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뿌리깊은 나무>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원작으로도 유명한 이 작품을 보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위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위대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창제의 근본정신이 백성을 사랑하는 왕의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입니다.

 

한 나라의 왕이, 백성이 글을 몰라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불쌍히 여겨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은 세계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인 언어학자들이 하는 얘기죠.

한데, 이 위대한 한글을 우리들이 마구 훼손하고 업신여기고 있습니다. 요즘 말과 글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학생이건 지식인이건 매한가지입니다. 다음 상황들을 보면, 참으로 가관입니다.

상황1. 작년 이맘 때. 여고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하교 길에 하는 말.
“아씨, 존나...무슨 말인지 모르게써~” “그러게 말야, 씨바~” “아, 존나 담임 설명하는 거 봤냐. 지도 모르는 거 같던데..” “마저, 마저 ㅋㅋㅋ” “OO 하고, OO는 무슨 차이지?” “아씨~ 존나 짱나~” “하나 두 모르게써, 씨바~ 무슨 설명을 그렇게 어렵게 하냐? 시험에 나오믄 어떡케하지?” “아~씨, 그냥 찍어! 찍어!”  

-> 이럴 수가, 거의 욕이군요!

상황2. 모 대학 경영학과 교수의 TV 대담
"코스트를 세브하여 리스크를 다운시키는 것이 인터내셔널 컴페티브니스를 드라이브하는 것이다. 어쩌구 저쩌구, 마케팅 포지셔닝의 석세스한 포인트는 클라이언트들의 너버스를 클리어하는 것인데, …  

-> 황당합니다, 그냥 영어로 말하지 교수들은 왜 단어만 영어로 바꿔서 말할까요?

상황3. OSEN 2011.10 기사
시크한 패셔니스타들은 베이지 톤의 트렌치코트와 함께 브라운과 베이지컬러가 매치된 머플러로 포인트를 준다. 좀 더 모던한 느낌을 주려면 내추럴한 캐주얼룩에 브라운 컬러 슈즈로 포인트를 주어 웨어러블한 룩을 완성할 수 있다. 런웨이 모델이 초이스한 트렌치코트는 질스튜어트 뉴욕 제품으로 하드할 수 있는 트렌치코트에 레더소재가 디테일로 더해져 위트있는 디자인.....  

-> 패션계의 언어는 어느나라 말인가요?

상황4. 어느 음반 평론가의 글
70년대 중흥을 누렸던 프로그레시브, 소위 아트록 그룹이 가장 많이 포진되어 있는 그야말로 예술적인 문화 환경을 자랑한다. 지금은 얼터너티브와 테크노 물결에 밀려 예전처럼 아트록이 강세를 보이지 못하지만 (중간 생략) 이후 90년대 초를 거쳐 멜로딕 스피드 메탈은 잉베이 맘스틴의 여향을 받은 바로크 어프로치를 첨가하면서 '심포니 X'같은 밴드들을 중심으로 바로크 메탈과 자연스럽게 융합한다.  

-> 평론가들의 외국 개념의 나열들. 뭔소린지 도통 모르겠군요!

상황5. <권리를 위한 투쟁>, 루돌프 폰 예링, 범우사, p65
분쟁에서 권리주체자의 단순한 이익, 법규가 구체화된 개별적인 관계, 법규라는 순간적인 광성에 붙잡혀서 고정된, 법규 자체와는 만나지도 못하고 파괴되고 훼손되는, 내가 말한 사진이 문제될 뿐만 아니라, 법규 자체도 경시당하고 유린당하는 것이다.  

 

-> 교수가 번역기가 됐군요~ 어떻게 이런 번역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군요~

정말 어의를 상실할 정도입니다. 우리 스스로 말과 글을 비천하고 열등하게 만들고 있다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네요. 지하에 계신 세종대왕께서 통곡할 것입니다~

제발, 우리말 공부 좀 하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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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1-11-0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상황들 정말... 상황 1의 이럴 수가, 거의 욕이군요! 하는 말씀이 너무 와닿는데요ㅎㅎㅎ 두번째 상황과 네번째 상황은 정말.. 어떤 교수는 우리나라말로 단어를 바꾸면 영어로 하라고 ㅋㅋㅋ 막 그러는 경우도 있었구... 저도 정말 동감하는데 네번째 상황은 진짜 뭐라 할 말이 없지만 두번째 상황은 그래도 굳이 굳이 감싸준다면 .. 아무래도 영어를 쓰는 국가에서 학문이 더 발달한 경우가 많구ㅠㅠㅠ 교수들이 그런데 가서 배워오는거라서... 우리나라말로 완전히 그 뉘앙스 등등과 쓰이는 상황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런 황당하다면 황당한 영한 혼용문[...]이 버젓히 쓰이고 있는 것 같아요.

