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모든 게 이스탄불에서 시작됐죠.˝

얼마 전 다녀온 곳이라 더 반가운 이스탄불...
친구들이랑 꼭 다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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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모든 게 이스탄불에서 시작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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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백자초화죽문각병
흰빛과 쪽빛은 한국인의 꿈이며 또 지체이기도 하다.그 많은 흰 항아리, 그 많은 흰옷사이에 이 팔모 모깎기 흰 병이 차지하는 자리가 어드메쯤인지, 엄청나게 먼 곳에 놓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바로 눈앞에 놓인 곱고 흰 손목을 쓰다듬고 싶듯 문득 정애를 느끼는 아주 가까운 존재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먼 옛날 5백 년이나 거슬러 올라간 옛날에 더 멀고 먼 회교도의 나라에서 온 회청이 그 야릇한 푸른 빛깔을 이렇게 한국의 흰 사기 바탕에 수놓아 준 것은 아마도 이조인의 쪽빛 소망이 그렇게도 간절했던 것을 일러주는 것이다.

쪽을 심어 라 비단과 모시·베를 물들이고, 또 흰 한지를 적셔서 색간지와 시전을 만들던 이조인들의 안목이 일찍이 명나라에서 건너온 신기한 쪽빛 그림 청화백자를 보고, 그 꿈을 서울에서도 이루어 보기를 염원했었다. 세조대왕은 온 나라 안에 포고를 내려서 국산 청화백자를 구워 바치는 사람이 있으면 흔히 상을 내리라고 했고,
전라도 경차관 구치동致은 주야로 궁리하고 나섰는데, 나라 안을 두루 찾아 토청원료를 구해 냈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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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안읽힐 때 나는 추리소설을 읽는다~~

최근 이 작가의 마티니클럽 시리즈 2권인 《여름 손님들》이 출간되었는데 읽고 싶지만 구입은 망설여지고 도서관에서 빌리려면 한참 기다려야해서 일단 1권인 《스파이 코스트》를 먼저 빌려왔다.

˝전직 CIA 요원인 매기 버드는 비극적으로 끝나버린 마지막 임무를 뒤로 하고 메인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조용히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의 천적들은 그녀를 가만 두려 하지 않고 다시 싸움을 걸어왔다. 은퇴한 그녀의 옛 동료들과 ‘마티니 클럽‘을 결성하고 녹슬지 않은 그들의 기술로 이 사건을 파헤쳐나간다˝고 한다.

테스 게리첸은 메인주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몰입도 높은 스파이물을 선보여왔다. 의학박사 출신이라는 이력을 십분 발휘하여 메디컬 스릴러를 주로 집필하였으며 출산 휴가동안 발표한 소설이 일약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은퇴한 스파이물의 주인공이 나와 나이가 같네^^
그리고 메인주라면 생각나는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그녀의 주인공들인 루시, 버지스형제, 올리버, 에이미와 이저벨 모두 메인주를 배경으로 ~~^^






파리, 열흘 전

그녀는 한때 멋진 황금빛의 소녀였다. ‘어쩜 이리도 변했지.‘ 그녀는 거울을 응시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한때는 구릿빛으로 염색된 예술적인 줄무늬를 가졌던 머리카락이 이제는 죽은 쥐의 갈색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어떤 남자가 그녀에 대해 수소문을 하고 다닌다는 이웃의 말을 전해 들은 후 쇼핑하러 갔던 모노프릭스 매장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눈에 띄지 않을 법한 머리의 색상이었다. - P5

순전히 단순한 이유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그녀에 관해 물어보고 다닌다는 것은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첫 번째 단서가될 수 있다. 비록 그 이유가 단지 그가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던가, 그녀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채 그에게 노출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동네를 가로질러 아는 사람이 없는 3구에 있는 모노프릭스까지 가서 염색약과 안경을 샀다. 항상 구비해 두었어야 할 물건이었지만 몇 년이 흐르면서 안일해져 버렸다. 부주의했다. - P5

메인주 퓨리티, 현재

여기서 무언가가 죽었다.
나는 마당에 서서 눈 속 살육의 증거를 내려다보고 있다. 살인자는 갓 내린 눈 위로 희생자를 끌고 갔다. 비록 눈은 조용히 흩날리며 계속 내리고 있지만 아직은 범인의 발자국이나 시체가 숲으로 끌려가며 만들어낸 눈 위의 트랙은 지우지 못했다. 나는 핏자국과 흩어진 깃털 그리고 검은 솜털 덩어리들이 바람 속에서 흔들리는 것을 보고 있다. 이것들은 매일마다 예쁜 파란 달걀을 낳아주어 소중히 여겼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라우카나 중의 한 녀석이 남긴 흔적들이다. 비록 죽음이란 것이 삶의 큰 순환에서 보자면 한 지점에 불과하고 전에도 여러 번 겪어 본 적이 있었지만, 이 특별한 상실감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나는 한숨이 나왔고, 추위 속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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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7-20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저는 [여름 손님들] 먼저 읽었는데 다 읽고 백자평 쓰다보니 이게 시리즈더라고요? 책 읽으면서도 ‘전에 그랬던 적이 있다‘ 이런거 자꾸 나와서 ‘뭐야, 이거 전편 있나?‘ 했는데 시리즈여서 우잉? 하고 찾아보니 이 책이 1권이고.. 심지어 제가 갖고있는 책이라는 사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갖고 있지만 2권 헐레벌떡 사서 벌써 읽어버렸어요. 2권 나름 괜찮게 읽었습니다, 은하수 님!

