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해. 동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어쨌든 난 옳은 일이 이루어지는 걸 보는게 좋아."

리처의 이 말이 넘 멋지다!
˝옳은 일을 하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신념이 되어도 좋겠다.



체포 작전 전날 밤 식당에서 도미니크 콜이 물었었다. "왜 이런 걸 하는겁니까?"
뭘 묻는 건지 확실히 알아듣지 못했다. "같이 저녁 먹는거?"
"아뇨 헌병으로 일하는 거 말입니다. 뭐든 될 수 있잖아요. 특전사, 정보부, 공수부대, 기갑부대,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을 텐데요."
"자네도 마찬가지지."
"알아요. 그리고 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리처 당신은 왜 이 일을 하는지 알고 싶네요."
누구든 나에게 그런 걸 물어본 건 처음이었다. - P554

"항상 경찰이 되고 싶었어. 하지만 군대는 내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지. 집안 배경도 그렇고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었어. 그래서 군 경찰이 된거야"
"그게 답은 아니고요. 애초에 왜 경찰이 되고 싶었던 겁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난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인 것 같은데, 경찰은 여러 가지를 바로잡으니까."
"무슨 여러 가지요?"
"사람들을 돌봐주잖아. 약자들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그게 다입니까? 약자 보호?"
나는 고개를 저었다. - P554

"아니. 사실 그건 아냐. 나는 약자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어. 그저 센 놈들을 싫어하는 거야.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해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만한 놈들이 싫은 거지."
"그럼 순수하지 않은 동기로 시작했지만 올바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해 동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어쨌든 난 옳은 일이 이루어지는 걸 보는 게 좋아."
"저도 그렇습니다.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해요. 비록 모두가 우리를 미워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나중에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더라도요.  옳은 일을 하는 건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래야만 하는 거죠. 그렇지 않나요?" - P554

"당신은 옳은 일을 했소?" 그로부터 10년 뒤인 지금, 나는 더피에게 물었다.
더피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녀가 답했다.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소?"
"없어요"
"확실하오?"
"100퍼센트."
"그럼 마음 편히 먹으시오. 그게 당신이 바랄 수 있는 최선이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나중에 고마워하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 P555

그녀는 한동안 잠자코 있었다.
"당신은 옳은 일을 했나요?" 그녀가 물었다.
"물론."
우리는 그걸로 끝을 냈다. - P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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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하고 잊고 있었는데...

SF였단걸 까맣게 몰랐다.

그런데 첫 단편부터 뭔가 확 끌리는 구석이 있다.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이 기대된다!


이차선 너비의
고속도로 한 구간

앤디는 열일곱살의 어느 취한 밤 왼쪽 팔뚝에 ‘로리‘라는 이름을 문신으로 새겼다. 전문은 "로리와 앤디 끝까지 영원히"이고 모두 영문 대문자로 되어 있었으며, 가장 친한 친구 수전이 직접 만든 문신 기계로 새긴 것이었다. 수전은그 기계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9볼트짜리 배터리, 또 오래된 DVD플레이어와 볼펜에서 뽑아낸 부품들로 만든 기계였다. 문신은 흉측했고, 새길 땐 죽을 만큼 아팠다. 나중에야 드러난 바 정작 로리는 그 문신을 전혀 고맙게 여기지 않았다. 로리는 대학에 가기 이주 전 앤디를 차버렸다. - P9

사년 뒤 콤바인에 끼어 심하게 훼손된 건 앤디의 오른팔이었다. 어깨와 오른쪽 쇄골, 거기 붙어 있던 팔 전체가 손상됐다. 부모님은 앤디가 의식을 회복하기 전에 결정을 내렸다. 앤디는 새스커툰의 한 병실에서 로봇 팔과 머리에 이식된 장치를 가진 채로 깨어났다. - P10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야." 어머니는 마치 그게 모든걸 설명하기라도 하듯 말했다. 다섯살 난 앤디에게 트럭에 실린 소들이 어디로 가는지 설명할 때 썼던 것과 같은 목소리였다. 어머니는 병실 침대 옆에 팔짱을 끼고 서서 자신의 강한 이두근을 손가락으로 탁탁 두드리고 있었다. 농장으로 돌아가고 싶어 조바심이 난 사람 같았다. 이마 주름과 턱 모양으로 보아 어머니가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말로는 아무리 아닌 척해도 소용없었다. - P10

"의사들이 너의 운동 피질에 전극과 칩을 심었어."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너는 이제 생체공학적인 존재가 된거지."
"그게 무슨 뜻이죠?" 앤디가 물었다. 오른손으로 머리를 만져보려 했지만 손이 반응하지 않았다. 왼손을 사용하자 붕대가 만져졌다.
창가 의자에 앉아 있던 아버지가 ‘존 디어‘ 모자의 납작한 챙에 눈이 가려진 채 말했다. "네가 프로토타입 팔을 갖게 됐고, 그 결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란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지."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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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키스의 말 》제18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수상작은 배수아 작가의 <바우키스의 말>이다.
수상 후보작으로는
문지혁 <허리케인 나이트>
박지영 <장례세일>
예소연 <그 개와 혁명>
이서수 <몸과 무경계 지다>
전춘화 <여기는 서울>
이렇게 다섯 작품이다. 총 6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중 문지혁, 예소연 작가의 단편 두 작품은
《2025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도 수록되어 있어서 이미 읽었다.
배수아 작가의 작품은 편하게 읽히는 가독성이 좋은 작품은 아니라서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읽어보겠다.

