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심장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1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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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으로 끌려들어가는 그의 문체! 중첩적인 의미로의 확장이 가능한 문장들, 야만과 문명의 경계가 모호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진행, 강력한 시각, 청각적 이미지의 활용, 그리고 어둠의 심장부에 들어갔으나 그 의미는 결코 알지 못했음을... 의심하다 결국 그 아름다운 문장에 굴복한 나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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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4-09-08 15: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은하수님 백자평에 박수치고 갑니다^^

은하수 2024-09-08 19:36   좋아요 2 | URL
청아님께서도 콘래드 읽으며 저와 같은 생각 하신거죠?^^
 

어둠의 심장부에서 재빨리 흘러나오는 갈색 강물은 상류로 올라왔을 때의 두 배나 되는 속도로 우리를 바다로 데려갔지. 커츠의 생명도 그의 심장에서 재빨리 빠져나와 
거침없는 시간의 바닷속으로 흘러가고 있었어. 지배인은 몹시 차분하더군. 이제 심각한 걱정거리가 사라졌으니 말일세. 그는 포용적이고 만족스러운 시선으로 우리 둘을 쳐다보았어. 그 ‘일‘이 더할 나위 없이 잘 마무리되었던 것이지. 나는 ‘불건전한 방식‘을 따르는 패거리 중 혼자 남겨지게 될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어. 순례자들은 내게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말하자면 나는 죽은 거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던 걸세. 이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환영들이 침략한 어두운 땅에서 내게 강요된 이 악몽의 선택을, 이 뜻밖의 동반자 관계를 내가 어쩌다 받아들이게 된 것인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 - P162

커츠가 연설을 펼치더군. 그 목소리! 목소리! 그것은 최후의 순간까지 깊이 울려 퍼졌어. 그 목소리는 커츠의 마음속에 간직된 황량한 어둠을 그 말재주의 장려한 주름 속에 숨길 수 있게 힘을 아끼고 있었던 거야. 아, 그는 몸부림치고 또 몸부림쳤어. 그의 피로한 두뇌의 황무지에는 이제 그림자 같은 이미지들, 그의 꺼지지 않는 고귀하고 고결한 표현력 주위를 아부하듯 도는 부와 명예의 이미지들만 출몰했지. 나의 약혼자, 나의 사업장, 나의 경력, 나의 생각...... 이런 것들이 그가 이따금 감정이 고조될 때 이야기한 주제였어. ... - P162

어느 날 저녁 나는 초를 들고 들어가다 그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여기 어둠 속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하는 걸 듣고는 깜짝 놀랐네. 촛불은 그의 눈에서 30센티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았지. 나는 억지로 ‘아, 말도 안 되는소리 마세요!‘ 하고 중얼거리고는 그의 옆에 얼어붙은 듯이 서서 그를 지켜보았어. - P165

그의 얼굴에 나타난 변화에 필적할 만한 것을 나는 이전에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다시는 보지 않게 되길 바라네. 아, 나는 감동을 받은 게 아니었어. 매료되었지. 마치 베일이 찢겨 나간 것만 같더군. 나는 그 상아 같은 얼굴에 나타난 침울한 자부심과 무자비한 힘과 비겁한 두려움, 즉 강렬하고 끔찍한 절망을 보았어. 완전한 깨달음에 이른 그 지고의순간에 그는 자신이 경험한 욕망과 유혹과 굴복의 모든 순간을 다시 경험하고 있었던 걸까? 그는 어떤 이미지, 어떤 환영을 향해 속삭이듯 외쳤어. 두 번 외쳤는데, 숨결 정도에 지나지 않는 외침이었지.
‘끔찍하구나! 끔찍해!‘ - P165

하지만 보다시피 나는 그때 그곳에서 커츠와 운명
을 같이 하지는 않았ㅇ니. 나는 살아남아서 끝까지 그 악몽을 꾸고, 다시 한번 커츠에 대한 나의 충성을 보이고 있어. 운명이지. 내 운명이야! 인생이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것인지. 그것은 하찮은 목적을 위해 무정한 논리를 불가사의하게 배열해놓은 것일 뿐. 인생에서 우리가 기껏 바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에 대한, 너무 늦게 얻게 되는, 얼마간의지식과 지울 수 없는 일련의 후회뿐이라네. 나는 죽음과 씨름했어. 그것은 더없이 따분한 시합이지. 발아래와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관중이나 환호성이나 영광도 없이, 승리에 대한커다란 욕망이나 패배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도 없이, 미지근한 회의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자기 자신의 권리에 대한 믿음도 별로 없고 대적자의 권리에 대한 믿음은 더더욱 없이, 실체가 없는 잿빛 지대에서 치러지는 시합이야. 만일 궁극적 지혜가 그런 형태로 찾아오는 것이라면, 인생은 우리 중 몇몇이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수수께끼인 셈이지. 나는 하마터면 판결을 내릴 마지막 기회를 얻을 뻔했지만, 어쩌면 내게아무런 할 말도 없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굴욕감을 느꼈네. - P167

