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접속했는데, 순간 이상했다. 내 서재지수가 거의 만점이나 깎여 나간 것이다!! 이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인가?

 

페이퍼 지수라도 올려보려고 아둥바둥 됐는데...기가 차서 저새지기에게 문의하려고 보니, 아뿔싸...공지가 떴다.

 

안녕하세요, 서재 지기입니다.  


내일 새벽 (10/29)부터 서재 지수가 변경됩니다. 

자신의 활동에 대한 점수가 새롭게 추가되어어 다른 사람에게 즐겨 찾는 서재를 추가하거나 좋은 글에 공감하기를 해도 서재 지수에 반영되며, 새롭게 론칭되는 북플 활동에 대한 항목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기존의 항목 중에 일부는 다른 항목들과의 상관관계를 고려하여 하향 조정됨에 따라 서재 지수가 낮아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니 이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서재 1일 업데이트 작업 과정에서 마이리뷰 개수 집계가 잘못되어 같은 숫자로 표기되었습니다. 문제는 바로 복구하여 현재는 정상적으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아..ㅠㅠ 이용에 불편을 드리는 걸 왜 할까? 이건 완전히 화폐개혁 수준과 비슷한 거 같다. 어떤 기준으로 조정했는지는 몰라도 올려 놓은 서재 지수를 깎는 것이라니...ㅠㅠ

이건 내이버 지식 활동에서 내공을 갑자기 네이버 측에서 깎는거와 매한가지인거 같다. 왜 하향 조정되게 했을까? 지수에 새롭게 반영되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후로 플러스 점수를 더해주면 될 것을....

서재지수를 조금이라도 올려보려고 하는 나 같은 사람을 맥빠지게 하는 치명적인 조치인거 같다. 정말 너무한 조치다...ㅠㅠ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oren 2014-10-29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amoo 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지요?

알라딘이 `장사`를 좀 더 잘하기 위해 가끔씩 `요술`을 부리는 건 그나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고객들이 스스로 애써 쌓아올리는 `서재지수`에 대해서까지 이토록 제멋대로 나서서 함부로 확확 바꾸는 조치는 저도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네요.

`서재지수`를 새롭게 산출하거나 변경할 땐 누구나 납득할 만한 `절박한 필요성`이 먼저 있고 나서야 검토될 문제이지만, 이번 조치에 그런 게 과연 얼마만큼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부터 앞서네요. 고객 스스로 애지중지 쌓아 올린 `고객의 점수`를 `고객의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이렇게 자주 번거롭게 바꾸는 이유는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으니 그저 `알라딘`만 알고 있으라고 말하고 싶네요. 알라딘은 `고객을 너무 우습게 보는` 그 고약한 버릇을 도대체 언제까지 요술램프 속에 가둬 놓았다 꺼냈다 할지 저는 오히려 그게 더 궁금하네요.

yamoo 2014-11-01 10:2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오렌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오랜님은 항상 잘 계신듯하여 항상 부럽습니다..ㅎㅎ

서재지수...누구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지수 올리는 재미로 서재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리뷰하나 올리면 50점. 그렇게 해서 올려 놓은 지수를 운영자측에서 맘대로 조정한다?! 이건 정말 납득할 수 없습니다. 네이버에서 지식인 내공을 알라딘 서재지수처럼 맘대로 했다는 정보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예스24도 마찬가지고...카페가입해서 등급이 올라가고 지수가 올라간 것을 알라딘처럼 일방적으로 하향조정하는 걸 경험해본 적이 없기에 정말 황당한 거 같습니다.
근데, 말씀하신 걸 보니 가끔씩 이런 조정을 하나봅니다. 참, 어의가 없고, 그냥 막 신경질이 나네요. 에휴~

cyrus 2014-10-29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지수가 높든 적든 저는 거기에 신경은 안 썼습니다만, 서재지수가 하향 조정되어 변동되는 이유와 알라딘 서재의 기능이 달라진다면 앞으로 서재지수가 어떻게 반영될 것인에 대해 알라딘의 자세한 설명이 없는 태도가 아쉽습니다.

