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산이 현대사 3 : 정치·경제 - 전우용의 근현대 한국 박물지 잡동산이 현대사 3
전우용 지음 / 돌베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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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3권이다. 근대에 다양한 물건(존재)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우리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는데, 정치, 경제와 관련된 것들을 이번 권에서 다루고 있다.


새로운 것이 들어왔을 때 생활이 어떻게 바뀌는지, 과거를 통해서 배우면 미래의 삶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가 있고, 우리가 과학기술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다른 물건들도 언급할 필요가 있지만 이번 권에서 국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태극기가 언제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했는지, 또 성조기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일장기와 욱일기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그것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과정을 살피면서 알려주고 있다.


성조기는, 미국에서 국기에 대한 경의를, 나라에 대한 경의와 등치하면서 신성시되었다는 점. 그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태극기도(사실 태극기는 독립운동을 하면서 더욱 신성시 되었다) 신성한 존재가 되었는데... 이러한 국기에 대한 태도는 미국인이 성조기를 대하는 태도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기호가 사람들의 정신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라 하겠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많지만, 일장기와 욱일기의 차이를 별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 차이를 확연히 알게 되었다. 일장기를 올림픽에서 흔들며 응원하는 것은 용인할 수 있지만, 욱일기를 올림픽에서 사용하면 왜 안되는지를...


일장기는 국기고, 욱일기는 군기란다. 군기는 군대의 깃발이니,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라고 하는데 군대의 군기를 흔드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도 어긋난다. 게다가 제국주의를 대표하는 깃발이 욱일기니  이는 더욱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일본이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은 그들의 제국주의적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라고 할 수 있으니, 반성을 결여한 행위고, 주변 국가들에게 위협이 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국기들에 대한 이야기 말고도 지금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많은 물건(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도 계속 사용되고 우리들의 삶을 바꿀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자동차'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하는 물건들. 그리고 이런 물건들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왔나를 살펴보면 앞으로 우리 삶이 어떠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3권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이다. 다 기억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존재들이 우리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앞으로 더 많은 물건(존재)들이 우리 삶에 끼어들테고, 우리는 그들과 함께 우리 삶을 바꿔갈테니, 과거의 물건(존재)들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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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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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이런 질문은 좋다. '어떻게'라는 말에는 그들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 포함되어 있다. 그냥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는 것을 '어떻게'라는 부사어를 써서 표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라는 말에는 이들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 결코 간단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그냥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 어떻게라는 말에는 '어떤'이라는 관형어도 포함되어 있다.


즉,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떤 어른이 되는가다. 물론 이 책에서는 청소년기에 만난 가난했던(과거형으로 쓰고 싶지만, 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가난하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추적해서 보여주고 있다.


정말 많은 일들을 한다. 어떤 아이는 학교를 벗어나고, 어떤 아이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대학을 간 아이든, 대학을 가지 않은 아이든 그들은 성장과정에서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질 수가 없다.


이 가난이라는 굴레는 너무도 튼튼해서 여간해서는 끊어버릴 수가 없다. 질긴 가난의 질곡. 이 질곡은 대학에 들어간 아이나 들어가지 않은 아이나 똑같이 겪게 된다.


대학에 들어가도 공부에 전념할 수 없는 환경. 졸업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도약할 수 있는 받침대가 없다. 자신이 받침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기껏 받침대를 만들기 위해 토대를 마련해 놓으면, 주변의 누군가가(그 주변의 누군가가 가족인 경우가 태반이다) 파놓고 만다.


지속되는 가난의 굴레.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청소년시기처럼 살아가려 하지 않는다. 힘든 청소년시기를 거쳐왔다. 그들은 그 시기를 극복했다고 할 수 있다. 하긴 이 책에 나올 정도면 그 시기를 극복해야만 한다.


10년 동안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말은 아이들이 피하지 않았다는 말이니, 이는 10년 후에는 부자가 되어 있지는 않아도 적어도 과거와는 결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나 토대를 마련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프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이 아이들이 그런 토대를 마련한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힘이다. 그들의 노력이다. 주변의 누군가가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노력으로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었더라면 좀더 쉽게 마련했을 그 토대를 힘들게 힘들게 마련하고, 이제 받침대를 놓으려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저자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어떻게 바꿔나갈 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일'(278쪽)이라고 하면서, 청소년기에 방황하는 아이들을 과거의 잘못으로 단죄할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이나 과오, 실수에 대해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 다시 힘을 내볼 수 있는 용기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할 역할'(256쪽)이라고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좀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덟 명 청소년의 삶이 이 책에 실려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그들의 삶. 앞으로도 가볍지 않을 그들의 삶. 하지만 그들은 고통스런 과거를 지나 현재에 이르렀다.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이런 청소년들이 어찌 이들 여덟 명뿐이랴. 이 책에 나온 청소년들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최소한의 발판도 마련하지 못하고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그런 사람들을 개인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개인 탓을 하기 전에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아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점이기도 하리라.


