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기傳 - 활자 곰국 끓이는 여자
김미옥 지음 / 이유출판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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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고 웃음이 배어 나오는데 그 속에 분명 서글픔과 진한 페이소스가 서려있다. 울다가 웃다가 안타까워하면서 어느 새 다 읽어버렸다. 한 순간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1 년에 800권의 책을 읽는다니 정말 존경스럽다. 덕분에 읽을 책, 듣고 싶은 음반이 잔뜩 생겨 버렸다. 그래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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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8-29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작가님 존경스러워요~~

은하수 2024-08-29 16:03   좋아요 2 | URL
읽고나니 엄청 자극이 되더라구요.
읽고 싶은 책도 많고 듣고 싶은 음악도 많았는데
저랑 묘하게 겹치는 음악이 많아서 깜놀했지 뭐예요~~^^

희선 2024-08-30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상 잠깐 보니, 글을 쓰게 되고는 한해에 370권 본다고 합니다 그래도 많이 보는 거네요 저는 책을 보고 안 썼을 때 300권 넘게 보기도 했는데, 2024년은 어느 해보다 책을 못 본 해가 될 듯합니다


희선

은하수 2024-08-30 05:14   좋아요 1 | URL
300권, 370권... 희선님도 작가님도 정말 대단하네요!
전 200권 정도 읽으니 리뷰 쓰기가 안되더라구요. ㅠㅠ
천천히 읽기가 필요한 나이가 됐나봐요^^
 

기묘한 낙관주의자의 죽음

술자리에서 지인의 소식을 들었다. 가족들이 부고도 없이 조용히 처리한 걸 보니 자살이 아니었겠느냐는 얘기였다. 그는 쾌활했고 유머 감각이 탁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가족이 있었다.
학부 시절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에 대한 리포트를 쓴적이 있다. 그는 자살을 단순한 개인적 행위가 아닌 사회적 사실social fact이라 설명했다. 이기적, 이타적, 아노미적 자살이 기억났다. 그중 
아노미는 상당히 흥미를 끌었는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이 주류사회 탈락으로 택한 죽음이라는 것이었다.
과연 그런가? - P261

한나 아렌트의 「우리 망명자들이란 글을 읽고 있다. 최근 디아스포라에 대한 책을 중점적으로 읽다가 만난 글이다. 많은 유대인이 살아남아 중산층의 위치에 오르고 명랑쾌활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살하는 현상에 대한 분석 글이었다. 내가 얼마 전 읽은 단편 소설집 『주기율표』의 저자 프리모 레비도 유대인으로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았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 P262

한나 아렌트의 글을 보자.

우리 중에는 낙관적인 이야기를 한참 나눈 후 집으로 가서 가스를 틀어놓거나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기묘한 낙관주의자‘들이 있다. 우리가 선언한 쾌활함이 죽음을 곧바로 받아들일 듯한 위험스러움과 표리일체임을 그들은 증명하고 있는 듯 보인다. 우리는 생명이야말로 최고의 선이며 죽음이 최대의 공포라는 확신 아래 자랐는데, 생명보다 지고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채 죽음보다도 나쁜 테러의 목격자가 되고 희생자가 되었다. - P262

아렌트는 망명 유대인의 자살 충동을 분석하며
그들은 싸우고 저항하는 대신에 친구와 친척의 죽음
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다. 이제야 어깨의 짐을 벗었다고 쾌활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도 어깨의 짐을 벗게 되길 원하게 되고 실제로 자살한다고 했다. - P263

‘기묘한 낙관주의자‘, ‘자기본위의 죽음‘. 낯설지 않다.
「우리 망명자들이란 글은 「파리야로서의 유대인이란평론집에 실려 있다. ‘파리야‘는 차별받는 자란 뜻이다. 파리야가 핵심이다. 이 차별받고 억압당하는 자들이 죽음에이르는 과정은 특별하지 않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것. 견고한 절망. 이것은 사회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
한나 아렌트는 ‘우리는 무지해서 살아남았다‘고 했다. 인간을 믿을수 없다는 것. 어제 당신을 향해 웃던 친구들, 친절한 이웃들이 갑자기 등을 돌릴 때 세계는 무너지는 것이다. - P263

