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세우기를 통한 교실혁명
마리엔 프랑케 그리쉬 지음, 풀라 옮김 / 샨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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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세우기라. 처음엔 무슨 뜻인지 헷갈렸는데... 

가족을 세운다라는 말을 가족을 살린다는 의미로 생각해서 가족을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리면 자연스레 학생의 행동이 좋아진단 쪽으로 의미부여를 했었는데... 읽다보니 어, 이게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가족세우기였다. 자신이나 가족의 대리인을 선정하여 적당한 위치에 세우는 일, 이것이 바로 가족세우기였다.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자리에 대리인을 세우고 이 대리인들의 모습, 행동, 말 등에서 자신과 가족의 모습을 재발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는 이론이었다. 

이미 가족세우기란 상담치료 이론이 소개되었는데, 그 쪽으로는 문외한이라서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이 가족세우기는 상당한 효과가 있는데, 학생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까지도 효과를 미친다. 이는 아마도 관계를 중시하고, 영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것은 다 연결이 되어 있고, 가족은 특히 더욱 강한 유대감으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가족이라는 관계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는 주장. 

그래서 애써 감추거나 묻어두려 하지 말고 바깥으로 드러내 인정하라고, 인정하면 자신을 바로 볼 수 있고, 가족을 바로 볼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바로 볼 수 있다고, 그러면 자연스레 변화된 자신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때 안정된 상태의 나는 가족에 소속되어 있으며 자연스레 주고 받는 관계를 형성하고, 또한 서열을 거스리지 않아야 된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대가족 제도를 언급하고 있단 느낌. 우리나라는 예전에 가족이라는 유대감이 얼마나 강했던가. 나보다는 우리라는 의식을 지니고 살지 않았던가. 제사라는 이름으로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유대를 끊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지 않았던가. 

게다가 장자 우선이라고, 가부장제라고 서열이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았던가. 소속감과 서열이 확실한 사회에서 주고받음의 문화는 당연한 문화였을테고.  

또 신주라는 이름으로 죽은 사람을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지내지 않았던가. 이런 상태라면 가족세우기에서 말하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제도인데, 과연 우리는 행복하게 지냈던가. 

의문은 여기서 생겼다. 과연 서열을 지켜야 안정이 되는가. 지은이는 서열을 매우 중시하여 서열이 어그러졌을 때 상당한 불안정과 문제가 생긴다고 하는데... 권위를 부정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지은이의 이 주장이 상당히 보수적이구나 하는 생각. 하지만 보수의 장점이 많으니, 우리도 생물학적인 순서에 의한 권위가 아닌, 자연스레 형성된 권위는 존중하고, 이런 권위에 의해 만들어진 서열은 존중하지 않는가. 이 정도면 인정할 수 있지만, 지은이가 가족내의 서열을 매우 중시하는  점은 인정하기가 조금 어렵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문제풀 때 너희 부모님이 네 뒤에 있다고 생각하고 풀렴 하는 말이 독일에서는 좋게 작용할 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까. 

예전에 급훈 중에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는 급훈이 학생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급훈으로 인정되지 않았던가. 독일과 우리나라의 교육환경과 사회환경의 차이를 생각하고 이 책에서 말한 가족세우기를 응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독일의 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지은이가 실시한 방법을 따라하다간 부작용이 오히려 더 심해지겠단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쓸모가 있다. 갈수록 가족이 해체되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족이 표면상으로는 해체되었지만 그건 보이는 모습일 뿐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 각자의 가슴 속에는 가족이 남아 있다는 말. 그리고 가족이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 함께 잘 살아가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은 너무도 당연하게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물론 이 책에 나와 있는 일들을 처음부터는 할 수 없다.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이 책의 지은이도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몇몇 생각과 방법들은 '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전체적인 틀에서는 '오!'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적용한 가족세우기를 능력있는 심리학자, 상담치료사들이 시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더불어서 하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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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남아 있던 찜찜함이 막 밖으로 밀려나왔다.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중에 심홍아의 만화 '그들의 무지개'를 보면서였다. 

