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다. 신림역 모 카페에서 빙수를 먹고 있었는데, 나와 같은 교회를 다니는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이 와서 앉았다.

 

교회 티셔츠를 입은 학생 중 하나가 아는 척을 한다. 낯이 익은 학생이라 반갑게 인사를 받아줬다.

 

그 학생 보고 방학이 끝나 아쉽겠다고 하니, 그렇다고. 그러면서 그래도 오늘(8월 15일) 노는 날이라 좋다고. 그래서 오늘 왜 노는 날인지 물어보니, 모른단다~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역시 모르는 표정. 그냥 쳐다만본다.

 

내가 정말 모르냐고 묻자, 한 아이만 빼고 모두 모른다는 대답. 광복절이라고 대답한 학생에게 그 날의 의미를 물으니 해방된 날이라는 건 아는데, 그게 몇 년도 인지는 전혀 모른다.

 

어익쿠야~! 그래서 노파심에 4대 국경일은 아냐고 하니, 아는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5명 모두 몰랐다. 그러면서 자기네들은 국사 공부를 하지 않아 그런 거는 전혀 모른다고.

 

일본에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이유도 몰랐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언제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으며(심지어 삼국시대라는 대답도 나옴), 6,25가 언제인지, 왜 남북한이 나뉘어졌는지 모르고 있었다.

 

무인시대가 언제인지, 조선이 몇 년간 지속 됐는지 몰랐고, 심지어 어떤 학생은 학원에서 조선 왕의 계보를 7명만 알려줘서 태종태세문단세 까지만 암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선은 7대왕에서 끝났냐고 물었다.

 

이 어처구니 없는 물음에 참 난감했다. 학생들은 모두 고2~고3 학생들이다. 고3 학생 두명은 내신 2등급에 서울에 있는 대학을 목표로 공부한단다. 고2들도 모두 범생이들 같다. 그런데도 한국사 지식은 초등학교 수준도 안 된다.

 

정말 기가 찼다. 대통령도 노무현 이후만 알고 있었다. 4,19혁명이 1960년도라고 하니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냐고 놀라는 표정들.

 

난, 지금 그들의 처음 듣는 다는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학교 교과서 이외에 아무도 가르쳐 주는 사람들이 없고, 학교에서도 수업 듣기 싫으면 안들어서 모른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그 학생들에게 따끔한 충고 한 마디도 해 줄 수 없었다.

 

뭐, 내년부터 한국사 수업을 강화하겠다고 하는 소리를 뉴스에서 듣기는 했지만, 학생들의 기본 역사 상식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설대를 준비하는 애들 빼고는 자기 학교 학생들이 자기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말은 결국 역사 교육이 잘못됐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자기 나라 역사가 단지 암기할 게 많고 지루하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에서 외면 받는 실상은 우리 기성세대들이 후세를 잘못 가르친 탓이다.

 

교육개혁이라고 해마다 뜯어 고치는 교육정책이 결국은 역사의식도 없는 학생들을 마구 양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30대가 되고 40대가 되는 때를 생각하니 참으로 암담하다.

 

국영수만 잘하는 기능인이 돼서 돈 잘 벌고 편안하게 사는 것만 암암리에 가르치고 있는 현실이니 더 말해서 뭘할까. 연예인, 판검사, 의사 등이 되는 걸 인생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역사는 안중에 없는 과목일 것이다.

 

타치바다 타카시는 오래 전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에서 교양과 기본지식이 없는 도쿄생들을 '바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일본의 학생들보다 더 바보일 거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적어도 일본의 고등학생들은 독도가 타케시마라고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전부 배워 알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독도의 실상을 아는 건 한국 근대사를 아는 하나의 큰 축이다)

 

4대 국경일도, 그리고 4,19 혁명도 모르는 고등학생들을 키운 건 누구의 책임인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개념도 모르고 온통 모든 시간을 영어와 수학 공부에 열을 올리는 입시생들에게 어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들을 그렇게 키운 건 바로 부모세대다.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사태는 말할 수 없이 심각하다. 진보와 보수 진영의 책임론을 떠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말로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세울 때인 듯하다.

 

정말 우리 나라 교육 정책에 대해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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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3-08-20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는데 정말 고등학생들이 이정도일줄이야 너무 놀랍고 안타깝고 슬프네요

yamoo 2013-08-21 09:0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미라다님^^
저두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한국사 교육이 강화되야 될듯합니다~
사회과목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 과목은 확실하게 가르쳐야 할듯..
이 나라 교육은 계속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거 같아요~

세실 2013-08-21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로 심각하군요.
고2 딸내미는 한국사 시험본다고 열공해서 그래도 낫네요.

yamoo 2013-08-21 09:07   좋아요 0 | URL
정말 심각합니다. 한국사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서울대를 준비하는 학생들만 공부하는 과목이 한국사가 됐지요. 한문도 마찬가지더군요. 한자능력시험 준비하는 학생들과 아주 일부 학생만 공부를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역시나 대한민국도 못쓰는...