yamoo 2011-11-06 16:29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학생들이 욕하는 횟수를 조사한 보고가 TV 뉴스에 소개된 적이 있는데요..한 학생당 2분마다 욕을 한다는 군요. 학교에서도 어쩔수없다나요..ㅋㅋ 학생들 얘기하는 거 들어보면, 위 상황1하구 완전 똑같습니다. 심각한 문제같아요. 뭐, 나머지도 대략난감한 상황이구요. 어떤 운동이라도 해야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비로그인 2011-11-07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읽다가 짜증나서 한숨 쉬었어요 ㅠㅠ
저도 나름 한글을 지키려고 노력은 한다지만, 이 글 보면서 다시 한 번 한글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문자 보낼 때 띄어쓰기 철저하게 하고 맞춤법 정확하게 지키는 걸 자랑으로 삼는 사람으로서(이 얘기하면 다들 웃더군요 ㅋㅋ), 한글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yamoo 2011-11-07 21:59   좋아요 0 | URL
한글은 정말 위대한 거 같아요. <한글의 탄생>이란 책도 보면 얼마나 좋은 문자인지 정말 소중히 아끼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보면서 매우 화가 나기도 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그래요,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말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30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성일 글을 보면 이 양반 참... 한글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요즘 집에만 오면 하는 짓이 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컴터를 켜고 곰플레이어만 실행시킵니다. 새벽 2-3시까지 모니터만 쳐다봅니다. 그리고 충혈된 눈으로 잠이 듭니다. 전형적인 폐인 증상입니다.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예~ 저는 미국드라마인 <24시>에 뒤늦게 빠져서 이리 되었습니다. 완전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어서 한 편을 보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합니다. 어찌 이리도 중독성 있게 만들었는지!

그동안 욜라 재밌다는 미드를 꽤 구해서 봐 왔습니다. <로스트>, <프리즌 브레이크>, <튜더스>, <밴드 오브 브라더스>, <베틀스타 갈락티코>, <보스톤 리걸>, <스파르타쿠스>, <수퍼내추럴>, <왕좌의 게임>, <더 이벤트>, <브이>, <CSI> 등등.

모두 재미있는 작품들이었지만 중독성 면에서 <24시>에 버금갈 미드는 없는 것 같습니다. <24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고 싶을 때 봤습니다. 중간에 좀 지루한 내용 나오면 건너뛰기도 하구요. 언제나 미드는 무료함을 달래주는 활력소 였습니다. 
 

 


근데, 이놈의 <24시>는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습니다. 한 편이 끝나면 반드시 다음 편을 봐야 합니다. 안 보면 궁금해서 환장합니다. 아, 4편 연속해서 봤는데, 이제 이 한 편만 보고 자야지...라고 했다가도 아, 한편만 더...이게 마지막이야~!...안돼, 한편만 더..를 반복하게 됩니다.

어떻게 실시간으로 드라마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매 회를 감상하면서 드라마의 완성도에 탄복을 하게 됩니다. 정말 정말 잘 만들었더라구요~ 배우들의 연기도 수준급이고~

이거 보면서, 우리나라 <아이리스>인가...이게 그렇게 허접해 보일 수가 없더라구요~

요새 보니, 미드를 해부한 책도 있던데 한 번 봐줘야 겠습니다. 내일부터 시즌3 들어가네요. 책이고 뭐고 닥치고 <24시> 시청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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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11-0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야무님.ㅋㅋㅋ 저 책은 표지 참..

yamoo 2011-11-04 00:4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아이리시스님^^
그쵸~ 책의 표지가 대략 난감입니다..ㅋㅋ 책 내용은 목차를 보니 꽤 괜찮은 거 같아욤~ㅎㅎ

맥거핀 2011-11-02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 팬을 만나니 반갑네요. 진짜 이 드라마는 참 아슬아슬할 때 확 끊어버려서 도저히 다음편을 안보고는 배길수가 없지요. 저도 심할때는 거의 이틀동안 한 시즌을 끝내버린 때도 있어요. 아무튼 잭 형님은 참 피곤한 인생을 사신다는...(그래서 머리카락이 그리 빠지나..?)

yamoo 2011-11-04 00:51   좋아요 0 | URL
아, 이것때문에 할 것도 못하고...죽음이에요...시즌4는 진짜 담달에 봐야 겠어요..어흑~ 친구는 저 때문에 맨날 3시에 잔데요. 이거 보라구 막 추천해 줬거든요. 저보다 훨씬 나중에 본 넘이 지금 시즌 6을 향해 가고 있더군요..ㅋㅋ

맥거핀님두 이거 보셨군요! 저두 반가워요^^ 아, 진짜 중독성 짱이에요~ㅎㅎ

2011-11-02 0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4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1-11-0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피해다니고 있는데...야무님도 유혹의 페이퍼를 쓰셨군요...^^

yamoo 2011-11-04 00:5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머큐리님^^
피해다니지 마시고 한 편만 봐보세요, 네~ 이거 만큼 재밌는 거 없습니다..ㅋㅋ 안보시면 후회합니다.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지 시험삼아 한 편을 보심이..헤~^^;;