그냥 저러면 안 되는데, 저건 위험한 발언인데 하는 마음이. 이거 정말 문제구나. 너무도 당연하게 다수가 소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이 사회는 문제가 많구나 하는 생각. 

며칠 전에 텔레비전을 볼 때 사회자가 다음부터는 키스 장면을 연출하려면 머리를 기르고 나오라고, 앞에서 보면 몰라도 뒤에서는 구분이 안된다고, 우리 프로에 나오려면 머리를 길러야 한다고 농담식으로 말을 했다. 

순간, 저 발언 위험한데, 저렇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발언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의도했던 키스는 이성끼리 해야 하며, 여자는 특히 머리가 길어야 한다는 의식이 깔려 있지 않은가.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는데, 우선 여자는 머리가 길어야 여자로 쉽게 인식된다는 생각은, 남자와 여자의 겉모습을 고정시키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남자는 머리가 길면 안 되나? 여자는 머리가 짧으면 안 되나? 머리 짧은 여자는 남성적인 여자고, 머리 긴 남자는 여성적인 남자인가? 남녀를 불문하고 머리가 길든 짧든 그건 상관없는 일 아니던가.  

공적인 방송에서 그렇게 발언하면 상당히 문제가 될텐데... 하는 마음이었는데... 

두 번째는 동성애자들을 폄하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 발언을 내가 곡해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한 사람은 남자임에 분명하고, 한 사람은 머리가 짧은 여자였는데, 머리를 길러야 뒤에서 봐도 여자임을 알 수 있다고 하면 키스는 이성애자들끼리 해야 정상이고, 나머지는 이상하다는 암시를 주는 것이 아닌가? 

동성애가 분명 죄가 아니고,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할 일도 아님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깨우쳐가고 있는데...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모습은 이제는 없어져야 하는데... 

그냥 스치고 지나갔던 생각들이 심홍아의 만화를 보면서 머리 속을, 마음 속을 비집고 나와 버렸다. 

나는 작은 차이를 아무 것도 아니란 듯이 뭉개버리면서 소수자의 인권을 무의식 중에 침해하지 않았는가?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졌다.  

머리 속으로 아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 다른데, 그간 내 말과 행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방송과, 이 만화가. 

독일의 성교육 책은 동성애도 다뤄주고 있는데...그 책 제목이 남들에게 얘기하기 민망한데, 번역을 돌려서 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 읽으면 좋은 책이다. 제목에 굳이 자체검열이 되는 모습 또한 문제일테니... 이 책 제목은 섹스북이다.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싶다면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을 읽자.  

많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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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학교건축
크리스티안 리텔마이어 지음, 송순재 외 옮김 / 내일을여는책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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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학교 건물에 대한 책이다. 학교 건물이 학생들의 인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따라서 학교 건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이건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미 실생활에서 느끼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아이들의 성향이 부정적이면, 쟤네 가정에 문제가 있을 거야 하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어떻게 학생시절 무려 12년, 대학까지는 16년을 지내는 학교 건물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다른 나라에서, 러시아나 독일,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에서는 오래 전부터 학교 건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 이 책은 그러한 관심을 촉발하고 정리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한국의 상황에서도 이것이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학교 건축에 응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최근에는 교육내용뿐만이 아니라 학교의 외형에도 관심을 가진 건축가들이 늘고, 교사들도 늘고 있으니, 조금씩은 좋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좋아지기 위해서는 학교와 관련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학교를 고치거나 새로 지을 때 구경꾼으로 남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다만 우리나라 현재의 상황에서 학생은 학교의 주인이 아니고, 교사도 학교의 주인이 아니고, 학부모도 학교의 주인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범위를 좁혀서 학생만 생각해도, 학생은 학교의 주인이 아니다. 도무지 자신들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 학교 다닐 때 생각해 봐도 쓰레기를 버리지 마라, 학교 기물을 파손하지 마라 등등 얼마나 많은 잔소리를 들었던가. 

이런 잔소리는 학생들이 학교를 잠시 머물다 가는,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학생들은 수업으로부터, 앉는 자리, 자기가 지낼 반, 담임이나 교사들, 학년 등등에서 무엇하나 선택할 수가 없다. 즉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기에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러니 학교에 대한 주인의식이 있을 리가 없다. 