근데, 세실님 딸내미는 정말 기특하군요! 와우~

saint236 2013-08-2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고등학생들에게 종교개혁에 관한 설명을 하는데 아무도...그녀석들 왈 "저희는 세계사 안배워요...." 그저 웃지요

yamoo 2013-08-22 11:27   좋아요 0 | URL
요즘 고교생들하고 대화해 보면 그렇더군요. 툭하면 안 배워서 모른다고. ㅎ 선택과목 아니라서 모른다고..저두 그냥 웃고 넘어가는데...뭔가 잘못돼간다는 느낌입니다..에휴~

지나다 2013-08-2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교육 정책도, 현실도 개탄스럽지만 그 정도 나이를 먹었으면 어린 것도 아닌데, 그래도 생각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나 아무 것도 모르면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게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TV는 누가 시켜서 보고, 게임은 누가 가르쳐서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어른들이 부족하고 많이 잘못하고 있는 건 맞는데 아이들 스스로 바보가 되지 않으려는 자발적인 노력이 없으면 별 소용 없지 않을까 싶군요. 어떤 것이든 본인이 필요성을 깨닫고 할 생각이 있어야 수박 겉핥기 식의 공부라도 머리에 남는 게 있을 테니까요.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빚어진 현상인 것은 분명하지만 죽어라 공부하라고 닥달하고 시킨다고 다 공부하는 것도 아니건만 요즘 아이들이 그 수준이라니, 정말 기가 막힐 뿐이군요.

yamoo 2013-08-22 11:31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생각있는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시요.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나 한자능력검정시험도 척척 공부하지요. 요는 생각있는 학생들이 그리 많지 않고 학교에서 잡아주지 않으면 거의 공치는 녀석들이 아주 많다는 겁니다. 이런 학생들은 학교에서 놔두면 하나도 공부를 하지 않지요. 타율적으로라도 공부를 하게 해야 기본적으로 끄적거리는 녀석들입니다. 예전 학창시절만 돌이켜봐도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별로 많이 없습니다.
모르는 것을 학생 자신에게만 돌리는 건 뭔가 좀 잘못된 거 같습니다. 입시에서 한국사가 빠진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불능이거든요~ 그러니 많은 학생들이 입시 부담이 큰 한국사 공부를 하지 않는 거지요. 교육정책이 학생들을 많이 좌우하는 거 같습니다. 어쨌든 관심 감사합니다~^^
 

전문가. 우리는 이 타이틀을 단 사람에게 어떤 문제 해결을 원하거나, 값어치를 치루고 전문적인 카운셀링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 아니, 지금까지 우리의 생활 경험상 종종 도움을 받아왔다. 

 

쉽게 생각하자.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등등을 떠올리면 된다. 몸이 아픈 사람은 병을 고치기 위해 의사를 찾아가고, 권리를 침해당하여 억울한 사람은 변호사를 찾아간다. 세금 문제로 고민이 있는 사람은 회계사나 세무사를 찾는다.

 

그래서 전문가는 권위를 갖게 된다. 이들의 권위는 해당 분야의 국가 자격증으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국가가 주관하거나 혹은 어떤 공식적인 단체가 인증하는 시험을 통과하여 그 자격을 획득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은 전문가의 권위를 존중하며, 정당한 서비스 가격을 지불하여 전문가들이 보유한 전문 서비스를 공급받는다.

 

이는 매우 상직적이고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이 인문학이라는 학문의 장으로 넘어오면 아주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일반인들이 사회에서 값어치를 치르고 전문가의 서비스를 받는 것과는 아주 판이하다.

 

예컨대 백화점을 비롯한 무슨 무슨 문화센터나 무슨 강연회에서 어떤 인문학 강좌가 열린다고 치자. 보면 몇 강에 얼마 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이 열거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공공 도서관에서 인문학 책읽기 강좌도 열린다)

 

<처음 만나는 인문학>, <OO와 함께 읽는 들뢰즈>,<OO를 위한 철학강좌> , <쉽게 읽는 고전>,  등은 꽤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인문학 강좌들이다.

 

인문학 책들은 또 어떤가? 심지어 경제학과 경영학에까지 '인문학'타이틀을 붙여 출간한다. 인문학이 죽었다고 하는데, 몇 년전부터 인문학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 같다. 도서관과 대형서점에서 저자 출간 인문학 이벤트를 안하는 곳이 없을 정도이니.

 

그런데 도처에 열리는 인문학 강좌와 세미나는 과연 전문성을 보장하는가? 하나의 사례를 상정해 보자. 한 대학의 영문학 교수(그냥 K교수라 하자)가 라캉을 통한 소설 읽기라는 주제로 책을 낸다. 그 교수가 이번에는 라캉의 이론으로 영화를 분석하는 단행본을 낸다.

