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구들과 안동여행 가는 날~~~
카니발 렌트해서 친구들이 우리 집 방향으로 달려오고 있다.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짐도 싸서 준비를 마치고 친구들 기다리며 잠시 독서 중...
고래를 생각하는 시간이다.

여행하는 동안엔 고래를 잊겠지만
이승우 작가의 《고요한 읽기》 일단 챙겨간다^^
읽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포경의 후유증은 육상과 수상 환경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그것이 지구의 대기도 바꿔 놓았음을 알게 되었다. 2010년대 중반에 호주 플린더스 대학의 과학자들이 놀라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깊이 잠수할 수 있어서 서식 반경이 심해까지 미치는 향고래 같은 고래의 활동이 전 세계 대기질의 구성에 크게 영향을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했다. 후속 연구에서는 혹등고래도 그러하다고 밝혔다. - P97

(1) 연구자들이 그 이유를 밝혔다. 
고래는 심해에서 오징어와 크릴을먹고 배설을 해서 영양 ‘펌프‘ 구실을 한다. 얕은 바다로 올라와 오렌지 색깔의 길고 북슬북슬한 배설물을 굴뚝 연기처럼 뿜어낸다. 이런방식으로 거대 고래는 심해에서 정체되어 있거나 느리게 이동하는 수많은 유기 물질을 더 빠르게 유동하는 유광층 (광합성이 가능한 수심150~200미터의 표층수, 식물 플랑크톤이 살 수 있는 곳이다-옮긴이) 위로 이동시킨다. (고래는 높은 압력 때문에 신체 기능 일부를 차단해야 하므로 심해에서는 배설을 앓는 것으로 보인다.)  - P97

(2)철분이 고갈된 차가운 바닷물에서는 먹이 사슬의 하부에 있는 단세포 유기체와 작은 식물이 먹을 영양소가부족하다. 그런 곳에서 고래의 배설물은 특히 플랑크톤 번성의 결정적 기폭제가 된다. 고래의 수직 하강과 상승도, 성운을 통과하는 다크에너지가 그 꼬리에 우주 먼지를 달고 다니듯, 심해 유기물을 휘저어요란하게 이동시킨다. 그런 요동을 전문 용어로 밀도 간 혼합이라 한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식물이 더 많은 빛에 노출되고 더 많은 광합성과 성장이 가능해진다. - P97

(3) 이 플랑크톤들은 지구적 규모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동물성 플랑크톤과 물고기 애벌레가 이 플랑크톤들을 먹고 배설하면 그것이 미세하게 분해되어 해저로 눈 내리듯 흩뿌려져 가라앉는다. (그래서 바다눈이라 한다.) 플랑크톤의 유해는 대기 중 탄소를 끌고 가서 바다 바닥에 안착한다. 그 위로 더 많은 침전물 부스러기가 쌓이면 실트가 되어 그 아래에 묻힌 탄소를 압착하여 오랜 세월 봉쇄한다.  - P98

(4) 이런 플랑크톤 순환의 메커니즘이 화석 연료를 태워 배출된 이산화탄소 총량의 절반가량을 흡수하여 처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열대 우림과 모든 육상의 식물이 흡수량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 고래낙하도 이와 비슷하게 탄소를 바다 아래로 끌고 간다. 40톤의 고래 사체는 평균적으로 2톤 정도의 탄소를 해저로 옮긴다. 그 정도의 탄소를다른 방식으로 해저에 쌓으려면 2천 년이 걸린다. 숲이 기후 조절의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제 동물도 그럴 수 있음이 드러났다. 고래 한 마리는 탄소 흡수에서 1천 그루 이상의 나무보다 더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디언>의 조지 몬비오는 고래를
‘부작용 없는 탄소 포집기‘라고 불렀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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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10-13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안동쪽 단풍도 진짜 예쁜데 올해는 나뭇잎들이 다 말라버려서 예전만 못할거 같아요.
하지만 좋은 친구들이랑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이 가을의 햇살이 얼마나 좋게 느껴질까요. ^^

은하수 2024-10-13 21:00   좋아요 2 | URL
오랜만에 친구들과 국내여행인데 넘 좋네요.
단풍은 안들었지만 황금들판이 펼쳐져 있어 눈 두는곳마다 멋졌어요!
해도 쨍하지 않고 적당히 해가 가려서 사진도 잘나오고...
암튼 아주 만족스런 시간이었습니다~~^^
 