다시 나의 지인으로 돌아간다. 내가 아는 그는 우리나라의 엘리트층에 속하고 재력도 있다. 쾌활하고 유머감각이 있으며 열린 사고를 갖고 있어 후배들도 좋아했다. 대체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가. 코로나로 그의 사업이 힘들다는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그는 늘 웃고 있었다. - P263

거리에 ‘기묘한 낙관주의자‘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누군가의 자살 소식을 들을 때 나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문득 두려워진다. 
사는 게 전쟁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전시에 자살하지 않는다고 한다. 절대 고독의 죽음. 그 대척점은 사랑이 아닐까.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수 있을까?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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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잉글랜드 수녀
늦은 오후, 해가 기울고 있었다. 마당의 나무 그림자 모습이 달라졌다. 저멀리 암소가 음매 울고 작은 종이 딸랑거렸다. 이따금 농장의 마차가 뒤뚱거리며 지나가면 먼지가 자욱하게 날렸다. 푸른 셔츠를 입은일꾼들이 삽을 어깨에 짊어지고 터벅터벅 걸어갔다. 부드러운 공기 속파리떼가 사람들의 얼굴 앞에서 정신없이 춤을 췄다. 모든 것들 위로잔잔하게 동요가 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가라앉았다. 숨을 죽이고 휴식을 구할 밤을 예감하면서.

메리 E. 윌킨스 프리먼(1852~1930) - P39

이러한 낮시간의 잔잔한 소란스러움은 루이자 엘리스에게도 찾아왔다. 그녀는 오후 내내 응접실 창가에 앉아 평온하게 바느질을 했다. 이제 바느질감을 단정하게 개고 바늘을 조심스럽게 꽂은 뒤 골무와 실,가위와 함께 바구니에 넣었다. 오래 쓰고 늘 만지작거려서 인성의 일부가 된 이 소박한 여성 물품을 루이자는 평생 하나라도 딴 데 잘못 놓아 본
기억이 없었다. - P39

루이자는 움직임이 느리고 조용했다. 차를 끓이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하지만 다 끓이고 나면 귀한 손님에게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치 훌륭하게 차려냈다. 작은 정사각형 식탁이 정확히 주방 한가운데에 놓여 있고, 가장자리의 꽃무늬가 반짝이는 빳빳하게 풀먹인 리넨식탁보가 깔려 있었다. 루이자는 차 쟁반에 다마스크 냅킨을 깔고, 그위에 티스푼이 가득 담긴 컷글라스 텀블러와 은제 크림 용기 도자기로된 설탕 그릇, 분홍색 도자기 찻잔과 받침 한 세트를 놓아두었다. 루이자는 매일 도자기 그릇을 사용했는데, 동네에서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걸 두고 이웃들이 수군거렸다. 그들은 평소에는 투박한 토기를 식탁에 올리고 좋은 도자기 세트는 거실 장에 고이 모셔두었다. 하물며 루이자 엘리스가 그들보다 부자거나 신분이 높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루이자는 도자기 그릇을 썼다.  - P40

자기가 제대로 들은 건지, 결혼의 언약을 깬다면 조에게 끔찍한 상처를 안기게 되는 건 아닌지 아직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루이자는 자신의 의중을 먼저 드러내지 않고그를 한번 떠보고 싶었다. 그 일은 성공적이었고, 마침내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역시 그녀만큼이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를 꺼려했기에 쉬운 일은 아니었다. - P55

그녀는 릴리 다이어의 이름은 꺼내지도 않았다. 그에게 무슨 불만이있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한 가지 방식으로 너무 오래 살아왔기 때문에 갑자기 생활이 바뀌는 게 겁이 난다고만 했다.
"난 겁이 나지는 않아, 루이자." 대깃이 말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긴 해. 물론 당신이 결혼하고 싶어한다면 나는 죽는 날까지 당신에게 충실할 거야. 그건 꼭 알아줬으드면 해."
"알아." 그녀가 말했다. - P55

그날 밤 두 사람은 만나온 긴 시간 중 그 어느 때보다도 다정하게 헤어졌다. 손을 마주잡고 문간에 서니 회한에 찬 기억들이 마지막으로 한꺼번에 밀려왔다.
"참, 우리가 결국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렇지, 루이자?" 조가 말했다.
루이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분하던 얼굴이 살짝 떨렸다.
"내게 부탁할 일 있으면 언제라도 얘기해." 그가 말했다. "당신을 영영 잊지 못할 거야, 루이자." 그러고는 그녀에게 입을 맞춘 뒤 걸어나갔다. - P55

그날 밤 홀로 남은 루이자는 스스로도 영문을 잘 모르는 채로 조금 울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자 자신의 영지를 강탈당할까 두려움에 떨다가 그것이 확실히 자신의 것임을 알게 된 여왕 같은 기
분이 들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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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단편집이다!

