굥을 지지하는 자들은 어떤 자들인가? 간악하고 사악하며 비논리적인 무뢰배들이라고 단정짓긴 좀 거시기한 뭔가가 발목을 잡는다.  


일단 어젠가, YTN 배송희 변호사가 고별 방송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대통령이 어느쪽을 선택하든 지금의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하던 대로 대통을 지지하겠다."


"새벽3시에 해도 되는 것을 왜 10시30분에 해서 전 국민이 밤새도록 이 내용을 알게끔 했을까."


"대통의 헌법수호의지가 더 보이지 않았냐. 위법이 없음에도 언론은 전부 위법이라고 얘기한다."


"대통의 비상계엄이 헌법상 권한을 행사한것"


어제 윤상현이 한 발언과 매우 비슷하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가 내게 핏대를 새우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말과도 대동소이하다.


윤상현이나 내 아버지가 저런 소리를 한다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헌데 우리 어머니 마저 저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신다는 거. 


내 어머니는 치매 초기 단계로 비상계엄이 뭔지도, 왜 비상계엄으로 난리를 치는지도 잘 모르시는 분이다. 뭐, 엔날에는 무척 똑똑하고 예리하신 분이셨지만 뇌출혈 한 번 겪으시고 이제는 치매 초기 진단까지 받으신 상황.


헌데 아버지가 매일 사다주시는 신문이 문화일보. 유튜브 영상도 극우 채널만 보신다. 아무리 굥의 행태가 반헌법적이고 얼른 탄핵되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몇 번이고 말해도 불쌍한 대통령 갖고 좌파들이 난리친다고 하신다.


참으로 안타깝고 억울하고 화가난다. 최소한 종이 신문이라면 최대한 중립적인 상황으로 뭔가를 보도해야 하는데, 문화일보는 그렇지 않다. 보수 언론들이 대부분 그렇다. 내 어머니 같은 사람들이 무너지지 않는 굥 15% 지지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조국이 실형을 받았으면 윤건희 쪽도 똑같이 수사하고 기소해야 하는데 검찰공화국은 자기네들 허물은 전혀 조사하지도 않는다. 이걸 보수 언론들이 기사로 잘 내지도 않는다. 그러니 '법카로 밥 한 번 산 사람, 압수 수색 130번' 했다는 이야기는 첨 듣는 이야기로 둔갑한다.


그러니 내 아버지같은 이들이 양산되는 듯하다. 아버지와 뭔가를 말하다 보면 극우 논리의 반대편에 대한 사실과 논의들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한다. 도대체 넌 그런 걸 어디서 듣고 돌아다니냐고. 80세 이상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비슷한 행태.


이 사태는 아무래도 이번 주 잘하면 탄핵안이 통과될 것도 같다. 어쨌든 굥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서 정권교체가 되면 반드시 수구언론과 검찰은 갈아 엎어야 할 대상이다. 이걸 그대로 놔두면 또다시 제2의 굥과 같은 인물이 나올 듯해서다.


대통이 바뀌고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배송희와 윤상현...이런 자들과 여전히 같이 살아가야한다는 자체가 슬픔이다. 저들도 사람이고 한국어를 사용한다는 자체가..







댓글(7)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하수 2024-12-14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도 엄마랑 정치 얘기 안합니다
하기만 하면 싸우니까요.
도저히 이해시킬 수가 없이 막무가내시라,,,

yamoo 2024-12-15 12:15   좋아요 0 | URL
저두 안하려구 하는데....아버지가 매일 윤상현과 같은 논리로 아주 극심하게 매일 굥을 두둔하며 민주당을 욕합니다. 아주아주 심하게...누가 들으면 싸우는 것처럼 티비 뉴스보면서 얘기하는데...듣는 것두 한두번이지...정말 확신에 찬 믿음에 기반한 욕이라 사람이 어쩌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치 얘기 안할 때면 언제그랬냐는 듯이 기분좋게 말합니다...하~ 진짜 병이에요..ㅜㅜ

감은빛 2024-12-14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화일보 진짜 심각한 쓰레기죠. 저도 예전에 문화일보 보도가 직접 영향을 미친 일이 있어서 그 보도라는 것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확인한 적 있었습니다.

