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를 중심으로 작가의 논지가 전개된다. 《구별짓기》는 1963년 프랑스의
3개 지역, 1,217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대규모 취향조사의 과정을 담은 책인데, 오늘날의 사회에
적용해도 별반 달라지지 않아 여전히 유용하다.
부르디외는 계층화된 취향을 설명하며 ‘아비투스‘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아비투스는 ‘한 사람이 사회에서 경험하고 학습한 것이 몸과 정신에 스며들어 개인의 고유한 성향으로 발현되는 일‘을 뜻한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츠타야의 핵심, 컨시어지
다양한 테마의 라이프 스타일 카테고리를 지나면 하이앤드 퀄리티의 취미 카테고리가 등장한다. 1층 서점 근처 만년필 매장의 벽면은 유리로 되어있고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만년필과 볼펜이 진열되어 있었다. 중절모를 쓴 중년 남자가 가져온 만년필을 단정한 차림을 한 청년이 이리저리 뜯어보고 있었다. 그는 츠타야가 자랑하는 지적 자본인 ‘컨시어지‘일 것이다.
Concierge;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는 전문인력이다. 주로 호텔 등에서 담당 고객에게 적합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니저를 뜻한다. - P114
컨시어지라는 호칭을 부여받은 이들은 담당하는 상품의 구성부터 판매까지 독자적인 권한을 갖는 담당 분야의 마스터다. 그들은 판매원처럼 상품을 권하지 않는다. - P114
처음 만년필을 시작한다면 어떤브랜드가 좋을지, 펜촉이 가는 게 좋을지 굵은 게 좋을지 등 필요한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해당 취미로 진입하는 고객들을 돕는다. ‘컨시어지‘가 고객을 대하는 태도는 상냥하고 따듯했다. - P115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오직 나만을 위한 컨설팅을 받는 것은 생각보다 멋진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최고의 물건을 소개할 수있는 사람들로, 아주 오래된 상품 중에서 좋은 것을 찾아 추천할 수도 있고 신상품 중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할 수도 있다. 조예가 깊고 안목이 좋은 컨시어지의 세심한 조언이야말로 특별한 서비스다. 이들은 고객에게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츠타야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 - P115
하지만 츠타야는 말한다.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곧 비즈니스다." 츠타야는 인간 중심의 설계로 되어 있다. 하늘이 보이도록 설•계한 주차장에서부터 매장을 비롯한 모든 편의 시설을 매출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으로 기획한다. 이러한 휴먼 스케일이 녹아든 츠타야는 사람이 돋보이는 곳이다. 상품의 화려한 겉모습보다 그 상품을접하는 고객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된다. 이곳을 찾는 고객은 그 스스로 공간과 어우러져 다른 고객에게 풍경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Human Scale; 건축 용어로 인간의 체격을 기준으로 한 척도를 말한다. 용어의 활용이 넓어지며 행동, 자세, 감각등 인간을 중심으로 설계하는 다양한 산업에서 해당 용어를 사용한다. - P116
휴먼 스케일은 기술적 효율과는 반대되는 말이다.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상업적으로 비효율이다. 그러나 츠타야는 특색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되어 강력한 브랜드로 인식되려면 상품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또한 앞서 언급한 좋은 구성의 진열과 컨시어지 서비스와 같은 츠타야의 장점은 이러한 휴먼 스케일을 통해 극대화된다. - P116
"사람의 행복은 필시 효율의 정반대 방향에 있습니다."
츠타야의 대표 마츠다 무네아키의 말이다. 효율적이지 않은 츠타야의 배려가 기억에 남는다. 츠타야를 방문하고 난 후 다른 브랜드나 공간들도 내 돈을 가져갈 때 조금 더 예의를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네온사인을 반짝이며 시선을 훔치고 각종 옵션으로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어 정신이 혼미한 틈을 타 어떻게 하면 고객의 돈을 획득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방식은 그만 접어 주기를 바란다. - P117
장에서는 상징 자본을 갖기 위한 상징 투쟁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는 자신의 장을 위협하는 외부를 향한 시위가 될 수 있고 내부에서 자리 잡기 위한 서열 싸움이 될 수 있다. 장의 고유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내부와 외부 각각에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도전과 위기에 맞서야 한다. 상징 투쟁은 장을 유지하고 움직이는 연료와 같다. 투쟁이 없는 장은 결국 죽거나 소멸한다. - P172
이처럼 장은 장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규정과 투쟁 그리고 믿음에 따른 가치 측정이 일어나는데, 이를상대적 자율성이라고 부른다. 각기 다른 장에 속한 사람은 상대 장의 자율성을 이해할 수 있는 아비투스가 없기에 혐오와 불만 그리고분쟁의 원인이 된다. 우리는 모두 한국이라는 커다란 장안에서 살아가지만, 한국 사회 안에 교회, 학교, 협회 등 각각의 모임과 단체활동을 통해 각각의 규율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이도 스스로 장이 자율적으로 만든 문화를 따른다. 이 상대적 자율성을 갖는 장이 어떻게 장내 및 장외 투쟁을 통해 상징 자본을 지켜나가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는 앞서 설명한 종이책과 전자책 관계처럼 도전하는 스타트업과 기존 산업과의 충돌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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