yamoo 2014-11-01 10:28   좋아요 0 | URL
저두 그 서재지수가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좀 설명좀 듣고 싶은데...그런건 알려주지 않겠지요. 다른 서비스는 나름대로 좋은데, 왜 블로그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점을 주는 지 요상합니다. 네...서재지수에 신경을 많이 쓰는 저로서는 화가 많이 납니다..^^;;

그렇게혜윰 2014-10-3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람되지만 서재지수가 어떤 역할을 하는건가요?? 넘 무식한 질문을 드린건가요??^^;;

yamoo 2014-11-01 10:30   좋아요 0 | URL
저두 잘 몰라요~ㅎㅎ
서재지수가 높으면 알라딘에서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정도?? 인기서재? 뭐, 그정도 되겠네요.
전 예전에 네이버 지식인 활돌을 해본지라 네이버 내공과 알라딘 서재지수가 비슷한 건줄 알았는데, 완전 다르네요!

가넷 2014-10-30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 서재에 거주한지 10년이되었는데 서재지수에 통관심이 없어선지 잘 모르겠네요. ;;;;

yamoo 2014-11-01 10:33   좋아요 0 | URL
헐~ 그러시군요. 지수에 관심이 없다면 아무 신경도 안쓰겠지요. 근데, 전 서재지수를 빨리 5만점 대로 올리고 싶었거든요...왜 그런 열망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지수를 빨리 올리고 싶어서 서재를 방치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근데, 허망하네요..ㅎ 저두 그냥 관심을 끄고 살까 합니다~^^
 

각 출판사들이 기획 총서로 발간하고 있는 인문학 총서 시리즈들. 이들 중에서 입문격인 책들이 학자 이름을 달고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보니, 이 기획 시리즈도 거의가 절판되어 가고 있다. 이와 비슷한(학자 이름을 내걸거나 명저를 해설한) 새로운 인문학 해설서 총서가 몇 군데에서 나오고 있긴 하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살림 출판사의 [e시대의 절대사상] 시리즈는 32권으로 완간됐고, 김영사의 [인문학의 생각읽기]시리즈는 현재 7권이 발매중이다. 세창미디어의 세창명저산책은 현재 26권이 나와있다. 현암사의 [우리시대 고전읽기 질문총서]도 5권 정도가 발간되어 있다. 대형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인문학 해설 총서는 이쯤 된다. 아, 아직 절판되지 않은 [하룻밤 지식여행]과 [HOW TO READ] 시리즈의 몇몇 권도 찾을 수 있겠다.

 

 

 

 

 

 

 

 

 

이전 인문학 입문서 시리즈 목록을 봐도, 현재 나오고 있는 해설서 총서들을 봐도 들뢰즈나 데리다 등은 꽤 많이 출간됐고, 칸트나 헤겔 역시 지속적으로 출간되어 왔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베르그손과 막스 베버는 거의 없다. 지금은 절판된 인문학 해설 총서에도 없고, 살림이나 세창에서도 발견할 수가 없다. 일부 베르그손과 베버 전공자가 단행본으로 낸 것은 있지만 총서 일부로 발간된 건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아주 오래 전에 [지성의 샘] 시리즈에서 <베르그송>이 포함되긴 했었다. 그런데, 이 시리즈 판본이 시공사 시공로고스 총서로 넘어가면서 동양철학자와 서양철학자 몇 명이 뼈졌는데, 그때 <라이헨바하>와 <베르그손>이 제외되었다.(아, 메를로퐁티도 제외 됐었지) 이후 인문학 해설 총서에서 베르그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송수영 교수에 의해 <베르크손>이 홍경실 교수에 의해 <베르그손의 철학>이 각각 단행본으로 발간됐을 뿐이다.

 

베버도 마찬가지. 1980년대 학문과사상사에서 현대사상선서 시리즈로 <막스 베버>(프랭크 파킨, 1985)가 발간된 적이 있다. 80년대 막스 베버  인기는 현재의 들뢰즈 인기 쯤 됐던 거 같다. 하지만 그때도 베버 연구서나 베버에 대한 저작 번역물은 많았지, 베버에 대한 조망을 해 주는 입문서는 이 책이 유일했던 것 같다. (이 책 외에는 정말 기억나는 게 없다. ㅜㅜ)

 

프랭크 파킨이 지은 <막스 베버>는 입문자가 원하는 '사상가 해설서'의 표본과도 같다. 막스 베버의 주요 저서들을 그가 연구한 주제별로 간결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주요 이론들 중 일부분이 새로운 시각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얇지만(200페이지도 안 된다.) 저자의 내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막스 베버 입문서다.