감은빛 2011-11-0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 야무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꼭 찾아서 볼 수 밖에 없겠네요.
그런데 정말 겁나는 군요.
한번 뭔가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편이라 더욱 겁나요. ^^
일단 기억해두겠습니다.

yamoo 2011-11-04 00:59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두 뭔가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편이시군요~
저두 그래요. 하지만 무료할 때 꼭 찾아서 봐주시면 아주 좋을 거에요~
조만간 24시 팬에 동참해 주세요^^

2011-11-02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4 0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버벌 2011-11-16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24시보다가 말았어요. 이유는 묻지마세요. 그냥 땡기다가 식으면 바로 땡이어서 ㅠㅠ 하지만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DVD도 가지고 있죠. 와~~~ 처음 볼때도 감탄하며 봤는데 몇번을 봐도 좋더라구요 ^^ 참 배틀스타도 좋았어요. 미드에 관한 페이퍼를 보니 갑자기 급~ 흥분했다는 ㅋㅋㅋ

yamoo 2011-11-16 15:1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버벌님^^ 반갑습니다!

아, 그렇군요. 이걸 스톱하신 분도 있군요! 대단하십니다~^^

밴드오브브라더스, 저도 이거 2번 봤어요. 진짜 감동적이고 재밌게 봤어요. 후속작인 퍼시픽도 대단히 재밌게 봤습니다. 하지만, 24시만큼 중독성이 있지는 않은 거 같더라구요..ㅎㅎ
전 배틀스타..거 보다가 중간에 낙오했어요..넘넘 길어서..ㅜㅜ
 

1년 중 바로 오늘 들어야 할 곡이 있습니다. 다른 날은 의미가 반갑됩니다. 10월 31일 밤...바로 이 시간 대에 들어야 지대로죠~ㅎㅎ 

이용의 잊혀진 계절! 해마다 잊지 않고 10월의 마지막 밤이면 이곡을 듣습니다. 왜냐구요?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로 시작되는 가사 땜시.. 

이 노래를 처음 접하고 줄곧 기억을 더듬게 하는 마법과 같은 노래입니다~ㅎ 

뭐, 불후의 명곡에서 이미 불렀지만, 역시 이 노래는 10월의 마지막 밤에..이용의 목소리로 들어야 제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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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11-0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월의 마지막 날이 아니라도 간혹 밤에 버스 타는 길에 라디오에 이 음악이 종종
나오곤 했어요, 노래가 워낙 좋다보니 이 노래를 신청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

yamoo 2011-11-01 12:48   좋아요 0 | URL
저도 흘러나오는 노래 가끔 들어요. 그래도 이 노래는 10월의 마지막 밤에 들어야 지대로에요^^

감은빛 2011-11-0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큰 애가 태어난 때가 바로 10월의 마지막 밤이었습니다.
아내의 손을 잡고 병원으로 걸어가면서,
만약 오늘 밤에 아기가 태어나면, 10월의 마지막 밤에 태어나는 거네.
라고 말하면서 웃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

yamoo 2011-11-04 10:12   좋아요 0 | URL
우와! 그런 우연이~
지금도 기억하고 계신 걸 보면...10월의 마지막 밤과 이용의 이 노래는 감은빛님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일 듯싶습니다^^
진짜 기막힌 우연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1-02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1세기 노래를 좋아해서인지...왁스가 부른 '여정'도 가을밤에 좋더라고요.야무 님도 아는 노래일까요?

yamoo 2011-11-04 10:15   좋아요 0 | URL
저는 왁스...이름만 들어본 가수에요. 한국 가요를 찾아 듣지 않아요. 그냥 거리에 많이 들리는 노래만 들어 알죠. 아는 노래가 있어도 그걸 부른 가수는 모른답니다..ㅋㅋ 2009년인가..2pm이 엄청 인기 있을 때도 저는 몰랐거든요. 첨 듣는 가수라고 반응하면 주위 시선이 재미있습니다. 정말 모르냐고요..ㅎㅎ 당시, 농담삼아, 2pm은 있고 2am은 없냐니까, 있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어요..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11-04 16:09   좋아요 0 | URL
2AM이라는 노래도 있어요.전혜빈이 가수 하던 때 부른 노래죠.
 

어제는 또 한 번 아버지와 한 바탕 난리를 치뤘다. 만나서 얘기를 하다보면 꼭 부딫치는 게 정치적인 이야기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왕보수, 특히 아버지는 골수 한다라당 일원. 몇 년전 한나라당 무슨 정책OO로 위촉되기 까지 한 분이다. 

그래서 내가 무슨 얘기만 하면 좌파사상 어쩌구 하신다. 어제도 무슨 말끝에 나온 얘기가 한미FTA 이야기. 너무도 설전을 벌였는데...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을 오늘 [미디어 오늘]이정환 기자의 기사로 다시 한 번 접하니, 놀라 자빠질뻔했다. 아버지가 했던 말의 완전 복사판.  