커츠가 비범한 사람이었다고 내가 단언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세. 그에게는 무언가 할 말이 있었거든. 그는 그것을 말했네. 내 스스로 삶의 가장자리 너머를 슬쩍 들여다본이후로, 촛불의 불꽃은 볼 수 없어도 온 우주를 아우를 만큼광대하고 어둠 속에서 뛰는 모든 심장을 꿰뚫어 볼 수 있을만큼 날카로운 그의 시선이 지닌 의미를 나는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 그는 한 마디로 요약했지. 판결을 내렸어!
‘끔찍하구나!‘ 그는 비범한 사람이었네. 어쨌든 그것은 어떤 신념의 표현이었네. ...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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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나는 나무 아래로 들어섰어. 잠시 그늘 아래서 거닐 생각이었는데, 그곳으로 들어가자마자마치 어떤 ‘지옥‘의 음울한 동심원* 안으로 들어선 것만 같은기분이 들더군. 가까이 있는 급류에서 멈추지 않고 한결같이곤두박질치며 들려오는 소음이 바람 한 점 없고 나뭇잎 하나움직이지 않는 수풀의 애절한 정적을 신비한 소리로 가득 채웠는데, 맹렬한 속도로 하늘에 쏘아 올려진 지구의 소리가 갑자기 귀에 들리게 된 것만 같았지.

*동심원: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는 《신곡》에서 지옥이
동심원 구조로 되어 있으며, 그 중심에는 사탄이 있다고 썼다. - P40

검은 형체들은 나무 사이에서 몸을 웅크리거나 누워 있었고, 나무 몸통에 몸을 기댄 채 앉아 있거나 땅에 달라붙어 있었는데, 어둑한 빛 속에서 반쯤은 모습을 드러내고 반쯤은 그늘에 지워진 채 고통과 포기와 절망을 나타내는 모든 자세를 보여주고 있었어. 절벽에서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나더니 발아래 흙이 살짝 흔들리더군. 작업이 진행 중이었네. 작업 말일세! 그리고 그곳은 작업을 거드는 몇몇 사람이 현장에서 물러나 죽으러 오는 장소였던 거지. - P40

그들은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어. 그건 아주 분명한 사실이었네. 그들은 적이나 범죄자도 아니었고, 이제는 이 세상에 속한 존재도 아니었어.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며 누워 있는 질병과 굶주림의 검은 그림자일 뿐이었지. - P41

합법적인 기간제 계약이라는 명목하에 온갖 구석진 해안에서 끌려와 편치 않은 환경에 내던져진 채 낯선 음식을 먹다가 병들어 쓸모없는 존재가 되고 나면 기어 나와 쉴 수 있게 허락되었던 거야. 이 빈사 상태의 형체들은 공기처럼 자유로웠고, 거의 공기처럼 희박했어. 나무 아래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눈들이 보이기 시작하더군.  - P41

그러다가 아래를 힐끗 내려다보니 내 손 바로 옆에 얼굴이 하나 보였어. 뼈만 남은 형체가한쪽 어깨를 나무에 기댄 채 길게 드러누워 눈꺼풀을 천천히들어 올리고는 움푹 꺼진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는데, 거대하고 공허하면서도 보이는 게 없는 듯한 흰자위가 안구 깊숙한 곳에서 깜박거리더니 서서히 꺼져갔다네.  - P41

그 남자는 젊어보였어. 거의 소년이었지. 하지만 자네들도 알다시피 그들의나이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가. 나는 그 선량한 스웨덴 선장의 배에서 얻어 주머니에 넣어둔 비스킷 하나를 그에게 건네주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손가락이 천천히오므라들더니 그것을 쥐더군. 다른 움직임은 없었고 다른 시선도 느껴지지 않았어.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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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엄마의 반란 - 갈라 드레스/ 뉴잉글랜드 수녀/ 엇나간 선행 얼리퍼플오키드 3
메리 E. 윌킨스 프리먼 지음, 이리나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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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하고 재밌다. 뭔가 가슴이 시원해지면서 통쾌하다. 다들 한 방 멕이는데 일가견이 있다! 우리 여성들의 삶을 마구 응원하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아, 사랑스런 여인들... 사라 펜, 엘리자베스 & 에밀리 배브콕, 루이자 엘리스, 해리엇 & 샬럿 섀턱을 창조한 메리 E 윌킨스 프리먼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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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쌍돛대 유람선 넬리호는 돛을 전혀 펄럭이지 않은 채 닻 쪽으로 움직이다가 정지했다. 이미 밀물이 들어와 있었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았는데, 배는 하류 쪽으로 내려갈 예정이었으므로 정박한 후 조수가 바뀌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 P7

바다로 통하는 템스강의 직선 수로는 끝없이 이어지는 물길의 시작점처럼 우리 앞에 펼쳐져 있었다. 멀리 보이는 앞바다에서 바다와 하늘은 이음매도 없이 이어져 있었고, 그 빛나는 공간 속에서 조수를 따라 흘러온 바지선들의 그을린 돛은 니스 칠을 한 스프리트*를 반짝이며 뾰족하게 솟은 붉은 캔버스 천의 무리를 이룬 채 정지해 있는 듯 보였다. 안개가 깔린 낮은 강기슭은 바다로 평평히 뻗어가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스프리트: 돛을 펴는데 쓰는 작은 園材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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