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의 추억Memories of Youghal

그는 당시에 5개월 된 아기에 불과했기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까만 철문과 그 문에 얹고 있던 자신의 손그리고 포드 모델 T를 몰고 문밖으로 나가던 숙부의 모습이었다. 이 영상은 땀에 흠뻑젖은 숙부의 안경 쓴 얼굴과 더불어 햇살 속에 잠겨 있었다. 그는 햇빛이 자동차의 흐릿한 검정색 페인트칠 위에서 여전히 빛나고있는 것만 같다고 미스 티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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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고통에 빠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때로 워커는 지독한 무력감에 빠졌다. 회복기 군인들 중 예배에 참여하는 인원또한 실망스러울 만큼 소수였다. 하지만 설교는 군인들에게 외면받았을지 몰라도, 워커가 만든 정원은 관심을 끌었다. 7월 중순에는 이렇게 썼다. "정원에는 이제 꽃들이 화려하다. 완두콩 첫 줄은 다 자랐다.
피 흘리는 군인들이 큼직한 콩깍지를 보고 기뻐한다. 그린토마토와작은 호박도 열렸다. 예쁜 당근들도 생겼다." 워커의 정원은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칭찬을 받았다. 의무대 대장 앤서니 볼비 경이 칭찬하자워커는 특히 기뻤다. "볼비 경은 내 꽃들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렇게 큰 콩과 완두를 키웠으니 수훈 보고서에 내 이름을 올리겠다고 말한다." - P208

8월에 영국이 진격한 뒤, 워커는 동료 한 명과 함께 하루 휴가를내서 처음으로 전장이었던 곳을 방문했다. "아, 그 광경. 수많은 사람이 끝도 없이 흩어져서" 얼마 전까지 무인 지대였던 곳을 덮고 있었다고 그는 기록했다. "여기 펼쳐진 것은 전쟁의 거대함... 완전한 파괴의감각이다. 교외 지역 땅 몇 킬로미터조차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괴되었다." 그들은 더 걸어서 새로 점령한 지역에 들어갔다. "독일군 참호는 무너져서 흙과 가시철망 더미가 되었다. 지뢰 때문에 파인 거대한구덩이들이 작은 호수와 언덕을 만들었다. 벽돌과 모르타르가 진흙과 멋대로 섞인 곳이 프리쿠르다. 가지를 잃은 창백한 나무들이 부서진 채로 서 있는 곳이 마메츠다." - P208

독일 참호 일부는 습격에도 살아 남았다. 워커와 동료는 참호에들어가 보았다. 참호 안은 ‘스위스 농가‘처럼 목재로 안을 덧대고 카펫과 작은 침대를 놓아, 놀라울 만큼 가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참호바깥에도 돌본 흔적이 있었다. 두 사람은 "앵초, 덤불, 장미를 통, 꽃틀, 화분에 담아둔" 정원을 발견했다. 워커가 사상자 구호소에 만든 정원은 전선 뒤쪽에 있었는데, 이 정원은 전장 한복판에 있었다. - P209

놀라워 보이지만, 참호 정원은 그렇게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양측군인 모두가 만들었다. 미국 기자 
카리타 스펜서는 벨기에 이프르 근처 드판의 전쟁 지역을 방문했을 때 영국 군인들의 원예 활동을 목격하고 기록했다. 어떤 사람들은 참호 뒤쪽에 작은 정원을 꾸렸다. "처음에는 작은 텃밭이 생기고, 그 옆에 아름다운 것을 가꿀 화원이 생기고, 그 옆에 작은 묘지가 생기고, 그렇게 반복되었다." 스펜서가 썼듯 "포탄이 날아드는 곳에" 살면 "삶과 죽음이 새로운 관계를 취하게 된다. 죽음은 언제라도 올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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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리 오코너> 절름발이가 먼저 올 것이다.
후회는 언제해도 늦는 법! 아내를 읺은 슬픔이 아무리 커도 10살 아들보다 더 할까...
아들을 방치하고 동네의 문제 소년에게 자신의 이타심을 시함해보려 하다가 뒤늦게 자신이 아들을 방치하고 있었단 깨달음에 도달하지만 아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실 결말이 뭔지 명확하지 않다. 환상소설도 아닌데 해석불가 상징이라니..!
거의 모든 단편이 긴장감 속에 사건이 진행된다. 이제 마지막이 얼마남지 않았다.

셰퍼드는 총에 맞았지만 금방 쓰러지지 않는 
사람처럼 몸을 살짝 굽힌 채계속 서 있었다. 그러다 잠시 후 돌아서서 아까 앉았던 의자로 돌아갔다. 눈을 감으니 존슨이 경찰서에서 기자들에 둘러싸여 거짓말을 늘어놓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 자신에게 질책할 건 아무것도 없어." 그가 중얼거렸다. 자신의 행동은 이타적인 것이었다. 그의 목표는 존슨을 구해서 번듯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평판도 희생했고, 자기 아이보다 존슨에게 더 정성을 기울였다. 불쾌함이 악취처럼 공중을 떠돌았고, 마치 자기 입 냄새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나한테 질책할 건 아무것도 없어." 그가 다시 말했다. 그 목소리는 건조하고 까칠했다. 나는 내 아이보다 그 아이에게 더 많은 정성을 기울였어. 그는 갑자기 공포에 사로잡혔다. 소년의 즐거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는 악마에 사로잡혀 있어요.