푸른 들판을 걷다

모두 식사를 마무리해 달라고, 식탁을 뒤로 밀어 춤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안내가 나온다. 연회장에서 우르르 나온 사람들이 화장실이나 바에 가거나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간다. 사제는 지금 돌아갈 수도 있다. 그가 작별 인사를 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만큼 덜 취한 사람을 찾아서 악수를 나누면 된다. 집으로 돌아가면 난로에 불을 피울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가 할 일은 돌아가서 성냥으로 불을 붙이는 것밖에 없다.
잠이 그를 끌어당길 테고 하루가 끝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춤이 시작될 때까지 남아야만 한다. 그는 기다렸다가 춤을 보고나서 갈 생각이다. - P50

첫 곡은 느린 왈츠, 「평생이 춤을 출 수 있을까요? Could I Havethis Dance for the Rest of My Life?」이다. 신랑이 신부를 플로어로 이끌다가 드레스 자락이 신부의 구두 뒤꿈치에 걸린다.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몸을 숙여 드레스 자락을 매만진다. 베일을 벗었기 때문에 목뒤가 그대로 드러난다. 목을 가리는 것은 진주 목걸이밖에 없다. - P50

신부가 몸을 펴자 잭슨이 그녀를 끌어안는다.
그녀는 기꺼이 따라간다. 약혼반지의 다이아몬드가 빛을 머금는다. 그녀의 남편이 플로어를 돌자 흰 구두가 그 길을 그대로뒤따른다. 두 사람이 한 바퀴 돌고 또 한 바퀴 돌자 신랑의 동생이 메이드오브아너*와 함께 나온다. 그의 발이 가벼워 보인다. 베스트맨은 연설에 서툴지 몰라도 춤은 잘 춘다. 신랑 들러리가 신부 들러리와 같이 나온다. 그들은 수줍음이 많고 자신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확신이 없어 보인다. 왈츠가 세 곡 끝나고 음악이 멈추자 베스트맨이 형에게 신부와 춤을 춰도 되는지 묻는다. 신랑이 동생을 본다. 롤러는 댄스플로어 가장자리에서 신랑과 시선을 맞추려고 애쓴다. 사제는 롤러가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내버려두기 어려우리라는사실을 깨닫는다. 신랑이 머뭇거리다가 그러라고 하고, 곧 신부와 메이드오브아너가 자리를 바꾼다.

*메이드오브아너: 신부 측 대표 들러리 - P51

밴드가 속도를 올려 스텝이 빠른 곡을 연주한다. 베스트맨이 자이브를 추기 시작한다. 몇 년 전에 자이브 대회에서 우승했던 그는 솜씨를 뽐낼 생각이다. 그가 팔을 들자 신부가 그 밑을 지나 뒤쪽으로 나오지만 그가 원하는 것보다 너무 느리다. 그가 신
부를 밀어 빙글빙글 돌리더니 자신은 반대로 돌려고
하다가 신부의 손을 놓친다. 그 대신 진주 목걸이가
손에 잡히고, 그가 제자리에서 돌면서 목걸이가
끊어진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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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1
어느 6월 저녁, 여덟시 무렵이 되자 나무둥치로는 아직 희미하게 반짝이는 밝은 햇빛이 아른거렸지만 숲은 이미 어둑한 그늘에 잠겼다. 어린 소녀가 암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터벅거리는 걸음에 행동이 굼떠 화를 돋우기도 하지만 어쨌든 소녀에게는 소중한 동무였다.
둘은 사그라지지 않은 빛에서도 멀어져 숲속 깊이 들어갔는데, 둘 다워낙 익숙한 길이라 앞이 보이든 말든 상관없었다.

세라 오언 주잇(1849~1909)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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