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나경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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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공룡(어룡)화석을 발견한 의지의 어린 소녀 메리 애닝, 그리고 메리의 진가를 알아보고 아낌없이 지원한 또 다른 여인 엘리자베스 필풋. 두 여인의 협력과 경쟁의 서사가 교차하며 그려진다. 경쟁하고 반목하지만 결국 서로에게로 다시 돌아오는 두 여인의 도전의 스토리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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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처녀들
뮤리얼 스파크 지음, 김재욱 옮김 / 앨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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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폭격으로 건물들이 처참하게 부서졌고, 그 가운데 비스듬히 버티고 있는 건물에 ‘5월의 테크클럽‘ 아가씨들의 재기발랄한 일상에 의문을 가지게 되지만 그조차도 시대의 부조리를 향해 날리는 ˝비웃음˝임을.. 그리고 이 일상을 뒤흔드는 불발탄의 위력은 위태한 일상조차 처참하게 날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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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퀴나하크에서

세계 지도를 가져다가(지구본이 더 좋다) 위도 60도선을 찾고 서쪽으로 이동해보라. 셰틀랜드 제도에서 시작하면 바로 북대서양 상공을 날 수 있다. 그린란드 페어웰 곶의 끄트머리 몇 킬로미터를 스쳐가고, 캐나다의 래브라도에 이어 허드슨 밀이 나타날 것이다. 계속 간다. 60도선은 캐나다 매니토바 주, 서스캐처원 주, 앨버타 주,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북쪽 국경을 이룬다. 계속 서쪽으로 가면 알래스카 주가 나온다. 계속 더 가다가 마침내 베링해에 이르면 거기서 멈춘다. 바다를 건너면 러시아고 이제 긴 귀향길이 시작된다.
이 선은 알래스카의 마지막 15킬로미터 지역에서 쿠스코큄-유콘 삼각주를 지난다. 지도를 보면 도로는 없고 녹색 물길과 얼음 녹은 웅덩이들만 보일 것이다. ‘퀴나하크 마을‘은 바로 이 해안, 60도선 바로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다. 카네토크 강이 베링해로 쏟아지는 곳이다. 여름에는 그렇다. 겨울에는 강이 얼고 눈이 높이 쌓인다.
마을 주민은 7백명 가량이고 대부분 유피크Yupik족이다. 이들의 강인 카네토크 강은 유명한 연어 회귀천이다. 카네토크는 ‘새로운 강물 길‘이라는 뜻이다. 이 물기 넘치는 세계에서 강들은 쉽게 경로를 바꾼다. (75쪽)

어느 날 아침, 다른 사람들이 모두 현장으로 떠나고 뒤에 남아있던 내가 어슬렁어슬렁 2층에 올라갔더니 워런이 서류와 청구서가 쌓인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2층에는 창문이 있었고 사각의 창밖으로 고요한 툰드라가 내다보였다. - P95

나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소개하고 가능하면 유피크 생활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했지만, 나 자신도 그 말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유피크 생활은 주변에 가득 펼쳐져 있었다. 강과 땅, 허름한 오두막, 끝없는 쿼드바이크, 새와 베리, 그리고 불그죽죽한 쿠스푸크를 입고 휴대폰으로 통화 ㅡ"하지만 가족이잖아. 가족을 모른 척하면 안 돼."
ㅡ하던 위엄 있는 노부인.
워런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전에도 이런 말을 
들었나? 물론 그랬을 것이다. 유럽인들은 긴 세월 동안 이곳을 식민지로 삼고 이들의 ‘야만적 삶‘을 질타하더니 갑자기 간곡한 자세가 되어 이들이 수렵채집인으로서 자연과 맺은 관계에 감탄을 바치고 있었다. - P95

