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룩주룩, 좍좍 비가 내린다. 

시원하다. 창으로  빗방울들이 가끔 넘어오기도 한다. 상쾌한 기분이 드는데... 

갑자기 시집 한 권이 생각난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샀던 시집. 

그러나 시들은 결코 만만치 않았던 시집. 

허만하의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이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샀었다. 그리고 이 시집의 제목이 어떤 시에 있나 한참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비의 죽음이 아니다. 비는 수직으로 죽지만, 수평으로 살아나야 한다. 수직이 수평이 될 때 다른 존재들이 생명을 얻는다. 

이 수직의 비가 수평이 되지 못하고, 어딘가에 갇혀 죽음으로 끝나기만 한다면 이 세상은 삭막한 세상이 된다. 콘크리트로 덮여 있는 우리 사회를 생각해 보라. 얼마나 삭막한가.

비는 수직으로 떨어져 죽지만, 수평으로 새 삶을 영위해야 한다. 

이 비들이 땅을 촉촉히 적시고, 사람의 마음을 촉촉히 적시면 우리의 마음도 푸른 생기가 돈다. 

강을 가두어서는 안 되듯이, 비도 가두어서는 안 된다. 비는 수직에서 수평으로 존재 전이를 해야 한다. 

시원한 빗줄기... 

누구에게는 공포스런 빗줄기이겠지만, 이는 수직이 수평이 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린 이 수직의 비가 수평이 될 수 있게 하자. 그러면 이 수직의 비는 우리 맘에 닿아 수평으로, 새 생명으로 태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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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행동하고 표현하라 - 독일 공립학교의 개혁 모델, 헬레네 랑에 학교의 교실 혁명
게롤트 베커 외 지음, 이승은 옮김 / 알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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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네 랑에 학교. 

독일의 입시기관에 해당하는 김나지움에서 종합학교로 탈바꿈을 한 학교. 

그것도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의 토의를 통해서 전환을 이룬 학교. 

이 학교에 대한 종합적인 설명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이 이 책이다. 

지금까지 스웨덴, 핀란드, 독일, 일본의 교육과 우리나라 교육개혁을 다룬 책들을 읽었지만, 그 책들은 여러 학교를 다루거나, 또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또는 학교 외적인 측면에서 접근을 한 책이었다면 이 책은 학교 하나를 두고, 종합적인 면을 서술한 책이다. 

지은이도 한 명이 아니라, 이 학교 구성원과 이 학교와 관계를 맺은 모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고, 한 해 두 해의 성과를 기록하지 않고, 종합학교로 바뀐 이후의 변화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아우르면서 서술하고 있다. 

우리가 변화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우리에게 하나의 훌륭한 모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교육과정, 수업내용, 체험학습, 그리고 학생들의 청소, 또 평가, 그리고 학교 관리인에서 행정실 직원, 교육청, 지방자치 단체까지 아우르면서 어떻게 한 학교를 만들어갔는지 이야기 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혁신, 자율 학교도 이 헬레네 랑에 학교의 경우를 염두에 두면 좀더 많은 것들을 이루어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책 앞 부분에 나온 이 학교의 교육 이념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는 먼저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종이와 연필로 하는 공부, 모두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것을 배우는 공부, 문제지와 프로젝터로 하는 공부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다. 학교 생할은 지루하지 않고 공부는 생활과 밀접해야 한다. 실용학습이란 학생들이 주제와 구상을 세우고 학교 밖에서 탐구하며 과학실험을 직접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계획을 세우고 사람들을 도우며 공연, 벽신문, 전시회 등 다양한 형식으로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33쪽)생각 말이다. 

하여 이들은 교과과정을 다시 짰으며, 체험학습을 중시해서, 가끔은 교과과정을 건너뛰기도 한다. 또한 학생들의 자율권을 보장하여, 학생회 중심으로 5-6학년에서 성적표를 없애기도 하였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죽은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 살아 있는 지식, 즉 닫혀 있는 학교 공부가 아니라 열려 있는 학교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마음에 와닿은 이야기가 학생들의 청소문제다. 우리나라야 학생들의 청소가 당연하고,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는 부모가 청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나라는 지자체에서 청소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학교 청소를 하는가 보았다.  

