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몽파르나스 묘지/장미와 함께 잠들다
표지의 ‘유럽 묘지 기행‘이라는 문구에 끌렸다.
체코 프라하 여행 갔을 때 비셰흐라드 공동 묘지에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보았던 묘지가 굉장히 인상 깊었었다. 보통은 여행 가서 묘지는 잘 가지 않는데 그 때는 여행 코스에 비셰흐라드 묘지가 있었다. 아름답게 조성된 묘지는 공원으로서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드보르작과 스메타나, 알폰스 무하, 카렐 차페크, 얀 네루다의 묘지를 봤던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 우리와는 너무 다른 유럽 묘지 분위기라 기억에 남아 잊히지 않았다. 아름다웠다. 묘지도 베드로와 바울 성당도 녹음도...
그리고 휴일을 즐기는 프라하 시민들의 여유로운 일상의 모습도...
그래서 이 책에 끌렸을 거다.

푸른 문의 종소리 그때, 느닷없이 종이 울렸다. 종소리는 내 몸 바로 앞에서, 옆에서, 아니 지금까지 걸어온 발걸음 뒤, 지치고 메마른 영혼의 바닥을 치고 울리듯 돌발적이었다. 몽파르나스 타워를 등지고 아카시아 꽃잎 눈처럼 하얗게 떨어진 에드가 키네 대로를 느리게 걸어가고 있던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그곳이 어디든 종소리와 마주치면 나는 헛것에 홀리기라도 한듯 눈이 멀어 길을 잃곤 했다. 경주 계림의 고택에 누워 있다가도 분황사에서 종소리가 울리면 대릉원과 황룡사 터를 한달음에 내달려 석양빛 경내로 들어서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센강에서 한참 멀어졌다가도 노트르담 대성당의 저녁 미사 종소리에 자석처럼 이끌려 발길을 되돌린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종소리를, 태초의 종소리처럼 듣고 있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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