 

[미디어 오늘]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과연 다른가
[기자수첩] 노무현을 넘어서야 이명박을 이긴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2011-10-29  12:02:5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처음 추진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이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난 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을 못해 안달하고 있고 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하 존칭 생략) 노무현 때는 FTA가 장밋빛 미래를 펼쳐줄 것처럼 떠들던 사람들이 이명박 때 와서는 FTA가 나라를 팔아먹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다른가.

이명박과 노무현이 함께 나온 한미 FTA 광고를 두고 말이 많다. 노무현 재단은 “한미 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한미 FTA의 ‘짝퉁’이고, 불량부품을 여기저기 끼워넣은 ‘불량상품’”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한미 FTA, 이명박 대통령이 마무리하겠다”고 말하는 이 광고가 “퍼주기 재협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FTA를 흡사 노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노무현은 2006년 6월 1차 협상을 시작해 이듬해인 2007년 4월 타결, 그해 6월 합의문에 서명까지 했으나 미국 의회의 반대로 진도를 더 나가지 못했다. 노무현은 임기 막판까지 한미 FTA 비준에 매달렸으나 미국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물러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미 FTA 비준은 장기전으로 치닫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한미 FTA, 이명박 대통령이 마무리하겠다"고 말하는 정부 광고. 참여정부 인사들은 이 광고가 “퍼주기 재협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FTA를 흡사 노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명박은 한미 FTA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파격적으로 양보하고 진전을 끌어낸다. 이명박은 모든 연령과 모든 부위의 쇠고기를 수입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가 집권 초기 거센 반발에 직면한다. 수십만명이 몰리는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이명박은 수입 조건 강화를 요구,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광우병 특별 위험물질을 수입 금지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오바마는 무역 불균형 등을 이유로 한미 FTA 비준을 계속 미뤄왔고 이명박은 지난해 12월 굴욕적인 재협상을 하기에 이른다. 재협상 결과는 참담했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동차 관세 철폐 시한을 연장하고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조건에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미국 의회는 한미 FTA 법안을 최종 가결한다. 이제 공은 우리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재재협상안은 쇠고기 수입 관세를 10년 동안 유예하고 11년차부터 8%씩 철폐해 15년차에 40% 모두 철폐하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을 위한 역외가공 조항 도입, 의약품 분야의 허가‧특허 연계제도 폐지,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 폐기, 서비스 시장개방 방식을 포지티브 리스트로 전환할 것 등이다. 그러나 정부와 한나라당은 재재협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종 가결된 협상안은 당초 노무현이 추진했던 협상안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른 바 한미 FTA의 독소 조항들은 이명박의 작품이 아니라 노무현 때부터 이미 포함돼 있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과 자동차 관세 철폐 시한, 그리고 개성공단의 원산지 인정 제외 등이다. 노무현의 계획에서 훨씬 후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착한 FTA가 나쁜 FTA가 됐다고 말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노무현이 살아있다면 어땠을까. “내가 추진하려고 했던 한미 FTA는 이런 게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자동차 교역조건이 후퇴했기 때문에? 개성공단 제품을 제외한 것 때문에? 물론 노무현이라면 이처럼 굴욕적인 재협상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노무현이라면 국내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미 FTA는 노무현의 작품이고 이명박은 그 충실한 계승자다.

노무현이 살아있다면 투자자 국가 소송제 등 독소 조항의 삭제 또는 변경을 요구할 수 있었을까. 분명한 것은 그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도 이런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때는 귀기울여 듣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돌아보면 노무현이 직면했던 가장 큰 과제는 설비투자와 고용 확대를 통한 내수 창출이었다. 노무현의 패착은 양극화의 딜레마를 재벌 대기업과 시장의 힘으로 넘어서려고 했다는데 있다.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건 위선이고 자가당착이다. 이명박의 FTA를 반대하려면 먼저 노무현의 FTA를 넘어서야 한다. 노무현의 한계를 인정하고 극복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리는 박원순이나 안철수에게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말기, 우리는 진보의 가치를 다시 정립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노무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노무현의 FTA와 가카의 FTA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건 위선이고 자가당착인가?? 내가 이 FTA의 본질을 모르고 지금까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 건가??  