 

그런 다음 그 분석틀을 갖고 사회를 비평하는 에세이를 출간하다. 그리고 나서 각종 대형 서점을 위주로 저자 강연회에 나선다. 이후에 그는 각종 TV 프로그램에 종횡으로 나오면서 문화비평을 한다. 문화비평서와 영화비평서의 잇따른 출간을 계기로 그는 논객으로서 대접받는다.

 

이렇게 문어발 식으로 지식을 확장하는 K 교수의 전공은 현대 영미 소설이다. 영국 OO대학에서 헨리 제임스의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게 이 교수의 전공이다.

 

이 사람은 현대 영미 소설, 그것도 헨리 제임스에 관해서는 확실히 전문가 이다. 제임스의 소설 문체나 그의 소설기법을 배우기를 원하면 K교수에게 값어치를 내고 배우면 된다. 그는 제임스 연구에 권위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K교수가 이번에는 영화비평을 넘어 사회 비평을 한다. 과연 그는 영화비평과 사회비평의 전문가인가? 매스컴에서 또는 강연회 소개에서 그는 전문가로 소개받는다. 인문학은 한 분야에서 전문가이면 두루 전문가인가 보다. 그가 제임스 전문가를 넘어 사회비평 전문가로 행세하는 것은 내과 의사가 법률전문가라고 강연회를 다니면서 강의료를 받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문학에서는 전문가가 누구인가? 적어도 우리는 학문 분야에서 그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을 그 학문 분과의 전문가라고 인정해 준다. 대학 교수이건 초등학교 선생이건 그가 박사학위 소지자라면 그는 그 분야에서 전문가다.

 

비록 초등학교 선생이라도 그가 들뢰즈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면 어떤 곳에서건 요청받은 곳에서 혹은 필요에 의해 강좌를 열어 소정의 값어치를 받고 들뢰즈 문외한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전달해 줄 수 있다.

 

이게 우리가 전문가에게 해당 지식을 배우는 상식이자 기본이다. 하지만 현실의 대한민국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인문학을 강의하는 해당분야 전문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보자. 현재 가장 인기있는 인문학자는 단연 지젝과 들뢰즈다. 들뢰즈는 인기가 좀 식었지만 지젝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지젝과 지젝에 관련된 도서가 20권도 넘게 출간되고 있다.

 

여기 저기서 세미나가 개최되고 지젝을 통해 이름을 알리려는 지식인들이 도체에 있다. 그런데 나는 지젝의 사상을 열심히 전파하고 있는 사람 중에 지젝으로 논문을 써서 학위을 받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물론 들뢰즈 연구로 학위를 받아 그를 소개하는 인문학 강좌를 들어본 적도 없다. (내가 전에 열심히 참가 했던 미술모임에서는 들뢰즈로 학위를 받은 분이 와서 들뢰즈에 대한 미학이론 강의를 해 준 적이 있다.) 대개가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관심 영역을 넓혀 지젝의 저서를 전방위로 읽은 정도 뿐이다.

 

지젝의 사상을 연구하고 그에 대한 문제점과 그를 넘어서는 비판적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관련 논문들이 별로 없으니. (물론 내가 미학이나 영화 또는 문학 논문을 뻔질나게 찾아보는 열성분자는 아니다. 그런면에서 우물안 개구리일지도 모른다) 

 

누가 있는가? 지젝을 연구하여 연구 논문을 써서 교수사회에서 검증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가 내는 책은 모조리 사 볼 의향이 있으며 심지어 어느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면 찾아가 청강이라도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문가가 낸 책이나 강연은 정말 쉽고 핵심을 청중의 수준에 맞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사실을 입문서에서 확인하곤 한다. 대개 개론서나 입문서는 그 분야의 권위자나 전문가가 쓰는 책이 쉽고 알차다. 이런 대표적인 인문학 개론 총서 중 하나가 살림문고에서 펴내고 있는 [e시대의 절대사상]시리즈이다.

 

이 시리즈 책중에 김용환 교수가 쓴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있다. 홉스 사상의 핵심이 키워드와 주제를 중심으로 아주 간결하게 소개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홉스의 심오한 철학 사상이 매우 평이한 설명 속에 녹아 있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윤리교과서 정도의 수준으로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정리하고 있다. 이건 정말 그 분야에서 오랜 공력을 쌓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전문가의 공력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책이 있다. 서민 교수의 <기생충 열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출간되기 전에 네이버에 연재되었는데, 우연히 연재 글 한 꼭지를 읽었다. 그리고는 이전에 쓰인 글을 모조리 찾아 읽어야 했다. 이름도 희한한 기생충에 대한 얘기가 너무 웃기고 재미있어 소설을 읽듯 단숨에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알라딘 서재에서 마태우스라는 필명으로도 유명한 이분의 글을 읽어보면 기생충을 다루는 학문이 매우 전문적인 분야인데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너무도 쉽게 알려준다. 심지어 웃기기까지 하다. 기생충에 대한 내용이 말이다!