은하수 2025-07-20 22:2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다락방님 갖고 계실 줄 알았어요~~~ 전혀 놀랄 일이 아닙니다^^
전 추리소설 시리즈물은 주로 빌려읽는데... 신간이라 2권은 솔직히 언제 제 손에 올지 알 수가 없더라구요.ㅠㅠ
일단 1권부터~~ 하면서 상호대차로 신청해 받았답니다.
시리즈인데... 계속 나올 거라면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얼른 읽어보겠습니다!
 

<축제의 날들>

어떤 인생도 언제나 축제의 날들일 수는 없지만 지나고 보면 한순간 한순간이 모두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단편의 제목이 '축제의 날들'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일지도 ...

죽어가는 친구와 남편의 배신이 남긴 상처를 마주한 채 마음 속에 이는 공포와 싸우며 친구들과 또 남편과 함께 했던 지난 여행의 순간들을 떠올리는 작가의 문장이 소설인거 같기도 하고 에세이인거 같기도 하지만 장르의 구분이 별 의미없이 다가온다.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의미없이 흘려보내서는 안된단 생각을 하게 된다. 

천천히 음미하며 한 문장, 한 문장 다시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다.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 상처받은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오르도록 허락하고 있다. 예전에 경험한 집단 상담 치료에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그것을 더는 억누르지 않는다. 그곳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여성이었고, 다 같이 조명이 은은한 방 안에서 위계 없이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우리는 모두 방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고, 가끔은 일어나서 방망이로 그 방석을 두들겼다. 1990년대는 그랬다.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 ‘속‘은 숨긴 채 방석 ‘솜‘은 다 튀어나오도록 힘껏 두들겨도 괜찮았던 시절. - P311

마지막에는 다 같이 일어나 손목을 맞잡고 인간 요람을 만들어주던 시절, 용기만 있다면 그 위에 누워 양쪽으로 흔들리며 아기처럼 울 수 있던 시절, ‘아기처럼 우는 것‘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막상 그걸 자신이 하면 결코 진부한 일이 아니다. 이제 그 울음은 마치 비처럼 멈추지 않고 흐른다.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그치지 않고 내려, 땅을 흠뻑 적시며 나무를 쓰러지게 할 정도다. 비가 그치면 모든 것이 더 나아지고, 씻기고, 반짝인다. 상처받은 감정이 그대로 떠오르게 두자. ("네 얼굴은 참∙∙∙ 열려 있어, 조.") 왜냐하면 내 생각에는 그게 더 나으니까. 그리고 더 현실적이니까. 그래, 나무들은 쓰러진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에 새로운 삶을 느낄 공간이 생긴다. 누군가의 판단에서 벗어날 자유, 그들의 규정에서 벗어날 자유, 나를 나로 살지 못하게 하는 억압에서 벗어날 자유. 이제 나는 다른 존재가 아니다. 진정한 나 자신(one)이다.
그리고 일(one)은 가장 외로운 숫자다. - P312

그때만 해도 캐시는 죽어가고 있지 않았지만, 그러다 죽어가기 시작했다. 긴 여름 내내 캐시는 우리 집에 머물며 주 외곽에 있는 자기 집까지 가지 못했다. 그녀의 집은 소금기 있는 초록빛 호수 옆에 있었는데, 현관문은 밝은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데크 아래의 부서진 조각 뒤에 열쇠가 숨겨져 있었다. 나는 몇 주에 한 번씩 캐시가 어쩔 수 없이 그곳에 버려둔 것들을 점검하러 들렀다. 돌로 된 벽난로 옆에 서 있는 키 큰 황동 도요새 조각상, 에마에게서 빌린 시트로 장식한 소파와 의자, 다행히도 캐시가 죽기 바로 직전 차례로 죽은 두 고양이의 플라스틱 사료 그릇, 가보로 내려오는 어두운 그림, 캐시가 다리를 못 움직이게 되기 직전에 산 최신형 검은 아우디까지. 그림과 아우디는 의문스럽게도 나중에 사라져버렸다. 나는 2주에 한 번씩 집 안과 집 주변을 배회하다 호숫가로 내려가곤 했다.  - P316

