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키스의 말 》제18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수상작은 배수아 작가의 <바우키스의 말>이다.
수상 후보작으로는
문지혁 <허리케인 나이트>
박지영 <장례세일>
예소연 <그 개와 혁명>
이서수 <몸과 무경계 지다>
전춘화 <여기는 서울>
이렇게 다섯 작품이다. 총 6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중 문지혁, 예소연 작가의 단편 두 작품은
《2025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도 수록되어 있어서 이미 읽었다.
배수아 작가의 작품은 편하게 읽히는 가독성이 좋은 작품은 아니라서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읽어보겠다.
<바우키스의 말>에서 바우키스와 그녀의 남편 필레몬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앙심 깊은 부부이다.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인간세상을 여행할 때 온 마을의 집들이 이들을 받아주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맞아주었고 정성스럽게 대접하였다. 제우스는 홍수로 이 마을 사람들을 벌할 때 이들만은 살려주었고 신전을 지키며 살다 한날 한 시에 죽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주었다.
이들의 마지막 장면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중 <필레몬과 바우키스>에서 찾을 수 있고 배수아 작가의 <바우키스의 말> 첫 페이지에도 나온다. 같은 순간에 각각 한 그루의 나무로 변하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뭐였을까?
마침내 나뭇가지가 얼굴마저 뒤덮으며 자라나기 시작할 때,
그들은 서로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잘 가요, 내 전부인 사람!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들의 입은 나무껍질로 변했다.
ㅡ오비드, 《변신》 중 <필레몬과 바우키스> 중에서

<바우키스의 말> 배수아 기차가 레일 위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어떤 기억의 장면이 차창 밖에서 떠올랐다. 우연히 들려온 말들이 그 장면 위로 겹쳐졌다.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오직 바람이 말하게 하라. 에즈라 파운드는 《칸토스》에서 그렇게 썼다. 그렇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저녁이었고, 한순간 오직 강둑에 길게 이어지는 보랏빛만이 있었다. - P19
... 강물 소리가 들리는 역에 도착하여 기차에서 내린 나는폐쇄된 구 역사를 지나 산 방향으로 걸어갔다. 강물 위로 놓인 작은 다리를 건너. 나는 산 위 오두막에서 머물게 되리라. 며칠, 몇 주일, 혹은 몇 달 동안, 어쩌면 더욱 기나긴 세월 동안. 저녁이었고 부처꽃이 핀 강둑에는 기나긴 보랏빛이 깔렸다. - P21
모든 것은 우연히 들려온 말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사회학자입니다" 하고 언젠가 눈 내리는 밤 식당에서 앞자리에 앉은 남자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남자는 내 일행이 아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영원히 기억 속에 남는 그런풍경의 한 조각이 되었다.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해서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모든 좌석이 이미 찼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입구로 밀려 들어오는 사람들의 행렬은 멈추지 않았고, 그래서 앉아 있는 사람보다 접시를 손에 든 채 이리저리 서성이며 절망적으로 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아 보였다. 운이 좋게도 나는 사회학자의 앞 벤치에 간신히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발견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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