향수鄕愁와 추구, 혹은 무지와 미지
1

살던 곳을 떠나 낯선 곳을 떠도는 인물, 가령 장기 출장을가거나 발령을 받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출장이나발령은 대개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고, 갑작스럽게 닥치고, 거부할 수 없다. 선택할 수 없는 것은 거부할 수도 없다. 그것이삶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운 교훈이다. - P54

출장지/발령지에서의 삶은 임시적이다. 떠났으나 이르지못했고, 이르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이들의 처지다. 임시는 정해져 있지 않은 시간을 이른다. 여기서 기간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 P54

임시는 잠시와 동일시될 수 없다. 임시와잠시는 같은 시간이 아니다. 한곳에 오래 살아도, 심지어 시민권을 받은 후에도 외부인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정착민의 안정은 유보되고 여행객의 자유는 압류된다. 임시 거처. 유배지거나 광야거나. 어느 쪽이든 정착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다. - P54

자기 집을 갖지 못한 사람에 대한 소설을 여러 편 썼다. 집을 가지고 있으나 집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과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들도 여러 명이다. 이를테면 자기 집인데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들어가지 못하거나 타인(가깝거나 먼)에의해 집이 훼손되는 일을 당한다. 내 소설의 인물들은 안타깝게도 정착과 안정에 이르지 못한다. 대부분 임시적 삶을 산다. - P55

집의 상태는 그 사람의 신분을 비유한다. 다른 사람의 땅에 지어진 집은 임시적이다. 다른 사람의 땅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의 삶은 불안정하다. 집이 흔들리는 것은 땅이 견고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그 집이 자기 땅이 아닌 곳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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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너 가문의 요람인 우크라이나의 도시는 유대인 주민들의 눈에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세 구역으로 나뉘었다. 옛 그림들에서 볼 수 있듯, 아래쪽에서는 배척당하는 자들이 지옥의 암흑과 불길에 휩싸여 허우적댔고, 평온하고 창백한빛이 비치는 중앙은 평민들의 차지였으며, 위쪽은 선민들의 거처였다. - P7

여기 게토에서 태어난 한 사람이 있다. 스무 살이 된 그의수중에는 단돈 몇 푼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사회생활을•하며 한 단계씩 올라갔고, 강에서 꽤 떨어진, 아래 구역과의 경계에 있는 시장 근처로 옮겨 정착했다. 결혼한 후 그는 유대인에게는 금지된 짝수번지에 살게 될 것이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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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태기 극복은 한국문학이 답~~~ 그리고 뜻밖의 낭보, "소설가 한강, 한국 첫 노벨 문학상" 쾌거 이뤄...!>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거의 2 주 동안 어찌된 일인지 읽으려고 집어 드는 책마다 책장이 넘어가질 않고 지루하기만 하고 재미가 없어서 그런가 도통 한 권을 끝내질 못하는 거다. 책 한 권을 너무 오래 들고 있으면어찌나 답답한지... 휴일도 많아서 우리집 두 남자가 집에 있으니 정신도 산만해지고 남편은 뭐라도 하기만 하면 귀찮게 이거 갖다 달라 저거 갖다 달라 하면서 계속 불러대는 데다 사이사이 끼니를 준비하다 보면 진득하니 앉아서 책을 읽는 건 사실상 포기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은 어느새 유튭 숏츠에 눈이 가 있고 그걸 보면서도 머릿 속으론 책 읽고 싶은데 생각하면서 쌓여 있는 책을 봐도 딱히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재밌어 보이지를 않는 거다. 그래서 생각해낸 특단의 조치가 바로 오랜만에 중앙도서관으로 출동하는 거였다. 한동안 상호대차, 희망도서 신청으로 신간, 구간 할 거 없이 꽤 빌려다 읽었는데 아직 10월 초이건만 희망도서 신청이 마감이 되었다니 청천벽력..... 우리 동네는 작은 도서관이니까 일단 중앙 도서관으로 가서 눈에 들어오는 책을 마음껏 집어오리라, 잭 리처의 책이나 장르소설, 로맨스 소설이라도 빌려다 읽고 책태기를 극복해 보리라... 생각을 하고 갔다가 갑자기 한국문학 서가를 발걸음을 옮기면서 천천히 책등에 눈맞춤을 시전하다보니 있다..!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자주 가서 눈맞춤 할 땐 없었는데, 혹은 안보였는데 갑자기 보인다. 아님 대출 나갔다 돌아왔나??? 아무튼 반갑다 반가워 내 눈에 띄어줘서...! 너무 천천히 눈맞춤을 한건지... 빌리고 싶은 책들이 많았지만 기간은 한정적이고, 짧은 반납일 사이에 딸램도 며칠 와 있을테고 친구들과 1박 2일 안동 여행도 잡혀 있는지라 욕심은 살짝 내려놓고 7권으로 타협했다. 



