 

위 두 책의 사례에서 보듯이 전문가는 어려운 내용의 핵심을 아주 쉽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문외한이 전문가로부터 무지를 깨우치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전문가들의 책과 강연이 있으면, 그 나라 국민의 교양이 향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지론이기도 하다.

 

그런데,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인문학 세미나와 강좌에서는 넘쳐난다. 왜 윌리엄 제임스를 전공한 사람이 '문화'에 대한 강좌를 여는가? 그 사람이 왜 들뢰즈에 대해서 전문가인냥 말하는가? 그가 문화와 들뢰즈에 대한 논문으로 학계에서 검증을 받았는가?

 

논문도 쓰지 않고 잡문인 단행본 몇 권을 내고 전문가 행세하는 건 대중을 기만하는 행태아닌가? 인문학이 하나에 전문가이면 여러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전문가이자 권위자라는 걸 보장해 주는 학문인가? 그렇다면 위 제임스 전공 교수가 하는 행태는 지극히 정상적일 것이다.

 

인문학이 인간에 대한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적어도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라면 제임스 소설 전문가가 문화 분석 전문가가 아닌 것쯤은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작금의 대한민국에서는 하나의 학위를 받은 전문가가 인문학의 여러 영역에서도 당연히 전문가로 통용될 수 있는지 정말 미스테리다.

 

위에서 예를 든 제임스 전공교수 사례는 극단적 사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수도 아닌 사람들이, 아니 박사학위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여러 학분 분야에 걸쳐 인문학의 전문가로 회자되는 현 실태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페이퍼를 통해 이 현상을 짚어보고 싶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대중 지식의 첨병이 될 때 그 나라의 인문학적 교양의 토대는 매우 척박해 질 것이다. 이것이 내 우려이고, 이 페이퍼를 쓰는 목적이다.

 

 

덧붙임

현재 우리나라나라에서 들뢰즈나 지젝, 그리고 프랑스 현대철학 이론을 수입해 소개해 주는 인문학자는 많아도, 들뢰즈나 지젝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학문적 한계점을 논하는 인문학자들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학자가 쓴 들뢰즈 비판이나 지젝 비판서를 본 적도 없다. 그냥 외국의 신 이론틀로 무장하여 그들이 해 놓은 인식의 틀로 생각하고 말하고 있는 인문학자만 넘쳐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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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3-08-16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학자가 나와 정치평론을 하고 어설픈 정치토론을 하는 나라인데요. ㅋㅋ
그나저나 이 무더위에 '멋지게 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잘하시는 일 하시면서. ㅎㅎ
갑자기 지난번 페이퍼가 생각나서요.

yamoo 2013-08-17 10:20   좋아요 0 | URL
심리학자가 나와 정치평론하는 건 참을 수 있는데요...전문가 아닌 사람이 개론이나 입문강좌를 하는게 더욱 문제인 거 같다는..

네, 그런대로 재밋게 잘고 있습니다. 너무 더워서 헥헥 거리는 거 빼고는요^^

oren 2013-08-1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한계점을 너무 제멋대로 넘어서는 게 결국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이런 비판글을 쓰는 일조차도 아무나 할 수 없는데 yamoo님의 글은 답답하고 가려운 데를 얼마간 '박박 긁어주는' 맛이 납니다. ㅎㅎ

yamoo 2013-08-17 10:26   좋아요 0 | URL
늘 좋게 봐주시는 감사합니다~^^

자신의 전공을 심화시키면서 관심영역을 넓혀가면 좋은 데, 자신의 전공은 도외시하고 대세인 학문을 연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태가 좀 어이가 없어서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특히 인문학에서요. 좀 민감한 주제인데, 아무도 비판하는 사람이 없어 좀 무모하게 시도해 봤습니다. 좀더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썼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경험상 글을 쓰질 않아 그냥 저질러 버렸네요..

2013-08-16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3-08-17 10:40   좋아요 0 | URL
드팀전님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제 글이 물론 드팀전님이 비판 하는면으로 보여질 수도 있겠지요. 인정합니다. 구획이 좀 미묘한 지점이라서요..

촘스키 책에 보면 나오죠. 코미사르와 전문성게임이라고..
코미사르 진영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는 촘스키에게 말하죠.
"선생님께서는 제가 기억하기에는 언어학자이시지 훈련받은 정치 경제학자는 아니시지 않습니까?"
촘스키가 반격하지요. "대단히 재밌는 공격이군요. 그 말은 정의와 진실에 관해 말하기 위해 어떤 특별한 자격이 있어야 된다는 말씀이군요. 그 자격 시험에 통과한 후에나 사회 비판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저는 드팀전님이 제기하신 문제는 제가 인용한 전문성 게임을 말씀하시는 거 같습니다. 제가 페이퍼에서 하고싶었던 말은 전문가가 입문 강좌나 개론 강좌를 하자는 겁니다. 사실 인문학에서 전문가는 박사학위를 받지 않아도 자기가 그 분야에서 오랜 훈련을 갈고 닦으면 전문적인 지식을 보다 쉽게 초보자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살림 지식 총서를 보면 대번에 알 수 있죠. 총서의 저자들은 박사학위를 받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자기가 공부해온 분야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아주 쉽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죠.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그렇게 쉽게 전달할 수 없는 내용을 알려줍니다.

