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 동안 그의 두려움은 점점 커졌고, 중간에 낀 일요일에 통화할 때 "네가 나를 보러 오다니 정말 좋아" 하고 말하면서도 그는 그녀가 핑계를 대며 못 오게 됐다고 말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오, 나도 그래." - P208
그래서 그는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세제를 사서 뜨거운 물을 담은 통에 넣고 거품이 생기는 것을 지켜보았고, 이어 두 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엎드려 바닥을 문질러 닦았다. 때가 놀랄 정도로 많이 끼어 있었다. 부엌 조리대를 문지르니 거기도 놀랄만큼 때가 많았다. 블라인드 앞에 걸려 있던 커튼도 걷어 오래된 세탁기에 넣고 빨았다. 그는 커튼이 청회색인 줄 알았는데 빨고보니 옅은 황백색이었다. 두번째로 빨고 나니 색이 더 밝아졌다. 다음으로 창문을 닦았는데, 바깥쪽에도 길게 얼룩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 밖에서도 창문을 닦았다. 8월 말의 햇살을 받은 창문은 다 닦은 뒤에도 여전히 소용돌이 모양의 얼룩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는 평소처럼 블라인드를 내려두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P209
하지만 문 ㅡ집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인 그 문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작은 거실이 나왔고 오른쪽에 부엌 공간이 있었다 ㅡ을 통해 들어가자 루시의 시선으로 내부가 보였고, 그는 생각했다. 그애가 죽을지도 몰라, 여길 보면 너무 침울해져서. 그는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차를 몰고 타운 외곽의 월마트로 가서 러그를 사왔다. 그러자 분위기가 굉장히 달라보였다. 하지만 카우치는 표면이 울퉁불퉁했고, 원래 노란색 바탕에 꽃무늬가 있던 천은 닳아빠진데다 군데군데 올이 드러나보였다. 부엌 식탁 상판에는 리놀륨이 깔려 있었는데, 더 깔끔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집에 식탁보가 없었지만 사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그는 집을 꾸미는 일을 포기했다. 하지만 루시가 도착하기 하루 전에 그는 시내로 가서 이발을 했다. - P210
그 순간 피트가 갑자기 뭔가를 기억해냈다. "비키" 그가 말했다. "루시에게 라일라 이야기 좀 해줘. 어떻게 대학에 가게 됐는지." "오." 비키가 다시 목을 박박 긁었다. 목에 빨갛게 긁힌 자국이 나타났다. 그러더니 그녀는 자기 손가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응. 우리 딸이 내년에 대학에 갈 것 같아."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루시를 보았다. "성적이 좋아서 진로상담교사가 대학 갈 비용을 대준다고 했대. 루시 너처럼." "정말이야?" 루시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 "비키, 정말 잘됐다." "그런 것 같아." 비키가 말했다. 그러고는 아랫입술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깨물었다. "정말 잘된 일이야." 루시가 말했다. - P233
"오, 언니." 루시가 말했다. 그녀가 언니 쪽으로 더 다가가 무름을 어루만졌다. "그 사람들 정말 끔찍하다. 언니는 불쾌한 사람이 아니야, 언니는......" "나는 정말 불쾌한 사람이야, 루시, 나를 봐." 비키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나왔다. 눈물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로 흘러내렸다. "있잖아, 언니." 루시가 말했다. 그녀가 비키의 무릎을 어루만지던 것을 그만두고, 대신 토닥이기 시작했다. "맘껏 울어. 언니, 눈물이 쏙 빠지도록 울어. 그래도 괜찮아. 맙소사, 우리가 절대 울면 안 됐던 거 기억나?" 피트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리고 말했다. "루시 말이 맞아. 그냥 울어. 이번에는 아무도 네 옷을 자르지 않을 거야." 비키가 그를 쳐다보았다. "지금 뭐라고 했어?" 그녀가 맨손으로 코를 닦았다. 루시가 재킷 주머니에서 화장지를 꺼내 비키에게 건넸다. 피트가 말했다. "아무도 네 옷을 자르지 않을 거라고 말했어. 다시는 절대." - P233
"엄마가 뭘 하는지 알아낸 사람이 오빠였지. 오빠가 문 옆으로 가 서 있었고, 내가 일어나 오빠 뒤로 가서 섰어. 그리고 소리를 빽 질렀어. 엄마, 하지 마요, 오, 하지 마요, 엄마! 그래도 엄마는 계속 내 옷을 잘라 그 조각들을 바닥과 침대에 내동댕이쳤어. 그러고는 방에서 나가 2층으로 올라갔어." 비키가 이제는 가만히 앉아 바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오, 맙소사." 비키가말했다. "엄마는 나를, 아주 많이 미워했어." "하지만 엄마는 바느질 일을 했잖아." 루시가 말했다. "그런데 언니 옷을 대체 왜 잘랐지?" "오, 다음날 다시 기워주시긴 했어. 재봉틀로." 비키가 힘없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 조각들을 이어붙여 다시 기워주셨는데 그 덕분에 나는, 뭐랄까, 훨씬 더 멍청해 보였지." 비키는 그 말을하면서 앞을 응시했다. 한참 뒤 피트가 의자에 앉은 채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저기, 얘들아, 최근에 내가 엄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는데, 내생각은 이래. 엄마는 그저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었어." - P235
루시가 일어섰다. "그만해." 그녀가 말했다. 두 뺨 위쪽이 두개의 반점처럼 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만"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만 좀 해." 그녀가 비키를 쳐다보았고, 이어 피트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ㅡ목소리가 컸고 떨렸다―"그렇게 나쁘진 않았어."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 정말이야." 방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잠시 뒤 비키가 차분히 말했다. "정확히 그렇게 나빴어, 루시."