 아, 어질어질 하니, 편두통 증상이 도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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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1-10-3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부분이 제일 헷갈리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국민들이 이 정권하에 FTA를 반대하는 것은 이 정부가 국민에 대한 신뢰 자체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모든 정책에 비도덕적이고 이기적인 꼼수를 숨기고 있을 거라는 의심을 창출한 데 있는 것 같아요. 이제 뭘 한다고 해도 다 솔직히 거시기해 보여서요. 광고도 그렇고. 꼭 그렇게까지 난 치사하다를 광고할 필요가 있었는지. 그렇게까지 자신있고 대의를 위한 것이라면 전정권까지 들먹이며 계승자임을 자처할까 싶기도 하고요. 저도 주변에 저를 울리는(--;;) 보수들이 있어 며칠전에는 엄청 싸웠네요. 그리고 제가 자꾸 말이 막히니까 더 대화가 안되더라고요. 공부좀 해야겠어요.

yamoo 2011-10-31 20: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가카께서 미국 국빈방문 시 모종의 꼼수가 있을 거라는 추정을 하는 대목이죠..ㅋㅋ 저도 가카의 정부가 하는 일은 모두 거시기 하게 보입니다요...ㅎㅎ 가카가 무슨 말을 해도, 다~~새빨간 그짓말로 들리네요..ㅋㅋ

드팀전 2011-10-31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에 가장 많이 나고 있는 ISD는 우석훈이 FTA를 하더라도 다른 건 몰라도 꼭 막아야한다고 2007년경부터 말했던 것입니다. 이 조항은 노무현 대통령때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에 차이는 있습니다. 더 나빠지고 있는 쪽으로. 중요한 것은 문제의 시각을 '노무현/이명박의 FTA'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미 FTA와 민중(이말이 소름돕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소박한 시민들, 의 삶'의 기준으로 보면 어떨까 합니다. 그것이 재생산하게 될 새로운 정치,경제적 삶의 방식과 재분배방식에 대해 말입니다.

yamoo 2011-10-31 20:3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드팀전님^^ 정말 올만에 뵙습니다!

저두 fta는 나쁜쪽으로, 그러니까 울나라가 손해보는 쪽으로 타결될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제발 소박한 시민의 삶 기준에 맞추어 타결점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은빛 2011-11-0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 주위의 노빠들(이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들도 스스로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씁니다.)과 가장 논쟁을 많이 하는 주제가 바로 이 글에 나온 내용들입니다. 사실 한미FTA의 독소조항들은 노무현 정권이 FTA를 추진한 초기단계부터 있었던 내용들입니다. 지금와서 조금 더 후퇴한 협상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노동탄압이나 환경파괴에 있어서도 본질적으로 들여다본다면, 노무현 정권이 지금 이 정권보다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yamoo 2011-11-05 01:46   좋아요 0 | URL
노무현 정권의 에프티에이와 현정권의 에프티에이의 본질적 차이는 없겠지만 타협하는 방식에 있어서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독소조항을 어떻게 조율할지..어느만큼 주고 받을지...이런 점에서 갈리는 것 같아요. 전문적으로 책을 들여다보지 않아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저는 다르다고 느끼고 있어요...이 심정적 단정이 잘못됐는지 아닌지, 저는 도통 검증할 수 없다는 사실에 가깝함을 느낍니다^^;;
 

 

요즘 ‘엗쥐있다’ ‘시크하다’란 말이 많이 쓰인다. 모두 ‘멋있다’와 비슷한 의미인 것 같긴 한데,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단다. 여자사람들의 전언에 의하면, '엗쥐(edge)'와 '시크(shik)'가 동일한 상황에서 쓰이지 않는다나 뭐라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두 단어를 잡음 없이 묶어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건대, 그 단어는 ‘세련미’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단어를 찾을 수 없다. 나는 이 단어를 내 어머니와 여타 여자사람들에게서 끊임없이 들어왔다. ‘오~ 저 사람 쎄련됐다~’라는 말.

근데, ‘엗쥐’와 ‘시크’하고 ‘세련미’는 어떻게 다르지? 물어봐도 시원스런 답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때그때 다르다는 둥, 시크는 평범하지 않다는 둥, 엗지는 세련미가 극대화 된 것이라는 둥 모호한 말만 쏟아낸다.

솔직히 나는 이 ‘세련미’라는 단어가 무엇을 지칭하는 지 처음 들었을 당시부터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 단어를 접하는 빈도가 많아질수록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아, 그러고 보니 국사 교과서에도 백제 예술을 가리켜 세련미 운운 한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국어사전에는 세련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해 놓았다.  

        “세련미(洗練味) : [명사] 사물이 세련된 데서 느껴지는 맛.”

오~~이런, 젠장! 이건, 동어 반복에 불과한 설명이다. 하지만 옆에 붙어 있는 한자 하나하나를 살펴보니, 세련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감히 잡혔다. ‘洗’는 ‘씻는다’는 뜻이 있고, ‘練’은 ‘익히다’, ‘단련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러니 사람을 지칭할 때 ‘세련되다’란 의미는 ‘깨끗하고 교양있는 사람’정도 될 듯싶다.

그런데, 여자사람들이 가리키는 ‘세련된 사람’이라는 분들은 극과 극을 오간다. 교양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럭셔리한 옷차림을 한 사람에게도 똑같이 ‘세련됐다’고 칭하니 정말 혼란스럽다. 어떻게 한 단어로 포괄해서 지칭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옷차림에서 이런 경향이 도드라졌다.