"우리가 이글루에 안 산다고 말해 주세요."
"네, 그럴게요."
"라스베이거스 사람들은 그랬어요. ‘어? 이글루에 안 산다고?"
"그렇게 말할게요. 겨울이 온화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겨울 말인가요? 작년에는 강 얼음이 두 번만 치면 깨졌어요. 우리는 아무 데도 못 갔죠."
워런은 발굴 작업에 대해 말했다. "우리가 어르신들께 탄원을 했어요. 젊은 세대를 위한 거라고요. 아이들이 우리 문화를 어떻게 알겠어요. 우리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제가 자랄 때 우리한테는 교회뿐이었고 우리 문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발굴이 효과가 있나요?"
그러자 워런의 말투가 누그러들었다.
"결정적이었죠. 작년에는 전통 춤 잔치를 했어요. 
발굴 작업으로 촉발된 거죠. 그거 아셨나요? 
거기서 조상들의 무용 가면들이 발굴되고 있어요. 선교사들은 우리 춤이 악마 숭배라고 했죠! 우리를 세뇌했어요! 백 년 동안 마을에는 전통 의례였던 춤 잔치가 없었어요.
한 교사가 어르신들의 기억을 모으고 다른 마을의 사례를 조합해서춤을 재구성했고 젊은이들이 공연을 했죠." - P96

그는 반항적으로 말했다. "처음 북소리가 울릴 때 목덜미의 털이 쭈뼛 일어섰어요. ‘이걸 되찾았어!‘ 하는 생각이었죠. 저는 요새 사냥꾼들에게 순록 앞가슴 털을 버리지 말라고 해요. 그걸로 여자들이 춤 잔치에서 쓰는 부채를 만들거든요. 백 년 만에 처음으로 그게 다시 필요해졌어요." - P96

한 시간 뒤에도 내 감각은 계속 선명해져 갔다. 아마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아비새 한 마리가 환한 구름 아래를 날아갔다. 
부리에는 가늘고 긴 물고기가 물고 있었다.
그런 뒤 멜리아가 두루미를 보고 나를 불렀다. 우리는 함께 일고 여덟마리의 캐나다두루미가 천천히 날아와서 차례로 땅에 내린뒤 긴 다리로 풀을 헤치고 걷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쯤이면 풀들의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나는 거의 그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겨우 한 시간 동안의 관찰로 이렇게 되었다면 1년, 평생, 천 년은 어떨까? 사람이 한 집단 전체가 얼마나 자연에 조율될 수 있을 것인가? - P128

화자들의 감각이 이렇게 예리한데 어떤 이야기가 ‘진실‘이고 어떤 이야기가 그렇지 않은지 어떻게 알겠는가? 릭은 만약 누날라크 주민들이 여기 돌아온다면-방한 점퍼와 베리 바구니, 피어싱, 문신을 새긴 모습 그대로 자신들의 풍경을 금세 알아볼 거라고 말했다. 풍경이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 P128

생일 파티 이틀 후 나는 저녁을 먹고 빨간 건물 밖으로 산책을나갔다. 그렇게 아름답고 차분한 저녁에 실내의 전등 빛 아래만 있을 수가 없었다.
밖에는 아이들 대여섯 명이 버려진 창고 같은 건물의 지붕에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갔다. 버려진 창고 같다고 했지만 게으른 표현이다. 나는 이제 그 마을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떤 창고에는 어구들이 있었다. 작은 것들은 연어를 훈연하는 훈연장이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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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거 요법 클리닉

그래서, 테마는 기억이다. 템포는 안단테에서 안단테 모데라토. (절제된) 소스테누토. 서두로는 너무 과하지 않게 엄숙하고 두번째 박자가 긴사라반드가 좋을지도 모른다. 바흐보다는 헨델에 가깝게. 엄격하게 반복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도록. 서두에 어울리게끔 절제되고 엄숙하게.
그다음에는 모든 것이 허물어져도 좋다 ㅡ 허물어져야 한다.