도처에서 열리는 인문 강좌나 세미나도 이런 전문가가 강의해 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쓴 것이지 어떤 엘리트 주의적인 자격을 구획짓기 위해 쓴 것은 아닙니다.
정치 평론을 하는 것과 개론수준을 을 가르치는 것은 좀 많이 다르지 않을 가 하는 생각입니다!

고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saint236 2013-08-16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그런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자신이 전공한 분야와는 전혀 다른 기초 과목을 강의하셨죠. 아마도 그분이 짬이 안되셔서 맡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책을 읽어 주다 나가시더군요. 내심 깔보는 마음이 있었는데 몇년 후 대학원에서 그분 전공 수업을 듣다가 깜짝 놀랬습니다. 과거의 그 분이 이 분과 동일인인가 싶어서요. 석박사라는 타이틀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기 전공분야를 강의하지 않는다면 왠만한 독서가들보다 밀린다는 것을 가끔은 잊고 사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yamoo 2013-08-17 10:44   좋아요 0 | URL
자기 전공분야를 심화시키는 와중에서 관심영역을 넓혀 나가는 건 권장할만한 일입니다. 헌데 우리나라는 어쩐 일인지 자기 전공은 도외시하고 인기 있는 학문에 발을 뻗는 학자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세인트님이 말씀하신 교수가 제가 문제삼는 교수 유형 같습니다. 많이 안타까운 일이지요~ 에휴~

VANITAS 2013-08-17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을 안 누를 수 없군요.

yamoo 2013-08-17 10:45   좋아요 0 | URL
감싸합니다! 논조에 공감하신다니!!

아, 그러고 보니 바니타스님은 제 서재에서 첨 뵙는 거 같네요. 반갑습니다~ 꾸벅~^^

2013-08-29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라딘이 벌써 10주년이군요! 정말 축하한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뭐....알라딘 서재를 연지는 햇수로 5년이 되었고, 열심히 활동이라는 걸 한 지는 한 3년 정도 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알라딘 서재 10주년에 걸맞는 10대 사건을 꼽을 위치에 있지 않은 거 같아, 그냥 개인적으로 알라딘이 타 인터넷 서점보다 좋은 점을 꼽는 선에서 축하 이벤트 참가를 할까 합니다.

 

우선 제가 알라딘 서재로 갈아탄 계기가 중요합니다. 여러 개의 블로그를 개설해서 글 나부랭이를 올리고 있었지만 제일 욜심히 했던 곳은 네이버 였습니다. 헌데, 네이버에 매우 실망을 느낀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이사를 가야겠다고 결심을 굳혔습니다. 어디로 갈까 두리번 거리던 중, 네이버 블로그 이웃이던 한 분이 먼저 이사를 가서 터를 잡았다고 한 곳이 알라딘 이었고, 이곳에서 그분은 아주 중요한 위치를 자치하고 있는 듯보였습니다. 그 분 블로그를 둘러보고 이사를 왔지요.

 

이사를 와서는, 뭐 그 전에도 간간히 알라딘에서 도서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만, 정식으로 서재를 오픈하고 서재 글을 등록한 건 2008년 8월 3일 카프카의 <변신, 시골의사> 리뷰였습니다. 벌써 만5년 전 일이네요. 저도 이제 알라디너로서 5살이 됐다는 걸 방금 알았습니다.ㅎㅎ 5년 동안 이곳에서 수준 높은 리뷰를 쓰시는 분들로부터 정말 많은 정보와 가르침을 받았네요. 네~ 알라딘 서재지기들로부터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글읽는 재미는 보너스였죠.

 

알라딘 서재를 멈출 수 없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이곳 서재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올리시는 리뷰와 페이퍼 때문입니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접할 수 없는 우수한 퀄리티의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곳이 알라딘 서재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몇 곳의 책카페 활동을 완전히 접어버렸습니다. 리뷰를 올리는 건 여타 책카페와 비슷하였지만 이곳의 페이퍼는 아주 독특했고 타 카페나 인터넷 서점 리뷰글들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의 글을 꾸준히 읽다 보니, 원래 저작자였던 분들과 칼럼기고가인 분들이 꽤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늦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교수분들도 이곳에다가 페이퍼를 올리시더군요. 뿐만아니라 이곳에 올린 글을 모아서 책을 내시는 분들도 보았습니다. 그러니 타 책카페 또는 인터넷 서점의 글들과는 뭔가가 다를 수밖에요.