나의 이런 생각이 좀 미덥지 못하다면 다음 언론에 소개된 기사의 사진과 짤막한 패션 단평을 보도록 하자. 

 
       깔끔한 망토패션 '세련미 철철'                                  도시적인 세련미 연출                                     '전통과 세련미'의 조화

사진을 보면 당췌 ‘세련미’가 뭘 뜻하는지 알 수 없다. 3개의 사진은 전혀 다른 패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사진은 복고적이고, 두 번째 사진은 전혀 세련되지 않았으며(세련되기 보다는 모던하거나 시크한 쪽이다) 세 번째 사진은 맥시멀리즘에 가깝다. 스타일의 미학적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 (있긴 있다. 모두 옷을 잘 입었다는 정도) 헌데, 어째서 ‘세련미’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자연스러움을 가장해 통용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쓰임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세련미는 ‘엗쥐있는’, ‘시크한’, ‘밀리터리풍의’, ‘도시적인’, ‘모던한’, ‘프렌치 스타일의’, ‘보헤미안적인’ 등등의 형용사를 포괄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런 형용사가 붙은 옷차림은 ‘세련미 넘치는 패션’에 포섭된다. 이때의 세련미는 이들 형용사의 상위 개념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뭔가 좀 꺼림칙하다. 일단 사과, 배, 딸기 등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배를 보고, ‘이 과일 맛 좀 봐’ 라든가, 사과를 보면서 ‘과일이 벌레가 먹었어’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이런 말을 의심의 여지없이 수용한다. 왜냐하면 사과, 배, 딸기를 추상화 시킨 상위 개념어가 ‘과일’이기 때문이다.

사과와 과일의 관계와 시크와 세련미의 관계가 동일한 구조인가? 동일한 구조라면 세련미는 시크를 포괄하는 상위 차원의 단어로 써도 무방하다. 즉 세련미가 시크의 추상적 단어가 되기 위해서는 ‘시크’의 개별적 특징을 포괄하면서 그것보다는 넓은 의미여야 한다는 말. 쉽게 말해서 ‘시크한 세련미’가 올바른 표현이 된다는 것이다. 

자, 시크의 의미가 무엇인지 사전에서 찾아보자. 시크(chic)를 네이버 사전에서 찾으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볼 수 있다.

시크(chic) ; 절제된 단순미와 부드럽고 도시적인 지성미를 느끼게 하는 이미지. 현재 ‘스마이트, 엘레강스, 멋진, 유행하고 있는 교묘한 기교’ 등의 의미를 포함.

영어 사전에는 ‘멋진, 세련된’이라고 짤막하게 표현되어 있다. 결국 시크하다는 ‘멋있다’와 ‘세련됐다’라는 의미를 포괄하는 단어(아니면 비슷한 단어)이다. 그래서 ‘시크한 세련미’는 동어반복인 셈이다. 위에 나열된 ‘모던한’, ‘보헤미안’, ‘프렌치’ 등등의 단어들도 찾아보면, 그 의미 속에 ‘멋있고 세련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세련미는 ‘엗쥐있는’, ‘시크한’, ‘밀리터리풍의’, ‘도시적인’, ‘모던한’, ‘프렌치 스타일의’, ‘보헤미안적인’ 등등의 형용사를 포괄하는 단어가 아니다. 세련미는 이들 형용사의 동의어쯤 되거나 이들 단어의 의미를 규정하는 하나의 세부적 특징 요소밖에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이 모호한 단어가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를 넘어 ‘멋’을 표현하는 사물에 두루 통용되고 있는지 불가사의하다. 이 단어가 책과 기사에서 얼마나 무소불휘하게 통용되고 있는지 보면 실로 놀랍다. 이건 정말 미학적으로 연구해 볼 가치가 충분할 듯하다.  



고상하며 세련된 형식은 그 사람을 향한 사랑의 작은 표현입니다. 예를 들어서, 몸매와 옷매무새에 신경을 쓰는 사람, 어려우 대화중에서도 단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단어를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은 상대에게 관심과 존중을 표하는 것으로 상대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연인과 부부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관심의 표현 방식 또한 세련미를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꽃다발에서 추억을 담은 연애편지, 애정 넘치는 굿나잇 키스까지. 그런 관심으로 삶을 함께 하고 있는 두 사람은 더욱 친근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세련미가 없는 연인관계는 마치 아무런 장식도 되어 있지 않는 연회장과 같습니다. <남녀관계에 유익한 108가지 이야기>(태동, 2002)  p161

우리가 알고 있던 승부의 여신 미스 김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물론 그녀가 변한 것은 아니었으나 아니, 오히려 더욱 세련되고 아름다워졌지만 우리가 좋아했던 그녀는 이미 퇴색되고 낡아버렸다.  p11
여성이 유능해 보이려면 세련미와 단정함이 패션에서 묻어나야한다. 세련미와 단정함은 신뢰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며 안정감을 갖게 해 준다. 우리가 아나운서들을 볼 때 … 생각을 갖는 것도 바로 이러한 세련미와 단정함에서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과 성공을 위한 파티 패션은 단정한 세련미를 보여주는 동시에 활동적인 느낌으로 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하는 여자는 노는 물이 다르다>(씨앤톡, 2009)  p68