<바우키스의 말>에서 바우키스와 그녀의 남편 필레몬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앙심 깊은 부부이다.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인간세상을 여행할 때 온 마을의 집들이 이들을 받아주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맞아주었고 정성스럽게 대접하였다. 제우스는 홍수로 이 마을 사람들을 벌할 때 이들만은 살려주었고 신전을 지키며 살다 한날 한 시에 죽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주었다.
이들의 마지막 장면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중 <필레몬과 바우키스>에서 찾을 수 있고 배수아 작가의 <바우키스의 말> 첫 페이지에도 나온다. 같은 순간에 각각 한 그루의 나무로 변하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뭐였을까?

마침내 나뭇가지가 얼굴마저 뒤덮으며 자라나기 시작할 때,
그들은 서로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잘 가요, 내 전부인 사람!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들의 입은 나무껍질로 변했다.
ㅡ오비드, 《변신》 중 <필레몬과 바우키스> 중에서


<바우키스의 말> 배수아
기차가 레일 위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어떤 기억의 장면이 차창 밖에서 떠올랐다. 우연히 들려온 말들이 그 장면 위로 겹쳐졌다.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오직 바람이 말하게 하라. 에즈라 파운드는 《칸토스》에서 그렇게 썼다. 그렇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저녁이었고, 한순간 오직 강둑에 길게 이어지는 보랏빛만이 있었다.  - P19

... 강물 소리가 들리는 역에 도착하여 기차에서 내린 나는폐쇄된 구 역사를 지나 산 방향으로 걸어갔다. 강물 위로 놓인 작은 다리를 건너. 나는 산 위 오두막에서 머물게 되리라.
며칠, 몇 주일, 혹은 몇 달 동안, 어쩌면 더욱 기나긴 세월 동안. 저녁이었고 부처꽃이 핀 강둑에는 기나긴 보랏빛이 깔렸다. - P21

모든 것은 우연히 들려온 말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사회학자입니다" 하고 언젠가 눈 내리는 밤 식당에서 앞자리에 앉은 남자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남자는 내 일행이 아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영원히 기억 속에 남는 그런풍경의 한 조각이 되었다.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해서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모든 좌석이 이미 찼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입구로 밀려 들어오는 사람들의 행렬은 멈추지 않았고,
그래서 앉아 있는 사람보다 접시를 손에 든 채 이리저리 서성이며 절망적으로 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아 보였다. 운이 좋게도 나는 사회학자의 앞 벤치에 간신히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발견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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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단> 리 차일드
잭 리처 시리즈 열 두번째 권~~

10년 전에 스파이 혐의로 비공식적으로 제거되었던 남자를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리처는 그 남자의 자동차 번호를 기억했다가 헌병시절에 썼던 번호로 전화를 걸어 추적을 요청한다. 그런데 다음날 법무부 산하 DEA(마약단속국)의 연방요원이 찾아온다.
그들이 오래전부터 쫓고 있던 히스패닉계 LA마약 조직의 최대 딜러와 메인주 포틀랜드의 러그 수입업자로 위장하고 있는 마약 수입업자와의 관계를 캐내기 위해 위장투입했으나 연락이 두절된 요원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리처와 협상을 한다. 리처는 10년 전에 죽었던 남자를 추적하기 위해 비밀리에 포틀랜드의 마약수입업자의 집에 침투하는데 성공한다. !
그의 아들인 리처드 벡의 납치극을 꾸며 리처드의 신뢰를 얻고 그와 함께 직접 집으로 들어가기 위한 작전을 펼쳐 침투에 성공한 것이다. 그렇지... 리처가 실패할 리가 없지!
하지만 완벽해보였던 작전 어디에서 오류가 발견된 걸까... 명백한 오류가 그에게 빠짐없이 돌아와 그를 괴롭힌다니...

리처~~ 어쩜 좋아. 리처가 곤경에 처하거나 아픈 건 싫은데... ㅠㅠ



"행운을 빌어요."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놓친 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많은 것을 놓쳤다. 우리의 구상에는 명백한 오류들이 있었고, 그것들은 빠짐없이 내게로 돌아와 나를 괴롭혔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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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3-27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 책 시작하셨군요! 저는 드라마로 먼저 보고 있습니다. 후훗.

은하수 2025-03-28 10:51   좋아요 0 | URL
전 아마존 보는건 안되는데 궁금해요.
영상으로는 어떻게 표현될지...
이젠 상상만으로는..부족해요^^
 

우리 시인들은 청중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시인들도 위상에 집착할 수 있고 내가 알기로 남의 인정을 무척이나 받고 싶어 한다. 환심을 살 청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시인들이 왜 그렇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지 외부인들은 어리둥절할 수 있다. 사실 시인의 청중은 제도다. - P66

우리는 학계, 심사위원단, 펠로십 제도라는 고등한 관할권에 의존하여 사회적 자본을 획득한다. 수상 제도를 거치는 것은 시인이 주류적 성공에 이르는 소중한 길이며, 수상 결과는 심사위원단이 공들여 이뤄낸 타협에 의해 결정된다. 이 타협은 미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수상작에 아무 위험성이 없음을 보장한다. - P66

프라이어를 보며 나는 내가 아직도 그 제도를 상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리기 어려운 습관이었다. 나는 백인의 환심을 사도록 양육되고 교육받았으며, 환심을 사려는 이 욕망이 내 의식 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었다. 그러므로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쓰겠다고 선언하더라도, 그것은 백인의 환심을 사고싶어 하는 나 자신의 일부를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을 피할 방법을 알 수 없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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