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진실 - 갤브레이스에게 듣는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 이해준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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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다. 방송 3사에서 얼마 전에 신설한 뉴스프로그램으로 상당한 시청률을 자랑했다. 최근에는 케이블 텔레비전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고있다.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보는 목적은 감추어진 사기행각을 들춰내서 소비자들에게 그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자기가 어떻게 속았는지 그 프로그램을 통해 확실히 인지한다.

소비자가 사기 당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알든 모르든 제품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소비자는 당하게끔 돼 있는 것이 후기 자본주의 시대이다. 일명 정보의 비대칭성. 사는 사람은 어떤 게 좋은 제품인지 모른다. 아는 것은 광고뿐이 없는데, 그 광고가 허위광고이거나 과대 광고가 대부분이다. 빙과류와 라면 그리고 화장품과 건강식품이 그 대표적이다. 제품이 바뀌지 않았음에도 가격은 오르고 독이 들어있는 것을 미의 화신 운운하면서 화장품을 팔아먹고 싸구려 불량품을 건강식품으로 둔갑시켜 팔아먹고 있다.

 광고로 쉽게 소비자를 등쳐먹는 시대이다 보니 이런 것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했고 이런 고발프로그램은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모르는 실상을 알게해 주니, 꽤 좋은 프로그램인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그 본질을 파헤쳐 자본주의 구조가 사기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까. 물론 일부 경제학자 중에서 이런 면을 파헤치지 않은 학자는 없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분들도 자본주의의 사기 행각을 조심스럽게 진단한 분들도 있다.

경제학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면 이마트가 최저가격보상제를 시행한다고 할 때 '우리는 담합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이면의 본질을 파악하여 매우 불쾌했을 것이다. 최저가격보상제야 말로 우리사회에서 가장 뻔뻔하게 소비자를 우롱하는 조치였다. 소수의 사람들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것을 대중에게 알리는데에는 미흡했다.

그런데, 여기 거시경제 구조를 움직이는 그런 사기행각을 고발한 석학의 유고가 있다. <갤브레이스에게 듣는 경제의 진실>이 바로 그것이다. 시니컬한 풍자와 신랄한 비판의 대명사로 불리는 경제학계의 전설 토스타인 베블런의 문체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만큼 비판의 수위는 상당하지만 재미있다. 그가 가고 없으니 신간을 읽는 재미는 이제 마지막이리라. (아마도 이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은 크루그만일 것이다.)

그의 주저에서도 그렇듯이 이 책에서도 신랄한 비판은 여전하다. 그는 자본주의 경제가 움직이는 본질을 사기로 보았다. 이 사기 행각이야 말로 미국 경제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경제 이면의 본질이라고 한다. 그가 보는 사기행각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미국보다 우리가 그 본질에 우선함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더 사기 경제학의 첨단을 걷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어떻게 사기 행위가 무죄일 수 있는가? 어떻게 결백한 사기성이 짙을 수 있는가?" 하지만 갤브레이스는 이에 대한 대답이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결백하고 적법한 사기행위가 사적이나 공적인 대화에 의심할바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 신념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이런 신념으로 사람들을 이끌어 가는 이들은" 죄의식이나 책임감은 눈꼽만큼도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경제학적 매카니즘이 이 사기행위에 권위를 덧입혀 주기 때문이다.

갤브레이스는 자본주의에 가려진 사기행각을 추적한다. 우선 용어부터가 사기라고 한다. 품위를 떨어뜨리는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버리고나서 쓸만한 타당한 명칭을 발견했는데 그게 바로 '기업경영'과 '시장체제'라는 온화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 용어의 혼상은 이 시대에 가장 교모한 것이고 최근에 와서는 가장 명백한 사기 행위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이 용어로부터 시작해서 갤브레이스는 사기의 행각을 차례로 들춰내 보인다.

"경제적 민주주의는 교과서에서조차 계속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로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했다."(26)

"소비자의 선택은 수요곡선에 맞춰진다. 투표 제도 덕분에 시민이 권력을 갖게 된 것처럼, 경제생활에서는 수요곡선이 소비자에게 권력을 부여한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사기성이 농후하다. 투표와 구매행위 모두 돈으로 대중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고와 마케팅의 세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는 대학 교육에서도 용인하는 사기행위다."(33)

"GDP의 규모와 구성 그리고 명성에서 우리 사회에 가장 널리 퍼진 사기의 한 형태가 발견된다. 즉 GDP의 구성은 일반 국민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요소를 생산하는 이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36)