 

그런데, 현재 이 정도 수준의 막스 베버 입문서가 단 한권도 없다는 사실이다. (베르그손은 송수영 교수가 거의 비슷하게 작업을 해 낸 게 <베르그손>이다.) 전공자인 김덕영 교수의 막스 베버가 있지만 이건 뭐, 읽기가 민망할 정도로 베버를 예찬하고 있으니, 입문서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마리안느 베버의 책은 베버의 전기다.

 

 

 

 

  

 

 

 

 

과거나 현재나 입문 해설 총서에서 베르그손과 베버가 빠져있는 상황이 정말 이상하다. 현재 베르그손은 거의 잊혀진 철학자같다. 들뢰즈에 의해 논의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출간되는 게 거의 없다. 베버는 양적으로는 많은 논문이 있고 여러 연구서들과 그의 저작들이 줄기차게 번역되고 있는 것에 비해 교양 입문서가 없다는 게 불가사의할 정도다.

살림지식 총서에서도 아직까지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플로티누스, 아도르노, 마르쿠제, 후설이 출간 된 것을 보면 기대감은 든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지식'을 모토로 하는 살림지식 총서에서도 아직까지 베버와 베르그손은 만나 볼 수 없다. 책세상 문고 고전시리즈에서도 베르그손 주저들이 번역되지 않고 있다!

 

해당 전공자들은 꽤 있는 것 같은데, 총서 기획위원들이 이들을 간과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전공자들이 집필을 고사하고 있는 건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명성과 빼어난 저작물들에 비해 이들의 입문서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 이상하고 아쉬울 뿐이다.

 

의심이 깊어지다 보니, 아직까지 인문학 해설 총서에 베버와 베르그손이 없다는 사실로부터 나는 다음과 같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입문 시장에서는 이들로(베버와 베르그손) 재미를 볼 수 없어서 그런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사상가들인가? 정말?

-달라이 라마를 아는 것이 이들을 아는 것보다 더 유익한가?

 

뭐, 여기에 대한 답은 인문 교양 해설서를 내는 출판사만 알겠지. 에휴~ 이런 걸 이상하게 여기는 내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출판사가 이상한 건지.. 어쨌든 이상한 건 분명하다는 거..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각종 입문서들이 넘쳐난다. 특히 인문학에서 두드러지는데, 대체로 사람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입문서가 가장 많이 출간됐다. 알라딘이나 교보에서 '마르크스', '프로이트', '니체'를 검색하면  1000권이 넘는 책들이 뜬다. 알라딘 검색창으로 확인해 보면 프로이트 1999권, 마르크스 3213권, 니체 780권 정도.

 

그리고 이 3명은 지속적으로 계속 출간되고 있다. 누군가가 의심의 3대가로 명명한 이후 인문학에서 이들의 인기는 가히 치명적이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지 않으면 안 되는 필수코스 쯤 된다.

 

그런데 초심자들은 관련 입문서들이 넘쳐나고 있어 어떤 책을 읽어야 좋을 지 모른다. 어떤 책이 한 사상가의 사상을 쉬우면서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 주는지 잘 모른다는 거. 기대감을 잔득 갖고 <프로이트>라는 타이틀을 단 입문서를 구입해 펼쳐보았는데, 핵심 이론 소개는 없고 그냥 그가 살았을 당시의 소소한 일상과 당시 시대 상황만을 나열한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실제로 겪었던 일이고 지금도 역시 심심찮게 겪고 있는 일이다.

 

그래서 한 권으로 읽는 최강 입문서를 누가 추천해 주거나 우연히 서점에서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내가 알고 싶은 것만 콕콕 집어 알려주니 입문자로서 여간 고마운게 아니다. 그런데 이런 걸 알려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고, 또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기란 가뭄에 콩나듯 하니 정말 답답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나와 같은 사람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 입문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입문서를 소개해 볼까 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다.ㅎㅎ

 

우선 1빠로 의심의 3대가 중 한 명인 프로이트를 택했다. 마르크스는 사회학과 경제학에서 더 많이 연구되니 프로이트부터 가기로 한다.