가난은 결코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또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하지 못한다는 말은 잘못되었다. 가난 구제를 못하는 나라님이라면 쫓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사회는 충분히 가난을 쫓아낼 수 있는 사회다. 


하지만 그것은 바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가난한 아이들의 삶을 10년동안 추적해서 보여준 이 책. 가난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바꿀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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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 김누리 교수의 대한민국 교육혁명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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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교육=능력주의=공정' 세 축이 함께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야만을 향해. 야만인지도 모르고, 그것만이 미래로 가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듯이, 경쟁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더 심해졌다.


김누리 교수는 우리 교육이 이렇게 황폐화된 데에는 경쟁 교육이 주요한 축으로 작동한다고 본다. 경쟁은 곧 능력주의와 연결이 되고, 이는 승자에게는 우월감을, 패자에게는 열등감을 넘어 모멸감을 심어준다고 한다. 그러니 이러한 능력주의가 곧 공정이라는 말과 연결이 되어, 자신이 누리는 결과를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오찬호의 책처럼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가 되는 사회다. 이런 말을 공공연히 할 수 있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한 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


중고등학교 교육만이 아니다. 지금 경쟁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빠르면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주 어려서부터 경쟁을 내면화시키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모습이다.


그런 사회에서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성적이 좋은 아이는 좋은 아이대로, 안 좋은 아이는 안 좋은 아이대로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종 목표는 대학입시. 아니다. 요즘은 대학에 들어가도 눈코 뜰 새 없이 공부하고, 아르바이트 해야 한다고 하니, 대학에 들어가서도 경쟁이 몸에 밴 행동들은 고쳐지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또다른 경쟁을 해야 한다.


평생토록 경쟁을 해야 하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행복은 저 멀리에 있다. 그리고 이렇게 행복을 쫓아버리는 역할을 학교 교육이 담당하고 있다는 씁쓸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우리 교육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너무도 당연한 말. 당연해서 상식이라고 해야 할 말들인데, 이 상식이 우리에게는 왜 유토피아로 여겨질까.


갈 수 없는 곳,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말 그대로의 유토피아. 다른 나라에서는 상식으로 이미 실현되고 있음에도, 우리에겐 그냥 남의 나라 일인 교육 혁명. 교육 개혁으로는 부족하다고 교육 혁명을 이루어야 한다고 김누리 교수는 주장하고 있는데...


교육 혁명의 주체는 교사-학부모-학생이어야 하는데, 그런데, 정치적 능력을 거세당해버린 교사들은 집단 행동을 할 수조차 없고, 학생들은 경쟁 교육을 내면화해서 함께하기보다는 나만 아니면 돼, 또는 나만 잘하면 돼라는 인식을 지니고, 학부모는 우리 아이들이 아니라 내 아이가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으니...


이 나라는 소위 교육의 3주체라고 하는 집단이 모두 교육 혁명과는 거리가 먼 상태에 빠져 있으니, 김누리 교수의 이 책이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하고 있어도 '유토피아'에 불과하게 될 거라는 비관적 전망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희망은 절망 속에서 보이지 않는가. 이런 경쟁 교육의 야만성을 깨뜨릴 존재도 교사-학부모-학생일 수밖에 없다. 결국 교육 혁명의 희망은 이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김누리 교수는 자신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교육 원리를 '능력주의에서 존엄주의로'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 능력주의의 문제는 많은 학자들이 이미 이야기했다. 그러니 교육은 능력주의가 아닌 존엄주의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 교육을 해야 한다. 교권이니 학생인권이니 하는 말이 이러한 존엄주의 교육에 녹아들어가기 때문에, 교권과 학생인권이 분리될 수가 없다. 인간의 존엄은 누구에게나 해당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교육 목표를 '인적 자원에서 민주시민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다. 사람을 자원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교육을 상품으로 여긴다는 말이다. 상품에는 존엄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교육이 상품이 되는 순간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는 분리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로.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사람을 단순히 서비스 제공자로 본다면, 이 관계에서는 교육의 '주체'라는 말을 쓸 수가 없게 된다.


대립하는 관계로 정립이 된다. 학부모-학생은 요구하고, 교사는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그렇지 않으면 온갖 민원에 시달리게 된다. 환불해달라고 난리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최근에 있었던, 교사들은 체험학습을 가지 않기로 하고, 학부모들은 그런 교사들을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한 사건에서 볼 수 있다.