"나한테 질책할 건 아무것도 없어. 나는 내 아이보다 그 아이에게 더 많은 정성을 기울였어." 그가 다시 말했고, 그 목소리는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는 그 문장을 소리 없이 다시 말해 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천천히 색깔이 사라졌다. 백발 머리에 둘러싸인 얼굴이 거의 잿빛이 되었다. 그 문장이 머릿속에 울렸고, 음절 사나하나가 둔중한 타격처럼 그를 강타했다. 입술이 뒤틀렸고, 그는 깨달음에 눈을 감았다. 
노턴의 쓸쓸한 얼굴이 떠올랐다. 슬픔을 있는 그대로 다 볼 수 없다는 듯 왼쪽 눈동자가 바깥으로 살짝 기운 모습. 그는 자신에 대한 명백하고 강렬한 혐오로 심장이 조여들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는 스스로의 공허를 채우기 위해 폭식가처럼 거기 선행을 욱여 넣었다. 스스로에 대한 환상을 충족하기 위해 자기 아이를 방치했다. 그는 심장을 측정하는 명석한 악마가 존슨의 눈으로
자신을 조롱하는 것을 보았다.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쪼그라들어서 모든 것이 캄캄해졌다. 그는 마비감과 공포감에 휩싸여 앉아 있었다.

망원경을 보느라 등과 귀밖에 보이지 않던 노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는 마구 손을 흔들었다. 아이를 향한 고통스러운 사랑이 밀려들면서 그에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았다. 아이의 얼굴이 달라졌다. 구원자의 이미지, 눈부신 빛의 이미지였다.  그는 기쁨에 신음했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갚아 줄 것이다. 다시는 아이를 힘들게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의 어머니와 아버지가될 것이다. 그는 벌떡 
일어나 아이의 방으로 달려갔다. 아이에게 입을 맞추며 사랑한다고, 다시는 너를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할 것이다.

노턴의 방은 불은 켜져 있지만 침대는 비어 있었다. 그는 돌아서서 다락방으로 올라갔고, 계단 꼭대기에서 구덩이에 빠질 뻔한 남자처럼 비틀거렸다.
삼각대는 쓰러지고 망원경은 바닥에 뒹굴었다. 그 몇십 센티미터 위의 그림자 정글 속에 아이가 매달려 있었다. 아이는 거기 매달린 채 우주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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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들 세리프
캐슬린 제이미 지음, 장호연 옮김 / 빛소굴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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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제이미, 작가가 시선을 둔 곳은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들이 아니다. 고래, 고래의 뼈, 가넷, 줄노랑얼룩가지나방, 쇠바다제비, 그리고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뜻밖의 시공간 무인도 군도들... 작가만의 개성적인 언어와 감성, 통찰이 돋보이는, 아름답게 변주된 멋진 산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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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4-05-1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았습니다. 글이 데려다 주는 곳, 감성, 온유한 필체까지도 특히 좋더라구요. 은하수님 리뷰로 만나니 반갑네요.

은하수 2024-05-15 22:30   좋아요 1 | URL
양장본으로 재출간이 되었나봐요. 작가의 시선, 생각, 문체 넘 좋아서 저도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어요~~^^
 

로나에 대하여
이제 다시 범고래와 만났다. 고래와의 만남은 매번 놀랍다.


로나에 대하여
날이 이미 밝은 어느 아침, 내가 대야에서 머리를 감고 있을 때스튜어트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침 일찍 북쪽 사면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언덕 꼭대기에서 소리를 지르며 바다를 가리켰다. 바람의 방향이 밤사이에 살짝 바뀌었고, 바다는 하얀 파도가 살짝이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별다른 것이 없어 보이던 순간-나는수건을 꽉 움켜쥐었다가넷 한 무리, 열에서 열두 마리가 섬으로부터 반 마일 떨어진 곳에서 빠르게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새들의 날개는 햇빛을 받아 파파라치의 카메라불빛처럼 느리고 하얗게 깜빡거렸다. 그것이 내가 처음 목격한 모습이었다. 가넷은 흐느적거리고 축 처져서 독특한 방식으로 날았다.
그리고 평소와 같은 화살 대형이 아니라 물 위에 낮게 무리지어 있었다. - P223

우리는 숨을 헐떡이며 폴 소사텀Poll Thothatom 이라고 하는 좁은 만의 절벽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우리가 배를 타고 온 곳이었다. 급경사였지만 목이 부러질 걱정 없이 물가로 뛰어들 수 있는 순한 비탈이 하나 있었다. 이제 만의 입구에서 바다가 뒤로 넓게 펼쳐진 가운데 다섯 개의 까만 지느러미가 수면을 갈랐다.
범고래였다. 지느러미가 햇빛에 반들거렸다. 
길고 똑바른 수컷의 지느러미가 하나, 나머지 넷은 길이가 더 짧고 구부러졌다. 가넷은 이미 꽁무니를 뺐다. 범고래가 천천히 서로를 돌고 있었다. 이따금씩 조용히 물을 뿜으면서 등 부위가 수면으로 올라와 고리 모양의 산호섬처럼 보이기도 했다. 전략을 짜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듯보였다. - P224

