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특집은 교육, 시장에서 길을 잃다다. 신자유주의가 되면서 우리 교육도 시장에서 길을잃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이 아니라, 확실히 시장에게 교육을 빼앗겼다는 얘기다. 이미 헤게모니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한탄했듯이.

 

그러나 시장은 과연 만능인가? 이는 시장이 대표하는 경쟁이 만능인가 하는 질문과도 상통한다. 그리고 교육은 경쟁을 우선으로 삼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답을 하면 시장이 교육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시장은 교육과 양립할 수 없다. 교육은 표준화, 효율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표준화, 효율화된 교육은 이미 배움의 기능을 잃고 획일화시키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는 그야말로 '생긴 대로 사는' 존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존재가 생긴 대로 살 수 있게 해주는 역할, 그것이 바로 교육이 해야 하는 역할이다.

 

우리는 이런 생긴 대로를 넘어서 우리를 따르라, 시장을 따르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게 된다.

 

여기에 이 책에서 우치다가 이야기한 대로 아이들은 처음부터 시장주의를 접하고, 결국 배우겠다는 의지를 잃고 자신이 마치 고객인 것처럼 행동하는 습관을 익히게 된다. 그러니 무엇을 배우겠다는 자세는 없고, 도대체 왜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 상태에서 교육에 임하게 된다.

 

이런 자세를 지닌 학생들에게, 학부모들에게 시장은 쉽게 접근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이게 교육이야 하고 주입시킨다. 남보다 좋은 상품 구매하기. 이것이 바로 시장이 교육에 들어와 하는 일이고, 여기에 감염된 사람은 남보다 좋은 상품을 구매(이것은 바로 일류대라고 하는)하기 위해 친구들은 협동의 대상이 아니고 경쟁의 대상이 되며, 학교는 배움의 장소가 아니라 진학을 위한 단계에 불과하게 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

 

그렇다면 여기에 어떤 돌파구를 낼 수 있을까? 돌파구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것은 시장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교육은 공공성을 지닌다면, 이 공공성은 바로 협동을 바탕으로 연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이를 살리는 교육을 해야 한다.

 

사람의 본성은 협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면, 교육의 공공성 확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미 예전부터 해왔던 일이 아니던가?

 

하여 자명한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장만능주의부터 의심해 봐야 한다. 진짜 교육이란 무엇인가? 진짜 배움이란 무엇인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 잠식당한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다.

 

민들레 84호에선 시장이 얼마나 우리 교육에 깊숙히 침투해 있는지 깨닫게 해주고 있다.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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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평전 - 실존과 구원의 글쓰기 서강인문정신 16
이주동 지음 / 소나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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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단순한 소설가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젊은 시절에 헌 책방에서 우연히 카프카의 잠언집을 발견하고 산 적이 있었는데...

 

그냥 파스칼의 팡세와 비슷하겠거니 하고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었다가 어느 순간 내 손을 떠나버리고 말았던 책.

 

교과서에 나오는 "변신"밖에는 읽은 소설이 없으니... 그를 그냥 기괴한 작품을 쓰는 유대계 소설가로만 알고 있을 수밖에.

 

아렌트 책을 읽다가 카프카의 작품이 언급된 것을 보고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고, "변신"에 나오는 주인공과 가족들을 중심으로 문학토론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리고 그를 다룬 작은 책자들을 읽으면서 카프카에 대해 한 번 집중적으로 읽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책을 읽는 순서.

 

하나, 카프카의 작품을 먼저 읽는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집을 모두 사야 한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읽어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많이 알려진 작품들은 읽어야 한다.

 

둘, 그에 관한 책을 먼저 읽는다. 평전이든, 연구서든 그에 대해서 쓴 책들을 읽는다. 그러나 잘못하면 자신의 생각보다는 남의 생각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좋은 점은 카프카를 이해할 수 있는 어떤 지향점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식이든 상관 없겠지. 우선 첫번째로 카프카의 평전을 읽기로 한다. 그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한다. 물론 이 배경지식이 카프카의 작품 이해에 걸림돌로, 일정한 틀로 작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그에 대해서 모르는 상태에서 작품에 들어가기 보다는 조금은 한정된 이해이기는 하겠지만 편안한 길을 택하다.