"일이라는 단어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을 묘사하는 경우에도, 그리고 스스로 열렬히 추구하고 그 자체를 만끽하며 충분한 명성과 급료를 받는 일을 묘사하는 경우에도 공통적으로 쓰이는 단어다. 두 개의 다른 상황에 대해 같은 단어를사용하는 데서 이미 사기 행위가 분명히 드러나는 셈이다."(41)

"소규모 기업들, 특히 가족농업 형태로 남아 있는 기업들은 지난 몇 백년간 교과서에 고전적으로 묘사된 경제체제 그 자체인데, 이것은 현대세계가 아니다. 이 모든 체제에 가격과 비용의 압력이 반복해서 가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소규모 기업과 가족 농업을 정치, 사회적으로 계속 찬양하는 것 또한 사기 행위다.(50)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하나로 합쳐졌다는 더욱 극적인 증거를 더이상 물을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됐다. 기업들은 이제 물류 지원에서 전투 훈련까지 현역 군인들을 위해 모든 부문을 지원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은 군복을 입고 신병모집관으로 활동하면서 차세대군인들을 선발하고 훈련 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이게 바로 현실이고, 평화의 때와 마찬가지로 전시에도 민간부문이 공공부문의 역할을 한다."(64-65)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나뉘어져 있다고 더이상 사기치지 말라는 것이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그럴싸한 차이가 허위라는 점이 닷 밝혀진 셈이다. 바로 여기서 유리한 계약을 따냄으로써 이득을 보는 기업 세력의 존재가 분명히 입증되는데,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경고한 군산복합체가 바로 그것이다."(91)

"가장 널리 알려진 사기의 세계는 바로 금융계로서, 사기 행위는 명백하지만 대체로 무시되고 있는 현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미래경기와 경기변동의 추이는 예측과 추측이 난무하지만 어느 누구도 확실한 것을 모른다. 모든 예측은 정부의 불확실한 움직임, 기업과 개인의 알 수 없는 행동, 그리고 더 큰 맥락에서 전쟁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결합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금융계에서는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는 일에 대해 예측하는 작업이 호응을 얻고 종종 두둑한 보상을 받는다.(67-68) "과거의 우연한 성공차트, 방정식, 자신감 같은 요소들은 그들의 인식의 깊이를 확인시켜 준다. 이러니 사기행위인 것이다."(69)

"FRB의 거짓된 명성에는 단단한 토대가 있다. 여기에는 은행과 은행가들의 권력과 명성, 그리고 금전에 부여된 마법이 존재한다. 문제는 아주 그럴 듯하고 전적으로 찬성할 수 있는 교과서상의 이론이 현실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들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때 대출을 받는 것이지 금리가 낮다고 해서 대출을 받는 것이 아니다."(75-76)

"현대 대기업 경영진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최상의기회를 부여받았으며, 자기 재산 불리기를 경제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이들에 대한 기본적 보수로 인정하는 세상이었기에 기업 스캔들이 가능했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82) "수익성 있는 경제적 활동을 할 자유는 필요하지만, 이러한 자유가 수입이나 부를 합법적 또는 불법적으로 횡령하기 위한 은폐장치가 되어서는 안된다. 기업경영은 행동의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겉으로는 결백해 보이는 사기행위를 위해 그 권한이 부여된 것은 아니다. 기업권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85)

"세금 감면 정책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소비할 이들에게는 이를 박탈하는 정책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공공 정책이 없는 불경기는 바로 이런 상황을 뜻한다. 경기가 호전되더라도 어떤 분명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서 이루어진 상황은 아니다. 불경기에는 구매력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타개책을 찾아야하며, 특히 소비활동을 할 빈곤층이 구매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정책이 확실한 효과를 내지만, 이는 쓸모 없는 동정에 불과하다는 반론에 부딪히게 된다. 사회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누리는 자들에게는 종종 세금감면이라는 금전적 보상이 주어진다. 하지만 드들에게는 절박한 필요라는 게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돌아간 보상은 소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 돈을 확실히 소비할 빈민들은 이런 금전적인 보상을 받지 못한다. 그 돈을 저축할 것이 확실한 사람들에게만 그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다."(96-98)

 


조금 장황하지만 갤브레이스가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사기라고 주장하는 핵심을 뽑아 본 것이다. 과거 통계와 분석자료 그리고 수학적 모델의 환상에 사로잡혀서 현실을 제대로 못보고 엄청난 손실을 보면서도 전문가의 권위로 그 모든 책임을 면제받는 사람들. 작게 사기치면 감방가고 크게 사기치면 경제학자라는 우스개 소리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보니 씁슬하다.