 

한권으로 프로이트를 가장 잘 정리할 수 있는 책은 어떤 게 있을까? 알라딘에서 프로이트로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뜨지만 입문서 겪인 책들을 추려보면 다음의 10여 권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도 가장 쉬운 책을 꼽자면 <30분에 읽는 프로이트>와 김영사 하룻밤 지식여행 시리즈인 <프로이트>일 것이다. 뭐, 이 두 권으로도 충분히 사상가이자 심리학자인 '프로이트'를 스케치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시공로고스 총서 중 한 권인 <프로이트>와 캘빈 홀의 <프로이트 심리학>을 강추한다. 두 권 중 홀의 책은 워낙 유명하고 또 쉬운 프로이트 입문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프로이트 심리학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정말 필독서다. 입문서로도 최적이라 할 수 있겠다.

 

 

 

 

 

 

 

 

 

좀더 심도 있는 내용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시공로고스 총서인 <프로이트>를 꼭 보시길 추천드린다. 프로이트 전집을 읽을 계획이라면 충분한 가이드라인을 해 줄 수 있는 출중한 책이다. 번역이 약간 거칠게 돼 있는 점만 빼면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프로이트 입문서 중에서 가장 빼어난 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프로이트 전집을 읽을 시간이 없는 분들은 이 한 권으로 기분좋게 정리할 수 있겠다. 아쉽게도 지금은 절판이다. 다시 출간되기를 희망하는 책 가운데 하나다. 아쉬운대로 도서관에서 대여하여 볼 수 있다. 사실 이 한 권이면 프로이트 입문은 족하다.

 

도서관에서 시공사 <프로이트>를 빌려보기 귀찮은 분들이라면, '하우투' '30분' '하룻밤' 시리즈의 <프로이트>에다가 아래 책을 같이 보면 부족한 부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듯하다. 한 권으로 끝내지 못하고 두 권을 봐야 하지만 그래도 알찬 '프로이트'입문이라 할 수 있겠다. 단, 선영사의 <정신분석 입문>은 분량이 좀 된다. 하지만 프로이트가 직접 들려주는 자신의 '정신분석 입문' 강의다. 쉽고도 알차고 밀도도 있다.

 

 

 

 

 

 

 

 

뭐, 선영사의 <정신분석 입문>과 시공사의 <프로이트> 조합이라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다. <끝>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다붐 2015-07-2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분야의 책에 대한 정리 글 굉장합니다. 종종 들리겠습니다.~

yamoo 2015-07-30 22:15   좋아요 0 | URL
헐~ 알라딘에는 더 굉장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 서재를 찾아서 종종 들어가시면 더 놀라실 거 같아묘~^^

이런 글도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ㅁㄴㄹㄴ 2018-10-04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해요 캘빈 홀 꺼 먼저읽어봐야겠어요ㅎㅎ
 
내가 공부하는 이유 - 일본 메이지대 괴짜 교수의 인생을 바꾸는 평생 공부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오근영 옮김 / 걷는나무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에서 스포츠 여왕이라고 회자되는 사람 중 하나. 전 여자 탁구 대표팀 감독인 현정화. 그녀는 한국 탁구계에서 유남규, 유승민과 더불어 전설로 통한다. 왜냐, 바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이기에.

 

 

다른 종목이면 그러려니한다. 하지만 그 종목이 탁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 종목에는 절대 아성을 쌓은 국가들이 있다. 양궁하면, 대한민국인것처럼, 탁구하면 중국이다. 한국 양국은 세계양국계에서 독보적인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양궁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번도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우승을 놓친적인 없다. 적어도 여자 양궁에서는.

 

 

마찬가지로 탁구는 세계 1위가 중국이다. 70~80년대 유럽과 일본세가 대항마로 반짝 했지만 80년대 중반부터 중국 독주가 시작되었다. 중국을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에서 남녀 종목 대부분의 금메달을 중국 선수들이 독차지 해 왔다. 그 와중에 간간히 중국 독주를 막은 게 그나마 우리나라였다. 특히 중국 여자 탁구는 한국 여자 양궁에 비견될 만큼 극강으로 적수가 없었다.