1.
언젠가 사람들은 시간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지구가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계산하려고 했다. 17세기 중반 아일랜드의 주교 어셔는 정확한 연도뿐만 아니라 지구가 시작된 날짜까지 계산했다. 기원전 4004년 10월 22일. 그날은 토요일이었다(당연하게도). 어셔가 정확한 시간까지 오후 6시경제시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토요일 오후, 그건 완전히 신빙성 있는 말 같다. 무료한 창조자가 세상을 건설해 곁에 둘동반자들을 만들겠다고 나서기에 토요일 오후만큼 적당한 시간이 또 있겠는가? 어셔는 이 일에 오랜 세월을 바쳤고 라틴어로 쓴 그의 저작은 이천 페이지에 달했다. 애써 글 전체를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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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유리에 비친 모습~~

북극의 여름 저녁 하늘에 나타난 뒤집힌 배 한척!
그 배는 당시에 수평선 너머에 있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끔 이렇게 기이하고 재밌는 글들을 만날 때
너무 행복하다.
캐슬린 제이미의 에세이..
그래서 더 좋아한다.




한쪽은 바다, 한쪽은 들판.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니 반짝이는 바다가 내 창문에 떠올라서 검누런 들판에 겹쳐져 있었다. 그 광경은 금세 사라졌지만 잠시 후 다시 번쩍 나타났다. 땅 위에 은색으로 뻗은 바다. 하지만 몇 초 만에 다시 사라졌다. 나는이 현상이 신기해서 허리를 세우고 앉았다. 왼쪽의 들판이 소나무숲으로 바뀌었는데, 기차가 약간 기울자 바다가 다시 유리에 비쳤고
이번에는 나무들 위쪽에 상이 맺혔다. 눈에 힘을 주면 바다와 나무가 동시에 보였다. 그리고 배도 있었다! 창백한 유조선이 소나무 숲 위쪽을 유유히 항해했다. - P161

<가짜 신부>도 있지만, 하늘에 뜬 배는 나에게 다른 것을 연상시켰다. 윌리엄 스코스비의 글이다. 스코스비는 포경선 선장이자, 포경선 선장의 아들이었다. 그는 열두 살 때부터 여름마다 아버지와 함께 북쪽으로 갔고, 스물한 살에 자신의 배 ‘배핀 호‘를 지휘했다. 하지만 스코스비에게 고래 살육은 지루한 허드렛일이었고, 그가 더 큰 관심을 가진 것은 과학과 발견이었다. 그는 1822년에 북쪽을 항해하면서 여러 지도를 만들고 그린란드 동쪽 해안에서 마주친 이상한 현상들을 자세히 기록했다. 눈송이, 굴절, 무지개, 
신기루에 대한 글이었다. - P162

7월의 어느 화창한 날, 바람이 가볍고 대기의 굴절률이 높을 때 스코스비와 선원들은 놀라운 광경을 맞닥뜨렸다. 하늘에 배 두 척이 뒤집힌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는 그 배들을 알았고, 그것들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15킬로미터 너머의 거리에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로부터 2주일 뒤에 그 현상이 다시 나타났다. 북극 여름 저녁의 투명한 하늘에 배 한 척이 나타났다. 뒤집혀 있었지만 그 모양이 너무도 선명해서 돛 하나하나가 뚜렷이 보였다. 그는 그 배에 아버지의 배 이름을 따서 ‘페임 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배는 당시에 수평선 너머에 있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수평선 너머를 볼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나의 배는 뒤집히지 않고 나무들 위를 항해했다. - P162

메리 스코스비는 남편이 그린란드를 탐험할 때 죽었다. 그가 하늘에 뜬 배를 목격한 그 항해였다. 그는 9월에 배핀 호를 이끌고 머지 강에 들어선 
뒤에야 그 소식을 들었다. 작은 보트가 그의 배로 다가올 때 이미 심상치 않은 기미가 있었다. 배가 가까워지자 보트는 돛을 내리고 승선한 친구들이 모두 침묵했다. - P164

이제 오른쪽에 다시 북해가 나타나고 정박해 
있는 배들이 보였다. 수평선 너머의 석유 굴착 시설과 관련된 배들이었다. 나는 그 배들도 비쳤으려나 얼른 창문을 보았지만 때는 정오였고 빛은 바뀌어있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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