 

지금도 저는 아주 욜심히 알라딘 서재글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무료로 말이죠. 그리고 이분들로인해 새로운 책의 세상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알라딘은 신기한 요술램프라는 게 장난삼아 하는 말이 아니더군요. 예~ 정말 그렇습니다~

 

그나 저나 알라딘 유저로서 이벤트의 참가 주제를 어서 밝여야 겠지요. 음, 제가 선정한 '지극히 개인적인 알라딘 10대 뉴스'는 다음의 5가지 입니다.

 

첫째, 알라딘이 인터넷 서점 순위에서 빅3에 아직까지 입성하지 못하고 있지만, 책에 관한 콘텐츠는 다른 어느 인터넷 서점보다 알차다고 생각합니다. 중요 책들은 거의 리뷰와 페이퍼 정보가 쌓여 있습니다. 심지어 지젝의 주저들과 들뢰즈 저서들에 대한 리뷰와 페이퍼가 다수라는 건 거의 독보적인 수준이 아닐까 합니다. 서지 정보와 리뷰정보가 풍부하여 책 선택에 있어 만족할 만한 도움을 주고 있다는 거...제가 알라딘 서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둘째, 타 인터넷 서점들보다 적립과 할인폭이 큽니다. 이점은 정말 중요해서 사야할 책들은 반드시 알라딘에서 구입하게 됩니다. 신간일 경우 또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둘러보다가 사고 싶은 책이 눈에 띄면 메모해 두었다가 알라딘에서 구매합니다. 그렇게 구입하면 정가 대비 20-30퍼센트 정도 싸게 구입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책 가격이 장난 아닌데, 알라딘은 그런 면에서 비교 대상이 없는 아주 탁월한 매체입니다!

 

셋째, 언제부턴가 등장한 반값도서들. 정확히 언제 반값도서 이벤트가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정말 양서 중의 양서가 반값 할인으로 가끔 등장하더군요. 제가 알라딘에서 구입한 약 80퍼센트의 책이 반값도서들입니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보면 정가로 팔리는 책들이 알라딘에서만(타 인터넷 서점은 20-30퍼센트 할인) 반값 할인으로 팔리는 겁니다. 물론 이벤트 기간이 짧은 게 단점이긴 하지만 관심만 있다면 충분히 비싼 인문학 또는 과학 도서들을 반값에 데려올 수 있습니다. 알라딘 이벤트 중 최고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새책이 반값이라니....새책을 반값에 살 수 있는 곳은 알라딘을 제외하면 헌책방이 유일합니다. 사실 알라딘 반값 이벤트는 제게 사건 중의 사건 이었다는!

 

넷째, 알라딘이 중고 서점을 오픈한 것입니다. 3년 전인가, 2년 전이었던가. 정확히 날짜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알라딘 중고 서점이 종로에 오픈했을 때 그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헌책방의 개념을 한번에 깨부순 알라딘의 기획력은 정말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사업은 네이버에서 책서비스가 시작될 당시부터 주요 사업 계획이었다는 걸 2007년 쯤에 전해 들은 적이있습니다. 헌데, 헌책방을 대형 서점 수준으로 오픈하면 과연 매출이 가능할까라는 우려때문에 네이버에서 매우 미온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알라딘이 선수를 친 겁니다. 헌데 그게 시작부터 완전 만루홈런을 쳤다는 거!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종로점에서 책을 사 갖고 나오면서 저는 확신했지요. 2호, 3호점 오픈은 시간 문제라구요. 아니나다를까 현재 알라딘 중고서점은 산본점까지 오픈했습니다. 그 전에는 신림점이 오픈했구요. 우리동네에 알라딘 중고 서점이 오픈하여 완전 좋아했습니다~ (그 전에는 종로점이나 강남점을 가야 했다는..)

 

다섯째, 이건 네번째의 연장선인데요...책 매입에 관한 것입니다. 이를 분리한 건 책 매입이 이전 헌책방에서 책정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데 연유합니다. 중고 서점에서 책을 팔러가면 정말 어의를 상실할 정도로 헌책방 주인이 가격을 책정합니다. 완전 주인 맘이죠. 분노하지만 어쩔 수 없이 헐값에 넘깁니다. 하지만 알라딘 중고서점은 바코드만 찍으면 바로 가격이 뜹니다. 중고 매입에 혼선을 줄이고자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한 겁니다! 가격도 꽤 합리적입니다. (그치만 전혀 수긍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그런지 알라딘에서 책을 팔려면 번호표를 뽑아야 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알라딘에 책을 팔고 있습니다. 알라딘이 책을 사는 건 무척 까다로운데 가격을 그나마 합리적으로 쳐주니 집안 곳곳에 잠자고 있는 책들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나와 알라딘에 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헌 책을 유통시키는데 매우 강력한 유인책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환이 아닌 어느 정도의 현금 지급은 사람들에게 헌책 같은 새 책을 적극적으로 유통시키는 좋은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 헌 책방 운영과 더불어 알라딘의 헌 책 매입은 헌 책의 순환을 적극적으로 매개하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라 생각되어 하나의 항목으로 첨가하게 됐습니다.