 

 

이런 세계 최강 중국 탁구계에 덩야핑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르지만 30대 중반 이후 사람들 중 덩야핑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이유는 바로 현정화 때문이다. 현정화가 바로 이 덩야핑이라는 선수를 이기고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한 차례씩 땄기에.

 

 

당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과 같은 큰 대회에서 덩야핑을 이긴 유일한 선수가 현정화였다. 덩야핑은 세계탁구계에서 별명이 마녀로 통했다. 거의 무적이었다. 나가는 대회마다 모든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선수가 바로 덩야핑이다. 그녀가 세계대회에서 받은 금메달 수만 18개이고, 국내외 대회에서 우승한 횟수는 무려 132회나 된다.

 

이런 선수 앞에서 현정화도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수 많은 작고 큰 대회에서 현정화는 덩야핑을 만났다. 하지만 맨날 졌다. 1세트라도 따면 다행이었다. 역대 전적이 아마도 내가 기억하기론 20여 패 정도 됐다. 딱 2번 이겼는데, 그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결승 이었다.

 

 

개인적으로 탁구를 매우  즐겼기 때문에 당시 대부분의 큰 대회 영상은 녹화를 떠서 보곤 했다. 내가 생각한 덩야핑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선수였다. 150 센티도 안 되는 키에 상대를 압도하는 눈매와 높은 스카이서브는 당시 모든 선수를 두려움에 떨게했던 덩야핑만의 전매특허였다. 빠르기는 얼마나 빠른지 도저히 칠수 없는 코스로 공을 보내도 그녀는 단숨에 따라잡아 이겼다고 여긴 상대선수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곤 했다.

 

 

세계탁구를 평정하다시피 한 그 덩야핑도 부침을 겪었다. 키가 너무 작아서 중국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중국 대표로 선발하기를 꺼렸다고. 하지만 무서운 스피드를 발판으로 자기만의 색깔로 무장하여 결국 중국 대표 선발전에서 1등으로 통과했다. 그렇게 하기까지 그녀가 흘러야했던 좌절과 노력은 아마도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것이다.

 

그리고 스포츠는 항상 결과로 보여지기에 그녀가 어떻게 노력했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오직 세계 최고라는 신화만 회자될 뿐이다. 모든 스포츠 스타가 마찬가지겠지만 그녀도 시간과 함께 추억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그녀의 이름은 간간히 탁구 중계에서나 들을 수 있을 뿐, 그녀가 현재 뭘 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가 현재 뭘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그런데, 그녀의 근황이 소개된 책이 있어 내 관심을 끌었다. 스포츠와 관련된 책이 아닌 공부에 관한 책이라서 매우 신선했다. 일본의 괴짜 교수로 널리 알려진 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걷는 나무, 2014)라는 신간에서 였다. 한 달 사이에 6쇄나 찍었다. 읽어 보니 좋은 내용이 참 많았다. 자게서로 분류될 수 있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저자의 박식함과 독특한 이력이 개성과 맞물려 알찬 내용들이 줄줄 쏟아진다. 무엇보다 권위적이고 고리타분하지 않아 좋다.

 

그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덩야핑의 근황은 한마디로 압권이었다.

 

나는 신문에서 그녀의 소식을 다시 접했다. 그녀가 영국의 켐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소식이었다. 어린 시절 탁구 연습만하느라 제대로 공부할 시간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켐브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딸 수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운동을 그만둔 뒤 중국 칭화대에 특기자로 입학했다고 한다. 그 당시 알파벳도 제대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영어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지독한 노력 끝에 졸업을 하고 영국으로 유학까지 떠난 것이다. 그녀는 켐브리지대학 800년 역사상 세계 정상급 운동선수 출신으로는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 됐다. (p216)

 

켐브리지 800년 역사상 엘리트 운동선수 출신으로 최초의 경제학 박사.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공부좀 한다는 사람들도 따기 어렵다는 영국 켐브리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운동만 한사람이 땄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나따위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중국에서도 나처럼 많이 놀란 사람이 많았나 보다. 그래서 한 기자가 지커닷컴[인민일보 계열 검색엔진] 총경리(CEO)로 변신한 그녀에게 "탁구와 박사 학위, 그리고 비즈니스 가운데 무엇이 가장 쉽고, 무엇이 가장 어려운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세상에서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안 되는 일도 없다." (p217)

 

 

역시 탁구 마녀다운 답변이다. 안 되는 일도 없지만 불가능한 것 같은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노력, 그 지속적인 노력이 그녀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저자가 평생 공부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자세인듯하다. 그래서 마지막 장에 이 에피소드로 대미를 장식한 것 같다.

