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오랜만에 철학책...
교양 수업으로 들었던 철학, 심리학 기초 용어들도 눈에 띄어 새로웠다.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읽다 뭐라고요? 싶어 앞으로 다시 돌아가 읽고 오면 또 그럭저럭 이해가 되어 잘 읽고 있다.

나의 집중을 가장 방해하는건 자기 책도 아니면서
밑줄 쫘악---- 참 열심히도 그어놨다.
낙서에ㅡ 나름 요점 정리한 거겠지 ㅡ 이젠 연한 보라색 색연필로다가 그어놓기까지.
비양심도 이 정도면 역대급이다.

낙서한 책 걸러내는 책 반납기 있었음 좋겠다!
그럼 반납할 때 미리 등록한 계좌에서 책값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허술하고 보완할 게 많은 방법이란 거 아는데 책 보면서 이런 생각까지 한다.
그렇지만 난 나대로 또 이런 인간들 때문에 책상서랍에 지우개 세트로 사다놨지...
연필자국 열심히 지우며 읽는다.
완전히 깨끗해지진 않아서 지우고나서도 약이 오른다.
어쩌지... 그냥 사버려???



규율사회의 피안에서

알랭 에랭베르는 오늘날의 인간형을 니체의 주권적 인간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한다. "자기 자신을 닮은 주권적 인간 ㅡ니체는 그러한 인간의 도래를 예고한 바 있거니와ㅡ 은 바야흐로 대중의 현실이 되려는 중이다. 

주권적 인간에게 그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명할 수 있는 상위의 존재는 없다. 그는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소속된다는 원칙에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니체라면 대중의 현실이 되려고 하는 저 인간형을 가리켜 주권적 초인이 아니라 그저 노동만 하는 최후의 인간이라고 했을 것이다. 긍정성의 과잉 상태에 아무 대책도 없이 무력하게 내던져져 있는 새로운 인간형은 그 어떤 주권도 지니지 못한다.  - P27

우울한 인간은 노동하는 동물animal laborans로서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물론 타자의 강요없이 자발적으로 그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 
강조적 의미의 자아개념은 여전히 면역학적 범주다. 그러나 우울증은 모든 면역학적 도식 바깥에 있다. 우울증은 성과주체가 더이상 할 수 있을 수 없을 때 발발한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일과 능력의 피로schaffens- und Könnensmüdigkeit이다. 

아무것도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더 이상 할 수 있을 수없다 Nicht-Mehr-Können-Können는 의식은 파괴적 자책과 자학으로 이어진다.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과 전쟁 상태에 있다.
우울증 환자는 이러한 내면화된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이다. 우울증은 긍정성의 과잉에 시달리는 사회의 질병으로서, 자기 자신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인간을 반영한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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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12-24 0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감, 동감!
우리 동네 도서관으로 오셔요. 밑줄 친 책 아직 한 권도 못 봤습니다. 소싯적엔 많이 봤는데 정말 열 받습지요. -_-

은하수 2024-12-24 05:54   좋아요 1 | URL
저도 가고 싶네요
밑줄 하나 없는 깨끗한 책 도서관으로요^^
도서관 리모델링은 하면서 왜 책은 폐기하고 새로 구입하지 않는 걸까요. 요즘 리모델링했대서 가보면 환경이 넘 좋은데거리는 멀고 ... 근데 책은 예전책 그대로더라구요.
그럼 그게 진정 리모델링한거 맞는건가요? ㅠㅠ

단발머리 2024-12-24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밑줄 그은책 많이 봤어요. 전 그것보다 더러운 책을 더 싫어하지만요 ㅠㅠㅠ
저희 동네는 아주 옛날 책은 폐기하긴 하더라구요. 그래도 진짜 책보다는 환경이 더 깨끗하기는 해요.