그 변호사라는 사람이 법이 뭔지, 상식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방송을 했나봐요. 마치 대통령이 검사였으면서도 법도 모르고, 상식도 모르는 것처럼.

그나저나 어머님께서 치매 초기이시군요. 걱정도 많으시고, 많이 힘든 일들이 생기시겠어요. 회복이 쉽지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yamoo 2024-12-15 12:17   좋아요 0 | URL
멘날 문화일보만 사옵니다. 그걸 매일 보시는 어머니...그냥 쇠뇌당하신다는..ㅜㅜ

어머니는 확실한 치매 초기이고, 아버지도 요즘 경도인지장애라 약을 드시기 시작했어요...치매로 발전되면 대환장 가족이 될 듯합니다..ㅜㅜ

transient-guest 2024-12-16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버지랑 정치얘기 끊은지ㅜ오래입니다 트럼프때문에 친척 몇과도 안합니다 ㅜㅜ 연세드신 부모님의 건강은 늘 걱정이죠 ㅜㅜ

yamoo 2024-12-16 16:08   좋아요 1 | URL
저는 맨날 그 욕하는 소리를 듣다보니,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를 완전히 믿고 있어, 그건 아니라고 하면 그때부터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미쳐버리겠어요...ㅜㅜ

transient-guest 2024-12-17 12:46   좋아요 0 | URL
남은 안 보면 되는데 가족은 어렵죠 ㅜㅜ
 

2024년 한 해를 결산하는 때가 다시 도래했다! 올 해는 무척 많은 드라마를 보게 되어 드라마로 점철된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에서 정말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봤으니까. 이전에 못 본 드라마도 넷플에는 있곤 해서 유명한 작품은 거의 본듯..


2024년 올 한 해 내가 본 한국 드라마만 해도 10작품은 가뿐히 넘는다. 개중에 정말 명작이라고 칭할 만한 작품들만 봐서 그럴까.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다.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도 있었고 기분 좋은 작품도 있었으며 재밌지만 시큰둥한 작품들도 있었다. 


여러 작품들을 보다보니 내가 싫어하는 작품들이 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로맨틴 코미디물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의 8할 이상이 로코다. 그러니 잘 된 작품들도 중간에 보다 말거나 빠른 배속으로 보거나 아니면 건너 뛰면서 마지막회까지 보았다. 이렇게 본 올해 드라마 리스트다.


살인O난감

경성크리처

기생수 더 그레이 

사냥개들

모범택시

눈물의 여왕

군검사 도베르만

굿 파트너

빈센조

이태원 클라쓰

그해 우리는

모범형사

마이네임

이번생도 잘 부탁해

벌에서 온 그대

사랑의 불시착

시그널

소년시대

인간실격

눈이 부시게

청춘기록

슬기로운 의사생활

슬기로운 감빵생활

사이코지만 괜찮아

철인왕후

환혼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24-12-13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올해 만들어진 것만이 아니라 어쨌든 야무님이 올해 본 드라마군요. 저도 본 드라마가 몇 편 있네요. ㅎ 저도 로코는 별로더라구요. 최근 몇년내 끝까지 본 건 한 두편에 지나지 않을겁니다. 전 눈물의 여왕도 결국 끝까지 못 봤죠. 한석규가 나온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범죄 스릴러인데 너무 우울해서 나의 해리에게로 갈아 탓는데 그것도 멜로긴 하죠. 전 법정 드라마가 좋더라구요. 그래서 굿 파트너 볼까 생각중입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는 것도 야무님 미술 작업하시는데 도움이 되긴히죠? ㅎ

yamoo 2024-12-13 14:58   좋아요 1 | URL
저두 눈물의 여왕...보다가 빨리보기 눌러 대충 봤습니다..ㅎㅎ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요거는 재밌을 거 같아 봤는데, 이게 드라마 방영 중이라 완결되면 볼 요량으로 끝나길 기다렸는데...완결되어서, 요것도 조만간 볼 예정입니다.
굿파트너...볼만합니다. 저는 중반까지는 매우 재밌게 봤다가 후반부로갈수록 재미가 떨어지더라구요..ㅎㅎ
드라마 영화...미술작업하는데, 아주 약간은 도움이 되긴 합니다..아주 약간이요..ㅎㅎ

페크pek0501 2024-12-23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많은 것 중 제가 시청한 것은 넷플릭스로 본 이태원 클라쓰 하나네요. 티브이로 드라마 본 지 오래된 것 같아요. 뉴스 보고 나면 유튜브로 이동합니다. 간혹 누가 재밌다고 하면 드라마나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찾아보죠. 이태원 클라쓰도 누가 꼭 보라고 해서 봤네요.ㅋ

yamoo 2024-12-27 14:43   좋아요 0 | URL
이태원 클라쓰 정말 재밌죠! 전 3번 정주행하고 연출 잘된 부분 10여 번 넘게 돌려 보았습니다!