올해 들어 이승우 작가의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식물들의 사생활』『생의 이면』을 읽고 내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작가라는 느낌이 빡~~ 하고 왔다. 결국 『이국에서』를 다시 빌려 왔다. 이 책은 사실 구매했다 되팔았는데 『식물들의 사생활』을 읽기 전이었다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 읽은 후였다면 끝까지 읽었을 거다. 분명히. 어떤 책을 먼저 읽었는지가 작가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는데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고요한 읽기』는 구매했다. 지금 읽고 있는데 한 챕터씩 천천히 음미하며 읽기 좋다. 작가의 독서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그 책들을 통한 사유의 방식과 글을 풀어내는 과정을 글로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찬탄의 한숨이 새어나오고 더더 집중해서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 "자기에 대한 의심과 돌아봄이 없는 이해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읽기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나를, 사람을, 세상을 정말 잘 읽어야 합니다."(서문ㅣ감추어진 동굴, 7쪽) 이런 문장을 읽었는데 허투루 읽을 순 없지 않나!





















김연수 작가의 『밤은 노래한다』는 한국문학 서가의 거의 제일 첫 칸에 있었다. 작가 이름 순이니까^^ 김연수 작가의 책도 꽤 많이 읽었는데 리뷰는 안 쓴다는 것이... 리뷰를 쓰기 어렵다는 것이 맹점. 아무튼 좋아하는 작가라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픽! 

배수아 작가의 책은 한 권도 안 읽었는데 난 이상하게 이 작가의 책을 읽은 것으로 착각하며 살았다. 그러면서 나랑은 별로 안맞는 거 같단 생각을 했었다. 그런 착각을 불러 일으킨 작품은 조경란의 『혀』였다. 어떤 이유로 이런 착각을 하게 된 것일끼. 알 수가 없지만 그런 이유로 배수아 작가의 작품을 대할 기회는 조경란의 작품을 읽은지 14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도래하게 된 것이다. 어떤 글을 쓰는 작가인지 잘 읽어봐야겠다.



















송시우 작가의 작품 중 제일 먼저 읽은 것이 한국형 사회파 미스터리의 가능성을 열어 준 수작으로 평가받은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이었다. 미스터리 뿐만 아니라 1980 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와 미스터리가 혼합된 수작이라는 것에는 나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신인 작가라고 하기 힘든 필력을 보여 주어 읽으면서도 너무 놀랐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상승해 있었는데 다음에 읽었던 『달리는 조사관』은 『라일락 붉게 피던 집』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가볍고 경쾌해서 재밌게 읽긴 했는데 살짝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작품인 『검은 개가 온다』는 우울증에 대한 무지를 깰 수 있었고, 아울러 인간의 내재된 악의가 표출될 때 얼마나 끔찍한 결말에 이룰 수 있을지를 묵직한 분위기 속에 표출해 내었다. 『아이의 뼈』는 이미 읽은 작품이었는데 안 읽을 줄 알고 또 빌려왔더라는... 몇 개의 단편만 다시 읽었는데 표제작인 「아이의 뼈」, 제목이 기억에 남았던, 한 때 콜센타 직원들의 단골 멘트였으나 지금은 사장된, 그러나 제목과는 전혀 상반되는 내용의 섬뜩한 단편이었던 「사랑합니다, 고객님」, 「5층 여자」등은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 들어가보니 예약이 자그마치 4~6명씩 각 도서관마다 대기하고 있었는데 평소엔 매번 책이 없어서 아쉬웠던 우리동네 작은 도서관에 예약없이 대출중이어서 얼른 예약 걸어놨는데 불과 이틀 뒤에 예약도서 대출안내 톡이 왔다. 하루 반만에 다 읽을 수 있었는데 예상외로 높은 별점을 주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았다. 별5까지는 아니어도 넷이나 넷반 정도는 괜찮을 듯. 보통의 사랑 이야기로 읽혀서 좋았다. 백온유 작가의 「페퍼민트」는 약간 편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듯하여 빌려왔다. 청소년 문학인가??? 전작인 「유원」이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단다.