 

제일 좋은 책은 카프카의 유언집행인인 막스 브로트가 쓴 책이겠는데, 이 책이 없다. 내가 무지한 건지, 아니면 번역이 안된 건지. 독일어로 읽을 능력이 되지 않으니 브로트의 책은 포기하고, 다른 외국 작가들이 쓴 책을 읽자니 어떤 것이 좋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하여 고른 것이 우리나라에서 카프카를 연구한 사람이 쓴 책. 이거다. 바로 이주동의 "카프카 평전"

 

'실존과 구원의 글쓰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 방대한 책이다. 무려 800쪽이 넘는다.

 

며칠 동안 카프카에 빠져 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방대하게 카프카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의 작품과 친구들과 연인들과 가족들의 관계를 자세하게 펼쳐놓았으니 한 번에 죽 읽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하여 천천히 읽으면서 카프카를 음미하는데, 머리 속에서 자꾸 우리나라 작가인 '이상'이 떠오르고 있었으니... 이것 역시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된다.

 

까마귀, 여인들과의 결혼 실패, 문학을 통한 자기 존재 증명, 헌신적인 친구들, 아버지와의 대결,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이른 죽음까지...

 

이상이 카프카를 읽었을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과 카프카는 겨우 10여년을 사이에 두고 죽음을 맞이했으니, 그 때 우리나라에 카프카가 알려지기엔 좀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면 문학의 실존에 대한 고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하다는 얘기가 되는데...

 

문학을 통해 자신을 구원하고자 했던 카프카는 죽을 때까지도 제대로 된 작품을 많이 내지 못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는 결벽적으로 행동했다는 얘기가 되고, 문학을 통해 다른 세계에 이르고자 했지만, 그 세계에 결코 이르지 못한다는 자각이 그의 작품에 나타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는 영원한 경계인으로서 이쪽도 저쪽도 아닌 이쪽 저쪽을 모두 넘어서고자 했던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카프카를 이해하고자 하는 나에게 좀 길지만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가 살았던 시대와 그의 주변 인물들, 그리고 그의 치열한 문학에의 열정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카프카에 대한 배경지식을 어느 정도 채웠다고나 해야 할까.

 

이제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그와 대화를 할 때이다. 천천히 그러나 깊게 카프카와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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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코 앞에 둔 이틀 전.

 

친구들을 만나기로 하다.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 교통수단은 전철이다.

 

전철 안에서 최소한 30분 정도를 보내야 하는데...

 

무엇을 하면서 갈까 생각하다, 시집 한 권을 들고 가기로 결정.

 

누구 시집?

 

잊혀져 서가에 꽂혀 잠자고 있는 시집 중 하나를 고르려고 맘 먹었는데...

 

대선이 코 앞인데,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는데... 우리에게 다시 봄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박인환이 떠올랐다.

 

그의 시 하면 '우울'이 먼저 생각나는데...

 

그래, 우울이지, 그러나 단지 우울만이 아니지. 왜 우울하겠어.

 

희망을 생각하기에 환희를 경험했기에 우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박인환...

 

교과서에서 배운 시 달랑 하나 "목마와 숙녀"

 

그 알 수 없는 우울함이 정서를 자극했던 기억.

 

또 하나, 노래로 더 알려진 "세월이 가면"

 

요즘 "나가수"로 더 알려진, 자신의 생각을 가리지 않고 잘 표현하고 있는, 이은미가 리메이크 해서 부른 노래가 마음에 와닿았는데...

 

다른 시들은 아는 게 있던가? 했더니... 분명 예전에 읽었음에도 알지 못하고 있으니...

 

이 참에 읽자...다는 못 읽더라도 오며가며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또 마침 주머니에도 딱 들어갈 문고판 시집이 있으니...

 

서문에 쓰인 김규동(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시인의 말처럼 그가 좀더 오래 살았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은 대선.

 

드디어 다시 한 번 그의 시들을 다 읽었다.