주인의식이 없으니 학교 공간에 관심이 있을 리 없고, 학교 공간에 관심이 없으니 학교를 적대적으로 여기고, 학교의 여기저기에 상흔을 남기게 된다.  

이런 점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학교의 공간은 학생들의 정서에 맞아야 한다. 정서에 맞고, 정서를 함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무작정 짓고 마는 토건이 아니라, 사람과 건물과 자연이 함께 어울어지는 건축이 되어야 한다. 그런 건축이 되었을 때 학생들은 편안함, 행복함을 느낀다. 

직선과 곡선의 공유, 열림과 닫힘의 공존, 규칙과 변통의 조화 등 

건물 속에서 발견해내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학생들의 지성과 감성에 작용을 하게 되고, 단지 주어지기만 하지 않고,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학교 공간은 학생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게 해, 더 책임있는 시민으로 자라나도록 할 수 있다. 

많은 것들이 교육내용뿐만 아니라 교육외적인 요소라 하는 건축물에서도 작동한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리텔마이어는 이를 나름대로 객관화시켜 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부록에 실린 송순재의 두 편의 글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건축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교육는 백년지대계라고 말로만 하지 말고, 이제는 건축가들이 이렇게 학교 건축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시민들도 그냥 학교가 지어지는구나 하지 말고, 자신의 아이가 다닐 학교 건축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야 학교가 산다. 교육이 산다. 아이들이 산다. 

그러면 우리는 토건에서 벗어나 진정한 건축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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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르츠버거의 건축 수업 -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축가
헤르만 헤르츠버거 지음, 안진이 옮김 / 효형출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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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하면 전문가만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건축하면 낯설다는 느낌부터 든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우리를 건축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그러나 건축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일까? 

나는 건축과 상관없다고 건축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늘 건축과 관련되어 삶을 살고 있지 않나. 

건축물 속에서, 또 다른 구조물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도 바쁘다는 이유로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지내지 않았던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자신이 스스로 지은 적이 있던가. 이웃의 집들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던가.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을 뿐 아닌가. 

이런 삶의 모습은 불통의 모습이다. 소통이 되지 않는 사회, 그 사회의 모습이 건축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굳게 잠긴 문들,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든 담장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인 거리를 차지해 버린 자동차들, 그 자동차 안에 갇힌 생활을 하는 사람들. 완전한 불통의 모습. 

이런 사회에서 행복이란 참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다. 닫힌 사회, 닫힌 건축들은 우리를 숨막히게 한다. 여기에 소통의 물꼬를 트려는 건축가가 있으니, 그가 바로 헤르츠버거다. 

그는 소통을, 열림과 닫힘의 조화를 강조한다.  

사람의 삶이 조금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건축가는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되, 그 곳에서 살 사람들이 자신만의 변형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라고 한다. 

결국 그는 집단과 개인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건축이 바로 소통의 건축이며, 이 소통의 건축을 통해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들을 구체적인 건축물들을 예로 들면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건축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읽어가면서 우리나라의 건축물들을 생각하는 재미도 좋고. 

지은이의 말마따나 우리나라 한옥의 구조는 열림과 닫힘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집단과 개인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되어 있지 않던가. 여기에 자연과도 잘 어울리는 구조를 하고 있는데, 이런 훌륭한 건축물들 지금 우리는 잊고 있지 않았던가.  

잊혀졌던 우리네 건축물에 대한 생각까지 하게 해주는 이 책은, 앞으로 건축을 전공할 사람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몇몇 구절 

건축이 권력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지만, '두목 행세'를 촉진하는 공간을 만드는 일만큼은 경계해야 하지 않겠는가? 95쪽 

건축가는 모든 가치에 똑같이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모든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건축을 해야 한다. 107쪽 

건축가는 언제나 사람과 집단이 서로 관계를 맺고 책임을 다하는 문제, 즉 집단과 개인이 서로를 대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112쪽 

주거 공간의 질은 가로 공간에 달려 있고, 가로 공간의 질은 주거 공간에 의해 결정된다. 163쪽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능력은 건축가가 반드시 지녀야 할 능력이자 습득해야 할 여러 기술 가운데 하나 264쪽

무엇보다 우리네 회사 건물들 생각해 보라. 노동자와 자본가가 어떻게 분리되어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며, 소수를 위한 건축이 아니라 다수를 위한 건축,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를 위한 건축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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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대학생들이 던진 33가지 질문에 답하기
엄경희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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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신동엽의 산문시1였다. 