97년 외환위기가 오고 공적자금으로 부실채권을 막으면서도 결국 책임지는 경제학자나 관료는 없었다. 정말 이상했다. 문제가 있고 막대한 손실이 있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알고보니 희대의 대사기였다. 이 책으로부터 명백해졌다. 그런데, 잡아서 족쳐야 속이 시원하겠는데 경제학의 기묘한 전문적 권위가 이것을 가로막고 있다. 오호~ 통재로다~!

또 하나의 통재로 다가오는 게 있다. 여전히 사기를 쳐먹는 애널리스트들. 그들에게 돈을 갖다 받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연민이 느껴진다. 로또 예측 기계를 산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콧방귀를 끼는 작자들이 증권이나 주식 전문가들의 예측을 믿고 투자를 한다는 게 너무도 아이러니 하다. 본질은 똑같은데 말이다.

이 책의 7장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금융계의 예측은 사기다. 갤브레이스가 말한것처럼 경기변동과 증시를 예측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로또 번호 예측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한마디로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은 보기좋은 뻥이다. 애널리스트들의 과거의 우연한 성공차트, 방정식, 자신감 같은 요소들에 혹하여 투자를 한다면 그 투자가들은 사기를 당하는 것이다.  그 명백한 증거로서 증권 애널리스트가 추천한 종목에 종자돈을 걸어 날린 사람들에게 그 애널리스트가 보상을 해주지 않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기치는 넘들은 절대 돈을 되돌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가 사기당하는 줄도 모르고 당하는 사람들. 사기당하는 것을 못참는 사람들. 그리고 국가를 움직이는 자본주의 경제학이 어떤 사기 구조로 국가의 부를 사기치는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굉장히 유용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 해결책까지 제시해 주고 있지는 않다. 현대의 자본주의가 이렇게 당신을 사기치고 있으니 그 본질만 파악하라는 것이다. 대책은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나 뭐라나~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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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가 문제야? - 문제 해결에 관한 창의적 사고를 길러주는 6가지 질문
도널드 고즈 외 지음, 김준식 옮김 / 인사이트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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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아무도 서문을 읽지 않는다.
해결안: 서문을 1장으로 한다.
해결안에 따른 새로운 문제: 1장이 지루하다
결의안: 1장을 날려버리고 2장을 1장으로 한다.”

이 책의 서문이다. 앞으로 다루어질 책의 모든 내용을 간결하게 압축하고 있다.

“저자가 이런 서문을 쓴 의도는 무엇인가?”

“이런 무례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이 책의 저자들은 서문을 읽고 “아주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던질 수 있어야 한다”라고 충고한다. 왜냐하면 이 서문은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일반적인 서문의 형식을 벗어난 형태로 쓰여 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현상을 인식했을 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것에 비해 무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그 차이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며 그 첫 단계는 불만족한 현상을 해결 가능한 형태의 문제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문을 보고 최소한의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전문가의 진단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 그런 사람일수록 문제를 해결한 해결책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구조 속에 매몰되어 문제의 구렁텅이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컨설턴트 분야에서 확고한 기반을 구축한 도덜드 고즈와 제랄드 와인버그가 공저한 <대체 뭐가 문제야(웬제: Are Your Lights on)>(인사이트, 2006)는 문제 속에 허우적거리는 현대 지식인들에게 “문제해결”에 대한 바이블을 제공해 주고 있다.

도널드 고즈는 뉴욕 주립대 빙엄턴이 시스템 사이언스 분야의 교수이자 새빌로우 사의 책임자이고, 제랄드 와인버그는 약 50여 년간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 분야에 역점을 두고 일해온 이 분야의 전문가 이다. 두 사람 모두 시스템 설계자이자 컨설턴트로 학교와 기업에서 왕성한 할동을 하고 있다.

‘문제해결에 관한 창의적 사고를 길러주는 6가지 질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컨설턴트가 읽어야 할 5권의 책’에 포함된 다소 전문가 집단을 염두 해 두고 집필된 책이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사례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으면서 문제의 본질을 알아갈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다.