체험학습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그것도 민형사상 책임을) 교사에게 지우는 현실에서 교사들은 체험학습을 기피하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체험학습을 가지 않으려 하는 교사들은 아동을 학대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학부모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로 자리매김한 학교 현실의 모습인 것이다.


그러니 교육 목표가 절대로 '인적 자원'이어서는 안 된다. 민주시민 교육을 목표로 한다면, '민주'라는 말에는 대화, 타협, 존중 등의 개념이 들어있기에, 소비자-서비스 제공자 개념이 들어설 자리가 없게 된다. 지금까지 교육 혁명을 가로막는 교육의 3주체를 분열시키는 장벽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과 더불어 교육 방식을 '경쟁 교육에서 연대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다. 민주시민 교육은 이미 연대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함께하는 교육. 이것이 앞으로 살아갈 세대에게기성 세대가 줄 수 있는 선물일 수 있다. 희망은 홀로가 아니라 함께에서 더 강해질 수 있다.


  독일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독일 68혁명의 걸출한 지도자였던 루디 두치케는 학생들에게 "제도를 통한 행진"이라는 말로 대학에서 선취한 유토피아의 체험을 현실에 확산시킬 것을 요구했습니다.

  68혁명을 주도했던 대학생들은 실제로 독일의 다양한 제도들 속으로 행진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 가장 이상적인 사회정의, 가장 이상적인 권력비판의 체험은 이제 현실의 제도 속에서도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들이 가장 중시했던 제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언론과 교육기관이었습니다. 이것이 인간을 변화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고 본 것이지요. (279쪽)


이렇게 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민주시민 교육이고, 연대 교육인데, 과연 형식적 민주주의를 이루어냈던 우리의 86세대들은 어떠했는지, 김누리 교수는 이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면서 그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러면서 마지막으로 세 가지를 폐지하자고 한다. 그것은 대학 입학시험, 대학 서열, 대학 등록금이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교육이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대학 교육을 우선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입시제도 개혁과 대학 서열, 대학 등록금 폐지는 예전부터 나왔던 주장이다. 어쩌면 당연할 수 있는 이 주장이 아직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경쟁 교육을 통한 능력주의가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주장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력이 필요하다. 뚝심 있는, 교육에 대해 전망을 지니고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결국 정치다. 제도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개혁은 공염불에 불과하기에, 정치에 참여하는 학생, 교사들이 많아질 수 있게 또다른 축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교육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한다. 의사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우리나라 의료에는 미래가 없다고 하던데, 그것보다 지금처럼 교육이 지속된다면 의료의 미래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어진다. 정말 심각한 문제인데...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는 의사들이 이런 교육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하고.


여담으로 우리나라 경쟁 교육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단적으로 알려주는 일이 있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를 보았는데, 문제가 쉬워서 백 점을 맞은 학생들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보통 그러면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했구나 좋아해야 하는데, 백 점이 많으면 1등급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백 점을 맞아도 2등급이 되니, 시험 문제를 낸 교사에게 원망의 화살이 돌아갈 수밖에.


이것이 바로 경쟁 교육이 야만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내가 성취한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어느 위치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니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행복할 수가 있겠는가.


김누리 교수는 이러한 교육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제시한 것들을 실천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교육 효과는 '불행감에서 행복감으로' 바뀔 수 있다고.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교육의 모습 아닌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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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가게 마음이 자라는 나무 12
데보라 엘리스 지음, 곽영미 옮김, 김정진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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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프리카가 배경이다. 에이즈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곳. 에이즈가 무슨 천형인양 취급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편견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에이즈 환자는 많이 발생하고 있으니 (HIV바이러스 보균자라고 할 수 있지만, 편의상 그냥 에이즈라는 말을 쓴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특히 부유한 나라에서는 치료제 등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되지만, 부유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치료제를 구하기 힘들 뿐더러, 에이즈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힘들다. 지금은 좀 나아졌겠지만, 이 소설이 쓰일 때는 더 심했으리라.


말라위라는 나라에서 관을 만드는 일을 하는 아빠와 함께 살고 있던 빈티 가족은 아빠의 죽음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아빠 역시 에이즈로 죽었다고 하고. 이때문에 친척들에게로 간 빈티 남매들은 친척들에게 구박을 받는다.