그런데 이 학교는 이런 청소를 학생들이 하자고 나선 것이다. 자기가 쓰는 공간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발상이었고, 또 이런 청소비를 모아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데... 이 과정에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토의-토론은 물론이고, 교육청, 그리고 지자체, 또 공공노조와의 토의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 이 자체가 훌륭한 교육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 청소비를 가지고 특별수업을 하는 교사의 인건비로 쓴다니.. 우리나라로서는 아직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지만, 그렇다면 먼 미래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수준별 수업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교실을 분리하는데, 이 학교에서는 수준별로 나누되, 교실은 한 교실에서 수업을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니, 이도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만큼 독일의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많으니, 지금껏 논의되고 있는 많은 교육개혁 주장들과, 구체적인 실천사례들을 종합해서 우리나라에 맞는, 그 지역에 맞는 학교를 만들어가겠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 사회도 마냥 부러워 하기만 할 사회는 아니지 않은가. 

다만 목표를 정하되,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포기하지 말고, 교육을 해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교육개혁을 향해 나아간다면... 이 학교, 남의 학교가 아니라, 바로 우리 학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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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 또는 이반 일리히. 

사람마다 약간 차이를 두고 표기하는 이름. 

나는 일리히보다는 일리치가 더 친숙하니, 그를 일리치라 부르자. 

그가 쓴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이 되어 왔고, 또 그를 읽는 모임 또한 있다고 들었는데... 

80년대 대학 다닐 때 탈학교를 주장하는 사람으로만 알아왔던 그가, 사회 전분야에 걸쳐 독창적인 자신의 생각을 개진했다는 것, 그것이 한 때의 사상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 더 유효하게 다가온다는 사실. 

그는 세월이 지나도 꼭 읽을 필요가 있다. 단지 읽기만 해서는 안되고, 그처럼 살아가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품절, 절판이 된 책들이 많다. 왜 이럴까. 이런 책들은 꾸준히 읽혀야 하는데... 서점에서 구하기 힘들다면 도서관에서 찾아 읽자.

그의 책을 정리해 본다. 물론 아직까지 내가 읽은 책들만이다. 

1. 학교 없는 사회, 미토 

2. 병원이 병을 만든다, 미토 

3.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미토 

4. 성장을 멈춰라, 미토 

5. 그림자 노동, 미토 

6. 젠더, 따님 

7. 절제의 사회, 생각의 나무 (이 책은 성장을 멈춰라와 같은 책이다. 번역의 제목과 번역자 출판사가 다를 뿐이다) 

8. 데이비드 케일리, 이반 일리치와 나눈 대화, 물레 

9. 데이비드 케일리, 이반 일리히의 유언, 이파르


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학교 없는 사회
이반 일리히 지음, 심성보 옮김 / 미토 / 2004년 1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11년 06월 26일에 저장
절판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이반 일리히 전집 3
이반 일리히 지음, 박홍규 옮김 / 미토 / 2004년 3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11년 06월 26일에 저장
절판
병원이 병을 만든다
이반 일리히 지음, 박홍규 옮김 / 미토 / 2004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1년 06월 26일에 저장
절판
성장을 멈춰라!- 자율적 공생을 위한 도구, 이반 일리치 전집 4
이반 일리히 지음, 이한 옮김 / 미토 / 2004년 6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11년 06월 26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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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으로 교육에 말 걸기 - 공간, 시간, 소리, 색채에 관한 교육학적 성찰
송순재 지음 / 아침이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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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교육에 관련된 책들을 읽고 있다.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교육정책이 조변석개하는 이 나라에서, 학생으로 살아가기도, 학부모로 살아가기도 힘드니 말이다. 