 

 

사실 이 책에는 평생 공부로서 득이 되는 말들과 사례들이 꽤 많다. 책을 읽으면서 줄도 많이 쳤다. 특히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는 멈춰서 음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만의 개성, 바꿔 말하면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강점을 갖는다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강력한 무기를 하나 얻는 것과 같다. 누구도 회사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게 살다가는 오래 버틸 수도 없다. 하지만 평생 공부를 하다 보면 오랜 시간 공부가 내 안에 쌓여서 누군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지식 세계, 나만의 아우라가 생긴다. 그게 바로 긴 인생을 살아야 하는 우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소가 아닐까. (p107)

 

하지만 덩야핑의 사례만큼 강렬한 에피소드는 없는 듯하다. 6페이지에 걸쳐 있는 덩야핑 에피소드를 읽는 것만으로도 책값은 하는 책이다.

 

 

 

[덧글]

저자의 관심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이 자극받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분명히 자게서로 분류될 수 있는 책이지만 결코 식상하지 않고 가볍지 않다. 더군다나 평생 인문학자로 살아온 교수가 인생의 선배로서 들려주는 자기체험적인 글이기에 솔직함과 학자로서의 아우라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몇 자 적어봤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amoo 2014-10-2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어제 교보가서 이 책이 들어가는 입구에 싸여 있어 보니, 벌써 12쇄...ㅎㄷㄷ
예상을 깨고 선전하는 중..ㅎ

카알벨루치 2018-07-1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덩야핑 대단하네요! 우아~공부하는중이라 다카시의 이 책은 내가 읽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도서관에 어제 반납했었는데. 배울게 없는 책은 없네요!

young026 2019-06-03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정화는 덩야핑에게는 이긴 적이 없습니다. 올림픽 우승(단식은 아니고 복식)은 덩야핑이 국제무대 데뷔하기 전이었고 93년 세계선수권 우승은 덩야핑이 초반 탈락했을 때였죠. 결승 상대는 88년 올림픽 단식우승자였던 천징이었습니다.
 

이룸 출판사에서 아주 야심차게 기획하여 출간한 철학 총서가 있다. 이름하여 [누구나철학총서]. 이 총서 기획이 얼마나 거창했는지는 발간사에 확연히 들어나 있다. 동서양의 주요철학자 100명의 사상을 총 100권으로 담는 실로 엄청난 작업을 2003년에 기획한 것이다!

 

일단 얼마나 가열차게 기획했는지는 발간사가 웅변적으로 대변해 준다. 발간사가 무려 4페이지에 이른다. 어느 정도로 삐까번쩍한지 혼자 보기 아까워 전문을 옮겨 본다.

 

 

누구나 철학 총서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네덜란드에서는 한때 바니타스라는 정물화가 유행하였다. 허망함과 무상함을 나타내는 바니타스는 사물의 생명감이나 정돈된 배치를 보여주는 여느 정물화와 달리 죽음과 소멸이라는 부정적이고 불쾌하기까지 한 이미지에 치중한다. 해골이나 곰팡이가 낀 치즈,썩은 사과 등이 즐겨 사용된 이미지들이었으니 그 그림의 음산한 분위기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철학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생동감 있는 정물화가 아닌 소멸하고 있는 바니타스의 모습일 것이다. 아니, 철학뿐 아니라 인문학 자체가 바로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사실 바니타스의 화가들이 사물의 어둡고 무상한 측면을 부각시킨 것은 생명에 대한 또 다른 직관에 기초한 것이었다. 부패와 죽음은 감추고 싶지만 결국은 떨쳐버릴 수 없는 현실의 또 다른 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과거에 마치 학문의 제왕인 듯 행세하던 철학과 인문학의 죽음이 오늘날 당연시되고 희화화되기도 한다. 클릭한 지 3초만 지나도 자신이 원하는 사이트에 링크가 되지 않으면 바로 중지시키고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는 초감각적인 새대들에게 철학이나 인문학은 결코 매력 있는 학문이 아닐 것이다. 시간을 두고 끈기 있게 달라붙어야만 겨우 개략적인 의미만을 파악할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터득한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학문으로 비춰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인 사실은 바로 이런 상황이 철학의 가치를 더 크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디(ID)로만 통용되는 가상의 현실 속에서 경험하는 주체들의 혼란과 자아 정체성의 문제, 매트릭스에 의한 가상현실과 지식의 한계, 혹은 그 기초의 문제 들에 봉착하면서 우리는 다시 가장 근본적인 철학적 의문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철학이 무용화되는 시기에 오히려 철학적인 담론들이 가장 번성하였다는 역사적 사실만 보더라도 오늘날 철학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쉽사리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철학총서'는 바로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총서의 이름에 그다지 학술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누구나'는 이중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먼저, 청소년을 포함하여 성숙한 사고를 시작하거나 이미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한번은 접해보아야 하는 철학총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또한 고등학생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난해하지 않은 철학책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반영하고 있다. 엄청난 속도와 순발력이 필요한 이 시대에 그와 정반대되는 느림의 미학만을 고집하는 딱딱한 총서를 고집하는 것은 이 총서의 의도와 어긋난다.