죽은 형제의 재산을 얻어가는 친척들. 그들에게는 남겨진 아이를 소중하게 키우겠다는 생각은 없다. 오로지 짐일 뿐이다. 결국 할머니 집으로 탈출하고, 할머니 집에서 에이즈로 고통받는(부모들이 에이즈에 걸렸든, 자신들이 걸렸든)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할머니와 다른 메모리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와 함께 다른 아이들을 돌보는 빈티. 그러면서 에이즈의 현실에 눈을 떠간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에이즈에 걸렸다고 무조건 피해야 할 사람도 아니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질병이라는 것.


말라위가 가난한 나라라서 제대로 치료하지 못할 뿐이니 그들을 잘 돌본다면 그렇게까지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는 질병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다른 아이들을 도우면서, 자신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성장하는 빈티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줄거리다.


에이즈. 천형이 아니다. 인간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하여 소설 속에서는 예레미야라는 이름을 가진 이는 자신도 보균자지만 어떻게 하면 에이즈를 예방할 수 있나, 또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일을 한다.


그렇다. 인간이 함께 하면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인데, 이를 그 나라의 경제-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 더 큰 비극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말라위도 마찬가지다. 국가적인인 의료체계를 갖추고, 예방과 치료를 잘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개인들에게도 지켜야 할 수칙들을 명확히 알려준다면 더 큰 비극은 막을 수 있다.


문란한 성생활이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수혈을 통해서 또 부모를 통해서, 그리고 모유 수유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으니, 이 질병은 개인의 책임도 책임이지만 사회, 국가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이미 감염된 사람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 소설에서처럼 개인이 해결하게 해서는 안된다. 개인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여서 감염되는 사람들... 빈티의 언니가 그런 상황에 처하지만 이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소설은 희망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하늘나라 가게라는 이름은 관을 만드는 가게 이름이다. 어쩔 수 없어서 죽은 사람, 잘 보내주기 위한 가게. 그러한 일들. 


그들을 잘 보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빈티의 성장을 통해서 에이즈가 빈곤한 국가들의 사람들을 어떻게 어려움에 빠뜨리는지를 잘 보여준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깨뜨릴 수 있는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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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잡지가 나오는 이 시대. 꾸준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잡지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의 취향에 맞든지, 사람들의 취향을 선도하든지. 그렇지 않은 잡지는 나름대로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다른 잡지와는 차별되는 자신들만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가령 몇 해 쉬다가 다시 발간한 [녹색평론] 같은 경우는 생태, 환경을 중심으로 글을 구성한다. 우리 지구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생각에,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려고 한다.


  그렇다면 [빅이슈]는 어떤 차별성을 지니고 있을까? 한달에 두 번 나오는 잡지라서,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걸맞는 속도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그런 속도를 따라가려다 보면 자신만의 색깔을 잃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식상한 내용을 담아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잡지는 팔려야 하기 때문이다. 팔려야 한다는 말이 너무 자본을 강조한 말이라고 한다면 (사실 빅이슈는 팔려야 한다. 그래야 빅이슈 판매원들이 자립할 수 있는 돈을 모을 수 있으니까) 좀 그렇다면, 읽혀야 한다고 하자.


이 빅이슈를 꼬박꼬박 읽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들의 취향에 맞으면서도 취향을 선도해야 한다. 그런 숙명을 지닌 잡지다. 


편집자의 말에 '비밀 클럽'이라는 말이 있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활동하는 모임이라고 하면 되겠다. 비밀 클럽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빅이슈를 비밀 클럽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편집자는 이 빅이슈가 비밀 클럽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잡지였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렇다. 많이 읽혀야 한다. 새로운 경향을 알 수도 있고, 요즘 사람들이 함께 하는 문화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외된 이웃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으니... 다양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잡지다. 


책도 읽고 나름대로 기부도 되는 그런 잡지. 이번 호에는 '리뷰'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리뷰를 리뷰하다인데, 자기가 직접 경험하기 힘든 사람들은 리뷰를 참조할 때가 많다.


조금 유명해진 곳들은 대부분 리뷰 덕을 많이 본다. 온갖 SNS를 통해서 자신이 간 곳이나 자신이 읽은 것, 자신이 한 일들을 올리면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따라하고 싶은 욕구를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그러한 리뷰에 대해서, 리뷰의 경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번 호에서 다뤄주고 있다. 여기에 리뷰를 주제로 한 드라마까지 소개하고 있으니, 리뷰가 요즘 시대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지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빅이슈]를 읽는 시간은 즐겁다. 두 주에 한번 내가 모르던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고.


소수가 읽는 [빅이슈]가 아닌 다수가 읽는 [빅이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나 역시 편집자와 같다.


편집자의 말처럼 길거리에서도 많이 보이는 [빅이슈]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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