한 번 더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과 몸을 잘 살펴봅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울에 비치는 모든 것이 현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경영 자원입니다. 물론 목소리도, 나이도 포함됩니다. 이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여 자신의 매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가꾸고 완성된 아름다움을 '세련미'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세련미'가 비즈니스 환경에서 중요할까요? 그것은 '세련'과 '기업경영'의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기업경영이란 간단히 말하면 '자사의 경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고객이 돈을 지불할 마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련미'를 목표로 자신의 모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기업경영과 같습니다.   <아름다움도 권력이다>(매경,2008) p34 

세련미라는 단어는 이처럼 실용서, 특히 여성들을 위한 자기계발서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빈도를 보인다. 하지만 세련미는 이런 실용서의 미덕에 그치지 않는다. 스타일과 사물, 심지어는 국가에 까지 두루 쓰인다.  


인체공학과 세련미를 겸비한 '피스카스(Fiskars) 공학용 접이식칼
수입차 시승기 폭스바겐 제타 시승해보니…'초 고연비'에 세련미까지
지프 컴패스, 세련미 더한 도심형 SUV
우아함과 세련미가 넘치는 매력적인 가구!
세련미와 감각을 겸비한 보석같은 아이템
중국(China), 서구적인 감각과 세련미를 갖고 있는 도시

 

 정말 놀라우리만치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단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세련’이라는 미적 단어는 코에 걸면 코거리,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신비한 단어다. 미적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그냥 ‘세련됐다’ ‘세련미가 넘친다’라고만 말해도 충분할 듯.

흠, 그러고 보니 이 ‘세련미’라는 단어의 통용력은 전라도 사투리의 ‘거시기’에 준할 정도다. 정확히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말함으로써 그대로 의미가 통하는 걸 보면.

 

마지막으로 몇 마디만 덧붙인다. 우리나라 미학자들은 이런 건 연구 하지 않는가 보다. 세련미는 미를 표현하는 매우 중요한 어휘 중 하나인데, 미적인 정의가 수록된 책을 찾을 수 없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이글을 쓰기 전에 ‘세련미’의 미적 의미가 궁금해서 많은 미학 서적을 뒤적여 봤다. 도서관의 미학 코너 전부를 뒤져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미학 일반을 다룬 책 들 중 아주 일부의 학술 서적(김문환, 백기수)만이 ‘미의 유형’으로서 순정미, 우아미, 숭고미, 비장미, 골계미 등을 다루고 있다. 혹시나 해서 열심히 관련 부분을 읽어 봤다. 하지만 역시나 ‘세련미’는 빠져 있다. (<미의 사색>, <예술의 사색>, <미학의 이해>, <미학의 중심>)





 

 


물론, 분명한 것은 역시나 내 무지의 소치가 크다. 그 많은 미학 책과 논문을 뒤져본 것은 아니니, 어딘 가에 ‘세련미’를 논한 박사학위 논문 몇 편 정도는 있을 거란 생이 들긴 하다. (아니면 국어 어휘를 집대성한 책에 숨어 있을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행본 책을 만나 볼 수 없다니,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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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0-2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시기'에 준할 정도ㅋㅋㅋㅋ 저도 세련미가 뭔지 모르겠어요!

yamoo 2011-10-26 22:32   좋아요 0 | URL
네..ㅎㅎ 미적 차원을 얘기할 때 진짜 '거시기'에 맞먹는 거 같아서욤..ㅎㅎ 저도 몰르겠어서 이런 가당찮은 글을 써본 거 아닙니까..ㅋㅋ 누가 좀 깔끔하게 정의내려 줬음 좋겠어요...김어준 버전으로^^

노이에자이트 2011-10-2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꼬부랑말은 거의 전부 방송가를 통해서 전파됩니다.엣지나 시크도 연예인들이 많이 쓴 단어로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 널리 퍼졌죠.제가 어휘력을 늘리기 위해 쓰는 방법이 "이 꼬부랑말이 쓰이기 전에는 틀림없이 다른 우리말 표현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보자" 하는 것입니다.그래서 저는 시크,엣지 등이 생기기 이전에 '맵시' '깔끔함' '물찬 제비 같은' 등의 표현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또 '멋드러지다'는 표현이 '멋지다'보다 더 강하죠.

yamoo 2011-10-26 22:38   좋아요 0 | URL
어휴~ 노이에자이트님, 시크와 엗지...여기에 해당하는 우리말 표현 찾는거 디게 어려울거 같아요. 저도 시크와 엗지에 해당하는 우리말을 찾아 써주는 것에 대찬성하는 사람이에요~ 근데, 좀 대중의 호응을 받기가 힘들거 같아 좀 거시기해요..ㅎㅎ 이 단어들은 순간적인 느낌이 좌우하는데, 우리말은 요즘 젊은세대에게 어필하기 힘들거 같습니다. 적합한 단어를 찾는 것이 더 문제이지만요^^ 방송에서 좀 신경을 써 줬으면 하는 부분이네요~

마녀고양이 2011-10-26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평생 세련되었다고 한번도 못 들어봐서리,
할 말이 없네요... 아하하.