 

 본 청소는 다음과 같은 면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본 총서는 동서양의 주요 철학자들을 거의 총망라하는 대규모의 총서이다. 동서양의 주요 철학자 100명의 사상을 총 100권으로 담는 그 규모에서 볼 때 지금껏 유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산술적 수치에서 갖는 규모의 의미보다 본 총서는 동서양의 주요 사상가들을 모두 다루고 있다는 데서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시도가 될 것이다. '누구나철학총서'는 서양의 사상가 60명과 한국, 중국, 인도의 사상가 40명에 대한 소개로 이루어질 것이다. 역사적 범위로 볼 때 소크라테스나 공자로부터 로티와 들뢰즈 혹은 풍후란에 이르기까지 현재까지도 활동하고 있거나 주도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상가까지 포함된다. 특히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반드시 소개해야 할 가치가 있는 사상가들 역시 대거 포함된 것도 본 총서만이 가지 강력한 장점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본 총서의 모든 필자가 국내 학자라는 사실이다. 본 총서는 국외 저자의 원저에 대한 번역물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필자들은 모두 해당 사상가들을 전공하는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어설픈 번역에서 오는 의사소통의 단절이라든가 비전공자의 무지로 인해 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한껏 줄어들 것이다. 특히 몇 사람을 제외한 필자 대부분이 30대 혹은 40대 소장 학자들이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이 겪을 수도 있을 어려움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해소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점도 큰 장점이 될 것이다.

 셋째,  본 총서는 '누구나철학총서'라는 총서명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들과 일반 독자들로부터 철학을 전공하거나 관심이 있는 전문독자들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철학 총서이다. 주요 개념이나 사상에 대한 설명은 청소년 독자들의 이해 수준에 맞추지만 각각의 책이 담는 내용의 범위는 해당 사상가의 핵심적인 사상과 범위 전체를 덮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이 엄청난 기획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본 총서에 참가한 많은 집필자들이 기획 과정에서부터 출판에 이르기까지 조력을 아끼지 않았다. 본 기획이 첫 결실을 맺기까지 3년이 넘는 준비 기간과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청소년들을 포함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가 '누구나철학총서'를 통하여 철학의 참 맛과 유쾌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위원 박영욱

 

 

이 발간사는 참으로 거창하기만하다. 왜냐면, 지금까지 달랑 5권만 출간됐기 때문이다. 동서양 100명의 사상을 100권에 담는다는 총 3년 간의 준비기간과 이후 10년의 세월이 더 흘렀건만 공자, 맹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헤겔에 대한 책들은 깜깜 무소식이다.

 

 

 

 

 

 

 

 

<로티>와 <비트겐슈타인> 책이 2003년 8월에 제일 번저 출간됐고, 그 다음 해 2월에 <들뢰즈>가 그리고 2004년 8월에 흄이 출간됐다. 이후 출간 소식이 없다가 무려 5년이 지난 2009년 1월에야 지젝이 출간됐다.