티비 뉴스를 들으며 저녁을 먹고 있는데 "소설가 한강, 한국 첫 노벨 문학상 수상" 이라는 속보가 떴다. 순간 내 눈을 의심하며 꺅 놀랐는데 소름이 올라왔다. 진짜 깜짝 놀랐다. 전혀 기대도 안했고 예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을 제외하고 동아시아 작가들에게 유독 인색한 노벨 문학상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몇 작품 읽지는 않았지만 나름 아끼는 작가였기 때문에 기뻤다! 지금 보니 기사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오늘 저녁엔 속보와 기사 읽으면서 오랜만에 집에 온 딸램과 얘기나 실컷 해야겠다. 난해하다, 재미없다, 진도가 안 나간다 하면서 꽤 여러 권을 읽어서 깜짝 놀람. 오늘 한강 작가 덕분에 기분좋게, 여러모로 자주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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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4-10-11 0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아 정말 너무 굉장하지 않습니까...!!! 노벨 문학상 발표 나자마자 기사 특보로 뜬 거 보고 숨이 헉!! 막히면서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정말 말 그대로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은하수 2024-10-11 00:50   좋아요 2 | URL
꺄~~~ 이랬다니까요^^
저녁 먹다 속보보고 순간 정말 소름 돋았지요. 한국 여성작가가 아시아 최초로 이루어냈네요!
넘넘 멋집니다^^
 

《대도시의 사랑법》 중 <늦은 우기의 바캉스>


요즘 나는 매일 조금씩 부서지는 것 같다. 내 기억 속 규호와 같은 방식으로 부서지고 흩어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런 확신에서 좀체 벗어나기 힘들다. - P306

때때로 그는 내게 있어서 사랑과 동의어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내게 규호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규호의 실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사랑의 존재와 실체에 대해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P307

나는 지금껏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 몇번이고 
나에게 있어서 규호가, 우리의 관계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둘만의 특별한 어떤 것이었다고, 그러니까 순도 백 퍼센트의 진짜라고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온갖 종류의 다른방식으로 규호를 창조하고 덧씌우며 그와 나의 관계를, 우리의 시간들을 온전히 보여주고자 했지만, 애쓰면 애쓸수록 규호라는 존재와 그때의 내 감정과는 점점 더 멀어져버리고야 만다. 진실과는 동떨어진 희미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 P307

진실과는 동떨어진 희미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내 소설 속 가상의 규호는 몇번이고 죽고 다치며 온전한 사랑의 방식으로 남아 있지만 현실의 규호는 숨을 쉬며 자꾸만 자신의 삶을 걸어나간다. 그 간극이
커지면 커질수록 나는 모든 것들을 견디기가 힘들어진다. 지난 시간 끊임없이 노력하고 애써왔지만 결국 나의 몸과 나의 마음과 내 일상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더 여실히 깨달을 따름이었다. 공허하고 의미 없는 낱말들이 다 흩어져 오직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만이 남는다. 어깨를 잔뜩 구부린 채 미간에 주름을 짓고 있는 내가 나 자신의 호흡만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세상. - P307

나는 풍등에 쓸 문장을 여러번 고쳐 썼다. 다이어트, 주택청약 당첨, 포르셰 카이엔, 첫 책 대박 나게 해주세요...... 뭔가 다 내 진짜 소원이 아닌 것 같아 빗금을 쳐서 지워버렸다. 아마도 그러는 사이 구멍이 나버린 것이겠지.
나는 결국 풍등에 두 글자만을 남겼다.
규호.
그게 내 소원이었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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