 

이제는 "우울"을 넘어서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환희"를 우리가 경험하는 날로 오늘이 기억됐으면 하는데...

 

그가 "구름"이란 시에서 말했듯이 지금 우리는 이런 상태가 아닐런지...

 

어린 생각이 부서진 하늘에 / 어머니구름 작은 구름들이 / 사나운 바람을 벗어난다.

 

밤비는 / 구름의 층계를 뛰어내려 / 우리에게 봄을 알려 주고 / 모든 것이 생명을 찾았을 때

달빛은 구름 사이로 / 지상의 행복을 빌어 주었다. / 새벽 문을 여니 / 안개보다 따스한 호흡으로

나를 안아 주던 구름이여 / 시간은 흘러가 / 네 모습은 또다시 하늘에 / 어느 곳에서도 바라볼 수 있는 / 우리의 전형 / 서로 손 잡고 모이면 / 크게 한 몸 되어 / 산다는 괴로움으로 흘러가는 구름

그러나 자유 속에서 / 아름다운 석양 옆에서 / 헤매는 것이 / 얼마나 좋으니

 

박인환시집, 범우문고 13 146-147쪽 '구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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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성 - 그녀들의 가슴에 묻어 둔 5.18 이야기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기획, 이정우 편집 / 후마니타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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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는 TV 뉴스를 보기가 싫습니다. 패거리 정치꾼들이 선거철이 되면 뱀처럼 혀를 낼름거리면서 국민을, 국가를 사랑한다고 하죠. 아무 죋 없는 그 많은 생명을 정치 야욕으로 무참히 죽여 놓고, 오늘날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하면 울분을 참을 수가 없어요."(이 책 237쪽)

 

"보수적이고 정치 음모를 꿈꾸는 소의 엘리트라는 사람들, 자기들 나름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애국자라고 생각하는 정치 패거리들, 그분들의 자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한번 만나 봤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들이 지금 우리나라 정치를 이끌어 가는 핵심이 디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저주스럽기까지 해요. 5.18이 정말 얼마나 알려졌을까를 굳이 숫자로 계량해서 이야기하면 20% 정도밖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 같네요." (이 책 239-240쪽)

 

"근대 민주주의의 한 대목을 차지하고 있는 5.18의 역사적 의미를 말살하려는 현 정부와 아직도 전교조를 탄압하는 세력을 이번 총선, 대선을 통해 심판하고, 참평화와 참민주주의의 꽃이 활짝 피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어."(이 책 313쪽)

 

원죄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이미 가지고 나온 죄. 그것은 기독교에서 말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운동권들이 하는 말이기도 했다. 우리는 광주를 원죄로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과연 원죄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고민을 하고 노력을 한 사람도 있지만, 원죄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이를 오히려 이용하여 자신의 영달을 추구한 사람도 있다.

 

원죄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이것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내가 짊어진 짐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고, 내 자율성을, 나라는 인간의 개별성을 원죄라는 사슬로 옭아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원죄라는 말 대신 빚지고 있다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빚지고 있다는 말에도 역시 무언가를 해서 갚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니, 광주는 우리에게 "넌 어떻게 살래?"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는 생각이 든다.

 

광주(지역이 아니라 5.18로 대변되는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이름이다)를 제대로 생각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광주에 비춰보곤 한다. 그래서 잘못살 수가 없다.

 

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광주는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추레하지 않도록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광주에서 직접 5.18을 겪었던 사람들, 그 중에서 여성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2010년에 광주 30주년을 생각해서 냈던 책인데, 다시 보충해서 냈다고 한다. 보충했다기보다는 광주라는 지역에서만 읽히지 않고, 전국에서 읽힐 수 있게 출판했다고 보면 된다. 광주는 특정한 지역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이들의 삶을 알게 되면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한창 대선 경쟁이 한참인 이 때 어떤 정치인이 광주의 정신을 제대로 계승할 수 있는지 비춰봐야 한다.

 

하여 광주는 원죄로, 빚으로 생각되어서는 안되고, 앞으로 우리가 안고 가야할 미래의 모습이라고 해야 한다.

 

그 때 너나없이 하나가 되어 사람사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 모습이 우리에게는 오래된 미래로 작동해야 한다.