저도 누가 보라고 해서 봤어요..ㅎ 2019년 쯤 방영된 전도연 주연의 <인간실격> 있습니다. 고거 꼭 보셔요~~ 정말 잘 된 드라마~!^^
 

2016년

추미애 국회의원 5선 당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발표, 2017년 내한

한강 부커상 수상

2016년 한반도 전쟁 위기론 + 중국 전승절 삽질

2016년 리우 올림픽 대한민국 8위

2016년 계엄령 소문

미국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 정권 말기

2016년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트럼프 출마, 당선

박근혜 탄핵소추안 발의, 2017년 탄핵

 


2024년

추미애 국회의원 6선 당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발표, 2025년 내한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2024년 한반도 전쟁 위기 중 + 러시한한테 삽질 중

2024년 파리 올림픽 대한민국 8위

2024년 계엄령 소문

미국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 정권 말기

2024년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트럼프 출마, 당선

윤석열 탄핵소추안 발의



*누가 회사게시판에 올린 걸 가져와 봤습니다. 이게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되던 시기에 누가 올렸던 건데, 여기저기 퍼다날라 회사게시판에까지 왔는데, 진짜 트럼프 당선됐고, 윤석열 탄핵소추가 발의 됐습니다. 그 전으로 시간을 돌리면, 이게 진짜 짜여진 각본같습니다..ㅎㅎ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24-12-05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탄핵소추안 발의 뒤에 아직 남아있는 결과도 그러하길 기원합니다.

transient-guest 2024-12-06 0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련자들 빨리 싹 잡아서 도려내야 합니다. 쿠데타를 다시 일으킬 모의를 하고 있다는 루머도 돌고 있는데 각국 공관에서 한시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는 걸 보면 걱정이 됩니다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정하윤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략적인 한국 현대미술사에 대한 책을 읽었다. 보통 미술사를 소개하는 책들은 크게 두 부류다. 하나는 예술 사조의 변천사, 다른 하나는 작가별 통사. 후자가 미술사를 스케치하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한계는 뚜렷하다. 어느 작가를 선별하더라도 항상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기에.

 

왜 하필 그 작가인가?’ 작은 물음이 아니다. 시대사를 정리하다 보면 아주 소수의 몇 명으로 추려진단다. 내 얘기가 아니라 영국의 저명한 미술사학자 허버트 리드가 한 말이다. 중요한 건 이 작가들이 평론가들이나 미술사가들에 의해 선별된 작가들이라는 거.

 

이 기시감. 즉 역사는 그것을 서술하는 주체의 시각이 절대적이라는 거. 역사는 역사가들에 의해 선택된 사건만 역사서에 담긴다는 사실. ‘왜 이 사건은 중요한데 잊혀진거지?’ ‘일상사는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 등과 같은 비판이 제기된다. (그래서 미시사(微時史)라는 분야가 생겨났는지도)

 

하지만 미술사를 작가별로 스케치한다고 할 때 이 비판은 좀처럼 피해갈 수 없다. 왜 그따위로 작가를 선별하여 미술사를 구성했느냐(왜 이 작가는 빠졌냐)는 타박. 특히 한국 미술사, 그것도 현대미술사를 정리하여 개론적으로 보여준다고 선정한 작가라면 이 비판의 십자포화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현대미술이라는 분야가 그 역사가 일천하기에,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를 선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도 1977년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한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 100인의 리스트가 있고, 2009년에 한국미술평론가 협회에서 발간한 한국 현대미술가 100인의 리스트가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시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잡느냐에 따라 미술가의 범위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얼추 1910~1990년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한국 현대미술의 범위라 생각한다. 그래서 위 두 리스트에서 함께 다루어진 작가라면 충분히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현대미술을 스케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최근에 읽은 <커튼콜 현대미술>(은행나무, 2019)은 현대미술 사학자 정하윤이 집필한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스케치이다. 한국 현대미술 작가 30인을 다루었다. 여기 수록된 작가 대부분은 이미 일부 평론가가 출간한 작가론 저작에 포함된 작가들이다. (중복된 작가가 꽤 된다.)

