저작들은 모두가 저열했다. 수박겉핥기식 책이 대부분이란 것. 50여권을 모두 읽고 내린 결론이 김용옥의 저작들은 모두 "위대한 서설"뿐이라는 사실. 저작에서 얘기한 도올의 어떤 약속도 그는 지키지 않았다고 일갈한다.

사실 도올은 지금까지 동양학 텍스트에 대한 어떤 논문도 발표한 적이 없고, 또 그가 주장하는 방식(철저한 고증을 통한 해석방식)으로 동양철학의 원전들을 한권도 번역하지 않았다. 저자는 바로 이점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비판서가 나름의 의의를 갖는 것은 도올의 아킬레스를 집요하게 파헤쳤다는 점이다. 미심적지만 누구도 감히 하지 못했을 것을 저자가 해 냈다. 그것은 바로 도올이 지식이라고 떠들면서 논문하나 쓰지 않았고, 그가 그렇게도 학계를 비판했던 고전번역서를 그 자신이 한권도 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것은 학자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단, 저자처럼 책을 많이 읽는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식인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저자는 통탄을 했고 그게 우리의 아픈 자화상이라고 했다.

도올 김용옥이 박식한 지식이라는 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가 하는 모든 얘기들은 단편적이고 깊이가 없다는 내용이다. 그 사실을 저자는 레래드 다이아몬드의 <제3의 침팬지>라는 저서를 통해 입증한다. 도올이 생물학과 생태학을 씨부릴때 그 분야의 가장 기본적인 텍스트인 책조차 읽지 않았다고 일간한다. 그 책을 읽었으면 범하지 않을 심각한 오류를 도올이 저지르고도 그것이 오류인지 모르고 있는 사실에서 저자는 비웃음을 참지 못한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도올이 기독교를 비판할 때 하는 얘기들은 신학대학 학부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도 아울러 알려줬다. 틸리히나 해방신학을 애기하는 것도 저자에 따르면 일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참고로 저자는 이 모든 저작들을 독서토론을 통해 모조리 읽었다고 한다. 근데, 도올의 씨부리는 얘기가 그 때 읽었던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책은 도올을 황우석에 빗대어 국민을 사기친 대형 지식 사기꾼으로 매도하고 있다. 좀 어폐가 있긴 하지만 그동안 보여준 도올의 만행을 낱낱히 파헤친 면에서는 사기꾼이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게 바로 대중이었음을 지적한다. 바로 우리 사회의 척박한 권위주의 의식이 황우석과 도올 같은 사람들 만들었다는 것이다. 뭐, 그렇게 일리가 박약한 말은 아닌듯 싶다.

도올이 나이 40에 원광대 학의과대학 학생으로 입학해서 진짜 열심히 공부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하고, 동양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그 해석의 지평을 열어준 것에 열광하여, 그의 돼먹지 않은 인간성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아했는데....이 책을 읽고나서 도올이 사기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적어도 사기는 치지 않았더라도 도올은 그가 말한 것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후레자식이라고 욕하는 대상과 도올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단 말이다.

도올의 책을 모조리 읽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비판서... 신랄하고도 기본적이기에 비판서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일단 그의 저작을 모조리 읽고 도올이 사기치는 넘이라고 평하는 이 사람에 대해서 도올은 적어도 대응은 해야 할 것이리라.

왜냐하면 그가 '도올은 허풍쟁이다' 라고 이전의 사람들이 비판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비판에 직면하여 도올은 내 책 전부 다 읽고서 그런말을 하라고 했는데, 진짜 도올 책 전부를 읽고 도올이 '너저분한 넘'이라고 하는데 이제는 도올이 말해야 할 때가 아닌지...그리고 뭐라고 할 지 무지 궁금하다. 책을 보면 도올은 더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거의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아...위대한 서설만 있으니 이제 쓰면된다고?!

 

* 개인적으로 그를 좋아했기에, 그리고 그의 저서들을 읽고 매번 시원시원한 비판의 재미에 빠져있었기에,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의 충격은 상당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충격은 가시지 않고, 그래서 도올이 더 괘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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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화뇌동 2011-03-02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보쇼...

1.수학과나온 서울대 학사가 고전문학 전공박사의 글을깐다는 것자체가 모순이다.

2.수학과나온 서울대 학사는 고전문학에 대한 논문이나 번역집하나 쓴 경험도 없는사람이 고전문학 전공자를 깐다는것 자체가 모순이다.

3.수학과 나온 서울대학사가 ....도올의 완역번역집 금강경을 `이건 논외로 하자 시중에 많으니 `라고 말하는것 자체가 모순이다.

도올의 금강경텍스트는 한국최고 팔만대장경판을 원본으로 한거이기 때문이다.

4.황우석사태를 들먹이며 자신이 고전문학전공박사를깔수 있다고 하는데
황우석 사태의 논문조작을 밝혀낸 사람들도 그 분야의 생명공학분야전문가들 이였다.

좀 알고 부화뇌동하시길...

하지만빨랐죠 2020-05-02 23:42   좋아요 0 | URL
이보쇼...

1. 저자는 도올을 비판하면서 그 기저에 깔린 학벌주의적 맹목이 만들어낸 허상을 비판하고 있다. 글쓴이가 후기처럼 쓴 글 역시 이를 말하고 있다. 자네는 반박처럼 무슨 말을 씨부리지만, 그 무뇌적 태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2. 충분한 서치능력만 갖고 있다면 학위나 전공은 별 상관이 되지 않는다. 이건 지식의 창출, 편집의 과정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텍스트를 발굴해내고, 면밀한 검토를 통해 타당함과 그름을 따지는 과정이다.

3. 한국 최고.. 이런 열받는 말투는 올군에게서 옮겨 왔는가? 어떤 텍스트가 해석될 때엔 대상 텍스트의 가치가 ˝시장˝에 끼칠 영향력과 필요성이 따져져야 한다. 이는 기존의 관련 텍스트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 지 역시 포함된다.

모순이라는 말이 모순이다. 그런 건 없다. 그냥 이 글도 도올느님 비판한 책도 자네 마음에 안들고, 더 못되고 현란한 비판을 끄적임으로써 글쓴이를 굴복시키고 마음의 상처도 좀 주고 싶은데, 평소에 공부가 부족했던 탓인지, 무언갈 더 생각하긴 귀찮고, 자기 속에 더 내보낼 수 있는 단어가 없어서 대충 문장 끝에 쿨한 척 첨가한 게 자네가 말하는 모순의 참뜻이다.

4. 황씨와 올군의 업적은 대중에게 인정을 받았고, 까보니 그럴싸한 구라였더라. 이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직관적인 이해를 놔두고 뭐 이 말 저 말 돌아서 먼 길을 가는가. 돌았는가?

좀 부화뇌동하지 마시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사회학의 명저를 찾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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