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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당한 몸 - 이라크에서 버마까지, 역사의 방관자이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
크리스티나 램 지음, 강경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평점 :
읽기 힘들다.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또 소위 강대국이라고 하는 나라,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 한때 평화운동의 상징이었던 사람 등등이 눈 감고 있다는 사실에.
전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시 강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설마?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아직도? 라는 비탄으로 끝난다. 아직도, 여전히? 이런, 참.
전시 강간은 전쟁 범죄와 같다. 분명 이는 반인도적 범죄 행위이고,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그런데도 지금 전시 강간으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전시 강간을 전쟁 범죄에 포함시키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전쟁 범죄에 포함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 왔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 겨우 재판정에 세웠는데,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의 상심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에서 적은 부분을 일본군 성노예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그 범죄에 대해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진행형이다.
일본이 배상을 한다고 했지만, 그건 정부 차원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생색내는 행위에 불과했기에 피해자들이 거부했던 것. 그 이후 일본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아니, 뻔뻔하게 그런 일은 없다고 하고 있으니, 이런 일본 주장에 부화뇌동하는 작자들도 있는 현실이니...
우리나라뿐이 아닌 것이다. 전 세계에서 제대로 된 처벌이 없고, 오히려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이니...
이 책에서 전시 강간을 다루면서, 범죄자들을 재판정에 세워 정의를 이루려고 했지만, 많은 경우 아직도 제대로 된 처벌이 되지 않고 있는 모습을 알려주고 있는데, 이런 일들이 피해자들에게 정의가 여전히 멀리 있다고 느끼게 만들고 있다.
정말 많은 나라에서 전시 강간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이라크와 시리아 사이에 살고 있던 야디지 족,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졌던 보코 하람의 만행, 버마에서 일어났던 로힝야 족에 대한 범죄, 여기에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났던 일. 르완다. 보스니아, 2차세계대전 직후의 소련군. 남아메리카에서 벌어진 일들, 아프리카 콩고,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벌어진 강간 등등.
이것이 과연 인간인가? 이것이 20세기, 21세기에 이 지구에서 벌어진 일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 어떻게를 실천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증언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사회에 자리잡고 살 수 있도록 함께하려는 사람들, 재판정에서 진실을 밝히고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응징하는 분위가가 형성되도록 하는 사람들이 비록 갈 길은 멀지만 정의를 실현하려고 '어떻게'를 채워가는 사람들이다.
세계 곳곳에서 아직도 전시 강간이 벌어지고 있고, 심지어는 자신들의 미신을 위해서 아주 어린 사람들을 강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것은 개인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또 국가적으로 함께해야 할 문제다.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고,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은 어떻게든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전쟁 범죄를 언제든 처벌하듯이, 전시 강간 또는 강간을 기한을 두지 않고 처벌해야 한다. 또한 처벌을 강도를 높여야 한다.
강간은 반인도적 범죄이고, 인격 살인이기 때문이다. 전시 강간은 전쟁 범죄이기 때문이고, 그러한 행위에 가담한 사람은 전쟁 범죄자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불관용 원칙이 적용되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국가가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아직까지는 그러한 일을 하지 않고 있지만, 그래야 한다. 이 책에 나온 여성의 이 말. 이 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말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사람들이 모르고 있기도 더 힘든 일이에요." (476쪽)
알고 있는데도 해결하지 않으면 그것 역시 범죄를 묵인하는 행위다. 지금 전세계가 권력자들이 이렇게 범죄를 묵인하고 있는 경우, 전시 강간 또는 강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묵인하는 것 역시 범죄에 동조하는 것임을 명심하게 하고, 국가 또 권력자 또 전세계가 이러한 강간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에게 첵임을 전가하는 행위 역시 금지해야 한다. 그러한 생각을 지니게 해서는 안 된다. 가해자를, 그렇게 유발한 권력자들을 응징해야 한다. 우리가 겨누어야 할 방향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