학생, 비즈니스 맨, CEO, 자영업자, 컨설턴트, 주부 등은 각 에피소드에서 자신의 눈높이에 적합한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모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최대 강점은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을 언제든지 비슷한 에피소드에서 찾아 해결책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자신이 전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 각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예컨대, “지금 하는 업무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배우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성취감도 없으며 몸은 힘들다. 그러나 정말 배우는 것이 없고, 성취하는 것도 없고, 객관적으로 힘든 일인지는 누구도 말하기 힘들다.” 불만족스럽긴 한데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은 어떤 문제인가?’ '정말로 무엇이 문제인가?' '누구의 문제인가?' ‘문제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그리고 ‘그 상황을 정말로 해결하고 싶은가?’ 이런 의문점을 던져보게 된다.

이 책은 이와 같은 6가지 질문들을 스스로 던져 보게끔 훈련시키고 그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어떤 상황이건 문제의식을 담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그 상황의 반은 해결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해결책은 문제의식으로부터 도출되는 동전의 양면과 도 같은 실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다면 조용히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무엇을 해결하고 있는가?’

순간 무언가 켕기는 기분이 들거나 곰곰이 무엇을 해결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면 이런 질문도 같이 던져보자. ‘지금 이건 누구의 문제인가?’

점점 머릿속에서 생각의 실타래가 엉키고 있다면 담담하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이게 진짜 해결하고 싶은 문제인가?’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문제에 대해서 생각할 때 우리가 습관화하기 쉬운 부분들은 고려의 대상에서 빠뜨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명제이다. 해결안을 통해서 그 습관화된 요소들을 제거할 때 비로소 우리는 놀라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헤엄치는 그 물을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돼 보자. “그 물은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모래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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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사회의 재조명
한국산업사회연구회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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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에서 다른 어떤 영역보다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되어 왔고,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분야가 ‘산업사회’와 관련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초기에는 노동에 대한 분석에 한정된 것으로 여겨지던 산업사회 논의가 이제는 사회전반의 모든 분야에 대한 것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산업사회의 재조명>(한울아카데미. 1994)은 이러한 산업사회에 대한 부분 중 지역, 복지 그리고 민주정치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고찰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표면적으로는 실행되고 있지만 안일한 사안으로 치부되어 온 ‘지역사회개발’ ‘복지’ 등의 사안이 이론적 틀을 넘어 이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94년에 벌써 예리한 진단을 내리고 있었다!) 끊임없이 계속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보다 다각적인 접근이 돋보이는 연구서이다.

한국사회연구회 창립 10주년 기념논문집 4권으로 기획된 이 책은 그간 적지 않게 연구 성과를 쌓아온, 그리고 앞으로 끊임없이 문제제기 되고 수정되어야할 지역문제, 복지문제, 민주주의 정치문제를 압축적으로 다룸으로써 보다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우리의 위기를 분석하고 자 했다. 이제까지 총체적인 접근으로 다루어짐으로 해서 구체적인 지역의 개별 연구의 필요성에 부응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하고, 고도의 자본주의와 산업사회의 변화가 가져다준 지역사회의 변동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역이기주의’의 문제나 산업구구조정에 따른 지역파괴의 문제를 각각의 사례와 더불어 다루고 있는 연구 또한 이 책이 새롭게 시도해서 얻은 성과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일반 사회학과 및 산업사회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대학원생 그리고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의 필독서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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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와 심리 - 인간의 합리적 사고 능력에 관한 연구
석봉래 지음 / 서광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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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합리적 사고 능력에 대한 비관론에서 출발하여 최근에 제기된 보다 낙관적인 이론들, 인지 생태적 접근 그리고 진화 심리학적 접근을 논하고 저자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1,2부에서는 어떤 문제에 대해 인간이 잘못된 사고에 빠지게 되며 왜 그런 사고가 발생하는지를 귀납논리와 연역논리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논리학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어려운 용어에 대해서도 예외 실험을 통해 설명하고 분석함으로써 일반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서술하고 있다.