 

도대체 지젝은 갑자기 왜 출간한 것이며, 리처드 로티가 왜 1빠였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출간 순서다. 이런 어이없는 순서라니.. 반드시 내야할 사상가는 건너뛰고 로티와 비트겐슈타인, 들뢰즈 흄이라니...어떤 기준으로 출간 순서를 잡았는지 오리무중이다.

 

뭐, 그건 그렇다 치자. 총서의 가장 심각한 부분을 좀 건드려보고자 한다. 내가 본 책은 <들뢰즈>와 <흄>이 전부다. 하지만 일독해보니, 위 발간사의 말 중 "필자들은 모두 해당 사상가들을 전공하는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게 뻥이었다.

 

일단 <들뢰즈>를 쓴 박성수는 전공이 칸트다. 그래서 그런지 들뢰즈의 핵심 저작들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자신의 관심 분야인) 들뢰즈의 영화와 회화 이미지 텍스트로만 책을 구성했다. 들뢰즈에 의해 새롭게 평가된 니체, 스피노자, 베르그송에 대한 그들의 핵심이론들은 다 빠져있다. 그나마 영화와 회화속에서 들뢰즈가 본 베르그송의 논의만 살짝 보일 뿐이다.

 

물론 <로티>, <비트겐슈타인>, <흄>을 쓴 저자들은 모두 해당 철학자의 전공자들이었다. 하지만 <지젝>을 쓴 김현강은 전공이 카프카다. 카프카 전공자가 쓴 지젝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기획위원 박영욱이 "비전공자의 무지로 인해 독자들의 어려움을 겪는 일이 한껏 줄어들" 것이라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발간사의 말은 지켜져야 하는 거 아니가. 아주 강력하고도 확신있게 3년을 준비하여 발간사를 쓴 사람이라면 말이다. 이런 말이 아예 발간사에 없었다면 아무 문제의 소지도 없었겠다. 하지만 이런 걸 발간사에서 밝힌 건 총서 기획의 핵심 컨셉 중 하나라는 건데, 이것을 아주 우습게 버렸다는 데에 실망감이 크다.

 

그리고 똑같은 흄 전공자가 쓴 <흄>은 [누구나철학총서]의 책이 [e시대의 절대사상] 시리즈 <흄>보다 더 어렵게 서술되어 있다. 두 권의 책을 같이 비교해 보았는데, 살림의 절대사상 시리즈가 훨씬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래서 난 살림 출판사 책을 소장하고 이룸 출판사 책을 사지 않았다.

 

 

 

 

 

 

 

만일 이룸 출판사가 이 총서 시리즈를 계속 발간할 계획이라면 철저히 해당 철학 전공자를 선별해서 책을 발간하는 길만이 해결책일 것이다.

 

근데,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 시리즈는 죽었다고 본다. 이 총서 시리즈보다 훨씬 수준높은 총서가 살림 [e시대의 절대사상] 시리즈로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철학총서 기획위원 박영욱이 말한 그대로 말이다. 핵심 동서양 철학자들을 해당 전공자들이 알차게 해설하여 편찬해 낸 총서가.

 

정말 전형적인 용두사미식 기획인듯하여 참으로 씁쓸한 느낌의 총서다. <지젝> 출간 이후 이 시리즈 기획위원들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 읽었습니다. 2014-10-2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총서 중 `비트겐슈타인`을 읽고 총서 명을 검색하다 이 글을 접합니다. 지금은 한 오십권 나왔으려나, 했는데 겨우 네 권이군요. 그리고 그마저 기획의도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니 조금은 씁쓸하네요.
글쓴님의 다른 서평이나 감상들도 꽤나 좋습니다. 좋은 곳을 발견한 듯 해 흡족하네요. 이 흡족함도 결국은 `누구나철학총서`가 가져다 준 것이니, 저에게 이 총서는 나름 `만족스러운`총서가 되겠네요.^^

yamoo 2014-10-22 19:57   좋아요 0 | URL
제 글을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의도하지 않게 편익을 주는 글을 줘서 정말 글쓴 보람이 있네요.^^

2015-08-09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0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케첩 2018-08-1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비트겐슈타인만 읽고 너무 좋아서 다른 철학자 편도 읽으려고 했는데 고려해 봐야 겠어요 ㅋ 하지만 박병철 교수의 비트겐슈타인은 다른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책보다 내용면에서 충실하고 이해하기도 쉬웠어요 개인적으로 이룸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