파도가 여전히 희미하게 바위를 쓸고 지나갔다. 물과 바위가 만나는 바로 그곳에서 네 마리 범고래가 일렬로 정렬해 있었다. 흥분한 상태였는데도 내가 그들을 바라보는 방식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 눈 앞에 정말로 커다란 네 마리 범고래가 있었다. 하지만 흑백의 얼룩덜룩한 제복에서 뭔가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눈 뒤에 있는 흰색 부위였다. 저주의 눈길을 돌리는 거울이나 부적처럼 그 부위가 쳐다보는 시선을 왜곡하는 것 같았다. - P225

범고래가 서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섬에 딱 붙어서 윤곽선을 따라 돌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도 위에서 그들의 뒤를 쫓았다. 또다시나는 범고래를 뒤쫓아 절벽 꼭대기를 달리고 있었다. 또다시! 작년에 셰틀랜드에 갔을 때랑 똑같았다. 그때는 내 친구 팀이 옆에 있었다. 우리는 이보다 훨씬 높은 절벽을 따라 달렸다. - P225

우리는 범고래 네 마리가 섬 전체를 한 바퀴 돌려고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들이 시어풀의 가장자리를 돌아 섬의 서쪽으로 올라올 터이므로 우리 세 명은 그랑프리 대회의 관람객처럼 지름길을 택해 섬에서 가장 높은 언덕까지 질주한 다음 가파른 북쪽 사면으로 황급히 내달렸다. 그곳에 또 하나의 좁은 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섬을 거의 두 쪽으로 쪼갤 정도로 무척이나 긴 만이었다. 그곳으로 가면 빠르게 내달리는 범고래를 다시 볼 수 있다. - P227

목구멍 위로 위산이 올라오고, 피 맛이 느껴지고, 잔디밭과 하늘이 번쩍하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갑자기 내 몸뚱어리가 동물의몸임을 새삼 깨달았다. 근육과 신경으로 이루어진 존재. 범고래도다를 바 없었다. 위압적인 동물의 몸으로 얼룩덜룩한 흑백을 걸치고우리를 완전히 압도한다. 우리는 시간에 딱 맞게 도착했다. 범고래가 뾰족한 곳을 전속력으로 돌아 저 아래 만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솜털오리eider duck 두 마리가 놀라 달아나는 가운데 범고래는 질주를멈추지 않았다. 또다시 그들이 물속에서 솟구칠 때 내가 똑바로 보았지만, 또다시 눈 뒤쪽의 흰색 부위가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흑백은 마술사의 옷이다. 관객을 미혹시키고, 손장난으로 물건을 사라지게 한다.
- P227

잠깐, 우리는 수컷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뒤에 혼자 남겨진 수컷 말이다. 아래에 있는 좁은 만을 내려다보았는데 그곳에 녀석이있었다. 절벽을 돌아 만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까만 등지느러미가물살을 가르는 모습이 마치 쟁반에 담아 균형을 잡으려는 듯 보였다. 헤엄칠 때 지느러미가 한쪽으로 기우뚱했다.
이번에는 우리 셋이 말없이 서 있었다. 뭔가 달랐다. 다른 종류의 긴장, 국부적이고 특별한 긴장이 흘렀다. 속도감 넘치고 활기찬 암컷 뒤에 온 이 녀석은 고독한 기운을 풍겼다. 암컷들이 자기들 할일을 하는 동안 예의상 뒤로 물러나 있었던 모양새였다.
그런 그가 이제 나섰다.
- P227

우리가 가져온 필수품에 와인이 많아서 그날 저녁 우리는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했다. 나는 첫 번째 녀석이 몸을 돌리고 옆구리로 바위의  풀들을 맛보는 듯했던 장면이 생각났다. 그제야 땅의 냄새를 맡은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고래목은 냄새를 맡지 못한다. 개와 달라서 냄새를 맡는 기관이 없다. 그들은 고작 20야드 떨어져 있었지만 우리와 다른 감각 세계에 살았다. 나는 인간의 잣대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 P230

피가 없었다. 우리는 피투성이 상황에 대비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바다표범은 진짜 습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까? 그들은 범고래가 자신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었을까? 주위에 바다표범이 많았는데, 범고래는 어떤 녀석도, 외로운 몽상가도 취하지 않았다. 한가하게 빈둥거리는 녀석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다. 마술지팡이를 휘두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일이지? 그저 재고품을 확인하는 차원이었을까? 요란하게 몰려와 찬장의 문을 쾅 열고는 뭐가 있는지 알아본 것일까? 아니면 더 그럴듯한 추정으로 어쩌면 연습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두 어미가 자식들을 범고래의 방식으로 훈련시키는 광경을 본 것이다. 잘 보고 따라해. 
이렇게, 이렇게.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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