 

뭐, 10대 뉴스라고 했는데, 알라딘 나이가 5살 밖에 안되어 5개 정도만 꼽아 봤습니다. 알라딘 나이를 더 먹었다면 이전에 이 곳에서 왕성히 활동한 분들이 떠나간 이유 등 여러가지를 말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기에 제 개인적인 사건을 5개로 정해서 꼽아 봤습니다. 알라딘에서 활동하지만 이벤트에는 별로 참가를 하지 못했는데, 10주년 이벤트는 부족하지만 꼭 참석하고 싶었습니다. 아무쪼록 알라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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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8일 오전 9시 50분, 나는 드디어 설국열차의 꼬리칸에 탑승할 수 있었다. 꼬리칸의 리더 커티스와 함께 열차 앞까지 가는 여정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마침내 도달한 제일 첫째칸. 그리고 이곳에서 마주한 윌포드의 전언과 엔진을 돌리는 실상은 전혀 예상 밖이라 꽤 신선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린 설.국.열.차. 눈으로 확인한 이 영화는 나에게 무척 만족감을 안겨줬다. 마지막 곰이 눈덮인 산을 오르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이 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지만 나는 음악이 완전히 멈출때까지 앉아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한국영화의 출현에 갈채를 보냈다~

 

영화관 문을 나오면서도 여전히 많은 생각이 교차했지만, 갑자기  '도대체 이 영화에 다량 실망했다는 사람들은 뭐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비록 개연성 있는 설정이 떨어지는 부분이 몇 장면 있었지만, 영화는 매우 훌륭했다. 쉴새 없이 얼음으로 뒤덮인 지구를 달리는 열차는 시원한 볼 거리를 제공했으며, 열차 내에서의 계급 투쟁은 주제 의식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내 주었다.

 

특히 한국영화가 이런 주제의 SF영화를 만들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고무적이었다. 경험상(한국 영화 매니아가 아니라 많은 한국영화를 못봤지만) 이런 정도의 퀄러티를 가진 한국영화를 만나본 적이 없다.

 

물론 아주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이전작들과 비교하면 이 영화는 쉽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절대 아니다. 무겁고 비판적인 주제의식이 극명한 영화다. 대중 영화보다는 예술영화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 넘는 런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무거운 영화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 뭐, 꽤 성공한 영화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은데, 대실망이라고 호들갑떠는 사람들의 의견들이 아주 틀린 것 같지 않아서.^^;;

 

왜냐하면 밀도 높은 주제의식을 2시간 여의 영화 속에 담으려다보니 곳곳에 아쉬운 점이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터널의 암흑 칸 도륙 장면은 매우 작위적이었다. 전개 상 모두 도륙되어 반란자들이 진압되어야 할 상황이었는데, 횃불의 등장은 스토리의 개연성을 확연히 떨어뜨렸다.

 

헌데, 플롯의 개연성 문제보다 훨씬 더 도드라졌던 문제점은 송강호와 고아성의 캐릭터였다. 영화의 흐름에 전혀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강했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캐릭터라서 그렇게 보일 뿐이겠지...라고 생각해봤지만, 그래도 역시 많이 아쉬웠던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렇게 단점들이 곳곳에 있었지만 영화는 절대 겉돌지 않았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향해 일관되게 나아간다. 난 그점이 좋았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 속에서, 꼬리칸부터 맨 앞칸까지 진격하는 커티스 행보는 이 영화의 백미이자 전부. (그러니 재밌을 수밖에. 어떻게 백미이자 전부인지는 영화를 보고 확힌해 보시면 될듯^^;;)

 

심오한 주제의 영화를 내가 너무 재미있게 감상해서인지 몰라도, 이 영화에 다량 실망했다던 서람들은 무엇을 보았는지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이다! 그들은 무엇을 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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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8-0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0억 들였다던데, 흥행에 성공해야 할텐데요.

yamoo 2013-08-09 14:01   좋아요 0 | URL
헛...그랬군요. 400억이라..역대 한국영화 최고액인가욤?? 엔날에 성냥팔이소녀의 재림인가...것두 최고 제작비에 흥행 참패로 역대급이라하던데...
지금 400억과 그때는 엄청난 금액 차이가 있겠죠~
400억 회수하려면 천만 정도는 봐줘야 하는데...영화가 좀 대중적이지 않아 수지타산 맞추기 힘들듯 보입니다. 해외에서 선전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뭐, 어쨌건 흥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ㅎ
 

제 일요일...우리 알라딘 서재의 호프 이신 마태우스님 저자 직강 강연회를 갔다 왔습니다~

 

 


<- 바로 요책..

 

 

 

 

 

먼저 놀랐던건 마태우스님의 실물!

단언컨대 실물이 사진보다 훨신, 훠얼~~~씬 좋습니다.