 
3부 심리적 오류와 합리적 사고 능력에서는 여러 고전적 접근을 통해 합리적 사고의 규범적 기준을 마련하고, 여러 관찰과 실험을 시대 흐름에 따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3부에서 인간의 합리적 사고를 논하기 위해서는 인간 사고의 구조적 특이성에 대한 경험적 연구가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인간 사고의 사실적 조건을 규명하고 이에 따라 합리적 사고의 규범적 기준과 처방적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따라서 이 책은 경험적 연구를 통해 인간 사고의 자연적 성향과 합리적 사고 능력에 대해 어떤 함축을 갖는지를 논하고, 이러한 경험적 연구로 얻어진 인간 사고의 서술적 특이성을 통해서 합리적 사고의 규범적 기준과 처방적 기준을 구성해 보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카너먼의 <불확실한 상황하에서의 판단>과 스콧 플로오스의 <판단과 의사결정의 심리>를 함께 읽으면 금상첨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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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패배 동문선 현대신서 3
알렝 핑켈크로트 지음, 주태환 옮김 / 동문선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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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에서 우리는 거북스러움을 느낀다. 왜냐하면 문화란, 사유하면서 살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나날 사유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제반행위를 흔히 문화적인 것으로 규정해 버리는 조류가 확인되고 있다. 정신이 위대한 창조에 필수적인 동작들. 이 모두가 이렇게 문화적인 것으로 잘못 여겨지고 있다. 무슨 이유로 소비와 광고, 혹은 역사 속에 뿌리박은 모든 자동성이 가져다주는 달콤함을 탐닉하기 보다는 참된 문화는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물음을 던지는 사유의 패배(알랭 핑켈크로트, 동문선)는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일단 형이상학적이고도 사변적인 색깔이 강렬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류의 철학책은 읽는 사람만 읽고, 쥐도 새도 모르게 절판된다. 특히 우리나라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쉬운 책 위주로 1위부터 20위까지 점철된다. 압도적인 소설의 우위 속에 간혹 무게 있는 에세이류 정도나 여행기가 그리고 경영 경제 서적이 구색맞추기식으로 간신히 껴들어가 있다.

그런데 제목도 현학적인 이 <사유의 패배>는 1987, 88년 프랑스 최고의 베스트셀러로서 프랑스 지성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고 한다. 책많이 읽는 프랑스 녀석들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십다. 뭐, 데리다의 책이나 푸코의 책을 읽고 벤취에서 열변을 토하는 그네들이고 보면 정말 프랑스 사람들의 독서력은 경악을 넘어 경외감까지 느끼게 된다.

 하여간 이 책은 쉬운 책이 아니다. 사유를 문화와 연결 짓는 것부터가 수상하다. 철학을 대중문화 분석에 끌어쓴 학자는 많지만(특히 프랑스 문학가들이나 정신분석학자들) 좀 더 거대한 ‘정신’을 현대 문화 분석의 주요 모티브로 삼은 사람은 이 사람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물론 내가 아는 일천한 지식에 한해서지만..)

그런데, 이 문제의 책을 쓴 사람이 내가 처음 듣는 저술가 였는데, 오늘날 프랑스 대중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사람이라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다. 아니, 왜 이런 사람을 나는 여태 모르고 있었던 거지?? 하여간 이 프랑스의 유명 인물의 대표작이 이 책이라니, 문외한인 사람도 한 번쯤 거들떠 보는 게 좋을 듯 싶다..

핑켈크로트(아씨, 발음하기도 어렵고 철자 쓰기도 어렵네..)는 오늘날의 거대한 야망이 문화를 손아귀에 움켜쥐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저자에 의하면, 문화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소아병적 증상과 더불어 관용이 없는 사회 분위기가 확대되어 왔단다. 이제는 기술시대가 낳은 레저산업이 인간 정신이 이루어 놓은 문화적 유산들을 싸구려 유희거리로 전락시키고 있다. 

그리하여 핑켈크로트는 정신이 주도하던 인간 삶은 마침내 ‘집단의 배타적 가치에 광분하는 인간’과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는 ‘뼈 없는 인간’, 이 둘 사이의 무시무시하고도 우스꽝스런 만남에 자기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통박하고 있다.

 그는 본서를 통해 정신과 의미가 구체적 역사 속에서 부상하고 함몰하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우리가 어떻게 해서 여기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일관된 논리로 비판하고 있다. (헌데 쉽지 않다)

참고로,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프랑스 문단을 발칸 뒤집어 놓은 문제작인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와 순환사관을 정립시킨 오스왈드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을 같이 읽으면 금상첨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전자는 성과 사랑 그리고 가족의 의미로부터 지금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있게 됐는지 심각하게 되묻는 소설이기 때문이며, 후자는 서구 정신이 왜 몰락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방대한 역사관을 통해 논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이 더운 여름, 짜증이 나는 한 낮에 <사유의 패배>를 읽으면서 짜증의 급피치를 올리는 것은 어떨지..어느새 짜증에 패배하여 몸이 나른해져 잠에 빠져들 것이다...아주 좋은 여름 나기일듯..

 

<주의>

평소 이런 철학적인 생각에 몰두하거나 인문서 읽기가 취미인 사람에게는 정신에 해로울 수 있으니 가급적 낮에 읽기를 당부한다. 괜시리 밤에 읽어 그 다음날 눈이 벌겋게 충혈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를 요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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