캐시는 그때도 아직 그런 상태는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 그런상태가 되었다. 한번은 끔찍하게 구급차로, 다음번엔 그것보다 더끔찍하게 택시를 타고 응급실에 갔다. 에마와 나는 팔걸이를 붙잡은 캐시를 뒷좌석에서 빼내려고 밀고 당겨야 했다. 캐시는 자기가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아마 그 일이 헛짓거리일 거라는사실을 깨닫자 활짝 웃었다. 그게 전부였다. 잠깐의 포악함을 드러낸 찰나의 저항. 우리가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몇 주 후,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타코닉 고속도로에서 두 시간 동안 교통체증에 시달린 끝에 한참 어두워진 후에야집에 도착했다. 나는 지치고 짜증 가득한 상태로 부엌에 들어섰다가긴 농가형 테이블 위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진수성찬으로차려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내가 즐겨 마시는 반쯤 얼린 맥주도한 병 놓여 있다. 꽃병에 꽃이 꽂혀 있었다는 것도 말하고 싶다.
물론 꽃의 줄기가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잘려져 있지는 않았다.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다 - P316

끝까지 버티다가 마침내 호스피스에 들어가거나, 호스피스를마지막 순간으로 여기고 그대로 떠나버리는 거죠.
캐시가 그럴 리 없어요.
어쨌든 그녀 곁에 있어주고 싶다면, 바로 와야 한다고 했다.
따뜻하고 밝은 부엌과 방석에 앉아 있는 개들과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과 의자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내 얼굴을 바라보는 남자,
그렇지만 어떻게 아시냐고요.
간호사가 딴짓하는 모양인지 긴 침묵이 이어진다. 생각에 빠져 있거나 차트를 정리하고 있거나 둘 다겠지. 간호사는 입 가까이 수화기를 가져가더니 한숨을 쉰다.
"징후들이 있어요." 그녀는 대답한다. "입술 색이 거무스름해졌어요."
곧바로 캐시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녀의 우아한 얼굴 윤곽과 지난 몇 주간 발광하듯 광채가 나던 피부, 인도의 옥상에 있던 여자처럼 모공 하나 없는 피부. 나는 거무스름하다는 표현을 푸르스름하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날이 어스름해질 무렵, 모든 것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지는 순간.   - P320

묘사할 수 없는 것을 묘사하려 애쓰다 보니 피곤하다. 그러니그냥 믿어주면 좋겠다. 다시 타코닉 고속도로로 진입해 가속 페달을 밟았더니 웜홀이 열리며 내 차를 빨아들였다는 묘사를 나는90분 만에 145킬로미터를 달렸다. 모든 것이 칠흑 같았고, 고요하게 반짝였다. 내 차의 헤드라이트만 빛나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계속 헤드라이트를 반짝이며 야생동물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길을 비켜. - P322

그녀는 거실에 놓인 병원 침대에 똑바로 앉아 있었다. 어두운아파트 안에서는 촛불이 깜빡였으며, 내가 모르는 몇 명의 친구들이 어둠 속에서 움직였다. 그녀의 전남편은 우울한 표정으로 등받이를 편 의자에 앉아 있었고, 에마는 가정 간호 도우미인 데이지와 함께 밝은 부엌에 있었다. 그들 뒤에는 냉장고가 있었고, 그 안에는 수액 주머니에 담긴 모르핀 키트가 있었다. 키트에는 해골과뼈로 X자가 그려진 라벨이 붙어 있었다. 오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누군가 실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가 전에 마커로그려놓았다. 캐시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말했다.
"해골 그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네."
미술 수업에서는 하나 걸러 하나씩 정물화 세트에 해골이 포함되어 있었다.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였다. 분필 같은 상아색, 옅게 패인 관자놀이, 길고 선명한 치아, 텅 빈 콧구멍. 역시 생명이빠진 정물화였다.
그녀는 주 외곽에 있어야 할 내가 여기 있으니 놀란 눈치였지만,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그냥 받아들였다.
"와야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속삭였다. - P323

오전이 절반쯤 지났을 때 호스피스 간호사가 도착한다. 그녀는 서두르는 듯하면서도 침착하다. 데이지는 부엌에서 나와 우리와 자리를 바꾸고 간호사의 바이탈 체크를 돕는다. 데이지가 간호사에게 따라준 차는 전날 밤 누군가 가져온 브라우니 접시와 함께테이블에 놓여 있다. 에마와 나는 간호사가 돌아올 때까지 서로를바라보며 서로에게 귀 기울인다.
시간이 얼마나 남은 건가요?
나는 속삭이듯 묻는다.
5분 정도요. - P327

간호사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목소리로 답한다.
에마와 나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잠시 서로에게 쓰러지듯기댄다. 간호사는 우리를 거실로 안내한 다음 침대 양쪽에 세운다. 손을 잡아주세요. 우리는 간호사의 말대로 한다. 어느 순간 에마는 몸을 기울여 조용히 말을 건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우리 곁에는 더 이상 그녀가 없다. 그녀가 떠났다. - P328

우리는 언제나 함께 있을 거야.
몇 달 후, 캐시의 마지막 순간에 에마가 내게 몸을 기대며 조용히 속삭였던 말이다. 대리석 같던 그녀의 얼굴, 차가운 끌이 새겨 넣은 베일의 주름. 우리는 언제나 함께 있을 거야. 그리고 키큰 풀밭의 바다에서 사슴이 불쑥 솟아오르더니, 다시 몸을 날려멀리 사라졌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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