하지만, 진짜 '세련미'라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서 저 책들을 다 보셨단 말이예요?
저는 그 부분에 감탄하고 갑니다.

yamoo 2011-10-26 22:40   좋아요 0 | URL
헛! 정말요? 평생 한번도 못들어보셨단 말입니까?! 못믿겠는데요..ㅋㅋ

네, 도서관 가서 도대체 '세련미'가 뭔지 알아보려고 다 뒤져 봤어요...근데, 뭐 미학코너가 미술과 음악 관련 책을 제외하면 그리 많지가 않더라구요..ㅎㅎ

이진 2011-10-26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 세련미를 귀에 물리게 들어서 그런지 이렇게 객관적으로 생각을 못하고 있었군요. 정말 온갖 책과 광고 문구에 하나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군요. 이렇게 보니 약간은 심각한 사태이기 까지 한 것 같군요 ...!

yamoo 2011-10-26 22:4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소이진님^^ 반갑습니다, 꾸벅~

저도 마찬가지로 세련미를 주구장창 들어왔거든요~ 들을 때마다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위에서처럼 모두 애매한 답만을...--;;

저도 세련미=거시기...가 돼 가는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태우스 2011-10-26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어 몇 개에서 출발해 미학 전반에 걸친 지식을 풀어놓는 님의 글솜씨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네요. 엣지있는 글이란 생각을 읽는 내내 했습니다.

yamoo 2011-10-26 22:47   좋아요 0 | URL
어우~ 마태우스 교수님, 그 무슨 말씀을...저는 마태우스 교수님의 글을 보면서 항상 감탄을 하는 걸요~ 글을 어떻게 써야 그런 유머가 넘치는 글이 되는지...좀, 전수좀 해주셔요~~^^

엣지있는 글로 봐주신 마태우스 교수님의 센스가 돋보이시네요~ 감사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0-26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크가 불어에서 왔군요.

노이에자이트 2011-10-26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생각났는데, '차갑고 도시적인'을 뜻하는 신조어인 '차도남' '차도녀'가 '시크'나 '엣지'에 해당하는 단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yamoo 2011-10-28 01:11   좋아요 0 | URL
네...시크의 어원이 불어더라구요^^

저도 얼추 생각을 해 본 단어인데요, 아무래도 차도남 차도녀는 시크, 엣지, 모던 뭐, 이런 단어들의 복합체 같은 신조어인거 같아욤..시크나 엗지에 부합하는 우리말 표현을 좀더 숙고해 봐야 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10-2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맞다~
전에 yamoo님 수전증 걸린 손으로 찍힌 사진들을 보고 참 세련됐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세련이란 말은 '갈고 닦는다'는 인공이나 노력이 개입됐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전 다소 촌스럽더라도 꾸미지 않은 소박하고 수수한 따뜻함이 좋아요~^^

yamoo 2011-10-28 01:13   좋아요 0 | URL
흐~ 그 사진을 보고 세련됐다고 생각하는 분은 양철님이 유일하실 듯^^

그렇죠. 확실히 어떤 인공적인 노력이 부가된 거죠. 꾸미지 않은 듯한 멋...그래서 스타일의 최정상이라 말들하나봐요~^__^

감은빛 2011-10-2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정말 위의 마태우스님 말씀처럼 이 글이 참 멋진 글이네요!
저도 가끔 기사를 읽거나 광고문구를 보면서
대체 무슨 뜻으로 쓰인 것인지 모를 단어를 만나곤 합니다만,
저는 야무님처럼 부지런하지 못하거나, 글재주가 없어서 이런 글은 못 쓸 것 같아요.

yamoo 2011-10-28 01:16   좋아요 0 | URL
마태님과 같은 센스를 가지셨군요~! 좋게 봐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저는 아마도 이 문제를 좀 더 많이 생각할 듯 싶어요..ㅎㅎ
부지런한게 아니라, 너무도 궁금해서 재미삼아 찾아본 거 뿐이에요..ㅋ 제가 궁금한 건 못참는 성격이라서요..헤~

L.SHIN 2011-10-28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찜 해놓은 얘들 중에 '괴짜가 사랑한 통계학'은 이미 다른 분이 입양 신청을
하셨더군요. 그래서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현재 '네 이웃의 지식을 탐하라' '지속성장'
2권 밖에 되지 않게 되는데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남은 책 중에 1권 더 고르셔도 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