그리고..알라딘 회원분들을 어찌나 반갑게 맞아주시는지..사인회 이전에..그러니까 강의시작전에 알라디너분들에게는 일일이 싸인을 해주시더군요.

 

저는 멀찍이서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왜냐면 저는 아직 <기생충>에 대한 책을 살 준비가 되질 않았거든요~

 

그의 전작인 <핼리코박터>를 먼저 읽고 살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만...마태우스님께서 갑자기 서재에 강연회 참석할 사람 손들라고 해서, 그만 번쩍 든 것 뿐..

 

손 들었으니 가야해서, 마태님의 그 재밌다는 강의를 들으러 간 것 뿐! 죄송합니다. 책을 사지 못해서. 책 사고 사인받고 같이 사인받고 모여있던 알라디너 분들과 인사를 했어야 했었는데 말이죠.

 

물론 수확은 있었습니다. 가장 큰 수확은 마태우스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예상보다 무척 가늘어서 놀랐다는...--;;) 무엇보다 서재에서 닉만 보던 분들의 실물을 볼 수 있어서요!^^

 

그곳에서 메피스토님두 뵐수 있었습니다! 왜냐면 마태우스니께서 책에 사인을 해 주시기 전에 서재 닉을 물어보시는걸 들었다는..그리고 나서 한 분이 다른 한 분에게 메피스토님을 소개해 주시면서 매우 박식한 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속으로 동의를 했지요.

 

근데, 메피스토 님을 다른 알라디너 분에게 박식하다고 소개해 주신 분의 닉은 모르겠더군요. 옆에 옆에는 마태우스 님의 영원한 지지자이신 마태우스 어머님께서 앚아 계셨습니다. 어머님 둘레게 아주 많은 아낙네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저는 그 분들이 알라디너 분들이라고 심하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ㅎ

 

그리고 무엇보다! 다락방님을 볼 수 있었지요~ㅎ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었는데, 잴 앞에 앉으신 파란색 상의를 입으신 분을 보고 마태우스 님께서 '이작가님! 고맙다'는 멘트를 날리셔서 그 분이 다락방님이시란 걸 알았습니다. 인사 못드려서 죄송~~

 

여튼 저는 마태우스 님의 재미난 강연을 아주 기대하고 갔었습니다. 널찍한 공간이 거의 다 찼더군요. 시작 시간보다 약 4분쯤 늦게 시작된 강연은....뭐랄까...제 기대가 참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었습니다.

 

최근 여러 출간 이벤트를 다녀 봤었는데, 강연회라기 보다는 사인회에 방점이 찍힌 유형이었습니다. 사인회만 하면 좀 밋밋하니, 강연회를 보너스로 얹은 느낌이랄까요.

 

아쉬웠던 점은 강의의 밀도가 기대보다 약간 떨어졌다는 겁니다. 물론 마태우스님의 의도는 눈치챘습니다. 만약 학교 강의 밀도로 했다면 참석자들이 너무 웃어 행사의 본질을 망각할까봐 심히 우려스러웠던 거죠. 네, 저는 학~~실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포쓰만 잘짝 보여준 강의였지만 중간 중간 터지는 웃음은 참기 어려웠으니까요. 다음에 대중을 상대로 하는 순수 강연회를 여신다면, 서민 교수님의 포스가 작렬하는 강의를 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예약 1순위!^^

 

책은 대박나시길 기원합니다. (어떤 기자분이 쓰셔서 10년간 책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하신 그 저자의 기생충에 관한 책을 가볍게 뛰어넘으시길!)

 



덧붙임.

사실 제가 이 책을 사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네이버에 연재해 주시는 글을 모조리 읽었거든요~ 책을 사려고 좀 넘겨보니, 네이버 연재 분이 상당해서 이번 저서는 패쓰하기로 했고...대신 <핼리코박터>를 열독할 요량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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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8-05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야무님. 혼자만 보시기에요? ㅎㅎ 인사를 해주셨어야죠! 그래야 저도 같이 인사를 하고 악수라도 했을거 아닙니까. 혼자만 절 알아보시다니, 반칙입니다!! ㅎㅎㅎ

yamoo 2013-08-05 14:01   좋아요 1 | URL
네네, 죄송 죄송~^^
인사를 하려고 하면 책을 사서 사인을 받아야 할 거 같은 분위기라서욤^^;;
담엔 제가 먼저 인살 드릴게요~ㅎ

반칙인정요~~ㅎㅎ

얄라알라 2022-05-0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예전엔 알라디너분들이 오프에서 뵐 기회도 있었나봐요^^

yamoo 2022-05-10 10:03   좋아요 0 | URL
네...지금도 마음 맞는 분들끼리 벙개 모임도 하고 그럽니다요~~ㅎ

얄라알라 2022-05-0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란 분이 그럼 서민 교수이신가봐요?

yamoo 2022-05-10 10:04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가생충 연구하시는 서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