 

하지만 미술사가가 집필한 책이 개인 선호도에 치우치고 객관적 평론이 아닌 인상비평으로 흐른다면 그 책에 대해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게 된다. <커튼콜 현대미술>은 미술사가의 작가론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책은 입문서이지만 엄연히 작가론에 해당한다.)

 

정하윤은 한국현대미술의 시대를 4분 한다. 20세기 초, 해방 직후, 1970년대, 1980년대 이후로. 그리고 각 시대에 대응하는 작가들을 7~8인으로 선별하여 대략 6-12페이지 분량으로 서술하고 있다. 대표작인 도판을 제외하면 평론은 대략 A4 1~2장 사이 분량이다.

 

문제는 정하윤이 작가와 그림을 분석하는 태도에 있다. 그림에 대한 추측성 인상비평이 많다. 첫 장부터 나오는데, 고희동의 자화상을 분석하는 부분에서 그렇다. 그림에 대한 분석적 비평이 아니라 추측성 서술은(p17)은 비평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이런 추측성 서술과 인상비평은 책 도처에 있다.)

 

더군다나 개인의 선호는 어찌나 그렇게 심하게 반영하는지 모르겠다. 이승택을 다룬 부분을 보면, 정말 미술사가가 작가를 이런 식으로 평해도 되는지 고소를 금치 못한다. “이승택의 작품은 짱이다!, 어떻게 이런 작업을 할 생각을!!, 작품을 보면 넋을 잃을 정도다.”(pp177-178) 읽어 보시라. 저자의 두 페이지를 압축한 글이니.

 

이런 인상비평은 책 전반에 걸쳐 있다. 논증이 필요 없는 비평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동기를 평한 부분을 보자. 이동기의 아토마우스는 어떤가요? 아톰과 미키마우스는 각각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이지만, ‘아토마우스는 이동기 작가가 새롭게 만들어낸 형상입니다.” (p.223)

 

이동기 작가의 작품을 팝 아트라 단정하지 말라는 소제목하에 예술=창조라는 말로 아토마우스를 평가하고 있다.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합성한 아토마우스가 이동기 작가가 예술적으로 창작한 작품이란 것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런데 팝 아트라 단정하지 말라. 아토마우스 캐릭터를 보면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만화 캐릭터와 본질적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겠다. 형상이 다를 뿐이지 전형적인 팝 아트다. 저자가 팝 아트라고 단정하지 말라는 논거가 창조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동기가 작품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게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합성한 그 자체에 있는 거고 그게 바로 팝 아트의 중심이자 작품 창작 활동의 근거다. 레퍼런스가 아닌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변형이나 합성 또는 패러디가 불가피하다. 그게 창작 활동 본질이기에 저자의 논거는 하나마나 한 소리다.

 

이러한 저자의 논조는 책 초반 김관호를 논한 부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저자는 작품 창조를 뭔가 처음 고안한(예컨대 절대주의 창시자 말레비치) 것뿐만 아니라 그걸 수용한 작품도 아류가 아닌 창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창작이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레퍼런스가 아닌 창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원작을 변형한 나만의 방식이 있어야 한다. 그게 선배 작가 AB를 믹스한다 든지, 아니면 내게 영향을 미친 작가 그림을 내식으로 변형하는 게 창작 활동의 근본이다. 내식으로 변형이 없으면 그건 레퍼런스일 뿐이다.

 

하지만 이건 그 계열의 일부 작품일 뿐이다. 진정한 회화의 창작물(=창조)은 독창성에 있고, 이건 그 사조를 연 작품을 만들었는지에 달려있다. 절대주의에서 말레비치, 팝 아트에서 앤디 워홀 정도가 아니면 미술에서 창조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창작 활동창조를 혼동하는 듯.