은하수 2024-12-24 14:21   좋아요 1 | URL
저희 동네도 오래 된 도서관이라 오래된 책이 많아요. 일단 크키가 넘 작구요. 내년부터 리모델링한다니... 그나마 제일 가까운 곳인데...걱정이 태산이예요 ㅠㅠ
환경은 좋아지겠지만이 기회에 책도 좀 새로 구할수 있는거는 바꾸면 얼마나 좋을까요,..
뭣보다 책을 깨끗이 보고 반납하는게 젤 중요하겠지만요^^
 

우리 모두는 늑대보다 영장류에 더 가깝다고 나는 생각한다. 현재 우리들 대부분에게는 늑대의 모습이 거의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늑대를 멸종시킨 대가는 우리가 치러야 한다. 결국 영장류의 계략은 헛된 것이 될 터이므로. 제 꾀에 제가 넘어가서 영장류의 운도 다할 것이다. 그 후에야 비로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달을 것이다. 우리의 계략과 영민함과 운이 충만할 때가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이 다했을 때 남은, 혹은 버려진 우리 자신을 말이다. - P22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나는 내가 왜 그토록 브레닌을 사랑했는지, 또 녀석이 떠난 지금 이 순간 왜 그토록 그리움에 몸부림치는지를 깨달았다. 브레닌은 나에게 정규교육이 가르쳐 주지 못한 것, 즉 고대의 영혼 속에 살아 있던 내 안의 늑대를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가끔 수다쟁이 영장류 대신 내 안의 과묵한 늑대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 책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 늑대를 대변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이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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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지옥.연옥.천국 귀스타브 도레 삽화 수록본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귀스타브 도레 그림,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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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신곡』을 읽었구나! 이런 느낌이 먼저였고, 무시무시한 지옥 편을 거쳐 아직 끝나지 않은 지옥인 연옥 편, 그리고 대망의 천국 편을 차례로 읽어나갈 땐 무신론자인 나도 믿음이 솟아나는 듯한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아름다운 대서사시를 남긴, 천국의 ‘단테‘를 위해 잠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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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22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심히 연옥 읽는 중입니다!!

은하수 2024-12-22 22:44   좋아요 0 | URL
끝까지 힘내세요^^
천국 편 읽는데... 문지 모를 감동과 벅차오르는 감정이 있더라구요.
어제부터 집중해서 읽고 싶어졌어요.
감동이었습니다!

그레이스 2024-12-23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래서 신곡을 읽나봐요
천국편은 신화와 성경적 지식이 필요해서 각주를 자주 보게 되실듯요^^

은하수 2024-12-23 09:36   좋아요 1 | URL
네 정말요~~
각주 안보곤 못 넘어가요~~
그래도 예전에 성경 조금 읽었다고 천국의 마지막 하늘이 가까워올수록 기대되는 인물들이 있잖아요. 너무 기대하며 읽게 되는 마법이...
감동이었습니다~~^^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귀스타브 도레

하... 드디어 다 읽었다!

천국 편 제 33곡

조금이라도 저의 기억으로 되돌아가고
조금이라도 이 시구들에서 울려 나와
당신의 승리를 더 잘 깨닫게 해주소서.
75

그 생생한 빛살에서 겪은 날카로움 때문에,
만약 내 눈을 그분에게서 돌렸더라면
나는 분명 눈이 멀어 버렸을 것이다.
78

그래서 지금 기억하건대, 좀 더 대담하게
나는 내 눈길을 유지하였고, 그리하여
마침내 무한한 가치에 이르게 하였다.
81 - P1064

오, 넘치는 은총이여, 그 덕택에 나는
영원한 빛에게 시선을 고정하였으니,
내 모든 시력은 거기에 소진되었노라!
84

그 심오함 속에서 나는 보았노라,
우주에 흩어져 있는 모든 것들이
사랑에 의해 하나로 묶여 있는 것을.
87

실질들과 우연들, 그리고 그 속성들이
모두 융합되어 있었으니, 지금 말하는 것은
단지 한 줄기 초라한 빛에 지나지 않는다.
90 - P1064

나는 그 결합의 우주적 형상을 보았다고
믿는데, 지금 이런 말을 하는 동안에도
더욱더 커다란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93

그 순간이 나에게는, 아르고의 그림자를
포세이돈이 깜짝 놀라 바라본 위업 이후
25세기가 흐른 것보다 깊은 잠이었다.
96

그렇게 나의 마음은 완전히 정지된 채
꼼짝 않고 주의 깊게 응시하였는데,
응시할수록 더욱더 불타올랐다.
99 - P1065

그러한 빛 앞에서는 거기에서 눈을
돌려 다른 것을 바라본다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102

의지의 대상이 되는 선이 모두 그 안에
모여 있어, 거기에서 완전한 것도
그곳을 벗어나면 불완전한 것이 된다.
105 - P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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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트렁크 1 창비 국내문학 큰글자도서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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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고... 기분 나쁜 전개이지만 나쁜 놈이 어찌 죽는지 궁금해서 계속 읽어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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