어느 광고에서는 학부모와 부모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있던데, 우스운 일이다. 부모나 학부모나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지. 사회에서 그렇게 만들어 놓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다니... 

도대체 이 나라는 복지부터 모든 일들을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인가. 사회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개인이 할 일이 있는데, 개인이 할 수 없는 일들도 개인에게 하라고 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교육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가 교육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사회가 해야 할 일을 구분할 수는 있어야 하고, 사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는 사회에 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은 이기정의 책은 교육 내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김종철의 책은 교육 외부에 초점을, 그리고 김대유의 책은 다시 교육 내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은 교육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학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 어느 지방에 여행을 가도 어느 동네인지 알 수 있는데, 그것은 학교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다. 주로 동네 이름을 학교 이름으로 따왔으니 말이다. 게다가 학교는 또 얼마나 찾기 쉬운가. 어느 지방을 가도 사각의 정형화된 틀을 하고 있는 덩그라니 콘크리트 건물이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면 그것은 학교이다. 

건물부터, 이름까지 아무런 특색을 지니지 못하고 있는 학교. 이런 학교에서 어떻게 상상력을 키우고 창의성을 키운다는 건지... 

그래서 송순재의 이 책은 학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학교 공간에서부터 시간, 소리, 색채 등을 다루고 있다.  공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학교라는 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을 위해 과연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던가. 

획일화된 공간에서 지내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하여 저자는 여러 공간에 대한 탐색을 하고 학교 공간에 조금씩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이야기 하면서, 학교 공간이 학생들에게, 또 우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 공간과 더불어 시간도 마찬가지고, 시공간 속에서 소리에 대해서, 그 소리가 얼마나 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지금까지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끔 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색채는 교육내용과도 관련이 되지만 공간과도 연결이 된다. 학교의 색깔을 생각해 보라. 생각해 볼 것도 없지 않은가. 우리는 학교란 그냥 존재하는 곳, 도대체 어떤 색채를 지녀야 교육적인지 고민도 해보지 않지 않았던가. 

그냥 똑같은 모양에, 똑같은 색깔에 도대체 변화라고는 없는 학교에서 지내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같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색채를 이용하여 변화를 주면 정서에도 그리고 지식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책은 공간, 시간, 소리, 색채를 가지고 학교에 대해서 다시 사유하게 한다. 이 사유를 통해 학교라는 객관적 대상이 얼마나 교육이라는 내용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결국 교육은 교과내용뿐만이 아니라, 학교라는 외적인 요소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많은 지역에서 이제는 혁신 학교, 자율학교 등등 변화를 추구하는데, 아직까지는 내용의 변화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내용의 변화에 외적인 변화까지 이루어진다면, 정말로 학생들의 삶에 혁신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단지 학교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이것을 집에 적용하면 그대로 들어맞는다. 우리들은 얼마나 획일화된 집에 살고 있는가. 이 책을 학교뿐만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확장해서 읽으면 우리 삶 역시 더 윤택해지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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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다. 어렸을 때 멋도 모르고 불렀던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하는 노래.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되는, 그러나 누구 탓만 해서는 안되는. 우리 모두 이 과거를 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그런 동기를 제공하는 날. 

아직도 많은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그런 사실들을 떠나서 비극적인 날임에는, 그리고 이 날이 아직도 우리들에게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로 다가오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 

아주 예전에 읽었던 책이 떠오른다. 

남북의 비극을 이론으로가 아니라, 생생한 형상화로 실감나게 다가오게 했던 책. 

조정래의 태백산맥. 

한 때는 금서였다가 지금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 

마치 그 시대를 살아움직이는 듯하게 표현한 책. 많은 인간군상들 중에 나는 누구를 내 삶의 모범으로 삼을 것인가 고민하게 하는 작품. 

언제 읽어도 아직도 이 책은 마음 속에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하나 더 이론적으로 지금은 많이 극복이 되어, 이 책도 과거의 책이 되었지만, 한 때 우리나라 6.25전쟁 하면 이 책이 우선이었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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