 

그런데 서세옥은 논한 부분을 보면 그렇지 않다. 저자는 확실히 작품의 창조가 뭔지 알고 있다. 산수화, 화조화, 인물화라는 개념만 존재하던 1959년에, 몇 개의 점을 찍어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p113)

 

이 대목을 보면 작품의 창조가 뭔지 대번 알 수 있다. 전통과 규칙을 넘어선 실험 정신에 입각한 이전에 없던 형상의 창작. 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창조의 본질일 거다. 그래서 서세옥을 본질에 집중한 화가라고 저자가 평한 거. 이런 것이 창작 활동으로서의 창조물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ab를 조합하여 그 장점만을 형상화한 작품이 창조가 아님은 당연하다. 한 사조라는 계열에 포섭되는 따라지 작품이다. 물론 작가의 창작품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동기의 아토마우스가 창조물이라는 건 저자의 서세옥 논의를 따를 때 결코 창조라 할 수 없을 거다. 저자는 이런 이율배반적 논의를 반성적 사유 없이 작품 분석에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책의 4부에 민중미술에 대한 소개도 나온다. 저자는 오윤과 신학철을 선정하고 있다. 그리고 민중미술은 엘리트 미술의 대안으로 제시되었다고 말하면서(이 부분이 저자가 민중미술을 보는 중요 포인트 중 하나다!) 오윤과 신학철의 말을 언급하고 있다.

 

오윤은 추상미술은 엘리트 미술이라고 비판합니다. (중략)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알아볼 수 있는 미술이 중요하고, 단색화와 같은 추상미술은 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pp198-199) “신학철은 민중이 주가 되는 미술을 통해 이상적인 사회를 제시할 수 있다.”(p204)

 

저자는 민중미술을 통해 엘리트 미술을 극복할 수 있고 민중이 주가 되는 미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민중이 누구를 지칭하느냐에 따라 이 미술 분야는 사장될 수도 있고 재평가가 될 수도 있다. 지금도 여전히 민중의 범주를 둘러싸고 말이 많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도외시한 채 엘리트 미술의 대안으로 민중미술의 의의를 얘기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민중가요와 민중미술은 1980년대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분야다. 당시 민주화 물결에서 미술도 예외가 될 수 없기에 시대상에서 태어날 수밖에 없었던 미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대학교 주변의 가투가 없어진 걸 보면 민중미술도 한 시기의 유행이었던 거다. 물론 민중가요는 노동쟁의 때 종종 들리지만, 민중미술을 하고있는 작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시대가 변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80년대 민중은 독재에 눌려 지내던 국민을 부르던 일종의 구호였다. 시대가 만들어낸 대중의 다른 표현이다. 이걸 2020년대로 끌어와 엘리트 미술을 극복할 미술 분야로 상정한 것 자체가 무리수. 예나 지금이나 미술은 엘리트 미술이고 대중과 유리되어 온 게 미술사였다.

 

단순히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 난해한 현대미술보다 중요하다는 식으로 민중미술을 접근하면 민중미술 자체가 가지고 있었던 시대성을 희석시키게 된다. 또한 민중미술을 우리의 주체성 있는 미술로 자리매김하기에는 그 연속성의 한계가 뚜렷하다.

 

민중미술을 다루려면 시대의 한계와 그 특수성을 감안하여 민중의 새로운 개념 정립을 시도해야 그나마 이 분야가 나아갈 방향을 확보할 수 있는데, 저자는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저자는 우리 미술의 주체성 확보를 위해 민중미술을 새롭게 인식하자는 식인데, 너무 소박한 인식인 듯하다.

 

객관성이 부족한 30인의 인상비평을 보니, 저자가 시대성을 대표한다고 본 작가가 결국에는 저자의 관심 작가였음을 확인하게 된다. , 이건 어쩔 수 없는 작가론의 한계일 수밖에 없다는 건 앞에서도 밝혔지만, 정작 박생광, 박고석, 권진규, 권옥연, 변종하, 이숙자, 이왈종 등이 빠져 있어 작가의 선택에 있어 아쉬움이 많다.