루시가 천장을 쳐다보더니 마치 방금 손을 씻었는데 수건이 없는 것처럼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못 참겠어." 그녀가 말했다. "오, 맙소사, 도와줘. 못 참겠어, 못 참겠어, 못 참…" 그리고 그 순간 피트는 루시가 그 집을, 앰개시에 와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한다는 것을, 그가 이발을 할 때 겁을 먹은 것처럼 그녀도 겁을 먹었다는 것을, 다만 루시는 그보다 훨씬 더 겁을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P239
"루시," 비키가 말했다. 그러고는 카우치에서 몸을 일으켜 동생에게 다가갔다. "이제 마음을 차분히……… "못하겠어" 루시가 말했다. "못하겠어. 그럴 수가 없어. 오, 나 좀 도와줘." 그녀가 다시 카우치에 앉았다. "있잖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오 맙소사……" 그녀가 고개를 들어 오빠를 보았다. "오 하느님, 저 좀 도와주세요." 그녀가 손을 더욱 심하게 떨면서 다시 일어섰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비키와 피트가 서로 흘끗 보았다. "공황이 오는 것 같아." 루시가 그들에게 말했다. "정말 오랫동안 괜찮았는데 이번건 안 좋아, 오 맙소사, 오 하느님. 오 예수님, 오 맙소사•••••• 저기,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언니 오빠 내 말 잘 들어. 피트, 내 차 운전할 수 있지? 비키, 내가언니 차에 타도 돼? 제발, 그래줄 수 있지? 오, 제발, 나는 꼭•••• 나는 꼭••••••" - P240
잠시 뒤 되돌아가는 도로를 달릴 때 비키가 말했다. "그러니까, 음, 내 결론은 이거야." 그녀가 운전하면서 피트를 흘끗 보았다. "루시는 또라이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걔는 완전히 또라이야 계속 울면서 미안해 미안해, 그 말만 하더라니까. 마침내 내가 말했어. 루시, 그만 좀 미안해, 괜찮아. 그랬더니 아니, 내가 돌아온 게 잘못이었어. 내가 떠난 게 잘못이었어, 전부 내 잘못이야.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루시, 이러는 거 당장 집어치워, 너는 지긋지긋한 이곳을 벗어나 성공했으니 그렇게 살아. 그래도 괜찮아, 루시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어, 피트, 난좀무섭더라. 내가, 남편한테 전화하지 그래? - P244
했더니 남편이 리허설중이라나 뭐라나, 나중에 전화하겠다. 그래서 내가 그럼 딸들 중에 아무한테나 전화해보지 그랬더니 오안된다고, 딸들이 이런 이야기를 듣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 피트가 조수석 앞 서랍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오래전에 커피가 엎질러졌던 것처럼 길게 흘러내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와우, " 그가 말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아무 말 안 해도 돼." 비키가 차 한 대를 앞지른 다음 원래 차선으로 되돌아갔다. "아무튼 그애가 약을 한 알 먹었어. 그리고 공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뭐 그런 말을 했는데……… 그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좀 차분해지더니 차를 갓길에 대라고, 우리가 시카고로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어. 하지만 피트, 슬프더라. 그애는 너무 작아, 그애는……… 그애를 인터넷으로 보면・・・・・・ 비키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허리를 더 펴고 한 손으로 운전했다. 다른쪽 팔꿈치는 바로 옆 팔걸이에 내려놓은 채 손으로 턱을 만졌다. 그들은 한동안 그렇게 달렸다. 마침내 비키가 눈앞의 도로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그애는 또라이가 아니야, 피트 그저 이곳에 돌아온 걸 참을 수 없었던 거야. 그애한테는 너무 힘든 일이었어." - P244
거프틸 부부와 함께 칼라일의 무료급식소로 가는 길에 피트는 그 부부가 서로에게 얼마나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지 보았다. - P244
토미가 운전하는 동안 쏠리는 종종 토미의 팔에 손을 얹었다. 피트는 궁금했다. 그렇게 편안한 것, 누군가를 그렇게 편하게 만질수 있다는 것은 어떤 걸까. 지금 이 순간 그는 동생의 팔에 유명해진 루시를 만나려고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나타난 이 동생의 팔에 손을 얹고 싶었다ㅡ정말로 그러지는 않았지만, 그러는대신 그는 조용히 그녀의 옆에 앉아 있었다.