그의 시에는 탄광의 광부들도 하이데거, 장자, 러셀의 책을 읽으며, 정치인의 이름은 몰라도 극작가는 알고 있으며, 대통령이 자전거를 타고 시인의 집에 놀러간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사회인지, 신동엽이 꿈꾸던 세상, 그런 세상이 온다면 평화로운, 그리고 풍성한 삶이 영위되는 사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지은이는 왜 시가 어려울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우리네 교육이 잘못되었음을, 시는 어려움을 본질로 하고 있지만, 이 어려움이 곧 시읽기의 즐거움임을 알게 교육이 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학교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시에서 멀어지는 현상이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지은이는 대학 강의 경험을 통해 질문을 32개로 정리해서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야기라고 표현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시에 대해서 학술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이야기식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의 질문은 32개인데, 왜 시가 어려운가를 추가하면 33개의 질문이 된다. 그리고 이 질문들은 우리가 시를 읽으면서, 또는 배우면서 느끼거나 생각했던 문제들이다. 이에 대한 지은이의 답변은 매우 친절하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고, 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더구나 이 책의 장점은 각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거기에 해당하는 시를 예로 들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어가면 자연스레 최소한 32편의 시를 읽게 된다. 더 많은 시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최소 32편의 시를 읽으면 시에 흥미가 없던 사람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가 한둘쯤은 나오게 마련이고, 그렇다면 이 책은 그 자체로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예로 들고 있는 시들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두었기에 시집을 사서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주고 있으니 시에 대한 책으로 이 책만큼 일반인들에 다가가기 쉬운 책은 별로 없다고 본다. 

또 다른 장점은 각 질문의 끝에 사유의 끈이라는 또 다른 글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 사유의 끈은 시를 설명한 부분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시와 이런 책이 무슨 상관이 있어 할 수도 있는데, 책의 앞부분에서 지은이가 '생각과 호기심과 지식 욕구를 자극하고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고 했듯이 이런 책들은 시를 좀더 잘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무슨 책을 읽을까? 좋은 책 없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32권이 넘는 책을 읽는이의 눈 앞에 펼쳐놓는 이 책은 이 부분으로도 많은 도움을 준다. 

이렇게 사유의 끈에 소개된 책들과 많은 시들을 읽으면 우리도 신동엽의 산문시1에 나와 있는 사람들처럼 풍부한 감성과 지성을 소유하고 살지 않을까.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고, 정치인보다는 예술인들을 더 대우하는, 대통령과 시인이 대등한, 아니 대통령이 시인의 집을 방문하는 그런 사회라면... 

시는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이해하기 위해 지성을 단련시킨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바로 시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공감하는 능력, 그것은 사회를 좀더 좋은 쪽으로 가게 한다. 공감은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비폭력, 평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남과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신동엽의 시에 나와 있는 그런 사회일테고, 그런 사회가 바로 민주공화국 아닐까... 

비약을 해서 이야기하면... 플라톤은 자신의 공화국에서 시인을 추방해야 한다고 했는데, 반대로 우리는 이런 의미에서 공화국에서는 시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야 한다.  

시가 마냥 어렵다고 느낀 사람, 학교 다닐 때 시험을 위해서 시를 배웠지, 그 이후엔 시는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한 번 이 책을 읽어보자. 시는 어렵지만, 그냥 어려워서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고, 어렵기에 더한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라는 사실, 그리고 시는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또 다른 나인 남을 위해서 함께 살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산문시1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의 삼등대합실 매표소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 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이름 극작가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탱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건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신동엽 전집, 창작과비평사, 83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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