 

오래된 미래가 이미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는데, 왜 다른 곳을 기웃거릴까?

 

이 책을 읽어보자.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가 담겨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적어도 이 글의 앞부분에 인용한 말들이 이들의 마음 속에서 사라지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광주는 과거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으로 존재하고, 또 우리의 미래로도 존재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기억의 동물이기도 하다. 기억해야 할 것을 제대로 기억했을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가 있다.

 

하여 이 책은 광주를 기억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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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 - 닮은 듯 다른 한옥에서 발견하는 즐거움
이상현 지음 / 시공아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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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집을 만들고 집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김진애가 쓴 책의 제목이 '이 집은 누구인가'이듯이 집은 바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사는 집은 어떤가? 너무도 획일적이지 않은가. 아니 밖을 한 번 보라. 도대체 집들에 어떤 개성이 있는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네모난,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자연과 어울리지 않고 자연 위에 군림하는듯이 서 있지 않은가. 소위 아파트라는 이름도, 연립이라는 이름도, 빌라라는 이름도, 아님 오피스텔이라는, 고시텔이라는 이름도 모두 그렇게 비슷비슷한 모양과 쓰임새를 지니고 있다.

 

여기서 집들의 개성을 찾는다는 일은 쌍동이들의 차이를 발견해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렇다고 차이가 없지도 않으니, 아파트들의 이름이 다르고, 내부 구조에서 요즘은 사는 사람의 편의나 취향을 고려한다고 하니, 같음 속에서도 다름을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같음 속에서 다름을 추구하는 건축, 이것이 바로 한옥에 담겨 있는 건축철학이자 건축미학이다. 얼핏 우리는 한옥을 보면 다들 그게 그거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한옥은 자기들만의 멋과 맛을 지니고 있다. 그것을 발견하면 한옥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더욱 느낄 수 있게 된다.

 

우선 한옥은 자연을 거슬르지 않는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고 한다. 그래서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한 한옥은 자연과 어울리면서도 사는 사람의 편리성을 저버리지 않는다.

 

단지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살기에도 나름의 편리성을 살리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건축이 천 년 넘게 이어져 왔으리라.

 

또한 한옥은 나름대로의 멋을 지니고 있다. 조화와 편리에만 머물지 않고 사는 사람의 취향이 드러나게 멋을 부리고 있다. 하여 보기에도 좋다.

 

이러한 한옥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그 집에 대한 이야기, 집을 지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 집과 자연과의 조화, 그 집만의 특성과 아름다움 등이 한옥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이 된다.

 

하여 서울의 북촌에 있는 한옥들과 전주에 있는 한옥 마을만을 알고 한옥은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한옥의 새로운 모습을 전달해준다.

 

한옥이 품고 있는 포근함, 여유로움, 그리고 어울림, 멋, 실용성 등이 사진과 함께 잘 드러나 있어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느끼게 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데, 그러한 집이 바로 한옥에 오롯이 담겨 있으니, 멀리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한옥이 있는가.

 

또한 한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실제도 한옥을 짓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한옥,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 또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나름의 독창성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좋다... 우리나라 한옥. 그 아름다움, 그리고 한옥에 얽힌 이야기들. 한옥을 보는 법을 배우게 됨이.

 

덧글

 

246쪽의 도래마을 홍기응 가옥을 설명하고 있는 대목에서

 

'풍산 홍씨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람으로는 "임꺽쩡"을 쓴 벽초 홍명희가 있다. 그의 아버지 홍승목이 바로 도래마을 출신이다.'라고 되어 있는데...

 

홍명희의 아버지는 홍범식이고, 홍승목은 홍명희의 할아버지다. 아마도 할아버지에서 할자가 빠지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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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흔적 2013-01-03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의 저자 이상현입니다...
감상글 잘 읽었습니다... 꼼꼼하게 읽어주시고... 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적하신 탈자는 2쇄 인쇄에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시면서... 저자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배려하신 것이 느껴져서 또 한 번 감사드립니다...^^

kinye91 2013-01-04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한옥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책 부탁드립니다.