마침내 비키가 말했다. "내가 지난 이야기는 꺼내지 말았어야했는데." "아니야, 비키. 네가 어떻게 알았겠어? 그리고 옷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꺼냈어." 그들이 돌아오는 길에 옆에서는 해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 측면에 미국 국기가 그려진 헛간들을 지나갔는데, 이제 그것들은 그들의 반대쪽에 있었다. 그리고 피트는 길건너에서 다시 한번 온갖 녹색과 노란색 기계들이 있는 존디어의 방대한 영토를 보았다. 비키 옆에 앉아 있으니 더없이 안전하게 느껴졌다. 그는 이 말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했고, 마침내 이렇게 말했다. "비키, 넌 참 대단한 것 같아." - P245
"애나-마리." 비키가 말했다. "그애가 무슨 뜻으로 그 말을 한거지?" "너도 대단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 난 루시가 그런 뜻으로 말한 거라고 생각해." 피트가 바닥에 나뒹구는 캔들을 피해 발을 옮겼다.
그들은 침묵 속에 한참을 더 달렸다. 피트는 곁눈으로 동생을 보았다. 그는 그녀가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의 체격 좋은 몸이 좋았고, 차 안에 듬직하게 앉아 당당하게 운전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는 그녀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대단하다는 말 이상을 해주고 싶었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비키, 지금보면 우리가 그렇게 나쁘게된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그녀가 그를 흘끗 보고 눈을 흘겼다. "그래, 맞아."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뭐, 우리가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진 않지. 그게 하고 싶은 말이라면." 그녀가 내면 깊숙한곳에서 올라온 듯한 짧은 웃음소리를 냈다. - P246
피트는 영원히 이렇게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이렇게 달리고 또 달리는 동안 그는 거기 동생 옆에 앉아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지금 어디에 왔는지 알아차렸다. 길이 좁아지고 있었다. 발갛게 물들기 시작한 한 그루 단풍나무의 우듬지가 보였다. - P246
피더슨 씨네 헛간을 둘러싼 들판이 보였다. 그리고마침내 그들은 돌아왔다. 비키가 그 길로 이어 진입로로 들어섰고, 거기 그들 바로 앞에 블라인드가 올려져 있는 고단하고 작은 그 집이 있었다. 비키가 시동을 껐다. 잠시 뒤 피트가 말했다. "저기, 비키, 그 러그 가져갈래?" 비키가 안경 브리지에 손가락을 대고 콧등에 내려온 안경을 밀어올렸다. "그러지 뭐 안 그럴 이유가 있겠어?"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차에서 내리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고, 그래서 그들은 침묵 속에 그 집을 응시하며 그렇게 앉아 있었다. - P247
그녀는 딸의 비만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눈물을 터뜨리지 않았다. 그랬다. 눈물이 솟구친 것은 그녀의 허영이 공격당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그녀는 ‘집의 전쟁‘에서 남편에게 이겼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도티가 ㅡ그녀가 그런 말을 할 입장이 아니었기에ㅡ셸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셸리에게는 근처에 모르는 사람들이 앉은 아침식사 자리에서 함께 노래를 불러주는 남편이 있다는 사실, 그것은 결코 작은 smallㅡ실례지만, 도티는 생각했다ㅡ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 P280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다. 정말로 듣는다는 것은 능동적인 행위이고, 도티는 정말로 들었다. 그리고 도티는 셸리의 문제가, 그녀가 느낀 창피함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른 일들을 고려하면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 P281
굶어죽는 사람들, 아무 이유 없이 폭발로 숨지는 사람들, 자신들의 정부에 의해 독가스로 살해되는 사람들, 이들 중 누구와 비교해봐도 그랬다. 이런 이야기는 셀리 스몰의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도티는 그녀의 작은-그렇다, 스몰 small 한-인간적 슬픔의 순간들에 연민을 느꼈다. 그런데 지금 셸리는 도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정도의 품위도 갖추지 못했다. 도티는 그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과연 누가 이런 걸 좋아하겠는가! - P281
그때 셸리가 자신의 어깨 너머로 흘끗 돌아보며 잼이 더 있느냐고 물었고, 도티는 당연히 더 있다고 말했다.
***부엌에서 지독히 전통적인 복수의 방식이긴 했지만 그녀는 잼에 침을 뱉어섞었고, 다시 입안에 침을 모을 수 있을 만큼 모아 뱉었고, 스몰부부가 떠날 무렵 잼 그릇이 텅 빈 것을 보며 얼마간 기쁨을 느꼈다. 아마도 태초부터 사람들은 음식을 내가면서 거기 침을 뱉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도티는 이런 행동이 주는 쾌감은 그 생명이 아주 짧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쾌감은짧았고 삶이란 그런 것이었다.
~~~핫하하 다들 이러는구나!!! 전통적인 복수방법이라니 ㅎㅎㅎ 나도 쾌감이 인다! 잘했어 도티!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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