 

지금까지 책에 대한 불만만 얘기한 거 같아 좀 거시기하지만, 그래도 읽을 만한 책이다. 한국 미술 초보자에게 작가의 대표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림을 보고 대하는 감상 포인트는 유용하니까. 더군다나 대표작 74점의 도판은 확실한 장점이지 않을까. 여튼 한국 현대미술 입문자에겐 좋은 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4-12-03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미술에 거의 문외한인 저는 읽을만한 것 같습니다. 들어 본 이름이 3분의 1이고 첨 듣는 이름이 나머지인데 가격도 싸네요. 미술책 거의 싼게 없는데.

yamoo 2024-12-04 14:41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이 책, 단점도 뚜렸한 책이지만, 최대 장점은 한국 현대미술에 대해서 무척 쉽게 서술되어 있다는 거에요. 문외한이라도 30명의 작품과 설명을 보면 왜 중요한 작가인지 감을 잡을 수 있어요. 입문자들에게 최고의 입문서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입문자들 10이면 10이 하는 말..^^

나머지 1/3도 차차 알아가면 됩니다..ㅎㅎ

맞아요,. 이 책이 현대미술 책 칙고는 무척 싼 편이죠. 컬러 인쇄임에도 불구하고..ㅎㅎ 그래도 종이질이 일반적이라 도판의 선명함은 많이 떨어집니다~
 

소위 명작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나면 그 후 뭘 봐도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전작과 비교되어 보다가 그만두기를 반복한다.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진짜 재미있는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는 제대로 보는 영화나 드라마가 없게 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뒤늦게 본 후로, 뭘 봐도 재미가 없는 거다. 넷플 영화는 죄다 재미가 없다. 그러다가 우연히 <헌트>를 보게 되었다. 2020년 영화라 이것도 보다가 재미없으면 꺼버릴 요량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B급 영화를 이처럼 재밌게 본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이 영화, 정말 B급 저예산 영화 맞다. 이름 있는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힐러리 스웽크가 특별 출연한 정도) 제작비가 많이 든 스팩타클한 영화도 아니다.  그냥 데스 게임 형식의 고전물에 가까운 장르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입력이 대단한 작품. 감독이 그만큼 연출을 잘한 케이스.

 

원래 작품 의도는 정치적인 풍자를 하드 코어 영화로 만들었다지만, 그냥 데스 게임 영화로 봐도 손색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장르 영화가 갖추어야할 미덕(재미)을 충실히 구현한 영화로써 한계가 뚜렷하지만, B급 장르 영화를 이 정도로 재밌게 연출할 수 있는 감독은 많지 않다. <다크 시티> 이후 최고의 B급 영화였다!(끝)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감은빛 2024-11-28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 예전에, 그러니까 누군가가 불법 다운로드 받아서 공유해준 파일로 봤었어요. 그때 저도 야무님과 거의 비슷하게 정말 비급 영화치고 참 괜찮게 만들었다. 재밌었다. 라고 생각했었죠.

어제 밤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걸 보고 설마 그건가? 하고 영화 소개를 보니 맞더라구요. 반가웠습니다. 알라딘에서 야무님의 글을 읽으니 더 반갑네요. ㅎㅎㅎㅎ

yamoo 2024-11-29 15:01   좋아요 0 | URL
오~~ 감은빛 님두 이 영화를 보셨군요!
저하고 생각이 같으시네요..ㅎㅎ
늦었지만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생각을 했다니, 무척 반갑습니다!!^^

페크pek0501 2024-11-30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크 시티>와 <헌트>를 기억해 놓겠습니다. 어디 적어 둬야 기억 나서 보게 될 듯합니다.
읽은 책 목록은 꼭 적어 두는데 영화는 적다가 말았어요. 앞으론 영화도 기록해 놔야 할 것 같아요.
넷플에 영화가 많다 보니 뭘 봐야 할지 몰라 누가 보고 나서 추천한 영화를 주로 찾아봅니다.
좋은 영화 정보 얻어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yamoo 2024-12-03 15:17   좋아요 1 | URL
아...그러시군요!! 일단 <다크시티>는 좀 오래된 영화긴한데, 아주 재밌고 의미심장합니다. 제니퍼 코넬리 리즈시절 영화에요~~

넷플 영화 중 재밌는 영화 일단 몇 개 추천드리겠습니다!!
리브더 월드 비하인드,
더 포가튼 배틀(스헬더강 전투),
뮌헨;전쟁의 문턱에서,
행복한 남자,
미스슬로운,
아이리시맨,
노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